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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케이에게 익숙해진 쓰다듬을 멈췄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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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주의: 데카그라마톤 최종장 진행중에 나온 소설입니다. 마지막 파트 나오기 이전에 나온 소설이라 약간 안 맞는 거 있을 수 있음.

모음집

https://m.dcinside.com/board/projectmx/11655305

―――――――――――――――――――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7313857

원문: 11,953 자

의역 有

―――――――――――――――――――

「적당히 좀 쓰다듬으세요!」

귀를 찢는 듯한 커다란 목소리로, 그녀가 그렇게 외친다.

하얀 머리카락을 가진 밀레니엄 교복 차림의 소녀. 아리스와 닮은 그 외모의 그녀, 케이다.

「……그다지 싫어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아리스의 몸에서, 리오가 만든 AMAS라는 기계로.

그리고 지금의 신체로. 그녀 자신은 깨닫지 못한 모양이지만, 이전보다 조금 텐션이 올라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애초에 왜 자꾸 쓰다듬는 건가요!?」

「아니, 그게…… 왜일까?」

문득 생각해보니 확실히 잘 모르겠다.

신비로운 분위기…… 마성의 여자, 라는 걸까?

「저는 당번 업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당신은 모든 학생에게 이런 짓을 하는 건가요?」

「아니? 케이 쨩 뿐이야.」

「누가 케이 쨩 입니까…… 정말이지.」

요즘은 케이를 자주 샬레의 당번으로 부르고 있다.

이해가 빠르고, 어떤 작업이든 척척 해내는 그녀는 나에게 있어 아주 고마운 학생이다.

게다가, 좀 더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

「포상이라고 생각해 줘……. 아니면, 간지럽히는 쪽이 더 좋아?」

「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때릴 겁니다!?」

자신의 몸을 지키려는 듯, 몸을 비튼다.

AMAS 시절에는 알기 어려웠던 몸짓과 표정.

처음 만났을 때는 어떻게 될까 싶었지만, 마음을 열어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농담이야. 그래도 당번 업무는 항상 고마워.」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자, 케이의 반응이 돌아온다.

「우읏……… 그렇게 또, 금방……///」

「그럼, 조심히 들어가.」

「……네, 수고하셨습니다.」

조금 아쉬운 듯한 표정을 남기고, 샬레를 뒤로한다.

케이가 나간 뒤, 소파에 앉는다.

「……요즘 너무 쓰다듬었나?」

케이에 대해 쓰다듬는 횟수가 많아진 것은 스스로도 인정한다.

하지만 처음과 비교하면 독설을 내뱉는 점은 변함없어도, 미세한 표정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조금만 쓰다듬어도 뺨을 붉히며 금방 뿌리치곤 했다.

하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닿아있는 시간은 늘어간다. 뺨은 붉어지더라도 기분 좋은 듯한, 황홀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오늘도 그랬다. 계속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결코 도망치려 하지 않는다.

끝나기를 가만히 기다린다. 끝난 뒤에는 조금 쓸쓸한 얼굴.

「기쁜 일이긴 한데…… 조금 아쉽단 말이지.」

나의 좋지 않은 부분, 가학심이 자극받기 시작했다.

학생에게 약간의 장난을 치는 것은 싫어하지 않는다.

「……아로나, 프라나. 요즘 케이 말이야, 쓰다듬어지는 거에 꽤 익숙해진 것 같지?」

『진지한 얼굴로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익숙해졌다기보다는, 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사랑을요.』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며 프라나가 그렇게 발언한다. 아로나는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아로나 선배, 그 눈은 왜 그러신 건가요?』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렇긴 해도, 케이 씨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건 확실해요. 적당히 쓰다듬어 주시는 걸 추천합니다.』

「으음, 뭔가 이렇게, 2% 부족하단 말이지.」

『……선생님, 불순한 생각은 그만두기로 할까요?』

「아니, 하지만 말이야…………」

무언가를 감지한 아로나가 나에게 주의를 준다.

그런데 옆에 있던 프라나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인다.

『제안. 당분간 쓰다듬는 행위를 멈추는 것을 권장합니다.』

『프, 프라나 쨩……?』

「프라나가 그런 걸 다 제안하다니, 드문 일이네?」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선생님.』

「확실히, 애달파하는 케이라…… 나쁘지 않을지도.」

『…………』

『…………후후후.』

「좋아! 다음에 바로 해보자!!! 고마워, 프라나!」

뚝, 하고 싯딤의 상자 전원을 일방적으로 끈다.

성격이 나쁘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다. 하지만 호기심을 참을 수가 없다.

케이라면 분명 괜찮을 거다.

『프라나 쨩, 왜 그렇게 적극적이었던 건가요?』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다듬어지지 못하는 기분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더더욱 왜죠?』

『재밌을 것 같아서요.』

『프라나 쨩!?』

◇◇◇◇◇◇

3일 뒤쯤, 다시 케이를 당번으로 불러보았다.

「또 저입니까……」

「싫었어?」

「싫다고 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으니까요. 시작하죠.」

컨디션은 평소와 같은 케이. 어딘가 기뻐 보이는 건 내 눈이 이상해서일까.

각설하고, 오늘부터 케이를 대하는 방식을 바꾼다.

우선 '쓰다듬는' 행위의 횟수는 그대로 두되, 시간을 짧게 한다.

평소에는 내가 만족할 때까지 하지만…… 이번에는 가볍게 한 번 머리를 쓰다듬는 정도.

그 후, 한밤중에 다시 프라나와 상의했을 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정했다.

・하루에 쓰다듬는 횟수를 줄인다.

・마지막에는 쓰다듬는 것을 생략한다.

・본인이 간청하면 강제 종료.

케이는 은근히 자존심이 강한 학생이라 참지 못하고 소리를 높이는 건 최종 수단일 것이다.

애달픈 표정은 몇 번이고 볼 수 있겠지만.

「…………」

케이는 진지하게 당번 업무에 임하고 있다.

좋아, 나도 점심 휴식 전까지는 어쨌든 힘내보자.

◇◇◇◇◇◇

「…………으아~ 피곤하다.」

기지개를 켜며 몸에 쌓인 피로를 배출시킨다.

그대로 의자에 몸을 맡기고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케이가 그 모습을 알아차린 듯, 내 곁으로 다가온다.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식사하실까요?」

이 상황, 몇 번이고 보아온 익숙한 광경이다.

본인도 피곤해서 휴식을 요구한다.

그건 전부 핑계.

나의 지론이긴 하지만, 케이는 '쓰다듬어지길 기다리고' 있다.

나는 이 타이밍에 자주 그녀를 쓰다듬곤 했다.

밥을 먹자고 말을 걸 거라면 자리에 앉은 채로도 충분할 텐데.

「그럴까, 케이도 수고했어.」

최대한 평소 같은 어조로 손을 뻗는다.

케이의 하얀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곧바로 손을 뗀다.

「………엣.」

「밥 먹자. 엔젤 24에서 점심 살 건데, 케이는?」

「……? …………네?」

여우에 홀린 듯 멍한 표정에 무심코 미소가 번질 뻔했지만 꾹 참는다.

「케이? 듣고 있어?」

「앗, 아………… 저기, 만들어, 왔습니다.」

「알았어. 그럼 먼저 먹고 있어. 사 올게.」

지갑과 스마트폰만 챙겨서 방 문을 나선다. 그대로 1층에 있는 엔젤 24에 들른다.

최대한 빨리 돌아가려고 적당한 조리빵을 골랐다.

「……귀여웠지.」

아마 좀 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거다.

인간…… 아니, 기계? 허를 찔리면 저런 얼빠진 표정이 되는구나…….

오늘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으로 간다.

가학심과 사랑스러움이 내 마음속에서 기분 좋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빨리 다시 케이를 보고 싶다.

조금만 더 괴롭히고 싶다.

이제부터 뭘 할까, 나는 실실 웃음을 흘리며 방으로 돌아갔다.

――――――

오늘 선생님은 이상하다.

아니, 내가 이상한 걸지도 모른다.

……별로 입 밖으로 내고 싶지는 않지만.

오늘 선생님은 나를 별로 쓰다듬어 주지 않았다.

왜일까……?

내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짐작 가는 바가 전혀 없다.

업무는 시키는 대로 완수했다. 실수도 없도록 주의했을 텐데.

하나 짐작 가는 게 있다면, 내가 평소에 너무 거절했기 때문일까.

나는 솔직해지는 것이 서툴다. 수치심이나 쑥스러움 때문에 몸과 입이 반사적으로 거부해버린다.

선생님은 묘한 부분에서 섬세하다.

어쩌면 내가 정말로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배려 차원으로 쓰다듬는 걸 멈춘 걸지도 모른다.

「……그게 아닌데.」

진짜 나는 다르다. 선생님이 다정하게 대해주길 원한다.

오늘도, 평소에도 줄곧 그랬다.

나는 일부러 선생님 앞으로 간다. 그러면 다정하게 대해주니까.

선생님의 무름이 좋으면서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싫기도 하다.

「…………아니,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건 좋지 않네요.」

어쩌면 그냥 빨리 밥을 사고 싶어서 금방 손을 뗀 것뿐일지도 모른다.

철컥.

「다녀왔어, 케이.」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영차, 하고 소리를 내며 선생님이 맞은편에 앉는다.

조리빵 봉지를 열어 입으로 가져간다.

한 입 베어 물고 우물우물 씹는다.

「케이는 매일 도시락을 싸 오네. 힘들지 않아?」

「이 몸이 되고 나서 손재주가 좋아졌으니까요. 즐거워요.」

「존경스러워. 나는……… 보시다시피니까.」

「……부탁이니까, 건강은 해치지 마세요.」

「뭐, 그건…… 약속하기 힘들지도.」

멋쩍은 듯 눈을 피한다.

직업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선생님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니까.

다치는 것도 다반사고, 야근도 잦다.

적어도 무언가 힘이 되어주고 싶다.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다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음~…… 내 도시락도 싸 달라고 하면 싸 줄 거야?」

「……뭐, 뭐…… 생각해보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아하핫, 그렇구나. 하지만 괜찮아, 신경 쓰지 마.」

「……그렇습니까.」

「하지만 케이는 참 다정하네. 분명 좋은 신붓감이 될 거야.」

「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거짓말. 무척 기쁜 말이다.

「하지만 가사 능력도 좋잖아. 혼자서도 잘 살 것 같아.」

「아리스와 떨어지는 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도 그렇네. 왕녀님 이니까.」

「네, 물론이죠.」

◇◇◇◇◇◇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머리를 쓰다듬어 줄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횟수는 확연히 줄었다.

닿아 있는 시간뿐만 아니라, 횟수 자체마저도.

「…………윽.」

선생님은 바로 옆에서 일하고 있다. 나도 일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아아! 정말.」

「케이? 무슨 일이야?」

「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몸이 안 좋아?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아뇨, 괜찮습니다. 저한테 한눈팔지 말고 손이나 움직이세요.」

당신 때문입니다, 라고 직구로 말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그저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뾰족한 말을 늘어놓고 만다.

「미, 미안해……」

그런 사과를 들었다고 해서 내 마음의 응어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쓰다듬어 주길 바라는데, 쓰다듬어 주지 않는다.

고의인지,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좀 더 오랫동안 쓰다듬어 주길 원한다.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욕구가 속에서부터 영원히 계속해서 넘쳐흐른다.

(…………집중하자. 일을 끝내면 분명 쓰다듬어 주실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어딘가 괴로워서 내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억지로 의욕을 내기 위해 스스로 뺨을 가볍게 치고 다시 서류와 마주한다.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를 바라며 필사적으로 남은 업무를 한 장 한 장 처리해 나갔다.

◇◇◇◇◇◇

「……좋아, 오늘치 일은 끝! 수고했어!」

인생에서 가장 긴 시간이었던 기분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선생님 곁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나의 이 행위는 이제 무의식적인 버릇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

감정의 변화를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평소라면 선생님은 한동안 샬레에서 휴식을 취할 터였다.

「그, 이후의…… 예정은요?」

「일도 끝났고, 프라모델 만들고 싶으니까 오늘은 바로 집에 갈 거야!」

평소에는 집에 잘 가지도 않으면서, 왜 하필 이럴 때만 가버리는 걸까.

정말 지독하게 타이밍 나쁜 어른이다.

「……또 샀습니까.」

내 딴엔 최선을 다해 짜낸 말이었다. 왠지 마음이 콕콕 아프다.

좀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같이 있고 싶은데.

아예 안 쓰다듬어 주는 것도 아닌데.

완전히 미움받는 것도 아닌데.

「후후후…… 이번만큼은 내 돈으로 당당하게 산 거야. 한정판을 구해서 정성 들여 만들려고.」

「그렇습니까……. 직장에서 농땡이 피우며 만들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네요.」

「워, 원래 그렇게 많이 안 만들었어……」

「그리고 당신도 집에 가는 일이 있긴 하군요. 계속 샬레에만 서식하는 이미지였으니까요.」

「그냥 월세만 내면 아깝잖아. 남 눈치 안 보고 쉴 수 있고, 나름 꽤 소중한 장소라고.」

「그렇군요. 학생들도 장소는 모를 테니…… 편히 쉬기 딱 좋겠네요.」

그렇게 찔러보지만, 선생님은 왠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쓱 피한다.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아서 말이지……. 왠지 귀신같이 들켜서 들이닥치는 학생들도 있어…… 아리스 같은 애들도 가끔 오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학생의 이름이 거론되자 등줄기에 묘한 땀이 흘렀다.

「아, 아리스가…… 요?」

「응. 게임을 잔뜩 가져오더라고…… 왜일까?」

가끔 부실에 없을 때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거였나.

아리스에게 선수를 뺏겨서일까, 아니면 단순한 질투일까. 가슴속에서 뭉클하게 검은 무언가가 일렁이고 있었다.

「………다음에 오면 제게 알려주세요. 즉시 회수하러 갈 테니까.」

「회수…… 뭐, 응. 내 사생활을 지켜줬으면 좋겠네.」

부럽다니,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절대로.

「그럼 문단속할 테니까 케이도 돌아갈 준비 하자.」

「…………네.」

그날은 그대로 샬레에서 서로 헤어졌다. 떠날 때 끝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도 않았다.

차라리 나도 선생님 집 주소라도 알아낼까 생각했지만, 뒷맛이 씁쓸해질 것 같아 그만두었다.

쓰다듬어 주길 바랐다.

분해서 인정하긴 싫지만, 진심이었다.

◇◇◇◇◇◇

그날로부터 며칠 뒤, 다시 선생님에게 당번 호출을 받았다.

이번에야말로 전처럼 쓰다듬어 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지만 틀렸다.

오히려 빈도는 더욱 줄어들었다. 돌아갈 때 가볍게 단 한 번.

그건 쓰다듬는 게 아니다. 그저 손이 스치듯 닿았을 뿐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날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그리고 오늘도 당번으로 불려 왔다. 오늘은 단 한 번도 쓰다듬어 주지 않았다.

어느덧 시각은 저녁. 오늘 작업은 진도가 빠른 모양인지 일도 벌써 마무리될 것 같다.

아침 인사, 중간 휴식, 점심시간. 얼마든지 쓰다듬어 줄 타이밍은 넘쳐났을 텐데.

이제는 슬프다거나 화가 난다거나 하는 그런 감정조차 무뎌졌다.

그저 텅 빈 듯 허무했다.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린 것 같았다.

「…………」

선생님은 일을 진지하게 처리하고 있다.

당연한, 어른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지금 당장 선생님에게서 저 서류를 뺏어 던져버리고 싶다.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마음껏 응석 부리게 해줬으면 좋겠다.

「……케이, 왠지 기운이 없네?」

「아뇨, 딱히...」

「그래? 업무도 거의 다 끝났으니까 케이는 이제 가봐도 돼.」

나를 배려해서 건넨 그 말이, 예리한 칼날이 되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평소에는 한없이 다정하게 들리던 말이 지금만큼은 지독하게 차갑게 느껴졌다.

「…………윽.」

하지만 일찍 귀가하는 것도 나를 위한 선택지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지금 이 상태로 여기 있어 봤자 괴로울 뿐이니까.

한심한 소리다. 왕녀의 열쇠로서, 시녀로서 입에 담아서는 안 될 나약한 생각이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평범한 학생일 뿐이다.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 도망치는 게 뭐가 나빠.

「……역시 먼저 가보겠습니다. 남은 서류는…」

「책상 위에 그냥 둬. 내가 지금 당장 손을 뗄 수가 없어서, 인사는 여기서 앉은 채로 해도 될까?」

「…………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고마워! 조만간 또 부탁할 테니까 그때도 잘 부탁해.」

선생님은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으로 가볍게 손을 흔든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고개만 살짝 숙이고는 서둘러 등을 돌렸다.

문을 연다. ……잠시 멈칫하지만, 결국 그대로 복도로 나섰다.

철컥, 하고 문이 닫히자 선생님과의 연결 고리가 완전히 단절된 기분이었다.

「……무슨 짓을 한 걸까요, 저는.」

선생님은 평범하게 말을 걸어준다. 농담도 하고 잡담도 해준다. 겉보기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변했을 리가 없는데, 단지 내게 닿아주지 않는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세상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첫 번째는 그저 변덕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혹시 내가 미움받는 게 아닐까 의심했다.

세 번째가 되자, 그것은 의심을 넘어 확신으로 바뀌었다.

선생님은 나를 귀찮아하게 된 거다. 싫어진 거다.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자, 오늘 하루 종일 선생님이 내게 지어준 미소나 다정한 목소리조차 전부 그저 어른의 의무감으로 꾸며낸 가면에 불과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부정적인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내가 벼랑 끝으로 쫓겨나는 기분이었다.

「…………흐윽.」

문득 뺨을 타고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울음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억누른다.

멈추려 해도 멈춰지지가 않는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은 계속해서 차올랐고, 기어이 끅끅거리는 오열이 터져 나온다.

「으으…… 흑, ……어째서…… 왜……」

방금 걸어 나온 문 앞에서 단 한 발짝도 떼지 못한 채, 나는 그대로 무너지듯 복도 바닥에 주저앉았다.

「…………선생님, 윽……… 흑…… 흐윽.」

눈물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눈을 양손으로 가린 채,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었다.

슬프고, 허무하고, 가슴이 찢어질 듯 괴로웠다.

응어리졌던 수많은 감정들이 눈물이 되어 왈칵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복도에 주저앉아 운다고 해서 상황이 저절로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쯤은, 지금까지의 키보토스 생활을 통해 뼈저리게 배웠다.

지금 나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이대로 얌전히 눈물을 닦고 집으로 돌아가느냐, 아니면 뒤돌아 다시 문을 열고 선생님을 마주하느냐.

만약 내 예상대로 선생님이 나를 귀찮아하게 된 거라면, 후자는 결코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완전히 미움받는 파멸로 향하는 마지막 한 걸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자를 선택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 내일도 모레도 다시 허무해지고 괴로워하며 혼자 울게 될 뿐이다.

그렇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는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윽…… 좋아.」

나는 평소에 반사적으로 내 마음을 부정해 버리곤 했다. 솔직하지 못한 성격 탓에 늘 서툰 짓만 골라 했다.

생각한 것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 너무나도 서툴렀다.

특히, 선생님 앞에서는 더더욱.

단순히 부끄럽다는 핑계 한마디로 계속 도망쳐 왔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부서지더라도 내 감정에 솔직해져 보기로 했다.

엉망진창으로 울고 있는 얼굴을 필사적으로 닦아내고 최대한 평소의 표정으로 되돌린다.

붉게 달아오른 눈가를 꾹꾹 비비고는, 굳은 결심과 함께 뒤돌아 다시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

「……으음, 내가 좀 너무 차갑게 굴었나.」

케이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케이는 좋든 싫든 표정에 감정이 다 드러난다. 오늘 하루 종일 노골적으로 텐션이 바닥을 쳤다는 건 바보가 아닌 이상 알 수 있었다.

본인에게 직접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평소의 케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자잘한 서류 오타나 확인 누락도 있었다.

명백히 업무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뭐, 원인 제공자는 나지만……)'

솔직히 말해서 케이가 이 정도로 심하게 기운을 잃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머리 쓰다듬지 마세요'라든가, '어린애 취급하지 마세요'라며 늘 톡톡 쏘아붙이던 아이였으니까.

내 스킨십을 그렇게 철벽 치듯 부정하길래, 속으로는 정말로 성가셔하는 줄 알았다.

물론 나는 쓰다듬어 주고 싶고, 누가 봐도 귀여운 내 학생이니까…… 라며 내 욕심을 밀어붙여 봤자,

당사자가 진심으로 싫어한다면 그건 어른으로서 당장 그만둬야 할 짓이다.

선생님으로서, 한 명의 어른으로서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할 때는 그어야 한다. ……뭐, 이번 사태의 발단은 내 짓궂은 장난기에서 비롯된 거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쌀쌀맞게 대하거나 차갑게 밀어낸 건 아니잖아……. 그저 쓰다듬는 스킨십 횟수를 확 줄였을 뿐인데……)'

서류를 정리하며 으음, 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케이는 명백히 상태가 이상했고, 속은 타들어가면서 겉으론 태연한 척 가장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 착각일까? 아니, 그럴 리 없어…….

나의 얄팍한 가학심으로 학생의 마음을 시험하려 든 건 역시 질 나쁜 짓이었을까.

하지만 케이가 내 손길을 완강히 부정한 것도 사실이고………….

분명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그 절반쯤은 속으로 즐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이건 내 잘못일까?

그렇다면 이제 난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쓰다듬으면 기를 쓰고 싫어하고, 그렇다고 안 쓰다듬으면 눈에 띄게 시무룩해진다.

진퇴양난도 유분수지.

골머리를 앓고 있던 찰나, 벌컥 하고 문이 열렸다.

어라, 이 시간에 누구지? 예약된 방문객 알림은 화면에 뜨지 않았다.

고개를 들자 시야에 들어온 것은 새하얀 머리카락. 그리고 붉은 눈동자를 가진 케이였다.

두고 간 물건이라도 있나 싶어 가볍게 말을 건네려던 순간, 나는 그녀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단번에 깨달았다.

「…………!」

「…………윽.」

눈가와 코끝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눈꺼풀도 잔뜩 부어 있어서, 방금 전까지 밖에서 서럽게 울다 들어왔다는 게 일목요연했다.

눈물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아내는 저 위태로운 표정은, 마치 나를 향해 온몸으로 구원을 호소하는 듯했다.

그녀는 문앞에 선 채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기 위해, 나는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갔다.

「케, 케이? 무슨 일이야……? 누가 널 울리기라도――」

내가 다가간 순간, 케이가 용수철처럼 내 품으로 뛰어들었다.

나를 빈틈없이 포박하려는 건가 싶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였다.

케이의 작은 몸이 살짝 허공에 떴고, 그대로 상체부터 내게 묵직하게 부딪혀 왔다.

「――컥!?」

복부에 커다란 충격이 가해졌다. 케이는 내 가슴팍을 꽉 끌어안고는 절대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그 돌진하는 기세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뒤로 나자빠졌다.

「아야야………… 어, 케이?」

나는 대자로 뻗어 집무실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케이 역시 내 위로 넘어진 채 찰거머리처럼 내 몸을 껴안고 있었다.

이대로 떨어지나 싶더니, 그녀는 내 배 위로 올라타서는 내 셔츠 멱살을 꽉 움켜쥐었다.

「선생님 때문입니다…… 전부 선생님 때문에……」

처음엔 셔츠가 찢어질 듯 강한 힘으로 멱살을 쥐고 있었지만, 그 악력은 1초가 지날 때마다 스르르 풀려갔다. 그 대신 케이의 커다란 눈망울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제가 사과할 테니까요! 선생님이 싫어하셨던 제 태도도, 제가 매번 서툴게 굴었던 것도 전부 다 고칠 테니까!」

「그러니까…… 흑…… 그러니까 저 버리지 마세요………… 으으…… 제발 절 귀찮아하지 말아 주세요……」

케이의 눈에서는 둑이 터진 듯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뚝뚝 떨어진 뜨거운 눈물이 내 셔츠를 흠뻑 적셔간다.

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어, 저기, 케이…………」

내 당황한 목소리에, 그녀는 아예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를 싫어하게 된 적은 단 1초도 없다. 그렇다면 그녀가 이렇게 서럽게 우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다.

「…………내가 장난이 너무 심했나.」

◇◇◇◇◇◇

한동안 나는 바닥에 누운 채로, 내 위에서 훌쩍이는 그녀의 작은 몸을 꼭 끌어안고 부드럽게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등도 규칙적으로 토닥여주며, 어떻게든 놀란 마음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지금의 그녀는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할 상태였고, 그동안 일부러 참아왔던 이 스킨십을 원 없이 해주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생각했다.

「……이제 좀 진정됐어?」

「…………네, 감사합니다.」

그녀를 계속 품에 안고 있다가, 울음이 잦아든 후 몸을 일으켜 방 중앙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서…… 제 어떤 부분이 그렇게 싫으셨던 건가요? 선생님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모조리 뜯어고칠 테니까…… 그러니까……」

「아~…… 저기, 케이, 그게 말이지……?」

솔직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이실직고해야 할지 눈앞이 깜깜했다. 아니, 뭐 등짝을 맞든 뺨을 맞든 혼나는 건 확정인데…… 최대한 그녀에게 덜 상처를 주면서 자백하려면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까?

「……선생님, 저한테 사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그게 무엇이든 기꺼이 바꿀 테니까요.」

「아니, 진짜 그런 게 아니야.」

'?'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케이에게, 나는 조심스럽게 상황 파악을 위한 질문을 던졌다.

내가 가진 의문을 묻는다.

「먼저 묻고 싶은데, 케이가 내가 널 싫어한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뭐야?」

「……최근 며칠간 선생님과의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거, 쓰다듬는 거나 스킨십이 줄어든 이야기 맞지?」

「…………네.」

「저기 말이야, 일단 확실하게 못 박아두는데, 나는 단 한 순간도 케이를 싫어한 적 없으니까 안심해도 돼.」

「그렇다면…… 왜 갑자기…?」

여전히 불안한 듯 그녀가 어깨를 움츠렸다. 더 이상 불안해하지 말라는 의미를 담아 케이의 하얀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이유를 말하면 엄청 혼나겠지만…… 일부러 안 쓰다듬은 거야.」

「………………」

허를 찔린 듯 케이는 사고가 정지한 표정으로 멍하니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내 커졌던 동공이 가라앉으며, 그 눈빛에 서려 있던 감정이 '불안'에서 '분노'로 실시간으로 변해가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그게, 요즘 내가 케이를 너무 자주 쓰다듬었잖아? 그런데 맨날 질색만 하고 반응이 뻔해서 좀 재미없었다고 해야 하나……」

금방이라도 울 것 같던 눈동자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벌레를 보듯 나를 멸시하는 절대영.도의 눈빛만이 남았다.

「…………네, 변명 계속해 보시죠.」

「………………그러니까 나의 못된 가학심이 요동쳤다고 해야 하나, 너의 다른 반응을 보고 싶어서 조금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고 해야 하나……」

「……………(빠직)」

「그냥 가벼운 텐션의 밀당 놀이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 미안해, 진짜 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일단 그 광선검…… 아니 루미너스 노바 충전은 멈춰주지 않을래, 부탁할게.」

당장이라도 샬레의 천장을 뚫어버릴 기세로, 그녀가 내 콧등 앞에 초근접 거리에서 루미너스 노바의 총구를 겨누었다.

바닥에 엎드려 도게자라도 하면서 싹싹 빌까 했지만, 지금 내 행동 하나하나가 역효과를 부를 것 같아 얌전히 손을 들었다.

「……방금 전까지 복도에서, 선생님을 제 손으로 끝내버리고 저도 이 기능 정지 버튼을 누를까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미, 미안…… 네가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라서……」

「…………확실히 총은 안 되겠네요. 당신이 진짜로 죽어버리니까요. 그러니 이번 한 번만 특별히 이걸로 퉁쳐드리겠습니다.」

루미너스 노바를 벽 한쪽에 세워둔 케이가 나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대체 무슨 형벌이 내려질까 눈을 질끈 감고 겁먹고 있던 찰나, 왼쪽 뺨에 날카로운 통증이 달렸다.

짝!!

아침 드라마 하이라이트 씬에서나 들릴 법한 경쾌한 타격음이 집무실에 울려 퍼졌다.

고개가 돌아간 뒤에야, 케이에게 풀스윙으로 뺨을 맞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 번 다시 저를 시험하지 마세요.」

케이는 여전히 나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 하지만 그 눈동자엔 다시 투명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정말로…… 무서웠단 말입니다. 두 번 다시 이런 장난 치지 마세요. 다음엔 진짜로 쏴버릴 겁니다.」

「……응. 정말 미안해.」

「진심으로 용서받고 싶다면, 지금 당장 뭘 해야 하는지 머리로 알고 계시겠죠?」

「물론이지. 그동안 밀린 이자까지 쳐서 듬뿍 보충해 줘야지. 이쪽 소파로 올래?」

내가 먼저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케이도 이어서 내 옆자리에 앉을 거라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그녀는 내 무릎 위에 안착했다.

「영차………… 음, 각도가 아주 좋네요.」

자연스럽게 백허그를 하는 형태가 되어, 나는 케이의 허리를 두 팔로 꼭 껴안았다.

「이걸로 용서가 될까?」

「그럴 리가 없잖아요. 한참 모자랍니다. 껴안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요.」

「머리도 쓰다듬고, 빈틈없이 딱 붙어서…… 제 뚫린 마음이 채워질 때까지 봉사하신다면 만족하겠습니다.」

「이거 오늘 날이 넘어가도 끝날지 모르겠는데……?」

「어림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오늘 선생님의 취침 시간은 대폭 늦어질 거라고 단단히 각오해두세요.」

왼팔로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끌어안고, 오른손으로는 은단발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내렸다.

케이는 내 팔뚝에 턱을 기대며 빠져나가지 못하게 나를 구속했다.

「선생님, 방금 손이 멈췄습니다. 더, 더 쓰다듬으세요.」

「알았어, 알았어. ……정말 미안해, 널 울릴 생각은 없었는데.」

「……저기, 예전에도 경고했었지만, 저희…… 아니, 저는 정말 선생님이 안 계시면 안 된단 말입니다.」

「선생님이 주시는 온기나 친절이 없으면…… 그 정도로 이미 제 시스템은 당신에게 치명적으로 의존하게 망가져 버렸습니다.」

「……그렇구나.」

「네, 그러니까 이 사태를 초래한 선생님이 져야 할 책임은 단 하나뿐이겠죠?」

「……책임지고 케이 쨩을 평생 내 응석받이로 만들어줄게.」

「누가 애 취급하라고 했습니까…… 뭐,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그럼 이제 케이 쨩이라고 부르는 건 그만할까?」

「아니요, 그 호칭은 그대로도 괜찮습니다. ……갑자기 그만두면 이번엔 진짜로 가만 안 둘 겁니다?」

품 안에서 고개를 살짝 치켜들고 나를 흘겨본다. 질투하는 아기 고양이 같아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아까의 매운맛 뺨이 떠올라 역시 조금 무섭다.

"당연히 계속 불러야지."라며 승낙의 의미로 케이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었다.

「……그리고 제가 못 받은 지난 세 번의 당번 몫 스킨십은 이자로 쳐서 보충해주시는 거 잊지 않으셨죠?」

「그걸 일일이 다 카운트하고 있었어? 은근히 계산적이네, 케이는.」

「……오른쪽 뺨도 마저 맞고 싶으신가요?」

"미안, 미안!" 하고 다급히 사과했다. 하지만 그녀도 더 이상 화가 나진 않은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내 팔을 감싸 안는 케이의 손아귀 힘이 기분 좋게 강해졌으니까.

「아, 참고로 내일모레부터 일주일 정도 샬레에 상주하면서 같은 사람한테 당번을 쭉 부탁해야 하는 집중 업무 기간인데……」

「제가 하겠습니다. 업무 내용은요?」

「음, 지난 몇 달간 밀린 총학생회 영수증을 분리수거하고 제출할 결산 서류를 정리하는 거야. 이게 꽤 막노동이라 중간에 사람이 바뀌면 서류가 다 꼬이거든.」

「정확한 데이터 분류와 정리는 제 전문 분야입니다. 제가 전담하죠. 그리고 내일모레가 아니라 당장 내일부터 다시 출근할 테니까 그리 아세요. 어차피 내일 당번 스케줄은 비어 있었죠?」

「어, 맞긴 한데, 내 스케줄 비어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선생님에 대한 데이터라면 샬레 단말기를 조금만 해킹…… 아니, 조사하면 뭐든 알 수 있으니까요.」

「……그거 좀 호러인데. 언젠가 내 일상 24시간을 케이한테 감시당할 것 같아.」

「그렇게 해드릴까요? 저는 기꺼이 24시간 밀착 감시를 해드릴 용의가 있습니다만?」

「숨 막힐 것 같으니 정중히 사양할게. 나중에 케이가 완전한 자기 몸을 갖게 돼서 제 몫을 다하게 되면, 그때 내 비서로 취직해서 관리해 주는 정도라면 환영이지만.」

「……그 약속, 제 메모리에 영구 보존했습니다. 절대 잊지 마세요.」

「물론, 기억해둘게.」

노골적으로 케이의 텐션이 올라간 것이 느껴졌다. 흥흥, 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내내 기분 좋은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있다.

조금 전까지 복도에서 서럽게 울던 가여운 소녀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모양이다.

「……선생님.」

「응? 왜 그래?」

케이는 내 양팔을 살짝 밀어내더니, 무릎에 앉은 채 몸을 돌려 나와 정면으로 마주 보는 자세로 고쳐 앉았다.

그리고는 방금 밀어냈던 내 양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사랑합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너무나도 곧고 투명한 그녀의 돌직구 고백을 듣자 순간 쑥스러워져 차마 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내 입가에는 주체할 수 없는 행복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고마워. 내일도,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네! ……그러니까 계속, 영원히 제 곁에 있어 주세요.」

―――――――――――――――――――

어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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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6.02.19번역

소설핫산) 케이에게 익숙해진 쓰다듬을 멈췄더니

#케이#소설
좋아요 0댓글 44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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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
Rs.χ작가
게시물 5개
난DC
난쟁이새매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6.02.19 22:34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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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4

나
ㅇDC
ㅇㅇ1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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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DC
난쟁이새매작성자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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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26.02.19

맛있는 소설 많이 자주 가져오세요

난DC
난쟁이새매작성자26.02.19
디시콘
ㅇDC
ㅇㅇ226.02.19

암컷, 확정

난DC
난쟁이새매작성자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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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326.02.19

아 달다 달아 진짜 내아내임

난DC
난쟁이새매작성자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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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4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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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DC
난쟁이새매작성자2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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