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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히나와 선생이 비밀로 사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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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기준 11,492자

원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289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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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사키 히나와 선생이, 주변에 비밀로 사귀는 이야기

선생과 만나기 전의 나는, 그저 게헨나 선도부의 선도부장일 뿐이였다.

주어진 일을 그저 담담하게, 묵묵히 해낼 뿐. 그 외에는 생각하는 것조차 귀찮았다.

하지만 선생과 만나고, 나는 변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총학생회로부터 파견된 초법적 기관 <S.C.H.A.L.E>의 유일한 직원으로서, 당연히 그 존재를 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비도스에서 처음 보았을 때, 생각보다 인간답다고 해야 할까, 맥이 빠졌다는 것이 솔직한 감상이었다.

다만, 학생들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동자가 무척이나 맑고 투명했다는 것.

그 시선이 나에게도 향해져 있었다는 것을,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선생님은 특이하다. 그건 확실하다.

나를 한 명의 학생으로서, 한 명의 여자아이로서 대해준 것에 처음에는 당황했다.

귀엽다는 말을 듣는 것이나, 함께 노는 것도, 무엇이 즐거운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나를 대할 때 모든 일에 전력을 다했다.

나를 과할 정도로 칭찬하고, 내가 지쳐 있을 때는 걱정하며, 나에게 받은 물건은 가보로 삼겠다고 말하기까지 하는 식이다.

어느 날, 나와 있는 게 그렇게 재미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선생님은,

"히나와 함께라면 뭐든 즐거워. 게다가 내가 즐거워하면 히나도 즐거워해 줄까 싶어서."

라고 말했다.

그때는 '역시 특이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말은 내 가슴에 쐐기처럼 박혔고, 신기하게도 은은한 온기를 남겨주었다.

되돌아보면 분명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사랑이 톱니바퀴 같은 것이라면, 분명 이때 돌아가기 시작했으리라.

선생님과 지내면서 조금씩 주변 일들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함께 쇼핑을 해본 것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던 수영 연습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나의 약속이나 선물에도 선생님은 온 마음을 다해 기뻐해 주었다.

그 반응에 간지러움을 느끼면서도, 확실한 온기에 휩쓸려가는 감각이 어느샌가 좋아져 있었다.

이 사람과 보낼 수 있는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고, 이 사람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에덴조약 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아 마음이 꺾인 적도 있었다.

그래도 선생님은 변하지 않았다.

나를 격려하고, 신경 써주고, 이제 더는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나를 선도부장으로서, 게헨나 최고의 전력으로서가 아니라 한 명의 학생으로서 마주해 주었다.

그 행동에 나는 구원받았고, 내 임무를 포기하지 않고 완수할 수 있었다.

이때 나는 확실히 느꼈다.

가슴 속이 시시각각 열기를 띠며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확신했다.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그렇게 조금은 솔직해진 나는 선생님과의 시간을 더 원하게 되었다.

적극적으로 당번을 자처하거나. 만들어 본 적도 없는 초콜릿을 열심히 만들어 보거나. 다시 놀러 가자고 약속을 잡거나.

때로는 게헨나 파티 때처럼 나름대로 선생님에게 대시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변함없이 나의 사소한 부분까지도 진지하게 마주해 주었다.

그게 정말 기뻐서 내가 즐거워 보이면 선생님은 한층 더 기쁜 듯이 화답해 준다.

그런 끝나지 않는 행복의 나선이 이어지는 감각이 정말 기분 좋았다.

더 이상 부장이라는 그저 무기질적인 칭호에 불과했던 나는 어디에도 없었고, 나는 사춘기 소녀다운 여고생이 되었다.

그저 선생님과 시간을 보내고 서로 웃을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그래서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다.

설마 나와 선생님이 연인이 될 줄이야.

계기는 정말 사소했다.

어느 날, 선생님과 몇 번째인가의 집 데이트 날, 그날은 나도 선생님도 며칠에 걸친 밤샘 직후였다.

평소처럼 시시콜콜한 이야기, 가벼운 식사, 간단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게임에 열중하는 선생님을 바라본다.

평소의 어른스러운 분위기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처럼 열중하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다.

나에게는 소소하지만 평온하고 행복한 시간.

이 사람과 지내면 아무렇지 않은 행동도 풍경도 모든 것이 찬란하고 애틋하게 느껴진다.

"아아, 역시 나, 선생님을 좋아하는구나."

"어?"

선생님과 지낼 때마다 마음속으로 실감하며 되새기던 대사.

하지만 이날은 위화감이 있었다.

곧바로 깨달았다. 고양감과 피로 탓에 그만 입 밖으로 내뱉어 버렸다는 것을.

당황해서 변명할 말을 생각하고 있자니

"나도 히나를 좋아해."

"어?"

"어, 어라? 나 지금 뭐라고 했지?"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다.

선생님은 머리를 긁적이며 원래는 '학생으로서 좋아한다'고 대답하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고백이 기쁜 나머지 피로와 겹쳐 본심이 튀어나왔다고 자백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생각지도 못했다.

이건 분명 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플 정도로 빠르게 뛰는 심장이 그것을 부정한다.

선생님이 계속 나를 신경 써준 것도 내가 좋았기 때문에.

그 사실을 머리로 받아들이기도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선생님에게 안겨 있었다. 기쁨과 부끄러움 때문인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런 나를 달래듯 선생님은 나를 마주 안아주었고, 진정될 때까지 등을 쓸어주었다.

"엉겁결에 말해버렸지만, 다시 정식으로 말할게. 소라사키 히나 씨. 저와 사귀어 주시겠습니까?"

"...네!"

나의 대답은 눈물과 콧물로 엉망이 된 미소라는, 전혀 폼 나지 않는 모습이 되었다.

나는 선생님이 좋고. 선생님도 내가 좋다.

이때만큼은 그 사실 이외에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까지 생각했다.

이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선생님과 맺어진 뒤의 나는, 나중에 들은 바로는 기묘했다고 한다.

그 고백을 몇 번이고 떠올리며 입꼬리가 풀렸다가, 그때마다 억지로 표정을 다잡기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했다.

부끄럽게도 선도부 활동 중에도 멈추지 않았던 모양이라, 아코가 걱정한 뒤로는 나름대로 자제했다.

그래도 나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행복의 절정이라고 해도 좋았다.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그때의 나는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떤 감정도 결국은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아니, 익숙해지다 못해 시들해진다고 해야 할까.

나는 선생님과의 엇갈림에 초조함과 짜증을 느끼게 되었다.

예상보다 선도부 활동을 일찍 끝내고 선생님을 식사에 초대했을 때도, 타 학교의 문제 해결을 위해 거절당한 적도 있었다.

반대로 선생님의 초대도 야근이나 불량배 잔당 소탕으로 내가 거절한 횟수가 한두 번이 아니다.

결국 그날 이후 선생님과 단둘이 보낸 시간은 1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일단 매일 모모톡으로 대화는 하고 있지만, 외로움은 커져만 갈 뿐이다.

선생님과의 교제는 서로의 입장도 있었기에 둘만의 비밀로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그 말의 울림에 설레기도 했지만, 결국 둘이서 만날 시간은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적어도 몇 명,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푸념이라도 하거나 시간 조절에 도움을 받았을 텐데.

하지만 이제 와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되기 전에는 그저 선생님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이렇게나 무겁고 고통스러운 것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기묘하게도 두 사람의 관계가 가까워지자마자 마음의 거리는 몹시 멀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선생님과 만나지 못하는 시간은 나에게 불안의 씨앗이 되어가고 있었다.

선생님은 이런 재미없는 나를 선택해서 정말 괜찮은 걸까 하고.

그날 추적하던 불량 학생은 발이 무척 빨랐고, 또 교활했다.

선도부원들의 추적을 몇 번이나 따돌리고 방해하고 속인 결과, 트리니티 자치구 외곽까지 도주를 허용하고 말았다.

소동이 되기 전에 포박할 수 있었던 게 다행이었다. 서둘러 게헨나 학원으로 돌아가려 할 때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선생님이다.

말을 걸까 생각했지만, 선생님 곁을 걷는 학생을 보고 나도 모르게 몸을 숨겼다.

두 사람은 내가 보기에 대각선 앞쪽에 있었고, 나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가로질러 떠나간다.

그 광경을 보고 나는 생각했다.

―― 어쩜 저렇게 잘 어울릴까 ――

트리니티 학생과 교류는 없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 에덴조약 체결 당시 중요 인물 중 한 명으로서 사전에 전해 들었다.

미소노 미카. 지금은 실각했다고 들었지만,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최고 권위, 티파티의 일원.

그 외모는 동성인 내가 봐도 나도 모르게 숨을 삼킬 정도였다.

유성처럼 화려한 머리카락, 산뜻하고 가련한 복장, 부분적으로 적당히 풍만하면서도 아름다운 몸매, 그리고 귀엽고 활기찬 표정.

나에게는 없는 반짝임이 선생님의 곁을 걷고 있다.

미소노 미카가 선생님의 팔에 매달리고, 선생님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아아, 저 아이도 선생님을 좋아하는구나.

그녀의 표정은 사랑에 빠진 소녀의 것임이 분명했다.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사랑에 빠진 공주와 기사처럼 보였다.

그저 눈부시고 화사한 두 사람이 내 눈앞을 지나쳐 간다.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었고, 나는 도망치듯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날 이후 나의 업무 태도는 귀기 서린 수준이었다고 한다.

불량 학생들을 차례차례 진압해 나가는 모습은 사자분신 그 자체라며 아코에게 극찬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 활약과는 대조적으로 내 마음속에는 여유라곤 눈곱만큼도 없었다.

일에 몰두하지 않으면 소리 내어 울어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떠오르는 것은 행복에 가득 찬 미소노 미카의 표정과 그 옆을 걷는 선생님의 모습.

그녀에게는 나에게 없는 여성스러운 매력이 넘쳐난다.

여성스러운 곡선미가 넘치는 육체도, 또래 여자아이답게 꾸민 옷차림도, 애교 넘치는 표정도.

빈약하고 투박한 나에게는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들만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녀도 선생님을 생각하고 있다. 선생님을 위해 헌신하려 하겠지.

실각했다고는 해도 파테르 분파의 인맥은 아직 남아있을 것이다.

선생님을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무력적으로 모든 면에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미소노 미카뿐만이 아니다.

분명 그녀 말고도 선생님을 사모하고 힘을 보태줄 학생은 아주 많다.

때로는 내가 상상도 못 할 힘을 지니고 행사할 수 있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나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선생님을 향한 마음은 둘째치고, 나에게 있는 건 업무 실무 능력과 전투 능력뿐.

그 외에는 장점은커녕 취미라고 할 만한 것도 없는 재미없는 여자다.

인맥에 관해서도 나에게는 선도부 정도밖에 없다.

오히려 학생회를 맡고 있는 만마전과는 험악한 사이인 이상, 인맥 면에서는 오히려 마이너스라고조차 할 수 있다.

나는 절망했다.

자신이 선생님에게 행한 것들이 얼마나 희박했는지를 그제야 이해했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선생님은 기뻐해 주었다. 나는 그것만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물론 나름대로 호의를 전한 적도 있었지만, 선생님은 그 이상의 애정을 돌려주었다.

결국 나는 선생님이 준 애정 이상의 행동은 단 하나도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다.

교제 경험은 없지만 이 관계가 무척 왜곡되어 있다는 것쯤은 알 수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나는 선생님에게 질려버리면 끝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저 자신의 대우에 안주하며 아무것도 해오지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일 따위 떠오를 리가 없다.

선생님은 이런 어쩔 도리 없는 나를 선택해서 좋았던 걸까.

더 어울리는 상대가 있지 않았을까.

싫어.

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싫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런 생각이 자꾸만 맴돌고 만다.

그래서 나는 쫓기듯 업무를 처리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임무에 몰입하는 것만이 이 절망을 털어낼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까. 이제 시간 감각도 흐릿해질 무렵 일이 마무리되었다.

닥치는 대로 불량 학생들을 제압한 결과, 그들은 완전히 위축되어 행실이 얌전해졌다고 한다.

오랜만에 해가 지기 전에 귀가할 수 있다는 것은 본래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우울할 뿐이었다.

퇴근 준비를 하던 도중 모모톡 알림이 울렸다. 선생님이었다.

[오랜만에 일찍 퇴근할 것 같아. 이따가 볼 수 있을까?]

모모톡 기록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최근에는 선생님의 알림에 답장한 기억이 없었는데, 나는 무의식적으로 답장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선생님은 지금도 매일 밤 메시지를 보내주고 있었지만, 최근 나의 응답은 무심하다 못해 차가운 것이었다.

답장하기 전에 그동안의 무례를 사과하기로 한다.

[선생님, 미안해. 일이 바빠서 대충 답장해 버린 것 같아]

[괜찮아. 나도 바쁠 때 연락해서 미안해]

오랜만에 입가가 풀렸다. 이 사람은 언제라도 변함없이 다정하게 응해주는 것이 기뻤다.

[아코한테서 일은 일단락됐다고 들었는데, 피곤하면 다음에 볼까?]

답변을 잠시 고민한다. 지금은 어떤 마음으로 만나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의 나는 내가 선생님의 여자친구가 아니라 선생님의 짐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분명 앞으로도 선생님의 시간을 헛되이 뺏기만 할 뿐이라면…….

[아니. 오랜만에 보고 싶어. 그쪽으로 가도 돼?]

[알았어! 밥 차려놓고 기다릴게!]

"…후훗"

이번에는 분명하게 미소가 새어 나왔다.

화면 너머로 작게 주먹을 쥐고 춤을 추고 있을 선생님이 보이는 듯했다.

결국 나는 선생님과 만나기로 했다.

거절해도 문제의 해결을 뒤로 미루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계속 고민할 바에야 차라리….

차라리 내가 먼저 이별을 고하자.

선생님에게는 나보다 더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

나는 그 사람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못했으니까.

"어서 와. 밥 다 됐어."

"응. 실례할게, 선생님."

앞치마 차림으로 마중 나와 주는 선생님, 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간지럽히는 식탁의 향기.

예전의 나라면 신혼 생활 같다며 가슴 설레했겠지만, 나는 꾸며낸 미소로 화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는 선생님이 해준 요리를 대접받았다. 화려하진 않지만 따뜻한 손맛이 담긴 요리를 먹은 건 오랜만이라 이것만으로도 피로가 싹 가신다.

식사 중에 두 사람의 최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고, 다 먹고 나면 나란히 서서 설거지를 한다.

그 뒤에는 TV로 영화를 봤다. 병에 걸려 바다를 본 적 없는 두 남자가 바다를 향해 가는 이야기였다.(역주: '노킹 온 헤븐스 도어'라는 독일 영화)

오랜만에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흘러간다.

행복하고 따뜻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쓸쓸하다.

이 영화가 끝나면 이야기를 꺼내자.

화면 속에서 남자들은 바다에 도착해 모래사장에 걸터앉는다.

한쪽 남자가 힘이 다해 쓰러졌다.

다른 쪽 남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곁에 있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과 다시 바다에 가기로 한 약속, 못 지켰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엔딩 크레딧이 흐르기 시작했다.

"선생님." "히나."

서로 얼굴을 마주 본다.

"…히나부터 말해."

"아니, 선생님부터 말해줘."

그런 문답이 조금 이어지다 결국 선생님이 져주었다. 이 대화에 조금 웃음이 터질 뻔했다.

"…히나. 무슨 일 있었어?"

"…어째서?"

"피로가 쌓인 것뿐인가 생각했는데, 왠지 깊이 고민하는 것 같아서."

"……"

자신의 실책을 부끄러워한다.

마지막만큼은 가능한 화기애애하게 보내고 싶었다.

결국 선생님에게 괜한 걱정만 끼치는 자신에게 구역질이 났다.

"…미안해 히나. 외롭게 만들었구나. 내가 좀 더――"

"아니야! 선생님은 잘못 없어!"

어째서 이 사람은 여기까지 나를 생각해주는 걸까.

나에게 그럴 가치는 없는데.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데.

그렇게 느끼자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커졌다.

"…선생님. 나랑――"

이제 됐어. 말해버리자.

나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 당신에게는 나 이상으로 당신에게 힘이 되어줄 아이들이 아주 많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려 했다. 그런데

"…히나?"

"어, 어라…? 나, 나…"

말이 나오지 않는다. 입보다 눈에서 감정이 넘쳐흘러 멈추지 않는다.

손으로 막고 또 막아도 선생님을 향한 마음이 멈춰주질 않는다.

아아 정말. 어디까지 바보 같은 걸까.

왜 하필 지금인 거야.

쌓여서 고여있던 불안이 터진 누관을 타고 쏟아져 내린다.

"나, 나는… 나랑…"

나와 있어서 행복해?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야?

지금도 나를 사랑해주고 있어?

하고 싶었던 대사는 하나도 나오지 않고, 나오는 건 지저분한 오열뿐.

싫어. 싫어. 싫어.

나에게라곤 강한 점밖에 없는데. 강함마저 벗겨져 버리면 선생님에게 미움받고 말 거야.

싫어. 부탁이야.

선생님, 미워하지 말아줘.

"…히나. 이리 와."

선생님은 그런 나를 가슴에 끌어당겨 강하게 안아준다.

등을 어루만지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에 대항해 울어대는 어린아이처럼 흐느끼는 자신이 한없이 밉게 느껴졌다.

선생님의 도움으로 진정한 나는 하나씩 그동안의 일을 털어놓았다.

고백을 받고 행복했던 때. 만나지 못해 외로웠던 것. 트리니티 자치구에서 본 것. 자신이 선생님에게 어울리는지에 대한 불안.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나는 결심을 굳히고 선생님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왜 나를 좋아하게 된 거야?"

나보다 귀여운 학생은 아주 많고, 전투력도 키보토스 최강인 건 아니야.

선생님을 치유해 줄 수도, 기분 좋은 말을 해줄 수도 없어.

전투나 실무 이외에 나는 도움이 되지 않아.

그런데 왜 선생님은 나를 선택한 거야?

계속 걸리던 의문의 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화내지 않고 들어줄래?"

"괜찮아. 어떤 말을 들어도 화내지 않을게."

"…실은 말이야. 잘 모르겠어."

"어?"

"히나는 정말 귀엽고, 노력파고, 책임감이 강하고, 귀엽고, 다정하고, 좋은 냄새가 나고, 아름답고 멋지고, 귀엽고, 그리고 그리고…"

"선, 선생님?"

"뭐, 이런 식으로 히나의 좋아하는 점은 100개는 여유롭게 말할 수 있고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지만 말이야.

어디가 좋은가가 아니라서, 왜 좋아하게 됐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

"…무슨 뜻이야?"

"별로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야. 좋아한다는 감정은 원래 충동적인 것이고, 이유는 대개 나중에 갖다 붙이는 법이니까."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확실히 선생님이 좋아. 다정하고, 의지가 되고, 가끔 보여주는 순수한 표정 같은 것들.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것을 이유로 좋아하게 되었다는 감각은 없다.

어느샌가 좋아하게 되었고, 나중에 되돌아보며 이유를 찾고 있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데 이유는 필요 없다는 뜻이야?"

"자주 듣는 말이지만 나는 다르다고 생각해. 좋아하게 된 이상 반드시 이유는 있을 테니까.

그 이유를 명확히 하는 것이 연인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나는 생각해."

"……"

"지금은 아직 몰라. 지금은 그저 히나라서 좋아하게 됐다고밖에 말할 수 없어. 미안해, 이런 애매한 대답이라서."

"아니야. 충분했어, 고마워."

거짓말이었다. 사실은 내가 아니면 안 되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이유를 원했다.

결국 나를 선택한 건 어쩌다 보니였다. 그런 최악의 해석을 해버리는 자신에게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천박한 불만을 들키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미소로 꾸며냈다.

하지만 선생님은 그런 나의 기색조차 읽어낸 모양이었다.

"…히나. 사실 그날 트리니티에 갔던 건 히나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서였어."

"어?"

"나도 히나를 만나지 못해서 외로웠거든. 적어도 나를 곁에 있다고 느껴줬으면 해서 선물을 주려고 했어.

단골 아니면 받아주지 않는 가게라 미카에게 중개를 부탁했었어."

"그랬구나…"

"지금 가져올게."

선생님이 방으로 들어갔다 이내 돌아온다.

손에는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펜 케이스 같은 것이 쥐어져 있었다.

"히나. 이것 좀 받아줄래?"

케이스의 잠금장치를 풀고 내 눈앞에서 상자를 연다.

상자 내용물은 만년필이었다.

만년필치고는 꽤 가느다란 편인 것 같다. 문구류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꽤 고급스러운 물건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고마워. 소중히 간직할게."

솔직히 말하면 실망감마저 느껴졌다.

마치 나에게는 일이 딱 어울린다고 선생님이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최악의 생각을 품는 나는 역시 선생님에게 어울리지 않아. 그렇게 생각했다.

"히나. 감사인사는 아직 일러. 정말 주고 싶은 건 이게 아니야."

"어?"

"나는 만년필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이건 주문제작품이라서 말이야. 그래서 주문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건데, 이 캡 끝부분."

"이건 캡 링이라고 해서 캡을 보호하기 위해 다는 거거든?"

그렇게 말하며 선생님은 만년필을 집어 들고 씌워져 있던 캡을 벗겼다.

캡 링은 캡 끝에 장착되어 있었고, 너트처럼 돌리면 캡에서 빠지게 되어 있었다.

선생님의 손에 빠진 캡 링이 황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히나. 손 좀 내밀어 줘."

말하는 대로 나는 손을 내민다.

오른손을, 손바닥을 위로 내밀어 그것을 받으려 했다.

"그쪽 손 말고."

"어……"

그쪽이 아니라는 선생님의 말에 가슴이 쿵쾅거렸다.

설마.

왼손을 내민다. 이번에는 손바닥을 아래로 하고 천천히.

내밀어진 왼손을 선생님은 애틋하게 자신의 왼손으로 감싸 쥐었다.

시야가 느리게 변해간다. 내 약지에 천천히 링이 빨려 들어간다.

링이 멈춘다.

나의 창백한 약지 두 번째 마디에 한 줄기 황금색 선이 장식되었다.

그 광경도 흐릿해진다. 또 눈물이 넘치고 있었다.

"다행이다. 딱 맞네. 자신은 있었지만 최근에 못 만나서 조금 불안했거든."

"선, 생니임……"

"…또 울려버려서 미안해."

"선, 생님… 왜 나한테… 이렇, 게까지…"

"…아아 그렇구나. 그랬던 거네."

"어…?"

"히나. 아까 그 질문, 지금이라면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히나와 함께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히나를 좋아하게 된 거야."

"헤…?"

"너는 어려움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결국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아이야. 그리고 상대를 배려하고 때로는 질책해 줄 용기도 가지고 있어."

"아, 아아…"

"그런 너와라면 앞으로도 걸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분명 너라면 내가 틀려도 바로잡아 줄 거야."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너는 책임을 포기하지 않고 나와 함께 마주해 주겠지."

"그런 네가 곁에 있어 준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 그래서 나는 너를 좋아하게 됐어."

"힉… 으윽, 아아아……"

숨을 쉬기 힘들다. 눈물과 콧물에 잠길 것 같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바보같이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이 사람의 올곧은 마음에 제대로 마주해야만 한다.

"선, 생님… 나도 선생님이… 흑… 좋아… 하지만… 나, 모르겠어……"

"히나…"

"나는… 선생님한테 받기만 하니까… 흑… 나는 선생님한테 아무것도 못 돌려줬어…"

"그렇지 않아. 나도 히나한테 충분히 받고 있어."

"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주는 것, 나를 생각하며 이렇게 울어주는 것, 나에게는 과분할 정도야."

"그런 건…"

"게다가 말이야, 히나. 잊은 거야? 히나는 분명한 나의 생명의 은인이라구?"

"그, 그건… 그게 내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내가 너에게 평생을 헌신할 이유로는 차고 넘쳐. 아직 다 갚지 못한 건 내 쪽이야."

"하지만… 흑… 그래도…"

받기만 한다느니 못 돌려줬다느니 하는 그런 손익 계산은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무섭다. 이것을 받아버리는 것이.

선생님을 나에게 평생 묶어두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히나. 이것을 건네는 이상은 그런 것들을 포함해서 책임을 질 생각이야."

"하지만 나와 히나는 아직 선생님과 학생이니까. 그래서 줄 수 있는 건 이게 한계야."

"어…?"

"그러니까 히나가 납득할 수 없다면 이건 그냥 문구류로 간직해 줘도 좋아. 아니면 나에게 돌려줘도 되고."

"히나에게도 중요한 선택이니까 히나의 결정을 나는 존중할게."

"하지만 잊지 마. 내가 히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걸."

"아, 아아… 으아아아……"

"오해하지 말아줘. 나는 너에게 준 것 이상을 너에게 돌려받고 싶지 않아."

"나와 같은 방향을 보고 곁을 걸어줬으면 좋겠어. 히나와 그렇게 될 수 있다면 그 이상의 바람은 없어."

"흑… 윽… 아, 아아……"

"히나가 납득하고 그때가 오면… 제대로 된 걸 둘이서 사러 가자. 그때까지는 이걸로"

"선, 생님…!"

"다시 한번 물을게, 히나. 내 마음, 받아주겠니?"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기쁨도 부끄러움도 느낄 여유가 없었다.

넘쳐흐르는 행복과 온기에 잠기지 않도록 선생님에게 매달리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날 이후 나의 업무 태도는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귀기 서린 수준이었다고 한다.

불량 학생들을 날렵하게 제압하고 선도부의 앞장서서 나가는 모습은 용왕매진에 어울린다며 아코가 떠들어댔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업무와는 다른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이번 주말에는 선생님과 무엇을 하며 보낼까.

그날 선생님은 본심을 말해주었다.

서로의 입장은 이해하고 있지만 역시 외롭다고.

나도 그에 화답했다. 같은 마음이라고. 선생님과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아주 많다고.

그래서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서로 제대로 시간을 내기로 정했다.

하루 온종일은 아직 힘들지만, 그래도 주말 마지막만큼은 해가 지기 전에 귀가하도록 마음먹었다.

그 후로 선생님과 여러 가지를 했다.

둘이서 쇼핑하러 가기도 하고, 바다에 가기도 하고, 집에서 선생님의 프라모델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업무는 여전히 힘들지만 꺾일 것 같을 때는 그 만년필을 손에 쥔다.

응, 이번에는 집에서 둘이서 요리를 해보고 싶어.

그렇게 생각한 나는 포스트잇에 슥 만년필을 놀려 하고 싶은 일 목록을 메모한다.

그리고 주말을 향해 업무를 광속으로 처리해 나간다.

대강 업무가 마무리되었을 때 나에게는 하나의 습관이 생겼다.

만년필의 캡 링을 빼서 왼손 약지에 끼워보는 것.

두 손을 맞잡고 눈을 감으며 선생님을 생각한다.

선생님. 나는 아직 모르겠어.

선생님은 그렇게 말해줬지만, 그래도 당신이 준 것은 나에게 너무 커.

자신의 곁을 걸어달라고는 하지만 분명 지금은 나란히 서도 나는 당신에게 뒤처지고 말 거야.

결국 우리는 아직 선생님과 학생이니까 그렇다고 생각해.

나는 아직 갓 부화한 어린 병아리니까.(역주: 조류의 새끼를 일본어로 '히나'라고 한다)

지금은 아직 사랑을 쪼아먹는 것만으로도 벅찬 아이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아직 선생님과 학생으로 좋아.

당신과 함께 보내는 청춘을 부디 구가하게 해줘.

하지만 말이야 선생님. 기억해?

나의 몇 안 되는 장점 중 하나는 머리가 좋다는 것.

당신이 내가 곁을 걷기를 바란다면 함께 걷고 싶어.

지금은 아직 발걸음이 위태롭지만 분명 괜찮아.

당신과 지내가는 시간이 걷는 법을 가르쳐줄 거야.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디뎌 가는 과정에서.

머지않아 당신의 손을 이끌고 당신을 가로채 갈 수 있을 정도로 날아올라 보이겠어.

그러니까 선생님. 그렇게 될 때까지 부디 기다려줘.

그렇게 기도를 마친 뒤 눈을 뜬다.

약지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황금이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 선에 살며시 입을 맞춘다.

"선생님, 정말 좋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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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6.08.23번역

소설핫산) 히나와 선생이 비밀로 사귀는 이야기

#소라사키 히나#선생#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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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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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C
debiri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6.08.23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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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나
ㅇDC
ㅇㅇ12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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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226.08.23
ㅇDC
ㅇㅇ3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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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4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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