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학생회·로비
2월 말.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익숙해진 총 학생회 건물 내 로비.
나는 그곳 한쪽 구석에 놓인 소파에 혼자 앉아 있었다.
그 소파 앞에는 테이블이 있고, 테이블 맞은편에는 마주 앉을 사람을 위한 소파가 마련되어 있다.
말하자면 이곳은 두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다.
내가 로비에서 휴식을 취할 때는 어김없이 그 한쪽에 앉는다. 장소도 위치도 정해져 있어, 습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1인용 자리도 있지만, 나는 항상 그곳에 앉아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다.
사치스러운 자리 사용법이라는 건 자각하고 있다. 1학년 때부터 해왔지만, 처음에는 선배들의 시선을 자주 느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런 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잡념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전락해 버린다.
게다가, 이제 유일한 선배인 3학년들도 졸업한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속이 후련하다.
하지만 내가 왜 이런 식으로 자리를 사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주위 사람들도 의아해하고 있을 것이다.
자리를 사치스럽게 사용하는 우월감?
당연히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아니다.
그 자리에 대한 영역 의식?
약간 아쉽긴 하지만, 이 자리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은 건가?
이게 가장 가까운 답일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약속은 하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맞을 것 같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내 쪽으로 발소리가 다가오는 게 들렸다.
친한 사람의 발소리는 걸음걸이의 버릇으로 어느 정도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다. 당연히 지금 다가오는 상대가 누군지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모르는 척하며, 읽고 있던 책에 시선을 계속 고정하고 있었다.
사실은 이 사람이 말을 걸어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만, 그걸 태도로 드러내기에는 내 자존심이 방해가 되고 있다.
『안녕, 카야. 지금 시간 좀 있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익숙한 동급생의 목소리, 그리고 누구보다 존경하는 사람의 목소리.
“네, 마침 심심하던 참이었어요. 총학생회장님.”
책에서 시선을 떼자, 내 시선은 한 소녀를 포착했다.
총 학생회의 새하얀 교복이 잘 어울리는, 길고 투명한 파란 머리를 한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소녀 같은 얼굴의 여성.
이 키보토스에서 그 어떤 학생보다도 위대하고, 그 어떤 학생보다도 그 지위에 걸맞은 인물.
우리 연방 학생회의 학생회장. 【×××】 총학생회장.
누구보다도 흠잡을 데 없는 초인.
“그렇다면 딱 좋네요. 마침 저도 한가해져서…… 오랜만에 카야와 체스나 한 판 할까 싶었거든요.”
“그건 영광이네요. 처음 했을 때부터 계속 졌으니까, 오늘은 꼭 이기게 해 주실 거죠?”
원래라면, 동급생이라고는 해도 하급생인 나로서는 말을 걸기조차 주저할 인물이었을 총학생회장.
이 사람과의 교제는 1학년 중순 무렵부터였다.
친구 관계가 드물었던 나는, 쉬는 시간마다 항상 이 자리에 앉아 책을 읽는 것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혼자라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이 불쌍히 여기는 건 싫었기 때문에, ‘내 영역에 접근하지 마라’라고라도 말하듯 2인용 자리를 혼자 계속 사용하며 주위를 견제하던 나날.
그런 나에게 말을 걸어온 것이 바로 총학생회장이었다.
나는 그 사실에 놀랐다. 왜냐하면 그 당시 나에게 총학생회장과는 학년 외에는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쪽은 1학년 때 키보토스의 정상에 오른 천재. 다른 한쪽은 방위실의 하급생인 나.
말 걸 생각조차 뻔뻔할 정도로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나는 이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 사실에 놀란 이유가 있다.
그것은 내가 이 사람을 미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원래 손재주가 좋아 뭐든지 잘했고, 머리도 좋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수했던 점도 있어, 나는 원래 다니던 학원에서 1학년 때 연방 학생회로 전학이 결정되었다.
그때의 나는 만능감에 차 있었다. 곧 여기서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총학생회장 자리까지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와 보니, 곧바로 내 생각은 산산조각 났다.
나 수준의 우수한 인재 따위는 이 총학생회에 차고 넘칠 정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에.
지는 걸 싫어하는 나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산산조각 난 자존심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나는 몰랐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은, 나와 같은 학년인데도 총학생회장이 된 학생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나는 총학생회장을 일방적으로 라이벌로 여겼던 것이다. 면식조차 없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참 빠르네요. 이렇게 체스를 두기 시작한 지 벌써 1년 반 가까이 지났다는 게.”
옛날 일을 떠올리며, 나는 말을 놓는다.
일방적으로 미워하던 상대와의 첫 만남에서 건넨 첫 마디가 체스 제안이었던 그 때를.
어디선가 정성스럽게 멋진 체스판을 가져와, 마치 놀기에 익숙한 절친에게 말을 거는 듯한 친근한 태도였던 그 얼굴을 지금도 기억한다.
『벌써 그렇게 지났군요…… 하지만, 그때 카야 양에게 말을 건 건 정말 잘한 일이었어요』
내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 회장은 체스판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대답하며, 대답에 맞춰 말을 놓는다.
그때, 체스를 하자고 권유받은 나는 놀라면서도 주저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위나 실무 면에서 뒤처진다고 평가받는 상대에게, 적어도 하찮은 게임이라도 이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패였다. 체스를 잘했던 탓도 있어서, 패배의 대가는 컸다.
분해서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 사람은 진 나를 보고 무척 기뻐하며 칭찬해 주었던 것이 기억난다.
처음에는 ‘정말 비꼬는 여자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표정은 패자를 향한 조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순수했다.
칭찬한 이유를 물어보니, ‘자신이 이렇게까지 고전했던 상대는 없었기 때문에 정말 즐거웠다’고 했다.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그것은 결국 승자가 내리는 윗사람의 아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아이처럼 천진난만한 그녀에게 칭찬받는 것이 무척 기뻤다.
계속해서 구름 위 존재라고만 생각했던 사람이, ‘보잘것없는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깎아내리던 나의 우수함을 열변을 토하며 칭찬해 주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내 마음속에서 회장님에 대한 증오가 사라져 있었던 것은, 지금도 묘한 기분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 후로 나와 회장님은 가끔 체스를 두는 사이가 되어 갔다.
물론 그녀는 무척 바빠서, 대국 중에 일이 생기거나 땡땡이 치다가 들켜서 끝까지 못 할 때도 종종 있었다.
그래도, 입장이나 지위를 따지지 않고 두는 체스는 내 학창 생활을 무척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분명, 친구라는 건 이런 것일 거라고,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때 왜 저에게 말을 걸었나요? 로비에서 쉬고 있는 학생들은 많이 있었잖아요?”
“게다가, 총학생회장이라면 얼굴이 익숙한 사람도 많았을 텐데요?”
나는 무심코, 예전부터 궁금했던 의문을 던졌다.
말과 동시에 말을 두는 판 위의 소리가, 드라마에서 상대를 추궁할 때의 연출처럼 된 것은 의도한 것이 아니다.
"음……… 그렇네요"
그런 내 말을 들은 탓인지, 아니면 대국판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회장은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수십 초의 침묵이 흘렀다. 대국판을 응시하며 깊이 생각하는 회장을 바라보는 나. 마치 그곳만 시간이 멈춘 듯했다.
그리고 문득, 대국판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회장의 시선이 내 눈과 마주쳤다.
"………처음에는, 말을 걸기 몇 달 전부터 신경이 쓰였어요. 고집 센 아이가 있구나, 하고요"
“고집이 세다……고요?”
회장이 내뱉은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어, 나는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다. 가끔 로비에 가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카야 양을 몇 번이나 보곤 했거든요"
"두 사람용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도, 항상 혼자 그곳을 사용하고 있어서, 분명 무슨 의도가 있는 건가 싶었죠"
“하하……….”
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했던 행동이 뻔히 들키고 있었다는 걸 알고, 저도 모르게 씁쓸한 웃음이 나왔다.
어차피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행동이, 설마 그 사람에게까지 알려져 있었다니.
『그래서 말을 걸어볼까 했어요. 하지만 한 번도 이야기해 본 적 없는 사람이었고, 호기심에서였죠!』
『무심코 한 행동으로 보아, 고집 센 아이는 분명 지기 싫어하는 성격일 테니, 게임을 제안하면 즐거워할 거라고 생각한 부분도 있었고요』
『……그리고, 왠지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 사람을 보는 눈이 있거든요?』
회장님이 하신 말씀은 무척이나 어린아이 같았다.
호기심이 왕성하고,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알 수 없는 것을 향해 곧장 달려가는 듯한, 직설적인 말.
하지만 그게 어디까지나 진심이라는 건 알고 있고, 이 사람에게서 나오는 말이라면 이런 평가가 가장 기쁘다.
무엇보다, 나만이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오히려 내 마음을 더 깊이 찔렀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어라? 제가 감사받을 만한 말을 했나요?』
마음이 움직인 나와는 달리, 회장은 태연자약한 모습으로 다시 바둑판에 시선을 돌리고, 말을 놓았다.
『잘 모르겠지만, 대국에 집중하는 게 좋을 거예요, 카야짱』
『대국을 할 때마다 실력이 점점 늘고 있지만, 졸업할 때까지는 승리를 양보하지 않을 거예요?』
장난스럽게 웃는 그녀는 나와의 시선을 잠시 마주쳤고, 바둑판 위에서는 본격적으로 회장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윽…… 처음에 말했잖아요, 오늘은 제가 이기겠다고.”
“2학년 마지막 대국, 이제부터는 저를 이길 수 없게 될 거예요.”
회상에 빠져들 뻔했던 정신을 현재로 되돌리고, 나는 체스판에 집중했다.
그 후로는 나와 회장 사이에 대화는 없었고, 말이 내는 소리 외에는 고요함만이 이어졌다.
어느새 그 고요함은 30분 정도나 이어지고 있었다.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던 다른 학생들도 사라지고, 로비는 말 그대로 나와 회장 단 둘만의 공간이 되어 있었다.
내가 그 시간과 주변의 변화를 눈치챈 것은, 체스판을 바라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체크메이트, 이번에도 방어 성공이네요, 카야짱"
회장님의 입에서 나온 말과 말은 내 패배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완전한 패배.
“하아……… 이번에는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긴장감으로 헐떡이던 숨이 가라앉은 반동으로 새어 나온 한숨과 함께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마음은 그다지 침체되지는 않았다.
이 사람과 벌이는 지략 대결은 치열하기는 하지만, 결국은 어느새 완패하고 만다.
기분 좋은 승패를 결정하는 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이지.
『네, 이번에는 저도 조마조마했답니다』
바둑판 위의 말을 잊은 듯 우리는 시선을 맞추고, 30분 동안 이어지지 않았던 대화로 넘어간다.
“겸손하지 마세요, 결과를 보면 완패잖아요.”
『아뇨 아뇨, 정말이에요? 카야 짱은 놀 때마다 점점 강해지고 있으니까요… 속으로는 조마조마하고 있답니다!』
겸손을 표하면서도, 대국을 둘 때마다 강해지고 있다는 점은 나도 자각하고 있었다.
존경하는 이 사람과 놀이로라도 이길 수 있다면, 떠맡겨진 업무 틈틈이 체스를 공부하는 것도 괴롭지 않다.
“……총학생회장님은, 점점 실력이 따라오는 상대와의 대국은 싫어하시나요?”
『설마요, 그런 상대와의 게임일수록 더 재미있지 않나요?』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회장에게 물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당연한 대답 그 자체였다.
평소라면 이쯤에서 회장이 바쁘다는 핑계로 서둘러 판과 말을 치우고 떠날 터였지만, 회장은 치우던 손을 멈추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잠시 굳어 있다가 입을 열었다.
『………헉!? 맞아요, 오늘 한 가지 더 할 일이 있었네요……!』
“할 일이라고요?”
예상치 못한 행동에 조금 당황하면서도, 눈으로 그녀를 계속 따라갔다.
회장은 바둑판을 치우는 작업을 재개하지 않고,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미소를 지으며 내게 건네준다.
『카야짱! 3학년 진급과 함께 방위실장 취임 축하해요!』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건네준 것은 3학년용 내 새 학생증이었다.
학생증에는 나이나 얼굴 사진 등 정해진 항목은 그대로 두고, 새로 추가된 ‘방위실장’이라는 직책 란에 기입되어 있었다.
“엥…… 설마 알고 계셨다니…… 게다가, 일부러 새 학생증을 가져다 주시다니”
인사 관련 통보는 반달 정도 전에 받았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방위실 내부의 인사였을 뿐, 회장님께서 직접 진급 전에 파악하고 계실 줄은 몰랐다.
게다가 매년 사무적으로 건네받던 학생증을 회장님께서 직접 선물처럼 건네주시다니, 나에게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껄끄러운 말 하지 마세요! 새로운 실장이 되는 사람에게는, 이렇게 가능한 한 직접 건네주려고 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카야짱이 성실하고 노력파라는 건 제가 알고 있었으니까요. 방위실장이 될 거라고 저는 믿고 있었어요!』
성실하다. 회장이 나를 평가한 그 말에 가슴이 조금 설레었다.
악의도 다른 의도도 전혀 없는 이 말은, 방금 전까지 체스 때문에 잊고 있던 불안을 무심코 다시 떠올리게 했다.
내가 소속된 방위실의 상층부에서는 부패가 만연해 있다.
방위실은 카이저 코퍼레이션이라는 기업과 오랫동안 유착 관계를 맺어왔으며, 키보토스의 치안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기업의 악행에 계속해서 눈을 감아왔다.
내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학년 중반, 방위실 내에서 어느 정도 직책을 맡게 된 직후였다.
대인관계가 좋고, 적지 않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선배에게서 들었다.
그 태도나 언행에서 죄책감이라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그것을 당연한 규칙인 양 이야기하는 그 선배를 보며, 나는 깊은 낙담과 절망을 느꼈던 것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더 혐오했던 것은, 그것을 바꿀 힘도 의지도 보이지 못한 채 방관하고 있는 현재의 나 자신이었다.
반항할 수도, ‘그건 틀렸다’며 거부감을 드러낼 수도 없었다.
눈앞에서 목격한 문제를 미루기만 한 채, 나는 그 부패한 기관의 수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렇기에, 그 사실을 모르는 회장님이 입에 올린 ‘성실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말은 마음에 무겁게 짓누른다.
“…………감사합니다. 총학생회장님.”
지금까지 이어져 있던 서로의 시선을 일방적으로 끊고, 고개를 숙인 채 나는 그 학생증을 받아들였다.
예전에 느꼈던 능력 차이로 인한 열등감보다 훨씬 더 숨 막히는 인간으로서의 열등감.
익숙해져서 2년 동안이나 자리를 지키던 로비의 영역이, 몹시 불편해서 견딜 수가 없다.
『카야 양?……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요?』
갑작스러운 나의 태도 변화에, 회장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재빨리 표정을 익숙한 듯 미소로 꾸며 시선을 다시 맞춘다.
“죄송해요, 두통이 좀 있어서…… 걱정 끼쳐 드렸네요.”
이 자리에서 털어놓았다면, 분명 회장님은 바로 움직여 주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회장님의 일을 늘리고, 방위실과 총학생회 사이에 불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 분께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다. 이 분께 마음의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비겁하게도 나는 이 분을 핑계로 입을 다물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혹시 고민이 있다면, 바로 말해 주세요?』
『카야 양은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지려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조금 걱정되네요』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상의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지만, 분명 이 이야기는 계속 가슴 속에 묻어둘 것이다.
『…………건강 관리는 확실히 해야 해요? 이제부터는 ‘장’ 자를 붙이는 사람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야 하니까요』
『신생 총학생회 모두가 손을 잡고, 무슨 일이 생기면 협력해서 어려움에 맞서야 해요!』
회장이 입 밖으로 내뱉은 말에, 불안으로 가득 찬 내 마음에 작은 빛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이 사람과 나란히 나아가고 싶다는 바람으로 방위실의 수장을 목표로 삼고 있었으니까.
회장의 수고를 끼치고 싶지 않다면, 방위실 내부의 부패에 맞서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 안에서 타오르던 야망보다 이 사람을 따르는 것을 우선으로 선택한 의미가 없어진다.
“윽…… 네!”
“내년에도 한마음으로 뭉쳐 졸업할 때까지 힘내 봅시다. ××× 총학생회장……!”
결의를 가슴에 품고 저절로 미소 지은 내 얼굴을 보고, 회장은 내 마음을 꿰뚫어 본 듯 미소를 되돌려 주었다.
하지만 나는 나중에야 그녀의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직함이 붙는 사람들끼리 사이좋게 지내고, 모두가 서로 손을 잡고 협력한다.”
그 안에, 그 사람 자신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총학생회장이 행방불명된 것은, 그로부터 3학년으로 올라간 직후의 봄이었다.
“………………”
그 후로 나는 집착하던 로비 휴게실 한 구석을 더 이상 이용하지 않게 되었다.
회장 실종 후, 방위실 학생 중 단 한 명만이 앉을 수 있는 권위의 상징이자, 앉기 편한 실장실 안의 의자가 나의 새로운 영역이 되어 있었다.
방으로 가져온 개인 소지품인 체스판과 말을 책상 위에 펼쳐 놓고, 나는 느긋하게 혼자서 흰 말과 검은 말을 번갈아 움직였다.
한 수를 두면 다음 수를 두는, 매뉴얼처럼 수십 번이나 반복한 그 움직임은 기계적이며 나 스스로도 망설임이 없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그날, 마지막으로 나와 회장이 대결했을 때의 판세를 재현하는 것이다.
대국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의 차이도 없이 되새기며, 어디서 다시 시작했더라면 이길 수 있었을까.
가장 중요한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이 사라진 뒤부터 오히려 짬짬이 하던 체스에 생각을 쏟는 시간이 늘어났다.
“………또 안 되네.”
이미 세지도 않을 만큼 많은 시도 끝에, 나는 또다시 패배했다.
그 사람이 유산으로 남겨둔 승리를 위한 과제를, 나는 아직도 풀지 못하고 있다.
갑자기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 그 사람의 발자취를 계속 쫓아도, 앞을 향해 도달할 수는 없었다.
“하아…………”
심장에서 우러나온 한숨과 함께, 나는 재현을 멈추고 체스판과 말을 치웠다.
그리고 흘끗 쌓여 있는 서류를 보며, 또 한숨이 나올 뻔한 것을 참아냈다.
‘초인’이라 불리던 회장이 사라진 지금. 연방 학생회는 말할 것도 없고 키보토스 전체가 혼란에 빠져 있다.
그에 따라 남겨진 우리는 늘어나는 업무를 처리하며, 연일 일에 쫓기고 있었다.
결국, 최고 자리에 오르면 해결하려고 했던 기업과의 유착 문제도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내가 꿈꾸던 방위실장으로서의 생활은, 모든 것이 뒤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왜 떠나버리신 건가요. 총학생회장님.”
중얼거리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홀로 있는 실장실에서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 문득 켜 놓았던 TV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 비친 것은 며칠 전 연방 학생회가 연 기자회견 모습을 보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 영상 속에는 2년 동안 회장이 서 있던 자리.
좌우에 우리 실장들이 서는 딱 정중앙, 그곳에 자리 잡은 연방 학생회 회장 대리가 된 나나카미 린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녀는 여느 때처럼 태연한 표정으로 기자회견 질의응답에 답하며, 당연하다는 듯이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아니야”
멍하니 TV를 바라보며, 내 입에서 진심이 새어 나왔다.
그건 틀렸다, 단연코, 이것이 키보토스의 올바른 모습이 아니라고.
“그 사람의 자리에, 체스에서 나에게 이기지 못하는 그 여자가 왜 서 있는 거지?”
“그 여자는 회장의 아첨꾼이었을 텐데, 항상 조금 뒤에서 따라다니기만 하는…… 아무런 능력도 없는.”
한 번 둑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더 이상 막을 수는 없다.
막고 있던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끼면서도, 멈출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분(초인)을 대신할 사람이 있을 리가 없어…… 적어도, 그 여자는 아니야……!”
“규칙이라서라고 해서 수석 행정관이 대행을 맡는 건 잘못된 거야…… 그분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한없이 작아져 있던 잿불 같은 불꽃이, 마음속에서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래, 그 사람이 없다면, 더 이상 억누를 의미도 없으니까.
“바로 내가, 초인의 자리를 대신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마음속의 모든 것을 입 밖으로 내뱉으며, 나는 탁자를 내리치듯 손을 짚고 일어섰다.
그렇게 마음먹었으니, 실수는 바로잡아야 한다. 체스에서 질 때마다 활로를 찾아 다음 승부까지 만전을 기해왔던 때처럼.
그렇게 마음먹었으니, 이대로 있을 수는 없다.
이런 시시한 일보다 우선시해야 할 일이 생겼으니까.
앞으로 쓸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확보해야만 한다.
그 사람이 남겨둔 키보토스를 지키는 방패 발키리, 갈고 닦은 무기 SRT.
……그리고.
나는 탁자를 내리친 여운이 남아 있는 손의 감각도 신경 쓰지 않은 채, 방에 비치된 전화기로 연락을 취한다.
몇 번 울리기도 전에 연결되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입을 열었다.
“항상 신세 지고 있습니다. 올해 방위실장으로 취임한 시라누이 카야라고 합니다.”
“인사 드리는 게 늦어 죄송합니다. 카이저 코퍼레이션 측.”
“조만간 직접 뵙고 친분을 쌓고 싶은데, 시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회장이 돌아왔을 때, 내가 그 사람의 거처에서 그 사람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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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이 작품에는
메인 스토리 연방 학생회 편 제1장 ‘아몬드 꽃이 피는 봄날에’의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을 읽고 뇌리 속에 생겨난 과거에 대한 망상이라는 로아.
지나칠 정도로 과장된 과거 조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카야가, 등장했다. 다시 한번.
너무 기뻐서, 체스를 잘하기도 하고 회장님에 대한 감정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서 말문이 막힐 지경입니다.
이번 이야기에서 카야는 회장님과 유일무이한 관계를 느끼고 있지만, 회장님은 달리, 현 실장이 될 모두와 뒤에서 각기 다른 교류의 형태로 친밀도를 높여가고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원제가 蚊帳の外で燃えあがった火인데 蚊帳가 진짜 모기는 아닌것같아서 그냥 훈독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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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에 끼지 못하고 소외당해서 속사정을 모른다는 관용구인데 이름 가지고 말장난 잘 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