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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하카리 아츠코: 매리지・프랭크・프린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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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라이브 링크

11813자

#아츠코

원문 pan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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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리지 프랭크 프린세스(Marriage Prank Prin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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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오늘 밤에 만날 수 있어?』

모모톡에서 아츠코로부터 연락이 온 것을 깨달은 것은 날이 거의 바뀌기 직전인 한밤중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샬레의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다보자 주위 건물에 불이 켜져 있는 창문은 드문드문하고 남색 밤하늘에는 보름달과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불을 켜지 않아도 도시의 불빛과 보름달의 불빛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유난히 밝은 밤이다.

『미안, 방금 봤어. 아츠코가 괜찮다면 지금이라도 만날래?』

건조한 눈을 비비며 아츠코에게 모모톡 답장을 보낸다. 어제부터 밤새워 일해서 그런지 몹시 졸음이 몰려온다.

책상 위에는 이제 막 처리를 마친 대량의 서류들이 생텀 타워처럼 쌓여 있다.

"후..."

푹신함이 별로 좋지 않은 사무의자에 깊이 주저앉아 천장을 쳐다본다.

피로감 때문인지 성취감 때문인지 한숨이 흘러나오고 만다.

바로 어제의 일이다.

직무보고서나 경리회계처리나 아무튼 여러 서류가 최근 3개월 사이에 쌓여있었기 때문에 슬슬 사무처리를 해야 한다고 총학생회의 린쨩, 나나가미 린이 서류더미를 안고 샬레까지 찾아왔다.

"선생님, 이 서류들은 모두 급히 해결해야 할 서류들입니다. 이 서류들이 처리되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세요."

싱글벙글, 눈만 웃으며 확실한 분노를 담아 책상 위에 퍽하고 많은 서류들을 놓아둔 어제 아침이 떠오른다.

그 때의 린은 정말 굉장했다. 분화 직전의 화산, 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잔뜩 화나 있었다.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내가 어떻게 될 지 모를 정도로 굉장히 화나 있었다.

같이 서류를 들고 온 아유무도 기분 탓인지, 아니, 확실하게 평소보다 떨고 있었다.

일단 변명을 하자면, 확실히 최근 3개월 간 서류 업무 제출을 안한 셈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코 선생님으로서의 직무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학생들의 고민과 문제, 상담을 도맡아 각처를 찾아가며 현지에서 함께 해결해 왔다.

어떨 때는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의 SOS를 받고 공부를 가르치러 가고,

어떨 때는 다른 학교 학생들 사이에 갑자기 싸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수습하러 가고,

어떨 때는 반려묘가 사라졌다고 학생이 울고불고 매달려서 동이 틀 때까지 찾아다녔다.

여러가지 일들에 스스로 관여하거나, 혹은 말려들거나.

아무튼 바쁜 나날들이지만 그녀들의 생활 속에서 내가 해결해야 할 일, 내가 필요한가? 라는 의구심이 드는 일까지도 함께 모여 해결하고 있었다.

그 내용을 총학생회에 간간이 구두로 보고했고 제대로 어디서 어떻게 움직였는지는 공유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열심히 했네요" 라며 일이 적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활동한 만큼 보고서가,

샬레에 없었던 만큼 샬레에서 처리해야 했던 서류가,

사무일이라는 것은 점점 쌓여간다.

이쪽은 이쪽대로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데, 정말 불합리한 이야기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귀찮은 서류 정리나 보고서 작성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미뤄둔 나 자신이 제일 나쁘다.

게다가 이 서류의 양도 아마 린 쪽에서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하룻밤을 새는 정도로 끝날리가 없다. 아마 며칠 밤은 더 새야했을 것이다.

잡설은 이만하고.

"후아암..."

기운빠지는 하품을 하며 의자 위에서 등을 펴고 가볍게 허리를 돌린다.

뚜둑뚜둑 뭉친 관절이 어긋나는 소리가 서류와의 격투를 말해주고 있었다.

일단 졸음을 깨려고 커피라도 끓일까 자리에서 일어나니 스마트폰이 알림음을 내며 떨렸다.

화면을 켜자 『알았어. 금방 갈게.』 라는 한 문장의, 아츠코다운 간결한 메세지가 와 있었다.

『아츠코 쪽에서 온다니 신기하네. 괜찮아? 지금부터 올 수 있는 장소에 있어?』

『응. 마침 지금 샬레 근처에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알았어. 그러면 샬레 뒷문을 열어놓을게. 거기로 들어와.』

『응, 고마워.』

그녀의 대답을 확인하고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놓는다.

끝났지만 보기만 해도 아찔한 서류의 생텀 타워를 곁눈질하며 이번에는 진짜 졸음을 깰 커피를 마시려고 탕비실로 향했다.

─ 똑, 똑, 똑.

아츠코에게 답장한 지 십여분 뒤, 나밖에 없는 사무실에 노크소리가 세 번 울린다.

딱히 그녀의 말을 의심했던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정말 바로 근처에 있었던 것 같다.

"선생님? 들어가도 괜찮아?"

"그럼, 어서 와 아츠코."

문을 열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아츠코가 들어온다.

하얀 원피스같은 부드러운, 곳곳의 리본 장식이 돋보이는 귀여운 후드.

라벤더처럼 옅은 보라색으로 짜여진 부드러운 땋은 머리는 어린아이의 모습에 약간의 기품을 더하고 있었다.

어깨에 메고 있는 흰 가방은 무언가 가져온 걸까, 지금까지는 본 적 없는 것이다.

마치 '꽃 같다', 또는 '공주 같다', 혹은 그 양쪽 전부 어울리는 그런 신비로운 분위기를 아츠코는 자아내고 있었다.

"좋은 밤, 선생님. 놀러왔어."

"응, 좋은 밤, 아츠코."

"후후, 인사는 중요. 그렇지?"

온화하게 아츠코가 미소짓는다.

'인사는 중요'

아리우스 스쿼드, 혹은 아리우스의 누군가에게 배웠는지는 모르지만 아츠코가 만날때마다 하는 습관같은 말이다.

"미안, 일이 바빠서. 이 시간까지 모모톡을 눈치채지 못했어."

"아니, 괜찮아. 나도 잠을 조금 못 잤거든."

개의치 말라는 듯 아츠코는 쓰고있는 후드를 벗으며 두리번거린다.

"다른 사무실들은 대부분 불이 켜져있는데 이 방은 어둡네. 이런 곳에서 일하다보면 눈이 나빠져."

"아하하... 안 좋다고는 생각하지만, 어두운 쪽이 왠지 집중할 수 있어서."

"후후, 왠지 알 것 같아. 어두운 게 안심이 되니까, 조금 비슷하네."

"게다가 오늘 밤은 달이 밝으니 불을 켜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다음부터는 불을 제대로 켜야 해."

"아, 네..."

검지를 세우고 조금 화난듯한 목소리를 내는 그녀에게 도망치듯 시선을 돌린다.

왠지 엄마에게 혼나는 아이같아서 머쓱해진다.

말할 수 없는 어색함을 느끼며 뒤통수의 머리를 휘저으며 얼버무린다.

"아무튼, 소파에 앉아있어. 지금 커피 가져올게."

"아, 응. 고마워."

툭, 가벼운 소리를 내며 아츠코가 푹신한 손님용 흰색 소파에 걸터앉아 와아, 하고 작게 소리내며 기분좋은 듯 등을 기댄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 소파는 꽤 안심된다.

가끔 저기서 잠을 자면 또 굉장히 잠이 잘 온다.

정말 자랑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늘은 무슨 일이야?"

손님용 컵받침을 들고 조용히 커피를 따른다.

조그맣게 쪼르륵 소리를 내며 주위에 고소한 향기가 풍기기 시작한다.

"응, 사실 선생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물어보고 싶은 거?"

"음... '네,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뭐?"

아츠코가 오른손을 번쩍 들며 연극하는 듯한 목소리를 낸다.

그 모습은 조금 진지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장난스럽다.

"... 으음?"

"부우, '선생님, 질문이요.'"

뺨을 부풀리더니 다시 한 번, 아츠코가 천장에 닿을 기세로 오른손을 든다.

당황해서 반응이 늦었지만, 아무래도 저번에 둘이서 만났을 때 학교에 몰래 들어가 했던 그 '학교놀이'의 재현을 하는 것일까.

그때는 아츠코의 질문이 "아이는 어떻게 생기는 거야?" 라는 질문인지 농담인지 모를 이쪽을 놀리는 발언을 해버려서 당혹스러웠기 때문에 그만두었지만.

"케흠... '무슨 일이죠? 아츠코 씨?'"

과장하며 기침을 하고 약간 잘난 척 소리낸다. 이미지는 전에 본 드라마나 소설이나 영화? 아무튼 뭔가에서는 본 스테레오 타입의 잘난척하는 교사다.

나 자신도 '선생님'이긴 하지만 지금은 신경쓰지 않는다.

그 모습이 이상했는지 아츠코는 손을 입에 대고 킥킥 웃었다.

"후후... '선생님은 결혼한다면 어떤 결혼식이 좋은가요?'"

"'음.' ... 응?"

결혼? 한다면? 어떤 결혼식?

상상했던 것보다 더 상상 이상의 질문이 날아와서, 무심코 맨정신으로 돌아와 얼빠진 소리를 내버린다.

"... 선생님은 '선생님'이니까, 제대로 답해줘."

"미, 미안... 조금 깜짝 놀라서... 무슨 일이야? 갑자기 그런 걸 물어보고?"

"응, 사실은 이거야."

고개를 끄덕인 아츠코는 가져온 흰 가방에서 약간 두툼한 A4 크기의 잡지를 꺼낸다.

잡지 표지에는 순백색 의상을 입은 요즘 모델로 활동하는 여자아이가 이쪽을 보며 활짝 웃고 있다.

평소 뉴스만 보는 나도 알 정도로 유명한 모델이다.

"아, '제리쿠시'구나." {역주: 원문은 ゼリクシィ, 일본의 결혼정보잡지 제쿠시(ゼクシィ)의 패러디지만 말장난인지는 모르겠음}

"어? 선생님도 아는거야?"

제리쿠시─

그것은 결혼을 꿈꾸는 여자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손에 쥐게 되는 이른바 결혼 분야의 성경이다.

결혼에 대한 지식 뿐만 아니라 서로의 부모님 집에 인사하러 갈 때 예절이나 예의.

키보토스의 다양한 지역의 결혼 풍습.

지금 화제인 결혼식장의 코스요리와 그 리뷰.

마지막에는 결혼 후 생활조언이나 결혼 후 주거에 대한 지식까지 다양한 정보가 한 권에 집약되어 있다.

'결혼백과사전'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혼을 생각한다면, 제리쿠시!' 라는 문구는 키보토스에서는 매우 유명한 캐치프레이즈다.

"응, 뭐, 나름. 광고나 편의점에서 볼 수 있으니까."

"아, 그렇구나."

"왜 그런 잡지를 가지고 있어? 어디서 산 거야?"

"히요리가 주워왔거든. 조금 재밌을 것 같아서. 오늘 가져왔... 빌려왔어."

"아아, 그래..."

아리우스 스쿼드의 멤버 츠치나가 히요리가 펑펑 울며 없어진 잡지를 찾아 허둥지둥 짐을 뒤엎어 찾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듣고보니 잡지는 군데군데 얼룩이 묻어있고 권호도 지난 달이다.

"저기, 선생님."

"응?"

"아까 질문 이어서, 선생님은 결혼같은 걸 생각해본 적 있어?"

"아... 글쎄...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으니 생각해본 적도 없었을 거야."

"그렇구나. 그러면 나랑 똑같네."

"아츠코도?"

"응. 뭐랄까, 이렇게 살아있을 수 있다고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

눈을 내리깔며 아츠코가 그리운 일을 추억하듯 말한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래라면 베아트리체의 계획에서 목숨을 잃을 '예정'이었다.

ㅁ

지금에야 이렇게 이후의 미래를 생각할 시간도 생겼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딘가에서 분명 포기하고 미래를 의식적으로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카리 아츠코라는 소녀는 그런 여자아이니까.

길가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피어있는 꽃들을 모아서 어떻게든 살리고 싶어하는 소녀니까.

아리우스 스쿼드 모두를 사랑하는 소녀니까.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봐 스스로 제물을 자청하고 나선다. 그런 착한 여자아이니까.

"그래서 이 잡지를 보고 생각해 봤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띄엄띄엄 아츠코가 말을 잇는다.

"읽다보니까 여러가지가 써있었어. 양장이라던가, 기모노라던가, 나는 본 적도 없지만 사진으로 봤을 때 둘 다 너무 예뻤어."

"아아..."

"그런데 스쿼드의 모두들도 별로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아. 그래서 선생님에게 물어보려고."

"그렇구나..."

요컨대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것이다.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미래에 대해서.

자신이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곰곰이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긴, 스쿼드의 아이들도 이런 얘기는 잘 모를 것 같다.

"나는... 그렇지, 기모노가 좋을까? 뭐랄까, 츠노카쿠시를 머리에 쓰고 있는 신부는 굉장히 신비롭지 않아?"

"응, 알 것 같아."

"하지만... 역시 양장도 굉장히 멋있네... 그 웨딩드레스를 걸치고 있는 모습이라던지, 무심코 넋을 잃을만큼 예쁘니까."

"후후후, 둘 다 좋아하는구나."

"그러면 아츠코는 어때? 어느 쪽을 입고싶어?"

"어?"

"그러니까, 이런 건 여자들의 희망이 더 강하고 그러거든? 예를 들어 '식장 장소는 어떻게 하고싶어.' 라던가 '요리는 어떤 요리가 좋아.' 라던가."

"그렇구나... 그런가..."

입가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생각한다.

으음, 하고 귀여운 고민하는 소리를 내다가 이윽고 명안이 생각났는지 앗, 하고 소리친다.

"나는... 후훗, 선생님이 보고 싶은 쪽으로 맞출게."

"나? 아하하하, 아츠코의 결혼식인데? 내 의사대로 결정해도 돼?"

"응. 왜냐하면 선생님은 제일의 특등석에서 봐줬으면 좋겠어."

"그렇구나... 아하하, 그거 정말 기쁘네."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츠코는 소리없이 커피를 홀짝거린다.

아무래도 그녀의 결혼식이 열린다면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분명 그 자리에는 아리우스 스쿼드의 멤버들도 있을까.

그녀가 어른이 된 모습을 상상하며 눈을 감고 팔짱을 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키도 크고 생김새도 어른스러워져, 분명 훨씬 멋진 여성이 되어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아츠코는 웨딩드레스 쪽이 어울릴 것 같네. 나도 아츠코의 웨딩드레스를 보면 나도 모르게 울어버릴지도."

"후후, 알겠어. 양장이구나."

"아, 근데 아츠코가 막상 나중에 결혼하게 되어서 역시 기모노가 좋다거나 하면 바꿔? 나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까."

"으음... 알겠어. 그러면 그 때는 상의할게."

"...?"

다시 큭큭대며 아츠코가 놀리듯 웃는다.

조금 위화감을 느꼈지만 아츠코는 다시 잡지를 펼쳐들고 오른손을 든다.

"'그러면 다음 질문입니다 선생님.'"

"어라, 계속하는거야? 그거?"

"으음... 확실히. 더 이상 계속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시원하게 '학교놀이'를 내던지고 아츠코가 잡지를 펼친다.

내가 말했지만, 연연하지 않는구나, 라고 무심코 태클을 걸 뻔 했다.

"그러면 다음은... 이쯤에... '신혼여행 가고싶은 장소 랭킹' 이라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아, 여기다."

가까이 와달라는 손짓을 받고 아츠코의 옆에 앉는다. 달콤한 꽃향기와 약간의 화약 냄새가 났다.

조금 떨어져서 앉았지만, 아츠코가 더 가까이 앉으라며 거리를 좁혔다.

잡지를 보기 위해서라면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왠지 거리가 가까운 것 같다.

"그러고보니 선생님. 결혼할 뿐인데 여행이 필요한거야?"

"뭐, 결혼식 전후에는 대부분 정신이 없으니까. 준비도 하고 여러사람을 초대도 하고 감사도 하고. 결혼하면 진정하고 어디 느긋한 곳에 가서 아아 이 사람과 가족이 되었구나, 라는 것을 실감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그런걸까."

"아마 그렇다고 생각해."

나도 결혼한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사족을 보태고 펼쳐진 페이지로 눈을 돌린다.

푸른 바다와 하얀 해변. 신부와 신랑이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남기며 걷는 사진이 잡지의 전면에 장식되어있다.

신혼여행에 요구되는 정석적인 리조트 상이다. 솔직히 그렇게 생각된다.

"신혼여행이라... 정석대로라면 어딘가 휴양지라던가, 유명한 관광지라던가 있지만... 온천같은 곳도 탄탄한 지지층이 있지."

"온천... 좋아보이네. 가본 적은 없지만, 뜨거운 물을 말하는 거지?"

"맞아. 아츠코는 목욕을 좋아했지?"

"응. 옛날에는 다같이 샤워하곤 했어. 시간도 정해져 있고 온수도 그렇게 뜨겁지는 않았지만 신기하게 즐거웠다는 건 기억나."

"... 그렇구나."

눈을 감고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아츠코는 말한다.

"그러면 목욕을 좋아하는 아츠코의 신혼여행 장소는 온천마을이 좋을까?"

"온천마을?"

"온천을 중심으로 한 관광지야. 여관이라는 일본식 호텔에 묵고 근처의 여러 온천을 탐방하거나 온천 증기로 찐 온천 만두를 먹거나. 그때는 아츠코도 어른이 되어있을테니 술도 마실 수 있지 않을까?"

"그렇구나... 그거 정말 재밌을 것 같아."

소중한 사람과 함께 여행하는 모습을 떠올린걸까.

아츠코의 얼굴이 화악 밝아진다.

"분명히. 절대로 즐거울 거야. 넓은 온천에서 느긋하게 지내고 맛있는 밥을 먹고. 그동안의 추억 같은 것도 얘기하고."

"후후, 그 때 결혼한 사람과 함께 말이지."

"아하하하, 그렇... 지..."

웃으며 대답하려는데 문득 아츠코의 예쁘고 붉은 눈동자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늑대가 사냥감을 노리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알아봐 달라고 고혹적으로 유혹하는 것처럼.

그래도 어딘가 이쪽의 반응을 즐기려는 눈빛이 아른거리고 있다.

"... 아하, 그렇구나, 그런거야..."

"...?"

나지막한 중얼거림과 함께 마치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라는 느낌으로 아츠코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모습은 순수한 아이같지만 내 눈은 더이상 속지 않는다.

아까부터 느껴지는 위화감.

상투적인 언동.

이쪽의 반응을 즐기는 눈빛.

점점 왠지 모르게 느껴진다.

아츠코는 이전의 '학교놀이' 때처럼 나를 놀리려고 하는 것이다.

"아, 선생님. 여기도 재밌을 거 같은 페이지가 있어. '결혼한 부부에게 물었다, 아이는 몇 명 갖고 싶을까?' 라는 기사인데."

페이지를 팔랑팔랑 넘기며 아츠코는 내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듯 잡는다.

가늘고 부드러운 그녀의 손가락이 내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파고든다.

이것은 이제 확신범이다.

이 아이는 이중 삼중으로 신체 접촉을 늘려 일부러 여기에 의식을 집중시키려고 한다.

"후훗, 그렇게 놀라지 마. 지금 깜짝 놀랐지?"

"어? 그, 그런가?"

"응. 어깨를 움찔해서 평소의 선생님답지 않아."

"그, 그렇구나... 왠지 부끄럽네... 아하하..."

동요를 숨기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얼굴이 뜨거워진다.

이쪽의 반응을 즐기듯 아츠코가 킥킥 즐거운듯 웃는다.

그런가, 그런건가.

그렇다면 이쪽에도 생각이 있다. 언제까지나 내가 당하는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다.

한번 이 아이를 놀래켜 부끄러워하는 얼굴을 보고싶다. 깜짝 놀래켜주고 싶다, 아니, 놀래켜야 한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둘이서 얘기할 때 아츠코의 놀란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항상 이쪽의 페이스가 흐트러져 굳어지거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킥킥 웃고 있다.

가끔은 괜찮지 않을까.

아츠코의 수줍은 얼굴이나 당황한 얼굴을 보고싶다고 생각한다.

아츠코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싶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아츠코에게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다행히 그녀는 이 생각까지는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목표는 그 때의 '학교놀이'의 리벤지.

그 날의 조의전을 마음 속으로 맹세하고 타이밍을 찾는다.

"아이의 수라, 나는-"

"저기 아츠코, 들어줬으면 좋겠어."

"앗... 갑자기 왜 그래 선생님?"

깍지 낀 손가락을 풀고 다시 한 번 아츠코의 손을 꼬옥 움켜쥐고 끌어당긴다.

손바닥 안에 들어갈 정도로 그녀의 손은 작았다.

아츠코는 드물게 눈을 부릅뜨고 당황하는 목소리를 낸다.

당연하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그녀의 손을 잡는 행동을 한 적은 없으니까.

"조금 진지하게 들어줬으면 좋겠어. 아츠코에 미래에 대해서."

"... 선생님?"

이상하다는 눈으로 아츠코가 이쪽을 바라본다.

조금 성급한 감도 없지않지만 이런 것은 기세가 중요하다. 한 번 침을 삼키고 호흡을 가다듬는다.

뺨을 물들인 아츠코의 모습을, 당황한 모습의 아츠코를 보려면 그녀가 이쪽의 의도를 깨닫게 해서는 안된다.

"오늘 밤 아츠코와 이야기한 것,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어."

그녀가 이쪽을 결혼으로 의식시키고 있다면, 이쪽 또한 결혼으로 의식시키는 것이 순리다. 아츠코가 걸어온 계책을 역수로 취해 반대로 공격한다.

"그러니까 부디 나에게 아츠코의 미래를 함께 짊어지게 해 줬으면 좋겠어."

"..."

이쪽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는 아츠코에 몸이 뜨거워진다. 얼굴이 귀까지 붉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솔직히, 나도 부끄럽다. 이건 사실상 프로포즈와 다름이 없다.

그렇지만 상대는 아츠코다.

늘 둥실둥실 종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말솜씨로 이쪽의 마음을 현혹시키는 화술을 갖고 허둥대는 모습을 보고 놀리는 그 아츠코다.

그렇다면 이 정도는 하지 않으면, 내 안의 수치심이나 여러가지를 희생하지 않으면 맞설 수 조차 없다.

"꽃 키우는 법을 함께 배운 것처럼, 앞으로의 삶을 함께 배우고 생각해보자."

"힘든 일도 괴로운 일도, 여러가지 있을거야. 인생이란 잘 안되는 일도 많은 것이니까."

아츠코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이것은 진심으로 한 말이다.

그녀가 살아가는 길에 또다시 먹구름이 다시 끼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몇 번이고 도움을 주고, 몇 번이고 구할 것이다.

"내가 아츠코를 행복하게 해줄게."

그녀를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니까.

틀림없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아츠코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조금 어깨가 떨리고 거친 호흡소리가 가끔 들릴 뿐.

어쩌면 화나게 하거나 당황하게 하거나, 아니면 겁을 줬을지도 모른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다. 느닷없이 '당신의 인생을 짊어지게 해줬으면 좋겠다' 는 말은 간단히 꺼낼 얘기가 아니다.

"뭐, 뭐라고 말 좀-"

아무말도 하지않는 그녀에게 불안해져서 모른척하고 말을 건다.

"-에잇."

어깨에 손을 얹고 아츠코가 소리를 내며, 천지가 뒤집힌다. 부드러운 소파가 퍽 소리를 내며 뒤통수가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천장과 아츠코가 일직선으로 보이고 있다. 즉, 지금의 나는 아츠코에게 깔려있다.

"왜, 왜 그래...? 아츠코...?"

"... 후훗."

몸을 일으키려다가 가슴에 손이 얹어진다. 가볍게 놓인 것처럼 보이지만 힘을 줘도 돌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잠, 잠깐만?! 아츠코?!"

"후후후, 후후후후후."

고개숙여 웃는 그녀가 몹시 섬뜩해서, 황급히 말을 건넨다.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오직 일정한 억양의 웃음소리만이 방안에서 메아리친다.

"후후후후... 선생님?"

"어, 왜? 왜 그래? 아츠코?"

"나, 장난이었는데?"

툭, 독백하듯 말한다. 작아서 이쪽에 들릴까 말까 한 성량으로.

그래도 그 방울이 울리는 듯한 목소리는 스르륵 귀로 전해졌다.

"농담으로, 장난으로 말했어. 하지만 선생님이 말해준 것이 기뻐서 왠지 사랑스러워 졌어."

조금 헛도는 기색은 있었지만, 그렇지? 라며 아츠코가 웃는다.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손에 넣은 것처럼 어딘가 즐겁고 소중하다는 느낌으로 들리는 웃음소리였다.

"아, 아츠코..."

"후후, 난처한 얼굴도 사랑스럽네."

그리고 가슴팍을 아츠코가 손가락으로 쓰다듬는다. 간지럽고 등골이 오싹하다.

이것은 위험. 꽤 위험하다.

'폭주하는 아츠코를 어떻게든 진정시키지 않으면, 앞으로 더욱 힘들어진다' 고 뇌내에서 직감이 강하게 경고를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

내가 선생님, 그녀가 학생인 관계로 있을 수 있을까.

그런 아슬아슬한 고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츠코, 그 뭐라고 해야할까... 정말 미안하지만... 이쪽도 농담할 생각이었어..."

숨이 턱 막히지만 호흡을 어떻게든 가다듬으며 쉰 목소리를 낸다.

필사적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잘 알 수 있었다.

"흐음, 그래?"

"으, 응! 그러니까... 마가 씌었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선생님?"

"네, 네."

"후후... '선생님, 질문입니다.'"

귓가에 아츠코의 얼굴이 다가온다. 숨이 느껴질 정도의 거리에서 소곤소곤.

"'아까 한 말의 어디가 농담인가요?'"

"어, 그게..."

"아까 한 말에, 거짓말 같은 건 섞이지 않았지?"

돌이켜보면 확실히 그렇다.

아츠코를 생각해서 한 말에 거짓은 없다.

그저 조금 놀려주려고, 장난을 돌려주려고, 아츠코의 수줍은 얼굴을 보고 싶어서 한 말일 뿐이었다.

"후후후... 사랑스러운 선생님. 눈을 보면 알 수 있어."

귓가에서 얼굴을 떼고 내 뺨에 손을 얹은 뒤 아츠코가 즐거운 듯 웃는다.

지금까지처럼 웃음에 장난기가 포함되어있지 않다. 자애로 가득찬 웃음이었다.

"우리와 다르게 몸이 정말 약해서 삿쨩에게 배만 맞아도 움직일 수 없게 되는데 그래도 우리를 도와준 나의 프린스, 왕자님."

"나한테 놀림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조금 억울하고 화나서 보복하려고."

"하지만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그만 나를 생각하는 진심을 말한, 나를 사랑하는 사랑스러운 선생님."

어쩌면 나는 이 아이에게 터무니없는 말을 해버렸을지도 모른다.

몰아붙이듯 말을 늘어놓는 아츠코를 보며 손바닥에 땀이 맺히는 것을 느낀다.

"그러니까, 응? 나도 본심대로 해버릴까봐. 참지 않아도 되는걸까."

"... 본심대로...?"

"응, 오늘 얘기한대로, 그렇지?"

가슴을 쓰다듬던 아츠코의 손가락이 내 입술을 어루만진다.

유무를 대답하지 않도록, 사랑스러움을 확인하려는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결혼식은 양장으로 할거야. 작은 예배당에서, 버진 로드를 둘이 같이 걷고 웨딩드레스 베일을 선생님이 넘겨주면 그 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게. 아, 그나저나 찾아보니까 신부의 손등에 맹세의 키스를 하는 곳도 있는 것 같아. 후후, 공주님과 왕자님 같아서 멋지네, 그렇지?"

"신혼여행은 온천마을로 가자? 같이 목욕하고 푹 쉬고. 후후후, 목욕을 마치고 나면 이불 속에서 그 동안의 추억을 같이 얘기하며 꼭 껴안는거야. 따뜻하고 기분좋고, 행복한 느낌일거야."

"아이는 선생님의 희망은 듣지 못했지만, 나는 셋이 좋을 것 같아. 여자아이랑 남자아이 둘 다 갖고 싶거든. 물론 선생님이 원한다면 나도 더 노력할게? 가족이 많으면 시끌벅적하고 힘들어도 분명 즐거울거야."

천천히 눈을 가늘게 뜬다.

마치 어린 시절의 꿈을 얘기하듯.

마치 공주가 가볍게 노래를 부르듯.

마치 한 송이 꽃이 피는 것을 기뻐하듯, 아츠코는 말한다.

그것은 도저히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지고 달콤한 독처럼 서서히 마음에 스며든다.

"후후, 말을 너무 많이 해서 피곤하네. 선생님. 머리를 쓰다듬어줄래?"

휴우, 한숨을 쉬며 아츠코가 내 가슴을 짓누르듯 안겨온다.

자칫하면 부러질 것처럼 가늘지만 부드러운 여자아이의 몸이었다.

"..."

"으응... 후후, 기분 좋아..."

시키는 대로 아츠코의 예쁜 모양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이제는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비단결처럼 보드라운 촉감의 머리카락이 간지러운 감각과 함께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간다.

"저기, 선생님. 내가 어른이 되어도 같이 있어줄거야?"

"... 그 때, 내가 아직도 독신이라면 말이지."

당연하지, 나도 좋아. 라고,

무심코 말해버릴 것 같은 입을 어떻게든 억누르고 도망칠 구석을 만든다.

그것이 지금 선생님으로서, 그리고 어른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마지막 저항이었다.

"... 윽. 뭐 지금은 그걸로 됐어."

조금 침묵한 뒤, 아츠코는 내 목덜미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

츄, 하고 가볍게 달라붙는 소리에 찌릿, 바늘이 꽂힌 것처럼 목덜미가 아프다.

나도 모르게 몸이 뻣뻣해진다. 그 반응조차도 그녀는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나를 껴안는 힘을 강하게 하며, 그리고 몇 번이고 다시 목덜미에 달라붙는다.

"아, 아츠코...?"

"... 음, 자국, 남기고 있어."

주눅들지 않고, 그것이 그녀의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아츠코는 대답한다.

이윽고 만족했는지 털고르기를 하는 것처럼, 목덜미에 스윽 혀를 대고 쪽쪽 물소리를 낸다.

일부로 사탕을 핥는 것처럼, 보여주듯, 들려주듯.

"... 지금은 그걸로 예약하는 걸로, 참을게."

"예, 예약이라니..."

"진심, 이야."

그녀의 진지함 가득한 목소리에 조금 움찔하고 만다.

"... 키스마크는 2, 3일 뒤면 사라지는데?"

"응. 하지만 내가 흔적을 남긴 사실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그렇지?"

"... 그건 그래."

"후후후... 선생님, 두근두근해."

심장 소리를 듣는 것처럼, 가슴에 뺨을 비비고 머리를 가슴에 기댄다.

고양이처럼 응석부리는 소리를 내며, 기분 좋은 듯 아츠코가 눈을 감았다.

"... 하암..."

그러는 사이 문득 졸음이 와서 하품하고 만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벌써 아침이 가깝다.

"아, 선생님, 졸려?"

"... 뭐, 조금."

"후후... 그냥 잠들어버릴까?"

"..."

아츠코에게 안겨있는 온기와 부드럽고 잠들기 쉬운 소파.

일 때문에 밤을 새운 피로와 그에 따른 수면 부족.

여러가지가 겹쳐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선생님."

졸음 속에서 아츠코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래, 라고 대답할 수 있었는지 없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기다릴게. 내가 어른이 되면, 꼭 다시 말해줘."

다만, 아츠코의 목소리가 들렸다.

실이 끊어지듯 내 의식은 거기서 끊겼다.

"와우, 꽤 확실하게 남아있네..."

일어나자마자 탕비실의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아츠코의 멍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고 멍하니 중얼거린다.

눈부신 빛이 눈꺼풀을 찌르고 눈을 떴을 무렵에는 아츠코의 모습은 사무실에 없었다.

아무래도 그 뒤 잠들어버린 나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그대로 떠난 것 같다.

여러 부분에 걸쳐 검붉은 색으로 변색된 목덜미의 피부를 만지면 따끔따끔한 통증이 몰려와서 목덜미에 흔적이 남았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녀에게 밀려 넘어져서, 가슴에 손을 얹고, 아츠코의 얼굴이 목덜미에 가까워지고, 따끔한 통증이 온다.

마음이 요동치고, 부들부들 몸이 크게 떨린다.

아츠코가 얘기했던, 그녀의 '본심대로 하겠다' 는 내용은 너무 매력적이고 저항할 수 없어서...

갑자기 바지에 넣은 스마트폰의 진동이 웅웅 울렸다.

『선생님, 잠깐 괜찮아?』

메시지의 발신인은 아츠코의 아리우스 스쿼드 멤버 이마시노 미사키로부터였다.

『물론! 무슨 일이야?』

『아침부터 공주의 모습이 조금 이상한데, 선생님은 무슨 일인지 알아?』

일순간, 심장이 쿵쿵 뛴다.

어젯밤의 일을 아츠코는 모두에게 이야기했을까.

아니,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일단 나와 아츠코는 만나면 안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아츠코 왈, "만나는 걸 들키면 혼나니까, 비밀의 관계네." 라고 한다.

아리우스 스쿼드의 모두와 만나고 있으니까 새삼스러울지도 모르지만.

『음, 미안. 잘 모르겠는데.』

일단 여기서는 모르는 체 하기로 했다. 아츠코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되니까.

결단코, 한밤중의 일에 꺼림칙한 마음이 있는 것은...

'내가 아츠코를 행복하게 해줄게.'

순간 호흡이 멈추고 심장이 격하게 뛴다.

쿵쾅쿵쾅, 혈관에 찬물이 흐르는 그런 느낌마저 들었다.

『아까 말한 공주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것은, 왠지 둥실둥실하고, 평소보다 이상한 웃음이 많고, 가끔 얼굴을 붉히고 있어서 이상하다고 물었더니, 공주가 나에게 선생님이 말한 것을 보고했다는 건데.』

『더 말해줄까? 공주가 "선생님에게 청혼을 받았다" 고 들떠있었는데.』

『꽤 열정적이었다던데. 손을 꼭 잡고 눈을 똑바로 보고 힘차게 앞날을 다짐했다고. 아침부터 꽤 놀랐어.』

『저기, 선생님. 정말 아무것도 몰라? 아니면 이대로 "아무것도 몰랐어" 로 끝낼 생각?』

미사키에게서 추궁의 모모톡이 날라온다. 식은땀이 이마로 흐르고 정반대로 입안은 바싹바싹 마른다.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미사키가 이때만큼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쪽을 노려보는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어쨌든 진정하려고 크게 심호흡을 하지만 기관지에 먼지가 들어가 무심코 재채기를 하고 말았다.

『선생님. 기다리고 있을게.』

마치 짜여진 것처럼 아츠코에게 모모톡이 왔다.

기쁘게도, 사랑스럽게 웃는 얼굴로 피스하는 아츠코의 셀카 사진이 첨부되어 있다.

바로 뒤에는 무서운 얼굴로 스마트폰을 만지는 미사키와 뿌에엥 울고있는 히요리의 모습이 찍혀있지만.

그런데, 기다리고 있겠다는 말은 지금 당장 와달라는 말일까.

아니면 그녀가 어른이 된 이후의 일일까.

"아하... 하하..."

누구에게 웃는지 모를 마른 웃음만이 탕비실에 울린다.

왜 이렇게 되었냐고 한다면, 분명 틀림없이 내 책임이고 내 호기심과 경솔한 행동 때문이지만.

일단 현실에서 도망치고, 그녀들에게 어떻게 대답할 지 생각하면서 차가워진 커피를 삼킨다. 이렇게나 잡미가 강했는지 자기도 모르게 컵에서 입을 떼버린다.

탕비실 거울에는 목덜미에 키스마크가 남겨진 혼이 나간 얼굴을 한 자신의 모습만이 보였다.

'내가 흔적을 남긴 사실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목덜미에 남은 자국을 만진다.

아직도 느껴지는 남아있는 감촉에 다시금 등이 오싹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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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3.02번역

[소설핫산] 하카리 아츠코: 매리지・프랭크・프린세스

#하카리 아츠코#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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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panpanpandakun8작가
게시물 6개
ㅇDC
ㅇㅇ(소설핫산)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아카라이브pixiv
게시일2023.03.02 11:43
조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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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나
ㅇDC
ㅇㅇ123.03.02

와 존나기네 일단 개추박고 천천히 읽어봄

ㅇDC
ㅇㅇ223.03.02
디시콘
ㅇDC
ㅇㅇ323.03.02
디시콘
ㅇDC
ㅇㅇ423.03.02

야스다! 야스!

ㅇDC
ㅇㅇ523.03.02
디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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