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초천재 청초계 현모양처 병약 미소녀 해커 아케보시 히마리의 우아하고 가련한 부부생활
씨발 유식아 왜 제목에 글자 제한이 있는거니!!!!!!!!!!
20623자

두쿵, 하는 무거운 모터 소리가 지친 몸에 묵직한 중력을 가한다.
열댓 명쯤은 넉넉히 들어갈 것 같은 큰 엘리베이터도 나 혼자만 타면 왠지 쓸쓸하다.
D.U에서 조금 외곽에 위치한 최근에 지어진 이 아파트는 주변 교통이 편리해 살기에는 안성맞춤이지만, 왠지 이 넓은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키보토스 전역의 여러 학교를 시찰하기 위해 사흘 동안 돌아다닌 출장의 피곤함도 더해져 멍하니 사색에 잠기게 된다.
생각해보면 이 키보토스에 온 후 지금까지의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기억은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 남았다.
연방학생회로부터 호출을 받고 처음 싯딤의 상자에 로그인했던 그날.
각 학교의 학생들과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녔던 그날.
모두와 유대감을 쌓으면서도 마치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사건에 연이어 휘말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여러 아이들과 협력하여 해결했던 그날.
다양한 추억과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그 후로 나도 아이들도 나이를 먹었다.
처음 왔을 때 학생이었던 그녀들은 성장해 각 학원을 졸업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연방수사동아리 샬레로서, 무엇보다도 『선생님』으로서 하는 일은 변함이 없다. 지금 보고 있는 학생들도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아주 멋진 아이들이다.
그래도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끔은 한때 청춘을 함께했던 그녀들과 그 시절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다음에 다시 한 번 그녀들에게 연락을 해볼까. 바쁘지 않을까, 귀찮게 하는건 아닐까────.
'쿵'. 엘리베이터가 원하는 층에 도착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생각이 현실로 돌아왔다.
열린 문으로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가려다, 신발이 걸려 걸려 넘어질 뻔했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을 텐데도 조금 민망하고, 내 뺨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또각, 또각하며 딱딱한 가죽 구두 바닥이 복도에 울려 퍼진다. 흥분을 억누르며 시계를 보니, 짧은 바늘은 이미 20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그녀』에게, 17시쯤이면 집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버렸으니, 지금쯤 걱정하고 있을까? 아니면 혹시 화가 났을까?
조금은 불안한 마음으로 드디어 우리 집 현관에 도착해 숨을 고른 후 문을 열었다.
「어머, 어서오세요. 목욕부터 하실건가요? 아니면 이 키보토스에서도 손꼽히는 미모를 지녔고, 아직까지 밀레니엄에서도 세 명밖에 주어지지 않은 '전지' 학위를 받은 재색겸비의 초천재 청초계 병약 미소녀 해커에다가. 새하얀 눈처럼 맑으면서도 싱그럽고, 높은 언덕에 핀 한 송이의 꽃처럼 건강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한, 세 걸음 뒤로 물러서서 세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반갑게 맞이하는. 전 세계 모든 남자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아내이며, 그리고 당신의 아내인 저・부・터?」
매끄럽고 고운 목소리로, 흐르듯 그렇게 단숨에.
내가 돌아올 타이밍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는 아주 기분 좋게 - 자칭 초천재 청순한 병약 미소녀 해커인 히마리는 그렇게 말했다.
학생 때와 변함없이 긴 은발을 뒤로 넘기고, 학생 때보다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 얼굴.
추위를 싫어하는 그녀는 회색 가디건을 걸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방수 방진 방탄의 고성능 휠체어에 앉은채 무릎에 따뜻한 담요를 덮고 있다.
세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반갑게 맞아주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휠체어에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 이른바 '비유를 들자면'이라고나 할까.
일단 히마리의 얼굴을 보고 안심했다.
왠지 모르게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 따스한 감정이 배 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것 같았다.
「....일단은, 밥부터 먹을까」
「치잇, 거기서 바로 『물론, 내 사랑스러운 히마리』, 라고는 말해주지는 않으시는군요... 일편단심으로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면서 지금이 아니면 언제 올까 하는 애타는 처녀같은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던 저는... 아아... 이런 그림이 되어 버리는 걸까요... 사진으로 찍어서 꼭 액자로 장식해 주셨으면 할 정도입니다....」
「히마리.」
가만히 놔두면 언제까지나 그렇게 말을 이어갈 것 같은, 울먹이는 히마리의 말을 가로막으며.
「늦어서 미안해. 그리고, 나 왔어.」
미처 하지 못했던 인사를 그녀에게 돌려준다.
「──네, 어서 오세요. 『여보』」
그렇다, 꽃이 피는 것처럼 부드럽게 웃으며 히마리는 다시 한 번 대답했다.
그녀의 왼손 약지에는 내가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소박한 은색 반지가 조명의 빛을 받아 둔탁하게 반사되었다.
무슨 일이냐면.
즉, 『아케보시 히마리는 몇 년 전에 내 아내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단지, 그냥 그런 이야기다.
2LDK의 평면도를 가진 우리 집은 소위 소가족을 타깃으로 분양한 아파트였는데, 방 하나하나가 가구를 놓아도 히마리의 휠체어가 충분히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넓어서 나도 히마리도 마음에 들었다.
크고 작은 모니터와 고성능 컴퓨터 몇 대가 놓여 있는 히마리의 작업실 겸 히마리가 일을 하지 않을 때 나의 서재.
그리고 더블 침대가 놓인 부부의 침실.
아직 아이도 없고, 부부 둘이 사는 우리 부부의 생활이라는 것은 대체로 이 정도 넓이로 완성할 수 있을 정도로 미니멀한 것 같다.
흰색을 기본으로 한 거실 가구들은 심플하면서도 품격이 있어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입을 다물고 작업에 집중할 때나 잠을 잘 때는 청초한 분위기가 확실히 느껴지는 그녀에게 이 방의 분위기는 잘 어울린다.
자칭, 『청초』라고 자칭할 정도로 청초한 면이 있다.
다만 히마리가 큰 소리로 자칭하는 것이 재미있을 뿐이다.
「자아, 저녁밥이 다 됐어요.」
「응, 고마워 히마리.」
겉옷을 벗고 거실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데, 부엌에서 휠체어를 굴리며 히마리가 나왔다.
「오늘 저녁은 생선 뫼니에르로 했어요. 튀김도 생각하고 있었지만, 시간도 좀 늦었고, 여보도 피곤한 것 같으니, 내일 다시 할려고요.」
뫼니에르 - 프랑스의 생선요리중 하나, 생선을 소금간해 밀가루를 입히고 버터에 구워내는 요리
「응, 고마워. 요즘은 왠지 기름진 음식이 잘 안들어가지는 것 같아... 조금 늦은 시간대에는 이런 식사가 좀 더 기쁘게 느껴지네...」
「후후, 그렇구나 싶었답니다. 저도 얼마 전에는 같은 말을 했으니까요. 초천재 청초계 현처 병약 미소녀 해커는 남편의 몸에도 신경을 쓸 수 있으니, 이 정도는 일도 아니랍니다.」
「솔직히, 고마워.... 아직 나이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이른 것 같긴 한데...」
「당신이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것 때문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학생일 때부터 『선생님』으로서 일에 열심히인 건 알고 있지만, 요즘은 큰 사건도 없으실테니 가끔은 푹 쉬어주세요.
「하하.... 선처할게...」
「그리고, 출장지에서는 선생을 잘 드시지 않으신 것 같기도 하고요. 인스턴트 음식이나 외식도 좋지만, 가능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할수 있도록 노력해 주세요.」
「그럴게... 어라?」
문득 대화 내용에 위화감을 느낀다.
그러고 보니 히마리에게 출장지 이야기를 이미 했던가.
집에 돌아와서 거실에 들어가서 쉬고 있는 동안에는 특별히 업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텐데.
「여보? 밥은 안 드실건가요?」
「아, 응. 미안 미안. 지금 갈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어리둥절한 표정을 한 히마리가 식탁에서 부른다.
그녀와 마주보는 자리에 앉는다. 배고픔이 빨리 뭔가 먹여 달라고 아우성을 쳤다.
「배고프다... 밥이 기다려져....」
「알았어요, 지금 내어 드릴테니까요?」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식탁에 엎드려 배고픔을 호소하자 히마리는 어린아이를 대하듯 얼굴을 붉혔다.
음식을 내놓는다. 하지만 히마리는 부엌에 서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몸은 애초에 서 있기가 힘들다"
히마리는 허리부터 아래를 움직이기 어려워 지금도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본인은 감각은 있지만 움직이는 것에 관해서는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그녀가 아직 학생이었을 때, 그 건강한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인지, 그녀가 병약하다는 사실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는 못했다.
본인 왈 『이거야말로, 덧없이 아름답다. 병악 미소녀의 증거나 다름 없군요.』라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한 것도 있어서, 더더욱 느끼기 어려웠다.
어쨌든 히마리는 요리를 못 한다.
이건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그녀의 몸이 그런 것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몇 차례 부엌에서 요리를 하려고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거듭했다.
『후, 후후후...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하죠. 즉, 이건 실패가 아닌 언젠가 성공하기 위한, 이른바 길이라는 것이 되겠죠.... 도움을 좀 받아도 될까요...?』
그렇다, 부엌에서 프라이팬을 뒤집으려다 균형을 잃고 휠체어까지 넘어져 이마를 붉게 물들이며 식재료를 주변에 흩뿌리고, 그래도 꿋꿋이 버티는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이건 위험하다고 판단해 그녀에게 요리 금지령을 내린 날도 기억에 생생하다.
히마리는 아내로서 남편이 요리를 하고 싶다는 의견이었고, 가능한 한 그녀의 바람대로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그녀의 몸을 소중히 여기는 나로서는 이 결정을 양보할 수 없었다.
만약 내가 없을 때 요리를 한다면.
만약 히마리를 내가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만약 그녀가 큰 부상을 입는다면........
그렇게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과보호적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히마리는 키보토스의 학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몸이 약하다.
자칫 잘못하면 나보다 힘이 없고 병에 걸리기 쉽다.
그런 사정도 있고, 그녀에게 잘 설명해주고, 다독여주고, 달래고 달래고, 다독여주며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마침내 '히마리가 스스로 요리를 한다'는 것을 포기하게 했다.
다만 히마리는 '내게 요리를 먹여준다'는 것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부엌에 서지 않는 대신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그, 방법이라는 것이──
「후훗, 오늘 요리도 맛있을 것 같네요」
「응, 좋은 냄새가 나는걸.」
빙긋이 웃고 있는 우리 앞에 자율주행 요리 드론이 완성된 요리를 들고 왔다.
생선 무니엘에 야채 포타주, 그리고 접시에 담긴 밥까지. 위장과 건강에 좋을 것 같은 요리가 테이블에 차려졌다.
히마리의 몸으로는 요리를 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그녀도 나도 일로 바쁜 날이 많아, 집안일을 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나를 대신해 요리를 해주는 기계를 내 손으로 만들면 된다 ・・・・・・・・・・・・・・.
내 몸이 요리를 할 수 없다면,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서 프로그래밍하고 조작할 때까지.
초천재 청초계 병약 미소녀 해커로서 자신의 분야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그것이 히마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행동을 결정한 후의 그녀는 빨랐다.
전 엔지니어부와 전 베리타스의 든든한 후배들에게 연락을 취해, 그리고 전 '전지' 학위를 취득한(것으로 보이는) 아내가 공동 개발한, 식재료의 조리는 물론이고, 그릇에 담아내고, 설거지하고, 심지어 식기 보관까지 하는 고기능 고성능 조리용 드론.
그 이름은, 『맛있는 밥을 만드는 군』.
참 직설적이고 직설적인 네이밍이라고 생각하지만, 명명자가 눈앞에 있으니 이 의견은 입 밖에 내지 않기로 한다.
『후후후, 좋은 이름이 아닌가요!』라고 히마리도 과거에 자신만만하게 발언한 적이 있다.
여담이지만, 전 엔지니어부 아이들이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밥을 만드는 군을 우리 집에 도입한 직후, 『이 기능은 필요 없어요』라며 자폭 기능을 히마리가 삭제해버렸다.
자폭에 대한 낭만을 추구하는 그녀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 집 주방에 재앙을 일으켜서는 안되기에 나도 히마리의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우후후,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어요.」
밥을 먹기 위해서 손을 맞잡고 있던 도중, 히마리가 크흠 하며 기침을 했다.
「왜 그래? 그렇게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는」
「후후. 이런 세상에, 밥을 만드는 군을 업데이트 했답니다! 이번에는 여보가 말했던 생선의 굽기 정도를 조금 조정해서 껍질을 바삭바삭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오오ー!」
흐뭇한 표정을 짓는 히마리에게 박수를 보내며 칭찬의 박수를 보낸다.
「이번에 이 녀석도 버전이 4.178에서 4.179로 올라갔어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서 남편이 좋아하는 맛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려고 매일매일 노력하다니 ....... 역시 저네요...」
『더 칭찬해 주세요』라고, 그렇게 말하는 듯이 이쪽에 눈짓을 하며 히마리는 밥을 만드는 군의 바디를 쓰다듬고 있었다.
「기뻐 히마리... 내 자랑스러운 아내이네...」
「후후후... 우후후후후....」
아무래도 원하던 말을 해준 것 같다. 히마리는 또 다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녀가 내 몸을 생각하며 식재료를 사고, 내 입맛에 맞게 조미료 한 방울, 설탕과 소금 한 알까지 고민하고, 조리법을 매일 업데이트해 요리 드론에 입력한다.
일반 가정과는 조금 다른 형태일지 모르지만 이것이 그녀에게, 그리고 내게는 무엇보다도 대체할 수 없는 애정 어린 아내의 요리였다.
버전 숫자는 그녀가 나를 생각하며 업데이트한 숫자다. 그 숫자가 쌓인 만큼에서 그녀의 애정을 느낄 수 있고, 그런 그녀를 진심으로 존경한다.
무니엘을 젓가락으로 잘라 입에 넣는다. 확실히 내가 좋아하는 구이 정도에 맛도 버터의 진한 맛과 간장의 고소한 맛이 잘 어우러져 아주 맛있다.
「응, 정말 맛있어, 히마리. 항상 바쁠 텐데 이렇게 신경 써줘서 고마워.」
「후훗, 우후훗, 얼마든지 괜찮답니다.」
「그러고 보니까, 내가 일하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일하는데 특별히 문제는 없었지?」
히마리는, 이른바 『전업부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물론 지적 호기심이 강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그녀는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뒤에선 사이버 테러를 막는 정의의 슈퍼 해커』라던지, 아니면 『후배들의 신뢰가 두터워 다양한 상담을 받는 미녀』라든지, 다양한 직함을 갖고 있다.
아무튼, 주부로서 이외의 일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남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라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도 그렇게 깊게 파고들지 않으려고 한다.
「어머, 이래봬도 초천재 청초계 병약 미소녀 해커는 바쁘다구요? 여보가 출장을 나가 있는 동안에도 후배에게 일 상담을 받거나, 프로그램을 새로 짜거나. 또 데카그라마톤같은 존재가 움직이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확실히 키보토스의 움직임을 주시해 두지 않으면 안 되기도 하고... 뭐, 어느 것도 저한테는 특별히 어렵지도 않답니다. 어린애 같은 일이긴 하다구요?」
「그렇구나. 그거 큰일났네.」
「그 다음에는, 당신 출장지의 카메라를 해킹해서 동향을 관찰하기도 했고요
「뭐, 잠깐만. 지금 뭐라고?」
입안에 있던 밥이 목구멍에 걸릴 것 같으면서 히마리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출장지에서『오늘은 감시 카메라가 가끔식 이상한 행동을 했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아무래도 범인은 여기 있는 것 같다. 『정의의 슈퍼 해커』란 도대체 뭘까.
그렇구나, 당연히 내가 늦게 돌아왔을 때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거나, 아직 말하지도 않았는데 내 출장지에서의 식사 내용을 알고 있었겠지.
감시카메라로 내 행동을 관찰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후후~」
불 수 없는 휘파람을 불면서 히마리는 고개를 돌렸다.
입을 잘못 놀렸다는 것을, 실언을 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은 걸까, 아니면 설교를 듣게 될거라는 걸 감지한 걸까, 이마에 식은 땀을 흘리고 있다.
「히마리. 잠깐 할 이야기가 있는데」
「어서, 식사 하셔야죠!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면 안 된답니다. 사소한 거에 신경 쓰지 마세요. 모처럼의 요리인데 식어버린다구요?」
「저기, 히마리」
「으~음! 이 포타주 야채가 잘 녹아들어가서 맛있네요! 역시 제가 조정한 만큼 확실하네요!」
「......히마」
「자 자 여보. 아 해드릴게요! 사랑스러운 초천재 청초계 병약 미소녀 해커 아내의 아 라구요, 자!」
갑자기 몸을 숙여 갑자기 기운을 내며 장난을 치는 그녀에게 작게 자른 무니엘을 입에 넣어준다.
그 필사적인 모습이 웃겨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 딱히 화낼 생각은 아니였지만」
그녀를 만난 지 오래되었지만, '천재 해커'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기술을 여러 번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밀레니엄 교내에 있는 드론을 해킹해서 조금 빌리는 일을 다반사로 하거나.
예를 들어, 샬레 안에 있는 카페에서 자신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카페 내 시설물 곳곳을 해킹하기도 하거나.
예를 들어, 『보고 싶어졌다』는 이유로 모든 업무 내용이 밀레니엄에 오도록 바꿔치기 되기도 하고.
그런 식으로 지금까지 당한 장난에 비하면, 이제 와서 감시카메라 해킹으로 내 행동을 본 것 한두 번 정도에 화를 낼 생각은 없다.
특별히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그 정도면 오히려 귀여운 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도 그녀에게 단련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가요? 그러면, 그렇게 말씀해 주셨으면...」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잖아? 어제도 직원이 왜 카메라가 움직였는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휘유우~」
또다시 못 부는, 아니 더 못 부는 휘파람을 불며 히마리는 고개를 돌렸다.
그 후 식사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목욕을 했다.
결국 히마리가 반성하는 기색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화를 낼 만한 일도 아니니 그냥 물에 흘려보내기로 했다.
며칠 만이지만 우리 집 목욕탕은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숙소인 비즈니스 호텔에서는 좁은 욕실에서 샤워만 했기 때문인지 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약간 뜨거운 욕조가 몸의 발한 기능을 촉진시키는 것 같다. 피부에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진다.
나는 목욕은 뜨거운 것을 선호한다. 몸 속까지 따뜻해지고, 나온 후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의 온도 차이가 또 다른 기분이 느껴진다.
「바바바바반반♪ 바바바바반반♪」
히마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욕실 안에서 기분 좋게, 그러나 약간 음정이 어긋난 그녀의 노래 소리가 울려 퍼진다.
「...기분 좋아 보이네, 히마리.」
「우후후, 아시겠나요? 이렇게 둘이서 목욕을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아름다운 노래 소리가 나오게 되는 거죠. 후후후후...」
욕조에 몸을 푹 파묻은 채로 나에게 몸을 맡기고 있는 히마리는 기분 좋아 보이는 목소리를 냈다.
그녀와 결혼한 이후, 이렇게 둘이서만 목욕을 하기로 했었다.
『어머, 여보는 몰랐나요? 부부 생활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목욕하는 것이 당연한 거라구요?』
그래, 그녀와 둘이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자신만만하게 검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웃는 얼굴로 말하던 그녀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니면 히마리의 부부로서의 고집 때문에 한 말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의심할 만큼의 문제도 아니었다.
나로서는 목욕하는 그녀를 도와주기 편했고, 무엇보다 아내와 함께 목욕하는 것이 좋았다.
결혼한 상대와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는 모습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는 일이다.
「후후, 그나저나 『목욕은 생명의 빨래』이라는 말도 있는데, 아주 정확한 말이네요. 따뜻한 물로 몸을 따뜻하게 하면 몸도 마음도 녹아버릴 것 같아요.....」
「그렇지...」
도자기처럼 하얗고 고운 그녀의 피부는 목욕으로 따뜻해진 탓인지, 물속에서 들여다보이는 가녀린 어깨는 살짝 벚꽃색으로 물들어 윤기가 흐른다.
긴 은발은 물에 젖지 않게 하기 위해서인지 뒤로 묶어 가느다란 목덜미를 드러내고 있다.
「...... 그런데 매번 생각하던거지만, 왜 목욕탕에서 수건을 두르고 있어?」
욕조 안에 있는 그녀의 몸은 목욕 타월로 덮여 있었다.
일반 대중목욕탕이라면 수건을 물에 담그는 것은 금물이지만 이곳은 우리 집 안이다.
다른 사람이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볼 수도 없고, 더군다나 화를 낼 일도 없다.
그래서 괜찮다. 괜찮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 것은 신경 쓰인다.
「으음, 아무리 우리가 부부라고 해도 서로 조심하는 건 중요한걸요? 결코 다른 의미는 없지만 설사 부부라고 해도 안이하게 몸을 드러내지 않고 맑고 올바른 부부생활을 한다는 건 중요한 일이고...」
「..... 요컨대 히마리가 부끄럽다거나 그런 뜻이 아니고?」
「......스읍~.......후우~......」
핵심을 찌른 것 같다. 히마리는 뭐라고 대답하려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 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는지 그대로 숨을 내쉬며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부부가 된 후 이렇게 몸을 맞대고 함께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는데도 여전히 묘한 곳에서 초심을 지키고 있다.
그런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고 할까, 이상하다고 할까.
「뭐랄까, 서로 몸같은 건 이미 수십 번은 본 거 아닌가?」
「...그거랑 이건 다르답니다~」
「아아, 위험하다 위험해......」
그녀는 장난을 치는 건지, 교활하게 몸을 미끄러뜨려 욕조 안에서 숨을 내뱉으며 부글부글 거품을 내뿜는다.
나는 당황해서 그녀의 몸이 완전히 잠기지 않도록 안아주었다.
「......후우, 히마리. 이제 몸 좀 씻을까?」
「에? 아, 그렇죠. 그러면, 부탁해도 될까요?」
「물론. 쉬운 일이지.」
「후후후, 감사합니다.」
욕조 가장자리에 욕조만큼 높이가 있는 샤워 의자를 준비해, 그녀의 가녀린 몸을 겨드랑이에서 끌어올리듯 옮겨 앉힌다.
몸은 서로 젖어있었지만, 히마리가 감고 있는 목욕 타월이 잘 미끄러지지 않고, 부력이 작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어, 그녀의 몸을 밖으로 꺼내기 쉬웠다.
어쩌면, 그런 미끄럼 방지 효과도 노리고 그녀가 목욕 타월을 감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역시 우연의 일치겠지만.
「그러면, 잘 부탁드릴게요.」
「응, 알았어.」
히마리의 묶은 머리를 풀어주고, 샴푸를 넉넉히 손에 들고 거품을 낸다.
약간 달콤한 꽃향기가 나는 이 샴푸는 히마리가 좋아하는 브랜드다.
「머리카락은 여성의 생명, 특히 저 같은 초천재 청초계 병약 미소녀 해커에게는 더더욱 그렇답니다. 늘 그렇듯이 정성껏, 그리고 깔끔하게 씻어주세요?」
「...머리에 『해커』부분은 별로 상관없는 것 같지만, 알았어. 아내의 머리카락을 책임감 있게, 잘 씻겨드리겠습니다.」
「우후후, 좋은 대답이네요.」
머리카락과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마사지를 하듯 지면을 만진다. 이렇게 하면 두피에 자극을 주어 묵은 각질을 제거할 수 있어 모발에 좋다고 한다.
「으흠... 후후...」
히마리는 기분 좋게 긴장을 풀고 있었다. 두피를 문지르며 머리를 감을 때 가끔씩 숨이 새어나온다.
이후에도 샴푸를 흘린 후 긴 머리 전체에 린스가 스며들도록 시간을 들여 정성스럽게 머리를 감았다.
봉사를 받는 기분이 좋은지 그녀는 시종일관 기분이 좋았다.
「등, 씻을거니까. 수건 가져갈게?」
「네... 부, 부탁드릴게요.... 뭐, 앞에는 스스로 씻을 수 있으니까요.....」
「네 네, 알았어.」
웃으며 수건을 풀자 히마리의 가느다란 등이 드러난다.
피부를 다치지 않도록 부드럽게 쓰다듬듯이 등을 씻어주자 그녀는 약간 간지럽다는 듯이 등을 둥글게 말아주었다.
「...예전에는 발만 만져도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녀가 학생이었을 때, 『흔들면 더 맛있어진다』는 후배의 말에, 속아서 탄산음료인 요괴 맥스를 마음껏 흔들다가, 캔이 터져 발에 걸려 넘어졌을 때, 몸이 불편한 그녀를 위해 대신 발을 닦아줬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후로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감회가 새롭다.
이렇게 그녀와 결혼해서 몸을 닦아주는 사이가 되다니.
당시 나에게 알려준다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으음... 언제적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건가요?」
「그렇지, 히마리가 아직 좀 더 솔직하지 않았을 때 이야기던가?」
「글쎄요, 끔찍하네요. 그런 말을 들으면 울어버릴 지도요.」
여유가 생긴 건지, 아까의 부끄러움은 어디로 갔는지.
일부러인 듯, 훌쩍훌쩍 하는 히마리의 울음소리에 쓴웃음을 지으며, 미안하다고 이쪽도 대답한다.
「.....역시, 가늘구나. 히마리의 몸은.」
「후후후, 뭐니뭐니해도 초천재 청초계 현처 병약 미소녀 해커니까요. 이렇게 가늘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이 몸이야말로 『남편으로서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에 사로잡히게 만드는 게 아닐까요? 이렇게 안고 싶다든가, 사랑스럽다고 생각한다던가, 그런거 말이죠?」
「..... 개인적으로는 좀 더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지, 자랑하고 싶은 건 아닌데......」
「어머, 부정 자체는 안 하시는거네요?」
「......」
「후후후, 괜찮답니다? 솔직해지셔도. 제가 워낙 매력적이고 완벽한 현모양처라서요. 그렇게 안아버리면 부러져 버릴 정도로 가늘지만, 그래도 가련한 저에 대해 사랑스럽다는 마음을 품어 버리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아아, 자신의 미모와 덧없음이 두렵네요... 짜잔, 짜잔」
천재적인 미녀는 다 안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돌아보며 히마리가 웃는다.
그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고 나는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을 느꼈다.
그녀의 말대로 히마리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있다.
그리고 확실히 날씬한 여성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건 그거고.
그녀의 체질상 어쩔 수 없는 부분도 많지만, 역시 『병약하다』는 것 자체를 스테이터스로 삼고, 그것을 당연시하는 생각을 갖게 하고 싶지는 않다.
조금은 히마리에게 뜸을 들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결코 그녀에 대한 묘한 가학심이 있다거나, 조금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를 핑계로 그녀에게 장난을 치고 싶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정말, 순수하게, 그녀를 생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그렇게 할 수밖에 없이.
괴로운, 정말 괴로운 일이지만, 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는가──
「....어쨌든, 히마리는 좀 더 살을 찌워도 괜찮을 것 같아. 예를 들어... 여기라든지...」
「히아앗!?」
그녀의 배 앞쪽을 가볍게 꼬집는다. 고기라기보다는 얇은 껍질을 꼬집는 듯한 느낌이 손가락에 느껴졌다.
찬물을 뒤집어쓴 듯 히마리의 어깨가 튕기며 귀여운 비명이 터져 나온다.
「여기도, 살이 부족한 것 같은데?」
이어 살이 조금도 붙지 않은 겨드랑이를 만져본다. 살이 쪘다고 하면 듣기에는 안좋지만, 사실 그녀의 몸은 너무 영양이 부족하고, 한마디로 너무 가냘프다.
옆구리 위를 살짝 쓰다듬자 갈비뼈가 존재함을 주장하며 빳빳한 뼈의 감촉이 전해져 온다.
「여...여보... 벌써 그정도로....」
「...뭐라고? 하나도 안 들리는데요~?」
「히흠....!?」
히마리의 가늘고 뾰족한, 귀의 윤곽을 따라가다 보면 작은 동물 같은 비명소리가 들린다.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오른 귓볼을 반죽한다. 쫀득쫀득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손가락에 전해진다.
「...히마리, 귀가 약하구나.」
「아, 알고 계시다면... 음! 이제 몸의 살도 상관없는 이야기 아닌가요...!?」
「...후~...」
「와햐아악...!?」
귀에 숨을 불어넣자 그녀에게서 꽤나 재미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크게 뜨고 입을 꾹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비명과 숨소리가 섞여 엉뚱한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만진 곳에서 전류가 흐르듯 꿈틀거리며 간지럽게 몸을 비틀어 내 손에서 도망치려는 그녀에게, 가학적인 감정이 불쑥불쑥 솟구쳐 오른다.
뭐라고 해야 할까, 히마리의 반응은 정말 대단하다.
평소에 그토록 여유롭고 태연한 자세로 가슴을 펴고 있던 그녀가 내가 몸을 만지는 것만으로도, 간지럽히는 것만으로도 내가 원하는 반응을 정확하게, 그것도 아주 좋은 목소리로 좋은 반응을 보이며 나를 만족시켜준다.
스스로 유치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자꾸만 빠져들게 된다.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귀여운 아내의 이 반응을 한 번 더, 한 번만 더 보고 싶고, 듣고 싶어서 장난을 치고 싶어진다──
「...여보?」
「앗...」
──너무 과한 것 같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귀를 붉게 물들이며 내 손으로부터 보호하듯 몸을 감싸 안은 히마리는 부들부들 떨면서 원망스럽게 나를 노려보고 있다.
「......『부부라도 절제는 중요한 것』이라고, 아까 말씀드렸지만요. 『설명』이 다시 한 번 필요한 것 같네요? 여보?」
목소리 톤이 다소 낮아지며『화났어요』라고 압박을 가하는 그녀.
「ㄴ, 네...」
한심한 일이지만, 그저 얌전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
「...히마리, 잘못했어, 미안해. 신이 나버리는 바람에」
「...으음」
「아파, 아파아아아.... 미안해, 히마리 미안하다구....」
히마리는 사과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며 화를 내고 있었다.
다시 욕조로 옮겨져, 내 가슴에 등을 대고 누워 있는 그녀는, 사과를 하려고 하면 고개를 앞뒤로 흔들며 박치기를 하거나, 손등을 꼬집는 등, 도무지 화가 가라앉지 않는 것 같았다.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런... 그런 아내의 몸에 망신주는 짓을 하다니....! 제가 아무리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마치 구름 위에 핀 한 송이 꽃처럼 덧없지만 아름답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한때 밀레니엄에서 모두가 동경하던 『전지』 학위를 받은, 모두가 인정하는 눈썹이 아름다운 미인이라 해도, 그래도...!」
「...히마리, 혹시 화나지 않았다거나, 아니지?」
「흠! 머리 쓰다듬는걸 그만두는 건 허락하지 않았어요!」
어깨를 움츠리고 있던 히마리가 뾰로통한 목소리로 호통을 친다.
당황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만족스러운 듯이 콧노래를 내뱉으며 다시 해주세요, 여보는 아무리 부부라도 해도 배려가 부족하네요. 라던지 그러고 보니 여보 돌아오는 시간이 조금 늦었네요, 라던지 하며 불만이 터져 나왔다.
몸을 간지럽힌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역시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진 것은 좀 담아두고 있던 모양이다.
약간 미안한 마음이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참았다.
왜냐하면, 이렇게 된 히마리는 의외로 꽤나 뿌리 깊은 원한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히마리는 후배나 자신이 보호해야 할 아이들에게는 굉장히 다정하지만, 자신과 대등하거나 인정한 상대에게는 의외로 어린애 같은 면이 드러난다.
예전에 내가 그녀의 푸딩을 잘못 먹었을 때에도, 똑같이 히마리가 화를 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꽤 오랜 시간 동안 끙끙 앓았다.
결국 다음 날 내가 새로 생긴, 꽤 유명한 디저트 가게의 푸딩을 사비로 사서 사과하고, 먹는 동안 계속 칭찬을 해주고 나서야 겨우 용서를 받았다.
'화난 아내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 세상 남편들의 공통된 말인데, 나한테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최대한 빨리 아내의 기분을 풀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늘 밤은 계속 화난 그녀와 함께 지내야 한다.
모처럼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이대로는 곤란하다.
「미안해, 히마리. 조금 귀여운 반응을 보이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장난을 치고 싶었어,」
시키는 대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과를 하자 『귀여운』는 말에 반응한 것인지 히마리의 긴 귀가 들썩, 하고 움직였다.
이 반응은, 히마리가 강한 관심사를 갖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 나타나는, 이른바 '버릇' 같은 것이었다.
이거다, 하고 목욕탕 안에서 주먹을 가볍게 움켜쥔다.
어두운 터널에 한줄기 빛이 비친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추리물 드라마에서 탐정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것 같은 기분이다.
아니, 그런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 나는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는 데 온 신경을 쏟고 있다.
지금 이 순간 그녀가 용서해줄 수 있을지 어떨지 가느다란 실타래를 끌어당기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말을 고른다.
「히마리랑 같이 목욕을 하다 보니 좀 들떠버렸어. 봐봐, 나는 출장지에서 비즈니스 호텔에서 샤워말곤 못 했고. 둘이 같이 들어가서 좋았어요. 미안하다고 생각해. 정말이야.」
「......」
히마리는 더 이상 나에게 머리채를 잡거나 손등으로 사과를 방해하지 않았다.
대신 가만히 있었다. 내 말을 듣고 있었다.
「미안해, 히마리. 용서해 주지 않을래?」
「...아이스」
「응?」
가만히 내 사과를 듣고 있던 히마리가 혼잣말처럼 툭 중얼거렸다.
아직은 삐진 목소리였지만, 그래도 천천히.
「목욕하고 난 다음 아이스크림을 먹여 주세요.」
「으, 응.」
「제 머리카락도 부드럽게 천천히 말려주세요.」
「응.」
「내친김에 그동안 저에게 사랑의 말을 계속 속삭여주세요. 저는 아름답고 관대하고 완벽한 아내니까, 그러니 이번 일은 이정도로 봐 드릴게요.」
그리고 마침내 히마리가 평소의 말투로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용서해 줄 것 같다.
「...그런 거, 늘 하고 있는 거 아니야?」
「으음, 할 건가요? 안 할 건가요?」
「하, 하죠, 당연히 하죠. 히마리의 말대로, 목욕하고 난 후 아이스크림을 먹여드리고 머리를 말리고, 거기서 늘 하던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일을 기꺼이 해드리겠습니다.」
「...후후후, 그렇군요, 그렇군요! 그러면, 용서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후후후후후....」
다시는 삐지게 하면 안 되겠다며 서둘러 히마리에게 답을 해주자, 가슴 앞에 있는 그녀에게서 킥킥거리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완전히 기분이 좋아져 다시 콧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그녀에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반쪽짜리 감사 인사로는 분명 만족하지 않을 그녀를 위해 어떤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보. 슬슬 쉬지 않을래요?」
거실에서 업무 메일과 뉴스가 도착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있는데, 헐렁한 원피스 형태의 잠옷으로 갈아입은 히마리가 휠체어를 굴리며 서재에서 나왔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23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확실히 눈꺼풀이 무거워진 것 같다.
「으음... 벌써 그런 시간인가... 그래, 히마리. 이제 자러갈까」
「후후후... 그러니, 여보.」
「응?」
「저를 침대까지, 데려자 주지 않을래요?」
양손을 벌리고 안아달라고 조르는 어린아이처럼 애교 섞인 목소리로 히마리가 말했다.
귀여운 아내의 부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면서 그녀의 등과 무릎 뒤로 팔을 돌려 몸을 일으켜 세웠다.
가벼운 그녀의 몸은 쉽게 들어 올려졌다.
「...후후」
히마리는 웃으며 떨어지지 않도록 내 목 뒤에 팔을 감고, 기분 좋은 고양이가 마킹을 하듯 가슴에 머리를 문질러댄다.
만약 그녀에게 꼬리가 있었다면 여유롭게 흔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녀는 기분이 좋았다.
「평소에는 침대까지 데려다 달라고 말 안하면서, 오늘따라 유난히 애교를 부리네?」
「후후, 사흘이나 공백이 생겼으니까요」
「사흘밖에 안 지났는데?」
「아니요? 사흘『이나』, 지나버렸어요.」
「하하, 미안해.」
씩씩하게 웃는 그녀에게 웃으면서도 침실 문을 열어주었다.
더블 사이즈의 낮은 침대에 그녀를 눕히고 옆에 누웠다.
추위를 싫어하는 그녀의 몸이 식지 않도록 두꺼운 담요를 어깨까지 덮어주자, 마치 일상처럼, 당연하다는 듯이 히마리는 내 팔에 모양 좋은 머리를 얹어 베개로 삼았다.
그녀의 머리의 무게가 내 팔에 실린다.
이 팔에 걸리는 무게도 사흘 만인가 생각하니 왠지 모를 감회가 새롭다.
「.....여보...... 저기, 오늘 밤은 추우니까....」
「응, 알고 있어.」
스스로는 움직일 수 없는 그녀의 다리에 다리를 감고 팔을 등에 감아 공기가 들어올 틈이 없을 정도로 히마리의 몸과 몸을 밀착시킨다.
꽉 껴안자 그녀에게서 만족스러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하아... 후후후... 역시 따뜻해요...」
목덜미에 축축한 숨결이 묻어난다. 어눌한 말투 때문인지 조금 간지럽다.
'토닥토닥'하고 아기를 재우듯 부드럽게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니 안심한 듯 심장소리가 차분해진다.
그녀의 차분한 호흡과 내 호흡의 타이밍이 맞아떨어진다.
그녀의 체온이 서서히 내 몸으로 천천히 전해져 온다.
마치 하나의 생명체가 된 것 같은, 어쩌면 생명과 생명이 뒤섞인 것 같은, 그런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저 서로 닿는 것, 그것뿐일 텐데도 불구하고, 몹시 기분이 좋다.
「....우후후」
히마리는 접촉을 즐기는 듯 내 가슴에 이마를 대고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대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실크처럼 부드럽고 섬세한 머리카락이 내 손가락 사이를 스쳐 지나간다.
「...여보.... 더 부탁할게요... 더...」
팔을 등에 두른다. 그녀는 애원하듯, 간청하는 듯한 목소리를 냈다.
「...히마리. 역시 지난 사흘 동안 무슨 일이 있었지? 왠지 평소보다 더 애교를 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래서 그런지 잘 표현할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과연, 이토록 그녀는 응석받이 였던가』, 라는.
「...그러니까... 사흘 동안 못 봤으니까요...」
「정말로, 그게 다야? 내 착각이면 좋겠지만, 왠지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아서...」
물론 나와 그녀는 사흘 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렇게까지 애교를 부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역시 어딘지 모르게, 뭔가 걸리는 느낌이 있다.
생각해보면, 지금까지도 일 때문에 집을 비운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내가 사흘 정도 집을 비운다고 해서, 감시카메라를 해킹해서 내 동태를 살피는 일은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게다가 평소에는 침대 근처까지 혼자서 이동하는 히마리가, 오늘은 너무도 애교를 부리며 침대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평소보다, 나를 안아주는 그녀의 힘이 조금 더 강했다.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평소보다, 그녀는 조용하다. 존재를 물어뜯는 듯이 나와 접촉하고 있다.
평소의 히마리보다, 거리가 가까워졌다.
평소의 히마리보다, 더 애교를 부리고 싶어한다.
평소의 히마리보다, 어딘가 이상하다.
이유를 묻는다면, 『내 직감이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지만, 분명 뭔가가 있다. 그런 느낌이 든다.
『내가 출장때문에 며칠 동안 집을 비워서』라는 이유 말고도, 다른 이유가 분명 있다.
「...후후후, 여보는 눈치 챈건가요?」
히마리는 관념한 듯이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직감이 맞았던 모양이다.
「그건 그렇지. 나는 히마리의 남편이니까. 네 가장 가까운 곳에 있으니까,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그래. 아, 하지만 말하기 어려운 일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데?」
「후후후.... 괜찮아요. 그렇게 심각한 것도 아니니까 걱정 안해도 돼요.」
크흠, 하고 기침을 한 번 한다. 그러고 그녀는 강의하듯 검지 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하지만 마치 심창의 영애처럼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지금, 저는 지금 매우 감상적인 기분이 들어요. 그러니 지금 하는 얘기는 내일 아침엔 다 잊어버리세요. 괜찮으시죠? 」
심창의 영애 - 「창문 깊숙한 곳에 살며, 좋은 집안의 아가씨」라는 의미
좋은 집안의 아가씨는 좀처럼 사람들 앞에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는 말
「응, 알았어. 약속이야.」
「...후훗, 감사합니다.」
과장된 표현을 하는 그녀를 놀리지 않고 진지하게 말을 되받아치자, 히마리는 빙그레 웃었다.
「꿈을 꿨어요. 당신이 출장을 갔던 날 밤에 꾼, 꿈이었어요.」
평소의 모습이 거짓말처럼 조용히, 마치 추억을 이야기하듯 히마리는 조금씩 목소리를 냈다.
그녀가 내 가슴에 손을 얹는다.
심장소리를 확인하듯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새하얀 방에 저만 있었어요. 서서 걷고 있었죠. 지금까지 늘 그랬던 것 마냥 자연스럽게 발이 움직였어요. 걸을 수가 있었죠. 후후, 그게 다인걸요?」
「...그렇구나」
그저 담담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히마리는 눈을 감고 있다.
목소리는 밝아야 하는데 왜인지 어딘지 모르게 울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그냥, 꿈에서 깨어났을 때, 역시 움직여지지 않는 제 다리를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했어요.」
「『내 다리가 움직였다면, 부엌에 서서 여보에게 맛있는 밥을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던가」
「『항상 몸을 씻어준 당신을, 몸이 마음대로 움직였다면 당신의 등을 씻겨줄 수 있었을텐데』、라던가」
「『예를 들어, 당신 옆에서 걸어다닐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죠?」
그렇게 말하면서 히마리는 킁킁거리며 목을 킁거린다.
침실에서 느릿느릿한 호흡 소리만이 우리 사이를 채우고 있었다.
「...히마리.」
「......어머, 후훗, 미안해요. 이런 식으로 말하면 오해할 수도 있겠네요?」
마치 실언을 한 것처럼 그녀는 사과를 했다.
그러자 그녀는 놀리는 듯이 즐겁게 웃었다.
「후후후, 그렇죠. 당신은 착하니까, 제가 이런 말을 하면 화를 내겠죠?」
그녀의 손바닥이 내 뺨에 닿는다.
「안심하세요. 당신과 함께 하기로 결정했을 때부터 더 이상 다리 때문에 슬퍼하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에게 실례니까요?」
부드럽고, 따뜻한. 그녀의 손바닥이다.
「절대 후회하지 않도록, 후회하지 않도록 해왔어요.」
히마리의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다.
옅은 연보라색 눈동자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거기에는 그녀의 확고한 자신감과 결연한 의지가 보였다.
「노력했어요. 당신이 저와 함께 있어도 힘들지 않게요. 요리 드론도 엔지니어부 아이들과 베리타스 분들의 도움을 받아 우리 부부 생활에 무엇 하나 불편함이 없도록 노력했어요.」
맞아, 알고있어.
잘 걷지 못하는 그녀가 나에게 해주고 있는 것을, 그녀가 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그녀가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모두 알고 있다.
「고생했어요. 이런 다리인데도 당신이 나와 함께 있어 이상한 눈으로 시선을 받지 않도록.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나와 함께 있어 불쌍하다고. 그런 시선을 받지 않도록. 당신에게 족쇄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도 했고요.」
맞아, 기억해.
그녀와 함께 살기로 결심한 날, 그 마음을 그녀에게 전한 날, 평소에는 그런 티를 전혀 내지 않던 그녀가 약해지고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핸디캡을 안고 있는 나와 함께해도 되겠느냐』고 걱정했던 것을.
「믿었어요. 당신이 나를 선택한 날부터, 제가 여보를 믿었던 날로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쭉. 『나와 함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느끼고 있다고, 믿었어요.」
맞아. 알고있어.
그럼에도 그녀는 나와 함께 하기로 선택했다는 것을.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것도, 몸이 약한 것도 모두 함께 짊어지고 가기로 했다는 것을.
핸디캡도 아무것도 상관없이 그저 '아케보시 히마리'로서 내 곁에 있어 주기로 선택해 주었다는 것을.
「그냥, 아침에 일어나서 생각이 났어요..」
툭, 툭. 히마리는 중얼거리듯 말을 이어나간다.
「『아아, 역시 옆에 없으면 외롭구나』라고. 후후후...」
그녀는 곤혹스러운 듯,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쓸쓸한 듯 웃었다.
마치 부모와 헤어져 길을 잃은 아이처럼 쓸쓸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히마리」
「후후, 덕분에 힘들었다구요? 여보가 일 때문에 집에 없는 동안, 아무것도 손이 잡히질 않아서요. 정신을 차려보니 당신이 일하는 곳의 CCTV를 해킹해서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고 있었으니까요? 아아,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내인가요? 우후후후....」
히마리는 농담 섞인 목소리로 웃으며 내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결심했어요. 오늘 여보가 돌아오면 가득 애교를 부리기로.」
나뭇가지처럼 가느다란 그녀의 팔이 내 목을 감싸안았다.
그대로 그녀의 얼굴이 다가와 내 입술을 그녀의 입술에 물렸다.
작은 새가 어미 새에게 애원하듯 몇 번이고 입술을 맞댔다 떼었다가 다시 맞댔다를 반복하며 애교를 부렸다.
성욕과 정열의 냄새보다 친애와 안심을 확인하는 듯한 맛이 났다.
「당신을, 갈망하고 있었어요. 계속, 계속...」
코끝이, 닿는다.
숨결이 입술에 닿았다.
「당신이, 좋아요.」
애원하듯 부드럽고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내는 그녀를 부드럽게, 강하게 껴안는다.
귓가에서 히마리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창문을 통해 아침 기운이 스며들고 뺨에 무언가가 닿는 느낌에 잠에서 깬다.
졸음에 찌든 눈꺼풀을 살짝 열어보니 히마리가 내 뺨을 쓰다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좋은 아침, 히마리.」
「네, 좋은 아침이에요. 후훗.」
내가 졸린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하자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느린 어조로 말했다.
「분명, 걸을 수 있게 되는 것보다는. 저는 이렇게 하는게 더 좋을것 같아요.」
그래, 확인하듯 다시 한 번 내 뺨을 쓰다듬어 주었다.
가늘고 부드럽고, 그리고 역시나 따뜻했다. 그녀의 손바닥이었다.
──────────────
「자, 키보토스에서도 손꼽히는 천재이자 밀레니엄의 긴 역사에서 단 세 명에게만 주어졌던 『전지』 학위를 받은 저의 지성적인 두뇌도 이제 깨어나고 있어요. 아침 햇살도 저의 깨어남을 축복하는 듯이 내리쬐고 있는데, 일어나는게 어떨까요? 여보?」
침대에서 멍하니, 그것도 삼십 분 정도는 내 뺨을 쓰다듬고 있었을 히마리가 드디어 잘 잤다는 듯이 혀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오늘은 아직 이른 편이다.
히마리는 아침이 약하다. 일어나자마자 대부분 침대에서 졸린 듯이 멍하니 있는 경우가 많고, 대개 삼십 분에서 한 시간 가까이 지나야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여보. 부탁이 있는데요…」
「응?」
「으음, 그, ㅈ, 제 옷좀 가져다 주시겠어요?」
히마리는 담요를 가슴까지 끌어올리며 수줍은 듯이 말했다.
「...푸흡」
「아! 뭐, 뭘 웃는건가요! 연약한 아내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부탁하는 건데요!? 그걸 웃다니...!」
「미, 미안해... 아하하하!」
새삼스럽게, 이런다.
결혼을 하고, 함께 살기로 맹세하고, 그로부터 몇 년의 세월이 흘렀다.
함께 밥을 먹고, 함께 목욕을 하고, 침실에서 서로를 확인하듯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이제와서 이런다.
그야, 나도 모르게 웃음이 한 두 번 터져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별거 아니다.
요컨대, 『아내가 된 아케보시 히마리는 우아하고 가련하고, 외롭고, 엉뚱하고, 초라하고, 그리고 귀엽다』는 것이다.
이것을 말하자면, 그냥, 그 정도의 이야기다.
댓글 34
남편이면 히마리 똥오줌받이도 해주겠네
히마리 야해
제목 어지럽네

중간에 번역안된거 머임
챈에 올릴때 발견했던걸 메모장에선 수정을 안해서 그대로 복사됐네 고침
제목 청계천으로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