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원의 원주율. garden π.
7222자.
어제 내렸던 눈은 이미 전부 녹아 있었다.
젖은 흔적도 없이, 그림자조차 남기지 않고.
늘 보던 풍경이다. 덧칠된 계절감이 어색하지 않게 방울이 져 흘러내리는.
유리에 맺힌 물결 위로 무심코 가져다 댄 손가락이 만든 그림.
구름이 덮은 하늘 아래로, 지상의 발자국에는 찰나의 먼지만 쌓여 있을 뿐이었다. 언제나처럼.
허공으로 번진 호흡은 얼어붙어 갔다.
실용적이기보다는 장식에 가까운 외투이지만 그럼에도 제 역할은 다하고 있었다. 거듭 추워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잠시나마 바깥을 거닐 수 있도록 해주니 말이다.
쌀쌀한 바람이다. 부정할 리 없다.
얼마 없는 행인들과 학생들은 이 찬바람을 피하기 급급하느라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
트리니티의 종소리도 걷는 이를 외면하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옷깃의 끝자락에서 윙윙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이따금 길가의 얼음 조각을 밟으면, 날 선 소름이 발목을 쓰다듬었다.
목도리의 물기는 지긋하게 젖었다가 굳어가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심장의 고동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았다.
잔뜩 움츠러든 가로수가 휑한 가지의 끝을 그녀에게 향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겨울은 삭막하기 그지없다.
어느 시대의, 어느 장소라고 하더라도 이 사실에 고개를 가로젓는 이는 흔치 않겠지.
이 시기의 학원은 부쩍 고요해진다. 따뜻하던 날의 소란이 그립다고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저 멀리, 투명한 호수를 보고 있으면.
도심지는 이곳보다 나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사람 사는 곳이 달라봤자 얼마나 다를까, 라며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
⋯ 이런 날이라도 선생님께서는 바쁘시겠지.
걸음이 더뎌지더니 우뚝 멈췄다. 볼에 다가온 감촉이 퍽 낯선 탓이었다.
나기사는 시선을 위로 올렸다.
별빛이.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는 수많은 별빛이.
찢어진 조각이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다시금 이 세계를 하얗게 물들이기 위해서.
“천천히, 아즈사 쨩! 천천히!”
“서두르지 않으면 늦을 거야, 히후미.”
이런 날에도, 활기 넘치는 소리와 함께 곁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다다, 소리를 내며 도로를 질주하는 소녀들은 나기사도 아는 얼굴이었다.
혼자서 달려 나가는 아즈사를 붙잡기 위해 히후미가 허둥지둥 뛰고 있었다.
두 사람을 따라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발돋움을 하는 사람은 코하루였다.
그런 코하루가 넘어지지 않도록 지탱해주려는 듯, 보폭을 맞추며 걷는 하나코가 있었다.
이런 날에도. 이런 날이라도.
그녀들은 힘찬 행진을 이어가고 있구나.
나기사의 두 눈은 어느새 도로의 끝을 향해 있었다.
학원을 벗어나며 뻗어나간 지평선은 아름다웠다.
반듯한 모양의 보도블록은 깨지거나 부서지는 일이 없이, 색을 잃지도 않았다.
건물들의 벽과 바닥에 새겨진 세월의 때는 누가 보더라도 멋을 느낄 수 있을 것이었다.
오래된 그림은 어쩔 수 없이 풍화되고 만다. 그래도 그 자연스러움에는 깊이가 있다.
달콤함도, 짭짤함도 느슨해진 작품이다.
그렇지만 이곳의 은은한 맛은 자랑스러워해도 괜찮을 것이리라.
학원을 벗어나며 뻗어나간 지평선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네 명의 소녀가 멀어져가며, 풍광에 녹아들었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녀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향해 있는 힘껏 부딪히려 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무어라 표현해야 좋을까. 아름답다는 말은 지긋지긋한 변명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보다 알맞은 말은 없을 것이었다.
그래서 이대로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텐데.
문득 뒤로 고개를 돌린 히후미가 가만히 서 있던 그녀를 알아채고 말았다.
“나기사 님!”
팔을 번쩍 들고는, 훠이훠이 손을 흔드는 그녀가 활짝 웃고 있었다.
눈발이 빨라지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꺼내든 손이 주춤거리며 펴지지 않았다.
보충수업부의 다른 사람들도 멈춰 서서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걸음으로 따지면, 일백은커녕.
그 절반인 오십마저 되지 않을 거리일 테지만.
나기사는 자신이 웃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쿵쿵거리는 심장 박동.
무거워지는 눈꺼풀.
딸꾹질이 나올 것 같은 숨의 마디마디가, 불규칙적으로 끊기고.
콕 집어서 표현할 수 없는 이 감정은 일견 죄책감인 것 같았지만, 그보다는 질투에 더 가까웠다.
그녀는 이를 꽉 물었다. 내려가려는 시선을 반듯이 세웠고.
미소를 지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았다.
싱그러운 향기를 맡고는,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손짓이 일으킨 바람이 못된 생각을 멀리 날려 보냈다.
굳이 목소리를 담지는 않았다.
그녀들은 나아갈 것이다.
여기, 가만히 멈춰 있는 자신과 다르게.
여기, 이 세계에 갇혀 지내는 자신과는 다르게 말이다.
만일 페이지에 마지막 장이 존재한다면, 거기까지도 그녀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러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나기사는 자신의 인사를 받은 보충수업부의 학생들이 마저 멀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 뒷모습에 속으로 깊은 응원을 보냈다.
“⋯⋯.”
가볍게 떨린 눈꺼풀이 속눈썹 위로 쌓인 서리를 털어냈다.
고개를 돌렸다.
멈춰 있던 다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스함이 그리워졌다.
절박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어디라도 좋으니 서둘러 실내로 들어가고 싶었다.
이왕이면 벽난로의 불꽃과 양탄자로 가득한 방이었으면 좋겠다. 그 안에 파묻혀 하루를 무료하게 보내는 일은 짜릿하다.
무릎 위에 얹은 책을 읽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노곤한 졸음에 몸을 맡기면 그만한 행복이 없다.
거기에 담요와 차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차는 못난 투정을 언제나 받아주는 절친한 친구이므로.
다만 나기사가 도착한 장소에는 벽난로도, 양탄자도 없었지만 말이다.
문고리를 붙잡은 손에 힘껏 힘을 주었다.
따뜻한 공기보다 먼저 피부에 닿은 것은, 녹음이었다. 금빛 기둥과 유리로 뒤덮인 이곳은 온실이었다.
바깥의 추위는 느낄 여지조차 주지 않는 작은 섬.
이런 계절에는 좀처럼 볼 수 없어야 할 꽃과 풀이 각양각색으로 자라 있었다.
돌다리가 징검다리가 되어 그려져 있고.
푸른색과 분홍색의 장미가 뒤섞여 탑을 쌓았으며.
잔디가 구두를 간지럽히는 흙을 밟았다.
이윽고 나기사는 온실의 한쪽에 마련된 장소에 다다르게 되었다.
“⋯ 책?”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긴 했지만 말이다.
테이블 위에는 많은 책이 널브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들까지 신경 쓰자니 나기사는 지지부진한 피로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자신의 자리를 침범한 몇 권만 대충 치우고는 그녀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짓누르는 것 같은 고요함이다. 나기사가 생각했다.
겉옷에 달라붙어 있던 눈송이는 인제야 막 잦아들고 있었다. 그마저도.
유리창 너머에는 하얀 폭풍이 켜켜이 쌓여만 가고 있었다.
기이하며 외딴 세계이지 않은가.
종잡을 수 없는 자신의 마음 마냥, 어색한 환상 같았다.
그러나 이곳이야말로 자신의 오롯한 현실이었다.
얇은 이파리에 맺힌 이슬이 탐스럽게 보이고, 고풍스러운 티 세트의 값어치가 쉬이 짐작되지 않는, 멋들어진.
아주, 멋이 넘쳐나는.
무덤.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로 위안이라도 삼아야 할까.
테이블에는 자신의 자리 말고도 두 자리가 더 있기에.
나기사는 옆에 마련된 장식장에서 티 세트를 꺼내 들었다.
어떤 차를 내릴지 고민하기도 전에 이미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금세 따뜻한 물이 찻잎을 적셨다.
마음이 우러나오기를 기다리며 찻주전자의 뚜껑을 덮었다.
“⋯⋯.”
어질러진 책들은 세이아의 것이겠지.
어수선하게 쌓인 그것들을 반대편으로 몰아넣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다.
펼쳐져 있는 책이 있다는 것은 세이아가 얼마 전까지 이곳에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그녀라면 곧 돌아올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기사가 양해를 구하기 위해 기다릴 이유는 되지 않았다.
따지자면 세 사람이 앉도록 만들어진 자리이지 않은가.
혼자 다 쓰려고 하다니, 괘씸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변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은근한 미소가 걸린 얼굴로 달그락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받침과 잔을 겹쳐서 빈자리마다 하나씩 놓아주었다.
각설탕을 열고, 티스푼과 집게를 준비했다.
번듯한 디저트나 밀크티를 만들 수 있는 우유는 없었지만, 이 정도면 궁색하게나마 티파티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었다.
차를 얼마나 대단하게 마시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바야흐로, 어떻게 마시는지가 더 중요한 시기이다.
벌써, 그런 시대이다.
“빨리 돌아와 주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그래서 혼잣말을 참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적당히 우러난 찻물을 찻잔 안으로 떨어트렸다.
경쾌하다 못해 서두르는 것 같던 날씨가 슬슬 여유를 부리는 것 같더니, 이제 바깥은 함박눈이 내리는 중이었다.
온실의 천장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시커멓고 칙칙하기만 했다.
저런 구름에서 태어난 눈이 어떻게 이리도 순수할 수 있을까.
지붕에 쌓이기 시작한 눈을 제때 치워주지 않는다면.
이 유리에 금이 생길 수 있지 않을까.
뚫어져라 바라본 천장에 도전자가 있었다.
온실의 기둥을 타고 올라간 덩굴 하나가 높이 줄기를 뻗고 있었다.
막 자라나고 있는 여린 손톱은 그러나, 닳아 있었다.
건널 수 없는 벽을 에워싸고 있는 춤사위는 동경일까.
아니면 본능일까.
가끔은 말이지.
정말 가끔 드는 생각이야, 이 선로를 벗어나고 싶은 욕심이 든다.
조심스럽고 신중하기만 한 성격 탓에, 행복의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
⋯ 아니다.
그건 이미 오래전에 찾아냈다.
나기사는 찻잔의 손잡이를 엄지손가락으로 매만졌다.
미약한 떨림은 찻물의 표면 위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못생긴 파문이 울퉁불퉁한 굴곡을 만들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찻물의 색이 변하는 일은 없었다. 당연히, 없어야 할 일이기도 했다.
향이 상하는 일은 더더욱 벌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는 고민하지 않고 잔을 들어 올려 내용물을 한 모금 삼켰다.
딸깍, 하며 잔과 받침이 부딪치는 소리가 유달리 크게 귀에 걸려 왔다.
익숙한 향기다.
너무 익숙해서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린.
달콤한 오선지였다.
온실 속의 화초는 죽은 장식이 아니다. 매초, 매분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살아간다는 건 공평한 자유이자 권리이다.
씨앗에서 시작한 생명이 꽃을 피우고 결실을 보는 과정은 그야말로 치열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찬사일 것이다.
흙내 나는 바람을 맞으며, 불합리한 계절을 건너는 바깥보다야 나을 것이라고 질시 받을 수도 있지만.
곁에 함께 핀 미지와 몸을 섞고 조화와 아름다움을 요구받는 초록색은 부단히도 애쓴 결과일 것이다.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가꾼 미래는.
아이가 갇혀 있는 세계 전체의 값어치가 되어 준다.
그 가치만큼은, 과거와 노력은, 마음만큼은 가볍게 치부해서는 안 될 것이었다.
무대의 중심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떠한가.
나기사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테이블의 건너편은 자리의 주인이 가져온 책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별히 꺼내 놓은 티 세트가 탁자의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어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러나 저 애매한 장소는 세이아가 앉은 자세로 편하게 팔을 뻗을 수 있는 위치였다. 나기사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빈자리에 무심코 놓은 찻잔에는 찻물을 따르지 않았다. 그 이유가 이전처럼 자주 만날 수 있는 사이가 아니게 되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은 아무래도 갓 따라준 차를 선호했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몰랐다.
“나기사.”
콩, 하고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뒤를 돌아보자 어느새 세이아가 돌아와 있었다.
반겨주려는 말이 나오기 직전에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접시를 가득 채운 파이였다.
“들어주세요. 생각보다 무겁네요.”
“아, 네.”
엉겁결에 파이를 받아서 든 나기사는 접시에 눌어붙은 달짝지근한 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세이아가 이만한 크기의 파이를 어디서 받아온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세이아는 나기사가 품고 있는 의문을 굳이 풀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나 보다. 성큼성큼 자신의 자리로 간 그녀는 적당한 책을 하나 고르더니 그것을 테이블의 한가운데로 가져다 놓았다.
그러고는.
“여기요.”
멋대로 가리키는 것이지 않은가.
잘하지 않았느냐며 눈을 빛내는 세이아를 보고 나기사는 차마 책들을 좀 치우면 되지 않겠냐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피식, 웃어주고는 파이를 책 위에 올려놓았다.
그사이에 세이아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차부터 한 모금 꿀꺽였다.
“⋯⋯.”
“⋯⋯.”
이번에는 편안한 정적이 가득 찼다.
책과 파이와 차가 모여 있었다.
벽난로와 양탄자는 없지만, 이 정도면 하염없이.
하염없이, 시간을 낭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구도였다.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내고 말았다.
화면을 켜고 번호를 누르려고 했다.
아.
나기사는 속으로 신음을 삼켰다.
핸드폰을 내려놓아야 했다.
마침 파이에 끼워진 나이프가 눈에 들어왔다.
두 번인가, 세 번.
어쩌면 네 번까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눈을 깜빡이기만 하던 나기사는 이내 나이프의 손잡이를 쥐기 위해 팔을 들었다.
“나기사.”
목소리가 제지하지 않았다면, 파이는 그대로 갈라졌을 것이다.
나기사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는 한 마리의 여우가 긴 하품을 하고 있었다. 이빨 사이로 새어 나온 목소리는 무심하게 툭 던진 듯, 투박한 모양새였으나.
음률이 품고 있는 미열은 황금빛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것은.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기까지 했다.
오물거리는 입가가 묘한 웃음기를 띠고 있었다.
소매로 반쯤 가려진 손가락이 삐쭉 튀어나와서는 나기사를 가리켰다.
정확히는, 그녀가 내려놓았던 핸드폰을 말이다.
“오늘은 안 부르는 건가요?”
완만한 곡선을 가져다 댄 물음표가 등을 떠밀려 했다.
약하고 약했으며, 작고 작았다.
무시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는 뱁새의 날갯짓이었다. 한여름의 무더위를 식히기는커녕, 땀 한 방울조차 제대로 닦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사람은 종종 그 소심한 몸짓에 시선을 빼앗기곤 한다.
두 손을 모아 쉼터를 만들고는.
저도 모르게 잊고 있던 동심을 떠올리곤 한다.
구태여 빈 자리를 바라보지 않아도 되었다.
세이아가 가져온 파이는 어서 자기 몸을 헤집어 달라며 먹음직스러운 윤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본성에 따르는 일은 쉽다. 그래도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자기 자신을 재촉하기 바빴다.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고.
주저하고, 외면하고, 피하고.
그렇게 마냥 참으려고만 하면 정말로, 정말로.
몸이 아파질지도 모르고.
겨우 그런 일로 아프게 된다면, 많이 억울할 것 같았다.
나기사는 기꺼이 웃어주었다.
그녀의 미소에 물기가 어려있지는 않았다.
“그럴 리가요.”
그녀들만의 작은 낙원은 그러나 이따금 낙원이 아니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했던 순간을 감히 손으로 꼽아보려고 하면, 그럴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모든 시간이 낙원이었고, 모든 날이 행복이었으므로.
친구 사이에 다툼은 당연할 따름이고.
대화를 나누지 않더라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온다.
영원히 피고 지는 온실의 화초들처럼.
매일의 티타임처럼 말이다.
“둘이 먹기에는 너무 양이 많은걸요.”
번호를 누르자 이번에는 테이블 위로 수화음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녀들이 모두 모일 때까지 파이는 식지 않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럴 것이라고.
나기사는 믿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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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스바라시
? 이게 갤창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