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던 와일드헌트와 선생과의 첫 만남.
선생의 아름다움을 일찌감치 파악한 예술평의회에서 어느 날 날아든 통지서의 내용은 이러해.
'우리 와일드헌트 학도생들의 예술적 소양 함양과 발전을 위해 저희 예술평의회에선 그 매력적이고 훌륭한 몸을 선생님께서 잠시 빌려주셨으면 합니다.
이는 학생들의 견문을 넓히고자 하는 취지이며 그녀들의 뜨거운 탐구심을 외면하지 마시고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협박같기도 하고 간청같기도 한 통지서를 읽은 선생은 대수롭지 않게 한낱 성인 남성 몸뚱아리가 도움이 될까 반신반의하면서도
학생들을 생각해서 비정기적 모델 활동 계약을 승인해버려.
그렇게 선생은 1~2주에 한번 학원으로 와서 소묘 수업이나 조각 수업같은곳에 들어간 다음
선생된 몸으로서 부끄럽게도 이 땅에 태어난 그대로의 자태를 학생들의 눈앞에 드리워야 했어.
생판 처음 본(사실, 몇몇은 이미 특정 사이트에서 선생님을 주제로 검색하면 쏟아져 나오는 영상을 통해 알고 있었겠지만) 남성의 다부지고 늠름한 육체미에 황홀해하던 학생들은,
다행스럽게도 어리지만 그래도 예술학도들이라는 걸까. 곧 선생님의 몸을 관찰하며 척박했던 토지 한켠에 이국의 꽃밭을 피워내는 그녀들은 다들 숙련된 예술가였지.
허나 땅이 입을 벌려 물을 삼킨다 해도 결국엔 토해내는 법.
한달도 지나지 않아 남성의 육체에 대한 카테고리가 완벽하게 잡힌 후엔, 그녀들의 관심사는 이제 선생의 몸 그 자체로 돌변해.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은 선생에게도 은근히 들릴만큼의 소곤거림으로 서로 음탕한 희롱을 주고받아.
입체적 묘사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선생의 몸을 더듬으며 굴곡을 느끼고 첨단을 자극해.
기어코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행위 예술의 단계에 발을 들여버리게 되는거야.
석고상이 붓 끝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을까?
캔버스 속 남자가 감히 점토 주무르는 손아귀를 맞닥뜨릴 날이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선생은 조각도 그림도 아니었던지라.
도화지 삼은 그 몸 위에는 야수처럼 강렬한 유백색 물감이 내리치고 섞이고 풀어졌다가
마침내는 그녀들의 납샘에서 흘러나오는 꿀섞인 밀랍에 납염되어 성애완구로 전락해버려.
그렇게 수도 없이 윤간당하며 학생들의 성적 지식욕을 본의 아니게 채워준 선생의 귀갓길.
너덜너덜해진 몸 이끌고 샬레로 돌아가는 중 휴대폰에 뜨는 메세지는
오늘 하루도 고생많으셨다며 앞으로의 협조도 기다리고 있겠다는, 사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알 수 없는 학원 측의 감사 인사였어.
혹자는 눈물을 보고 납루라고도 부른다고 해.
촛농이 흐르는 모습이 꼭 눈물과 닮았다나.
그렇다면 남루한 밀랍인형 꼴이 되어버린 선생의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은 무엇일까.
띠링. 또 다시 알림음이 왔고
화면에 나오는 건 방금 입금된 500만원이라는 액수.
선생은 그것을 노고에 대한 감사비로 여기고 있을까?
혹은 오늘과 다음의 몸값 내지 화대로 여기고 있을까.
그건 당신이 이 미래를 읽고도 똑같은 결말을 자초하려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을 때 알 수 있겠지.
그러니 제발.
30분 뒤에 날아올 와일드헌트 모델 계약은 거부해.
분명히 경고했어. 한낱 소설로 여기지 말아줘.
부디 비참한 삶을 스스로 추구하지 않기를 바라.
댓글 38

아로나가 커트해줄거야…

30분만 기다리면 된다는거지?
거부하라고
타 학원에서까지 와헌 청강 신청이 폭증
나한텐 연락 언제 해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