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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이마시노 미사키는 푸른 하늘을 싫어했다.
/블루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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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좋은 날씨였다.

하늘은 푸르렀고, 구름 몇 점이 여유롭게 떠다녔으며, 적당히 선선한 바람이 몸에 기분 좋게 부딪혔다.

이마시노 미사키는 본디 이런 날씨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날씨보다 짙은 바닷빛 같은 하늘에 비가 추적이듯 내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맑은 하늘 아래에서 웃으며 지내느니 비 내리는 하늘 아래에 우산 없이 서 있을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 미사키는 맑은 하늘과 어울리는 모습의 소녀는 아니었다.

햇살 가득한 맑은 날에 그녀를 보자면 묘한 이질감이 들 정도로,

그녀는 맑은 날보다 우중충한 날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맑은 날이 되면 괜스레 우울해 지고는 하였다.

우울함이란 그녀에게 있어 늘 옆에 있는 동료와도 같은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비 내리는 차분한 날에 느끼는 우울함과 맑은 날에 느껴지는 우울함은 궤가 다른 모양이었다.

비 내리는 날 폐 건물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있자면 그녀는 당연하게도 우울했지만,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때 느껴지는 우울함은 그녀에게 있어 너무나 자연스러운 존재였다. 육체와 고통을 떼어놓을 수 없듯, 그녀의 영혼과 우울 또한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이기에-

있어야 할 장소에 존재하는 느낌을 받고는 했다. 영혼도, 육신도 우울함이란 한 장소에 묶여 있는 그 느낌. 일체감.

그렇기에 그녀는 비가 내리는 날이 되면 평온함을 느끼고는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맑은 날은 달랐다.

몸을 스치우는 선선한 바람도, 적절하게 내리쬐는 햇빛도 기분 좋았다.

자연스럽게 몸이 그렇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오랜 기간을 들여 행복이란 걸 잊어버린 그녀의 정신은, 육체가 느끼는 본능적인 행복조차 받아들이는 것을 꺼렸다.

행복을 꺼리는 정신은 억지로 평소보다 많은 양의 우울함을 그녀에게 가지고 오고는 했다.

감히 네가 행복을 논해?

네 처지를 봐. 손목에 감겨있는 붕대들을 보라고.

괴리감.

그녀는 맑은 하늘을 볼 때 마다 육체와 정신의 괴리감에 빠져 한없이 어지러워 했다.

그녀는 우울한 사람이었고, 계속해서 그래야만 했다.

사소한 일에 행복해지고 말면, 지금까지의 불행이 모두 부정되어버리는 것이기에.

그녀는 태양을 싫어했다.

따뜻한 온기도, 뒤따라오는 따스한 바람도.

그녀에게는 끔찍한 저주나 다름 없었다.

미사키는 그렇기에 건물을 올랐다.

자주 오르던 건물. 이유라곤 늘 하나 뿐이었다.

———————————

샬레의 선생은 맑은 날을 사랑했다.

햇빛이 몸을 따스하게 내리쬐고는 하면 없던 기운이 다시 솟아나는 듯 하였고, 지나가는 구름 하나 하나가 그저 아름다웠다.

그는 밝은 하늘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의 주변에는 항상 수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많은 이들이 그에게 호감을 품었다.

입가에 항상 웃음기가 걸려 있는 사람.

마치 태양과도 같은 사람.

주변을 환하게 밝혀 주는 사람.

선생은,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비 오는 날을 싫어했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는 비 오는 날 역시 사랑했다.

빗방울이 땅바닥에 부딪혀 내는 소리를 사랑했고, 어둠을 품은 푸른 빛의 하늘도, 가끔 그에게 살며시 다가오는 우울함과 외로움마저 사랑했다.

이따금 아무 학생도 찾아오지 않는 조용한 시간이 찾아오면 그는 조용히 샬레의 옥상에 올라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는 했다.

그 순간만이 그가 웃지 않고 자연스레 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는 사실 억지로 불타는 태양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외근을 마치고 샬레로 돌아가는 어느 날 너무나도 푸른 하늘 아래에서,

선생은 오래 되어 사람의 발자취가 끊긴 듯 보이는 한 건물을 보았다.

문득 떠오른 한 생각, 저 건물 옥상에서 보는 하늘은 어떤 모양일까.

그는 건물을 올랐다.

멍하니 하늘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

건물의 옥상 문은 열려 있는 채였다.

회색 콘크리트 바닥 아래에 잡초들이 조금 자라 있었다.

떨어질 사람을 막아 줄 펜스는 고작 허리 정도의 높이까지 세워져 있을 뿐이라 명목 뿐인 모양새였다.

미사키는 펜스에 손을 올린 채 멍하니 땅바닥을 바라보았다.

오래 되어 녹슨 펜스는 걸핏하면 사람의 체중을 견디지 못한 채 쓰러질 것만 같았지만, 그녀는 괘념치 않는 듯 했다.

오히려 그걸 바라고 있는 듯하기도 하였다.

이 정도 높이라면 즉사할까.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몇 미터에서 떨어져야 죽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지식 같은 건 배운 적도 없었다.

이번에도 사오리가 날 막으러 올까.

그럴 리가 없었다. 지금까지 사오리가 미사키를 막을 수 있던 건 4명이서 늘 함께 다녔기 때문이었다.

사오리가 인격 찾기를 명목으로 그녀에게 스쿼드 멤버들을 부탁하고서 떠난 이후로는, 정기적인 연락을 가끔 할 뿐.

지금의 미사키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를 터였다.

스쿼드 멤버들.

눈 앞에 그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미사키는 꽃을 보며 조용히 웃음을 짓는 공주.

구석진 곳에서 찾은 오래된 잡지를 보며 해맑은 미소를 짓는 히요리.

늘 멤버들을 이끌어 주다, 자신에게 책임을 넘기고 곁을 떠난 사오리까지.

미사키에게 있어서 그들은 족쇄였다. 자신의 죽음을 막는, 죽지 못하게 방해하는 존재.

하지만 그들을 탓할 수는 없다. 이 모든 건 오로지 그녀 자신의 문제일 뿐이니까.

그녀는 말없이 녹슨 펜스에 체중을 더 실어 넣었다.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결정할 수 없는 이 상황에 대한 반항의 의미로.

펜스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조금씩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바깥쪽으로 기울어져 갔다.

시간은 서서히 느리게 흐른다. 지금까지의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 흐른다.

어릴 적부터 학대 받아온 기억들과

고통 뿐이었던 이야기들

그리고 꼭꼭 숨겨 두었던 한 줄기의 추억들.

스쿼드의 멤버들과 식빵 하나 가지고서 나눠 먹던, 그런 기억들.

짧은 주마등을 마치고선

미사키가 조용히 눈을 감은 그 순간

무언가 휙 하고 그녀의 왼손을 억지로 꽉 붙잡더니 건물의 안쪽으로 끌어 당겼다.

그건 샬레의 선생이었다.

잔혹하게도, 아직 세상은 그녀를 죽게 냅둘 심산이 아닌 듯 했다.

선생은 미사키의 손을 놓지 않고선 입을 열었다.

“…미사키.”

그는 선생님이지, 심리 상담사나 정신과 의사가 아니었기에,

눈 앞에 서 있는 학생에게 무슨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지 그로서는 알 수 없는 도리였다.

“일단, 내려갈까.”

미사키는 말 없이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둘은 계단을 내려가서, 주변을 아무 말 없이 걷다가, 사람 없는 한적한 공원의 벤치에 앉아서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선생은 그녀에게 할 말을 천천히 고르고 있었다.

‘왜 죽으려고 했니.’

‘요즘 힘든 일이 있었니.’

의미 없는 질문이었다.

그녀가 왜 죽으려 드는지도, 그녀의 삶이 어땠는지도 선생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섣불리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선생은 고민에 고민을 마친 후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은 말이야, 하늘이 참 맑은 것 같아.”

“…”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선생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더 이야기를 해 보라는 듯이.

선생님은 하늘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했다.

“난 말야, 이렇게 맑은 날씨가 좋더라. 활기차고 밝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야.”

“미사키, 넌 어떠니?”

“…”

“별로 좋아하지 않아.”

“밝고 활기찬 분위기는, 나와 맞지 않으니까.”

“그렇구나..”

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무겁고, 한없이 바닥에 내리깔린 정적이었다.

“선생님, 별로 할 말 없으면 이제 가볼 테니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미사키를 선생이 다급하게 막아서고선, 다시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

“아니야, 할 이야기 있어.”

“미사키, 맑은 날씨가 싫다고 했잖아. 그럼 좋아하는 날씨도 있니?”

“지금 그런 게 무슨 상관인데..”

“이야기해줘, 미사키.”

미사키는 작게 한숨을 쉬고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을 꺼냈다.

“그나마 비 오는 날씨가 좋으려나.”

“어째서?”

“모르겠어, 그냥..마음이 편해져서.”

“그런가, 그렇구나.”

“선생님, 선생님은 맑은 날이 좋다고 했지?”

“난 그런 선생님이 이해가 가질 않아. 아마 앞으로도 이해할 수 없겠지.”

묵혀 있는 감정을 내뱉듯, 미사키가 냉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선생님은 모를 거야. 맑은 날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항상 행복하고 밝은 사람이잖아?”

“흠, 글쎄.”

“나라고 항상 행복하고 밝기만 하지는 않아.”

“가끔 너무 힘들어서 펑펑 울고 싶어 질 때도 있었어, 모든 걸 내버려두고 도망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몇 번 있었지.”

“..선생님이?”

“선생님은 우울과는 거리가 먼 인간일 거라 생각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거지. 나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니까.”

“학생들에게는 최대한 좋은 모습들만 보여주고 싶어. 이건 내 욕심일지도 모르겠네.”

“왜 나한테는 털어놓은 건데?”

“미사키에게는 말해도 괜찮을 것 같았어.”

“내 약한 점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그리고, 맑은 날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얼핏 알 것 같기는 해.”

“뭐라고 생각하는데?”

“무서운 거야. 하늘이 아름다운 게.”

“하늘은 너무나도 아름다운데, 지금 나는 보잘것 없는 존재라서. 이 맑은 하늘이 나와는 너무나 대비되어서.”

“하지만 미사키, 무서워 할 필요는 없어.”

“아름다운 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퉁 치면 되는 거야. 굳이 자신의 상황이나 처지와 비교할 필요는 없지.”

“..그냥 퉁 치라고?”

“그래! 그냥 퉁 쳐버려.”

“아름답구나. 예쁘구나 하고 넘기면 되는 거야.”

“거기에 굳이 상황 부여를 할 필요가 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해.”

미사키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푸르고, 천천히 구름들이 지나가서,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건, 아름다운 대로..”

그녀는 한참이고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구름이 흐르는 것을 지켜보다, 놓치기도 하곤 하면서.

하늘을 그렇게 계속 올려다보다, 목이 찌뿌둥한 듯 고개를 돌리는 미사키를 보며 선생이 말했다.

“어때, 미사키. 좀 알 것 같아?”

“그래, 뭐. 나쁘지는 않네.”

하늘은 파란색. 푸르다.

그리고 난, 여전히 불행하다.

그렇게 이마시노 미사키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조금 웃음 짓고선 그녀의 동료들에게 돌아갔다.

푸른 하늘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느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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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9.12창작

소설) 이마시노 미사키는 푸른 하늘을 싫어했다.

#이마시노 미사키#소설
좋아요 0댓글 7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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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DC
Lazy작가
게시물 3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3.09.12 22:53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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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나
ㅇDC
ㅇㅇ123.09.12

안아주기

ㅇDC
ㅇㅇ223.09.12
ㅇDC
ㅇㅇ323.09.12
디시콘
ㅇDC
ㅇㅇ423.09.13
디시콘
ㅇDC
ㅇㅇ523.09.13

이제 비올때랑 마침 비 개서 무지개 뜰 때도 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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