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M #미스터리 #후우카 #준코 #하루나
원본 by あざもふも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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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아주 화창했다.
빨아 두었던 앞치마도 잘 말랐겠지. 지금쯤이면 분명 주리가 걷어 두었을 텐데……
최근 며칠 동안 외출하기 좋은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그 영향인지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수도 많았다.
한가롭게 거니는 인간들을 내려다보듯 가로등 위에서는 까마귀가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평화로운 일상 같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일상’이라는 단어는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지만, ‘평화’라는 단어는 명확하게 부정하고 싶다.
나는 이곳에 납치당해 온 처지니까.
“미식의 날인데 그런 표정을 짓고 계시기엔 아깝답니다, 후우카 씨.”
그 범인이 당당히 지껄인다.
봄날의 햇살을 받아 빛나는 은빛 머리카락.
맛있는 것밖에는 보이지 않는 붉은 눈동자.
한쪽밖에 없는 검은 날개를 파닥거리는 걸 보면 신이 난 모양이다.
미식연구회 회장인 쿠로다테 하루나.
이미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나를 납치해 매번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만드는 장본인이다.
“그러게,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루나는 내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바로 옆에서 걸으며, 도마뱀 같은 꼬리를 내 등 뒤로 감아두고 있었다.
뭐, 하루나에게서 벗어난다 해도 다른 녀석들에게 붙잡힐 뿐이겠지만…….
시선을 돌린 끝에는 금빛 머리카락과 거대한 뿔이 특징인 미식연구회의 대식 담당, 와니부치 아카리가 있었다.
나의 시선을 눈치채고 돌아본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아,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셔도 소용없답니다☆”
아카리의 보랏빛 눈동자가 커진다.
고양이가 쥐를 사냥할 때 같은 눈빛에 본능적으로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급히 눈을 돌리자, 그 끝에는 또 다른 멤버가 있었다.
푹신푹신한 흰색 트윈 테일과 양처럼 둥글게 말린 뿔이 트레이드 마크인 시시도우 이즈미였다.
그녀는 그녀대로 아까부터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바람을 타고 자극적인 악취가 흘러온다.
무엇을 먹고 있는지 묻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미식연구회는 나머지 한 명, 아카시 준코를 포함해 평소 네 명이 함께 활동한다.
오늘은 현지 집합이라는데, 듣자 하니 준코가 저렴하고 맛있는 화과자를 먹을 수 있는 찻집을 발견해서 다 함께 조사하러 가는 모양이었다.
이에 나는 가장 큰 의문을 하루나에게 던졌다.
“그래서, 왜 나를 납치한 건데?”
딱히 요리사가 필요한 상황도 아닌 듯한데, 나를 연행해 온 의미란 무엇이란 말인가.
하루나의 대답은 실로 심플했다.
“? 기왕이면 후우카 씨도 함께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럼 평범하게 초대를 하란 말이야!”
“뭐, 늘 있는 흐름같은 것이니까요☆ 후우카 씨도 이쯤에서 포기해 주세요.”
하아─ 하고 입 밖으로 깊은 한숨을 내쉰다.
온몸이 묶인 채 둘러메며 가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았으면 좋겠다.
여기저기 쑤셔 죽겠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오늘은 위험한 일을 겪지 않을 것 같아 안심이다.
그저 찻집에서 화과자를 먹을 뿐, 그렇다면 트러블이 생길 리 없다…….
그 과자가 맛있다면 아마도 괜찮을 것이다,
괜찮겠…… 지?
불과 몇 분 전에 총격전을 벌였던 기억을 떠올리면 전혀 괜찮을 것 같지 않지만…….
그렇게 몸을 떨고 있는 사이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수많은 찻집이 늘어서 있었고, 그 맞은편의 실개천을 따라 심어진 벚나무는 마침 만개해 있었다.
나무 아래에는 붉은 천이 덮인 긴 의자가 놓여 있었다.
마치 백귀야행 같은 분위기가 풍기는 장소였다.
“아름다운 곳이네……. 게헨나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숨겨진 벚꽃 구경 명소라는 모양이에요~.
전체적으로 과자나 차 가격이 비싸서 학생들 사이에선 별로 인기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준코 씨가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는 가게를 찾아냈다고 해서 조사를 하러 온 셈이랍니다.”
과연, 이토록 좋아 보이는 장소에 사람이 뜸했던 건 그런 이유에서였나.
바로 옆 가게의 가격표를 슬쩍 보니 확실히 학생들의 지갑 사정에는 조금 가혹한 가격이었다.
말차 한 잔에 하루치 식비가 날아간다.
그런 가게들을 곁눈질하며 한동안 걸어가니, 벚나무 가로수길 초입에 낯익은 인영이 보였다.
작은 체구에 붉은색 트윈 테일, 그리고 그 뿌리에서 돋아난 두 개의 뿔.
약속을 잡은 아카시 준코가 그곳에 서 있었는데.
“왠지 준코 씨, 떨고 있지 않나요?”
“그러게요, 어쩐지 머리카락도 젖어 있는 것 같고…….”
“아, 이쪽을 알아차린 것 같아! 어─이!”
세 사람이 손을 흔들자 준코는 눈 깜짝할 사이에 달려와 이즈미의 멱살을 잡고 고함을 질렀다.
“음모야! 이건 음모가 틀림없어!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다고!”
그대로 이즈미를 앞뒤로 사정없이 흔들어댄다.
아카리가 제지할 때까지 눈물이 그렁그렁한 준코는 계속해서 난동을 부렸다.
준코는 눈물이 맺힌 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리카락부터 옷까지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고, 무릎과 손에는 쓸린 상처가 나 있었다.
“음모…라고 하셨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하루나가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준코의 기색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음모야……”
준코의 눈빛이 날카로워진다. 그리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너희가 오기 전까지…세 번이나 과자를 떨어뜨렸단 말이야!”
그 순간, 나를 포함해 준코를 제외한 모두가 한숨을 쉬며 속으로 생각했다.
‘아아, 늘 있던 그거구나’라고.
준코는 운이 없다고 해야 할지, 저주에 가까운 무언가가 있다.
무언가 맛있는 것을 먹으려 하면 높은 확률로 방해가 들어온다.
경단이 눈먼 총알에 맞아 날아가거나, 뒤에 있던 사람에게 밀려 오세치 요리를 엎지르거나…그런 종류의 불행 에피소드가 끝이 없다.
그런 연유로 새삼스럽게 “음식을 떨어뜨렸다”라는 말을 들어도 이상할 것은 전혀 없었다.
가여운 일이긴 하지만.
“뭐야 그 반응은! 왜 다들 그런 차가운 눈으로 나를 보는 건데?!”
“그치만 준코가 음식을 떨어뜨리는 건 늘 있던 일이잖아. 새삼스럽게.”
우리 모두의 의견을 대신해서 말한 이즈미에게 준코가 다시 달려들었다.
“하지 마─! 뿔은, 뿔만은 안 돼─!”라는 이즈미의 비명과 준코의 고함이 길가에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주변의 여러 사람들이 이쪽을 쳐다보았다.
“아무리 나라도!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세 번이나! 음식을! 떨어뜨릴 리가 없잖아!”
외치면서 이즈미의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대는 준코. 그러다 이즈미가 눈을 뒤집으며 쓰러지자 그제야 제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흠흠, 하고 헛기침을 하더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도 내 운이 나쁘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하지만 이번엔 달라! 전부 계획된 음모라고!”
“그래서, 그 근거는 있나요?”
아카리가 거품을 물고 있는 이즈미의 뺨을 치며 물었다.
준코는 잘 물어봐 주었다는 듯 손뼉과 함께 당당하게 말했다.
“당연하지! 지금부터 보여줄 테니까!”
우리를 데리고 준코가 향한 곳은 거리 초입에서 벗어난 외딴 찻집이었다.
외딴곳이라 해도 가게 맞은편에는 벚나무가 있었고, 그 아래에는 다른 가게들처럼 긴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이곳이 준코가 오늘 소개하려던 가게인 듯했다.
다른 점포들보다 간판이 깨끗한 것으로 보아 최근에 생긴 가게 같았다.
가장 큰 특징은 그 가격. 이 지역 안에서는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다른 가게의 말차 한 잔 가격으로 이 가게에서는 말차와 경단 팩을 주문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했다.
가성비 좋고 맛있는 것을 좋아하는 준코가 소개하려 한 것도 납득이 갔다.
“여기가 바로 현장이야. 여기서 나는 세 번이나…과자를……!”
부르르 몸을 떨며 준코가 말했다.
당장이라도 총을 양손에 쥐고 난동을 부릴 기세였기에, 서둘러 대화를 진행시켰다.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세 번이나 과자를 떨어뜨렸고, 그것이 누군가에게 계획된 음모라고 단언한다면 그만한 일이 일어났을 터다.
우선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으면 판단할 수 없다.
“내가 오늘 너희보다 일찍 도착해서 이 찻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조금 배가 고파져서 먼저 뭔가를 먹으려 했거든.
그래서 찹쌀떡이랑 차를 사서 저기 긴 의자에 앉아 이제 막 먹으려던 참이었는데…….”
준코가 긴 의자에 앉아 눈앞의 바닥을 가리켰다. 그곳에 있었던 것은 물웅덩이였다.
작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크지도 않은 미묘한 크기의 물웅덩이가 아스팔트의 파인 곳에 생겨 있었다.
“이 물웅덩이 위를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지나가더니…물보라 때문에 온몸이 흠뻑 젖어버렸어!
찹쌀떡도 축축해지고…차에도 흙물이 들어가서…완전히 망쳐버렸다고!”
그래서 옷과 머리카락이 젖어 있었던 건가.
자세히 보니 긴 의자에 덮여 있던 붉은 천도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건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음모라고 하기에는 조금 근거가 부족한 듯한…….”
쓴웃음을 지으며 묻는 하루나를 향해 준코는 검지를 흔들며 대꾸했다.
“그 트럭, 물웅덩이가 있는데도 전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단 말이야!
인적도 드물었고, 의자에 앉아있는 내가 분명 보였을 텐데…….
일부러 나한테 물을 끼얹으려 한 게 틀림없어!”
“과연. 참고로 그 트럭이라는 게 저것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카리가 가리킨 끝에는 찻집들이 늘어선 거리에서 서행하며 달려오는 트럭 한 대가 있었다.
그 트럭은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준코의 눈앞에서 멈춰 섰다.
“너, 아까 거기 앉아 있던 아이구나. 물을 끼얹은 것 같아서 정말 미안하다!”
트럭 운전사는 내리자마자 준코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일부러 물을 뿌린 범인이라 생각했던 인물이 직접 나타나자, 준코는 눈을 둥그렇게 떴다.
“설마 이런 곳에 물웅덩이가 있을 줄은 몰랐단다…….
배달 도중에 시간이 늦을 것 같아서 그대로 지나쳐버렸는데, 아직 남아있어 주어서 다행이구나.”
그 후 운전사는 준코에게 세탁비와 과자 변상비, 게다가 미안하다며 추가로 과자까지 더 사다 준 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사과를 하고 떠나갔다.
“좋은 사람이네~. 우리 몫까지 경단을 사 주다니!”
“일부러 물을 뿌린 것치고는 대처가 너무 정중한데요~. 정말로 실수하셨던 것뿐 아닌가요?”
어느새 얻어먹은 경단을 양손에 든 두 사람이 말했다.
준코도 사다 준 경단 팩을 바라보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돌아오지 않은 건 좀 찜찜하지만…….
변상도 해줬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라고 하니 용서해 줄게…….”
준코는 일단 한숨을 쉰 뒤,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었다.
“그럼 다음 이야기야! 트럭 건에 이어 연달아 일어났다고!”
그렇게 말하며 긴 의자에 앉아 찻집 지붕을 가리켰다.
“흠뻑 젖은 뒤에 다시 한번 찹쌀떡을 새로 샀더니…저 녀석들에게 습격을 당했어!”
날카롭게 노려보는 시선 끝에 있었던 것은 몇 마리의 까마귀였다.
지붕 위에서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모습으로 보아, 인간들이 떨어뜨린 과자 부스러기라도 노리는 듯했다.
“까마귀한테 음식을 빼앗긴 거야? 그건 음모라기보다 준코 네가 둔해서…….”
이즈미는 또다시 뿔을 붙잡힌 채 머리를 셰이크당했다.
다만 이것에 관해서는 이즈미의 말이 맞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음모라기보다는 준코가 까마귀에게조차 만만하게 보인 게 아닐까 하는…….
사건성은 전무해 보였다.
“아무리 나라도 고작 까마귀한테 뺏길 만큼 둔하지 않아!
저 녀석들, 들고 있던 찹쌀떡이 아니라 내 머리카락이랑 머리 쪽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단 말이야…….
당황해서 쫓아내려다 보니 찹쌀떡을 놓쳐 버렸고…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짜증 나!”
기억이 되살아나 분노가 치밀었는지 까마귀를 향해 총을 겨누려 한다.
그것을 나와 아카리가 붙잡아 말렸다.
“자자, 그것과 음모가 어떻게 연결되는 건데?”
“분명 괴롭히기 위해서 누군가가 저 까마귀들을 길들여 나를 습격하도록 유도한 게 틀림없어!”
어지간히 짜증이 났는지 엉뚱한 소리를 해댄다.
그런 폭주 중인 준코의 곁에서 하루나가 까마귀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나는 아까 운전사에게 받은 별사탕을 한 알 집어 들더니, 난데없이 길 한복판에 던졌다.
“아─! 아깝게!”
삼초룰이라도 외치듯 별사탕을 주우러 가는 이즈미.
그 손 바로 눈앞을 검은 물체가 휙 스쳐 지나갔다.
깜짝 놀라 손을 거둔 이즈미의 눈앞에서 날아든 까마귀가 별사탕을 부리에 물고 있었다.
“이것은 저의 추측입니다만…….”
하루나가 별사탕을 한 손에 쥔 채 까마귀에게 다가간다.
까마귀는 하루나에게 덤벼들려 했으나, 다음 순간 무언가에 기가 죽은 듯 날아가 버렸다.
“까마귀는 이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모으는 습성이 있습니다.
습격을 당했을 때의 준코 씨는 흠뻑 젖어 있었으니, 머리카락에 맺힌 물방울이 빛나 보였겠지요.
까마귀는 그것을 노려 습격해 온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하루나는 반짝이는 별사탕을 들고 있었는데도 습격당하지 않았잖아……”
하루나는 가만히 별사탕을 입에 넣고 시선을 돌렸다. 대신 입을 연 것은 이즈미였다.
“그야 까마귀가 본능적으로 하루나에겐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해서 도망친 거지.
반대로 준코는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잠깐 잠깐 그러니까 뿔은 안 돼─!”
분풀이를 실컷 당한 이즈미를 긴 의자에 뉘어둔다.
준코는 팔짱을 낀 채 신경질적으로 발을 구르고 있었다.
“…까마귀 건은 이제 됐어. 다음이야 다음! 마지막 이것이야말로 진짜 음모라고!”
세 번 과자를 떨어뜨렸다고 했으니 이것이 마지막이다.
지금까지의 두 가지가 별일 아니었기에 이것 또한 그러리라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다들 준코의 이야기보다 방금 산 말차에 푹 빠져 있었다.
아카리는 이즈미를 무릎베개 해주고는 그 얼굴 위에서 훌쩍훌쩍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내 몫은? 어? 어라?!”라는 이즈미의 목소리를 아카리는 미소로 묵살했다.
하루나는 하루나대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고…….
어쩔 수 없으니 나라도 준코의 이야기를 들어주자.
“까마귀에게 습격당한 뒤, 이번에는 봉지에 든 쌀과자를 샀어.
집합 시간도 다 됐으니 걸으면서 먹으려고 봉지를 뜯었는데…….”
한 명밖에 제대로 이야기를 듣지 않는 와중에도 준코는 말을 이어 나갔다.
하루나 일행에게도 들리도록 목소리를 조금 크게 내는 모습이 갸륵했다.
“갑자기, 콰쾅! 하고 폭발음이랑 총성이 들렸단 말이야!”
그 순간, 하루나 일행의 움직임이 뚝 멈췄다.
“그것도 몇 번이나!
꽤 가까운 곳이었으니까 내가 타깃이 된 게 아닌가 싶어서…당황해서 총을 겨누려다 보니 과자 봉지가 바닥에……!”
주먹을 꽉 쥐며 분노를 드러내는 준코.
반면, 삐걱거리는 움직임으로 슬그머니 준코에게서 거리를 두는 하루나 일행.
…가여운 준코를 위해, 나는 한 명의 목격자로서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 폭발이랑 총격, 하루나 일행이 스케반들과 시비가 붙었을 때의 그거네.
여기 오기 직전이니까 시간상으로도 딱 맞아.”
찔끔하며 몸을 굳히는 하루나.
준코의 눈빛이 어두워져 가지만, 못 본 척하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분명, 스케반이 ‘화과자를 사재기해서 되팔자!’라고 하던 걸 듣고는, 세 사람이 일제히 무기를 꺼내서 박살을 내버렸었지.”
철컥하는 소리가 준코 쪽에서 들린 기분이 들었다.
하루나와 아카리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미식이든 무엇이든, 되팔이 행위로 인해 진정으로 원하는 분의 손에 닿지 못하게 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필요한 투쟁이었습니다. 그렇죠, 아카리 씨.”
“사재기를 당해버리면 내가 먹을 몫도 없어져 버리니까.
악을 미연에 처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남길 말은 그것뿐?”
다음 순간, 준코가 양손에 쥔 두 자루의 AR이 불을 뿜었다.
분명 총의 이름은 ‘식탁 위의 무법자’였던가,
그 이름에 걸맞게 하루나와 아카리를 포함한 주변 일대에 총알을 난사해 댔다.
몇몇 눈먼 총알에 맞은 통행인들이 준코에게 총을 겨누었으나 순식간에 제압당했다.
정작 중요한 두 사람이 도망쳐 다니는 탓에 피해는 점점 확대되어 갔다.
소동은 탄약이 바닥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루나와 아카리는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들이쉬고는 긴 의자에 앉았다.
그 앞에 마찬가지로 숨을 헐떡이는 준코가 서 있었다.
“…정말이지, 이번 한 번은 용서해 줄게…….
분명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나라도 똑같은 짓을 했을 테니까……”
준코는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한 번 크게 공기를 들이마시고, 특대의 한숨을 내쉬듯 뿜어냈다.
“…결국, 음모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내 운이 나빴을 뿐이었던 거네…….”
첫 번째 불행의 원인이자, 연쇄적으로 두 번째 불행의 원인이 되기도 했던 물웅덩이.
그곳에 비친 자기 자신을 향해 중얼거리고 있었다.
준코의 그림자가 드리운 물웅덩이는 어둡고 탁하게 보였다.
그때 문득 떠오른다.
트럭 운전사는 말했었다.
‘설마 이런 곳에 물웅덩이가 있을 줄은 몰랐단다……’라고.
들었을 때는 운전사의 부주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것은 이상한 일이다.
왜냐하면, 최근 며칠 동안은 외출하기 좋은 날씨여서 비가 단 한 번도 내리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비가 내렸다면 만개한 벚꽃은 떨어졌을 터다.
벚꽃이 피어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그러니 운전사는 물웅덩이가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렇다면 어째서 여기에 물웅덩이가 있는 거지?
문득,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을 중심으로 퍼즐 조각이 맞춰지듯 하나의 상상이 완성되어 갔다.
이 지역은 벚나무 가로수길을 이용한 벚꽃 구경 비즈니스로 이익을 남겨왔다.
아름다운 벚꽃 아래에서 느긋하게 앉아 차를 마신다.
그 메리트가 있기에 다소 가격이 비싸도 손님들은 찾아왔다.
그런 와중에, 다른 곳보다 저렴하고 심지어 맛까지 좋은 가게가 생겼다면…….
분명 손님들은 그쪽으로 흘러간다.
실제로 거리의 긴 의자들은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손님을 빼앗겨 텅 비게 된 다른 가게들 중에 이렇게 생각한 자가 있다면?
‘그 가게가 없어지면 다시 우리 가게로 손님이 돌아올 것이다’라고.
그리하여 이 가게를 망하게 하려고 방해 공작을 하려 했다면?
들통나면 자기 가게의 이미지가 나빠진다.
그러니 들키지 않도록, 음험한 방해를 하는 게 아닐까.
예를 들면, 트럭이 지나가는 자리에 물웅덩이를 만들어 긴 의자를 물바다로 만든다거나.
예를 들면, 까마귀를 길들여 사람을 습격하도록 유도한다거나.
예를 들면, 스케반에게 과자를 사재기해서 되팔도록 부추긴다거나.
준코 한 명을 타깃으로 삼은 게 아니라, 이 찻집의 손님 전체를 노린 ‘음모’.
물론 물증은 없다.
이것은 나의 상상에 불과하다.
하지만 생각하게 된다.
트럭은 배달 중이었다.
즉 다른 가게들은 언제 어디를 통해 오가는지 파악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까마귀는 이즈미를 밀쳐내고 하루나가 던진 별사탕을 가로챘다.
그 별사탕으로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스케반은 과자를 사재기하겠다고 말했었다.
재력 면에서 그 대상은 가장 저렴한 이 가게의 물건이 아니었을까?
전부, 전부 상상이다.
정황 증거뿐인, 아무런 근거도 없는, 추리라고도 할 수 없는 망상.
그래도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누군가 흑막이 있는 ‘음모’였다면.
그녀의 불행에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면.
이런 망상에도 가치는 있을지 모른다.
나는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준코가 고개를 들었다.
“좋아! 자, 얼른 먹자고! 원래 다 같이 먹으려고 생각해서 온 거니까…….”
조금 전까지 낙담해 있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다.
그대로 퐁 하고 긴 의자에 앉아 운전사가 사 주고 간 경단 팩을 열었다.
“역시 맛있어 보이네……. 그나저나 혹시 안 먹은 거 나뿐이야?!”
경단을 보며 눈을 반짝이고,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그곳에 어두운 그늘 따윈 없었다.
“준코 씨는.”
어느새 하루나가 곁에 와 있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야말로 셀 수도 없을 만큼 음식을 놓쳐왔습니다.
하지만 결코 꺾이는 일 없이 미식을 추구해 왔지요.
먹으려 할 때 방해가 들어온다면 먹을 수 있을 때까지 도전하면 된다는, 미식을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준코 씨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그 시선 끝에서는 경단을 한 손에 쥔 채 이즈미와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준코가 있었다.
그 모습은 분명 몇 번이고 몇십 번이고 보아왔던 늘 있던 광경이다.
하루나의 시선이 손안의 별사탕으로 옮겨간다.
“그건 그렇고, 후우카 씨. 잠시 산책이라도 하지 않으시겠어요?
갑자기 다른 가게들에 흥미가 생겨나서요.”
별사탕을 노리고 날아왔던 까마귀는 하루나의 눈빛을 보자마자 당황하며 도망쳐 버린다.
하루나는 별사탕을 입안에 털어 넣고는, 소리를 내어 아작 깨물었다.
“…우연이네, 나도 신경 쓰이던 참이었어.”
하루나에게서 별사탕을 한 알 받아 입에 넣는다.
설탕의 다정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진다.
한편, 꽃잎이 휘날리는 벚나무 아래에서 준코가 두 손을 모으고 활기차게 외쳤다.
“잘 먹겠습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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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1학년 응애라 WWE 다 받아주면서 바로 복수까지 해주러 가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