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미식 #하스미
원본 by あざもふも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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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심야.
장소는 트리니티, 구체적으로는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영업하는 체인 패밀리 레스토랑.
시간대가 시간대이니만큼, 손님도 드문드문한 가게 구석의 1인석.
유난히 눈에 띄는 커다란 날개를 접은 검은 제복의 학생이 수심 가득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정의실현부 부부장, 하네카와 하스미.
창문에 드리워진 블라인드 너머로 달을 올려다보는 붉은 눈동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배가 고픕니다.’
잡념이었다.
자, 그녀는 지금 심야 순찰을 마치고 지친 몸을 달래러 이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찾아왔다.
원래 곧장 기숙사로 돌아가야 했겠지만,
불이 꺼진 거리 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간판을 본 순간 달빛에 이끌리는 나방처럼 가게로 들어서고 만 것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배가 고팠다.
지금은 순찰로 거리를 돌아다닌 직후, 긴장을 풀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것 같다.
몸은 에너지를 갈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시간이다.
아무리 운동했다고 해도 이후에는 돌아가서 잠만 잘 뿐.
야식은 미용에 나쁜 것은 물론,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네카와 하스미는 바로 며칠 전, 정의실현부 부원들에게 다이어트를 선언한 참이었다.
체중계의 바늘이 [소녀의 비밀] 킬로그램을 가리킨 것을 심각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하스미는 몇 번이고 다이어트를 결심한 적이 있다.
뒤집어 말하면, 몇 번이고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번에야말로 해내고자 주변에 선언까지 한 것이다.
그런데, 시련은 벌써 닥쳐왔다.
‘여기서 먹을 수는…… 하지만, 들어와 버린 이상은 무언가를 주문해야만.’
이미 입장해 버렸으니,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은 매너 위반.
최소한 무언가를 주문해야만 한다.
하스미는 주문용 태블릿 단말기를 스크롤한다.
햄버그나 스테이크, 그리고 밥 종류는 전부 스킵이다.
여기서 배불리 먹어버리면 살이 찌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잠을 못 잔다.
더 나아가 대량으로 먹으면 잠들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수명을 줄이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무엇을 먹을까, 답은 간단하다.
“미니 샐러드……. 이거라면 칼로리를 신경 쓰지 않고, 식이섬유나 비타민을 보충할 수 있겠네요.”
날뛰는 위장을 이성으로 억누르고, 샐러드를 주문 목록에 추가한다.
이제 주문 완료 버튼만 누르면 된다.
그것뿐이었다.
주문 확인 화면으로 넘어간 순간, 추천 메뉴만 나오지 않았더라면.
반복하지만 하스미는 몇 번이고 다이어트에 도전했고, 패배했다.
그 과정에서 자기방어 수단도 어느 정도는 깨닫게 되었다.
보면 먹고 싶어진다. 그러니 안 보면 된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의식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다르다.
실제로 터치패널 조작도 유혹이 많은 디저트 페이지는 열지 않고 곧장 샐러드로 향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보고 말았다.
“기간 한정, 메가 사이즈 딸기 파르페……!”
그것은 마른하늘에 날벼락.
혹은 봐서는 안 될 메두사의 눈동자.
주문 완료 버튼을 누르려던 손가락은 돌처럼 굳었다.
반대로 뇌는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한다.
‘칼로리는 [대략 먹으면 확실히 살이 찔 값].
하지만 오늘은 순찰 후.
그렇게 움직였으니, 이 정도라면…’
거기까지 생각하고 자신의 뺨을 때린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점원이 놀라 그녀를 돌아보았다가 더욱 전율한다.
정의실현부 부부장의 진지함 그 자체인 날카로운 눈빛이다.
부장 정도는 아니지만 상당한 위압감이 있다.
정작 당사자는 그런 것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을 만큼 집중하고 있었다.
어느새 터치패널은 파르페 페이지로 넘어갔고,
화면 가득 넘칠 듯이 쌓인 하얀 생크림과 주변을 둘러싼 새빨간 딸기가 비치고 있다.
그 하얗게 빛나는 모습은 천사처럼 보이나, 실체는 지방과 당을 다량 함유한 악마다.
이런 것을 먹고 자면 그 지방은 확실히 몸에 붙는다.
욕망대로 섭취했다가는 체중계 바늘이 더욱 기울 게 뻔할 것임을 하스미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순찰 후 지친 몸은 당분을 원하고 있었다.
‘안 됩니다 하스미……. 이것만은, 이것만은 절대 안 됩니다!
하지만 맛있을 것 같아……’
단것을 봐버린 탓에 샐러드 따위로는 만족할 수 없다.
그때, 하스미에게 전류가 흐른다.
‘반대로 생각하는 겁니다. 다른 것은 괜찮다고!’
식욕과 이성의 딜레마에 빠졌던 하스미가 생각해 낸 하나의 해답.
이름하여, “파르페를 먹을 수 없다면 젤리를 먹으면 되지 않니 작전”.
칼로리를 생각하면, 파르페는 언어도단.
하지만 단것은 먹고 싶다.
그렇다면, 칼로리가 적은 디저트를 먹고 욕망을 채우면 되는 것이다.
있다. 말차 젤리!
칼로리는 [이성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값]!
젤리는 말할 것도 없고, 옆에 담긴 팥앙금도 다이어트에 좋은 식재료라고 들은 적이 있다.
즉, 지금 상황에 가장 잘 맞는다!
여기서 망설이면 다시 파르페에 대한 욕구가 솟아날 것이다.
즉각 결단, 주문 추가, 주문 완료.
이 모든 과정이 약 3초.
망설임을 끊어낸 하스미는 단말기를 내려놓고, 휴 하고 안심한다.
왠지 순찰보다 더 지친 것 같다.
냉정하게 찬물을 마시고, 문득 실내를 둘러보았다.
빈자리가 눈에 띄는 가게 안에는 컴퓨터로 작업하는 사람, 잠든 사람, 천장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있는 사람 등이 드문드문 보인다.
책상 위에는 음료수 코너용 컵이나 간단한 식사 접시만 놓여 있을 뿐, 파르페 접시는 없다.
그 사실에 안심했다.
‘만약, 실물을 봐 버린다면…….’
화면의 이미지 사진으로도 이 정도의 유혹.
실물의 파괴력은 헤아릴 길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새로운 손님들이 들어온다.
‘저건, 게헨나 학생들……? 왜 이런 곳에……?’
자리에 앉은 네 명의 무리에게는 트리니티에서는 볼 수 없는 뿔이 돋아 있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나, 배가 너무 고파요!”
“선도부한테서 도망치다 트리니티에 들어와서 깜짝 놀랐어. 어쨌든, 뭐 좀 먹자!”
“네, 모처럼의 기회이니, 심야의 패밀리 레스토랑을 즐기도록 하죠.”
저 은발과 박쥐 같은 외날개, 그리고 도마뱀 같은 꼬리.
하스미에게는 낯익었다.
미식 연구회의 쿠로다테 하루나다.
트리니티의 수족관을 습격했을 때나 황륜대제 때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왜 그녀들이 여기에?
통보도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나쁜 짓은 하지 않고 있다는 걸까요……?’
주의 깊게 그녀들의 모습을 주시하고 있을 때, 주문했던 요리가 도착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말차 젤리입니다.”
웨이터로부터 받아 다시 한번 요리를 본다.
큐브 모양으로 잘린 짙은 녹색의 젤리와 옆에 곁들여진 팥앙금.
완벽하다. 이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미식 연구회가 신경 쓰였지만, 아직 위험은 보이지 않는다.
먹으면서 상황을 봐도 늦지 않을 것이다.
하스미는 스푼으로 젤리를 떠서 입에 가져간다.
입안에서 젤리가 풀리며 말차 향이 퍼졌다.
혀에 전해지는 풍부한 쓴맛과 그 안에 숨겨진 단맛.
다음은 팥앙금과 함께 먹는다.
팥앙금의 끈적한 단맛을 젤리의 산뜻한 식감과 말차의 쓴맛이 돋보이게 한다.
와(和)의 정서가 느껴지는 최고의 마리아주.
“맛있어……!”
무심코 그렇게 내뱉는다.
단순한 패밀리 레스토랑 디저트라도 지친 몸에는 고급 디저트와 다름없다.
다이어트 중이라 단것을 참고 있었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슬프게도 젤리의 양 따위 뻔하다.
맛에 감동하며 정신없이 먹다 보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텅 빈 용기.
계속 먹으려던 스푼은 허공을 가른다.
그 순간, 하스미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안 됩니다. 부족합니다……!’
그렇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고 타협한 것으로는 진정한 만족을 얻을 수 없다.
오히려 역효과,
욕망이란 아주 조금이라도 새어 나왔다면 둑이 무너지는 것은 초읽기이다.
‘더, 더 먹고 싶어……!
하지만 지금은 다이어트 중.
여기서 참을 수 있느냐가 고비인 것입니다!
정신 차리세요 하스미!
여기서 유혹에 넘어간다면, 또 부원들에게 ‘하럼 하렇지’ 같은 말을 들을 것입니다!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성공하겠다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소녀의 이상적인 수치] 킬로까지 빼겠다고 결심하지 않았나요!‘
깨어나는 욕망을 이성으로 억누른다.
이제 시간이 없다.
서둘러 계산 버튼을 누르고 가게를 나서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유혹을 끊어낼 수 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특제 딸기 파르페 네 분.”
계산 버튼을 누르려던 하스미의 귀에 뛰어든 것은, 그런 말이었다.
그리고 반사적으로 보고 말았다.
우승컵 같은 용기에 산더미처럼 쌓인 생크림, 왕관처럼 장식된 딸기, 그야말로 ‘완벽’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디저트를.
“대단해! 사진보다 맛있을 것 같아!”
“이건 먹을 보람이 있겠네요~ 후훗☆.”
“심야에 먹기에는 조금 무겁지만, 그것 또한 미식이죠.”
“아무래도 좋아! 방해받기 전에 빨리 먹어야지!”
그렇다, 악마는 바로 옆에 있었다.
그것도 네 명이나.
정말 맛있게 파르페를 볼에 넣는 악마들의 모습은 이성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정신을 차렸을 때, 텅 빈 파르페 용기가 눈앞에 있었다.
입안 가득한 크림의 단맛을 딸기의 신맛이 돋보이게 하고, 안에 들어있던 스펀지와 딸기 소스가 뒤얽혀 꿈같은 맛이었다, 라는.
'맛있었다'는 기억만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아, 아아…….”
하지만, 하스미는 머리를 감싸안고 있었다.
‘저질러 버렸다……. 그렇게 큰소리를 쳤는데……’
텅 빈 파르페 용기와 그 옆에 있는 작은 말차 젤리 용기를 앞에 두고 멍하니 있다가, 간신히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선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요……’
하스미가 절망하는 가운데, 가게 앞에서 누군가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체인 패밀리 레스토랑치고는 맛있었네.”
“어머, 싸다고 맛없다고 단정 짓는 건 좋지 않아요.
어떤 요리든 누구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법이죠.”
“맞아요~ 양은 조금 부족하지만, 충분히 맛있었어요.”
“테이블 위에 간장 같은 걸로 맛을 바꿀 수 있는 것도 좋았지~.”
게헨나의 네 명, 미식 연구회다.
“그나저나, 이런 시간에 먹어도 괜찮을까. 살이 찔까 봐 무서울지도.”
하스미의 귀에 그런 말이 들려왔다.
“오히려 준코는 더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필 좀 하지.”
“그렇게 먹는데도 체형이 안 변하는 아카리에게 들으니 뭐라 할 말이 없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제대로 먹어야 키도 크지 않을까요.”
“하루나도 자기가 살 안 찌는 체질이라고 하지 않았어?”
“맞아 맞아, 항상 먹기만 하는데, 몸매 좋잖아.”
“다이어트 따위를 생각하며 식사를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깝지요.”
그때, 하스미 안에서 무언가가 끊어졌다.
그것은 선망일까, 질투일까.
트리니티와 게헨나, 오랜 역사에 걸쳐 양교 사이에 생긴 골.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증오.
하지만, 지금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증오는 누구의 것도 아니다.
틀림없이 자기 자신이 품은 것이다.
“네 이놈…… 게헨나!”
억눌렀던 파르페의 유혹, 마지막에 부순 것은 게헨나다.
결국 결정타를 날린 녀석이 제일 가장 나쁘다.
게다가 살 안 찌는 체질이라느니 잠꼬대 같은 소리를 지껄인다.
이쪽의 고민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미식 연구회! 트리니티 자치구 침입 혐의로 체포합니다!”
“에, 아니 우리 아직 아무 잘못도 안 했는데…….”
“지금, ‘아직’이라고 했죠! 앞으로 무언가를 할 생각인 거군요!”
“그건 말이 그렇다는 거지…….”
“문답무용!”
미식 연구회는 본능적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증오에 몸을 맡긴 하스미도 그들을 뒤쫓는다.
“야, 왜 저 사람 이렇게 화내는 거야?! 우리 아무 짓도 안 했잖아?!”
“정확히는, ‘트리니티에서는’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하지만 아까 선도부장만큼 얼굴이 무서워―!”
“흠, 식후 운동인가요. 힘내 보죠!”
그렇게 그녀들의 추격전은 해가 뜰 때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덧붙여서, 이때 뛰어다니며 소모한 총칼로리는 [파르페를 먹고도 남을 값]이었다고 한다.
잘됐네, 잘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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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잘먹었으니까 좋았쓰
우걱우걱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