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3자
“으… 춥네…”
불어오는 바람 속에, 체육복을 입은 미소노 미카는 빗자루를 들고 낙엽을 쓸고 있었다. 이미 해는 저물고 있어 거리에는 등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목장갑을 가져오지 않은 것이 이렇게 치명적일 수 있을까.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은 맨살의 체온을 순식간에 앗아갔고, 두 손은 시리는 걸 넘어 아플 지경이었다.
휘오오오, 바람이 더욱 거세게 불어 낙엽이 휘날린다. 짧은 시간이나마 쌓아왔던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오늘 어디 갈까?”
“나 사거리에 있는 트리 보러 가고 싶어!”
“응! 같이 가자!”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 손을 잡고 달려가는 학생들.
그렇다. 오늘은 크리스마스다.
그런 모습을 멀리서 미카는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처지를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어떤 행사 자리에서도 지금의 그녀를 반길 사람은 없다. 더구나 일 년에 한 번 있는 크리스마스 날 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나기사나 세이아에게 사적인 파티 정도는 초대를 받을 수 있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들 또한 일정이 잡혀 있었다.
그 결과 시간이 비어버린 미카는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오늘도 홀로 낙엽 더미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저나… 진짜 춥네…”
딱히 보는 사람도 없는데 꾸미려고 반바지를 입은 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었다고 미카는 후회했다. 빗자루를 잡고서 쪼그려 앉아 메마른 손끝에 숨을 내뱉는다.
주위는 더욱 어두워졌고 바람은 점점 거세진다. 미카를 감독하는 역할을 맡은 학생은 이미 그 역할을 포기했는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다.
…분명 다들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호화로운 식탁에 둘러앉고, 누군가는 반짝이는 거리로 나선다. 누군가는 엄숙하게 찬송가를 부르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맞잡는다. 그게 보통일 거라고 이제껏 미카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따뜻한 벽난로도 없는, 찬바람이 부는 곳에서 서로 몸을 맞대며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지금의 미카는 알고 있다.
“...그 애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선생님에게 물어본다면 어쩌면 알려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묻는다 해서 그녀가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지도 않다.
…멀리서 찬송가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마 시스터후드일 것이다. 그녀들 또한 오늘 밤에도 순회하면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노래를 바치고 있다.
“......”
어느새 미카는 조용히 두 손을 모은 채로 눈을 감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적어도 그녀들이 추운 날씨에도 서로를 끌어안으며 오늘 밤을 넘길 수 있게 해 달라며…
눈을 떴을 때 이미 시야는 흐려져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렇겠지…”
별것도 아닌 사실. 하지만 그 사실이 마치 가슴을 찌르는 것처럼 버거웠다.
…그녀들조차 서로 몸을 맞댈 수 있는데, 지금의 미소노 미카는 그마저도 이룰 수 없다.
이미 주위에는 밤안개가 내려앉았다.
“빨리 가자…”
…그 허름한 다락방으로 돌아가 두툼한 이불을 덮고 눈을 감으면 된다. 그럼 오늘이 끝나고 내일이 된다. 내일이 되면 이런 것들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응, 그래. 그러자.
고개를 숙인 채로 일어선다. 그리고.
“아얏!”
미카는 무언가에 머리를 부딪혔다.
“트리니티에?”
‘네.’
나는 전화를 통해 어느 학생에게 부탁을 받고 있었다.
‘선생님께만 부탁드릴 수 있는 일입니다.’
“그건 괜찮은데… 내가 뭘 어떻게 하면 돼?”
‘걱정하지 마세요. 가 보면 아실 거예요.’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또 다른 학생의 목소리.
‘정말 안타깝게도 그날 하루는 저희 둘 다 빠질 수 없는 일정이 잡혀서…”
‘그래서 저희 쪽에서 먼저 부탁을 드리는 거예요.’
“으음, 솔직히 요점을 잘 모르겠는데…”
내 대답에 전화기 너머의 두 사람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여간, 왜 이럴 때는 눈치가 없으신 건지, 의문이네요.’
‘정말 뭐라 할 말이 없군요.’
그리고 두 사람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공주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흐려졌던 시야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미소노 미카는 눈 앞의 인물이 누구인지 겨우 알아차렸다.
“선… 생님?”
“안녕, 미카.”
“어, 왜 여기 있어!?”
“으음, 우연히…?”
힘없이 웃는 선생을 보고 미카는 더욱 당황했다.
“저, 저기! 그, 지금은 좀… 응…”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발이나 옷은 낙엽과 진흙으로 더럽혀져 있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보지 않았으면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잠시 있어 봐.”
그러더니 선생은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자.”
“이건…”
“내 건 싫을지도 모르지만… 손 시릴 것 같아서.”
미카는 건네받은 장갑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고마워, 선생님.”
미카는 천천히 받아 든 장갑을 양손에 끼워 넣는다.
따뜻해.
그 따뜻함에 이끌리듯 미카 눈가에 다시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미카!?”
“...미안해, 선생님… 이런 중요한 날에 나 같은 애 때문에…”
아무리 참아보려 해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너무나 꼴사나웠다. 그런 상황이 미카가 더욱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나 같은 애라니.”
“?”
“미카를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내가 이렇게 지금 여기 있는 거야. 그러니까 절대 나 같은 애가 아니야.”
“...응.”
휘오오오, 멀리서 들려오는 찬송가 소리를 지워버릴 만큼 거센 바람이 불어온다.
“미카, 춥지? 얼른 실내로 들어가자.”
“좀, 심하게 춥긴 해… 멋을 부리려면 참아야 한다지만… 이번에는 대실패네.”
“잠깐이라도 괜찮으면… 코트도 입을래?”
“그, 그럼 선생님이 감기 걸리니까 안 되지!?”
그렇지만 가장 가까운 건물조차 여기서 제법 거리가 멀다. 이대로 있으면 분명 감기에 걸릴 것이다.
“앗.”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선생님, 잠깐 실례할게⭐+”
“미, 미카!?”
코트를 열어젖히고 선생의 품으로 쏙 들어간다.
“이러면 둘이서 따뜻하게 이동할 수 있잖아⭐+”
하지만 선생의 얼굴을 보니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 미카. 여기저기 닿아서…”
“...!!?”
아차차, 터무니없는 짓을 했다며 뒤늦게 미카는 후회했다.
“서, 선생님! 그런 말은 안 하기로 약속했잖아!?”
“미, 미안…”
“가, 강당 근처에 분명 벽난로도 있을 테니까… 빨리 이동하자.”
어색한 채로 두 사람은 옷깃을 세우면서 건물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등 뒤로 전해지는 그의 체온을 미카는 어쩔 수 없이 의식하게 된다.
자신만이 이 온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방금 전과는 사뭇 달라진 상황.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학생인 미카를 배려해줬을 뿐이다.
“선생님.”
건물이 눈앞에 보일 즈음이었을까. 미카는 선생에게 말을 걸었다.
“왜?”
…조금만 더 있으면 이런 상황도 끝나 버린다. 아마 오늘 밤도 선생은 통금 시간 전까지 같이 있어 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어 주는 건 분명 지금 이 순간뿐이다.
멈춰선 뒤 코트 속에서 방향을 180도 바꾼다.
“미카?”
장갑을 낀 손을 그의 뺨으로 뻗어 부드럽게 맞댄다.
가만히 선생의 눈을 바라본다.
그 눈동자 너머로 반짝이는 자신의 헤일로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
…주어진 것은.
눈부신 조명도 아니고, 근사한 파티도, 따뜻한 식사도 아니다.
마음을 울리는 찬송가도 아니다. 귀여운 인형도 아니고, 화장품조차도 아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거면 충분했다.
“정말… 고마워.”
길거리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다시 겹쳐진다.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들이 고요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림자가 떨어졌을 때, 두 사람의 표정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갈까? …선생님.”
“...그래, 가자… 내 소중한 공주님.”
“...와-오⭐+”
강당으로 가야 했을 두 사람은 다시 방향을 바꿔 걷기 시작한다.
…그날, 그 누구도 트리니티 교문을 나서는 선생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선생님? 물론 제가 미카 씨를 부탁드리긴 했습니다만… 이건 좀 지나치지 않나요!?”
“뭐, 너무 그러지 마세요.”
다음날 티파티 테라스.
키리후지 나기사, 유리조노 세이아, 그리고…
“지나친 게 아니라⭐+ 당연한 결과야⭐+”
“미안… 어른으로서, 선생으로서 난 실격이야…”
그저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일 뿐인 나와, 내게 찰싹 달라붙은 미카까지 4명이 있었다.
“정말로요! 대체 무슨 짓을 하신 거예요!?”
찻잔을 든 손이 덜덜덜 떨리는 나기사.
“분명히 통금 시간 전에는 끝날 줄 알았는데요… 설마 안 좋은 예감이 적중할 줄이야.”
“흐음, 그럼 세이아 쨩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거네?”
“예감이 들었을 뿐이에요. 딱히 예지를 한 건 아니고요.”
“그게 그거 아닌가⭐+”
“아니라니까요!? 계속 우쭐대면 그 입에 롤케이크를 쑤셔박을 거예요!?”
“선생님 도와줘~! 나기 쨩이 화났어~!”
“자자, 나기사. 네가 참아.”
“그럴 수 있겠어요!?”
“으음…”
열을 올리는 미카와 나기사는 내버려 둔 채, 세이아는 선생에게 말을 건다.
“그래서 선생님은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거예요?”
“그러게… 이런 식으로 되긴 했지만… 확실하게 내 책임을 다할 거야.”
“그렇군요… 부디 그래 주세요.”
두 사람을 말리기 위해 일어나는 선생. 그 모습을 바라보며 세이아는 작게 중얼거렸다.
“...두 사람을 진심으로 축복할게요. 그리고… 메리 크리스마스.”
눈부신 대낮의 빛을 받아, 두 사람의 손에서는 백금이 반짝이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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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만 생기면 센세 따먹고 '기정사실'로 BED엔딩까지 달릴 생각밖에 없는 년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