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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핫산) 게헨나 헤일로의 비밀 Part 2(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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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엄 #L #미스터리 #카요코

원본 by ふにゃΩグミ

이전 이야기

=====================

<3> ~ <6>

<3>

복도를 걸으며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그때…유령이 나타났을 때, 데몬즈 로어에서 발사된 탄환은 분명 명중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고작 탄환 한 발이다.

명중했다고 해도 발을 묶을 수조차 없다.

실제로 유령은 복도 안쪽으로 달아나 버렸다.

…하지만 그건 헤일로의 가호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소문 그대로군…….”

헤일로가 없는데 탄환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유령.

“…바보 같기는.”

기분 나쁜 공상을 떨쳐내듯 고개를 저었다.

캡슐을 발사하다니 지나치게 인간적이다.

수단은 알 수 없지만, 누군가가 헤일로를 숨기고 유령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생각하는 사이 범인이 향했던 계단에 도착했다.

계단은 복도에서 사각지대에 있어 유령이 위로 갔는지 아래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도망치기 위해 1층으로 향했을 가능성도, 몸을 숨기기 위해 위로 올라갔을 가능성도 있다.

나는 일단 1층으로 가기로 했다.

계단은 각 층 양 끝에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1층부터 4층까지 외길이 되도록, 각 층 계단 한쪽을 트랩으로 봉쇄하며 1층으로 내려간다.

이렇게 하면 범인과 엇갈리는 일 없이 폐허 전체를 훑을 수 있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작게 숨을 내뱉는다.

“유령에게 헤일로의 가호가 있어서 다행이야.”

그때의 나는 냉정하지 못했다.

키보토스에는 개, 고양이, 로봇 같은 헤일로가 없는 주민들도 있다.

만약 그랬다면, 데몬즈 로어의 탄환이 명중했을 때 부상 정도로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1층을 나아간다.

주변은 쥐 죽은 듯 고요해서 혼자 나아가는 데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경계하면서도 범인을 찾는다.

“리쿠하치마 아루, 라.”

문득 생각에 잠긴다.

그 편지에는 사장의 이름만 적혀 있었다.

그 유령의 타깃은 사장 한 명뿐이라는 뜻이다.

그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나 넷이서 움직였다. 흥신소 68로서 말이다.

그 과정에서 적과 전투를 벌인 적도 수없이 많았고, 누군가의 원한을 산 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역시 흥신소 68로서였다.

사장 한 명만 지적한 쪽지가 아무래도 납득 가지 않는다.

어쩌면 개인적인 원한을 가졌을 수도 있고, 단순히 흥신소의 대표로서 이름을 적었을 뿐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수법이 너무 무르다.

편지로 협박이라니, 그걸로 정말 사장이 흥신소를 떠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평소의 사장을 안다면 모를까, 남들이 보기에 사장은 영락없는 무법자다.

그런 사장을 상대로 유령 협박? …말도 안 된다.

애초에 흥신소를 떠나달라는 요구도 기묘하다.

차라리 ‘헤일로가 부서질 것이다’라는 문장만 있었다면 협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왜 ‘흥신소만 떠나면 헤일로 파괴는 면할 수 있다’라는 문장을 쓴 걸까.

“목적이 뭐야?”

생각해 봐도 알 수 없다. 어쨌든 지금은 범인을 찾자.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들어보면 된다.

나는 감각을 곤두세우고 폐허 안을 나아갔다.

그리고 하루카가 폭파한 입구에 다다랐다.

“…처참하네, 이건.”

콘크리트가 부서져 입구를 막고 있다. 쉽게 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우리도 어떻게 나가야 할까.

…지금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

“…찾았다.”

사람을 발견했다.

잔해 바로 근처에 한 소녀가 쓰러져 있다.

그리고 헝클어진 긴 흑발 위로…헤일로가 없었다.

빙고인가 싶었다. 하지만 곧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괜찮아?”

그녀의 어깨를 흔든다.

별일 아니었다. 그녀는 정신을 잃고 있었을 뿐이다.

헤일로가 없는 건 당연했다.

“으음…….”

몇 번 흔들어 주자 그녀는 작게 신음하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리 위에는 푸른빛 라인이 들어간 검은 고리가 떠올랐다.

헤일로다.

“어라? 나…….”

그녀는 상황을 정리하듯 기억을 더듬더니,

“그, 그래! 폭발! 누군가 여기를 폭파해서……!”

그리고 내 얼굴을 보고는,

“히익!”

작은 비명을 질렀다.

뭔가 오해하고 있는 모양이다. 뭐, 내 눈매가 이러니 어쩔 수 없지만.

오해를 푸는 것도 귀찮아서 그대로 물었다.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담력 시험 중이었어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기세가 꺾였다고는 해도 그 괴담은 지금도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이렇게 온 것처럼 우연히 담력 시험을 하러 온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혼자야?”

“네……. 친구들이 다들 무서워해서요.

게다가 저는 혼자 오고 싶었거든요. 혼자라야 더 짜릿하다고나 할까…….”

뭐, 그럴 수도 있겠지.

애초에 그녀의 머리 위에는 헤일로가 또렷하게 떠 있다. 기계적인 모양의 헤일로가.

그녀가 유령일 가능성은 낮을 것이다.

“밀레니엄 소속?”

“네…….”

헤일로 모양으로 대충 짐작했는데 역시나였다.

헤일로 점도 의외로 잘 맞는 모양이다. 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밀레니엄 여학생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당신의 목적은 뭐죠……? 가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아아, 그게 아니라. 혹시 폭발할 때 어디 있었어?”

그녀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 그녀는 겁에 질린 채,

“어디냐니, 여기요. 폐허에 들어온 순간 폭발해서 뭐가 뭔지…….”

그것 참 안됐군. 나는 조금 동정심이 생겼다.

일단 밀레니엄 여학생도 따라오게 했다.

심심해서 여기까지의 경위를 그녀에게 이야기해 주자,

“…그런 일이.”

그녀는 가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범인은 헤일로가 없었다고 했죠?”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서 그녀가 물었다.

“응.”

“그럼 유령이잖아요……!”

“글쎄, 어떨까.”

나는 눈앞의 소녀를 빤히 바라본다.

“…?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눈앞에 용의자가 있는데 그렇게 쉽게 결론을 내리고 싶지는 않다.

헤일로만 숨길 수 있다면 수수께끼는 풀리니까.

2층을 걷고 있는데 앞쪽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멈춰 서서 총을 쥐었다. 복도 끝에 누군가 있다.

“…유령?”

밀레니엄 아이가 작게 물었다.

대답하지 않고 그림자를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때,

“…누구 있어?”

그 그림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작게 묻는 것이 들렸다.

대화할 의사는 있는 모양이다. 나는 어깨의 힘을 살짝 뺐다.

“누구야?”

“…그쪽이야말로, 누구야?”

무의미한 문답을 주고받으며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 교복, 게헨나?”

“당신은…흥신소의.”

어둠 속에서 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아이는 게헨나 교복을 입고 있었다.

다른 특징이라면 뒷머리에 달린 커다란 장식용 머리핀이 앞에서도 보였다.

그리고 그 머리핀으로 묶은 포니테일 위로 붉게 빛나는 헤일로가 보인다.

“…….”

헤일로가 없는 여성이 아니었다. 그래도 일단 물어본다.

“뭐 하고 있어, 이런 데서.”

“담력 시험인데…….”

역시나군. 확실히 우리는 계단으로 곧장 3층으로 향했다.

다른 층에 담력 시험을 하러 온 사람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다.

더 물어봐야 소용없을 것 같아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당신들은……? 아까 그 폭발은 뭐야?”

포니테일 아이는 겁에 질린 듯 물었다.

…나는 도대체 이 상황을 앞으로 몇 번 더 설명해야 하는 걸까.

<4>

3층으로 돌아오니 왠지 소란스러웠다. 불길한 예감이 든다.

“좀 뛸게.”

사정을 설명하고 데려온 두 사람을 재촉하며 복도를 나아갔다.

안쪽에서 흥신소 식구들과 모르는 여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아무것도 몰라? 여기 온 것도 우연이라고?”

“그러니까 모른다니까!”

“절대로 용서 못 해요…….”

“저, 정말 모른다니까 그러네!”

“무츠키, 하루카……! 정말 관계없는 사람일지도 모르니까…….”

“응? 아루 쨩은 상냥하네~”

…내 이럴 줄 알았다.

“잠깐만, 무츠키! 하루카!”

서둘러 두 사람을 말렸다.

“아, 카요코 쨩. 왔어~? 이상한 애를 찾았어.”

“분명 이 사람이 아루 님을……!”

“잠깐, 둘 다 진정해.”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이 다그치던 아이를 살펴보았다.

교복을 보니 트리니티 학생인 모양이다.

머리카락이 아주 짧아 삐죽삐죽 서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보이시한 머리 위, 거기에는 분명히 노란색으로 빛나는 헤일로가 떠 있지 않은가.

작게 숨을 내뱉는다.

데려온 밀레니엄 아이와 게헨나 아이를 일행에게 보여주었다.

무츠키와 하루카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즉, 사건 당시 이 폐허에는 세 명의, 그것도 학교가 제각각인 아이들이 있었던 거야.

이 아이가 범인이라고 단정할 순 없어.”

“…그렇구나.”

무츠키는 두 사람을 보고 작게 혀를 찼다.

용의자가 늘어난 번거로움에 대한 짜증이라기보다,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려 했던 자신에 대해서일 것이다.

나는 두 사람을 발견한 경위와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그래서, 그 아이는?”

나는 턱으로 트리니티 아이를 가리켰다.

“아…….”

그리고 무츠키에게서 짤막한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1층과 2층을 수색하는 동안 4층에서 내려온 모양이다.

그런 폭발이 일어났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왜 이런 폐허에 왔느냐고 묻자,

“그야 당연히 담력 시험이지.”

예상대로였다.

“…그래서, 4층에 다른 사람은 있었어?”

“아니, 나밖에 없었어.”

“정말?”

“의심스러우면 직접 확인해 보든가.”

그녀는 불쾌한 듯 말했다. 귀찮은 일에 휘말렸으니 무리도 아니다.

게다가 그녀는 트리니티 학생. 게헨나인 우리에게 좋은 인상을 가질 리 없다.

“이래서 야만인들은”이라며 중얼거리고 있다.

실제로 야만적이긴 하니 반박은 하지 않겠다.

나는 흥신소 세 사람과 용의자 세 사람을 남겨두고 4층을 조사하기로 했다.

용의자들은 돌아가고 싶어 했지만, 무츠키와 하루카의 눈빛이 무서웠는지 마지못해 남아주었다.

그리고 4층, 과연 트리니티 아이의 말대로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로써 1층부터 4층까지 모든 층을 탐색한 셈이다.

즉.

“이 폐허에는 일곱 명밖에 없었어.”

그중 네 명은 우리. 즉 용의자는 세 명이다.

긴 생머리의 밀레니엄 아이.

포니테일의 게헨나 아이.

짧은 머리의 트리니티 아이. 이 세 명뿐이다.

역시 저 세 명 중 누군가가 범인인 걸까.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온다.

나는 일단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흥신소 식구들과 함께 용의자 세 명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기억을 되살렸다. 유령과 대치했을 때의 기억이다.

그녀의 머리 모양은 어땠지? 교복은? 체격은? 머리 색깔은?

…하지만.

그때의 기억은 모든 것이 안갯속처럼 뿌예서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이 아이와 닮았다고 하면 그런 것 같고, 저 아이였다고 단정 지으면 수긍하게 될 것 같았다.

변명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때는 적잖이 동요하고 있었다.

게다가 어둡고 시야도 나빴다. 유령의 모습을 똑똑히 떠올릴 수가 없다.

노려보듯 지켜보기를 몇 분.

“이제 됐잖아요.”

하루카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응?”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하루카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전부 없애버리죠.”

그렇게 말하며 블로우 어웨이를 겨누었다.

그 손놀림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나는 거의 넋을 잃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잠깐……!”

사태를 파악하고 제지하려 했지만 늦었다.

샷건에서 발사된 산탄이 세 사람의 몸을 튕겨냈다.

“잠깐! 무슨 짓이야……!”

사장이 창백해진 얼굴로 하루카의 총을 누르며 총구를 아래로 향하게 했다.

“어떻게 이런 짓을…….”

“그치만!”

떨리는 목소리로 하루카가 말했다.

“그치만……! 그 종이에는 ‘아루 님의 헤일로를 부수겠다’고 적혀 있었잖아요……!

아루 님도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시진 않겠죠!”

…헤일로를 부순다. 헤일로는 의식의 증거이기도 하다.

그 헤일로를 부순다는 것은. 헤일로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된다는 것은.

“그 유령은 아루 님을 죽이겠다고 말한 거예요!”

죽인다. 목숨을 앗아간다.

이 살벌한 세계에 있다 보면 오히려 죽음 따위는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헤일로의 끝은 곧 이 생명의 끝이다.

하루카의 눈에서 커다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저는 그런 거 절대로 용서 못 해요. 용서 못 한다고요……!”

그 편지가 어디까지 진심으로 쓰인 것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쓴 쪽이 장난이라 해도 받는 쪽은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모른다니까!”

샷건 한 발 정도로는 큰 타격이 되지 않는다.

용의자 세 명도 곧바로 일어나 총을 겨누었다.

대단한 공격은 아니지만, 적대 신호로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다들 좀 진정해.”

양측에 말해보지만,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하루카는 익숙한 솜씨로 재장전했다.

“분명 세 사람이 짜고 친 거예요. 그러니까 전부 적이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학교도 다 다르다고!

초면인 게 당연하잖아!”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평범한 말로는 하루카를 멈출 수 없다. 용의자 세 명도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범인을 찾을 수밖에 없나.”

작게 중얼거린다.

이 자리에 있는 게 게헨나뿐이었다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용의자들의 학교는 제각각.

게다가 최악인 것은 트리니티 학생까지 있다는 점이다.

이대로 전투가 벌어지면 학교 간의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

이런 작은 불씨가 커다란 전쟁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선도부의 눈에도 찍히겠지.

그렇게 되면 흥신소는…우리가 머물 곳이 없어져 버릴지도 모른다. 그건 곤란하다.

그러니 지금 여기서 사건을 끝낼 수밖에 없다.

나는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

하지만 정말로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애초에 범인이 이 세 명 중에 있기는 한 걸까.

예를 들어 이 폐허에 숨겨진 통로가 있다면.

예를 들어 입구를 폭파하기 전에 탈출했다면.

예를 들어 내가 놓쳤을 뿐, 이 폐허 안에 아직 숨어 있다면.

…지금까지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이런 가능성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이렇게 범인이 폐허에 남아 있지 않다면? 그런 상황에서 범인을 특정할 수 있을까.

그걸로 하루카나 무츠키가 납득할까.

“…침착하자.”

범인이 누구인지 생각해도 소용없다.

지금 생각해야 할 게 뭘까. 무엇부터 생각해야 할까.

“…헤일로.”

그렇다. 그 유령의 가장 큰 특징. 그것에는 헤일로가 없었다.

그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만약 용의자 세 명 중에 범인이 있다면, 헤일로를 숨기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렇게 하면 유령 연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헤일로를 숨길 수 있을까.

설령 후드를 뒤집어썼다고 해도 헤일로는 숨길 수 없다.

실크햇이라도 썼다면 숨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기괴한 복장은 아니었다.

역시 유령에게는 헤일로가 없었던 걸까. 설마 정말로 유령인가?

“설마.”

내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분명 뭔가가 있을 것이다. 헤일로를 숨길 수단이, 유령 연기를 할 방법이.

“…숨긴다?”

그때 내 말에서 위화감을 느꼈다. 그것을 단서로 곰곰이 생각했다.

깊게, 더 깊게…….

그리고,

“그렇군.”

작게 숨을 내뱉는다.

그렇다. 역시 범인은 헤일로를 숨겼다.

하지만 반대였다. 생각하는 방식이 반대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혹시.”

용의자 세 명을 바라본다.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그녀만이 헤일로를 숨길 수 있다.

“…….”

이 생각이 맞다는 확신은 없다. 하지만.

“하루카. 기다려.”

나는 대치하고 있는 양측 사이를 가로막고 섰다.

“비켜주세요.”

이 싸움을 끝내려면 당당하게 선언해야 한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범인을 알아냈어. 수수께끼는 풀렸어.”

<5>

그 상황을 끝내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카와 무츠키는 범인을 알고 싶어 했고, 이미 공격을 받은 세 사람도 순순히 납득하지 않았다.

하지만 흥신소는 네 명이고 상대는 세 명.

게다가 세 사람의 학교는 제각각이라 통솔이 되지 않는다.

이대로 싸워봐야 불리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마지못해 물러났다.

하루카와 무츠키는 사장 명령으로 얌전히 물러나게 했다.

사장도 두 사람 앞에서 범인을 밝히면 그야말로 큰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내 신호를 알아차리고 두 사람을 물러나게 했다.

모든 역할을 나에게 맡겨준 것이다.

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지금 용의자들을 각각 다른 방에 대기시켜 두었다.

범인과 일대일로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그것은 범인을 위한 배려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나와 둘뿐이라면 솔직하게 이야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편지. 단순한 원한 때문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뭔가 사정이 있고 의도가 있었다면 들어주기라도 하고 싶다.

지금 냉정하게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흥신소 68 멤버. 그게 나다.

나라면 들어줄 수 있다.

복도를 나아간다.

달빛이 실내를 푸르게 비추고 내 발소리가 고요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안녕.”

작게 인사를 건넸다. 그 방에 있던 그녀는 몸을 움찔 떨었다.

“내가 여기 왔다는 건 무슨 뜻인지 알겠지?”

당당하게 묻는다. 하지만 내심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 추리는 가능성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틀리면 어떡하지.

하지만,

“…….”

그녀는 긴장한 듯 나를 노려보았다.

그 반응을 보고 그녀가 범인임을 확신했다. 나는 단언했다.

“유령은 당신이지?”

“……!”

물론 그렇다고 인정할 리도 없다.

“…머, 멋대로 지껄이지 마!”

“멋대로 말하는 거 아냐.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했어.”

말을 마치며 나는 총을 겨누었다. 머리를 조준한다.

“어……?”

그녀는 어안이 벙벙한 듯 목소리를 흘렸다.

갑자기 총을 겨누는 게 조금 난폭한 것 같기도 하지만, 말로 설득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결정적인 증거를 들이미는 게 이야기가 빠르다.

“그 헤일로, 부숴버리겠어.”

“……!”

이번에는 소음기를 장착했기에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뒤는 벽. 아무리 겁을 먹어도 도망칠 수 없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이상한 점은,”

조준을 유지하며 말한다.

“유령에게 헤일로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야.

그래서 어떻게 헤일로를 숨겼는지를 계속 생각했어.”

그녀는 묵묵히 내 말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전제가 틀렸던 거야.

헤일로를 숨기고 있는 건 그때가 아니라 지금이야.”

즉.

“애초에 그 유령에게는 헤일로가 보이지 않는 게 당연했던 거야.”

그 말을 듣고 그녀는 작게 비웃었다.

“유령에게 헤일로가 없는 게 당연하다고? 벌써 잊었어?

난 샷건 탄환을 맞았어. 헤일로의 가호가 없었으면 진작에 죽었겠지.”

“헤일로가 없다고는 안 했어. 보이지 않는다고 했지.”

헤일로는 있었다.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그걸 숨기고 있어.

다시 말해…지금 떠 있는 헤일로는 가짜야.”

나는 조준을 가다듬었다.

“위장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드론. 두 번째는 프로젝터로 공중에 투사하는 것.”

헤일로의 형태는 천차만별이다.

밀레니엄 학생들의 헤일로는 실체 같은 느낌이 많다.

그리고 그런 헤일로는 드론을 사용하면 위장할 수 있다.

용의자 중 실체형 헤일로를 가진 사람은 한 명, 밀레니엄 아이다.

“하지만 밀레니엄 아이는 아니야. 그 아이의 헤일로는 진짜였어.”

그 아이를 발견한 건 폐허 입구였다. 폭발의 충격으로 기절해 있었다.

그때 의식을 잃었던 그녀의 헤일로는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헤일로는 ‘나타났다’.

드론으로 투사 중이라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밀레니엄 아이는 범인이 아니야.”

그렇게 되면 남은 가능성은 프로젝터로 공중에 투사하는 것이다.

“만약 헤일로를 공중에 투사한다면 프로젝터가 필요해.”

헤일로는 머리 바로 위에 나타난다.

그러니 그걸 투사하는 프로젝터는 머리에 달아야만 한다.

그 점을 고려해 용의자를 좁힌다.

“트리니티 아이는 머리카락이 짧았어.

아무리 작은 프로젝터라도 그렇게 단발이어서야 숨길 수 없지.”

그리고 눈앞의 게헨나의 아이를 본다.

“그 점에 있어 당신이라면 위장할 수 있어.

당신의 그 포니테일은 프로젝터를 숨기기에 충분하지.”

조준을 마치고 방아쇠를 당긴다.

탄환은 그녀의 머리…포니테일을 묶고 있는, 앞에서 봐도 보일 정도로 커다란 머리핀을 꿰뚫었다.

날카로운 금속음이 울리고 머리핀은 흔들리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머리핀이 프로젝터였던 거야.”

떨어진 머리핀에서 길게 늘어진 헤일로가 처참하게 바닥에 비치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내 추리가 맞았음을 확인하며 안도했다.

“당신이 범인이야.”

“…….”

그녀의 머리카락이 중력에 따라 아래로 늘어졌다.

나는 그녀의 머리 위…붉은 헤일로가 사라진 부분을 응시했다.

“예상대로긴 하지만, 이건…….”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헤일로는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색이나 모양도 다양하다.

기본적으로 누가 어떤 헤일로를 가졌든 이상할 건 없다.

그녀의 머리 위에도 분명히 헤일로가 있었다.

거의 투명하고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헤일로가.

“이거, 대단하지? 죽은 건지 산 건지 알 수가 없잖아.”

머리핀이 떨어진 그녀는 체념한 듯 희미하게 웃었다.

“가끔 거울을 보면 무서워져. 사실은 이미 내가 죽은 게 아닐까 하고.

헤일로가 부서져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야.”

확실히 그녀의 헤일로는 투명하고 가늘었다.

멀리서 보면 거기에 헤일로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대답해. 왜 사장님을 협박하는 짓을 한 거야?

우리 쪽에 메일을 보낸 것도 너지? 대체 목적이 뭐야?”

여전히 총을 겨눈 채 그녀를 쏘아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의 동기만큼은 알 수가 없었다.

“단순한 장난? 아니면 사장이 걱정돼서 뒷세계에서 손을 떼게 하고 싶었다든가?”

그런 희망 사항을 입에 담아 보았지만,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난 정말로 부서지길 바랐어.

아루의 헤일로 같은 건 그냥 부서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

역시 적대 세력인가. 단둘이 남은 건 실수였을지도 모른다.

총을 쥔 손에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그렇게 노려보지 마.”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딱히 아루가 죽기를 바란 건 아니야. 헤일로 말이야.

문자 그대로, 헤일로만 부서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했거든.”

“……?”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헤일로가 부서지면 사람은 죽는다. 헤일로만 부서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녀는 아련한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난 아루랑 중학교 동창이었어.

딱히 친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루는 나에게 희망이었지.”

“희망?”

중학생 시절의 사장이?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시절의 사장은 성실하고 수수한, 결코 눈에 띄는 학생이 아니었다.

친근감을 느낀다면 모를까, ‘희망’씩이나 될 만한 대상이었을까.

“응, 희망. 난 아루가 있어서 힘을 낼 수 있었어.

아루 덕분에 살아갈 수 있었던 거야.”

그녀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의 아루는 정말 수수했어.

낯가림도 심하고, 거동도 어설프고, 성실한 것만이 장점이었지.

어딘가 나사도 빠져 있었고.”

그 평가에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지만, 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해가 안 갔다. 그런 점의 어디가 희망이라는 건지.

의문을 품은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 그녀는 짓궂은 미소를 띠었다.

“그래, 아루는 반에서 제일 수수했어. 그러면서도…….”

그녀는 작게 숨을 내뱉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도 헤일로만큼은 반에서 제일 화려했지.”

“…….”

“헤일로라는 건 참 신기해. 색도 모양도 사람마다 제각각이잖아.

의미 없는 무늬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론 그 사람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

게헨나의 헤일로는 가시 돋친 게 많고, 트리니티의 헤일로는 곡선적이지.

밀레니엄에는 기계 같은 헤일로를 가진 애들도 있어.

…학술적으로 헤일로의 형상을 결정하는 요인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헤일로는 우리 자신의 상징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봐.”

헤일로는 우리의 일부다. 그리고 개성이 드러나는 부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헤일로에서 의미를 찾으려 한다.

헤일로의 색이나 모양으로 인생을 점친다.

“하지만 말이야, 그거 너무하지 않아?

태어날 때부터 계속 붙어 다니는 이런 고리 따위로 인생이 결정되어 버리다니.

그런 건, 그런 건 말도 안 돼. 만약 헤일로로 인생이 결정되는 거라면.”

그녀는 눈을 내리깔았다.

“내 인생은 살아 있는 건지 죽어 있는 건지 알 수 없다는 소리가 되거든.”

투명하고, 금방이라도 끊어질 듯 가느다란 헤일로. 그것이 상징하는 인생.

저 헤일로를 평생 머리 위에 이고 살아야 하는 그 고난은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줄곧 누군가가 부정해 주길 바랐어.

헤일로와 인생은 관계없다고, 헤일로에 의미 따윈 없다고 누군가가 말해 주길 원했어.

그래서 나한테 아루는 희망이었던 거야.

헤일로는 누구보다 크고 선명한데, 정작 아루 본인은 수수하고 성실했으니까.

그렇게 헤일로와 성격이 따로 노는 사람은 좀처럼 없었거든.

그런 아루를 처음 봤을 때 정말 기뻤어.

내 인생은 헤일로 따위에 결정되지 않는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하고 그녀는 중얼거렸다.

주먹에 힘이 들어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고 아루는 변했어.

무법자를 동경해서 학교를 빼먹기 시작하더니 뒷세계로 뛰어들었지.

멋진 동료들에게 둘러싸여서 온갖 악당들과 싸우고, 샬레의 선생님도 잔뜩 신경 써 주시고 말이야.

힘들어 보이긴 해도 누구보다 강렬하고 찬란하며 화사한 청춘을 보내고 있어.

…마치 헤일로가 가리키는 것 같은 인생이야.

게헨나에 입학한 후 난 절망했어. 다들 헤일로대로 살고 있더라고.

선도부장의 헤일로는 누구보다 위압적이고, 급양부의 헤일로는…웃기지 않아? 주먹밥이라니.”

그녀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아루가 희망으로 남아주길 바랐어.

그런 헤일로를 가졌으면서도 수수한 인생을 살길 바랐어.

만약 화려한 인생을 살 거라면…….”

차라리 저런 헤일로 따위, 부서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녀는 그렇게 읊조렸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번 사건을 일으킨 것이다.

중학교 때부터 알던 사이라면 사장이 사실 겁쟁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겠지.

유령 연기를 해서 겁을 주고, 흥신소 사장직을 그만두게 하려 했던 것이다.

애초에 소문을 퍼뜨린 게 그녀인지는 알 수 없지만, 괴담이 시들해져서 사람이 줄어든 때를 노려 우리를 불러낸 것이다.

그녀의 고백을 듣고 나는 총을 내려놓았다. 이걸로 사건은 끝이다.

“…사장은 흥신소 68을 그만두지 않을 거야.”

내 말에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뭐, 그렇겠지. 이제 포기할게.”

포기한다. 무엇을 말일까.

아루를 수수한 인간으로 되돌리는 것을? 아니면 헤일로에 저항하는 것을?

그것을 묻는 것만큼은 차마 할 수 없었다.

“…사장을 겁준 건 용서할 수 없지만 살의가 없다면 뭐, 됐어.

애들한테는 비밀로 할게.”

편지 한 장에 무츠키와 하루카가 그렇게나 화를 냈다.

그녀도 이제 흥신소에 손을 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그녀의 머리핀…그녀의 헤일로를 주워 건네주었다.

튼튼하게 만들어졌는지 총알 한 발을 맞은 것 정도로는 부서지지 않은 듯했다.

“…응. 미안해.”

그 눈이 너무나 외로워 보여서 차마 비난할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페이스가 꼬인다.

“…헤일로 말이야.”

나는 그녀에게 이 말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헤일로 따위로 역시 인생은 결정되지 않아.

고작 고리 하나로 인생이 결정된다는 건 무리니까.”

스스로에게 들려주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은 위로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의 신경을 건드리고 말았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그녀는 나를 가엽게 여기듯 비웃었다.

“카요코 선배도 알고 있잖아. 요즘 유행하는 헤일로 점.”

“…….”

“딱히 그게 맞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어.

그건 선배도 알고 있지?

카요코 선배의 헤일로, 그것이 상징하는 인생.

선배, 정말 짐작 가는 구석이 없어?”

회색빛에 가시가 돋친 내 헤일로. 그 점괘의 결과.

“…내가 이렇게 털어놓은 것도 카요코 선배라서야.

카요코 선배라면 분명 내 고통을 이해해 줄 테니까.

왜냐면 선배도, 그렇잖아?”

그녀는 머리핀으로 포니테일을 묶었다. 붉은 헤일로가 머리 위에 나타났다.

…나는 시선을 피했다. 흐릿한 창문에 내가 비치고 있다.

회색빛에 가시 돋친, 나의 헤일로가…….

<6>

범인의 고백을 들은 후, 용의자 전원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우리도 돌아가기로 했다.

흥신소 식구들에게는 이번 사건을 ‘도가 지나친 장난’이라고 설명했다.

솔직히 그런 설명으로 납득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숨겨두었던 런처를 건네주며 “범인이 순순히 넘겨줬어. 반성하는 것 같으니 용서해 주자”라고 말하자,

“뭐, 급습당하는 것도 무법자의 숙명이지! 좋아, 용서해 주겠어!”

라며 사장은 웃었다. 그러자,

“뭐, 아루 쨩이 괜찮다면 됐나.”

“역시 아루 님입니다…….”

다들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한 건 낙착. 큰 사건으로 번지지는 않았다.

범인도 두 번 다시 우리에게 손을 대지 않겠지.

며칠 후, 나는 혼자 퇴락한 뒷골목을 걷고 있었다.

조금 혼자 있고 싶었다.

툭, 하고 뺨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타닥타닥하는 미세한 소리가 주변에서 들려온다.

비다.

나는 접이식 우산을 폈다.

헤일로에 대해 생각한다. 나의 인생을 생각한다.

회색은 무(無)의 색, 고독의 색.

밖으로 향한 가시는 공격성이나 적의를 나타낸다고 한다.

거기서 도출되는 나의 인생은…….

나는 그 생각을 털어버리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 바보 같은 소리, 인정할까 보냐. 고작 고리 하나에 인생을 결정당할까 보냐.

저런 건 그냥 점일 뿐이다. 맞을 리가 없다.

…하지만.

문득 유리에 비친 내 얼굴을 바라본다.

어쩜 이렇게 날카로운 눈일까.

마치 이 세상 모든 것을 증오하는 듯한, 자신 이외의 모두를 적이라고 믿어버리는 듯한 눈.

나는 이것을 그저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사실은 이 눈을 통해 비치는 세상을 증오하고 있는 게 아닐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먼저 세상을 멀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는 소중하게 여겨지는 것도, 지키고 싶은 것도 많이 있다.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 수 없게 되었다. 내 본심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만약, 만약에. 모두가 나에게 품는 공포가 ‘오해’가 아니었다면.

과연 누가 나를 받아들여 줄까…….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때 시야 구석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고양이다.

회색 고양이가 몸을 작게 웅크린 채 빗속에서 떨고 있다.

“…….”

왠지 모르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천천히 다가간다.

내 기척을 느끼자 고양이는 고개를 들고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도망치려 하지는 않았다.

나는 고양이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조심스레 턱 밑을 쓰다듬어 보자, 처음에는 몸을 뻣뻣하게 굳혔지만 이내 얌전히 눈을 감고 나에게 몸을 맡겼다.

고양이의 몸은 비에 젖어 차가웠다.

가지고 있던 손수건으로 가볍게 몸을 닦아주자 고양이는 갑자기 일어났다.

기분이 상했나 싶었지만, 고양이는 그대로 나에게 몸을 기대며 살갑게 비벼댔다.

…봐, 그렇잖아.

나는 힘없이 미소 지었다.

눈이 무섭다고 해도 헤일로가 회색이라고 해도, 딱히 무언가를 미워하고 있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그러니까.

“분명 아닐 거야, 그치?”

고양이에게 속삭였다.

발치에 있는 고양이는 천진하게 “냥” 하고 울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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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2시간 전번역

소설 핫산) 게헨나 헤일로의 비밀 Part 2(完)

조회 3·좋아요 0·저장 0·댓글 1
#게헨나 학원#소설
광고
KP
kosui_029작가
게시물 4개
고DC
고관위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6.10.3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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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나
ㅇDC
ㅇㅇ122시간 전

공포보단 추리물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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