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8632520
원문 기준 5037자
번역 피드백 대환영
---------------------------------------------------------------------
[현대 사회와 스트레스]
이 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거듭되는 피로, 끝나지 않는 업무. 마음고생과 압박감으로 마음이 병들기 직전에 몰린 채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신차려 보면 어느새 마음은 피폐해지고, 감정은 마모되며, 정신은 죽어간다― 그것이 이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회의 톱니바퀴로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는 것.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기 위해 사는 것.
수단과 목적이 모호해지고 뒤바뀔 때, 진정한 의미로 어른이 되는 건 아닐까.
"얼마만의 집이냐..."
샬레의 격무를 드디어 끝낸 나는 수 일 만에 집 앞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낡은 아파트만이 내게 있어서는 성역, 유일무이한 마음의 안식처이다.
키보토스에서 [선생]으로서 어른을 연기하고 있는 내가,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조금이나마 쉴 수 있는 공간.
"하아..."
계단을 하나 하나 올라간다.
축적된 피로가 몸을 갉아먹고, 수 일간의 철야 때문에 의식도 몽롱하다.
...문득 뒤를 돌아봤을 때 생각했다.
―이대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면 죽으려나.
나는 키보토스 바깥에서 온 존재다. 학생들처럼 몸이 튼튼하지도 않고, 부딪힌 곳이 좋지 않으면 그 순간 인생 하직이다.
아픈 건 싫지만. 힘든 건 더 싫지만. 끝을 원한다면― 어쩌면.
"...아하하, 지쳤나보네"
...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선생]으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될 생각을 해 버린 게 무엇보다도 부끄럽다.
이제 내 몸은 나 하나만의 것이 아니다. [선생]은 이미 키보토스의 시스템의 일부이고, 제멋대로 빠져나가는 건 절대 용서되지 않는다.
"...오늘은 바로 자야겠다"
식사는 필요 없다. 어차피 토해낼 거니까.
샤워도 귀찮다. 아침에 일어나고 하면 된다.
출근 전에 영양제나 보충제를 억지로 배에 쑤셔넣고, 가볍게 화장해서 다크서클만 지우면 어떻게든 되겠지.
내일 예정을 가볍게 머릿속으로 돌려보고, 나는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 문손잡이에 넣고―
"―어라, 왜 열려 있지...?"
위화감이 들었다.
작은 이변, 커다란 불안.
당연히 집은 잠그고 나왔을 것인데 어째서인지 잠금을 풀 수 없었다― 이미 열려 있었으니까.
"...설마"
도둑. 습격. 강도.
여러 가능성이 머리를 스친다.
샬레의 선생이라는 입장 상, 이곳저곳에서 원한을 사고 있다는 자각은 있다.
"......"
귀를 가져다대자 집 안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집주인 대신 우리 집에 제멋대로 들어온 누군가가 안에 있는 듯 하다.
카이저 PMC, 아니면 게마트리아일까.
어느 쪽이든 지금의 나는 맨손이기에 저항은 할 수 없다.
믿음직한 싯딤의 상자도 배터리가 없다. 문자 그대로 내 생사여탈권이 붙잡혀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뭐, 어쩔 수 없나"
지금 내게 선택지는 많지 않다.
이대로 노숙하든가, 샬레로 돌아가든가, 아니면 집으로 들어가든가.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고 하지만, 지금 내게 있는 건 호기심보다는 파멸하고자 하는 욕구라고 부르는 게 정확할 것이다.
어찌 되든 좋다― 아무래도 좋으니까.
"...학생들한텐 보여주면 안 되겠지"
짧게 숨을 내쉬고, 나는 망설임 없이 문손잡이를 돌려 집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 선생... 이힛"
"......응?"
가려진 한 쪽 눈, 생기 없는 흰 피부.
억양 없는 말투가 특징인 와일드헌트의 학생― 이타가키 카노에가 어째서인지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선생, 기다리고 있었어. 전생부터, 쭉"
"카노에... 어째서...?"
"...선생. 돌아오면 맨 처음엔... [다녀왔어]라고 말해주면 안 될까...?"
"아, 아아... 응. 그... 다녀왔어?"
"이힛... 선생. 어서 와..."
어째서 카노에가 내 집에 있는 걸까.
그 의문을 해결하는 것보다 먼저, 카노에는 내 곁으로 다가와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가져갔다.
"수고했어... 가방은 맡아둘게"
"고, 고마워..."
"그리고 겉옷도 맡아둘 테니까... 선생은 우선 씻고 와..."
카노에는 익숙한 손길로 겉옷을 받아들고 옷걸이에 걸어 정장의 주름을 폈다.
"카, 카노에...?"
"...어서. 빠르게 끝내고 오도록 해... 나갔다 들어오면 우선 씻고 오는 게 먼저니까..."
카노에의 말대로 화장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 집일 텐데도 어딘가 진정되지 않는다.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힌 채 복도를 걸었다.
"...어라, 이렇게 깨끗했었나...?"
분명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집이 엄청 깨끗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복도에는 먼지 한 톨 보이지 않았으며, 화장실도 새것처럼 반짝였고 곰팡이 하나 없었다.
나는 집에 자주 들어오지 못해 청소도 잘 못했고, 집안은 항상 먼지투성이였을 것이다.
그런데도 구석구석까지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다― 혹시 카노에가 해준 것일까.
"......"
감탄보다도 의문이 쌓일 뿐이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판단할 수 없었기에, 카노에의 지시대로 우선 씻고 나왔다.
"...이힛. 다 씻었어...?"
"으, 응. 이제 괜찮아"
"...응. 사악한 기운이 줄었네... 하지만 아직 가득 차 있으니 더 줄여야 해..."
어느새 앞치마를 입은 카노에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올려다봤다.
"...선생님. 카노에가 사랑을 듬뿍 담은 밥, 먹어줬으면 좋겠어♪"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가, 순식간에 어린 소녀처럼 변했다.
카노에는 전공으로 성1우를 골랐고, 실제로 상업 활동도 하고 있는 진짜 성1우다.
역할을 연기하고 있다는 걸 이해하면서도 빨려 들어가는 듯한 남색 눈동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카노에...?"
"―이힛. 이히힛! 어땠어... 선생님 취향이었으려나...?"
순식간에 원래 목소리로 돌아간 카노에는 [놀려서 미안해]라고 가볍게 사과하고는 부엌으로 홀로 돌아갔다.
붕 떠버린 나는 부엌을 둘러봤고, 여기도 화장실이나 복도처럼 깨끗이 청소되어 있는 걸 보았다.
"...카노에가 해준 것일까"
시들시들하던 관엽 식물도 생기를 되찾았고, 전구를 갈지 않아 희미해진 조명도 새것이라 생각될 만큼 눈부시게 빛났다.
마치 집 전체가 새로 태어난 듯한 인상을 받아 집주인인데도 묘한 어색함을 느끼게 되었다.
"...기다렸지. 내 특제 포션... 선생을 위해... [이것저것] 넣었어"
건네받은 머그컵에서는 김이 피어올랐고, 달콤한 향기가 비강을 부드럽게 자극했다.
"...마셔도 돼?"
"...물론이야. ...선생을 위해 만든 거니까, 잔뜩 마셔주면 기쁠 것 같아..."
"...알겠어. 그럼 잘 먹을게"
적당히 따뜻한 머그컵을 입으로 가져갔다.
미리 카노에가 조금 식혀준 것 같다. 김이 올라오긴 했지만 보기보단 뜨겁지 않았다.
눈을 감고 액체를 입 안으로 흘려 넣자―
"......달아"
부드러운 단맛이 퍼졌다.
이건... 설탕이나 꿀, 우유인가?
당분 섭취와 피로 회복을 동시에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힛... 맛있어...?"
"응. 맛있어, 고마워"
"...이힛. 이히힛!"
카노에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피부가 백자(白磁)처럼 흰 만큼, 붉어진 뺨이 카노에를 한층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선생... [그때]와 똑같네"
"그때?"
"우리는... 전생부터 운명의 붉은 실로 묶여 있으니까... [그때]도 선생은 맛있다고 말해줬다고?"
카노에가 자주 말하는 [전생] 이야기.
안타깝게도 현생의 내게 전생의 기억은 없지만, 혹시 정말로 전생부터 엮여 있는 거라면 그것만큼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선생... 조금 편해졌어...?"
테이블 건너편에 앉은 카노에는 양손으로 턱을 괴고 상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마치 아이를 보살피는 어머니와 같은 사랑으로 가득한 시선을 마주하자, 조금 부끄러운 기분은 들었지만 나쁘진 않았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카노에는 [그렇구나]라며 화답했다.
"...나로 괜찮다면... 고민을 털어놔줘..."
"...고민이 있는 것처럼 보여?"
"...이 머리끈을 한 덕분에... 나, [볼] 수 있어..."
"...정말?"
"...이힛... 농담이야..."
"...아하하, 카노에 농담은 귀엽네"
...조금 긴장이 풀렸다.
카노에가 준비해 준 음료 덕분일까, 혹은 상냥한 농담 덕분일까.
황폐해진 내 마음에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겨났다.
"...지쳤어, 여러 가지로"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즉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일하기 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일하는가.
어느 쪽도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때때로, 마음속 깊은 곳에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명이 들려 온다.
"...나는 [선생]이니까. 분명,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겠지만..."
그럼에도 마음을 철로 만들 순 없다.
미숙하다, 나는 어른으로서 너무나도 미숙하다.
감정에 휘둘리고, 자아에 의해 괴로워하며, 이성에 의해 독처럼 갉아먹힌다.
역할을 다하는 기계조차 연기할 수 없는, 어중간한 [어른]이 바로 나다.
“...가끔은 말이야. 이런 생각도 해버려. 여기서― 사라져 버리고 싶다고"
말해버렸다.
내 학생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될 저주를, 나는 내뱉고 말았다.
선생 실격― 아니, 어른으로서 최악이다.
저편에서 또 다른 내가 나를 보고 있을 텐데, 나는 대체 무슨 말을 해버린 걸까.
"...미, 미안해. 방금 건 잊어줘"
"......선생"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
카노에는 고개를 숙여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화가 난 걸까, 어처구니가 없는 걸까.
"...카노에... 정말 미안해..."
"...말해줘서, 고마워"
"카노에...?"
나와 시선을 마주친 카노에는― 변함없이 사랑으로 가득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선생의 괴롭고 힘든 기분... 나로서는 모두 이해할 순 없지만..."
카노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곁으로 다가왔고― 소중한 것을 안듯이 상냥하게 껴안았다.
"...선생님은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어... 정말 장하고... 정말 대단하고... 나만은 제대로 봐주고 있으니까..."
...누군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준 게 얼마만일까.
어른이 되고 잊어버린 기분이 되살아나는 듯한, 혹은 카노에가 말하는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혹시나 선생이... 진심으로 사라져 버리기를 원한다면― 나도 따라갈 테니까"
어느샌가 나는 카노에의 가냘픈 몸에 어리광을 부리듯 껴안겨 있었다.
달콤한 향기, 부드러운 감촉.
두근, 두근, 하고. 생명이 느껴지는 차분한 고동이 고막을 통해 전해져 왔다.
"...선생을 위해서라면... 눈이든, 팔이든, 목숨이든, 무엇이든 줄 테니까... 전부 진심이라고...?"
귓가에 속삭여지는 말, 편안해지는 목소리.
마치 온몸이 이타가키 카노에라는 소녀에게 둘러싸인 것만 같아 의식의 윤곽이 점점 흐려진다.
"...그러니까... 선생이 바라는 최후의 순간까지... 쭉 곁에 있게 해줘... 응?"
"...고, 고마워..."
역시 나는 선생 실격이다.
시야는 흐려지고 생각이 넘쳐흐른다.
연하 여자아이에게 어리광부리고, 빠져 들고, 떨어져 간다.
기쁘다고 생각해 버렸다― 카노에의 말에.
프로포즈 같은 상냥한 선언이 아니다.
사랑 고백보다 짙게, 사망 선고보다 선명하게.
이타가키 카노에는 내게 평생 풀 수 없는 저주와도 같은 영원을 선사했다.
"―언젠가 그 순간, 함께 죽자"
-------------------------------------------
카노에 ASMR 출시좀...
댓글 8
어흐
순애너무좋아

읽다가 군데군데 1 박혀있는거 보고 터졌네 시발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