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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1일차
"더워~......."
평소보다 강한 햇빛, 자외선 차단제는 꼼꼼히 발랐지만 역시 걱정이야.
나는 익숙하지 않은 체육복으로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어. 루틴이 된 봉사 작업의 일환이라고 할까.
솔직히 타인이 버린 것 따위는 만지고 싶지 않은데~ 라는 게 본심이지만......
이것으로 조금이라도 속죄가 된다면 말이지......
새어나올 것 같은 무언가를 입을 닫고 얼버무리며 빈 캔, 종이 쓰레기를 주워간다.
햇빛 때문에 나는 땀을 일일이 닦으며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내 앞을 그림자가 덮는다.
뭔가 싶어 고개를 드는 동시에 내 시야가 캄캄해졌다.
"미안하게 됐네요. 쓰레기 줍는 중이라면 이것도 버려주시죠."
"......"
시야를 방해하는 것들을 털어내자 여러 종류의 쓰레기가. 그리고 어디선가 본 얼굴들.
아마 썩은 것도 있었는지 악취가 내 주위에 가득 찼다.
반응하면 지는 거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늘어난 쓰레기들을 수거해 간다.
"아하하! 쓰레기 같은 사람이 쓰레기를 줍는다니 웃겨!"
천박한 웃음이 내 주위에 울려퍼졌고 내 기분은 비례해서 내려갔다.
매번 질리지도 않고 잘도 하는구나 감탄하게 되는 수준이야. 빈정거림 한마디라도 선물해주고 싶어.
괴롭히기 위해서 일부러 냄새나는 쓰레기를 모아왔다니, 수고했어☆
......같은 걸 말하면 반드시 소란이 인다. 잠자코 흩어진 쓰레기들을 봉투에 던져 넣는다.
더 이상 나쁜 아이가 되고 싶지 않아. 되면 안 되니까. 입술을 깨물고 감정을 눌러 죽인다.
하지만 그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상대 중 한 명이 멱살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다.
"잠깐....... 뭐라고 말이라도 해보세요!"
아아, 이렇게 되는건가 라며 포기 모드가 된다. 몇 대만 참으면 제멋대로 사라지려나.
뭔가 꺅꺅 소리가 들리면서 주먹이 이쪽으로 날아오던 그때.
"어머, 다들 무슨 일이신가요?"
"나, 나기사님!"
우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듯이, 잘 아는 얼굴이. 나를 잡고 있던 손은 떨어져 자유롭게.
소꿉친구는 시원스러운 얼굴로 우리를 번갈아보며 대화를 이어간다.
"미카씨도...... 아아, 오늘은 봉사활동이었군요."
나기쨩은 흩어진 것들을 하나 주워 봉투에 넣는다.
"쓰레기 줍기를 모두 함께 하다니 훌륭한 봉사 정신입니다만......."
내 친구는 위압과도 같은 미소를 주위에 지어 보였다.
"이건 미카씨가 해야 할 일,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끓어올랐던 격정이 서서히 식어가는 게 싫어도 전해져 온다. 그야 그렇겠지.
굳어 있던 사람들은 허둥지둥 물러났고 이 자리에는 쓰레기와 우리 둘뿐이었다.
"미카씨......"
"아, 아하하~☆ 한심한 모습을 보여줘 버렸네......"
소꿉친구에게 괴롭힘 현장을 목격당한 어색함, 거기에 한심함도 있어서 여느 때보다 더 장난스러운 톤으로 이야기하려 했다. 하지만.
"죄송해요, 미카씨. 이런 식으로 밖에 도와줄 수 없어서."
"어......."
고개를 숙였다.
오히려 내가 나기쨩에게 해야 할 일인데, 어째서.......
"제가 계속 감싸면 미카씨에 대한 비방과 중상이 더 심해질 거라 생각해서......."
나기쨩, 그건....... 나, 그럴 자격은 없어. 친구에게 보호받을 자격 따위.
"제가 더 힘이 있었다면....... 죄송합니다."
"아니, 그건......"
어쩌지, 둘 다 말문이 막혀 버렸어. 더 이상은 끝없이 루프할 거 같아.
하지만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사과 정도고......
갈팡질팡하던 입가. 하지만 교착상태에 빠진 분위기는 나기쨩이 부숴줬어.
"속죄가 되지는 않겠지만 이후에 홍차라도 한 잔 어떠신가요? 좋은 가게를 찾아서."
어, 하고 목소리를 흘린다.
"기숙사와는 조금 떨어진 곳입니다만......."
친한 친구의 배려와 어디까지나 친한 친구로서 대해준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했다.
초대해 준다니 오랜만이네. 정말로.......
"어, 어쩔 수 없네~....... 기숙사 시간에 늦지 않을 때까지야☆"
평소처럼 살짝 친근한 톤으로. 평소의 나처럼 활기찬 표정으로.
나기쨩이 평소처럼 권유해준다면 나도 똑같이 행동해야겠지.
나의 친구는 웃으면서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리고 나도 그 손을 잡는다.
쓰레기 줍기를 끝내고 함께 홍차를 즐기러.
친구답게, 나란히 걸으며.
2일차
한가하네~ 오늘 할 일은 이미 끝났고 그냥 기숙사로 돌아가는 것도 재미없고......
기숙사까지 가는 길을 곧장 돌아가지 않고 어슬렁어슬렁 목적 없이 걷고 있었다.
이도 저도 아닌 채 걷는 건 싫지 않지만 그럴 기분도 아니고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그런데 결정이 안 돼, 제일 곤란한 상태란 말이지.
하지만 눈에 익은 핑크색 머리의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내 기분은 그쪽으로 단숨에 기울어졌다.
코하루쨩이다!
어째서일까, 이런 곳에서. 들뜬 기분으로 달려가게 된다.
정의실현부에서 귀가하는 걸까, 지금부터 함께 쇼핑하는 것도 좋을지도!
기우네☆하고 말을 걸어볼까. 아니면 뒤에서 놀래켜버릴까?
히죽거림이 멈추지 않아. 코하루쨩인걸, 귀엽게 반응할 게 당연하잖아.
천천히 닌자같은 발걸음으로 등뒤로 다가가 놀라게 해버리자!
발소리를 내지 않도록 조심해서...... 천천히, 천천히......
좋아, 조금만 있으면 몰래카메라 성공......! 하지만 들뜬 나에게 현실이 들이닥쳤다.
"코하루쨩, 오래 기다렸죠~!"
"아이참! 늦어!"
"늦었다는 건 이상하다. 약속 10분 전에는 도착했을 텐데."
"코하루쨩은 모두와 함께 쇼핑하는 걸 기대해서 기다려준 거죠?"
"뭐......! 아, 아니야!"
"아하하...... 그럼 갈까요."
나를 눈치채지 못한 채 보충수업부 멤버들은 그 자리를 뒤로 했다.
꺅꺅거리며 멀어지는 등에서 시선을 돌려 콘크리트 바닥을 응시한다.
"......"
저 사이로 비집고 들어갈 정도로 눈치없지도 않고. 무엇보다 코하루쨩에게 폐가 되잖아.
"그야, 그렇겠지."
코하루쨩에겐 나 같은 건 말을 걸어도 민폐인 존재일 테고.
나, 뭘 제멋대로 혼자 들떠서 사이 좋은 척 분위기를 내고 있었지.
어째서 그렇게 간단한 걸 몰랐을까.
"......"
다시 이도 저도 아닌 기분과 자신의 오만함을 마주한 기분이 뒤섞이고.
가슴을 꽉 누른 채, 터덜터덜 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돌아가자......"
오늘은 왠지 피곤하네.
3일차
산더미처럼 쌓인 짐을 안고 더듬거리며 걸어갈 수밖에 없는 나.
그리고 지나가는 바람처럼 내 앞을 나아가고 있는 듯한 친구.
"그럼 슬슬 휴식이나 할까."
"슬슬이라는 수준이 아니잖아, 이거."
힘에는 나름 자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이 쌓았잖아, 이 양은. 앞이 안 보이는 걸.
세이아쨩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이야기하기 시작해, 아마도. 아니, 나한테는 너무 작아서 안 보이니까.
"오늘 자네의 역할은 짐꾼이야, 불평할 권리는 없을 텐데."
하아~?
내가 말을 꺼낸거긴 하지만 그렇게 당연하다는 듯한 대접을 하면 조금 짜증나는데~?
"사양이라는 게 있지 않으려나~ 세이아쨩?"
관자놀이가 씰룩거리는 걸 억누르며 침착하게 이야기하지만 역시 무리다.
하지만 짐 사이로 보이던 세이아쨩은 어이없어하면서도 눈이 휘둥그레진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네 안에 사양이라는 개념이 있다니, 놀랍군. 나로서는."
........역시 나 미움받고 있나?
"음, 여기 찻집으로 하지."
세이아쨩은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뭐냐고....... 곤혹스러워하면서 뒤를 따른다.
"이거와, 이거...... 그리고 이걸로."
점원에게 메뉴를 여러 개 주문하고 콧소리를 내며 끝내는 세이아쨩.
나는 턱을 괴면서 홍차만 주문한다.
"아니, 너무 많이 시켰잖아."
테이블 전체에 놓인 디저트 집단. 그리고 그것을 거느리는 주인. 그리고 그걸 바라보는 나.
꽤 대단한 광경이라고 생각해.
"괜찮지 않나? 완쾌축하야."
또 병원에 가고 싶은 걸까, 이 아이는.
"미카, 자네와 나 사이다. 이건 먹어도 상관없어."
"혹시 그걸 다 먹지 못한 거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보고 잔반 처리하라는 의미는 아니겠지?"
살짝 의도를 살피며 웃어봤지만 눈앞의 상대는 어색한 듯 눈을 돌린다.
".......나와 자네 사이잖나."
"와오, 엄청 긁혔어. 지금 거."
그렇게 말하며 팔할쯤 남은 파르페에 손을 뻗어 어쩔 수 없다며 입으로 옮긴다.
묵묵히 먹으며 힐끗 세이아쨩에게 시선을 향했다.
괴로운 듯 숨을 토하는 세이아쨩. 숟가락을 놓고 목소리 톤을 낮춰 말을 건다.
"세이아쨩,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거든."
"그런가, 그럼 이 케이크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파르페를 앞에 두고 어두운 감정이 넘쳐흐르기 시작한다.
"나한테 억지로 어울려주지 않아도 되니까."
아아, 틀렸다 이거, 멈추지 않는 흐름이야.
같이 쇼핑하는 친구를 상대로 할 얘기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
"......그도 그럴게, 나는 너를 죽이려고 한 녀석이라구."
"그건......."
아, 말해버렸다. 봐, 세이아쨩 분위기 깨졌잖아.
하지만 멈출 수가 없어, 이거. 미안해, 세이아쨩.
"그런 거랑 어울리다니 바보같잖아. 아하하......"
"......미카."
내 안에서 빙글빙글 소용돌이치는 것에 대해 세이아쨩은 평소와 같은 상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는 말이지, 그 사건에서 배웠어."
홍차에 잠긴 스푼을 빙글빙글 돌리며 세이아쨩은 말을 잇는다.
"나는 어리석은 자가 되자고."
어째선지 세이아쨩의 코끝이 간지러워지는 논리가 전개된다.
"자네 말대로 나와 자네의 관계는 같은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누기에는 기묘해 보이겠지."
그러니까 그렇게 말했잖아. 나랑 억지로 같이 있을 필요 없다고.
울적한 마음이 소용돌이치며 자신의 모습이 엉망이 되어가는 것 같다.
시야가 뒤틀릴 듯한 기분 속에서 세이아쨩은 철학이라도 말하는 듯한 목소리로 나에게 말한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와 자네는 친구라 생각하고 있고, 그러길 바라고 있어."
상냥함이 넘치는 말이다.
하지만 그 상냥함이 지금의 나에게는 솜으로 조이는 것처럼 괴롭게 느껴져.
"분명 목숨을 노렸는데도 그런 헛소리를 할 수 있다니 어리석다고 사람들은 말할 테지."
그래, 그런 거야. 그러니 우리는......
"하지만 말이지, 미카. 우리는 더 대화해야 한다고 전에도 말했을 거다."
세이아쨩은 밝고 난해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나에게 타이르듯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분명 서로의 어리석음도 언젠가 웃어넘길 거야."
친구는 그녀답지 않게 익살맞은 짓을 한다. 그녀치고는 어떻게 봐도 바보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그 입가는 부드러웠고, 나를 향해 미소 짓고 있었다.
"나는, 그 사건을 언젠가 올 날에 그런 일이 있었다며 셋이서 웃고 싶어."
그녀는 나와 그 앞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내일을 보고 있었다.
오는 걸까, 와도 되는 걸까. 그런 편리한 날은. 나에게 와도 괜찮은 걸까.
하지만 세이아쨩은 괜찮다고 말하는 대신 나와 시선을 겹쳐준다.
"그게 친구라는 게 아닐까, 나는 생각하거든."
즉, 하고 서론을 꺼낸 세이아쨩은 심술궂은 얼굴로 나에게 웃음을 터뜨린다.
"자네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 얘기야."
......역시 나 바보 취급당하고 있어? 관자놀이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눈앞의 상대를 다시 병원으로 보내고 싶은 것을 참으며 파르페를 맘껏 탐한다.
하지만, 입안을 단맛으로 가득채우면서 생각한다.
세이아쨩의 말대로 바보같이 웃어넘길 수 있는 날이 오는 걸까.
......와 줬으면 좋겠네.
4일차
아아~......
조용한 방, 종이 넘기는 소리, 볼펜 움직이는 소리.
그리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내 귀에 닿고 있다.
지금 나는 샬레의 도우미로 서류 일을 정리하고 있다.
선생님에게 부탁받다니, 게다가 같은 방! 기뻐할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으음......."
이 공간에는 나와 머리에 뿔이 난 앞치마 차림의 아이. 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선생님도 있었지만 다른 아이에게 호출 받은 모양이라 지금은 자리를 비웠다.
눈앞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아이의 이름은 후우카쨩.
요즘 어째서인지 선생님의 도우미로 불리면 거의 확실히 함께하게 되는, 성실하고 착한 아이라는 느낌.
하지만 말이지. 응. 나는 이 아이가 거북해. 어째서인가 하면 그것은 그녀 머리위에 있어.
끝이 붉게 물든 뿔이 이유를 말해줘. 그래, 게헨나야.
내 시야에 힐끗 비치는 그것이 한숨을 자아내게 만들어.
아리우스 같은 미움은 아니야. 그저 막연히 싫을 뿐.
어린 아이 같은 감정이라고 자신도 생각해. 야채를 먹기 싫다고 투덜거리는 그런 느낌의.
이게 만약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을 때 소리치며 주변에 화풀이하는 전형적인 게헨나라면.
「역시 이 녀석들은 안 돼.」라고 코웃음치며 자신을 정당화할 수 있어. ......하지만.
".......미카씨, 무슨 일 있으신가요?"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아, 적당한 시간이니 차 한 잔 할까요. 준비해 올게요!"
......착한 아이야. 게헨나 출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일렁임이 있다고나 할까. 솔직히 싫은 녀석이었으면 이쪽도 싫어할 수 있었는데.
저번에도 그래.
다툼을 해결했을 때는 모두에게 차를 나눠줬고 각자 취향에 맞는 걸 준비했어.
정말로 착한 아이구나...... 배려심도 깊고 붙임성도 좋고 요리도 잘하고.
.......선생님의 마음에 든 걸까.
좋아해도 이상하지 않지, 응. 좋은 아내가 될 거 같다고나 할까.
문득 떠올라버려. 가까운 장래에 선생님 옆에 서 있는 사람을.
잘 어울린다는 건 이런 얘기겠지. 화목한 커플이라는 소리를 들을 거야.
아, 틀렸어. 후우카쨩은 나쁘지 않은 데 엄청 화가 치밀어 올라.
나, 최악이야.
"미카씨, 무슨 일이세요?"
"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응, 엄청 멀쩡해."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으로 얼버무린다.
지금 바로 너 때문에 기분이 불편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홍차 준비를 끝내고, 후우카쨩은 정성스럽게 찻잔에 홍차를 따른다.
"미카씨는 홍차 뒤에 우유를 넣는 타입이었죠."
"아, 응. 고마워☆"
음, 좋은 향기. 이걸로 좀 진정되려나.
잘 내린 홍차의 만끽하고 있는데 바로 이어 과자도 가져다 주었다.
"오늘은 스콘도 준비해 왔는데 어떠신가요?"
접시에 담긴 스콘의 빛깔로 잘 구워졌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아, 그럼 받을까."
잼도 가볍게 발라 뺨에 채워넣으며 맛본다. 응응, 응......
"어떤가요?"
"아, 응. 맛있어. 아, 근데 버터의 풍미가 조금 더 강하면 내 취향이려나."
뭔가 기대하는 눈으로 감상을 물었기에 가볍게 대답하면서 한 입 더 맛본다.
응, 뭐 괜찮으려나. 평소 나기쨩이 주문하는 것보다 랭크는 떨어지지만.
"그렇군요...... 그럼 다음엔 그렇게 해볼게요!"
에?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게 한다니 뭐야? 설마 내가 먹은 이게. 들고 있던 스콘을 뚫어지게 본다.
몇 초 굳어진 후, 사실을 깨닫고 「앗」하는 소리를 흘리고 말았다.
"아, 혹시 수제 같은 건 NG였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후우카쨩. 나는 반대로 핏기가 빠져나간다.
아니아니아니 아까 나 엄청 무례한 소리를 했는데 어째서 이 아이는.......
울컥하는 정도는 해도 이상하지 않아. 나 같으면 엄청 짜증냈을 걸.
그런데도 신경쓰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맛을 내려고 노력해주다니, 정말......
뇌 속 나기쨩이 설교를 시작했어. 알아, 알고 있어. 알고 있다구......
자신의 소행을 스콘과 함께 집어넣어 삼켜버린다.
최악이야, 나.
5일차
나는 조금 곰팡이 냄새나는 방에서 종이 잔해와 눈싸움 하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묵묵히 손을 움직이며 종이조각이 서서히 형태를 이뤄가는 모습을 보는 건 의외로 즐거워.
그 있잖아, 멍하니 보는 동영상 같은 느낌으로.
방 주인은 무엇을 하는지 잘 알 수 없는 작업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저, 저기......."
"아,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돼~ 제멋대로 보고 있을 뿐이니까."
이 아이는 우이쨩, 선생님의 도우미로 자주 함께하는 아이. 최근 친해졌어.
같은 트리니티고, 이야기도 맞으려나~ 생각해서 오늘은 방에 실례해버렸어☆
뭔가 너덜너덜해진 책을 복구? 하고 있는 거 같아.
책이란 거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구나~ 그렇달까 처음 알았어~ 엄청나지.
그러니까 보고 있으면 꽤 즐겁거든. 우이쨩의 작업.
하지만 입 다물고 있는 것도 그러니까 다리를 흔들면서 우이쨩에게 물어볼게.
"저기, 그거 재밌어?"
"으에!? 아뇨, 뭐, 네에......"
"흐응."
계속 입을 다물고 있어서 시시한 걸까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구나. 의외야.
나는 잘 모르겠지만 즐길 수 있다면 괜찮나.
다시 바라보기 시작하는데 갑작스럽게 시야 끝에 묘하게 눈에 띄는 책. 왠지 궁금하네.
"뭐야 이거."
"아, 아앗!"
손을 뻗어 쌓아뒀던 것 안에서 궁금했던 책을 잡아당기려는데 엄청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 뭐야. 지금 거 우이쨩? 저렇게 큰 목소리 처음 들어보는데.
나와 책 사이로 들어와서 내 손을 억지로 되돌린다. 그러고는 정신이 들었는지 허둥지둥 자리에 착석.
"이, 이 아이는 만지지 말아...... 주세요......"
역시 시선은 마주해주지 않는다. 그렇게 나쁜 짓을 해버린걸까?
"에~ 괜찮잖아, 우이쨩 짠돌이."
책 정도는 괜찮지 않냐고 살짝 삐딱해진다. 작업을 보는 건 중요하지만 책도 보고싶잖아.
조금 정도는 괜찮을 거라며 한 번 더 손을 뻗는다. 이번에는 들키지 않게 조용히, 살며시.
슬쩍, 슬쩍 조금씩 끌고와서, 앞으로 조금만....... 조금만 더..... 되겠어......
하지만 반정도 빠져나옴과 동시에 손에 쥐었던 책이 산산조각나 흘러내린다.
"어, 아, 우왓......!"
책이었던 종이 뭉치는 내 손에 다 들어오지 않고 바닥으로 일직선. 위험해...... 이대로라면......!
뭔가 내용물이 엄청 너덜너덜해서 떨어지면 그대로 재가 될 거 같은 모습이야!
위, 위험해, 이거......! 라며 팔을 휘두르지만 헛스윙으로 끝난다.
아, 큰일이야. 머리가 떨어지는 종이들을 천천히 인식하고 있다. 이거 틀렸어.
하지만 느려진 세계에서 고속으로 움직이며, 무너지지 않도록 섬세한 동작으로 캐치하는 그림자.
이 순간 누구보다 날렵한 존재의 정체는 어깨로 숨을 쉬는 우이쨩이었다.
"그러니까, 만지지 말라고 했잖아요......!"
화난 기색으로 말하는 우이쨩. 이건 완전히 내가 잘못했어.
책의 내용물이 너덜너덜해서 당기면 그대로 무너져 내릴 줄은 전혀 몰랐다.
어색했기에 쓴웃음 지은 채 사과할 수 밖에 없다.
"아, 아하하........ 죄송합니다......☆"
6일차
오늘 나는 그다지 만나지 않는 사람과 만나고 있어.
옅은 푸른색 머리, 늠름한 얼굴. 그리고 간호사복에는 어울리지 않는 방패의 소유자.
".......무슨 용무신가요, 미카님."
구호기사단의 수장, 아오모리 미네 단장.
지금, 구호의 귀신이라고 할 단장을 앞에 두고 나는 말문이 막혓다.
의아해하는 얼굴 앞에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이다.
"아니, 응, 큰일은 아닌데 말이야."
나의 망설이는 언동에 쾅하고 효과음이라도 들릴 것 같은 수준의 박진감 넘치는 얼굴로 외친다.
"설마 구호가 필요한 존재가!?"
"아냐, 기다려, 진정해."
내 어깨를 힘껏 붙잡고 흔드는 걸 간청에 가까운 말로 진정시킨다.
간신히 거친 콧바람을 가라앉히고 대화할 수 있는 수준까지 겨우 돌아왔다.
아 정말이지..... 피곤해, 이 사람.
뭔가 벌써 피곤해졌지만 여기서 돌아갈 수도 없어.
"아....... 그....... 음........"
어떻게 말해야 할까 어젯밤에 계속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말해야 할까 저렇게 말해야 할까. 벌써 몇 번이고 반복해 몇개의 패턴이 나오고.
아니, 생각이 너무 많아. 이 사람 상대니까, 심플하게 가자. 그럴 수밖에 없어.
"그때, 세이아쨩을 지켜줘서....... 고마워......"
깊게, 깊게 고개를 숙인다.
내가 해버린 일, 내가 저지른 죄.
그것을 최악의 형태가 되지 않도록 막아준 사람에게 사죄와 감사의 말을.
무슨 소릴하는 거야, 너 때문인데, 잘도 태연히.
매도가 자꾸 떠오른다.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게 내가 해야 할 일.
입술을 깨물고 단장에게서 어떤 칼이 날아올까 기다리고 있는데.
"아뇨. 당연한 일이니까요."
어? 하고 놀라 고개를 들자 발길을 돌리는 단장.
아니아니아니!
"어, 그것뿐!?"
"......그것뿐, 이라는 건."
무에 가까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에게 되물었다.
"아니, 좀 더...... 비난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비난한다니. 어째서."
어리둥절한 미네 단장을 상대로 나만 톤이 올라간다. 뭐야 이거, 내가 이상한 거야?
"아니, 그치만...... 나, 사람의 목숨을 뺏으려 했는데!?"
어째서 내가 분노한 기색으로 소리치는거지.
"미네 단장에게는 일반적으로 화나는 대상이잖아!?"
"화난다? 과연, 흠. 뭔가 착각하고 계신거 같군요, 미카님은."
그런 얘기인가 하고 겨우 납득한 미네 단장은 치켜 올라간 눈썹을 숙였다.
"미카님 또한 세이아님과 마찬가지로 구호해야 할 존재였습니다."
어.......
힘이 들어간 몸이 구속에서 풀려난 것처럼 느슨해져 간다.
설마,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으니까.......
"그때 세이아님을 괴롭게 만들었다며 자신의 마음에 고통을 주던 어떻게 생각해도 구호 대상이었습니다."
그런 분을 탓한다니, 말도 안 된다고 단언한다.
강하게, 눈에 강하게 힘을 주며 단장은 말했다.
기사단의 멤버들이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녀를 따르는 이유, 신념이 확실히 전해진다.
"저는 구호 대상에게는 마땅히 평등히 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슴을 펴고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며 확고한 시선의 단장.
"뭐, 제가 구호하기 전 다른 분들 덕에 미카님은 무사히 구원 받으신 것 같지만요."
그럼 이만, 하고 그녀의 임무로 돌아간다.
구할 수 있는 존재가 기다리고 있다는 듯이.
혼자가 되어 바람이 부는 가운데, 내던져진 듯한 느낌이 들면서 멍하니 중얼거렸다.
"속죄도 간단하지 않구나, 정말로........"
7일차
"하아......"
왠지 요즘 피곤하네. 기숙사의 좁은 침대 위에서 멍하니 생각한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낭비한다.
최근엔 선생님도 못보고, 마음이 일렁일 때도 많았고.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있을까 하고 어렴풋이 불안이 떠오른다.
아....... 싫다. 응.......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좋을텐데......
"......카, 미카......."
어디선가 들은 목소리. 아니, 듣고 싶은 목소리.
어라, 어째서 들리기만 하고 안 보이지. 아, 그런가. 나 눈감고 있는 거야.
천천히 시야를 열자 여기 있을 리 없는 사람이.
"미카."
"서, 선생님!? 어째서 여기에.....! 그렇다고 할까 어떻게 들어온 거야!"
놀라움의 연속으로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이제 기숙사에 들어올 수 있는 시간이 아닌데!?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문을 가리킨다. 설마 기어올라온거!?
"미카를 위한 일인 걸, 하늘 정도는 날 수 있어."
"어? 어?"
날 수 있다는 게 뭐야? 무슨 의미? 나의 의문은 손을 끌어당겨지며 지워진다.
"자, 미카. 가자."
"어, 뭘? 어디로?"
당황하면서도 선생님의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고 있다.
그리고 나의 질문에 선생님은 창문으로 걸어가며 히죽 웃는다.
"밤하늘 산책이야."
"와! 와아! 대단해!"
"후후, 다행이네."
날고 있어! 진짜 날고 있어! 하늘을 날고 있어, 나!
지금, 공주님 안기로 나는 선생님과 함께 하늘을 둥실둥실 이동하고 있다.
한밤중, 거의 불도 없는 거리 풍경. 실로 별과 달만이 우리를 비추고 있다.
엄청나! 선생님과 함께, 게다가 이런 아름다운 경치에 무심코 떠들썩해진다.
선생님의 팔에 안긴 채 단둘이. 누구도 할 수 없는 체험.
기뻐, 정말로 기뻐.
말 그대로 떠오를 정도의 기쁨에 나는 이 이상이 있을까 진심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선생님은 이런 일도 할 수 있구나......!"
선생님은 어디까지나 평소처럼, 하지만 나에게만 그 상냥한 미소를 지어준다.
"당연하지. 나는 어른이고, 게다가......"
한호흡 뒤에 다시 나를 바라보는 선생님.
그 표정에 무심코 가슴이 두근거린다.
"소중하디 소중한 공주님을 위해서라면 말이야."
아.
그때, 그때 불러준 호칭.
계속 내 마음을 지탱해준 내 구원의 말.
내가 계속, 선생님에게 다시 한번 듣고 싶었던 말.
얼굴이 갑자기 뜨거워진다. 부끄러움이라든가 기쁨이라든가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눈물이 몰려든 탓에. 선생님은 내 눈가를훑으며 그것도 하늘의 빗방우로 바꿔버렸다.
그리고 미소짓더니 내 입술에 천천히 다가오더니......
햇빛이 내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어라?"
멍한 머리로 주위를 둘러봐도 선생님은커녕 하늘 위조차 아니다.
내가 있는 곳은 기숙사 방이고, 침대 위.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폰.
그렇구나.
"꿈, 인가......"
그야말로 낙담. 이런 결말은 아니잖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아.
슬슬 아침점호 시간이야. 침대에서 내려와 몸단장을 해야 해.
기지개를 켜고 머리카락을 내린 후. 아직도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살짝 입술을 훑는다.
"응, 오늘도 힘내자......!"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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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설이 좋더라
오
와 글 진짜 잘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