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 기반 번역
에덴조약 3장 스포
선생님이 뭐든지 말하는걸 들어주는 티켓 - 소라사키 히나의 경우

"쨔잔. 『선생님이 뭐든지 말하는 걸 들어주는 티켓』 이야."
어느 날, 선생님이 뭔가 직접 만든 듯한 티켓을 보여 왔다.
"뭐야 그거...?"
의아해하는 나를 앞에 두고 선생님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설명한다.
"보는 대로 내가 말하는 걸 뭐든지 들어주는 티켓이야."
...뭐든지, 인가...
"앗, 하루 한정이니까!"
여러 가지 사고가 소용돌이치는 것을 억제하고 있자 선생님은 그 중요한 종이를 건네주었다.
"히나, 매일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이거 줄게."
"선생..."
뭐든지 라는 건 선생님에게 응석 부리거나 잔뜩 칭찬받아도 좋다는 거...?
하지만 곧 억지스러운 사고는 내팽개친다. 그런 걸 원하면 기분만 나쁠 거다.
무엇보다 에덴조약 때 선생님을 지켜내지도 못한 나에게 원할 권리 따위는...
"마음은 기쁘지만 선생님께 부탁 같은 건 좋지 않으니까."
"그래? 열심히 만들었는데..."
풀이 죽은 게 눈에 보일 정도로 낙담하는 선생님. 제멋대로라서 미안해. 하지만,
자신감이 없는 자신에게 혐오감이 더해간다. 그런 어두운 분위기를 갑자기 큰 소리가 날려버린다.
"그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요란한 소리의 정체. 그것은 선도부에서 조금 이상하지만 내가 의지하고 있는 존재.
"아코!?"
선도부 행정관이 또각또각 구두를 울리며 나와 선생님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부장님, 사용하실 생각이 없으시면 제가 활용하게 해 주세요."
"어, 어어. 상관없지만."
박력과 기세에 눌려 끌려가는 기세로 승낙. 가끔 있는 일이지만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선생님도요. 문제없죠?"
옆에 있던 선생님에게도 같은 기세로.
"으, 응. 아코도 매일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문제없이 쓸 수 있어."
씨익 웃으며 그 말을 되새기는 듯한 얼굴의 아코. 도대체 무슨 일일까.
"그럼... 지금 바로 쓰겠습니다. 선생님..."
결심한 표정으로 앞으로 나서는 아코. 거리가 가깝다. 좀 더 선생님과 떨어져도 되잖아.
"히나 부장님과 하루, 일하지 말고 쉬세요!"
"" 엣. ""
갑작스러운 심복의 발언에 둘이서 싱크로나이즈하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추궁하기 전에 그 본인이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기 시작한다.
"전 억울해요! 그 여름 합숙에서의 추태가!"
순간 무슨 소린가 했는데, 그 여름의 이야기인가? 나로서는 늘 하던 일이었지만.
... 뭐 선생님과 함께 있을 수 있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그건 기뻤다.
하지만 아코는 내 속마음을 모른 채 분하다는 듯이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이번에야말로 부장님께서 잘 쉬었으면 합니다!"
아코의 기세에 눌린 건지 선생님은 쭈뼛쭈뼛 거수.
"으음... 나도 함께 쉬는 건..."
"선생님은 감시 겸 일상생활의 도우미 역할입니다."
앗, 응. 선생님은 짧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쨌든 간에 아코, 좋은 판단. 승리포즈를 취하고 싶지만 내심 참는다.
그러나 그 안건에는 조금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하지만 아코, 이전처럼 사고가 빈발했을 때는..."
이 게헨나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은 없다. 항상 트러블이 일어나는 비일상이 일상.
잠깐의 틈을 만들뿐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아코 본인이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히나 부장님."
진지한 표정. 올곧은 눈.
자주 볼 순 없지만 중대한 순간에는 반드시 보이는 그 얼굴.
"저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세요."
이렇게 되면 멈출 수 없다. 억지스러운 부분은 지금까지 어울려온 기간이 있으니 이해하고 있다.
"... 알겠어. 하지만 우선 해야 할 건 업무 인수인계. 휴가는 그 이후니까."
한숨을 쉬면서 어깨를 으쓱한다. 사실 쉬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으니.
무엇보다 선생님이라면 거절할 이유도 없다.
게다가 안 된다고 해도 단호히 거부하겠지, 너는.
"부장님...!"
"잘됐네, 아코."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아코. 이번에는 이 아이의 호의에 기대도록 하자.
이런저런 서류 업무를 아코에게 맡기고 귀로에 오른다.
석양이 지지 않은 시간에 돌아가다니 오랜만인 것 같아 진정되질 않는다.
선생님 곁에서 걷는다. 왠지 두근거려서 걷는 것도 어색하게 느껴진다.
분명 선생님은 나와 걷는 일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그럼, 갈까. 히나의 집."
"... 응."
손이 닿을 듯한 거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근질근질한 시간.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지만 이 순간이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상한 귀갓길.
"맞다. 나, 편의점에 잠깐 갔다 올게."
문득 생각난 듯 고개를 들어 선생님이 그런 말을 꺼낸다.
"저녁밥 준비? 그런 거라면 나도..."
"후후후, 괜찮아. 저녁과는 조금 다른 거라서."
따라가려고 했지만 선생님은 뭔가 꾸미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얼굴로 거절한다.
"?"
선생님의 말은 조금 이해할 수 없었다.
"히나~ 열어줘~."
혹시 방이 더럽다고 생각되는 건 싫어서 일심 분란하게 청소하고 있었다.
세 번째 청소기를 돌리고 있으려니 선생님의 목소리가 문 너머로 들린다.
슬리퍼 소리를 내며 잠금장치를 풀어 방문객을 맞았다.
"고마워~ 살았어."
선생님은 편의점 비닐봉지, 그것도 큰 사이즈를 양손에 들고 싱글벙글한 얼굴이다.
"뭐야, 그 양손의 큰 짐?"
자랑이라기보다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양손을 허리에 짚고 가슴을 편다.
"후후, 오늘의 숙박 모임에 꼭 필요한 거야."
"그런 게 있구나..."
숙박 모임은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우선 손님을 현관에 서 있게 하는 것도 좋지 않다.
"그럼, 뭐어... 좁지만. 부디."
그리고 나와 선생님의 짧지만 즐거운 휴가가 시작되었다.
"후우, 좋은 물이었어."
"샤워뿐이라 미안해."
욕조에 몸을 담글 시간은 지금까지 없었기에 더 이상 필요 없다고 생각해서 이 집에 없었다.
"아니, 엄청 좋았어."
머리에 묻은 물방울을 수건으로 닦으면서 선생님은 수줍어 보였다.
잠옷 대신 스웨터로 갈아입은 선생님. 항상 수트차림이었으니 다른 면을 보는 것 같아 설렌다.
"그럼, 즉시..."
선생님은 사 온 편의점의 전리품을 뒤져 테이블에 펼치기 시작했다.
노란색이나 갈색, 빨간색에 녹색. 여러 가지 원색의 봉투가 진열되어 내가 본 적 없는 광경이 비친다.
"과자 먹자!"
...과자. 과자?
"저녁밥은?"
나의 의문에 선생님은 콧방귀를 뀌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안돼 히나, 내일이 쉬는 날이면 저녁에는 과자를 먹고 뒹구는 게 철칙이야."
"그런, 거야...?"
그런걸까. 그러려나. 아니, 그래도 선생님이 그렇게 말한다면... 따르자.
선생님의 손에 이끌리듯 맛보지 못한 체험이 시작됐다.
"맛있어."
"응."
나는 근처에 놓여 있던 감자칩을, 선생님은 초콜릿 같은 걸 먹기 시작한다.
괜찮으려나, 밥도 안먹고 과자라니.
아작거리며 입으로 나른다.
그러다 선생님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히나 먹는 거 맛있겠다, 한 입 줘."
"에. ... 응."
선생님께 집어서 건네자 선생님은 아이처럼 기뻐했다.
과자로 이렇게까지 천진난만해질 수 있다니 왠지 흐뭇하다.
"고마워. 그럼 내 것도 한 입 줄게."
그러고 선생님은 동그란 초코를 나에게 주는가 싶더니 포장을 까고 집어서 눈앞에 내밀었다.
"아~."
"에."
갑작스러운 일로 굳어진다.
어, 아으. 아~ 라니, 아~ 하라는 얘기?
몸속이 어쩐지 뜨거워진다.
이렇게 먹여주는 건 왠지... 애인 같아서.
대답이 없는 선생님은 눈썹을 갈지자로 만들며 내민 초코를 집어넣으려 한다.
"필요 없어?"
"에, 아니, 응..."
여기서 기분 나빠할까 봐 망설이다가는 정말 선생님이 그만둔다.
선생님을 향해 몸을 내밀어 입을 벌려 받아들인다.
"아, 아~."
선생님은 상냥하게 초콜릿을 내 입 안에 넣어 주었다. 사각형의 당분이 스며든다.
하지만 맛은 그다지 잘 모르겠어. 달아오른 얼굴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신경 쓰여서.
선생님은 뜨거워진 피부색을 알아차렸는지, 그러지 못했는지 턱을 괴며 미소 짓고 묻는다.
"어때?"
"... 달콤해."
솔직히 말할 수 있을 만큼 나는 귀엽지 않고, 멋진 표현을 할 수 있을 만큼 어른도 아니다.
지금은 단지, 이 시간에 기대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컵라면 맛있네."
"괜찮을까, 이런 시간에."
"괜찮아 히나 ...휴가 특권!"
"혹시 선생님, 이런 식생활 자주 하는 거야?"
"에, 아니, 가끔이야... 가끔."
"흐응."
"아니, 하하..."
하품 소리가 들렸다.
선생님인지 나인지 그것도 잘 모를 정도의 시간이 흘러서.
"그럼 잘까 히나."
흐릿한 시야에서 선생님이 손을 내밀고 나는 손끝을 얹는다.
"응..."
그대로 침대로 끌려갈까 했지만, 갑자기 눈치채고 제동을 걸었다.
"아, 선생님은 침대에서. 난 소파면 되니까..."
손님을 소파에서 쉬게 할 수는 없다. 나라면 작으니까 소파에서도 잘 수 있으니.
"안 돼, 그러면 히나가 제대로 쉴 수 없어."
하지만 선생님은 내 의견을 즉시 기각.
여기서는 대화로 풀어나가는 게 이성적이겠지만 지금의 나는 토론할 수 있을 만큼 머리가 돌지 않는다.
"그럼... 둘이 잘래?"
객관적으로 보지 않아도 이때의 나는 기분이 나빠져도 어쩔 수 없는 제안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간과 졸음이 그것을 막고 있었다.
꿈틀꿈틀 이불 속의 두 명이 움직인다.
"으응...."
너무 거리가 가깝다.
그야말로 서로의 숨이 느껴질 정도로.
"히나, 좁지 않아?"
"괜찮아."
내 키에 딱 맞는 크기의 침대. 분명 선생님에게는 좁아서 곤란하겠지.
하지만 그런 얘기 한 번 안 하고 나랑 같이 자주는, 상냥한 선생님.
"후훗, 간지러워."
"그렇겠지."
서로 웃는다. 이상하지만 기분 좋은 시간.
잠깐의 시간이 흐른다.
손이 닿아 움찔, 하고 반응한다. 서로 끌리듯 시선이 겹쳤다.
"저기, 선생님..."
"왜, 히나."
입에서 새어 나온다. 지금까지 안고 있던 후회가.
"미안해, 그때 지켜주지 못해서."
내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었던 일.
무엇보다도 해야 했을 일.
그런데도 제멋대로 무너져 선생님께 폐를 끼친 일.
생각하면 눈 안쪽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선생님은 화내지 않는다. 어떤 때도, 어떤 아이에게도.
"사과할 것 없어. 다들 열심히 해 준 걸."
떨리는 손을 선생님은 부드럽게 감싸준다.
나무라는 것도, 얼버무리는 것도 아니다. 똑바로 나를 바라보며.
"히나도 엄청 애써줬어. 고마워."
그 말, 그 용서에 더 바라게 되고, 원하게 된다. 당신의 말을.
"정말로? 선생님, 칭찬해줄 수 있어?"
평소의 나라면 입 밖에 내기 전에 포기해 버린다.
분명 특별한 시간이니까, 평소가 아닌 일상이니까. 그래서 당신을 원하고 만다.
"응, 잔뜩 칭찬해줄게. 굉장해 히나."
천천히, 조용히,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선생님의 따뜻함이 서서히 내 안에서 퍼져나간다.
볼이 느슨해져 버리지만 신경 쓸 것 없다.
왜냐면 여기는 나랑 선생님 둘뿐이니까.
"그런가. 후후..."
기뻐하면서 선생님의 큰 손을 잡고, 분수에 맞지 않게 졸라본다.
"있잖아, 좀 더."
좋아. 라고 작게 중얼거리고는 내 몸을 끌어안고 내 귀에 속삭이며 칭찬한다.
"히나는 매일 힘내고 있어. 대단해 대단해."
머리를 쓰다듬받고 선생님의 온도를 직접 확인하며 나는 지금까지 맛보지 못한 안도감에 휩싸여 간다.
"에헤헤..."
그리하여 느슨해졌던 의식은 점차 녹아내렸고 밤은 천천히 지나갔다.
"으응......"
틈새로 들어오는 빛이 나를 깨운다.
아침... 오늘 예정은... 그러니까...
아, 그렇구나...
갑자기 알아차린다, 오늘 하루 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헝클어진 머리를 고치며 멍하니 천장을 본다.
쉬는 날인가. 어쩌면 좋을까, 그다지 머리가 돌지 않는다.
그러자 주방 쪽에서 소리가 들린다.
혹시나 해 시선을 움직이면 동침했을 사람이 침대에 없다.
이상한 점은 없는지 파자마와 차림새를 정리하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걸어간다.
"좋은 아침, 선생님."
"앗, 좋은 아침. 깨웠어?"
스웨터 차림에 앞치마를 두른 선생님. 아주 조금 머리가 자기주장하듯 삐쳐있다.
왠지 다른 아이는 모를 거라고, 이 사람을 봐서 기쁘게 생각하는 내가 있다.
하지만 그런 말을 꺼내면 이상한 아이로 생각할 것 같아 마음속에 간직하기로 한다.
"아니, 괜찮아. 그것보다 미안해. 선생님께 아침 식사를 시켜서."
"괜찮아, 오늘은 히나 쉬는 날이니까."
게다가 아코로부터 부탁받았기도 하고 말이야. 하며 웃는 선생님.
아코, 고마워. 나는 지금까지의 무엇보다도 너에게 감사하고 있어.
선생님이 접시를 나르고 손짓한다.
"자, 다됐어~. 앉아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착석.
자고 일어난 내 앞에는 반짝이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계란후라이에 베이컨, 고소하게 구워진 빵에 찻잔에 담긴 홍차.
깔끔한 아침밥이 둘씩 놓여 있는 광경이 왠지 간지럽다.
"자, 먹자."
"응."
둘이 마주 앉아 손을 모은다.
""잘 먹겠습니다.""
우선 빵 한 입. 씹을 때마다 빵의 맛이 서서히 퍼진다.
우물우물 입을 놀리며 다음에는 무엇을 먹을지 시선을 움직인다.
역시 베이컨일까? 나이프와 포크로 반들거리는 기름으로 반짝이는 고기를 입에.
잘 구워진 고기가 고소함과 짠맛을 전해준다.
오랜만인 것 같다. 느긋하게 아침을 누군가와 먹는 것은.
힐끔 앞을 보니 선생님은 노른자를 망가뜨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흰자를 떼어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실패하고 접시 위에 노란 액체가 서서히 퍼지며 선생님이 소리 지른다.
나는 피식 웃고 선생님도 웃었다.
"맛있다."
"그렇지?"
내 감상을 만족스럽게 되새기는 선생님.
계란 후라이, 반숙 같은데 베이컨에 찍어볼까.
포크로 노른자를 찌르면 욕조에 떨어진 물방울처럼 퍼져나가고 거기에 한입 크기의 베이컨.
붓으로 칠하듯 발라 노른자를 코팅한다.
계란과 고기의 장점을 모은, 아까의 맛에 부드러운 게 더해진다.
맛있다. 사치스러운 소원이지만 매일 이렇게 선생님의 밥을 먹을 수 있다면...
라니. 더 이상을 바라는 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샘솟는 기분을 홍차로 흘려 넣는다.
응, 정말 맛있었어.
그리고 아침밥을 다 먹고, 설거지도 끝.
"그럼, 갈아입을까..."
테이블을 벗어나려는데 선생님이 팔을 잡고 제지해 온다.
"안돼 히나."
"에?"
갑작스러운 일에 긴장과 놀람으로 굳어져 있으면 선생님은 천천히 X자를 그린다.
"휴가는 종일 파자마, 철칙!"
...선생님.
"내가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선생님 너무 생활이 방종한 거 아니야?"
나 자신도 칠칠치 못한 인상이면서 선생님의 사생활에 참견한다.
하지만 정작 선생님은 귀를 가리고 고개를 돌렸다.
"안 들리는걸."
그러고는 일부러 그러듯 손뼉을 쳐서 화제를 바꾼다.
"그보다도. 자, 영화 보자! 응?"
눈을 가늘게 뜨고 선생님을 노려보지만 이번에도 고개를 돌리고 있다.
"뭐, 괜찮지만..."
몇몇 영화를 테이블에 펼쳐놓고 나와 함께 품평하는 선생님.
"어떤 걸로 할래~? 이것저것 가져왔는데."
아무래도 선생님은 내 의견을 듣고 싶은 모양이다.
"그럼, 이거. 려나."
내가 선택한 건 누구나 본 적이 있는 어린이 애니메이션.
하늘에서 떨어진 여자아이와 그 아이를 위해 애쓰는 남자아이의 이야기.
어렸을 때 본 후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재생되던 것.
『아저씨! 하늘에서 여자아이가!』
"... 있잖아, 히나."
둘이서 소파에 나란히 앉아, 아직도 있는 과자 더미를 무너뜨려 간다.
유명하다고 기억하는 장면 도중에 선생님이 말을 걸어온다.
"왜?"
내가 힐끗 곁눈질하면 시선은 화면 그대로인 채 질문하는 선생님.
"내가 하늘에서 떨어지면 이 영화처럼 받아줄래?"
"그거, 반대 아니야?"
당연한 의문. 혹시 나 여자로 생각되지 않는 걸까? 싫은 생각이 떠오를 것 같다.
하지만 선생님은 화면에서 천장으로 시선을 움직이며 생각하는 듯한 기색을 보인다.
"으음, 히나는 제대로 착륙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나는 떨어지면 그냥 죽을 거 같아서."
그리고 나에게 얼굴을 돌리며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한다.
"히나가 받아준다면 안심할 수 있어."
가슴이 쿵쿵 뛴다.
이 사람의 믿음이 강하고 무겁게 내 가슴에 부딪혀 온다.
"안 되려나?"
난 한번 당신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었는데. 당신은 그렇게...
그렇게 다시 손을 뻗어주는 건가.
"치사해, 그런 말..."
나는 큰 손 위에 손끝을 올려놓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빵에 계란후라이 올리는 거 하면 좋았을걸..."
"선생님은 꽤 쉽게 영향을 받는 타입?"
"히나는... 먹고 싶지 않아!?"
"응, 딱히..."
"거짓말이지..."
"자, 슬슬..."
"점심 먹을까?"
시곗바늘은 12에 겹치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다.
선생님이 일어서려고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선도부에 갈까 하고."
"에, 하지만 아직..."
내 말에 선생님은 놀라 일어서려던 움직임을 멈춘다.
머리를 쓸어 올리며 나는 미소 짓는다. 눈앞의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이제 충분히 쉬었으니까. 선생님 덕분이야."
쉬는 건 싫지 않지만 너무 쉬는 것도 왠지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무엇보다 아코나 다른 모두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나의 억지를 헤아려주었는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주는 선생님.
"...알았어, 나도 같이 갈게."
"응. 고마워. 선생님."
그리고 둘이서 함께 전쟁터로 향한다.
"이젠 무리에요~ 이런 거~"
주위에 흩어진 서류들, 그 산 위에서 투덜거리는 선도부의 오늘 한정 톱.
"뭐가 무리야?"
이쪽을 눈치채지 못한 듯 하니 가까이 다가가 물어본다.
"만마전이 늘 하던 무리한 억지에 노린 듯이 날뛰기 시작하는 평소의 면면들..."
어깨를 으쓱이며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오늘 하루 일을 알려주는 아코.
"그 밖에도 서류 일이 산더미처럼 늘어서 더는 틀렸어요..."
과연, 그래서 이 참상인가.
"그럼 아코, 일단 쉬고 있어. 내가 해결할 테니."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시선을 맞춘다.
순간, 눈을 가늘게 뜨지만 아코 나름대로 현상을 이해했는지 힘없이 미소 짓는다.
"아아, 피로에 지친 나머지 히나 부장님의 환각과 환청이..."
하아, 하고 한숨 쉬며 냉정한 어조로 진실을 알려준다.
"환각이 아니야."
"엣."
눈이 점이 되고 얼빠진 얼굴을 하는 아코. 왠지 상황이 다르면 재미있을거 같다.
그리고 미안한 듯 내 등에서 얼굴을 내미는 선생님.
"아하하... 미안, 아코."
"엣. 선생님, 에에. 벌써 하루가... 어?"
더 혼란스러운 것 같아 침대에서 좀 쉬게 해주기로 했다. 고마워, 아코.
"... 있잖아, 선생님."
"응?"
아코를 쉬게 하고 흩어진 서류를 정리하며 묻는다.
"소원 티켓, 저건 아코가 쓴 거니까 내 몫은 아직 있다고 생각해도..."
"물론."
나의 시시한 질문, 하지만 선생님은 상냥하게 받아준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조금만 더 어리광을 부리게 해줬으면 좋겠다. 당신의 호의에.
"이걸로 괜찮을까, 히나."
선생님이 보여주는 것은 죽 늘어선 문자열.
"응, 여기랑, 여기. 조금 직구니까 빙빙 돌려서 해줄 수 있어?"
펜으로 표시하고 선생님에게 어드바이스.
"만마전은 그런 식으로 말을 어렵게 해서 흔드는 게 베스트."
흠흠, 하고 나와 내가 한 체크를 번갈아 보더니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았어."
내가 선생님께 부탁한 건 『오늘 선도부 일을 함께 해 주는 것』
그 말을 들었을 때 선생님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걸로 좋은 거야? 히나."
서류뭉치에 둘러싸인 채 선생님은 문득 내게 묻는다.
"응, 지금의 나에게는... 이게 가장 안정되니까."
나도 다시 서류뭉치에 파묻히며 대답한다.
분명, 둘만의 휴가도 중요하고 귀중하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당신과 둘이서 같은 장소에 서는 것이...
"그런가."
선생님은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있어 주었다.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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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도 갔다오고 같이잤는데 중요한것만 안했네
학생하고 그런짓 못하고 변역자보인이 야설은 안한다고함

잔잔달달 참조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