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의 샬레 사무실. 창밖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해는 오늘도 더울 것이라고 경고하듯 위용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어제부로 살인적인 업무량을 일단락 짓고 한동안 퇴근 가능한 나날이 이어질 내게 그 정도 더위쯤은 충분히 허용 가능한 수준이다. 언제 이 평화가 깨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그렇다. 음 오늘은 좋은 날이 될 것 같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침해를 등지고 한껏 기지개를 켠 다음, 본격적으로 준비해둔 작업에 착수했다.
눈앞 휴게용 탁자에 진열되어 있는 것은 분해된 권총. 이렇게 일찍부터 출근한 이유는 당번이 오기 전에 총기 손질을 하기 위함이다. 한 번도 쓴 적이 없기에 딱히 손질할 필요는 없지만 오늘같이 여유가 있을 때 아주 가끔 아침 일찍 출근해 권총을 손질한다. 루틴도 뭣도 아닌 그냥 단순한 작업일 뿐이지만 머리를 한번 비우는 데에는 딱 적당하다.
그렇게 무심히 작업을 마무리 짓고 막 조립을 마쳤을 즈음, 노크 소리에 불현듯 현실로 돌아온다.
"네." 조건반사처럼 노크에 응답하며 시계로 시선을 돌리니 막 6시 30분이 지나려 한다. 아직 업무 시작까진 한참 남았고 이렇게 아침 일찍 누군가가 올 예정도 없는데. 재빨리 소파의 등받이와 등 사이에 권총을 숨긴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문 열리는 소리에 그쪽으로 시선을 향하니 그곳에는.
"좋은 아침이야, 선생님. 오늘 하루 잘 부탁해."
"아즈사? 꽤나 빨리 왔구나. 무슨 일 있었니?"
오늘의 당번 아즈사가 와있었다. 평소 시간관리에 꽤나 철저한 그녀이기에 이렇게나 일찍 오는 건 다소 이질적이다. 설마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노파심에 아즈사에게 물어봤지만.
"일기예보에서 오늘도 폭염이 이어진다고 했어...... 그래서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전에 일찍 온 거야. 응. 그것뿐이야."
그럴듯한 이유다. 요 며칠 아침부터 폭염이 이어져 왔고 오늘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그런 더위가 이어질 예정이다. 최근 며칠간 학생들의 의뢰로 다른 학교로 출장을 나갈 때마다 목숨을 걸어온 나로서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항상 상관에게 보고하듯 시원스럽게 대답하던 아즈사가 오늘은 그렇지 않다. 거기다 마치 자기 자신을 타이르는 듯한 말투. 혹시 뒤에 더 이어질 말이 있나 싶어 지긋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 사실은 아니야. 오랜만에 당번이라... 선생님을 빨리 보고 싶어서 일찍 와버렸어."
희미하게 뺨을 물들이고 사실을 실토하는 아즈사. 이른 아침부터 만개한 그녀의 귀여움에.
"아하하하하하."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렇게 한참을 웃고 있으니.
"너무 웃잖아. 선생님!"
더욱 붉어진 뺨과 함께 항의의 표시인지 이쪽을 노려보며 불만을 표한다.
"아하하하하... 후우~ 미안 미안 아즈사. 응. 좋은 아침 아즈사. 나도 보고 싶었어."
겨우 웃음을 참아내고 인사를 되돌려주며 이리 오라 눈짓하자, 노려보던 얼굴이 언제 그랬냐는 듯 밝게 펴져 내 쪽으로 다가온다. 걸음으로 내게 다가와 당연하다는 듯 내 옆에 앉아오는 아즈사. 옆에 앉은 뒤 닿을락 말락 한 정도로 그녀가 어깨를 기대오면 거기에 답하듯 내가 그녀에게 마주 기댄다. 그러면 그제야 내게 편하게 몸을 기대오는 아즈사. 이렇게 아즈사와 몸을 맞대면 아즈사는 항상 눈부실 정도로 흰 날개를 뻗어 내 등을 감싼다. 언제부턴가 정해진 둘 사이의 습관. 코하루는 당연히 이런 우리를 보고 새빨개진 얼굴로 '사형!'을 외치지만, 만족스러운 아즈사의 표정을 보고 넘어가 주는 것 까지가 하나의 과정이다.
"아즈사 날 보러 일찍 와준 건 고맙지만, 너무 일찍 온 거 아니니? 내가 없었으면 어쩌려고."
"선생님이라면 있을 거라 생각했어. 왜냐면 선생님 언제나 퇴근도 안 하고 여기 남아 있잖아."
"...... 어, 그렇네. 음. 그렇구나."
살짝 놀려주려고 짓궂은 질문을 던졌지만, 지극히 당연한 반론으로 손쉽게 되받아쳐졌다. 학생들 사이에선 내가 사무실에 남아 야근을 하는 것이 기본값인 모양이다. 조만간 유우카에게 한 소리 들을지도 모르겠다.
"응? 선생님, 이건... 권총? 이 총은 뭐야? 선생님이 총을 쓰는 건 한 번도 못 봤는데."
그렇게 한동안 밀착한 상태로 다른 보충수업부 부원들의 안부를 묻거나 만나지 못했던 동안의 학원 이야기, 내일부터 트리니티 학원 근처 카페에서 시작된다는 모모프렌즈 콜래보 행사 등 가벼운 잡담을 나누던 중 아즈사가 무언갈 발견한 듯 내 등 뒤에 시선을 향했다.
아즈사와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자세가 앞으로 쏠리는 바람에 총이 드러난 모양이다. 내 등 뒤로 손을 뻗어 권총을 빼낸 아즈사는 앞뒤로 돌려가며 흥미롭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흰색의 총신에 군데군데 파란색 강조가 들어간 심플한 디자인의 권총. 크기는 아주 작아서 성인 남성의 손바닥에 무리 없이 들어갈 정도다. 탄창도 없는 그것은 약실 안에 단 한 발의 총알이 장전되어 있을 뿐. 흔히 말하는 데린저 권총이란 것이다.
"아. 응. 호신용으로 말이지. 나도 하나 챙겨 두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얼마 전에 구했어."
낭패감이 얼굴에 드러나지 않도록 최대한 웃으면서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 아즈사와의 대화에 집중하는 바람에 권총의 존재를 잊고 말았다.
"호신용 총을 장비하는 건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 안 그래도 선생님은 우리보다 약하니까. 하지만 이 총으론 화력이 부족해. 좀 더 큰 총을 사는 것을 추천해."
한참을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권총을 관찰하던 아즈사는 이윽고 못 미더운 눈빛으로 권총을 노려보더니 내게 조언을 한다.
맞는 말이다. 어지간한 소총에 맞아도 따가운 정도로 끝나는 키보토스의 학생들에게 데린저 권총은 나로 치자면 장난감 BB 탄과 같은 감각이 아닐까. 아즈사가 하는 말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화력의 높고 낮음은 그다지 상관없다. 이 권총은 학생들에게 쓸 물건이 아닌 내게 쓸 총이니까.
쉽게 말해 자결용 권총이다.
키보토스를 총망라하는 권력을 가진 샬레에는 키보토스에 소속된 모든 학교들의 온갖 정보가 오간다.
게헨나 학원의 아침 메뉴 같은 사소한 정보부터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의 올해 예산안 같은 중요한 기밀까지. 그리고 그중에서도 특히 민감한, 학생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정보마저도 손짓 하나로 구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샬레는 각종 테러 등의 주요 타깃이 된다.
이렇게 중요한 만큼 샬레에도 방어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갖춰져있다. 보안에 관해서는 베리타스의 협조를 받아 어지간한 해킹에는 끄떡도 없고 설령 보안이 뚫린다 하더라도 최후의 보루인 아로나와 프라나도 있다. 정작 문제는 나라는 존재다.
키보토스 안에서 나는 아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껏해야 '마스코트' 정도의 역할이 한계일 만큼 약하다. 그런 내가 적들의 손에 넘어가면 고문이 됐든 약물이 됐든 내게서 정보를 빼내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물론 내가 위기에 빠지면 많은, 아니 거의 모든 학생들이 발 벗고 나설 것이다. 언제나 몸에서 떼놓지 않는 싯딤의 상자도 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는 법이다. 그때를 대비해 개인적으로 구입한 총이다. 이 총의 존재는 유우카도, 린도 심지어 아로나와 프라나도 모른다. 먼 훗날 혹시라도 사용하게 될 날을 제외하고는 평생 학생들 앞에 드러나지 않을 터였다.
"구한 건 좋지만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어서 말이지. 아마 앞으로도 쓸 일은 없지 않을까? 자 곧 있으면 업무 시작이니 총은 이만 넣어두고 커피나 한잔하자. 아즈사도 한잔 하렴. 좋은 원두를 구했단다."
반쯤 강제로 권총을 돌려받은 나는 최대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며 자리를 얼버무리려 했다. 초조감이 가라앉질 않는다. 특히나 아리우스 분교에서 여러 기술은 배운 아즈사라면 이 총의 용도를 눈치챌 가능성이 높다.
"음. 그렇다고 해도 그 총은 너무 부실해. 그 총으로 상처를 입을 사람은 선생님 정도...."
순간, 배터리가 다 된 인형처럼 아즈사의 움직임이 멎는다. 그녀의 말도 자세도 한순간에.
안 좋다. 어떻게든 이 화제는 여기서 끝내야 한다. 황급히 일어나려 했지만 손목에 느껴지는 저항감에 실패하고 말았다. 아즈사의 두 손가락이 내 소매를 잡고 있었다.
"선생님.... 그 총. 뭘 위한 거야?"
"......여차할 때를 대비한 호신용이란다."
"그 여차할 때, 총구는 어디를 향하는데?"
"......"
"대답해줘 선생님...... 제발."
소매를 꼭 쥔 아즈사의 손이 파르르 떨린다. 대답을 듣기 전까지 놓아줄 생각은 없어 보인다.
들켰다. 아즈사의 질문은 확인 작업에 불과하다.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선 대답이 지어졌겠지. 마음속으로 몇 시간 전의 내게 욕지기를 내뱉으며 애매하게 들어 올렸던 허리를 다시 내린다. 내 소매를 잡고 있던 아즈사의 손을 감싸 쥐니 스르르 힘이 풀려 내 손안으로 폭 들어온다. 하지만 손의 떨림은 그대로다. 떨림이 멎도록 아즈사의 손을 꼭 쥔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그녀의 표정은 볼 수 없었다. 한참동안 둘 사이에 침묵이 이어진다. 그 침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나는 아이를 타이르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즈사. 이건....."
"선생님 곁엔 내가 있어. 나뿐만 아니라 히후미도, 코하루도, 하나코도. 선생님이 위기에 빠지면 우리들이 언제든지 구하러 갈 거야. 나 혼자서라도. 그러니 이딴 건 필요 없어."
"나도 알아. 난 너희를 믿고 있고, 의지하고 있어.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게 있단다. 그때를 위한 거야.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어. 자, 아즈사 고개를 들어줘. 날 봐주지 않을래?"
아즈사로서는 드물게도 내 말을 중간에 끊고 빠른 속도로 열변을 토한다. 머뭇머뭇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을 마주치는 아즈사. 그녀의 얼굴에는 아까까지 있던 밝은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고통을 참는 듯한 괴로운 표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는 내 마음도 고통에 휩싸이지만 드러나지 않도록 최대한의 미소를 그녀에게 보여주며 양손으로 그녀의 볼을 감싼다. 손의 온기가 그녀의 표정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길 바라며.
"아즈사. 괜찮아. 내가 이 총을 쓸 일은 없을 거야. 약속할게. 걱정 말렴."
"......응. 알겠어. 선생님을 믿을게."
"그래.... 고마워. 자, 슬슬 업무를 시작할까? 아 참, 그전에 먼저 커피를 내올게. 잠깐만 기다리렴."
어떻게든 대화를 마무리하고 급탕실로 향한다. 아마도 아즈사는 완전히 납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로선 이것이 최선이었다. 뒤는 시간에 맡길 수밖에.
결국 오늘 하루 둘 사이의 변변한 대화도 없이 업무는 진행되었고, 그 덕분인지 그 탓인지 예상했던 시간보다 훨씬 빨리 끝낼 수 있었다.
"고생했어 아즈사. 덕분에 빨리 끝났어. 들어가서 푹 쉬렴."
"응.... 선생님.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야...... 먼저 갈게."
그렇게 사무실을 뒤로하려던 아즈사는 문 앞에서 뒤돌아
"선생님...... 아니야. 다음에 학원에서 봐."
라는 말과 함께 사무실을 떠났다. 사무실을 떠나기 전 그녀의 억지 미소가 가슴을 죄여왔다.
아즈사를 배웅한 뒤 의자에 몸을 거의 던지다시피 해서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덮는다. 자괴감이 온몸을 뒤덮는다.
좀 더 능숙하게 얼버무릴 수 있었을 것이다. 거짓말이라도 해서 그 자리를 잘 수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러지 않았다. 그녀들은 내게 너무나도 소중하니까. 내 목숨 정도는 기꺼이 내줄 수 있을 만큼. 이 총은 내 각오다. 어떤 이유로라도 학생들을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겠다는. 그 이유가 설령 내가 될지라도. 그 각오를 거짓말로 속이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내 이기심이었다.
"하아. 선생 실격이잖아. 학생 앞에서 떙깡이나 부리고. 선생 이전에 어른이 할 짓이 아니잖아..."
아즈사에게 모모톡이라도 보내볼까 생각했지만 오히려 아침의 일을 떠올리게 만드는 꼴이 될까 그만뒀다. 이미 후회해도 늦었지만 아침의 나를 한 번 더 저주하며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
업무가 빨리 끝났음에도 후회와 자괴감에 버둥대던 나는 결국 사무실에서 다음날을 맞이했다. 멍한 머리로 허공을 바라보던 나는 이윽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업무량이 적어 당번 배정도 하지 않았다. 어제처럼 해가 막 떠오르기 시작했지만 지금부터 시작하면 점심 전에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아즈사를 불러 점심을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어제 말했던 카페를 가도 괜찮겠지.
그렇게 억지로 몸을 채찍질하며 일어서자마자 두 번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아즈사였다. 오랜만에 보는 방독면까지 착용한 채로.
"아즈사...? 어쩐 일이니? 혹시 어제 뭐 놔두고 갔니? 그리고 그 방독면은?"
"선생님. 어제 그 총 다시한번 보여줘."
"어? 응. 잠깐만... 자 여기."
아즈사의 말에 이끌리듯 권총을 그녀에게 건넨 나는 조용히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권총을 건네받은 아즈사는 한참을 말없이 손안의 총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방독면을 쓰고 있어 그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권총을 내려다보던 아즈사는 이내 그녀의 주머니에 권총을 집어넣었다. 두 번 다시 밖으로 빼내지 않겠다는 의지라도 담은 듯 깊숙이.
"아즈사 무슨...."
영문을 몰라 질문하는 내 말을 중간에 가로막은 아즈사는
"선생님은 평생 이 총을 쓸일 없을 거야.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내가 옆에 있을 거니까. 그러니까 이건 내가 맡아둘게. 하지만 만약 이 총을 쓸 수밖에 없다면..... 그때는...... 그땐 내가...... 읏.... 내 손으로 직접...... 흐윽."
깨달았다. 어째서 아즈사가 방독면을 쓰고 있는지. 지금의 아즈사는 보충수업부의 아즈사가 아닌 아리우스 분교의 아즈사다. 그녀의 방독면 역시 내 총과 같은 각오의 표시다.
하지만 그녀는 말을 끝맺지 못할 것이다. 그 말이 어떤 무게를 가지는지 누구보다 그녀가 잘 알 테니까. 에덴 조약 사건 때, 사오리를 죽이려 했던 그녀의 마음이 떠오르게 될 테니까.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거다. 그녀는 트리니티 학원 보충수업부의 아즈사다. 그런 아즈사에게 이런 슬픈 각오는 필요 없다. 어제는 못했지만 오늘만큼은 선생의, 어른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천천히 아즈사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그녀의 시선에 맞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방독면을 벗겨낸다. 그녀의 눈에는 이 작은 몸에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커다란 눈물이 맺혀있었다. 눈 주변은 발갛게 부어올라 있고 눈 밑에도 희미한 검은빛이 드리워져있다. 아마 밤새 울었던 모양이다.
애써 오열을 참는 그녀를 내 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괴로워하는 아즈사를 차마 볼 수가 없어서. 어제의 내 이기심에 화가 나서.
"미안하구나. 아즈사, 미안해. 내가 바보였어."
그녀의 작은 등은 토닥여준다. 눈에 맺힌 눈물이 떨어지도록. 참고 있는 오열이 밖으로 나오도록.
"으흑..... 흑..... 으아아아아아앙."
"흐아아아앙...... 선생님......"
내 목에 팔을 감고 매달리듯 내게 안긴 아즈사는 참았던 오열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난 그저 하염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몇 분인지도, 몇 시간인지도 모를 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 조금씩 울음이 잦아든 아즈사가 천천히, 한마디씩 말하기 시작했다.
"꿈을 꿨어.... 아무것도 안 보이는 암흑 속에서 나 혼자 있었어. 아무리 걸어봐도 아무리 뛰어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선생님을 발견했어. 선생님은 날 보지 못한 것 같았어. 그래서 선생님한테 달려갔지만 아무리 달려도 가까워지지가 않았어. 마치 누군가가 붙잡은 것처럼. 점점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지기 시작했어."
"그때 선생님이 머리에 총을 겨누었어. 어제 봤던.... 그... 흑... 총으로."
"그만두라고 아무리 외쳐봐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어. 결국 선생님은.... 방아쇠를.... 당겼고.... 천천히... 쓰러.... 으흑...."
꿈의 내용이 떠오른 건지 아즈사의 목소리에 다시 물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런 아즈사를 다시 한번 토닥여 주면서 안은 팔에 좀 더 힘을 주었다.
"무서웠어. 선생님이랑 대화할 수 없게 되 는게. 선생님의 수업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게. 선생님의 옆에 앉을 수 없게 되는 게. 선생님을 다시 볼 수 없게 되는 게."
"...... 아즈사. 그 총, 잠깐 보여주겠니?"
아즈사의 몸이 움찔거린다. 내가 그녀의 제안을, 부탁을 거절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괜찮아. 믿어줘. 잠깐이면 돼."
내 목에 감은 팔을 살며시 푼 아즈사는 움찔움찔 내게 총을 건넨다. 아즈사가 내게 떨어지면서 살짝 보인 그녀의 얼굴엔 불안이 드러나 있었다.
그런 아즈사를 1초라도 빨리 안심시켜 주기 위해 총을 받아든 나는 재빠른 속도로 총안에 장전된 총알을 빼낸 뒤 다시 아즈사에게 돌려주었다.
"아즈사. 이 총은 내 각오란다. 너희들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겠다는 내 나름의 각오. 하지만 그 각오가 아즈사를 슬프게 한다면 내겐 더 이상 필요 없어. 이제 그 총은 약속이야. 다신 널 슬프게 하지 않겠다는 너와 나의 약속. 그러니 그 총은 너에게 맡길게."
"약속..... 선생님과 나의."
"응. 나와 아즈사의. 잘 갖고 있어줘. 만약 내가 약속을 잊을 거 같으면, 그 총을 보여줘. 다시 기억할 수 있게."
"응. 응! 절대 잃어버리지 않을게. 그리고 선생님도 내가 지킬게."
"하하하. 그래 부탁할게."
비로소 아즈사에 얼굴에 조금씩 꽃이 피기 시작한다. 다행이다. 손수건을 꺼내 아즈사의 눈물을 닦는다. 예쁜 얼굴이 엉망이다. 내가 원인이지만.
한동안 내 손을 가만히 받아들이던 아즈사는 눈이 마주치자 내게 살풋 웃어 보였다. 음. 조금이지만 예쁜 얼굴이 돌아왔다.
"이제 조금은 안심할 수 있겠니?"
"응.... 고마워 선생님. 일하는데 방해해서 미안했어. 곧 있으면 당번도 올 거 같으니 이제 난 가볼게."
그 말과는 달리 아즈사는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내 소매를 잡은 채로. 나 역시 이대로 아즈사를 돌려보내기는 아직까지 미안함을 다 떨쳐내지 못했다.
"아...... 아즈사. 사실 말이야, 오늘 일이 얼마 없어서 당번도 부르지 않았거든. 여기서 아즈사가 날 조금만 도와주면 점심 전까지 끝날 것 같은데. 끝나고 점심이라도 같이 먹을까? 가고 싶은데는 없니?"
"응! 도울게. 실은 오늘부터 모모프렌즈와 콜래보 행사를 시작한 카페가 있는데 거기 스컬맨이...."
신나서 떠들기 시작한 아즈사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그 반짝임은 분명 오늘도 위용을 떨치고 있는 태양에도 지지 않을 것이다.
내게 학생들이 소중한 만큼, 그녀들도 내가 소중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에 일방통행은 없으니까. 앞으로 일어날지 모를 학생들의 위험을 막는 것 만큼 지금 이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보자고 마음속으로 맹세했다.
"자, 그럼 시작하기 전에 커피나 한잔할까. 그동안 아즈사는 세수라도 하고 오는 게 어떻겠니."
손가락으로 아즈사의 코를 톡 건드리며 장난스레 말하자 아즈사는 이제야 깨달은 듯 얼굴을 붉히며 세면대로 파닥파닥 달려간다. 적어도 그 뒷모습에는 더 이상 슬픔은 남아있지 않아 보인다.
오늘은 좋은날이 될 것 같다. 어제 그렇지 못했던 만큼 두 배로.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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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만 하다 미쳐버려 생산에 도전해봄.
되는대로 휘갈겨서 퀄리티는 장담못함.
그래도 괜찮게 봤으면 개추 댓글 달아조
댓글 16
아가즈사 짠하네..
미식이네요 콘
개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