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by 蒼ノ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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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트리니티의 회의가 끝난 것은 밤 10시를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호스트로서의 책무, 보고서, 신청서, 그리고 다음 주 의제 정리.
일이 산처럼 쌓여 있다고들 하지만, 오늘 밤의 그것은 그야말로 산맥이었습니다.
“……끝났군요.”
서류 뭉치를 덮고 깊이 숨을 내쉽니다.
어깨가 아픕니다.
홍차를 우릴 기력조차 없습니다.
이 피로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잠시 생각했습니다.
“……홍차로는 부족합니다.”
고요한 회의실을 나와 밤의 바람을 들이마십니다.
트리니티의 하얀 복도를 빠져나오자, 거리의 불빛이 번져 있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풍겨오는 냄새에 발이 멈췄습니다.
……진하다.
기름과 간장이 섞인 듯한 자극적인 향.
홍차에 익숙해진 코에는 너무나 강렬합니다.
그런데도 마음이 끌렸습니다.
‘이것은…… 라멘 냄새……?’
예전에 선생님이 “나기사도 한번쯤 가보는 게 어때?”라고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이에케 라멘이었던가요.
게헨나의 학생들이 자주 먹는다는 강하고 진하며, 남성들이나 출입할 법한 가게.
“……제가 갈 만한 곳은 아니군요.”
그렇게 말하고 있음에도 발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다만, 지금의― 호스트로서의 모습 그대로 갈 수는 없습니다.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안경을 쓰고, 그 위에 더러워져도 괜찮을 검은 코트를 걸칩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작게 웃었습니다.
“……이 정도면 들키지 않겠지요.”
밤의 골목길.
포렴에 ‘이에케’라고 쓰인 빨간 간판.
안에서는 김과 국물 향이 새어 나옵니다.
“어서 오세요―!”
“혼자……입니다.”
“편하신 자리에 앉으세요!”
좁은 카운터, 벽에는 면의 익힘 정도・맛의 진하기・기름의 양이라는 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고를 수 있는 건가요……?”
홍차에 우유를 넣을지 말지 하는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저기…… 전부 보통으로 부탁드립니다.”
“맛, 보통―! 기름, 보통―! 면, 보통으로 들어갔습니다―!”
점원의 기세 좋은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 목소리에 살짝 움찔했지만 어딘가 즐겁습니다.
카운터에 놓인 물을 한 모금.
차갑습니다. 목 안이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군요.’
김이 나는 소리. 국물을 뜨는 소리.
등 뒤의 환풍기가 윙윙거립니다.
이 공기는…… 어떤 의미에서는 전장과 비슷합니다.
음식의 향기로 사람이 지탱받고 있는 듯한 장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라멘 한 그릇!”
커다란 그릇이 눈앞에 놓였습니다.
“……!”

보는 순간 숨이 멎었습니다.
황금빛 기름이 떠 있는 국물.
두툼한 차슈.
선명한 초록색 시금치.
그리고 당당하게 선 세 장의 김.
“……아름답다…….”
무심코 중얼거렸습니다.
겉보기는 호쾌한데, 어딘가 정돈되어 있습니다.
홍차의 찻그릇과는 다른 아름다움.
국자로 국물을 뜹니다.
걸쭉한 표면이 빛을 반사하며, 살짝 무게가 느껴집니다.
한 입.
“……이것은 굉장합니다.”
짠맛, 기름, 감칠맛.
모든 것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혀가 따라가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싫지 않습니다.
“……폭력적인 맛있음이군요.”
살짝 기침을 하면서 다시 한 입.
돼지뼈 향과 간장의 구수함이 뒤섞여 목 안쪽에 열이 남습니다.
코로 넘어오는 냄새는 홍차 향과는 달리 생동감이 넘쳤습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립니다.
굵고 윤기가 흐르는 면이 김 속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후루룩.
과감하게 면을 들이킵니다.
처음에는 기세에 놀랐지만 씹는 순간 알았습니다.
쫄깃한 탄력.
국물이 제대로 얽혀 씹을 때마다 감칠맛이 넘칩니다.
기름이 혀에 감돌며 여운을 남깁니다.
“……윽, 뜨거워…… 하지만, 멈출 수 없습니다……!”
다음 순간,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김을 찢어 면에 말아 먹습니다.
국물을 흡수한 김이 살짝 녹고, 거기에 밥을 한 입.
“……이, 이것은 대체......!”
무심코 목소리가 새어 나옵니다.
짠맛과 기름, 그리고 탄수화물의 조합.
이성이 날아갔습니다.
“홍차로는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경지……!”
자신의 말에 웃고 맙니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흐릅니다.
목이 말라 물을 한 잔.
그런데도 국자가 멈추지 않습니다.
국물을 마실 때마다 머리 속이 은은하게 따뜻해집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살아있다는 실감을 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것이, 이에케 라멘…….
대단해…… 마치 힘 그 자체입니다.”
이제 거칠 것이 없습니다.
차슈를 한 입.
지방이 혀 위에서 녹아 국물과 섞입니다.
시금치가 그 뒤를 따르며 짠맛을 부드럽게 감쌉니다.
김을 국물에 적시자 구수한 냄새가 퍼졌습니다.
“……아아…… 완벽하군요…….”
혼자 묵묵히 먹으면서 왠지 모르게 조금 울컥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이 카운터에서 저는 그저 먹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직책도, 품위도 전부 내려놓은 자신.
그 감각이 이렇게나 편안할 줄이야.
―홍차처럼 섬세하지는 않다. 하지만 확실히 사람을 치유하고, 힘을 주는 맛.
그릇 바닥이 보였을 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국물까지 다 마셔버렸군요.”
가슴 깊은 곳이 은근히 뜨겁습니다.
혀는 짠맛으로 살짝 마비되어 있는데, 신기하게도 마음은 온화합니다.
“……피로가 어딘가로 사라졌군요.”
가게를 나오니 밤바람이 차가웠습니다.
하지만, 그 차가움이 기분 좋습니다.
뺨에는 아직 국물의 열이 남아 있습니다.
“……상당히 중독성이 있군요.”
거리의 불빛이 번져 있습니다.
멀리 트리니티의 첨탑이 보입니다.
트리니티 건물 그림자 속에서 저는 혼자 웃고 있었습니다.
“가끔은 이런 밤도 괜찮겠지요.
홍차만으로는…… 사람은 채워지지 않는군요.”
코트 깃을 고쳐 잡고 살며시 걷기 시작합니다.
국물 향이 아직 코트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거리낌은 없었고, 오히려 조금 자랑스럽습니다.
서민의 맛을 아는 것은, 세상을 아는 것.
그것을 느낄 수 있었던 밤이었습니다.
세이프 하우스에 돌아온 저는 물을 끓여 홍차를 우리면서 작게 웃었습니다.
“……진한 국물 다음에 마시는 홍차도 나쁘지 않네요.
다음에는 맛을 진하게 해달라고 주문해 볼까요.”
홍차의 향과 라멘의 여운이 뒤섞이는 밤.
조용한 방에서 저는 홀로 행복의 잔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다음 날, 세이아 씨에게 낯선 냄새가 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당황해서 얼버무렸습니다.
……사후 관리도 완벽하게 해 둬야겠습니다.
댓글 9
'다음에는 맛을 진하게 해달라고 주문해 볼까요.' <- 이미 상놈 다 됐음
ㅠㅠㅠㅠ
이거지이거지

이러다 나쨩 살쪄서 배나왔는데 미카가 임신한거냐고 하다가 롤케이크 박히는 전개 보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