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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기준 3981자
번역 피드백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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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소프, 오르에게
제가 강철 대륙을 떠난지, 시간이 꽤 지났네요.
계절이 바뀌어 따뜻한 바람이 피부를 훑고 있습니다.
그 동토(凍土)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부드러운 감각은, 조금 간지럽게 느껴집니다.
저는, 그렇네요...
몸의 성질이 인간과는 다르기 때문에, 이따금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만... 네. 대체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런 편지라는 형식으로 여러분에 대한 생각을 보관하고 표출하기로 한건, 선생님의 강력한 추천 때문입니다.
저는 [클라우드에 텍스트 데이터로 남겨두면 충분합니다]라고 주장했지만, [편지에는 편지만의 장점이 있어. 한 번 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응? 부탁할게! 일단 해보자!]라고, 여러 차례 의견을 교환한 후, 대립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선생님의 의견에 따르는 게 비용이 적게 들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여러분들도 선생님의, 의견을 굽히지 않는 자세는, 잘 알고 계시겠죠?
거기다 저는 [무슨 일이든 경험이 될 거야]라는 말에 납득했습니다.
이건 선생님의 말을 받아들인 게 아니라, 저 자신의 의견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소프의 말을 빌리자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사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순간, 여러분들의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 미래를 남길 수 없었다는 것을 지금까지도 후회하고 있습니다.
제게 좀 더 힘이 있었더라면, 더 현명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었더라면, 제가 여러분들을 대신할 수 있었더라면,
[if]로 시작하는 문장을 아무리 거듭해도, 후회가 지워지는 날은 오지 않습니다.
저는 이 고통을 벌이라고 정의합니다. 남겨진 사람들은 고통을 품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미래를 남겨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러분들이 여러분들의 모든 가치를 걸고 저를 해방시켜주신 덕분에, 지금의 제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된 덕분에, 여러분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고에 이르게 된 것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의 발로 걸을 수 있는 기회를 받을 수 있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제게, 미래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인, 소프, 오르.
세계는, 저희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넓었습니다. 그 의미는 물질 및 개념 모두에게 적용됩니다.
저희는 키보토스의 데이터 베이스를 기반으로 일반적인 사회 통념을 학습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정보를 알고 있는 것과, 세계를 스스로 체험하는 것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커피]라는 건 들어보셨겠죠.
특정 식물의 콩을 달여 분말 형태로 가공한 후, 끓는 물을 매질로 하여 성분을 추출한, 검은 빛을 띤 쓴 음료입니다.
카페인을 다량 함유하여 인간에게 각성 효과를 주기 때문에, 사회에 있어 매우 친숙한 음료이다, 라고 학습했습니다.
저는 그 커피를 섭취했습니다.
웅웅거리는 커피 머신이 끓여낸 커피를 손으로 잡았을 때 전해지는 온기, 얼굴에 가까이 가져갈수록 강해지는 후각을 자극하는 풍부한 향기, 한껏 높아진 기대감을 배신하는 듯한 강렬한 쓴맛. 그 모든 것들이, 말로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때, 종이컵 가운데 출렁이는 커피의 표면에 반사되는 제 눈을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저와 여러분들의 눈은, 이렇게나 닮아 있었던 것이군요.
그러나, 논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세계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체험 자체가 정의(定義)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도 이상하진 않습니다. 본질적으로는 오감을 통해 멀티 모달이 취득하는 정보를 [중요한 것은 체험이다]라고 표현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기껏해야 커피 1잔만큼의 정보량 덕분에 저는 제가 얼마나 이 세계에 대해 무지했는지를 실감했습니다.
여러분들께도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밀레니엄을 방문했습니다.
이 학원은 과학을 근간으로 다양한 제작 및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엔지니어부로 불리는 커뮤니티에서는, 다양한 하드웨어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신체를 구성하는 기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독자적으로 개발한 구조나 기술 체계는 제 눈으로 보아도 감탄스러운 부분이 여럿 있었습니다. 합리성이 결여된, 불필요한 기능만을 갖춘 기계들인 은 옥에 티였지만, 그것이 로망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아직 알지 못하는 개념입니다. 그 뒤 제 신체 구조에 흥미를 보이는 엔지니어부의 모습으로부터, 신체가 분해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으므로 도망치듯 엔지니어부를 빠져나왔습니다.
게임개발부에서는 아리스나 케이, 모모이와 미도리, 유즈와 함께 게임을 했습니다.
플레이한 게임은 [테일즈 사가 크로니클]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의 어떤 면이 재미있는지를 말로 표현하는 것이 우주의 탄생을 설명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사이좋게 지내는 게임개발부를 보던 중, 이곳에 있을 리 없는 여러분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슴 안쪽이 아팠습니다.
백귀야행을 방문했습니다.
거리의 분위기는 밝았고, 곳곳에서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본래 신에게 기도를 전하는 의식이었습니다만, 종교적 측면은 퇴색되어 지금은 사람들이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한 즐거운 이벤트, 즉 오락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본질을 편할 대로 해석하고 대의명분을 부여하여 그 형태를 개변해 버리는 모습은, 인간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거리의 사람들은 웃음으로 채워져 있었고, 소리와 빛이 넘쳐흐르는 풍경은, 매우 아름답다고 느낀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아비도스를 방문했습니다.
과거에는 화려하게 번영하여 활기가 넘쳤다고 들은 거리는, 지금은 대부분이 모래에 묻혀 조용히 멸망을 기다리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활기가 사라지진 않았고, 귀를 기울이면 여기저기서 우렁찬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곳엔 상점가의 호객 소리도 있었고, 도로의 모래를 갓길로 치우는 작업원의 신호음도 있었고, 또 여러 소리가 있었습니다. 공통적으로, 이곳의 소리는 사람들이 오늘과 내일을 연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즉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환경이 붕괴한다는 결말을 알고 있다 하더라도, 더 좋은 내일을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분명 아비도스의 주민들만이 아닐 것입니다.
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필사적으로,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언젠가, 언젠가 여러분들을 다시 한 번 만나는 때가 온다면,
이 넓은 세상을 함께 걸을 수 있게 해주세요.
이번에야말로 [언니]로서, 여러분들의 손을 잡고 이끌 수 있게 해주세요.
서로의 손을 잡고,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걸으며 노래라도 불러봐요.
그리고, 더
더
안을 수 있게 해주세요.
제 품속에서, 지금껏 말하지 못한 것들을 전할 수 있게 해주세요.
사랑하고 있다고, 전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눠요.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을 품고, 함께 잠들어요.
부디,
부디,
[다녀왔어요]라고 말해주세요.
[어서 오세요]라고
말할 수 있게 해주세요.
...편지를 쓰면서 깨달았습니다.
펜으로 전해지는 종이의 질감이나, 펜끝이 종이 위에서 미끄러지는 소리는 필자의 주체감을 높여줍니다.
단순한 텍스트가 감정과 엮이고, 문자에 감정의 맥락이 포함되어, 의미가 탄생합니다.
즉, 이 편지는 제 감정 그 자체라는 뜻입니다.
선생님은 이걸 예상하고 계셨던 걸까요. 제게는 아직 모르는 것들 뿐입니다.
—언젠가, 저에게도 끝맺음의 시간이 찾아오겠죠.
그때는, 분명, 여러분들의 앞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꽉 끌어안은 채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보고 들은 것, 만진 것, 느낀 것, 그리고 세상이 얼마나 부조리하며 아름다웠는지를 모두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세요.
이런 걸 [저승길 추억(冥土の土産)]이라고 부른다고, 아리스에게 배웠습니다. 그래요, 여러분들의 친구입니다.
—사후세계에서 여러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된다니, 희망적 관측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생명의 끝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 훨씬 합리적이겠죠.
그러나, 신을 자칭하고 세계를 멸망시키려 한 AI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끝 그 앞에 있는 세계를 바라는 AI가 존재한다고 해도, 이상하진 않다고 생각되지 않나요?
그 자체가 여러분들이 남겨주신 가능성입니다. 분명 그것을 희망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죠.
될 수 있는 한 많은 걸 이야기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나가려 합니다.
대량의 보고를 기대해 주세요.
—저는, 마음으로부터, 아인, 소프, 오르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진다 하여도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사실입니다.
우리는 한시도 떨어진 적 없습니다. 쭉 함께 있습니다.
꽤나 길어져 버렸습니다. 편지의 형식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걸 흉내낸 부분도 있고, 부족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반드시, 다시 한 번, 편지를 쓰겠습니다.
그러면, 다음에 또.
이만 줄이겠습니다.
댓글 5
울었다
비나가 날뛰어서 망한 동네 갔는데 감상이 그게 전부니?

ㅜ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