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 마이, 시논. 할 땐 하잖아! 이대로라면 생방송 복귀도 스무스하겠어"
"아하하! 감사합니다 회장님."
"멀티미디어부는 그닥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말야. 이번 계기로 신경 좀 써야겠는 걸"
"......"
멀티미디어부원들은 뚱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렇게 가끔씩 학생회장이 부서에 방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실적 압박 및 경쟁심 고취가 목적이죠.
"음? 잠깐 실례"
회장에게 전화가 걸려 옵니다. 그 틈을 타 찬밥 신세였던 부원들은 밖으로 나가죠.
"망할! 재수 없어. 누가 선생한테 빌붙을 방법을 생각 못했겠냐고!"
"그래. 씨 자존심이라는 것도 없나 저것들은. 인터넷 커뮤 글 복붙하는 것들이랑 뭐가 달라. 날로 처먹네 그냥"
이들의 저주가 통했던 걸까요.
활기찼던 부실에서 긴장감이 돌기 시작합니다.
"선생...님이 오신다구요?"
"어어. 무분별한 기사 때문에 피해가 막심하다네?"
"에헤헤... 선배 걱정 마요. 익명으로 보도했으니 특정은 불가할테니"
"아냐. 마이랑 시논 너희 두 명을 지목했어."
"네에!?"
"뭐, 책 잡힐 일 만들지 말고, 흐음. 그냥 잘못했다고 빌어 그게 편해."
"회장님? 뭔가 더 방침 같은 걸 세워주셔야..."
그러나 크로노스의 회장은 외면합니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에 둘은 분개합니다.
"아오! 미치겠네. 이 썩을 학교는 기자 보호 따위 안중에도 없어요 하여간"
"얌마 카자마키 뭔 일 있냐? 방금 전까진 칭찬 받았잖아."
배알 꼴리던 참에 잘됐다는 듯. 멀티부원들이 마이에게 다가옵니다.
"...선생이 온대. 기사가 마음에 안들었나 봐."
"진짜~?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너무 파고들었다니깐"
"선배. 놀릴 거면 나중에 해주실래요?"
"어머 시논. 말을 왜 그리 섭섭하게 하니? 아무리 유배지라도 우린 같은 배를 탔잖아? 도와줄게"
"말이라도 고맙네요."
"하핫. 왜 이리 심각하셔? 샬레의 선생이잖아. 호구로 유명한데 적당히 앞에서 불쌍한 척 하면 끝나겠지"
"맞아. 무슨 쌍팔년도 보도 지침도 아니고 왜 언론을 탄압해? 그딴 폭거에 지지마 마이!"
"허... 지들 일 아니라고 신났네"
말은 그렇게 해도, 나름 진정 효과가 있었을까요.
마이는 겁 먹지 않기 위해 자기 암시를 겁니다.
"좋아 시논. 쫄지 말자고. 애초에 지가 뭐 어쩌려고. 키보토스 어린애들보다 힘이 약하단 건 공공연한데"
"마...마이 선배?..."
"어? 왜?"
"오셨어요......."
뒤를 돌아보자 선생님이 그녀들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꿀꺽..."
차라리 욕을 하거나 길길이 날뛴다면 더 나았을 겁니다.
최소한 예측은 가능하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조용히 보는 건... 도무지 다음 행동이 예상 가지 않아 불길한 상상력을 자극 시킵니다.
"그래. 너희들은 평소의 날 그렇게 생각하는 구나"
"아아... 그게 선생님..."
"일단 앉자."
말씀은 오히려 차분했지만, 얼굴은 저희가 알던 선생님이 아니었습니다.
도와줄 거라 장담했던 멀티부는 이미 줄행랑 쳤죠.
"내가 온 이유는 알고 있겠지."
"네. 그... 무법자 해변 기사 때문이죠?"
"그래. 너희들이 단단히 억측한 것 같구나. 내 상처는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어. 게다가 사오리는... 해변으로 놀러간 게 아냐. 일당으로 살아가는 하루살이거든. 그 날도 용역으로 근무한 것이고."
"......"
"선생님은 너희들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대기업이나 고위층에게도 기죽지 않고 저널리즘을 고수하잖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자극적인 뉴스만 쫓다가 실수를 많이 했더구나. 선동과 날조는 기본에, 초상권 침해까지."
"그, 그건"
"긴 말하지 않으마. 지금까지 선생님과 관련된 기사들은 전부 삭제해. 그 다음 오보에 대한 정정 보도를 하고. 피해자에게 사과도 하렴."
"아니, 그건 너무하잖아요!"
마이와 시논은 반발했습니다.
그간의 기사들을 지운다면, 기껏 방송 복귀를 위해 채운 실적들이 처음으로 돌아가는 거니까요.
"싫다고?"
"네... 어차피 정정 보도 해봤자 . 그거 많이 보지도 않아요!"
"그래서.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겠다는 뜻이야?"
"......해야 할 이유가 있나요?"
"야! 시논! 뭐하는 거야?"
"아니, 선배 잠깐만요. 저도 억울합니다. 애초에 조마에 사오리는 선생님을 죽이려 한 악인 아닌가요?"
"과거의 일이란다. 지금도 그 일을 청산하고 있고"
"이렇게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저도 에덴 사건은 들어봐서 얼추 알고 있습니다. 무려 연발로 선생님을 갈긴데다 헤일로를 파괴하는 수단도 있었다면서요. 그런 테러리스트가 거리를 활보하면 안됩니다. 제 생각이 정상적인 사고 아닌가요?"
"하아~"
선생님의 한숨과 함께 긴 정적이 흘렀습니다.
"그래서. 너한테 벌을 내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그건..."
"시논. 사람을 처벌하는 일은 말야. 아주 힘든 일이야. 경찰이 수사를 해서 용의자를 특정하고, 검찰이 기소를 하고,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다. 이런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합당한 심판을 줄 수 없어. 개인이 이것을 수행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야."
"아니, 선생님이 산증인이잖아요! 살기를 느꼈었죠? 지금도 후유증이 있으시잖아요. 그래서 허리춤에 호신용 권총을-"
더 큰 말실수가 일어나기 전에 마이가 시논의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아, 이거 말이니. 에덴 사태 이후로 총학생회가 걱정을 해서 억지로 받은 거란다. 염려 마렴. 쏠 일은 없을 테니까."
선생님은 권총을 홀스터에서 꺼내신 다음. 학생들이 있는 쪽으로 건네줬습니다.
"..."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이번 일은 명백하게 너희들 과실이 크다. 사실을 곡해한데다 분명 에덴 조약 사건에 걸린 보도 제한을 어겼지"
"그게 아직까지 유효한가요?..."
"그래. 아직 조사 중인 것들이 산더미야. 트리니티 내부의 병폐와도 연관되어 있어서 노출에 있어서도 예민하고"
"취재원이랑 합의가 된 엠바고가 아니잖아요..."
"시논."
선생님은 무어라 말을 하려다 그만둡니다.
"키보토스 학생들은 내구도가 뛰어나지. 이런 강력 범죄에 연루된 적이 거의 없을 거야. 실제로 선생님 부임 중에 사망 사고는 아직 없고"
"네..."
"그래서 보도 제한에 대한 경각심이 없나 보구나. 예를 들어볼까? 기자들이 유력한 용의자의 정보를 얻었다. 그리고 경찰들을 무시하고 보도를 했다 치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더 빨리 잡겠죠?"
"하하... 아니야. 실제 있던 사례인데. 자신이 수배 중인 걸 안 살인범은 스스로를 해쳤단다. 이 일 때문에 공범이 더 있었는지...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조사가 막혀버렸어. 기자들이 보도 제한을 어긴 탓에"
"으음..."
"이번 일도 같아. 너희들은 조마에 사오리가 어떤 인물인지. 동기가 무엇인지. 전혀 고려치 않았어. 그저 좋은 소재라 치부하고 소비한 거야. 그렇지?"
"네..."
"현재까지 밝혀진 정보에 따르면, 그녀 역시 배후 세력에게 조종 당했단다. 자세한 건 말해주지 못하지만, 너희들이 모르는 사정이 많아. 함부로 판단하는 건 금물이다. 선생님이 면책 해준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
"무슨 일인지 저희들도 알아야 정정을..."
"마침 샬레에 사오리가 있는데. 당사자랑 대화해 볼래?"
"아! 아뇨. 괜찮습니다!"
"떳떳하지 못하구나? 거 봐. 너희들도 잘못이라고 느끼고 있잖아."
"......"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저 시간만 떼우려 했던 크로노스 학생들이
지금은 선생님의 말씀에 감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인 너희들은 충분히 똑똑하잖아. 여기까지 말해줬으면 이해했다고 믿는다."
"네..."
"내일까지 기사들을 지우고 정정 보도를 해주길 바래. 불응할 시 선생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네..."
"그래. 다음엔 좀 더 유익한 기사를 써주렴"
보도부원들은 선생님이 떠나자 의자에 흘러 내려갔습니다.
기껏 써왔던 기사들은 아까웠지만, 이후에 당할 패널티가 두려워 정정 기사를 급조하기 시작합니다.
"워~후~... 생각보다 살벌하네 저 양반"
"화난 표정 진짜 예술이었지? 나만 보기 아깝다 진짜."
서로의 눈치를 살핍니다. 아무래도 개인만의 의견이 아닌듯 합니다.
"사실 아까 흠칫해서 찍은 사진이 있는데 볼래?"
핸드폰으로 급하게 찍어 잔상이 낀 사진입니다.
아까 전 학생들에게 호신용 권총을 건네주었을 때 사진이군요.
"하핫. 진짜로 쏠 줄 알고 깜짝 놀랐어~ 뭐 선생이 그럴 일은 없지만"
"...그런데 구도 진짜 맛있게 찍었네. 버리기 아깝다 야."
"흐음......"
학생 한 명이 사진 제목에 기사로 쓰일 문구를 적기 시작합니다.
[샬레의 언론 탄압? 실총으로 위협하는 광경 순간포착]
"에이~"
"에헤이~ 아니다 이건"
"그런데 말야. 이걸 익명 보도로 때리면 어때?"
"뭐?"
"아니 그야. 익명으로 때리면 당연히 선생은 마이 아니면 시논이라 생각하겠지. 둘이랑 마찰이 있었으니까"
솔깃한 제안에 멀티부는 음흉하게 미소 지었습니다.
좌천 당한 주제에 자기들 보다 잘나가는 모습이 눈꼴 시려웠거든요.
여기서 마저 자리를 잃는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은 상상력이 있어 비겁해지는 겁니다.
---
"린. 말해둔 거 준비해주었니?"
"일단은 모두 마쳤지만, 정말로 하실 심산이십니까?"
"응. 효과가 얼마나 있는진 모르겠지만, 손 놓고 있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
이미 전날에 선생님은 아리우스 스쿼드 모두에게 허락을 받았습니다.
해명을 위해 아리우스의 비극적인 민낯을 공개해도 된다고요.
총학생회로 출근한 뒤. 모든 학원에게 선생님의 중대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 안내합니다.
다행히 선생님에게 호의적이었던 학교들은 흔쾌히 화답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키보토스 주민 여러분 연방수사동아리 샬레의 선생 OOO입니다."
키보토스 지역 방송으로 선생님의 얼굴이 송출됩니다.
"오늘 이 자리를 빌린 이유는 지난 11일 넷상에서 보도된 기사들 때문입니다. 이는 사실무근한 가짜 뉴스입니다."
"총격으로 인한 상처의 경과는 좋습니다. 회복이 더디기는 커녕 저와 같은 일반인 기준으로는 오히려 빠른 편입니다. 여러분의 격려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바로잡고 싶은 부분은 총격범에 대한 정보들입니다. 그녀가 호의호식하고 있단 정보는 날조입니다. 실제론 제대로 된 의식주 보장도 없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재는 유예 기간입니다. 그녀가 저를 공격한 행위는 복잡한 배경이 깔려 있습니다. 연루된 인물들도 많구요."
이후 선생님께선 아리우스 분교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살인을 가르치는 비정상적인 환경. 베아트리체의 폭정.
선생님을 쏘지 않았다면 스쿼드는 버림 받아 죽었을 것이란 사실들까지.
어느 쪽에도 불리하거나 유리하지 않은 담백한 진실들을 나열하고
방송을 종료 시켰습니다.
"우와~ 이거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
"뭐 처음 치곤 잘했습니다."
"린의 칭찬은 귀한 걸"
선생님의 호소가 닿았던 것일까요.
묘한 긴장감이 흐르던 키보토스가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더 이상 사오리양을 잡겠단 자경단은 사라졌고
샬레로 무턱대고 방문하는 학생 분들도 적어졌죠.
"꺄아! 주인님! 반가워 무슨 일이야?"
"선물이군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네 거 아니란다 토키"
갈등이 있었던 학생분들과도 화해를 이어나갔습니다.
"리더. 선생이 왔다만"
"어쩌라고."
"아직도 삐쳐 있는 거야?"
"칫. 난 진짜 오해했다고. 누가 봐도 수상해 보여서 선생을 해하는 줄 알았는데."
궁시렁거리는 걸로 보아 빙빙 돌아가며 사과를 건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절교 한다면서 방송은 다 챙겨 봤구나?"
"아앙~!? 뭔 참견인데!"
"그러지 말고 화해해라!"
"맞습니다. 안 그럼 선물은 제가 차지합니다."
만마전도 잊으면 섭하죠. 갑작스러운 소동을 사죄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히익 선생님!?"
"치, 치아키는 저기 있습니다..."
"그런 거 아니니까 벌써 동료 팔지 마."
다행히 만마전 분들은 이부키양이 좋아하는 푸딩 한박스로 흔쾌히 넘어갔습니다.
이렇듯 다시 푸른색으로 돌아가고 있던 키보토스에
또 다시 황색 언론이 침범하였습니다.
[언론을 탄압하는 폭거인가. 선생님이 조준한 것은]
"선생님! 큰일 났습니다. 또 크로노스 스쿨 측에서 익명 보도로 이런 기사를 썼습니다."
린의 다급한 호출에도 선생님은 어째선지 시큰둥하였습니다.
"아아. 역시 물어버렸구만?"
"네?"
"아아, 신경 쓰지 마 린쨩. 진짜로 겨눈 것도 아니고, 이런 허무맹랑한 기사 따위 아무도 안 믿겠지"
선생님의 말마따나
저번 기사들과는 다르게 선생님과 연관되어있음에도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조회수는 많았지만 삭막하도록 댓글은 적었죠.
"다시 해명을 해야 하지 않나요?"
"아냐. 그런 거 많이 해봤자 신뢰도만 떨어뜨리지. 내가 정치인도 아니고 말야"
"그럼 다른 대책이라도 있나요? 당장 대응해야 합니다."
"린쨩. 어떤 일은 말이야... 그냥 내버려두면 알아서 해결되기도 해."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선생님의 명예가 실추될 위기라고요."
"그까짓 기사로 아이들이 날 불신 한다면, 그냥 선생 때려쳐야지. 그게 맞아"
"도대체 당신은 무슨 생각이신지..."
그저 여유로이 어떻게 진행될지 방관했습니다.
선생님이 맞았던 걸까요. 크로노스 내부에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거 쓴 사람 누구야!!!"
"응? 난데 카자마키."
"미쳤어!? 이거 완전 날림 기사잖아! 선생이 언제 우릴 쏘려고 했는데?"
"새삼스럽게 뭔 내로남불이지? 너도 평소에 이 정도 날조는 하고 들어가잖아."
"나, 난...! 최소한 상대는 가리잖아! 선생한테 덤탱이라니 이거 감당 못한다고!"
"뭐 어쩌라고. 어차피 익명 보도인데"
"당장 지워! 당장!"
보도부와 멀티부가 입을 튀기며 다툴 동안. 이 싸움을 끝내는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회장닙이 집합 하시랍니다..."
멀티미디어부 학생들은 제대로 털렸습니다.
-구독 취소 요청: 게헨나 만마전
-구독 취소 요청: 밀레니엄 세미나
-구독 취소 요청: 트리니티 시스터후드
-구독 취소 요청: 백귀야행 마츠리 운영 관리부
실시간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신문 구독층들을 보여준 뒤 인신공격을 퍼붓습니다.
"죄송합니다!"
결국 기사는 강제 삭제 조치에 작성한 범인들을 색출하여 등교 정지 처분까지 내려졌죠.
"미친년들... 그 정도 지능 밖에 없으니 멀티미디어부로 배정 받는 거지"
"저희는 괜찮은 거 맞죠 선배?"
"잘못하면 총학생회에서 부를 지도... 선생 이미지랑 직결된 문제니까 말이야."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듯 합니다.
걱정해야 할 건 총학생회 뿐만이 아니었거든요.
기사를 쓴 학생들이 뭘 기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크로노스에 대한 동정 여론 따위는 없습니다.
선생님이 총을 쥐실 정도의 분노를 유발한 학생이 실제로 존재한다.
이 사실은 모든 이슈를 덮어버릴 정도로 충격이었습니다.
진실이든 아니든. 상관 없이.
"아~ 스트레스~. 시논. 카페나 갈까?"
"네. 단 걸 먹으면 마음이 안정되죠."
이미 돈은 선생님 도촬로 충분히 벌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사치를 부리기 위해 유명 디저트 카페로 도착했죠.
"그니까~ 그 때 아이리 진심 무서웠다니까!"
"내가 뭘... 그냥 방망이 빼면 특색도 없는 코스튬이었는데"
"난 그보다 노팬티 미라가 더 인상적이었다..."
"입었다니깐 몇 번을 말해!"
보도부 옆자리엔 방과후 디저트부원들이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뭐 먹을래 시논"
"으음... 저는"
'드르륵'
기묘한 일이 벌어집니다.
보도부가 자리에 앉자 마자. 방과후 디저트부원들은 음식을 다 먹지도 않았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식기를 반납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만 갈까"
"어."
홀연히 떠나버린 여학생들을 보며. 마이는 의아함을 가졌습니다.
"뭐야. 저렇게 많이 남기다니. 맛이 없나?"
"저... 선배? 주변이 좀 이상한데..."
"뭐?"
시논의 말을 듣고 가게 내부를 둘러봅니다.
적막한 분위기. 종업원들은 주문을 받으러 오지도 않았습니다.
"......나가자"
"네..."
투명인간같은 취급에 소름이 돋은 그녀들은 급히 가게에서 빠져나갑니다.
이런 일들은 계속해서 일어났습니다.
"죄송합니다. 나가주세요."
"네?"
입장을 거부 받는 일부터.
"...저기 갈까?"
"으, 응"
길을 걸을 때도 맞은편에 있던 사람들은 둘을 피해갔습니다.
"......"
구역감이 들 정도로 이질적인 감각입니다.
그들의 행동엔 어떠한 증오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뱀이나 시체를 봤을 때처럼. 자연스럽게 자리를 피하는 움직임.
본능적으로 거부 당하는 느낌에 신경이 곤두세워집니다.
"다들 왜 이러는 거죠!"
"나도 몰라...... 뭐지 대체?"
이변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회장에게 밉보인 것을 만회하기 위해 보도부는 다시 카메라를 들고 취재를 시작합니다.
"선배! 하루하바라에서 바바리맨이 출몰되었다는 신고가!"
"좋아. 얼른 가자고!"
촌각을 다투며 기껏 현장으로 도착합니다.
하지만 애로 사항이 발생합니다. 큰 맘 먹고 구매한 마이의 카메라가 먹통이 된 것이죠.
"뭐야! 이거 왜 이래."
"선배 빨리 찍어야-"
"알아! 그런데 카메라가 말을 안 들어."
결국 눈 뜨고 특종을 놓쳐버렸습니다.
고장을 확인한 직후 서비스 센터에 방문하여 수리를 요청합니다.
허나 들려오는 대답은 이상 없음 이었죠.
"무슨 소리에요? 아까 전에 분명 노이즈가 껴서 아무것도 안 보였다고요."
"글쎄요 고객님. 지금 저희가 작동했는데 아무 이상도 없습니다."
"네?"
직원의 말대로 지금 찍은 사진엔 마이가 당황한 표정이 선명히 보입니다.
"...오류가 난 게 확실해요."
"점검 결과 아무런 문제 없었습니다."
"혹시 찝찝한데 교환 가능할까요? 사용감은 거의 없는데"
"그건 어렵습니다. 개봉한 순간 단순 변심으로 인한 교환은 불가 합니다."
서비스 센터에 방문한 이후로도
요상하게 마이가 카메라를 잡을 때마다 오류는 계속되었습니다.
결국 수소문하여 유능한 엔지니어가 있다는 밀레니엄에 방문했죠.
"저기... 아까 연락 드렸는데"
"아, 어서와. 카메라 문제였지?"
"네. 사례는 얼마든지 드릴 테니 한 번 봐주실래요?"
"잠깐 이것만 하고... 어?"
히비키양은 방문한 상대를 보자마자 정색하였습니다.
기계를 만지느라 신난 꼬리도 아래로 추욱 내려갔죠.
"이 카메라인데요. 촬영을 하려고 할 때마다 노이즈가 껴서"
"아, 이거?"
손으로 들고 난 뒤 대충 이리저리 둘러봅니다.
"문제 없는데?"
"네?"
"문제 없다고."
"아니, 제대로 보지도 않았잖아요?"
"봤잖아."
"장난해요? 지금? 여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왜 그래 히비키?"
설전이 오가자 엔지니어부의 부장인 우타하양이 등장합니다.
"고장나지도 않은 기계를 가지고 고쳐 달라고 하잖아. 이 사람 이상해 선배."
"나가줄래? 한가하지 않거든 우린"
"......"
문전박대를 당한 마이에게 쐐기가 꽂히는 일이 발생합니다.
아무런 수확 없이 부실로 돌아오자. 자신의 자리에 왠 발키리 학생분들이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실례합니다. 카자마키 마이씨 맞습니까?"
"네... 저입니다만?"
칸나양은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다음. 마이의 팔을 붙잡았습니다.
"뭐, 뭐에요 갑자기!? 발키리가 왜 저를"
"일단 서까지 동행해주시죠. 협조 부탁 드립니다"
"...선생님 문제인가요? 네?"
"여기서 말할 순 없습니다."
경찰서로 향할 때까지. 마이는 스스로를 안심 시키기 위해 몇 번이고 낙관적인 미래를 그렸습니다.
'선생 짓인가? 설마 학생을 고발할 줄이야...'
'그래도 기껏해야 초상권 침해 정도야. 사진을 사고 판 건 모르겠지. 발키리잖아? 사이버 수사 팀도 없는 오합지졸이니까'
"초상권 침해, 불법촬영물 유포 및 소지죄, 불법 침입죄"
"네?"
예상을 깨고 발키리는 마이의 모든 범죄 기록들을 낱낱이 들춰냈습니다.
"아니... 어떻게? 에?"
"왜 모를 거라 생각한 겁니까."
"저 어떻게 되는 거죠...?"
"범죄 수익금은 전부 압류입니다. 당신은 크로노스 스쿨에서 급료를 받았기에 책임 능력이 있는 걸로 판단. 피해자 분과 합의를 진행하시죠. 못할 경우는 뭐. 빨간줄이죠."
"......아아..."
눈 앞이 노란 기분이었을 겁니다.
도촬로 번 수익들은 전부 흥청망청 써버렸거든요.
가장 비싼 재산인 카메라는 교환이 불가 했으니 환불도 못하겠죠.
인생에서 가장 긴 하루를 보낸 마이는 홀린 듯이 샬레로 방문하였습니다.
이미 그곳엔 시논도 있었죠.
"선배도..."
"응...."
둘은 사무실로 올라가 선생님과 대면했습니다.
"저... 선생님. 긴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거부한다."
"네?!"
"넌 형사 소송이 진행중이잖아. 가해자와 피해자가 만날 수 있는 건 합의를 위한 형사 조종일 때 뿐이다. 하지만 넌 제의한 적 없고 나도 동의한 적 없다. 돌아가지 않으면 경찰을 부를 거니 그리 알아라."
학생분들의 싸움은 요란했지만, 어른들의 싸움은 싸늘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선생님의 무정한 태도에 결국 둘은 완전히 꺾였습니다.
"죄송합니다아..."
도게자를 박아도 선생님은 시선을 주지 않습니다. 학생으로 보고 계시지 않거든요.
"왜 그래?"
"전부 죄송합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이익에 눈이 멀어서 하면 안되는 짓을..."
"그, 그래도 선생님이 총으로 위협했단 기사는 저희가 쓴 게 아닙니다. 증거도 있어요!"
"그걸 어떻게 믿고? 그동안 날조랑 선동을 밥 먹듯이 한 너희들 말을 누가 믿어 주냐고"
"선생님 제발...!"
"솔직히 말하자면, 난 딱히 그걸 누가 썼는지 상관 없어."
"예에?"
선생님께선 쪼그려 앉아 둘과 시선을 맞췄습니다.
"진실은 상관 없다고. 그냥 너희들이 마음에 안 들어. 합의나 취하 따윈 없을 거야."
"선생님이 어찌 학생한테 그런..."
"너희들은 학생이 선생한테 왜 그랬는데"
가슴 속에 비수가 박히자. 그 동안 어른을 모방한 두 기자들은 어린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한창 바라보시다가. 다시 원래의 인자한 얼굴로 둘을 내려다봅니다.
"흐흑... 으흑..."
"그래. 기분이 어떠니 너희 둘. 세상한테 따돌림 당하는 기분이"
"죄송합니다아... 반성하고 있으니 제발 그만..."
"역지사지다. 사오리가 어떤 기분인지 이해가 가?"
"네... 네... 다신 안 하겠습니다!..."
"선생님 부디 선처를..."
"그래 뭐. 용서해주마. 고소도 취하하고."
"감사합니다! 정말!"
"하지만, 난 용서하더라도 학생들한테 박힌 미움은 너희들이 알아서 회복해야 해."
"네? 그건 선생님의 지시가 아닌-"
"말이 되겠냐 그게. 그 많은 학생들을 무슨 수로 조종해."
"아니, 아니 그럼 어떻게 해결을 해야..."
멈췄던 눈물이 다시금 흐릅니다.
전부 선생의 꾀가 아닌, 학생들의 자발적 의지였단 걸 깨닫자 도저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겠죠.
"너희들은 항상 쉬운 길만 찾는구나."
"......"
"그래서. 신뢰를 얻기도 전에 자극적인 기사로 사람들을 우롱했지. 안 그래?"
"네. 그렇습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이상. 남은 선택지는 하나 밖에 없어. 시간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라뇨..."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사람은 보기보다 단순한 생물이라. 관심이 적어지면 저절로 잊거든. 그 때까지 참고 살아야지 별 수 있어?"
"기약 없이 버텨야 한다니. 그건 너무..."
"사오리는 이미 하고 있던 일이야. 너희들 때문에 더 연장되어버렸고"
"...!"
그 일침을 끝으로 둘은 말없이 사무실에서 퇴장했습니다.
이후엔 선생님의 말대로 그저 시간을 인내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논이 말했던 것처럼, 정정 보도는 보는 사람이 많지 않았습니다.
아직 그녀들에 대한 멸시가 남아있었죠.
선생님은 그런 둘을 배려하기 위해 남들보다 당번으로 뽑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치우겠습니다."
"고맙구나 마이"
당번으로 방문했을 때는 성실하게 행동했습니다.
의외로 선생님과 문제가 없어 보이는 모습에 학생분들도 경계를 풀기 시작했죠.
"와아~ 진짜 잘 찍네?"
"뭐... 기자 출신이니까요."
"나도 찍어주라! 선생님이랑 투샷으로"
정말 시간이 해결해주기 시작한 겁니다.
비록 학교에선 또 다시 좌천당해 이젠 기사도 못 씁니다. 방송 장비를 옮기는 막노동을 하고 있죠.
그래도 불만 없이 묵묵히 일을 하자. 더 이상의 징계는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사오리양 역시 회복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진심 어린 해명이 통했거든요. 길거리에서 급습을 받는 경우는 없어졌지만
여전히 색안경을 끼는 분들은 계시기 때문에. 블랙 마켓을 전전하는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오리. 자."
"그... 아즈사. 마음은 고맙지만. 이 여름에 방독면은 부담스럽다."
"그렇다면 히후미의 위장은 어때?"
"빵봉투 보단 차라리 내 마스크가 낫겠군"
주변의 도움 덕에 샬레에서 독립하는 건 성공했습니다.
얼굴을 가리고 활동하자. 그나마 불러주는 곳이 생겼습니다.
"피유~"
"담배 피셨네요."
"윽. 찍은 거 아니지?"
"훗. 어차피 기사 쓸 권한도 이젠 없다구요."
그래도 담배는 껐습니다. 마이양도 소중한 학생이 되었거든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뭐가? 잡일로 부려 먹는 입장인데"
"그냥요. 여기선 뭔가 마음이 편하네요. 크로노스에선 부서끼리 헐뜯기 바쁘거든요. 학교보단 블랙기업이에요."
"그러냐......"
푸른 창공을 바라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 덕분에 세상 만물 모든 것에게 햇빛이 전해집니다.
"마이. 넌 여기 익숙해서 모르겠지만, 여긴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갑자기요?"
"선생님이 살던 곳이랑 비교하면, 천국이야. 꼰대같이 들리겠지만"
"피이..."
"시치미 떼지 마. 너도 쓸 거 없어서 날조나 하고 다닌 주제에"
"아~ 반성하고 있어요 지금도..."
"아무튼. 만약 다시 카메라를 잡을 수 있게 된다면. 그 때는 자극적인 기사만 쫓지 말고. 놓쳐버린 소중한 것들도 다시 돌아봤으면 좋겠구나"
"...알겠습니다."
완전히 봉합하는데 시간은 걸렸지만, 훗날 마이양과 시논양은 방송으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이죠?
......
이렇게 극소노부터 대노까지. 준비한 사례들을 전부 소개해드렸네요.
네? 왜 극대노는 나오지 않냐구요?
헤헤. 사실. 선생님이 극대노 하신 경우는 아직까지 없습니다.
제가 정의한 극대노는, 명백한 악의를 가지고 사람을 해하려 드는 단계입니다.
일반인도 일생에 몇 번 없을 순간이죠.
선생님께선 아직 이 단계까지 도달한 적이 없습니다.
총을 들고 쏘는 선생님이라. 잘 상상이 가지 않으시죠?
그럼에도 굳이 극대노란 분류를 남겨둔 이유는...
예를 들자면 사형 제도 같은 거겠죠.
선생님의 고향에선 사형이 존재는 하지만, 실제로 집행되고 있진 않다고 합니다.
궁금하여 그 이유를 여쭤보니 선생님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한계를 미리 설정한 거겠지. 국가가 유사시엔 개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이렇게. 경각심을 주는 의도로 남겨둔 유명무실한 제도일 거야. 아로나쨩'
저도 극대노란 분류는, 한계를 표현하기 위해 미상으로 남겨둡니다.
부디, 선생님께서 극대노할 상황이 닥치질 않길 기도하면서...
이만 프로그램을 종료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의 분노 5단계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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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ㄱㅅ
무슨 초성이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