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가스밸브를 안 잠그고 온 것처럼 사소한 탄식.
방과후 디저트 부원들은 카즈사의 발걸음이 멈춘 걸 깨닫지도 못했다.
"여어."
뒷골목에 진을 친 스케반이 다가오고 나서야 뒤늦게 운이 나쁘단 걸 체감한다.
"......"
"팔자 좋네. 아가씨들이랑 소꿉놀이?"
"신경 꺼."
선을 긋는 듯한 단호한 대답. 마스크에 가려졌어도 스케반의 얼굴이 구겨진 건 알 수 있다.
"퉷!"
마치 여긴 자기 구역이라는 양 바닥에 침을 뱉고 그어진 선을 넘는다.
"정녕 너가 그 카스팔루그 맞냐? 내가 사람을 잘못 봤나?"
불량배 주제에 성실한 제목 회수.
"이젠 아니야."
"섭섭하게 굴지 마~ 정말 우리랑 쌩까버리기냐?"
과거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법. 그건 우리 내면에 있으니까.
방디부 친구들에게 죄악감을 느껴도 그저 주먹을 쥘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트리니티로 들어갔다고?"
"어."
"풉! 어쩐지 꾸미고 다니나 했다. 총도 아주 깜찍한 색으로 뽑았네? 엄마가 골라 줬냐?"
"당연히 엄마가 사주지. 넌 누가 사줬는데?"
".......그래 이번엔 너가 이겼다."
분노를 삭히듯, 손가락 관절을 풀며 기분 나쁜 예열음을 들려준다.
"난 몰라도 애들한테 손 대면... 가만 안 둘거야."
"푸하하하!"
행동대장격인 스케반이 웃자 뒷골목에서 광소가 메아리친다.
"이야~ 그렇게 의리 있는 분이 왜 배신했을까?"
"......"
말을 아끼는 모습에 흥미가 떨어졌을까. 쥐고 있던 총을 등으로 넘긴 뒤 골목으로 물러난다.
"아케미 큰누님이 돌아오셨다."
"...어쩌라고"
"설치던 헬멧단 놈들을 잡기 딱 좋을 때야.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준다면 네 처분이 달라질 걸"
"싫어."
"그럼 뭐 알아서 해라.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학생들이 또 트리니티인 건 알지? 키킥!"
'탕!'
스케반의 경고 사격이 카즈사가 들고 있던 케이크 박스를 관통한다.
"저 자식이...!"
"그만둬. 이 정도면 싸게 먹힌 거니까."
감기에 걸린 듯 잠긴 목소리와 최소화된 동공.
과거의 카즈사를 간접 체험한 듯한 느낌에 어색한 공기가 흐른다.
"과연... 주먹을 내지 말아야 할 싸움도 있는 법이지."
"아오~ 너까지 열 받게 하지마!"
"꺼흑! 어째서 나한테 화풀이..."
항상 맹해보이지만 이럴 땐 나츠가 제일 든든하다. 단숨에 분위기를 원래대로 되돌렸다.
"저기... 미안해. 내가 괜히 블랙 마켓 주변 가게로 오자고 해서..."
"왜 아이리가 사과하는 건데?... 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오히려 말려들게 해서 미안."
"카즈사쨩......"
인원 수에 맞춰 산 5개의 케이크 중 하나가 망가졌다.
결국 카즈사와 아이리는 둘이 아웅다웅거리다가 반씩 나눠먹기로 약속하고, 다시 선생에게 향한다.
한편 같은 시각 샬레에선
'똑. 똑.'
"누구세요?"
"그릇 찾으러 왔심더~"
"안 시켰는데예~ 그리고 요즘은 다 플라스틱 쓰잖아"
상대는 애초에 허락 따위 상관 없었단 듯 자연스럽게 사무실로 들어온다.
"코노카였구나"
"치와스~ 잘하셨슴다 선생님. 요즘 보이스피싱이니 나야나 사기 같은 게 흔하니까 의심 먼저 하는 습관 기르십셔. 선생님은 유명인사니."
비번인 코노카는 제복 없이 하와이안 셔츠만 입고 와 경찰로 보이지 않았다.
"밥은 잘 먹고 다니심까?"
주말에도 일하는 모습에 측은지심을 느꼈는지 코노카는 단숨에 거리를 좁혀왔다.
"당연하지."
"헤에. 그런 것 치곤 피곤해보임다. 머리도 떡져 있지 않슴까"
"하하. 주말이니깐 뭐... OFF모드 입니다."
"그럼 안됨다! 공직자는 품위유지도 업무거든요. 가서 제대로 씻고 오십쇼. 그동안 제가 대신 일할테니깐"
"당번도 아닌데 어떻게 시키니. 편하게 있어 줘."
"아~ 아~ 우리 사이에 이러김까? 설마 절 못 믿는 거?"
뭐 다른 학교도 아니고 총학생회 산하 기관인 발키리 소속이니까. 조금은 의지해도 될까
"그럼 금방 올게 코노카. 날인란에 도장만 찍어주면 돼."
"식은 죽 먹기죠."
"아, 대신 게헨나, 붉은 겨울, 크로노스 세 학원 서류는 따로 빼줘. 확인할 게 있어서"
"아하. 이상한 학교들만 말이죠. 이해 했슴다."
'쾅 쾅 쾅'
기세 좋게 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가끔씩 발키리 문서가 있으면 칸나의 문체를 확인하곤 음흉하게 히죽거린다.
'딩동'
샬레 인터폰이 울린다. 단둘의 시간이 방해 받을까 봐 숨 죽이고 없는 척을 한다.
"안 계시나?"
"아냐. 안에서 소리가 들렸어."
"이크"
힘이 너무 세도 탈이다. 코노카의 요란한 도장 소리 때문에 이미 방디부는 인기척을 느꼈다.
"선생님~ 저번 보답으로 케이크 사왔어~ 안 열면 우리가 다 먹는다?"
약속이라도 있었던 걸까 차마 선물까지 사왔는데 보내버리는 건 경찰의 됨됨이가 아닌 것 같다.
"에이~ 누구심까."
선생 허락 없이 들여보내는 것도 경우가 아니라 수고스럽게 현관에서 맞이한다.
'여자 목소리?!'
불량배와 만나고 축 쳐져 있던 카즈사의 귀가 치솟는다.
어떤 년인지 확인하기 위해 눈에 힘을 팍 주곤 통창 너머를 본다.
"선생님은 지금 씻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응?"
"!"
집요할 정도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둘의 눈이 마주친다.
상대를 확인한 카즈사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선다.
"다, 당신은..."
온 몸의 털이 곤두선 모습. 레이사를 봤을 때와는 결이 다른 당혹감이다.
"으잉!? 너 설마 카스팔루그?"
"윽! 으으..."
친구들도 당황하여 카즈사의 반응을 기다린다. 카스팔루그라 불렸는데도 화를 내지 않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하아~ 망했다. 오늘 운세는 좋았는데... 하필이면 검은 고양이랑 만나다니 재수 없게시리~"
코노카는 자연스럽게 어깨 동무를 건다. 무게를 많이 실었는지 카즈사가 불편해 보이지만 찍소리도 하지 못한다.
"응? 어떻게 책임질 거야. 모처럼 주말인데 마가 끼었잖아."
"...미안..."
"그새 말이 짧아졌네"
"...합니다."
'존댓말?!'
선생에게도 중요할 때가 아니면 반말인 카즈사가 존댓말이라니.
스케반도 두려워 않던 그녀이기에 더더욱 코노카에 대한 경계도가 올라간다.
"호오~ 케이끼 사왔네? 맛있어 보인다~ 내 껀 없냐?"
"어, 없어요... 인원 수 대로 사왔으니깐"
"하아~ 아쉽다. 마침 단 게 땡겼는데~"
설상가상 디저트를 탐내는 모습을 보이자 방디부의 인내심이 시험 받기 시작한다.
안 그래도 하나가 망가졌는데 더 잃는다면 동아리의 자존심이 흔들린다.
"저기요. 왜 이렇게 무례하게 행동하시는 건가요?"
"응?"
"아, 아이리...!"
결국 참다 못해 부장격인 아이리가 나섰다.
착한 사람이 화를 내면 으레 무섭기 마련이지만 코노카는 여전히 기세등등이다.
"앗. 카스팔루그 친구? 헤헤. 이 녀석 좀 잘 부탁할게 하도 말썽꾸러기라"
"카즈사는 이제 스케반이 아니에요. 그러니 괴롭히지 말아주세요."
"괴롭히다니 너무하네~ 친구끼리 장난 치는 건데... 안 그래 카스팔루그?"
"전형적인 불량배 말투. 신뢰할 수가 없네."
나츠 역시 방패를 들어 언제든지 친구들을 보호할 태세를 갖추었다.
"이, 이 이상 카즈사를 괴롭히면..."
"괴롭히며언~?"
상대는 잘 모르지만 카즈사가 쫄아있는 걸 보면 보통내기는 아닐 터.
마음 같아선 정의실현부를 호출하고 싶었지만 트리니티 관할이 아니므로 무리다. 지금 최선의 방법은
"경찰을 부르겠어요!"
"히익! 겨. 겨. 겨. 경찰?"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SRT도 폐교한 마당인 발키리는 이빨 빠진 호랑이임에도 상대는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그, 그래! 경찰! 샬레 주변엔 CCTV도 많으니까 조심해야 할 걸?"
"경찰?! 어, 어, 어 어떡해! 히익~! 죄송함다!!!"
호들갑을 떨더니 숙녀처럼 팔을 가슴 주변으로 휘저으며 뛰기 시작했다.
샬레 뒷편으로 도망친 코노카를 보며 방디부는 숨을 돌린다.
"해치웠나?"
나츠의 한마디가 괜한 징크스를 자극 시킨다.
"어흠!"
도망쳤을 때와 달리 이번엔 남자 다운 팔자걸음으로 당당히 걸어온다.
"뭐, 뭐야! 진짜 신고 당하고 싶어?"
"넵. 신고 들었슴다. 여기 불량배가 있다면서요?"
비번일 때도 들고 다니는 경찰 신분증을 펼쳐 자신의 직업을 보여준다.
"에?"
"뭘 그리 놀라심까? 내가 바로 경찰이라고요."
"......"
"뭐. 오늘은 비번인지라 힘 쓰는 건 이 쪽도 사양~ 카스팔루그만 얌전히 있음 터치 안하겠슴다."
'짝!'
"그읏!"
박차를 먹이듯 카즈사의 엉덩이를 때린다. 얼굴을 붉히지만 저항하지 못하는 모습에 다들 마른 침만 삼킨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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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어서

카스팔루그가 맞지 않나 ? 글은 재밌게 읽었음
헷갈림ㅋㅋ
@ㅇㅇ

개맛잇네 캬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