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
1 / 2"그런 이유로 말입니다만. 한 달 앞둔 트리니티 대청소에 시스터후드도 구호기사단도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 이유는 무슨 말인가요? 나기사씨. 오늘은 그저 친구로서 다과회에 초대받았을 텐데요?"
"당신은 항상 그렇죠. 나기사님. 그런 얘기가 있다면 있다고 먼저 말하면 될것을."
햇살이 내리쬐는 오픈 테라스에 비치된 의자에 세 소녀가 앉아있다.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테라스. 주로 티파티가 이용하는 그 장소에서 온화한 금발을 길게 뻗은 흰 날개의 소녀, 호스트인 키리후지 나기사가 홍차를 입에 한모금 넘겼다.
초대받은 건 두 사람. 한 사람은 트리니티 대성당을 거점으로 자선활동을 주로 하는 시스터후드의 대표자. 긴 백발의 소녀, 우타즈미 사쿠라코.
그리고 또 한 사람은 푸른 머리의 소녀. 분홍색과 흰색을 기조로 한 너스캡이 특징인 소녀, 구호기사단 단장 아오모리 미네였다.
어떤 사정으로 기능부전에 빠진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학생회인 티파티. 이를 보좌하듯 시스터후드와 구호기사단은 현재 행정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티파티 호스트와 시스터후드의 리더, 그리고 구호기사단 단장이라는 이 멤버는 학원의 수뇌진이 된다.
그렇다면 이 다과회 안에서 펼쳐지는 대화는 학원 운영에 관련된다는 게 필연적일 것이다.
세 사람은 홍차를 즐기면서도 그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트리니티 대청소, 그렇게 말하고 보니 벌써 한 달밖에 남지 않았군요. 그건 매년 티파티가 감독해오지 않았나요?"
"그러나 만전이라고는 할 수 없는 티파티의 현상황을 생각하면 이 이야기, 납득해줄거라 보신거 같지만."
사쿠라코가 고민하며 미네는 사쿠라코의 말에 편승하듯 말을 꺼낸다.
트리니티 대청소는 소속된 모든 학생이 청소를 실시하는 학기 말 대형 이벤트다. 첫 발안부터 전통이라 불리게 될 때까지 줄곧 티파티가 일체를 책임져 왔다. 일반 학생들에게 평판이 좋지 않은 행사지만 역사 있는 아가씨 학원인 트리니티에 걸맞는 소박하면서도 마음씨 고운 행사 중 하나였다.
그러나 작금의 사정으로 운영측인 티파티에 인원이 부족해 이대로는 개최가 어렵다. 그래서 나기사는 두 사람에게, 정확히는 시스터후드와 구호기사단에 말을 건 것이었다.
"어떠신가요?"
나기사의 물음에 침묵이 떨어졌다. 분명 좋지 못한 반응에 나기사는 홍차를 삼킨다.
머뭇거리며 사쿠라코가 입을 열었다.
"평소 이용하는 배움터를 향한 감사를 담은 봉사 활동. 그 이념은 시스터후드의 이념과도 일치합니다. 물론 찬동도 합니다만... 운영에 종사하겠느냐고 하면..."
"적절한 구호활동을 하려면 위생환경이 제일. 하지만 기사단 인력은 늘 부족하고 돌릴 수는 없습니다."
사쿠라코는 돌려서, 미네는 직구로. 각자의 성격이 드러나는 형태로 협조 요청을 거부했다. 반쯤 예상했던 일이지만 나기사는 한숨을 쉰다.
나기사도 알고 있기는 하지만 두 사람은 결코 청소가 싫기 때문에 거절하는 것은 아니다. 시스터후드도 구호기사단도 봉사 활동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티파티만큼은 아니더라도 두 조직 모두 에덴조약 사건으로 흔들리는 중이라 지금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나기사는 새삼스럽게 그것을 실감했다.
(친구를 상대로 이건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알겠습니다. 이 얘기는 일단 접죠. 그럼..."
덜컥, 하고 사쿠라코가 의자에서 뜨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보니 사쿠라코씨는 단것을 좋아하셨죠)
"사쿠라코님, 경박해요."
"실례했습니다."
드문 미네의 잔소리에 사쿠라코는 다시 의자에 앉아 뺨을 물들였다.
"예를 들어 하는 얘기지만 여기에 가난한 세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뜬금없는 나기사의 화제 전환에 사쿠라코와 미네는 어리둥절하다.
"눈 앞에는 딱 한 조각의 케이크. 이걸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나기사의 말을 끊고 두 사람은 고했다. 여기까지 말한다면 짐작하기 쉽다. 만약 둘 중 한 명이 사이좋게 케이크를 3등분하자고 하면 그것을 방패 삼아 다시 한번 대청소 협조 요청을 문제삼을 게 뻔하다. 그렇다면 고생도 3등분인 셈이다. 눈앞의 나기사라는 인간은 그런 인물이라고 두 사람은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모범적』인 해답을 줄 수는 없다. 두 사람이 주저하던 중 처음 입을 연 것은 사쿠라코였다.
"나기사님은 평등하게 3등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모양인데, 저희 시스터후드의 생각은 다릅니다."
"그런가요?"
이렇게 말하면 눈앞의 호스트가 조금은 당황할거라 생각했지만, 나기사는 어디까지나 상냥하게 사쿠라코에게 미소짓는다.
"네. 시스터후드가 숭상하는 것은 희사(喜捨)*의 정신. 자신의 몫을 버려서라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 가장 은혜로운 자가 다른 자에게 내주어야 합니다."
*어떤 목적을 위하여 기꺼이 돈이나 물건을 내놓음
"동감입니다. 애초에 구호란 멸사(滅私)*의 정신으로 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도 만약 그 자리의 한 사람이었다면 사쿠라코님과 똑같이 했겠죠."
*사사로운 욕심이나 정을 버림
나기사는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속으로 싱긋 웃는다.
"그렇군요. 그 말을 들으니 안심이 됩니다."
"네...?"
"안심, 인가요?"
틀림없이 분한 모습을 보일거라 생각한 나기사의 표정이 전혀 변하지 않자 사쿠라코는 한기를 느낀다.
"실은, 이때를 위해 고생해 얻은 미라클 5000을, 어딘가의 걸신들린 고릴라가 두 조각이나 먹어 버려... 한 조각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네?"
사쿠라코에게서 기운빠진 목소리가 났다.
"하지만 두 분은 희사와 멸사의 정신이 있으신 듯하여 감사하게도 제가 혼자 받겠습니다."
얼굴에 가득한 웃음으로 고하는 나기사에게 이번에야말로 사쿠라코는 덜컥 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무슨, 치, 치사해요 나기사씨!! 당신은 항상 그런식으로!"
"무슨 말씀이시죠, 사쿠라코씨? 저는 처음부터 케이크 얘기를 했는데요?"
"하지만! 제가 미라클 5000을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제 티파티가 미라클 5000을 손에 넣었다는 정보를 입수했을 때부터 혹시 이 다과회 때문에? 라며 사쿠라코는 가슴뛰고 있었던 것이다.
덧붙여서 미라클 5000이란, 트리니티 자치구의 변두리, 솔루트 강변에 있는 디저트 가게의 매진 속출하는 한정 케이크다. 트리니티 종합학원에는 양갓집 규수가 잔뜩 있지만 그 중에서도 미라클 5000을 손에 넣은 적이 있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저는 딱히 단 것에 눈이 먼 건 아니지만, 나기사님의 그 속임수 같은 방식은 좋다고 여겨지지 않습니다."
"미네씨, 침이 흐르고 있어요."
"앗."
나기사의 지적에 품에서 미네는 손수건을 꺼내 입가를 닦았다. 여전히 나기사는 시원스런 얼굴로 홍차를 즐긴다. 그것이 두 사람에게는 이겨서 기세가 오른 것처럼 보였다.
사쿠라코와 미네는 속으로 이를 간다. 눈앞의 나기사라는 인물은 티파티에 있어서 유리조노 세이아처럼 특수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소노 미카처럼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것도 아니다.
단지 그 소행과 리더십, 조정과 협상의 능력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정치 불개입이었던 시스터후드의 사쿠라코와 애초 그런 것에 맞지 않는 미네가 입으로 이길 수는 없다. 그걸 지금 괴로울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가다가는 모처럼의 미라클 5000을 맛볼 기회를 놓치고 만다. 비록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도 여고생에게는 싸워야 할 때가 있다. 다행히 이쪽은 둘이다. 사쿠라코와 미네는 동시에 서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미네.
"아까도 말했지만 나기사님. 그런 방식은 좋아할 수 없어요. 성의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죠."
어디까지나 올곧은 미네다운 말. 정론. 보통 사람이라면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나기사는 그 정도는 예상의 범주라는 듯 시원스런 얼굴로 대답한다.
"저는 제대로 대청소 얘기는 철회하고 케이크 얘기를 했습니다. 조금 우회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사과드립니다만,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착각하신 건 두 분이 아닐까 하는데요?"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착각... 그렇게 만든 건 당신이 아닌가요?"
나기사의 뺨이 처음으로 씰룩였다.
"어머, 조금 말실수가 있었나 보네요..."
주눅듦도 없이 그렇게 인정하면서도 아직 여유가 있어 보이는 나기사에게, 지금이 타이밍이라는 듯이 사쿠라코가 몰아붙인다.
"나기사씨는 저에게 희사의 정신이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저희는 가난한 세 사람이 아니며 평등하게 가난하지 않습니다. 여기는 티파티의 호스트인 당신이 우선..."
"사쿠라코님, 그 이상은 안됩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말하려던 사쿠라코를 갑자기 아군이었을 미네가 막아세운다.
"이거 놀랍네요. 설마 시스터후드의 대표자인 사쿠라코씨가 베풂을 강요하려 하다니."
"앗."
일부러 입에 손을 얹고 말하는 나기사의 그 말을 들은 사쿠라코가 백자 같은 하얀 피부를 수치로 물들였다. 케이크 욕심에 해서는 안 될 말을 할 뻔했다. 사쿠라코는 미네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러나 사쿠라코와 미네의 동맹은 공격하기 어려워지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침묵 속에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노려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만약 제3자가 있다면 학원 수뇌진이 의견다툼을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는 케이크를 누가 가지는가 하는 엄청 귀여운 일로 옥신각신하고 있다.
여기서 나기사가 그 시선을 물린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눈앞의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사쿠라코씨의 말씀도 이해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렇게 말하려 했습니다. 케이크 한 조각을 3등분 합시다, 라고."
"......"
달그락하고 찻잔과 받침이 테이블에 놓이는 소리가 묘하게 크게 울렸다.
"저희는 이제 트리니티의 운명공동체. 케이크를 먹는 행복도, 거기에 『괴로움』도 함께 나눠야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무슨 의미인가는 아시겠지요? 라는 함축적인 시선으로 나기사는 작게 고개를 숙였다. 그 말과 몸짓에 두 사람은 완패를 깨달았다.
결국 나기사는 케이크를 독점하고 싶은 것도, 두 사람의 일감을 늘리고 싶은 것도 아니고 트리니티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세 사람 모두 공통적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쓸데없이 싸워도 의미가 없지 않은가.
사쿠라코는 한숨을 한 번 쉬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한 가지 우려가 있다.
"어쩔 수 없군요. 대청소 건, 양해했습니다. 하지만, 그... 제가 케이크에 이끌려서 일을 늘렸다고 하면 다른 시스터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딱히 저는 케이크에 넘어가지는 않았는데요?"
"아, 그거 아직 계속하는거군요."
미네의 뻔뻔함에 두 사람은 놀라 서로 웃는다. 그리고 진정된 후, 나기사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물론 누설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위해 사람을 물렸으니까요. 이상, 이념과 현실은 다르다. 이것은 대청소 이야기를 꺼냈을 때 두 분이 말씀하셨죠. 하지만 비밀스레 먹는 케이크 한 조각으로 그 이상과 현실이 결합된다면 그건 멋진 일 아닐까요?"
우려는 불식되었나요? 라는듯한 나기사. 앞으로 산더미처럼 쌓일 고생을 생각하면 멋과는 거리가 멀지만, 나기사의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멋진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째서일까.
딸랑딸랑.
나기사는 옆에 있던 작은 벨을 눌렀다. 사쿠라코나 미네에게는 이름 모를, 티파티 교복을 입은 1학년 학생 2명이 상자에 담긴 케이크와 앞접시를 운반해 왔다.
1학년들은 두 사람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그 케이크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두 사람이 고대하던 미라클 5000이... 3조각 들어 있었다.
그것을 본 사쿠라코와 미네는 다시 참지 못하고 일어나 외친다.
""있잖아요!!""
들은 나기사는 입가를 가리고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물론이죠. 행복이란 나누는 거잖아요? 사쿠라코씨, 미네씨."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61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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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트리니티 수장은 도박으로 딴게 아니제

카케구루이마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