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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上 레드윈터에서 사랑을 담아 ~키보토스 사건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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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붉은겨울 연방학원 자치구에 나타난 흥신소 68. 그 목적은 선도부의 행정관 아코로부터의 의뢰로 『어떤 것』을 게헨나 학원까지 운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어떤 것』을 찾아 나타난 것은 검은 날개의 천사들이었고.....

아루 일행은 『어떤 것』을 무사히 게헨나 자치구로 가져갈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떤 것』의 정체란?

레드윈터에서 사랑을 담아

~키보토스 사건 기록~

목차

프롤로그 - 행정관의 의뢰

1장 - 잔설(残雪)의 붉은겨울

2장 - 정열과 애정과 증오를 걸고

에필로그 - 사랑을 담아

후기

프롤로그 - 행정관의 의뢰

*** 1 ***

눈이 쌓여있다. 발을 내딛으면 게헨나 학원 자치구에서는 느낀 적도 없는 뽀드득거리는 겨울의 감촉이 느껴졌다.

방한구를 착용한 네 명의 소녀들이 그 눈길을 나아간다. 이곳은 붉은겨울 연방학원의 자치구다.

소녀들은 흥신소 68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학생들. 한결같이 게헨나 학원 자치구와 그 주변을 일터로 삼는 그녀들은, 업무를 위해 이 붉은겨울에 와 있었다.

「으으~ 추워추워~」

장갑을 낀 손을 비비며 그렇게 말한 것은 게헨나 학원 2학년, 아사기 무츠키다.

외투와 머플러, 이쪽에 와서 구입한 귀마개가 달린 털모자로 완전무장하고 트레이드 마크인 사이드 테일이 쏙 나와있는 게 귀엽다. 평소처럼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는 큰 가방도 가지고 왔다.

그것을 보고 후훗 웃는 것은 오니카타 카요코다.

"......손을 비벼도 장갑으로는 따뜻해지지 않거든."

그렇게 말하면서 카요코도 무츠키를 따라 손을 비비고 있다. 이쪽도 방한구를 챙긴 뒤 모피 모자가 아닌 머플러에 이어머프를 착용하고 있다. 음악을 좋아하는 그녀가 하고 있으면, 이어머프는 헤드폰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루님, 춥지 않으세요? 피, 필요하다면 근방의 나무를 폭파해서, 따뜻하게 할까요?"

쭈뼛거리면서도 뒤숭숭한 발언을 하는 것은 이구사 하루카. 그녀도 따뜻한 장비에 오늘은 제복 모자 대신 털모자를 착용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하루카. 내 마음은 언제나 뜨겁게 타오르고 있으니까."

그리고 사장인 리쿠하치마 아루다. 장신에 나이스 바디를 오늘은 방한 장비로 감싸고 명백하게 이를 떨며 그렇게 거짓말한다.

"그, 그렇죠! 역시 아루님!"

그런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하루카는 아루를 칭송한다. 아루에게 심취해 있는 것이다.

한편 무츠키는 카요코에게 「아루쨩 또 의미불명인 소리 하고 있어.」라는 듯한 시선을 던졌다.

"슬슬...... 보이네."

그 시선을 받아내며, 카요코는 온통 흰 눈의 끝에 있는 인공물에 눈을 가늘게 떴다. 아루는 겨우 도착했다며 꺾여가는 마음을 어떻게든 감추고, 보랏빛 입술로 자신있게 말한다.

"그래, 붉은겨울의 암시장...... 오늘의 거래 현장이야."

*** 2 ***

사흘 전. 아루는 카요코와 함께 게헨나 학원 선도부 본부에 와 있었다. 부하인 일반부원에게 의외로 정중하게 안내되어, 본부의 복도를 아루는 자신만만한 척하며 당당하게 걷는다.

(어, 어째서 선도부가 업무 의뢰를 하는 거냐고~)

그러나 아루의 마음속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게헨나 학원에 소속된 학생들에게 선도부는 공포의 상징이다. 거의 등교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아니, 등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루에게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실제로 몇 차례 대립하기도 했던 선도부원과 지금부터 어떤 얼굴로 일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아루는 내심 초조해했다.

(이런 일, 받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경영고문[선생님]이 추천해준 일인걸. 게다가...... 이번달 지불도 빠듯하고...)

소중한 걸 위해 약간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 그것은 무법자를 목표로 하는 아루와 흥신소 68에도 적용된다. 세상의 사장들이 골머리를 썩이는 것은 대개 운용자금과 시세라고 정해져 있다.

선도부는 역시 행정측인 만큼 제시된 보수는 파격적이었다.

"아루, 그렇게 무서워하지 않아도 딱히 잡아먹히거나 하진 않아."

뒤에서 따라온 카요코가 아루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걸었다.

"누, 누가 무, 무서워하고 있다는 거야. 이건 흥분으로 인한 떨림인 게 당연하잖아. 앞으로 중요한 일 이야기를 할 테니까."

"그럼 다행이지만."

카요코는 무뚝뚝하게 대답한다. 조금 안심이 됐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이쪽입니다. 저는 들어오지 말라고 들었기에 여기서 실례하겠습니다."

안내해준 부원이 문 앞에서 두 사람을 멈춰세우고 떠났다. 들어가도 되는 듯하다.

"행정관인가..."

표시도 없고 설명 받지도 못한 문 앞에서 카요코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평소 같으면 그 중얼거림에 의문을 가질 아루는 긴장으로 그럴 상태가 아니었다.

"자, 사장."

노크해, 라고 카요코는 제스처를 취한다. 아루는 에, 내가 하는 거야? 라는 표정을 순간 하더니 고개를 흔들며 무언가를 뿌리치고 노크했다.

"들어오세요."

안에서 방울이 울리는 듯한, 그러나 새침한 듯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돌아왔다. 그 목소리는 귀에 익었다.

"들어가겠어."

이미 들어오라는 말을 들었지만 아루는 그렇게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 왠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걸려 넘어질 것 같으면서도 그 방. 행정관 사무실에 들어간다.

"어서오세요, 선도부 본부에. 아루씨, 카요코씨."

맞이한 사람은 선도부 행정관, 특징적인 연한 푸른 머리에 묘하게 선정적인 제복을 입은 소녀. 아마우 아코다. 그 용모는 아름답지만 그보다 눈가의 다크서클이 신경 쓰인다.

"자, 앉아주세요."

어조는 정중하지만 조금도 경의가 느껴지지 않는 듯한 고압적인 분위기로 아코는 응접용 소파에 착석할 것을 재촉했다.

"홍차면 될까요?"

"그, 그래."

의외로 차 정도는 내주려는 듯. 아루는 두리번두리번 주위를 둘러본다.

"사장, 부장은 안 와."

아루는 선도부장의 모습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도부의 의뢰라면 당연히 부장으로부터 의뢰받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네, 부장님은 바쁘셔서요. 여기, 홍차입니다. 인스턴트라 맛은 나쁘지 않을 거예요."

일부러 부장님이 당신을 만나러 올 필요도 없고 비싼 차를 낼 가치도 없다. 분명하게 얕보고 있음을 아루는 피부로 느꼈다.

실제로는 아코의 독단에 의한 의뢰이기 때문에 부장인 히나는 오지 않고, 홍차 또한 스스로 내리는 건 서투르다는 이유로 인스턴트를 선택했기에 맛은 나쁘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지만.

"뭐, 됐어. 그래서, 우리에게 뭘 시키고 싶은 거지?"

아코의 그 태도가 역으로 아루의 긴장을 풀어주고 냉정하게 만들었다. 평소라면 꽤나 만만하게 보였나 보네, 라고도 말해 줄 뻔했지만, 이번의 아코는 중요한 의뢰자[클라이언트]였으니까.

참고로, 인스턴트라도 그럭저럭 좋은 물건인지, 맛은 흥신소 68 사무실에 있는 것보다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장인 소라사키 히나가 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은 아루는 마음이 편했다. 사실 그녀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앞에 두고 상담을 잘 마무리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코는 두 사람의 맞은 편에 앉더니 왼손으로 머리를 빙글빙글 만지작거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당신들 흥신소에 부탁하고 싶은 일은, 운반입니다. 붉은겨울의 어떤 인물, 『에이전트』라고 해둘까요. 그녀에게 접촉해서 물건을 받아와줬으면 합니다."

"운반? 그런 일 때문에 우리를?"

"네, 그 정도라면 당신들도 할 수 있겠죠?"

다시 신경을 건드리는 듯한 말투를 듣는다. 참자고 되뇌이며 아루는 물었다.

"우리에게 의뢰할 정도니까 나름 중요한 거겠지?"

그렇게 일부러 아코를 도발하며. 하지만.

"네...... 뭐, 그럭저럭 중요합니다."

"헤에?"

모호한 대답에 틀림없이 코웃음 칠 거라 생각했던 아루는 카요코와 얼굴을 마주 본다. 카요코 쪽도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혹시 불법적인 물품을 밀수하려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흥신소가 무법자의 회사라고 해도, 금지된 상품쯤 되면 쉽사리 맡을 수는 없다. 리스크 계산을 잘못하면 바로 파멸해 버린다는 사실 정도는 아루라 해도 알고 있다.

"그, 그럴 리가요! 게헨나 자치구의 법으로도, 총학생회법으로도 합법적인 물건입니다!"

아코는 왠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화를 낸다기 보다는 당황한 듯 떠들어댔다. 아까부터 뭔가 아코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평소의 아코는 더 여유롭고 얄미운 느낌이다.

아루도 카요코도 그 정체까지는 알 수 없지만, 뭔가 선도부나 아코 개인에게 있어서 이레귤러적인 사태가 있었다고, 그렇게 예감하게 했다.

"그럼, 대체 뭐야?"

"그것은...... 한 권의 책입니다."

"책?"

옆의 카요코가 중얼거렸다.

"무슨 책?"

별 생각없이 물어본 아루지만, 눈앞의 행정관은 당황한다.

"그, 그런 거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어째서? 어떤 책인지 모르면 수송할 방법이 없잖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꽤나 혼란스러운 듯 아루도 카요코도 말없이 상태를 지켜본다.

"어쨌든 당신들 흥신소는 붉은겨울에서 『책』을 가지고 돌아오면 됩니다! 결코 그 『책』의 내용물은 보지도! 캐묻지도 말 것!"

그 비싼 의뢰비는 입막음비도 포함된다고 아코는 말했다. 그렇게까지 말하면 듣는 것도 꺼려진다. 내용물이 책이라면 그렇게 위험한 일도 아닐거고......

이 의뢰, 하는 일은 간단하고, 의뢰비도 좋고, 클라이언트는 행정기관. 선도부와 무법자라는 동떨어진 관계의 의뢰라고 해도 어느 정도의 리스크는 어쩔 수 없어. 받을 수밖에 없네. 그렇게 생각하고 아루는 승낙의 대답을 하려 했다.

"알았"

"기다려."

그러나,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카요코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뭔가 문제 있어? 카요코."

"아코에게 확인할 게 있어."

쏘아보는 듯한 카요코의 시선...아니, 본인은 지극히 평범하게 보았을 뿐이지만...에 아코는 순간 기가 죽는다.

"아까 게헨나와 총학생회의 법에는 저촉되지 않는 물품이라고 했지?"

아코는 식은땀을 흘리며 카요코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받는 건 붉은겨울 자치구. 그럼, 붉은겨울의 법에는?"

"그, 그건..."

아루는 눈을 크게 떴다. 카요코가 말하길 붉은겨울 연방학원은 학생의 지식을 관리하고 있으며 도서에 관한 법이 엄격하다고 한다.

"역시 밀수잖아!"

"가자, 사장."

물건이 위법인가 합법인가, 혹은 위험이 있는가 없는가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렇게 은폐하는 의뢰자[클라이언트]는 신용할 수 없다. 아루는 일어섰다.

"어머, 진정한 무법자인 흥신소가 책 하나 운반하는 일에 겁 먹은건가요?"

아코가 순간적으로 취한 행동은 값싼 도발이었다. 난처한 나머지 저지른 도발이지만 뜻밖에도 아루의 가슴에 꽂히고 만다.

"지금부터라도 운송회사로 직종을 바꾸는 건 어떠신지? 아아, 책 하나도 운송하지 못하면 일이 안되려나요."

"아까부터 나오는대로 떠들어주네......!"

아코의 도발이 이것 하나뿐이었다면, 이 사장은 냉정하게 대처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까부터 자신들을 깔보는 발언을 계속 참아왔던 것이다.

카요코는 이마에 손을 짚고 고개를 젓는다. 이렇게 된 아루는 이제 글렀다.

"해주면 되는 거 아냐! 거슬리는 선도부에게 우리가 진정한 무법자라고 인정하게 해주겠어!"

밑져야 본전인 도발이 뜻밖에도 큰 효과를 거둬 살짝 움츠러든 아코의 굳은 표정을, 카요코는 놓치지 않고 있었다.

1장 - 잔설(残雪)의 붉은겨울

*** 3 ***

"이런 눈에 파묻힌 노천시장이라니 힘들겠네~!"

무츠키의 밝은 목소리가 차가운 하늘에 울린다. 아루는 암시장이라는 공개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꺼림칙함이 이 자리의 분위기에 나타나는 것처럼 느꼈다.

"아루님! 빨간 수프를 팔고 있어요!"

"보르시치네. 목적지로 가기 전에 사갈까."

그 정체를 카요코가 간파했다. 여기까지 계속 걸어왔기 때문에 직원들에게도 휴식이 필요하다. 결코 자신이 쉬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렇게 자신에게 되뇌이고 애용하는 지갑을 꺼내 스프를 팔고 있는 개 아저씨에게 4인분의 스프를 부탁한다.

"오오~~! 아루쨩 통이 커!!"

무츠키가 기쁜 듯이 환호성을 질렀다. 한편, 그 수프를 처음 발견한 하루카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라며 황송해 하고 있다.

"그, 그, 그럴 생각은!"

"괜찮아, 하루카. 얼마야?"

아루는 의외로 양심적인 가격에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지갑을 열고 안에 소중히 간직해 둔 선생님의 부적을 발견해 조금 안심을 얻으며, 4인분의 대금을 지불한다. 붉은겨울에서도 사용되는 통화는 키보토스 공통의 것이다.

(사장으로서 확실히 사원을 치하하고 신뢰를 쟁취하는 거야)

"하루카, 분명 경비로 뺄 생각이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무츠키가 후훗 웃으며 슬쩍 그렇게 말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확실히 들리게 말하고 있는 것이 정말이지 무츠키답다.

"잠깐, 무츠키! 어째서 말해버리는 거야!"

"부정하지는 않는구나......"

뒤에서 지켜보던 카요코가 그렇게 중얼거린다. 네 사람에게 일회용 그릇에 담긴 보르시치가 돌아간다.

네 명이서 잘 먹겠습니다, 라는 목소리와 함께 빨갛고 따뜻한 수프를 입으로 가져갔다.

"신맛이 있어서 맛있네, 이거."

"몸이 따뜻해져."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뜨거운 수프로 몸을 따뜻하게 한다.

"여,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라는 거였죠?"

하루카가 그렇게 아루 일행에게 확인한다. 네 사람이 수프로 몸을 녹이고 싶었던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여기 있는 건 아니었다. 하루카의 물음에 대답한 건 카요코다.

"암시장에 오면 들어가자마자 이바노프의 가게에서 수프를 먹어라. 에이전트와 접촉하기 위한 암호지."

"그건 그렇고, 선도부가 원하는 건 뭘까?"

아루와 카요코는 선도부 본부에서 아코와 이야기한 내용을 공유하고 있었다.

에이전트를 기다리는 동안의 잡담으로 무츠키가 선택한 것은 『책』의 내용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네, 희귀한 책 같은 거 아닐까? 카요코는 어떻게 생각해?"

함께 선도부 본부에서 아코와 대면한 카요코에게 묻는다.

"선도부 활동에 관계된 게 아닐까. 뒷장부라든가? 누군가의 범죄 증거일지도 모르지."

그, 그런 중요한 거야!? 책의 내용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아루는 깜짝 놀란다. 나는 뭔가 엄청난 일에 휘말려 있는 거 아닐까?

"모르지? 보물지도일지도. 그럼 아루쨩, 선도부 따위에게 주지 말고 보물을 찾으러 가자!"

"보물, 인가요... 부, 부자가 되면 학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을까요?"

하루카의 꿈은 소소하다. 딱히 그 열악한 맛의 학식을 택하지 않아도, 라고 누구나 생각했다.

『숯은 필요없나?』

어느새 수프를 다 먹은 네 사람에게 끼어든, 안경을 쓰고 옷을 껴입은 소녀가 서 있었다. 아니,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두꺼운 옷이지만.

『필요없어, 왜냐하면 태우지 않을 거니까.』

"...따라와."

방금 전 세일즈 토크와는 다른, 남의 눈을 신경쓰는 목소리로 안경 소녀는 네 명에게 말했다. 그러고는 그대로 걸어가 버린다. 심상치 않은 모습에 하루카가 무심코 묻는다.

"지, 지금 건?"

"에이전트네. 약속대로."

무츠키의 말대로 사전에 정한 암호를 통해 말을 걸어온 그녀가 선도부에서 지정한 『에이전트』인 거겠지.

네 사람은 그녀를 놓치지 않도록, 하지만 조금 떨어져서 뒤에서 쫓아갔다.

뒷골목을 돌아 어둠 속으로 나아간다. 눈을 품은 골목의 외풍이 흥신소에게 불어닥쳤다.

골목을 빠져나간 곳은 인기척이 없는 작은 공원의 폐허였다. 공원이라기보다는 주택가 한복판에 덩그러니 있는 광장일까. 주변에는 주택이 빙 둘러 있고 중앙에는 얼어붙은 분수가 있다.

에이전트는 거기서 멈춰서서 아루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너희들이 선도부의 운반인? 쓴 돈에 비해선... 아니, 지금 그런 건 됐나."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그 근처에 떨어진 쓰레기로 위장한 포대를 집어들더니 싸구려 북케이스를 꺼냈다. 케이스 안은 보이지 않는다.

"이게 약속한 물건이야. 사무국에 들켜 모두 불태워졌을 때 유일하게 남은 마지막 한 권."

"마지막 한 권...?"

카요코가 앵무새처럼 물었다. 아무래도 내용물이 책인 건 틀림없는 사실 같다.

"아루님, 제가."

하루카가 앞으로 나아가 안경 에이전트로부터 북케이스를 받았다. 케이스에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거나 접근했을 때 이 에이전트가 위해를 가하려 할 때 사장인 아루를 지키기 위한 조치다. 다른 사람에게는 아루가 냉혹하게 비치겠지만, 이 역할을 원한 것은 하루카 자신이었다.

"위험은 없어?"

걱정스러운 듯이 아루가 하루카에게 묻는다. 하루카는 케이스를 든 오른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물론 에이전트는 아무런 수상한 행동도 하지 않는다.

"너, 너무 가벼워서 아무것도 설치할 수 없을 거 같아요."

하루카는 이렇게 보여도 트랩의 취급에는 익숙하다. 그녀가 말하는 것이기에 케이스에 트랩은 없겠지. 하루카는 뒷걸음질로 아루 일행에게 돌아왔다.

"문답할 시간은 없어. 언제 당국이 냄새를 맡을지 모르니까."

"잠깐, 너무 가볍다는데 정말 『물건』 맞아?"

아루가 불안해져서 안경을 쓴 소녀에게 물었다.

"맞고 뭐고... 아아, 그렇구나. 내용물을 모르고 있단 건가. 알만해, 그런 건 어디서나 마찬가지인가."

에이전트는 제멋대로 납득하고 있다. 뭐, 사실 그대로지만, 이쯤 되면 이 내용물이 무엇인지 신경쓰인다. 카요코가 입을 열었다.

"이 책은 대체 뭐야? 어째서 선도부가 돈을 써가면서까지 갖고 싶어하는 거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안경을 치켜올리며 에이전트는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트리니티의 대도서관에도 존재하지 않아...... 단순히 이 책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냐. 결코 그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는, 그런 새로운 물건이야."

의미심장한 말이다.

"게헨나 선도부가 어째서 이를 원했는지 사실은 몰라. 자신들이 연구하기 위해 입수하고 싶다던데, 거짓인지 참인지."

아루는 다 안다는 얼굴로 응응 새로운 개념이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추위도 있고 머리가 돌지 않아 잘 알지 못했다. 게다가, 내용이 무엇이든 자신의 일은 변하지 않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목적 의식이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의뢰인에게 가져가는 일.

한편 흠, 하고 카요코는 궁리했다. 트리니티 종합학원에 있는 전 세계의 온갖 책이 담겨있다는 대도서관. 그것이 트리니티 지식의 원천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게헨나 학원에도 도서관은 있지만 그 분야에서는 트리니티에 뒤떨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게헨나와 트리니티는 예로부터 대립 관계에 있다. 트리니티에 없는 신개념으로 어떤 분야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선도부가 이 책을 찾을 이유는 된다.

"무, 물건은 받았어. 우리 흥신소 68이 책임지고 선도부에 전달하지."

더 이상 에이전트의 말을 들으면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들킬 것 같아 아루는 다소 억지스럽게 말을 끊었다. 그러나 평화로운 시간은 거기서 끝을 알렸다.

"아루쨩!"

지금까지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주위를 경계하던 무츠키가 긴장된 목소리로 외쳤다. 무슨 일인가 하고 돌아본 순간, 총탄이 땅에 꽂힌다.

"윽!"

아루는 비명을 지를 뻔했지만 참았다. 대신 안경 소녀가 당황한 목소리를 높였다.

"다, 당국의 습격!? 아냐, 저건...... 혹시."

에이전트 소녀가 스스로 부정한 대로, 붉은겨울 사무국의 흰색 제복과는 다른, 검은색 제복을 입은 소녀들이 주위에서 나타난다. 어느새 배치를 완료했는지 사방 모든 골목에서 그녀들은 얼굴을 내밀었다.

"아루님! 지, 지붕 위에도!"

방금 총알을 쏜 것은 각도로 보아 틀림없이 옥상에 자리잡은 스나이퍼다.

"아루쨩, 이녀석들!"

새까만 제복에 검은 날개를 가진 그녀들, 그건 틀림없이.

"정의실현부......!"

카요코의 그 말에 아루는 얼굴이 창백해진다.

(정의실현부라고 하면 트리니티 종합학원의 치안 조직이잖아! 어째서 붉은겨울 같은 곳에!)

아루가 마음 속에서 외친 대로, 트리니티의 치안을 지켜야 할 정의실현부가 붉은겨울 자치구에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관계가 나쁜 게헨나 학원 소속이라고는 하지만 트리니티에 아무런 불이익을 주지 않은 흥신소가 느닷없이 총탄 세례를 받는 건 더욱 의아했다.

"와, 완전히 둘러싸여 있어요!"

뿐만 아니라, 그녀들이 든 소총의 총구는 아루 일행과 에이전트에게 정확하게 겨눠져 있다. 이쪽이 총을 쏘면 곧바로 총알비가 쏟아질 것이다.

(어, 어쩌면 좋아!)

그렇게 생각하며 아루가 주위를 둘러봐도 도와줄 누군가 따위는 어디에도 없다. 아루는 울 것 같으면서도 숨을 있는 힘껏 들이마셨다.

"갑자기 총알로 인사라니, 그게 트리니티의 방식?"

난처한 나머지, 정말 난처한 나머지 뱉은 한 마디가 그녀들의 총구를 내리게 했다. 그리고 그 총구를 내리라고 명령한 인물이 아루 일행 앞으로 걸어나온다.

180cm에 가까운 장신에 아름다운 검은 머리, 마찬가지로 훌륭한 검은 날개를 가진 소녀다.

"설마 게헨나에게 예절에 대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정의실현부 부부장 하네카와 하스미라고 합니다."

아가씨 학원으로 알려진 트리니티의 학생답게 우아한 모습으로 인사하는 하스미에게 아루는 위압당한다. 그러나 여기서 얕보일 수는 없다며 되받아쳤다.

"흥신소 68의 사장, 리쿠하치마 아류야. 용건을 말해."

그러나 명백하게 혀를 씹어버려서 모양새가 나지 않았다. 뒤에서 무츠키가 싱글벙글 하는 걸 아루는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루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봐주는 게 위안이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거 아닌가요?"

"? 뭘 말이지?"

아루는 당연히 알지 못했다. 하스미는 그것을 시치미 떼고 있다고 받아들인 모양이다.

"과연, 게헨나 학원생은 향락적이고 제멋대로인 사람들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있는 것 같군요. 그럼 확실하게 말하죠. 그 『책』을 넘겨주세요."

하스미는 아루가 가진 하루카에게서 받은 북케이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공손한 어조였지만 그것은 명령이다. 거절하면 무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전해진다.

(어, 어째서 이런 책을 원하는 거야!?)

아루는 보기좋게 속아서 이 일을 맡은 것을 후회했다. 근방의 불량배가 상대라면 몰라도, 상대는 선도부와 마찬가지로 무법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인 정의실현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쩔 거야? 아루쨩."

절망하기 시작한 아루에게 갑자기 말을 건 것은 무츠키였다.

"도망갈 길은 없는 거 같은데? 이대로 책을 주고 단념해? 선도부에 어쩔 수 없었어요~ 하고 울면서 말이야."

쿠후후, 굳이 웃으면서 즐거운 듯이 아루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 그런 짓..."

그래, 내가 목표로 하는 진정한 무법자는, 의뢰는 반드시 완수하고 불합리한 폭력에 굴복하지 않아.

"할 리가 없잖아......!"

꺾여가던 아루의 마음에 무츠키가 억지로 불을 붙였다. 기름을 부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러나, 이대로 싸움을 시작해도 완전히 둘러싸인 상태에서는 이길 수 없을 터. 게다가 상대는 트리니티의 전투 집단이다.

(굴복할 순 없지만, 평온하게 끝내고 싶어! 타개할 방법을 생각할 시간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고 카요코쪽을 본다. 그 시선을 눈치챈 카요코는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 하스미를 상대했다.

아루는 트리니티가 이 책을 찾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었지만, 카요코에게는 짚이는 게 있었다.

정말 이 케이스에 들어있는 얇은 책에 트리니티에 없는 신개념이 기재되어 있다면...

"너희들이 나타나면서 이 책에 적혀 있는 신개념이라는 것에 대한 신빙성이 높아졌네."

하스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날카로웠던 눈빛이 어리둥절한 얼굴이 된다. 어라? 카요코는 그렇게 생각했다.

"신개념? 무슨 말인가요?"

이쪽은 아루와 달리 시치미를 떼고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말하는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 카요코는 자신의 생각이, 이 책의 내용을 추측한 게 근본적으로 틀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 그럼 트리니티는 이 책을 어떻게 할 셈이야? 설마 자랑하는 대도서관에 장식하는 건 아니겠지?"

그 말을 듣자마자 하스미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분노에 몸을 떨기 시작한다.

"그런, 그런 공개처형 같은 짓!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찌릿찌릿 주위가 떨리는 듯한 큰 소리가 공원에 울려퍼진다. 예상 이상의 반응에 그곳에 있던 흥신소 멤버들은 당황했다. 정의실현부 멤버들도 갑작스레 화를 낸 부부장에게 잔뜩 겁을 먹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잠깐, 카요코! 상황을 악화시키면 어떡해!"

"ㄴ, 내 탓이야......?"

"쿠후후, 즐거워졌어."

하스미는 손에 든 볼트액션 라이플에 총알을 삽입한다.

"제압하기 전에 알려드리죠. 저는 그 책을 결코 용납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확보해서....... 불태워서라도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갑자기 그런 말을 들은 아루일행은 하나같이 놀란다. 그리고 그 자리의 누구도 그 인물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지만, 하스미의 말에 몸을 떠는 인물이 있었다. 안경 에이전트다.

"자, 여러분, 작전 개시입니다!"

"잠깐, 내, 냉정하게!"

하스미의 명령으로 정의실현부가 사격을 개시하려 할 때, 그리고 아루가 정지의 목소리를 높이려 할 때, 그보다 더 빠르게 총성이 울렸다.

정의실현부가 가진 라이플 소리가 아니다. 아루 일행에게는 익숙한 샷건 소리다.

"아루님에게 위해를 가하다니...... 용서못해!"

어느 틈에...... 아마도 하스미가 소리치고 전원이 겁먹은 순간에 이동했을 하루카가 가까운 상대에게 발포한 것이다.

산탄을 지근거리에서 맞은 불쌍한 정의실현부 부원은 벽에 부딪혀 기절한다.

"히익."

아루의 입에서 넋이 나간 듯한 숨이 새어나왔다.

(하, 하루카! 무, 무슨 짓을~~!)

이로써 대립하는 건 결정적이 되고 말았다. 전원이 어안이 벙벙해진 사이 하루카는 두 발을 더 다른 부원들에게 꽂아넣고 있었다.

(이렇게 둘러싸인 상태에서 전투 개시라니, 끝장이야!)

아루가 비관에 빠졌을 때, 도움은 의외의 곳에서 왔다.

"에잇!"

방금 전까지 외부인처럼 서 있기만 했던 안경 에이전트가 꺼낸 스모크 그레네이드 연기가 눈과 함께 아루 일행을 감쌌다.

"무슨, 사격 중지!"

하스미는 연막이 급속도로 퍼지는 걸 보고 사격하려던 동료들을 제지한다. 완전히 포위한 상태에서 시야가 없는 가운데 마구 쏘면 아군에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노에 떨면서도 지극히 냉정한 판단이었다.

부원들은 총구를 광장 중앙으로 향하며 연기가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그리 머지 않아 연기가 걷힌다.

"없어......?"

아루와 에이전트는 그야말로 연기처럼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차, 찾으세요! 쌓인 눈에 발자국이 남아 있을 겁니다!"

초조함에 강한 어조로 말하는 하스미에게 한 부원이 다가왔다. 키만한 대물 라이플을 메고 있는 숏컷의 소녀, 시즈야마 마시로다.

"하스미 선배..... 저, 책을 불태운다는 게 사실인가요?"

"마시로...... 걱정을 끼쳤군요. 불태운다는 건 게헨나 측에 책을 잃었다고 믿게 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책』을 확보하면 엄중히 보관할 겁니다."

정의실현부에서도 특히 정의를 신봉하는 마시로는 지혜의 원천인 서적을 불태워 버리는 게 정의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스미의 말을 듣고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을 짓는다.

"트리니티의 안녕을 위해 저 『책』을 방치해두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하물며 게헨나의 손에 떨어지다니...... 저희가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시로, 당신의 정의에 비추어 봤을 때 잘못된 행동인가요?"

하스미의 물음에 대답은 금방 돌아왔다.

"뜻에 따르겠습니다. 하스미 선배."

*** 4 ***

흙벽으로 둘러싸인 거친 지하도를 달리며 아루는 에이전트에게 묻는다.

"어째서 우리를 도운거야?"

그녀는 그다지 달리기에 익숙하지는 않은지 쌕쌕거리며 필사적으로 대답하려 한다.

"잠깐 멈출까? 당분간은 따라잡힐 거 같지도 않고."

그걸 본 무츠키의 제안. 설마 정의실현부도 그 공원 지하에 이런 통로가 이어져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그러나 쌓인 눈에 다섯 명의 발자국이 남아있으므로 그것으로부터 이 지하도의 위치를 특정하는 건 용이할 터. 무츠키가 말하는 것만큼 시간이 있을 거 같지는 않았다.

그것을 이해하고 다섯명은 멈춰선다. 아마 지금 듣지 않으면 더 이상 말할 시간이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녀석들은, 그 책을 불태운다고 했어. 우리 지식해방전선은 책을, 지식을 불태우는 걸 용납하지 않아."

지식해방전선이라는 말을 듣고 직감적으로 깨닫는 건 흥신소의 두뇌인 카요코다.

"아마 붉은겨울 연방학원의 동아리 활동이었지. 도서위원 같은 거지만, 책의 규제가 심한 붉은겨울에서 비합법적인 서적을 만들거나 모으거나 하고 있는 거 같아. 나도 소문으로 들은 적 있을 뿐이지만."

카요코가 기억 속 깊은 곳에 잠든 지식을 떠올리며 말했다.

"지식해방전선...... 그것이 당신들의......"

아루는 눈앞에 있는 소녀의 안경테 속에 잠든 격렬한 열정과 책에 대한 애정. 그리고 불태우려는 자에 대한 증오를 느끼며 숨을 들이켰다. 그녀와 그 동료들은 분명 자신의 이상을 위해 싸우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마 그 길은 힘들고 험난했으리라. 여하튼 상대는 붉은겨울 사무국이다. 거역하면 간단하게 범죄자라고 치부되고 만다. 그들은 강권적이고 자신들의 뜻에 따르지 않는 자들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 책은, 빼앗긴 책들 중 마지막 한 권이야. 내 혼신의 작품."

흥신소의 네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설마 눈앞의 인물이 『책』의 작자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이, 이걸 만든 게 본인이었나요!? 그, 그럼 원고 데이터는?"

하루카가 놀라면서도 입에 담은 의문에 안경을 쓴 소녀는 고개를 젓는다. 그것만으로 전해졌다. 상실한 거다.

"당신들에게 이 책을 맡기겠어. 반드시 원하는 사람에게 전해줘."

아루는 훗, 하고 숨을 토하더니 허리에 손을 얹고 말한다.

"누구에게 말하는 걸까! 흥신소 68에게, 우리에게 실패란 있을 수 없어! ...그러고 보니 당신, 이름은?"

거래에 서로의 이름 따위는 필요 없다. 하지만 아루는 눈앞에 있는 이상을 위해 싸우는 소녀의 이름을 알고 싶어졌다.

"히메키 메루. 일단 메루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어."

"그래, 메루. 당신의 열정, 이 리쿠하치마 아루가 이어받겠어. 책을 불태우게 두지 않아. 반드시 『소중히 해주는 사람』에게 전해주지."

"부탁할게."

다수의 발소리가 지하도의 좁은 공간을 통해 들려온다. 검은 천사들이 다가오고 있다.

"출구까지 안내할게. 괜찮아, 지하도는 구불구불하고 복잡해서 구조를 모르는 한 우리를 따라잡을 수 없어."

지하도를 벗어나면 작별이야. 그렇게 말하고 메루는 달리기 시작한다.

아루 일행은 그녀의 선도에 따라 길고 추운 지하도를 달려갔다.

*** 5 ***

지하도를 탈출하고 수시간, 아루 일행은 대륙횡단철도를 타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여정이었지만 4인실 2등 객실을 잡을 수 있었다.

"아루님, 짐을."

바지런하게 시중을 들어주는 하루카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아루는 짐을 건넨다. 하루카는 아루와 자신의 짐을 손에 들고 무츠키와 카요코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하루카쨩. 이쪽은 이쪽에서 할 테니까."

무츠키가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한다. 카요코도 옆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무츠키의 큰 가방은 정리하는 데 고생할 것 같다.

그렇게 짐 정리를 마치자 네 사람은 열차의 마주 앉은 긴 의자 겸 침대에 걸터앉아 하나같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 피곤하네."

카요코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거기에는 아루도 동의한다. 어두운 지하도를 탈출한 뒤에도 추격자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숨어다닌 것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객실 하나를 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네. 아루쨩이 기차를 이용하자고 했을 땐 깜짝 놀랐는데."

"어머, 그렇지만 열차라면 아무리 정의실현부라도 따라잡을 수 없잖아?"

정의실현회는 항공기 같이 열차보다 발이 빠른 탈것을 가지고 오지 않았을 테고. 먼저 열차에 뛰어오르는 건 얼핏 보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치만 아루쨩, 역에 깔려있거나 하면 큰일이지 않아?"

"앗."

아루는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피곤했던 것이다. 당장이라도 발을 쉬고 싶었다.

"그, 그런 일은 없어. 여기는 트리니티가 아니라 붉은겨울인걸. 정의실현부라고 해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반대로 통보받을지도 몰라."

"하긴, 정의실현부는 붉은겨울측에 무단 침입했으니 인원은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 그리고 큰 기자재도 반입할 수 없어. 이 판단은 틀리지 않을지도."

아루의 순간적으로 나온 한마디, 그러나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아루 일행을 쫓고 있는 게 붉은겨울 사무국이었다면 기차를 타는 건 악수였을 터. 즉각적으로 위치가 특정되어 이 객실의 문을 철도 경찰이 노크하게 된다.

그러나 상대도 아루 일행과 같은 자치구에 침입한 자라면 이야기는 다르다.

"그렇군요! 훌륭한 판단력이에요! 아루님!"

반짝이는 눈으로 하루카는 아루를 칭송했다. 그렇고말고, 라며 기분이 좋아진 아루를 다리를 바꿔 꼬며 크게 웃었다.

"앞으로의 일을 결정할까."

잠시 후 웃는 걸 그만둔 아루는 4명을 둘러보며 수중의 지도를 펼쳤다. 테이블은 없기에 무릎 위다.

"지금은 여기, 이 노선이고 이 역에서 내리면 거기서 합류 포인트까지는 도보야. 연락은 했으니 예정된 시각에 그쪽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합류 포인트란 게헨나 학원 선도부가 기다리는 포인트다. 거기서 『책』을 받기로 되어 있다. 아코는 한시라도 빨리 『책』을 입수하고 싶은 모양이다.

네 명 모두 합류 포인트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 그러나 만일을 위해 확인해두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쩔 거야?"

무츠키가 묻는다. 그것은 곧 선도부에 넘길 것인가, 넘기지 않을 것인가 하는 일이다.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카요코가 발언했다.

"이 책이 무엇인지, 그걸 보지 않고는 방침을 정할 수 없어."

결심을 다진 그 말에 하루카가 숨을 들이켰다. 그 자리에 있던 아루와 카요코뿐 아니라 하루카도 무츠키도 아코로부터 『책』의 내용물은 보지 말라고 거듭 확인받았다는 걸 알고 있다.

"아코에게는 미안하지만, 확실히 일을 해내기 위해서야. 봐두자."

아루의 그 말에 무츠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다들 생각은 같았던 것 같다.

하루카가 놓은 짐 속에서 그 싸구려 북케이스를 꺼내 아루에게 건넨다.

"열게......"

잠금장치 같은 건 되어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할까, 싸구려 케이스에 그런 건 붙어 있지 않다. 플라스틱 걸쇠가 탁탁 소리를 내며 열린다.

그 내용은.......

"뭣."

거기에 들어 있던 건 A4 사이즈로 된 큰 한 권의 『책』이다. 케이스를 연 아루만이 먼저 그 『책』의 표지를 보게 된다. 무심코 탁 하고 케이스를 닫아 버렸다.

"뭐야뭐야? 뭐가 들어있었어? 아루쨩이 새빨개져서 놀랄만한 거야?"

(거짓말이지? 뭔가 실수 같은 거 아냐?)

아무튼 이런 걸 다른 멤버에게 보여줘도 괜찮은가. 아루가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 『책』은 무츠키에게 슬쩍 빼앗겨 버린다.

"앗, 흐응."

무츠키는 곧 그 정체를 알아챈다. 다른 두 사람도 표지를 확인했다. 하루카는 하왓,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요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얼굴을 붉히고 있다.

그 『책』의 표지에는, 뺨을 붉힌 여성 두 사람이 서로 바라보는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다. 심지어 그 두 사람은.

"이거, 표지에 그려져 있는 건 아코와 그 부부장... 하스미였나?"

"내용도 보자."

"잠깐! 무츠키!"

아루에게서 빼앗은 책을 망설임없이 펄럭펄럭 넘기는 무츠키. 다들 얼굴을 붉히면서도, 궁금해서 넘어가는 페이지를 무심코 보게 된다.

카요코가 관자놀이를 눌렀다.

그 내용은 표지에서 연상되는 것 그대로의 내용이다. 입장도 있어서 서로 반목하고 있는 두 사람이 실은 사랑하는 사이이고, 주위에 들키지 않도록 밀회하며 그렇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렇게 말하면 금단의 사랑 이야기지만, 문제는 등장인물이 분명히 실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특종 기사가 아니기에 정말로 두 사람이 사랑하는 사이인 건 아닐 거다. 억측을 넘어 공상에 의해 만들어진 거라고 네 사람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째서 아코가 이 책을 손에 넣고 싶어했는지, 하스미에게 이 책을 장식하냐고 물었을 때 어째서 그렇게 당황하며 화를 냈는지, 그 이유도 전부 이해하고 말았다.

"쿠후후, 이건 확실히 고지식한 트리니티 도서관에는 없을 거 같고, 새로운 개념이지."

"그 부부장이 그렇게나 화를 낼 만해."

좋아하지도 않는 상대와 제멋대로 투닥대고 있는 것이다. 흥신소는 하스미를 동정했다. 책을 불태우는 건 과격하지만 자신의 본심을 마음대로 정하는 건 견디기 힘들겠지. 만약 자신들이 소재가 되어있었다고 생각하면, 『책』을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 자체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아루는 눈을 감고 생각한다.

"아루님?"

잠시 얼굴을 붉히고 뭔가 공상을 하던 하루카가 입을 다물고 있는 아루를 눈치채고 걱정스러운 듯 바라본다. 아루는 눈을 뜨고 하루카에게 미소지었다.

"괜찮아. 이 『일』은 반드시 성공시키겠어."

하루카와,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되뇌이고, 분발하듯 말했다.

"하지만 하루카도, 모두도, 좀 더 일해줘야겠어."

그 말에 세 사람은 하나같이 결의를 다졌다.

"쿠후후, 재미있어졌네."

"바라던 바야."

"아, 아루님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누구라도 없애버리겠습니다!"

"그래서? 아루쨩의 방침을 듣고 싶은데."

무츠키가 천진난만한 미소로 묻는다. 거기에 아루는 크게 숨을 들이쉰 후 대답했다.

"나의, 흥신소 68의 방침, 그것은 물론."

다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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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02.22번역

소설핫산) 上 레드윈터에서 사랑을 담아 ~키보토스 사건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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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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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2024.02.2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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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ㅇDC
ㅇㅇ124.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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