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 #실연 #나기사 #네루 #세이아 #히나
원본 by レ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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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날은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가슴에 달았던 코르사주가 묘하게 무거웠던 것을 아직도 떠올린다.
옅은 햇살에 축복받는 그녀의 등을 그에게 떠나보냈던 참이었다.
“어, 어땠어요......?”
그녀는 떨고 있었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 수 없는 그녀의 모습에 나 역시 겁을 먹었다.
에덴 조약 조인식에서조차 이렇게 긴장한 적은 없었는데.
“나기 짱.......?”
눈가에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그녀가 우는 것은 늘 슬플 때였기에 내가 크게 당황했던 것을 기억한다.
선생님의 말씀을 나는 누구보다 믿었기에.
그녀의 마음을 나는 누구보다 알았기에.
“선생님.... 선생님이.......!”
하지만 그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떨리고 있다. 그러나 슬픔의 떨림이 아니다.
감정이 너무 벅차올라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말로 표현하기에는 분에 넘치는 것처럼.
그 순간 나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미카 씨.......!!”
기뻤다.
기뻤을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지키고 싶었던, 가장 소중한 친구가―
“선생님이...반드시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나의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맺어진 것이니까.
<2>
거울에 비친 나는 평소보다 한층 더 꾸민 옷을 갖춰 입고 있었다.
조용히 물결치는 듯한 드레이프.
어깨부터 팔에 이르는 섬세하고 투명한 레이스.
은은한 검은색을 머금은 자카드 드레스는 축복의 자리에 상응하면서도 침묵하는 나와 어울렸다.
별다른 장식은 달지 않았다.
유일한 치장이라고 한다면 손목에 두른 진주 뱅글 정도였다.
―미카 씨, 축하드립니다.
거울을 향해 다시 한번.
입꼬리를 올리고 눈을 아주 조금 가늘게 떴다.
그 미소의 대가로 가슴 부근이 둔하게 아파온다.
그래도 거울 속의 나는 웃고 있다.
이 정도면 분명 괜찮을 것이다.
“.........”
오늘, 키보토스는 변한다.
그것은 확신에 가까운 사실이었다.
학원 간의 전쟁도 아니다.
미증유의 천재지변도 아니다.
더욱 아름답고 무엇보다 신성한.
축복받아 마땅한 사랑의 선서에 의해서.
【샬레의 선생님, 설마 했던 결혼.
상대는 전 티파티, 미소노 미카】
크로노스 스쿨에 의해 대대적으로 발표된 그 뉴스는 순식간에 모든 학원으로 퍼졌다.
속보 영상의 배경에는
그녀의 부드러운 미소와, 선생님의―그 사람의 살짝 쑥스러운 옆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화면 아래에 덧붙여진
“식은 관계 각 학교 대표를 초청하여 비공개로 실시될 예정”이라는 문구가,
그 일이 거짓이 아님을 지독할 정도로 이야기해 주고 있다.
“……분명, 미카 씨의 제안이겠죠.”
당연히 세상은 거칠어졌다.
모두가 그리고 꿈꿨으며 마침내 산산조각이 난, 선생님의 옆자리.
그 자리가 결정되었다는 사실은 몹시 충격적이었다.
형식에 구애되지 않는 선생님이다.
분명 그녀가 ‘결혼식’이라는 형태로 행복을 맹세하고 싶다고 바랐을 것이다.
분명 그것은 옳다.
분명 그것은 아름답다.
―그런데도.
이 가슴의 욱신거림만이 도저히 잠잠해지지 않는다.
“……아직, 믿을 수 없네요.”
나지막하게 녹아내린 그 말은 누구를 향한 것도 아니다.
거울 속의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다시 한번 연습했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미카 씨.
아이러니한 일이다.
누구보다 무력을 피하고 대화와 융화를 끊임없이 추구했던 그 사람이
최종적으로 키보토스를 혼란에 빠뜨리다니.
“나기사, 들어가겠네.”
문득 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노크 대신 부드럽지만 확실한 부름.
나는 대답만 할 뿐 거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문이 조용히 열리는 소리.
가느다란 발소리가 양탄자 위를 미끄러지듯 다가온다.
“……아직 준비 중인가?”
거울 너머로 비친 세이아 씨는 평소처럼 태연했다.
옅은 로즈핑크 시폰 소재의 드레스가 살랑이며 물결치고,
하이 웨이스트 리본이 나비처럼 묶여 있다.
“네, 아주 조금만 더요. 모처럼의 식전이니까요.”
나의 말에 그녀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빙긋이 웃었다.
그 시선은 어딘가 깊고, 끝을 알 수 없는 색을 띠고 있다.
“자네답군……. 하지만 이제 곧 시간일세. 식장 준비는 끝났는가?”
그 질문에 왠지 모르게 가슴속이 강하게 죄어 왔다.
연습 덕분에 나는 미소의 형태를 무너뜨리지 않고 대답할 수 있었다.
“네, 차질 없이요. 지금은 축사를 연습하고 있던 참입니다.”
그렇게 말한 나의 목소리가 어딘가 공허하게 들렸다.
눈치 빠른 그녀도 분명 알아챘을 것이다.
“……미안하군. 자네에게만 맡겨버려서.”
“……아닙니다. 이 정도는 당연하니까요.”
무심코 눈을 내리깔았다.
그것이 분해서인지, 슬퍼서인지, 나 자신도 잘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걱정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선택받지 못한 사람으로서.
나의 마음을 알고 있는 사람으로서.
친구 대표로 뽑힌 나의 처지를.
“……먼저 가서 하객들에게 인사라도 해 두도록 하지. 나기사도 늦지 않도록 해.”
그 말을 남기고 그녀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등 뒤에 나는 말을 걸지 않았다.
건넬 말을 찾지 못했다.
―쿵.
조용히 닫히는 문소리가 공기의 온도를 싸늘하게 떨어뜨린다.
그 여운 속에서 나는 살며시 입술을 고쳐 다물었다.
“..........”
화장대에 놓인 립스틱을 집어 들고 신중하게 윤곽을 따라 바른다.
너무 진하지도, 너무 옅지도 않은― 축복의 말이 어울리는 모호한 로즈핑크.
“……이 정도면 됐을까요.”
다음으로 시선을 손끝으로 떨어뜨린다.
투명한 윤기를 띤 손톱에 미세하게 빛을 더한다.
남아있던 큐티클을 정성껏 정리하면서 한숨을 들이쉰다.
―완벽하지 않으면, 분명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러니 다듬는다.
미소도, 말도, 감정조차도.
“……가볼까요.”
망토가 잘 매였는지 확인하고, 작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쉰다.
그리고 거울을 향해 다시 한번.
―결혼 축하드립니다. 선생님, 미카 씨.
입꼬리를 올리고, 눈가를 살짝 가늘게 뜬다.
레이스 소매가 빛에 비쳐 흔들렸다.
키리후지라는 성(姓)이, 아주 조금 거슬렸다.
<3>
식장의 문을 연 순간, 부드러운 빛과 옅은 꽃향기가 온몸을 감쌌다.
흰색과 금색을 주조로 정돈된 화려한 실내 장식.
축복의 소리를 담아내는 천장에 매달린 유리 모빌.
중앙에 펼쳐진 것은 만찬용 원탁.
윤기 나는 테이블보가 물결처럼 깔려 있고, 테이블 번호판에는 각 학교의 휘장이 새겨져 있다.
좌석표의 글씨는 모두 손글씨로, 각 학교 대표들의 이름이 정성스럽게 나열되어 있었다.
플레이트 위에는 잘 닦인 식기와 백자 접시.
꽃잎을 띄운 물 잔이 빛을 받아 일렁이고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중앙의 꽃 장식.
옅은 복숭아색과 흰색의 아네모네에, 희미하게 라벤더 향이 겹쳐져 있었다.
분명 두 사람이 고른 꽃일 것이다.
한없이 다정하고 한없이 아름다우며 한없이 나의 자리가 아닌 곳.
가슴속에 치밀어오르는 무언가를 억누르고, 나는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향하는 곳은, 회장 오른쪽 구석의 경비 중추― 폭동에 대비해 의뢰한 에이전트들의 대기 장소.
“수고하십니다. 무슨 이상은 없나요?”
말을 건넨 상대는 검은 슈트를 차려입은 여성.
당당히 서 있는 자세에 가슴팍의 금색 배지만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딱히 없어. 최근 들어 제일 한가한 일이야.”
어깨 너머로 이쪽을 돌아본 그 사람은, 과거 C&C를 이끌었던 전 리더 미카모 네루.
약속된 승리의 상징은 이제 용병업의 중심적인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근데, 성대한 파티네. 선생님 결혼식쯤 되면 이런 건가?”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그 옆모습이 눈부셔서 나는 살짝 눈을 피했다.
“……이제 곧이네요.”
“그렇지.”
“긴장하고 계세요?”
“긴장하면 일 못 해. 나를 누구로 알고 있는 거야?”
그 말은 농담 같았지만 힘이 넘쳤다.
그녀가 여기에 있다. 그것만으로 이 결혼식의 안전이 보장된 것 같았다.
“그럼, 계속 잘 부탁드립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발길을 돌린다.
다음 확인할 사항으로 향하려던 그때―
“어이.”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가 등 뒤를 때렸다.
돌아보니 그녀는 여전히 이쪽을 보고 있었다.
팔짱을 끼고 미간에 희미하게 주름을 잡고 있다.
“……아까 세이아한테 들었어. 할 수 있겠어?”
그 질문에 한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타이르듯이 나는 말을 이었다.
“……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킥. 우문이었군.”
그녀는 휙 하고 손을 내저었다.
손끝의 네일은 광택 없는 무지의 검은색.
그것이 어딘가 멋스럽고, 어른스러워 보였다.
“힘내라고, 전 티파티. 걱정은 하지 마.
오늘만큼은 그 누구도 끼어들게 하지 않을 테니까.”
“……네.”
멀어져 가는 그녀의 등은 크고 든든했다.
진심으로 축복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너무나 미숙하게 느껴졌다.
<4>
나는 다시 식장 순회 업무로 돌아갔다.
진행 관리, 내빈 확인, 꽃 교체, 리허설 통로의 봉쇄 해제―
사무 하나하나를 절차대로 수행해 나간다.
두 사람을 축복하기 위해서.
가장 좋아하는 친구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 기뻐할 수 있도록.
그 일념으로 나는 잡념을 떨쳐내고 있었다.
그럴 때, 문득― 시야의 끝에 위화감을 느꼈다.
“저분은…….”
축복으로 물든 공간 속에서 그곳만 시간이 다른 것처럼 공기의 색이 짙었다.
밤의 장막을 엮은 듯한 짙은 감색 드레스.
별가루를 흩뿌린 듯한 작은 펄이 드레스 자락 아래로 깊고 짙게, 어둠 속으로 녹아들고 있었다.
―소라사키 히나.
그녀는 사람들 틈에서 벗어난 곳에 누구와도 말을 섞지 않고 조용히 서 있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있다.
그 표정에는 웃음도 분노도 보이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발걸음을 그녀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히나 씨.”
그녀가 이쪽을 보았다.
등나무색 그 눈동자가, 아주 잠깐 흔들린 것처럼 보였다.
“……안녕.”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설마, 오셨을 줄은.”
“선생님 초대 명단이니까 눈치채지 못한 것도 당연해.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아.”
그 목소리에는 아주 약간의 가시가 박혀 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이 거리감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나 자신도 잘 알 수 없었다.
“……결혼식이로군요.”
말을 고른 끝에 나온 것은 그런 무의미한 한마디였다.
그녀는 나를 계속 바라보며 아주 조금 시선을 풀었다.
“응. 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망설였어.”
“……그건, 어째서.”
내가 그렇게 묻는 순간 그녀의 눈이 한순간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천천히 시선을 돌린다.
“선생님을 좋아했으니까.”
그 말은 차갑지도 옅지도 않았다.
단호하게, 조용히.
그저 흔들림 없는 사실로서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군요.”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무슨 말을 해야 정답인지도, 해서는 안 될 말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올곧은 고백에 나는 지금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려 하지 않고 시선을 회장 안쪽으로 미끄러뜨린 채 말을 이었다.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생각은 없어.
그 애 귀엽고, 예쁘고, 여자답잖아. 완패야.”
희미한 자조와 어둠이 뒤섞인 목소리였다.
담담한 말의 끝자락에서 아직도 피어오르는 감정의 열기를 느꼈다.
“하지만― 보고 싶었어.”
“……무엇을, 말인가요.”
그 한마디는 문득 불어오는 밤바람처럼 조용히 가슴속을 어루만졌다.
나는 이미 답을 예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그녀는 무척 강하다고 생각했다.
“행복해지기로 결심한 그 사람의 얼굴.
그 표정만은 제대로 보고 싶었어.”
웃고 있었다.
너무나 고요하고 한없이 맑은 미소였다.
“……괴롭지는 않으신가요.”
나의 입에서 그 물음이 흘러나왔을 때.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아주 잠시 무언가를 곱씹는 듯한 몸짓을 했다.
그리고, 작게― 하지만 또렷하게.
“……선생님의 행복이, 더 중요해.”
그것은 누구보다 성실한 감정의 울림이었다.
‘대단하다’고 솔직하게 생각하는 나는 분명 아직, 그에 이르지 못한 쪽이겠지.
“좋은 밤 되시기를.”
“응, 분명 그럴 거야.”
그 미소를 똑바로 볼 수가 없었다.
한 걸음이라도 더 다가서면 내가 무너져버릴 것 같았기 때문에.
깊이 허리 숙여 인사하고 그 자리를 떠난다.
양탄자에 파묻히는 하이힐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5>
준비를 마치고 나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등을 곧게 펴고 시선을 정면으로 향한다.
팔의 각도, 발의 정렬, 손가락 끝의 위치.
그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그러나 한없이 정돈되도록 배치한다.
―축하드립니다.
감정. 마음. 기억.
그 모든 것을 봉인하고, 대사만을 마음속으로 되뇌인다.
지금은 그저, 이 자리에 걸맞은 모습으로 있는 것만을 생각한다.
나는 미카 씨의 친우.
선생님은 나의 은인.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것은 의무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다짐할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난다.
하지만 그 소리가 들리지 않는 척하는 것은 이미 익숙했다.
이윽고 조명이 한 단계 낮아졌다.
팽팽하게 긴장된 어둠이 식장 전체를 천천히 감쌌다.
―온다.
그 기척이 피부로 전해졌다.
꽃향기가 아주 조금 짙어진 것 같았다.
돌연, 낯익은 성가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녀와 자주 들었던 부드럽고 온화한 선율이었다.
어머니가 자식에게 불러주는 자장가 같은 기도가 당당한 축복으로서 장내에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식장의 문이 천천히, 망설임 없이 열렸다.
―신랑 신부가 입장하시겠습니다. 여러분 박수로 맞아주십시오.
터질 듯한 박수.
버진로드를 향해 뻗은 한 줄기 빛.
그 끝에― 미카 씨가 있었다.
“..........”
순백의 드레스에 감싸인 그녀는 빛 그 자체였다.
머리카락은 다정하게 묶여 있고, 섬세한 레이스 면사포를 두르고 있다.
그 한 걸음 한 걸음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그 옆에 서 있는 것은―선생님.
예복을 갖춰 입고, 조용히 등을 곧게 펴고 있다.
꾸밈은 없다.
하지만 그곳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웠다.
그 눈은 똑바로 앞을 보고 있었고, 옆의 미카 씨의 손을 단단히 잡고 있었다.
축복의 빛 속을 두 사람은 망설임 없이 걸어 나갔다.
그 모습은 아름답고, 완벽하며,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었다.
두 사람은 단상으로 나아가 준비된 의자에 조용히 앉는다.
미카 씨가 미소 짓고,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깨를 나란히 한 그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그러면 지금부터 축사가 있겠습니다.
단상에 오르실 분은 트리니티 종합 학원・전 티파티, 키리후지 나기사 님이십니다.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서는 경청해 주시길 바랍니다.
박수가 잦아들고 사회자의 목소리가 장내를 정리한다.
조명이 살짝 움직이며 시선이 나에게로 모였다.
단상에 서서 마이크 앞에서 조용히 목례한다.
시선 끝에 나란히 선 두 사람의 모습은, 서로 기댄 채 손을 맞잡고 있었고―
“오늘같이 좋은 날, 이처럼 길한 날에, 두 분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또한 이처럼 유서 깊은 식전에 초대받아,
친구 대표로서 인사드릴 기회를 얻게 된 것을 진심으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완벽한 목소리. 유려한 억양.
연습했던 그대로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이 시끄러웠다.
“미카 씨. 저는 소꿉친구로서 당신 곁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습니다.
조금은 고집스럽고, 때로는 무모하며―
하지만 누구보다 다정하고, 누구보다 강하며, 무엇보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당신에게 저는 몇 번이고 구원받았습니다.”
아아, 미카 씨.
정말 예쁜 드레스네요.
진짜 공주님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 아니, 오늘부터는 남편분이라고 불러야 할까요.
당신은 저희에게 등불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방황하고, 멈춰 서고, 길을 잃을 것 같았을 때―
언제나 변함없는 시선으로 지켜보시고,
말보다 먼저 그 손으로 이끌어주셨던 그 모습을저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아, 선생님.
정말 잘 어울리세요.
미카 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 두 분이 오늘 맺어져,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 걸어가신다는 것―
그것은 저에게 무엇보다 큰 기쁨입니다.”
네, 맞습니다.
무엇보다 큰 기쁨입니다.
미카 씨는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선생님도 행복해졌으면 합니다.
그것이 나의 소원이니까.
가장 좋아하는 두 사람이 행복하다면, 나 역시 행복합니다.
이 축사도, 밤새워 고민한 것이랍니다.
“물론, 앞으로는 어려움도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방황하고, 부딪히고, 고민할 때도 있겠지요.”
―그러니 아무쪼록.
부디, 용서해 주세요.
이것은 축사가 아니라 참회입니다.
친구의 행복을, 은인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할 수 없는 나 자신의―
용서를 구하는 나 홀로의 기도인 것입니다.
“하지만 두 분이라면 괜찮습니다.
서로의 약점을 알고 있고, 서로를 지탱해 줄 힘을 가진 두 분이라면.
분명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미카 씨.
정말로 당신을 가장 좋아했어요.
친한 친구로서, 소꿉친구로서.
당신 곁에 있는 것은 나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죄송해요.
선생님 옆에 선 당신을 본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몹시 삐걱거리고, 소리치려 하는 겁니다.
‘좋겠다, 치사하다. 나도……’ 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마는 겁니다.
미안해요, 미카 씨.
질투심 많은 저를 부디 꾸짖어 주세요.
그리고, 선생님.
정말로 당신을 가장 좋아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미카 씨 다음에 고백할 생각이었어요.
네, 옥쇄 각오였어요.
그런데 당신이 미카 씨의 손을 잡아버렸으니, 저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던 겁니다.
잔인한 이야기죠.
세이아 씨에게 이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아아, 선생님.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의 손을 잡고 달려나가고 싶어요.
“저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런 짓을 하면, 미카 씨에게 평생 미움받을 테니까요.
선생님도 다른 여성에게 눈을 돌려서는 안 됩니다.
미카 씨도 저 못지않게 질투심이 강하니까요.
……아아, 이제 곧 다 읽어 갑니다.
하고 싶은 말은 산더미 같지만 이쯤에서 마쳐야 할 때겠죠.
저의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이상으로, 저의 축사를 마치겠습니다.”
미카 씨. 선생님.
앞으로도 영원히, 가장 좋아합니다.
“두 분의 앞으로의 인생에,
셀 수 없을 만큼의 사랑과 평온한 나날이 찾아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부디, 두 분이―
“―부디, 두 분이.”
행복하시기를.
<6>
현관 열쇠를 돌리는 소리가 유난히 메말라 있었다.
실내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부드러운 조명도 축복의 소리도 없는, 무기질적인 공기가 피부를 스쳤다.
“..........”
펌프스를 벗어 던지고 거실 소파에 몸을 파묻는다.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창밖은 이미 밤이 깊어 있었다.
커튼 너머로 스며드는 가로등 불빛이 묘하게 눈부시다.
아아―, 고요하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드레스 가슴팍에는 아직 희미하게 향수 잔향이 감돌고 있다.
그것은 미카 씨가 뿌려준 것이었고― 지금은 그저 가슴을 저미게 할 뿐이었다.
“……끝났네요.”
말로 내뱉어도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축축한 공기가 혼자만의 시간을 서서히 침식해 온다.
눈을 감자, 결혼식의 광경이 생생하게 눈꺼풀 뒤에 떠올랐다.
미카 씨는 줄곧 울고 있었다.
나의 축사 후에도.
케이크 커팅 순간에도.
줄곧, 줄곧.
웃으면서 울고 있었다.
“……윽.......!”
입술을 깨문다. 소리를 죽인다.
넘쳐흐를 것 같은 무언가를 말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말로 해버리면, 그것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침묵했다.
나는 냉장고 문을 거칠게 열어젖혔다.
소리가 방에 울려 퍼져 유난히 크게 들렸다.
“……오늘 안에 전부 먹어 버리죠.”
전부 잊기 위해서.
떠올리지 않기 위해서.
기억이 달콤함에 물들어버리기 전에.
당연하지 않은가.
그 빛도, 소리도, 향기도― 전부, 나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
손가락에 힘이 들어간다.
답례품 상자를 거칠게 꺼내 탁자 위에 내던지듯 놓았다.
몇 번이고 맡은 냄새에 질색하며 뚜껑을 연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조금 달랐다.
“……에.”
문득, 숨이 멎는다.
폭신한 스펀지에 옅은 크림이 아름답게 말려 있는―롤케이크.
그리고 그 옆에 편지봉투 하나.
낯익은 필체.
미카 씨의 그것이었다.
[나기 짱 건 특별 제작! 소중히 먹어야 해☆]
단 한마디, 그렇게 적혀 있었다.
뺨을, 무언가 미지근한 것이 타고 흘렀다.
“윽....... 흐윽......!”
무릎이 꺾이고 종이를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바닥이 가까워졌고, 눈물이 연이어 쏟아졌다.
인생 최고이자 최악의 날.
가장 소중한 친구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맺어진 날.
―미카 씨는 정말 심술궂네요.
바움쿠헨 정도는, 먹게 해 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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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