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토스.me
홈모음집마이페이지
SUBSCRIBED
EXPLORE
BA블루 아카이브BR봇치 더 록!ZZZ젠레스 존 제로GI원신HSR붕괴: 스타레일모든 채널 보기문의하기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피폐) 여성공포증 선생님과 무거운 감정의 학생들 3 - 後
/블루 아카이브
광고

전편 : https://gall.dcinside.com/m/projectmx/17175646

글자수 제한으로 인해 분할된 뒷이야기

――――

「.....읍!」

마치,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것처럼.

선생님의 손가락이 컵 손잡이에 멈추며, 아주 살짝 떨린다. 호흡이 흐트러지는 것도 없이, 의식이 멀어지는 것처럼, 숨을 죽여 간다.

『선생님.....?』

대답이 없다.

가슴이 오르내리고, 초점은 맞지 않은 채 무언가를 참는 듯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 얼굴은 나를 보는 듯했지만, 보고 있지 않았다. 익숙했던 다정함이 무언가에 덧씌워져 가는 것이 두려워져, 나는 그저, 선생님께 손을 뻗었다.

『괘, 괜찮으세요.....? 역시, 쉬시는 게 좋으실─────』

「하, 지마.....!」

그 목소리가, 날카롭게 공기를 갈랐다.

동시에 퍽, 하고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뻗었던 손에서 찌릿한 통증이 퍼져나갔다. 그 거절이 의미하는 바를, 나는 아직 알지 못했다.

『.....선, 선생님.....? 왜, 지금.....』

눈앞의 선생님은, 창백한 얼굴로 숨을 죽이고 있다. 몸의 소유권을 빼앗긴 듯, 그저 과호흡과 산소 결핍을 반복하며, 목구멍 속에서 흐느끼는 듯한 소리를 계속 내뱉는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무언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선생님도 마찬가지였으니───

「.....아, 아니, 아니야! 하나코를 싫어한다거나, 그런 게, 아니, 라.....」

필사적으로 숨을 고르려 할 때마다, 폐 깊은 곳에서 휘익, 하고 약한 바람이 새어 나온다.

나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 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손바닥에 남아있는 온기를 다시 한번 뻗을 용기는, 내 안 어디에도 없었다.

『.....죄송합니다. 너무 지나쳤군요.』

선생님은 그대로, 손가락 틈새로 나를 보았다.

참회하는 듯한, 어딘가 죄를 짊어진 듯한.

나를 두려워하는 듯한, 그런 눈동자였다.

이 조용한 공간에는 도망칠 곳 따위 없다.

『.....』

의자를 뒤로 밀고, 살며시 거리를 둔다.

그 순간, 들렸다. 선생님이 안심한 듯 내쉰 한숨이, 분명히, 들리고 말았다.

아아, 안 돼.

떨어져야 해.

숨겨야 해.

내가, 선생님이───

더 이상, 상처받기 전에.

『.....할 일이 쌓이면, 다시 불러 주세요. 오늘은, 이제 돌아갈게요.』

「.....미안해. 또, 부를게.」

컵 속의 검은색이 흔들린다.

그 파문 속에는, 나의 얼굴이 일그러져 비쳐 있었다.

눈물 따윈 나오지 않는다. 그저, 조용히 가라앉을 뿐.

선생님과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 나만이 사라져 간다.

『.....네. 그럼.』

그것만을 남기고, 퇴실.

향기도, 소리도, 선생님의 기척도, 그것으로 끝이었다. 문만이 철컥하고 제 할 일을 다 하고, 차가운 바깥 공기가 순식간에 나를 감쌌다. 마침표를 찍기에는 너무나 둔탁한 멜로디였다.

『.....크흡!』

숨이 목을 긁어, 아프다.

폐가 불균형한 산소를 머금고, 거슬린다.

『왜.....저렇게.....윽!』

중얼거린 순간, 시야가 번졌다.

미지근한 액체가 뺨을 타고 흘러내려, 불쾌하다.

원인인 주제에 태연하게 울어 버리는 나 자신이, 더욱 불쾌하다.

『저..... 그저, 농담으로.....아니, 선생님은.....!』

이어지는 말이 공기 속으로 녹아내린다.

입술이 떨리고, 제대로 숨을 들이쉴 수 없다.

얼굴을 덮은 손바닥에, 아직 통증이 남아있다.

농담이었다.

농담조의 말이었다.

늘 그랬던, 나였다.

그런데.

『.....왜.』

누구에게 향한 것인지도, 알 수 없다.

비난하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그건 분명 나 자신이다.

손바닥에 남아있던 아픔이, 천천히 열기를 잃어간다.

대신, 뭔가 다른 것이 스며들어 온다.

차갑고, 무겁고, 만지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것.

나는 그것을 만지지 않으려는 듯, 손가락을 꽉 쥐었다.

농담은 이제 쓸 수 없다.

농담조의 말은 이제 닿지 않는다.

평소의 나로는───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

나는 그것을, 누구에게도 비난받지 않고, 누구에게도 설명 듣지 않고, 혼자서 이해해버렸다.

우라와 하나코는, 가해자이다.

그 대답만이, 조용히 정당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유리조노 세이아의 경우

트리니티의 식물원은 키보토스가 자랑하는 예술이라 할 만하다. 아무도 모르게 고동하는 분수. 바람이 장난스레 스쳐 갈 때마다, 부드럽게 피어나는 꽃잎의 향기. 시계바늘마저 나아가기를 거부하는 듯한,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듯한──그런, 알기 쉬운 낙원.

내가 편파적이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매일같이 부지런히 찾아와도 질리지 않는다는 것을 내가 이미 증명하고 있다.

『이것은 아마릴리스. 저쪽 화단에는 수선화와 비올라도 심겨 있습니다. 마음에 드시나요?』

그리고, 그렇게 멋진 장소를 나 개인의 경험으로만 가두는 것은 지극히 독재적이다.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긴 하지만, 카페나 디저트가 풍기는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지, 일반 학생들이 들어오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 현 상황을 좋게 받아들이면, 갑자기 이곳은 티파티의 특권으로 승화해버려서, 학원에 따라서는 쿠데타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즉, 공유.

사유지라는 속성을 벗겨 버리면, 그것은 특권이 아니다.

이번 밀회를 이곳에서 한 것은 그런 이유이며, 결코 단둘이 되기 좋거나, 누구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님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응, 아주 많이. 다들 예쁘게 피었네. 다른 아이들도 더 오면 좋으련만....」

바람이 불어, 하얀 꽃잎 하나가 선생님의 어깨에 떨어진다. 선생님은 가만히 손끝으로 집어 올리며, 마치 학생의 이름을 부르듯 온화하게 입을 열었다.

「이건.....아마릴리스의 몽블랑인가. 하얗지만, 중심에 약간 호박색이 섞여 있네.」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쪽을 보고 웃는다.

그 무의식적인 영악함에 반비례하는 명확한 추리는, 분명히 이 대정원 안에서 단 하나의 품종을 정확히 짚어냈다.

『호오.....정답입니다. 선생님은 원예에도 정통하시네요. 공자 앞에서 문자를 쓴 걸까요?』

「그럴리가, 우연이야. 전에 학생이 알려줘서, 그걸 기억하고 있었을 뿐이야.」

애매한 답변. 이곳에 없는 누군가와 선생님을 다투는 것 같아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그것은 조금 부러울지도요.』

「어?」

아주 조금, 삐딱한 말투가 섞여 있었다.

일부러가 아니라, 아주 미묘하게 날카로운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꽃을 감상할 때는 언제나 혼자였습니다. 누군가와 함께.....라는 경험은 좀처럼 없는 일이죠. 제가 불러들이면 다들 긴장해 버리니까요.』

그런 말을 하면서도, 내가 이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음에 감탄한다. 바로 며칠 전, 나기사의 허브 정원에서 함께 식사를 즐겼던 참이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거짓말이다.

그러나, 새빨간 거짓말은 아니다.

부러움──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을 뿐이다.

다시 말하자면, 자홍색 정도일까.

「.....그렇구나. 그럼, 언제든 불러줘? 늦어질 수도 있지만, 그날 중으로는 만나러 갈 테니까.」

그런 식으로 말하면서, 선생님은 내 마음에 스며든 나쁜 버릇을 고쳐주고 있었다.

──정말, 이 사람은.

분명, 무의식적이겠지?

『.....후후. 그럼, 다음번엔 강의라도 해 줄까요. 선생님 전용 특별 수업으로.』

「와, 사치스러운데. 숙제도 있어?」

『물론. 제대로 제출한다면, 만점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응, 맡겨줘. 나 보기와 다르게, 제출 기한까지는 끝내는 타입이니까.」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부드럽게 웃었다. 그 미소는 화원의 어떤 꽃보다도 온화했으며, 양산에 순백의 드레스라도 입고 있었다면, 어딘가의 유명한 그림이라도 되었을지 모른다.

분수 소리,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 나뭇잎 스치는 소리.

그 어느 것도, 이 대화의 이어짐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숨을 죽여 갔다.

이런 유토피아에는 복숭아라도 심어야지. 여름에는 연꽃을 줄지어 놓고, 외출금지령이라도 내려서 선생님께 노래를 들려주자──라고 나는 부끄러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앗, 선생님!」

갑자기 울린 목소리가, 그 온화함을 찢어발겼다.

시선을 돌리자, 두 학생이 미소 지으며 달려왔다.

귀한 일이다. 점심에 이곳을 선택하다니, 꽤나 좋은 감성을 가졌다.

「역시 선생님이시군요!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안녕하세요, 세이아 님도 함께 계셨네요. 여전히 아름다우세요.....!」

귀여운 아이들이다.

친화력이 좋고 예의도 바르다. 거리가 조금 가깝긴 하지만 그것도 상식의 범주를 넘지 않는 정도이고, 악의가 없다는 것이 확실히 전해져 온다.

이런 이런.

어리석은 망상도, 조용한 유람도, 오늘은 여기까지───

『.....선생님?』

위화감은, 아주 한순간이었다.

선생님의 밝은 미소에 한순간, 일그러짐이 보인 것 같았다. 학생 중 한 명이 천진난만하게 선생님의 팔에 닿는 순간, 입술이 떨리고 있던 것 같았다.

「세이아 님, 보세요! 이 꽃, 세이아 님의 머리색이랑 꼭 닮았어요!」

「정말이다!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자, 이쪽으로─」

또, 닿았다.

또, 일그러졌다.

웃음소리, 작은 새의 지저귐, 흘러넘치는 꽃향기.

그 모든 것이 얇은 막 너머로 밀려나는 듯했다. 투명한 얼음 같은 것에 둘러싸여 희미해져 가는.

선생님은, 혹시──

『죄송합니다. 조금 무리를 한 모양이네요. 선생님, 죄송하지만 방까지 저를 옮겨주시겠어요?』

거짓말이었다.

이번에는, 새빨간.

장미 같은, 거짓말이었다.

내 연기에 모든 눈동자가 휙 이쪽을 향한다.

「엣, 세이아 님!? 자, 괜찮으세요.....!?」

「안색이.....정말 안 좋아요! 붙잡아서 죄송합니다.....!」

당황한 목소리. 역시 그 목소리에 악의 따윈 없었고, 약간의 죄책감이 샘솟는다.

선생님은 한순간 시선을 돌리더니, 이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둘 다. 세이아를 방으로 데려다줘야 할 것 같아.....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선생님은 땅에 무릎을 꿇고, 내가 등에 업히도록 유도했다. 선생님의 등에 팔을 두르니, 예상보다 훨씬 가늘고 놀랄 만큼 뜨거웠다.

「세이아 님, 부디 몸조리 잘하세요.....!」

『아, 아아.....죄송합니다.....』

두 학생의 말을 등 뒤로 받으며, 선생님은 걸음을 내디뎠다.

옷을 통해 전해지는 체온이 숨결에 맞춰 흔들리고, 척추의 윤곽이 미약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선생님의 발걸음은 일정했고, 무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 무겁지 않나요?』

「아니, 괜찮아. 세이아는 가벼우니까.」

숨결 사이에 돌아오는 목소리는, 온화했다.

그것이 오히려, 가슴 속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그 한순간의 위화감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추궁하기에는, 지금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바람이 지나가고, 풀 내음이 조용히 멀어진다.

하얀 석조 건물. 하루를 가르는 성당의 종소리. 고요한 시간.

선생님은 한 발, 한 발 낙원에서 멀어져 갔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건물 뒤편을 지나, 나는 무사히 은신처까지 옮겨졌다.

「괜찮아?」

부드럽게, 침대에 눕혀진다.

그 손놀림은 분명 환자를 대하는 것이었기에, 이제 와서 거짓말이었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의자를 당겨 침대 옆에 앉은 그 옆얼굴은, 어딘가 긴장해 보였고,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 같기도 했다.

『아아. 조금, 진정되었습니다.』

「다행이다.....혹시 모르니, 구호기사단에도 연락해둘까?」

『안돼요! 그건────』

그 제안에, 무심코 목소리가 뒤집혔다.

선생님이 놀라 이쪽을 본다.

가슴 속에서 솟아오른 고동을, 어떻게든 억누르면서, 나는 할 말을 찾았다.

『잠, 잠깐. 그 정도는 아닙니다.....조금 피곤했을 뿐이니까요. 미카나 나기사가 걱정할 테니, 부디 비밀로 부탁합니다.』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를 가장했다.

선생님의 손가락은 여전히 스마트 기기 위에 있었고, 무슨 일이든 버튼이 눌리면 단장이 문자 그대로 날아올 것이다.

그것은 피하고 싶다.

아니, 거짓말이 들통나는 것도 있지만──내가 지키고 싶은 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선생님의 평온함이다.

「.....알겠어. 하지만, 한동안은 움직이지 마.」

『아아. 감사합니다.』

그 말을 계기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침묵했다.

커튼 틈새로 비치는 빛이, 바닥에 흔들리는 그림자를 그린다. 멀리서 울리는 성가대의 연습 소리만이 바람에 녹아 흘러왔다.

선생님은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숨을 죽이고,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찾고 있었다───그때, 문득.

「.....잠궜지?」

사고가 멈췄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질문에, 반사적으로 눈 깜빡임이 늘어난다.

『에.....? 아, 아아. 일단 잠그긴 했는데요.....』

「.....그렇구나.」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단순한 확인 이상의 의미를, 찾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무언가, 불편한 점이라도 있었나요?』

선생님은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아니, 괜찮아. 그냥....둘이구나, 싶어서. 그뿐이야.」

시선은 창밖을 맴돌고 있다.

무언가를 경계하는 듯한 말투가, 결코 평소의 무뚝뚝함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

단둘──그것은 저 두 사람이 오기 전에도 그랬을 터. 문 잠금 확인.....밀실? 나에 대한 경계심? 아니, 무슨 어리석은 소리를. 근거도 증거도 없다.

선생님이 나를 위험하다고 생각하다니────

「.....응? 왜 그래?」

그 눈을 본 순간──깨달았다.

그것은 날카로운 직감이었을 수도 있고, 보잘것없는 요소들을 끈질기게 연결시킨, 타당성 있는 추론이었을 수도 있다.

──두려워하고 있어.

선생님은, 학생들을.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어.

『.....선생님. 저는 늑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잡아먹지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

강박적인 확신이, 내 입에서 그런 말을 읊조리게 했다. 농담처럼 위장했지만, 공기는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원인을 짐작할 수도 없다.

그럼에도──알아차릴 수 있다.

이 사람의 두려움은, 이성을 벗어난 곳에 있다. 누군가에게 습격당한 기억이거나, 혹은 상처를 남긴 과거일 수도 있다.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선생님의 마음속에서는, 우리가 그것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인 것이다.

「.....응. 무슨 이야기였지?」

그 대답은 마치 안개처럼 종잡을 수 없었다. 부정하는 것도 긍정하는 것도 아닌, 그저 더 이상 말하지 않기 위한 언어의 방어막. 함부로 건드리면 부서질 것 같은, 유리 공예품 같은 눈동자.

나는 숨조차 주저했다.

억울하고, 가슴이 아프고, 내 존재가 선생님을 하찮게 여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아무것도 아닙니다. 잊어주세요.』

그렇게 말한 내 얼굴에, 자신감은 없었다.

건드려서는 안 되는 영역.

발을 들여놓아서는 안 되는 부분.

그의 공포를, 나의 호기심으로 들춰낼 수는 없다.

내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죄송합니다. 물 좀 주실 수 있나요. 목이 말라서.....』

내 말에, 선생님은 미미하게 어깨를 떨었다.

손끝이 공기를 붙잡으려는 듯 허공을 헤매다가, 먼지조차 잡지 못하고, 이내 무릎 위에 멈춰선다.

「.....응. 바로 가져다줄게.」

목소리는 온화했다.

하지만, 어딘가──도피처를 찾고 안도한 사람처럼 들리기도 했다.

선생님이 부엌으로 향하고, 남겨진 공백을 햇빛이 채운다. 주인이 사라진 의자는 쓸쓸히 서 있고, 은은한 선생님의 흔적과 함께, 내 거짓말을 칭찬하는 듯한 공기가 퍼져간다.

『역시.....그렇다면, 왜.....조건은.....』

입안에서 흘러나온 혼잣말이, 공간 한가운데에서 멈춘다.

누구에게 들려줄 것도 아닌 혼잣말. 나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한, 끊임없는 사고의 격류.

선생님은, 분명 나를 여기까지 옮겼다.

닿는 것 자체가 공포의 방아쇠라면──그 거리와 시간 동안, 이미 무너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건은 ‘접촉’이 아니다.

육체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문제.

이성으로서의 인식. 혹은 호의의 온도.

나를 옮기고 있을 때, 아마 선생님의 뇌는 나의 보호를 최우선으로 인식했을 것이다.

선생으로서의 책임. 의식을 초월한 본능.

생명을 구하려는 순수한 충동 속에서는, 공포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내가 선생님께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기다렸지?」

그 목소리에, 심장이 쿵, 하고 작아진다.

눈치채 보니 선생님이 바로 옆에 서 있었고, 은색 쟁반 위에는 물이 담긴 유리잔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미안, 조금 미지근할 수도 있어.」

『.....아니,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그 신중한 손놀림으로부터, 잔을 건네받는다.

선생님의 모든 것이 마음속 어딘가를 억지로 움직여 만들어진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서, 숨이 막혔다.

.....보여주도록 하지.

선생님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면, 이 정도는.

『.....선생님, 난방을 좀 켜주시겠어요? 묘하게 으스스해서 말입니다.....』

「응, 알았어.」

선생님이 리모컨을 조작하자, 조용한 소리를 내며 온풍이 불기 시작한다.

공기층이 천천히 피부에 스며드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짐짓 기침을 하고 몸을 시트에 기댔다.

위화감은 없을 것이다.

나는 그 시절, 분명 이렇게 해 왔으니까.

『저쪽 선반에 약이 들어있습니다.....책상 위에 놓아주세요. 나중에 복용할테니.』

선생님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선반으로 걸어갔다.

약병을 꺼내는 손가락은 정성스러웠고, 어딘가 기도하는 듯 신중했다. 책상 위에 조용히 놓이는 작은 소리가, 필요 이상으로 가슴에 울린다.

약한 척 연기.

본디 병약했던 시절의, 그저 재현일 뿐이다.

연기일 뿐인데도, 마음속 깊은 곳이 조금 아픈 것은 어째서일까.

「여기 뒀어. 무리하지 마.」

선생님은 의자에 앉아, 나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과거에 내가 수없이 받아왔던 환자를 향한 시선이었으며───결코 위험을 느끼는 상대에게 향하는 시선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부드러워진다.

정말로, 약한 나일 때의 목소리였다.

선생님은 그 말에 살짝 안심한 듯, 후욱 한숨을 내쉬었다. 어깨의 긴장이 풀리는 모습이, 너무나도 알기 쉬워서, 가슴 깊은 곳이 쥐어짜는 듯 아팠다.

──역시.

선생님은 공포보다, 지키려는 의식이 이긴다.

그렇다면, 지켜줘야 할 병자로 있기만 하면 돼.

그것이, 이 사람의 호흡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양들이 부르고 있군요. 잠시, 눈을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잠들면, 선생님은 돌아가도 좋아요.』

「으.....하지만.」

『괜찮습니다. 혼자도 문제없어요.』

선생님의 입술이, 망설임을 담고 닫힌다.

나는 조용히 눈꺼풀을 내리깔고, 그대로 잠드는 모습을 묘사했다. 약하고 온화한 호흡 리듬은, 나 스스로도 놀랄 만큼, 몸에 확실히 배어 있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선생님.』

「.....응, 잘 자.」

방이 정적에 잠긴다.

은은한 초침 소리가 바람에 섞여 고막을 흔들고, 단 한 사람분의 기척이 실내를 떠돈 채 10초, 20초 흘러간다.

나는 몸을 뒤척이려다가,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의식적인 행동을 의식적으로 재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같은 생각을 하는 사이에, 초로는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세이아.」

살며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물론, 대답하지 않는다.

「.....잠들었으려나.」

그 목소리는 확인이라기보다, 그래야만 한다는 다짐 같았다.

의자가 살며시 뒤로 당겨진다. 문을 향하는 발소리가 숨을 죽이듯 사라졌다가, 울렸다가, 다시 사라졌다.

『.....?』

문득.

미세한 옷깃 스치는 소리와 함께, 온기가 가까워진다.

나는 무언가를 두고 갔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연기를 계속했고, 그렇기에, 방심했다.

「.....미안해.」

머리에 닿는, 너무나 다정한 손바닥.

안도와, 후회와, 공포와, 소중함이 뒤섞인 떨리는 손.

왜, 어째서일까.

왜, 그렇게 사과하는 거지?

「.....읍!」

선생님의 손끝이, 살며시 머리카락을 더듬는다.

닿은 곳이 뜨거워지며, 그곳만이 시간에서 분리되어 남은 것처럼, 둔해졌다.

대답할 수 없다. 대답하면, 이것은 깨져 버릴 것이다.

닿았던 손의 떨림이 너무나 섬세하기에. 선생님만이 존재하는 세상에, 나의 비를 내리게 해선 안 되기에.

「.....잘 자.」

그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닿았던 곳에 냉기가 떨어지고, 그 온기가 얼마나 다정했는지, 나는 이제 와서 깨달았다.

주저하는 듯, 문이 열린다.

부서진 조각 같은 「안녕」이 들린 것 같아서, 눈을 떴을 때는, 역시 선생님은 없었다.

『선생님.....』

말이 되지 않는 중얼거림이, 목구멍 속에서 번진다.

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럼에도 전하고 싶을 만큼 가슴이 아프고, 닿았던 곳이 은은하게 다시 뜨거워진다.

마치 선생님의 손이 아직 그곳에 있는 것 같아──기억으로 변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하다.

『.....정말로, 어쩔 수 없이 다정한 사람이군요.』

베개에 파묻힌 목소리는, 눈물이 아니었다.

그저 조용히 고독을 머금고 있었고, 아픔보다는 쓸쓸함에 가까웠다.

선생님은 두려워했다.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었다.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에게 사과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지막 손길은 다정했다.

『.....』

침대 옆에는, 물이 담긴 유리잔 두 개.

온도가 다른 투명한 잔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고, 둘 다 아직, 마시지 않았다.

나는 옆으로 누워, 선생님이 두고 간 유리잔에 살며시 손을 뻗었다. 미지근하지도 않은데 도저히 마실 생각이 들지 않아서, 결국 가장자리를 더듬는 것으로 만족하고 제자리에 놓았다.

『.....내일은, 평소처럼 지내야겠죠.』

말하는 순간, 갑자기 현실감이 깃들었다.

그와 동시에,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만났을 때, 나는 분명 오늘을 떠올릴 것이다.

그 떨리는 손도.

그 작은 목소리도.

건드려서는 안 될 상처를 건드린, 그 너무도 다정한 사과도.

『부디 다음에는.....저런 식으로, 떨리는 손으로 저를 쓰다듬지 말아주세요.....선생님.』

그것은, 바람에도 기도에도 가까운 목소리였다.

강한 척하는 속바닥에 가라앉은, 어쩔 수 없는 쓸쓸함.

쓸쓸함 속에 빽빽이 들어찬, 갈 곳 없는 공허함.

그러나, 절망은 아니다.

그 사람은 분명, 또 이곳으로 올 것이다.

내가 계속 연기하는 한, 또 만져 줄 것이다.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선생님이라는 존재를 지킬 수 있으니까.

『.....제가.』

아무도 없는 방을 향해, 결의를 내려놓는다.

설령 그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라 해도.

설령 그것이, 새하얀 거짓말이라 해도.

나의 창백한 안색과 섞으면, 분명 적당할 테니까.

――――

작가의 말 : 이제는 메인 콘텐츠가 되어 버린 여성공포증 시리즈, part3입니다. (전작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4052453 / 핫산본 - https://gall.dcinside.com/m/projectmx/14896644 & https://gall.dcinside.com/m/projectmx/14896656).

쓰고 싶은 학생들 쓰다 보니 트리니티로만 가득 채워져 버렸습니다. 요청 없으면 다음은 게헨나나 아리우스 위주가 될지도 모릅니다.

또한, 연결고리가 없는 평행세계 같은 이미지이므로, 읽고 싶은 학생들 이야기만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PS

올 한 해 정말 감사했습니다! 내년에도 조금씩 글을 써 나갈 테니 잘 부탁드립니다!!!

――――

part 1의 히마리나 part 2의 와카모처럼 뭔가 정실 포지션은 없네

개인적으로 part 2의 와카모 이야기는 진짜 감명깊게 봤었는데

히나랑 하루나는 part 1에서 나왔으니 뺀다고 하면 게헨나 이야기에서 누가 나오려나

광고
BA블루 아카이브·25.12.26번역

소설핫산) 피폐) 여성공포증 선생님과 무거운 감정의 학생들 3 - 後

#선생#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8저장 0
광고
LP
leooon0907작가
게시물 23개
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5.12.26 01:35
조회2
광고

댓글 8

나
ㅇDC
ㅇㅇ125.12.26
디시콘
ㅇDC
ㅇㅇ225.12.26

미치겠다 증말.......

ㅇDC
ㅇㅇ325.12.26

헤일로가 보이기 때문에 자신을 배려한 연기란걸 눈치챘겠구나

ㅇDC
ㅇㅇ425.12.26

게헨나 정실이면 후우카인가? 의외로 마코토일지도.

ㅇDC
ㅇㅇ525.12.26
디시콘
광고

leooon0907님의 다른 게시물

전체 보기 ›
TEXT
번역
소설 핫산) 한밤의 영애 배회
Lleooon090704
TEXT
번역
소설 핫산) 풍향계가 잠시 잦아들 때
Lleooon090705
번역
소설 핫산) 라크리모사
Lleooon0907013
번역
소설 핫산) 기호품, 혹은 합리적 당분 보급
Lleooon090706
번역
소설 핫산) 초저공비행
Lleooon090705
TEXT
번역
소설핫산) 피폐) 여성공포증 선생님과 무거운 감정의 학생들 3 - 前
Lleooon090707
TEXT
번역
소설 핫산) 치히로 vs 컴맹 여선생님
Lleooon090708
TEXT
번역
소설 핫산) 의, 식, 주, 당신.
Lleooon0907010

비슷한 태그의 게시물

창작
(소설피폐) 아코에게 장난치는 쓰레기 선생
ㅇㅇㅇ1107
창작
13
피폐?) 히나 생일에 선생 죽은 만화.manhwa
용용각산892
창작
27
[피폐]"응..다녀왔어 선생님..."
쿠쿠카6100
창작
27
(피폐)선생을 2년 일찍 만난 호시노 만화(manhwa) 4화
잼잼토참3152
창작
10
[이즈나 대회] 이즈나가 선생님 죽이는 만화(manhwa) ※피폐주의
잼잼토참9237
TEXT
번역
[소설핫산] 선생님이 샬레를 그만둔다고 거짓말 했을 때 학생들의 반응
Mmirato_bruaka070
창작
9
(피폐)선생을 2년 일찍 만난 호시노 만화(manhwa) 0화
잼잼토참5133
창작
16
피폐) 선생님께 큰 실수를 한 하루나 만화
장장편못함3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