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게 무슨 말인가요. 선생님?"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를 쳐다보지 않는다니, 이상한 말이다.
애인들은 서로를 마주본다.
손을 깍지낀다.
입술을 포갠다.
너의 우물같은 눈동자에 비친 나를 찾는다. 서로를 퍼올린다. 퍼올려도 퍼올려도 그 곳에 여전히 그대다.
영원히 서로에게 파고들며 한없이 눈 속에서 헤엄친다. 마를 일 없는 우물이 깊다.
사랑을 속삭이며 더운 숨을 불어넣고 입 속에 도사린 붉은 뱀이 엉켜 똬리를 맺는다.
그 모든 것이 열렬한 사랑이며 그것은 맞닿음에서 나온다.
그런데 선생님의 말은 퍽 엉뚱한 면이 있었다.
"간단한 이야기야."
약간 숨을 고른 선생님이 말했다.
"마주보는 사랑은 뜨겁고 강렬하지. 육안으로 태양을 보려해도 볼 수 없듯 끓어오르는 사랑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어."
"하지만 너무나도 뜨거운 나머지 재도 안남기고 산화한다면, 더 이상 불을 태울 곳 없어 서로를 불태우고도 모자라다면,"
선생님은 약간 목마른 듯 입을 다셨다.
"빠르게 타오르는 사랑처럼 빠르게 식어버릴지도 몰라. 들풀을 무섭게 태우는 화마가 맞불을 만나 사그라들듯."
노노미는 약간은 수긍한 듯 경청했다.
"감당하지 못할 사랑은 서로에게 화상을 입히고 낫지 못할 흉터를 남기지. 두 눈이 멀고 심장이 녹아내리고 결국 재만 남긴 사랑은 약하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흩날려 사라지게 된단다."
선생님은 옆에 있던 천으로 땀을 훔쳤다. 야근 때문인지 약간의 피곤함이 눈에 서렸다.
"하지만 선생님, 그렇다면 평생을 사랑하고 황혼까지도 애틋한 사람들의 경우는 무엇인가요?
미적지근하게 사랑한다던가, 마주보는 척하며 억지로 사랑을 이어가거나, 혹은 모두 거짓말이었던걸까요?"
선생은 웃으면서 얘기했다.
"아니, 누군가는 정말 타버린 사랑에 미련이 남아 떨어지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
사막의 밤 공기가 차갑다. 몸이 식는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말야. 서로를 마주보는게 아니었을거야. 노노미. 어떤 이가 말하길,
'사랑은 마주 쳐다보는게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다.' 라고 말했단다."
"그럼, 그 말씀인즉ㅡ"
"맞아, 영원토록 끊어지지 않는 진정한 사랑들은, 서로 마주보는 사랑이 아니라 곁에서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사랑이란다."
선생은 다정한 눈으로 노노미를 바라봤다.
"서로를 마주보기만 해선 제자리 걸음뿐이야. 뱃사공이 서로를 마주보며 노를 저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면 강렬한 사랑이 상대방의 눈과 마음을 불태울 일도 없어.
짧다기엔 길고 길다기엔 짧은 생. 살아가는 길은 마음이 얼어붙듯 차가운 밤도 있겠지. 무더운 열풍 속에 얼음같은 비수를 숨긴 채 돌아다니는 저 사막의 밤처럼.
하지만 모든 걸 태우고 재가 되어 찬 바람에 흩어지고 말 마주보는 사랑보다는, 서로의 은은한 온기로 손을 맞잡고 함께 걸어가는 사랑을 했으면 좋겠구나.
노노미. 선생님은 학생들을 바라보기만 하는 어른이 되고 싶진 않단다.
너희들의 곁에서 너희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망망대해로 나아가는 너희들과 함께 노를 저어주는 사람이 되고싶단다."
선생님은 진중하고, 따뜻하고, 사랑을 담은 말을 노노미에게 전했다. 그녀가 알아주었으면 했다.
'선생님은 너희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아가고 싶다. 그것이 내 사랑이다.'
노노미가 기대에 부응해주는 듯 했다.
이윽고 사랑하는 제자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 말씀이 제가 선생님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며 쥐어짜내는 짓을 이제 그만해 달라는 항명의 이유인가요?"
"그래, 노노미. 선생님은 너희들의 곁에서 같은 방향을-"
"선생님은 소중한 학생의 자그마한 소망을 이런저런 핑계로 내치시는 매몰찬 분이 아니시잖아요."
노노미가 너무나도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따스하고 포근한 날숨. 보다 더 뜨겁고 맥동하는 탐스러운 나신.
미사여구따위 필요없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풍요로운 육체와 주변의 슬픔을 모조리 박탈해가는 행복 그 자체인 얼굴로 짓는 슬픈 표정은 선생조차도 숨이 막힐 듯 했다.
이 학생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을 단순한 몸짓과 표정으로만 발현시킨다. 그런 학생이 노노미였다.
그렇게 망설이던 차에 노노미가 선수를 쳤다.
"과연 열 다섯 번이나 싸셔서 그런가 딱딱하지도 않고 많이 나오지도 않으시네요. 귀여워요♡"
축 늘어져버린 남근을 노노미가 혀 끝으로 간질였다. 소름이 돋았다.
"그러면 선생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서로 사랑해봐요♡"
선생의 몸을 가리고 있던 실크 이불이 한 곳으로 치워진다.
곧 선생은 개처럼 엎드렸다.
"간지러울지도 몰라요♡"
노노미의 혀가 들어왔다.
선생은 더 없는 수치심에 몸을 꼿꼿이 세웠다.
노노미와 선생님은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열 여섯 번째 사정(十六夜)이었다.
----
그려줏ㅅ에요
댓글 38
이야...


이게 에필로그가 나오네 ㅋㅋㅋㅋ
제목부터 왠지 예상함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