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 #M #드라마 #미야코 #FOX
원본 by ゴリラリゴ
원제 : 타인의 총에 정의를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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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2>
<1>
깊은 밤, 츠키유키 미야코는 작전을 마친 후 샬레를 방문했다.
작전이라고 해도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모두가 고요히 잠든 시간대에 소동을 피우는 대책 없는 불량배들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미야코 혼자 상황을 확인하러 갔다가 흐름상 제압했을 뿐인 일이었다.
전투가 시작되기는 했지만, 그 아이들도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인지 고분고분 투항했다.
녀석들 말로는 “우리 같은 낙오자들이 큰소리칠 수 있는 건 이 시간뿐이다.” 리더라 마는.
선생과 와카모가 눈을 빛내며 단속하는 요즘이다 보니 나름대로 불만이 쌓이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나중에 선생에게 슬쩍 전해 두는 편이 좋을 듯한 사안이었다.
전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문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선생이라면 조금이나마 환경을 개선해 줄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 야심한 시각에 샬레를 찾은 이유는 그저 샤워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이런 시간에 선생이 깨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라. 집무실에 불이…….”
그것은 마치 램프 셰이드처럼 묘하게 어스름한 불빛이었다.
집무실에 분명 누군가 있기는 하겠지만, 밖에서 슬쩍 보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알아채기 힘들 만큼 흐릿하고 아련한 빛이었다.
미야코는 집무실 문을 신속하게 열고 돌입했다.
“움직이지 마세요. 누구…아, 뭘 하고 계신 건가요, 선생님.”
“어머, 미야코잖아. 이 늦은 시간에 안녕.”
집무실에 있던 사람은 선생이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한 일상 같았지만,
한밤중에 책상 위만 간신히 보일 듯한 작은 불빛 하나만 켜 둔 채 그러고 있는 모습은 상당히 비현실적이었다.
“이 시간까지 작전이었던 걸까?
앗, 미안하지만 지금 여기서 본 건 다른 사람한테 비밀로 해 주길 바랄게.”
“극비 작전인가요? 못 본 걸로 하는 편이 좋겠습니까?”
“으응, 아니야. 기왕 이렇게 된 거 의견을 조금 들려주면 기쁘겠는데.”
이리 오라며 손짓하는 선생을 향해 미야코는 살금살금 다가갔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희미하게 실루엣을 드러낸 선생은 낮에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묘하게 수상쩍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미야코를 향해 짓는 미소조차 어딘지 모르게 요사스러웠다.
“이것은…작전서인가요?”
“맞아. 실은 최근에 꽤 골치 아픈 일이 있어서 말이지.
일단은 어떻게든 해결했는데, 다시 문제가 터졌을 때의 대처법을 고민하던 중이었어.
만약 두 번째 사태가 벌어진다면 훨씬 더 험난한 싸움이 될 것 같거든.”
미야코는 그 작전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글씨를 읽기 힘들 정도로 어두운 와중에도, 유독 한 구절이 또렷하게 눈에 박혔기 때문이다.
종이 위에는 ‘거대 드럼통 게 토벌 작전’이라고 적혀 있었다.
“저기…게임 이야기인가요?”
“아니라니까. 미야코는 요즘 못 들어 봤어? 카네자키 항구의 드럼통 게 도시전설 말이야.”
“아, SNS에서 본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누가 봐도 지어낸 헛소문이잖아요.”
“정답이야.
그렇지만 이 거대한 게는 실제로 존재해.
실제로 내가 두 눈으로 목격했고, 물리치기도 했으니까.”
뭐라 대답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선생이 그런 유치한 거짓말을 늘어놓을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업무 과다로 인한 피로 탓에 헛소리하는 것일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지금 눈앞의 선생은 그렇게 건강을 해쳐서 제대로 된 판단을 못 내릴 상태로는 보이지 않았다.
“정말이었군요. 아니, 믿기 힘든 이야기입니다만…….
저희도 어뮤즈 돌인 시로쿠로를 겪어 보았으니, 그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지요.”
“미야코는 말이 잘 통해서 참 편해.
그래, 맞아. 그런 일에 우연히 휘말렸던 거야.
마침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과 함께 격퇴하긴 했는데, 그 게라는 녀석은 시로쿠로처럼 한곳에 터를 잡고 사는 괴물이 아닐지도 모르거든.
그래서 다시 나타났을 때를 대비해 전략을 짜 두려는 셈이지.”
새삼 샬레의 선생이라는 자리는 참 고달픈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은 선생이 자진해서 발 벗고 나선 것뿐이지,
원래대로라면 총학생회나 발키리, 혹은 아직 존재했더라면 SRT의 대원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할 사태일지도 몰랐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워낙 희한한 게라서 말이지.
아마 정면에서 제대로 맞붙었다간 RABBIT 소대라도 순식간에 전멸할 거야.
철저하게 변칙적인 수단으로 나가야 해.
적을 유인하고, 파츠를 무력화하며, 엄청나게 강력한 물리력을 빌리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지.”
그 설명을 바탕으로 작전서를 훑어보았다.
과연, 당시의 보고서만 보아도 까다로운 적의 특징과 그 처리에 당면했던 학생의 임기응변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마치 SRT 대원이 대처한 것처럼 유연하면서도 치밀한 솜씨였다.
그저 선생의 훌륭한 교육과 지휘가 빛을 발한 결과이거니 하며 넘겼다.
“그리고 이게 내가 계획하고 있는 다음 대처법이야.
더듬더듬 대책을 세우던 그때보다 역할을 훨씬 명확하게 나누어 두었어.
진짜 게의 집게발과 다르게 이상할 정도로 견고하니까, 우선 그것부터 박살 내 버리는 형태지.”
“잠시만요. 이 게는 어째서 포탑을 장착하고 있는 겁니까?”
“나도 몰라. 정확히는 배가 통째로 등 위에 얹혀 있는 느낌이랄까. 그 배의 장비야, 이 포는.”
“차라리 게임 속 설정이라는 편이 훨씬 납득하기 쉽겠네요…….”
태클을 걸고 싶은 부분은 일단 가슴속에 묻어 두고, SRT의 소대장으로서 조언을 건넸다.
“이 스나이퍼 분이 거의 단독으로 포탑을 파괴한다는 전제인데, 부담이 너무 크지 않을까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다고 전력을 분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 역할을 도맡아 주지 않으면 곤란하단 말이지.
상대가 상대다 보니 대규모 작전으로 키우기도 어려워.
희생자가 나올 것 같거든.”
“미유처럼 엄청난 실력을 갖춘 스나이퍼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겠군요.
게다가 상대는 포탑이니, 상당한 장거리에서 저격을 완수할 수 있는 그런 저격수여야만 합니다.”
“그 부분은 염두에 두고 있는 아이가 있어.
그렇지만 미야코가 보기에도 역시 부담이 크다는 거지?”
“네. 그 점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 스나이퍼가 제 몫을 다해 주기만 한다면, 이 작전은 십중팔구 성공할 것입니다.
포탑이 처리되면 힘으로 밀어붙일 수 있으니까요.”
“그렇네. 미야코에게 물어보길 잘했어.”
미야코는 그 담당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다만, 질문을 던져도 순순히 대답해 주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선생이 이례적으로 극비 작전이라고 운을 뗐으니, 이것은 알아서는 안 될 영역이리라.
그렇기에 당시 대응했던 학생이 누구인지, 그리고 다시 전선에 설 학생이 누구인지에 대해 일절 함구하는 것일 터였다.
“혹시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니? 표정이 왜 그래.”
미야코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싱긋 웃었다.
“아닙니다.
선생님께서 언제나 학생들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계신다는 점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 미야코는 여전히 나를 깊이 신뢰해 주는구나. 기뻐.”
“아니요. 확실히 선생님께서는 대단히 수상쩍은 구석도 있으십니다.
그러고 보니 방금 불량 학생에게 상담을 받았습니다.
자신들은 한밤중에밖에 날뛸 수 없다며, 유일한 낙을 빼앗지 말아 달라더군요.”
“말썽부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거늘…….
음. 하지만 가끔은 숨통을 틔워 주는 것도 중요하니까 타협안이라도 한번 고민해 볼까.
그 아이들 연락처나 주로 머무는 곳을 알려 줄래?”
“선생님이라면 이미 알고 계실 거라고 하더군요. 지도로 보면 이 근처의…….”
미야코가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여 주자, 선생은 즉각 반응했다.
“아아, 그 아이들이구나.
심성은 착하고 솔직한데, 길거리에서 대소동을 피우거나 벽에 낙서를 하니까 참 곤란하다니까.
뭐, 키보토스에는 그런 장난꾸러기들이 발에 치일 정도로 많지만.
그 아이들이 설 자리를 잃지 않도록 내가 잘 타일러 볼게.”
“불량배들 얼굴과 사정까지 전부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어라. 당연히 대화를 나눌 때는 이름이나 어떤 아이인지를 기억하고 있어야지,
안 그러면 곤란하잖아.
상대 입장에서도 기분 나쁠 테고.
우리가 두 번째로 만났을 때 내가 ‘음, 그러니까 소대장 짱이었나?’ 하고 부르면 속상할 거 아냐?”
“뭔가요, 그건. 사람을 놀리는 것으로밖에는 생각되지 않네요.”
“바로 그런 거야.
세상 사람들은 손가락질하며 싫어하는 불량 서클이라 하더라도, 소속된 아이들에게는 목숨만큼 소중한 세계인 법이지.
SRT가 폐교되었다고 해도 너희는 여전히 SRT 대원인 것처럼 말이야.”
“과연, 납득이 가네요. 역시 선생님은 대단하십니다.”
나쁘게 말하자면 전부 계산된 행동이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상대방을 치켜세워 주는 짓이었지만, 그렇다고 선생을 비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술이 뛰어난 현장주의자.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방식으로 사회를 조금씩 바꾸어 나가는 선생은 총학생회처럼 딱딱한 조직에는 없는 독특한 매력을 품고 있었다.
“이 작전에는 투입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음에 또 다른 기회가 생긴다면 저를 불러 주십시오.”
“정말? 그럼 다음 전술대항전…….”
“그건 싫습니다.”
“에이.”
미야코는 잊을 만하면 전술대항전에 불려 나가 간당간당한 혈투를 벌이곤 했다.
“그것이야말로 게임이나 스포츠의 틀을 아득히 뛰어넘었습니다.
샬레의 업무 중 하나라고는 하지만, 다루는 무장들이 갈수록 본격화되고 있잖아요.
조만간 큰 사건이나 사고로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내 욕구를 채워 주는 최고의 오락거리인 걸…….”
“그 부분만큼은 도저히 선생님 편을 들어 드릴 수가 없네요…….”
처음에 느껴졌던 요사스러운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었다.
나이에 걸맞은 부드럽고 친근한 선생의 본모습이 어스름한 방 안에서도 똑똑히 들여다보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2>
“오늘 시뮬레이션은 여기까지 하자. 다들 고생 많았어.”
싯딤의 상자가 가진 기능성은 정말이지 끝을 알 수 없었다.
선생이 이 오파츠를 최대한으로 활용하기 위해 총학생회에 초창기부터 끈질기게 요구했던 것은,
넓고 움직이기 편하며 기능성이 뛰어난 훈련 시설이었다.
샬레와도 적당히 거리가 떨어진 오직 허가를 받은 자만이 들어올 수 있는 비밀 시설.
샬레에 소속된 학생이라면 대개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선생님의 명령이 없다면 굳이 발걸음을 하지 않는 딱 그런 포지션의 시설이었다.
“아, 힘들어!! 빨리 돌아가서 샤워나 하고 싶다!”
FOX 소대는 아직 샬레 소속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복잡한 처지였으나, 그녀들은 비밀리에 발급된 ID를 소유하고 있었다.
설령 샬레의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한다 한들 그녀들의 정보는 절대 나오지 않는, 말하자면 베일에 싸인 수상쩍은 부대인 셈이다.
“FOX 4. 귀환할 때까지 사담은 삼가도록.
우리는 만에 하나라도 샬레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목격되어서는 안 되는 입장이다.”
“아는데 말이야……. 지금 정도는 괜찮잖아.
나 진짜 녹초가 됐단 말이야. 신경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줄 알았어.”
오토기는 투덜거리며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소대장으로서 유키노도 한소리 하고 싶었지만, 사정이 사정이다 보니 차마 더는 나무라지 못했다.
‘조금쯤은 괜찮겠지.’
유키노 역시 내심 그렇게 동조해 버린 탓이었다.
“과연 FOX 소대네.
동작 하나하나가 완벽하게 다듬어져 있어.
특히 쿠루미, 너 정말 대단하더라.
그 거대한 게의 공격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굳건하게 중심을 잡아 준 덕분에 대담한 작전을 세울 수 있었어.”
쿠루미는 칭찬을 군말 없이 받아들였다.
“그야 당연하지!
진짜 전장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어지럽게 움직이는 법이니까.
정면에서 무식하게 힘만 믿고 날뛰는 게 따위 움직임만 파악하면 어떻게든 될 거야.”
“그런데도 단기간에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해 냈잖아. 대단하다고 생각해.”
“추켜세우는 게 제법이지만……. FOX 4를 조금 더 칭찬해 주는 게 어때?”
쿠루미가 지레 걱정할 만큼 이번 작전에서 오토기가 짊어진 부담은 그야말로 막심했다.
유키노와 니코가 필사적으로 엄호를 펼쳤다고는 하나,
결국 적의 가장 까다롭고 기이한 무기인 등 위의 포탑은 오토기 혼자서 대처해야 했기 때문이다.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선생은 끊임없이 오토기의 이름만을 불러댔다.
작전 중이었으니 정확히는 코드네임인 ‘FOX 4’였다.
“FOX 4. 방금 탄환은 제대로 정타로 들어가지 않았어.”
“FOX 4. 그 위치에서는 포탑에 치명상을 입힐 수 없어. 아주 조금만 더 윗부분을 노려.”
“FOX 4. 파괴가 지체되고 있어. 이대로 가면 작전은 실패야.”
소대장인 유키노에게조차 이 정도로 지적을 받아 본 적이 없었던 오토기는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아, 정말! 집중이 흐트러진다고!
스코프도 안 보고 있는 선생님이 도대체 뭘 안다고 그러는 건데!”
“다 보여.
이 시뮬레이션은 싯딤의 상자가 구현해 낸 홀로그램이거든.
방금 장전해야 할 탄약을 엉뚱한 걸로 헷갈렸던 것도, 게의 장갑이 묘하게 매끄러운 탓에 탄도가 자꾸 빗나가는 것도 말이야.”
“이 스토커가!”
“FOX4의 사격에 기복이 있는 건 사실이잖아?
상대가 인간형이거나 전차 같은 일반적인 병기였다면 사소한 실수쯤이야 어떻게든 만회할 수 있었겠지만,
상대가 상대인 만큼 선생님은 그 이상 완벽한 실력을 요구하시는 거겠지.”
“알고 있지만!! 네, 네! 하면 되잖아, 하면!”
오토기는 짜증을 내면서도 게 위의 포탑을 향해 필사적으로 탄환을 꽂아 넣었다.
선생의 작전 의도는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었다.
이것이 자신에게 결코 불가능한 임무가 아니라는 것도,
만약 실패한다면 FOX 소대는커녕 선생이 불러 모은 다른 학생들,
나아가 현장에 있을 민간인들까지 무사하지 못하리라는 사실도 너무나 잘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격수 한 명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정신 나간 수준이었다.
미야코가 지적했던 대로 이 작전은 부대원 간의 역할 부담이 극단적으로 치우쳐 있었다.
이 가혹한 조건을 10번 중 겨우 3번 성공하는 단계에서 10번 중 10번 모두 성공하는 단계로 끌어올리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으나,
선생은 실전의 단 한 번 기회를 반드시 성공시키라고 종용하는 중이었다.
“FOX 4, 참 뭐랄까, 화를 내면서도 사격 정밀도가 올라가는 특이한 성격이네.”
“욕이야 칭찬이야! 혹시 불난 집에 부채질!?”
“칭찬하는 건데…….
사실 낙담해서 실수를 저지를 만한 멘탈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가혹한 작전이라는 거, 나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주위에서 아무리 보조를 맞춰 준들, 결국 마지막 키는 네 손에 쥐여 있어.
이 부분만큼은 어쩔 수가 없단다.”
“알고 있으니까 더 분하다고, 정말…….”
드러누운 채 허망하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토기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싯딤의 상자가 만들어 낸 가짜 하늘이었지만,
끝도 없이 정체 모를 녹슨 고철 덩어리를 노려보고 있던 것에 비하면 몇 배는 나았다.
“얼마 전에 우연히 미야코와 이 작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거든.
물론 FOX 소대에 관한 건 일절 비밀로 붙였지만. 그랬더니 스나이퍼의 부담이 너무 크다고 걱정하더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건 자기네 소대의 미유 정도밖에 없을 거라고 단언하더라.
미야코의 그런 확신에 찬 모습, 참 사랑스럽단 말이지.”
오토기뿐만 아니라 나머지 세 사람도 그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였다.
“이건 미야코뿐만이 아니야.
같은 소대장인 유키노도, 아니, 니코도 쿠루미도 네가 해낼 거라고 추호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어.
나 역시 마찬가지고.”
유키노와 니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쿠루미는 어째서인지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하아……. 알았어, 알았다고.”
“어라라? 나도 네가 해낼 거라고 믿고는 있는데?
다만 상대가 상대잖아~.
우리로서도 상상조차 못 했던 괴물이니까, 약한 소리를 하고 싶어지는 그 마음도 십분 이해는 한다는 거지~.”
쿠루미는 아무래도 오토기를 다루는 법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듯 선생님보다 훨씬 더 노련하게 그녀를 도발했다.
그 덕분인지 며칠 뒤에 치러진 재훈련에서는 10번 중 8번꼴로 성공하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그리고 사흘쯤 지난 후, 샬레에 긴급 타전이 날아들었다.
거대한 게가 갑작스럽게 출현했다는 소식이었다.
“FOX 소대, 출격할 시간이야.
장소는 고맙게도 카네자키 항구. 아주 그 자리에 정착한 괴담처럼 되어 버린 모양이네.
게다가 이전에 목격했을 때보다 장갑도 훨씬 단단해지고 힘도 강해졌대.”
훈련한 보람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두 번 다시 마주치지 않는 편이 가장 좋았겠지만, 샬레는 아무래도 이런 기괴한 사건을 해결하는 게 일상인 모양이었다.
선생이 다음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던 것도 그제야 납득이 갔다.
싯딤의 상자가 가진 기능성은 실전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했다.
한층 더 강력해진 게의 움직임조차 훈련에서 스펙을 키워 둔 데이터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유일하게 다른 점이 있다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장갑이 단단하다는 사실이었다.
오토기가 짊어진 부담이 더욱 무거워졌다.
그러나 상대는 숙련된 FOX 소대원들이었다.
지금까지 중 가장 신속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유기적인 연계로 마침내 ‘오토기만 성공하면 끝나는’ 완벽한 판을 깔아 주었다.
그런 동료들의 신뢰에 보답하듯, 오토기 역시 FOX 소대의 일원으로서 바늘구멍에 실을 꿰는 듯한 정밀 타격의 진수를 선보였다.
강화된 장갑이 무색할 정도로 한 발 한 발이 적의 파츠를 무참히 깎아내렸다.
훈련 때조차 기록해 본 적 없는 신들린 속도로 적의 포탑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나이스!! 녀석이 바다로 후퇴하기 시작했어! 추격을…….”
“진정해, FOX 3. 여기부터는 우리 몫이 아니야. 우리는 여기서 철수다.”
“앗, 맞다. 나도 모르게 저번 기세로 그대로 밀어붙일 뻔했네.”
훈련 단계에서부터 해안가에서의 전투는 부대 특성상 궁합이 맞지 않으므로, 마무리는 다른 부대에게 일임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여기에서부터는 드럼통 게의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발악이 시작될 터였다.
FOX 소대처럼 정교한 기술과 전술로 상대를 제압하는 부대가 아니라,
정면에서 대미지를 입는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저 순수한 화력을 쏟아붓는 그런 무모하고 압도적인 폭력이 필요한 타이밍이었다.
“학습 차원에서 안전지대에서 구경이나 하도록 하자. FOX 4, 드론 좀 띄워 줄래?”
“진작 띄워 놨지~. 자, 여기 화면 보여?”
오토기가 어디선가 꺼내 든 단말기를 통해 드론 카메라의 영상이 송출되었다.
“죽어주세요 죽어주세요 죽어주세요!!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제발 죽어버리세요!!”
“여전히 화끈하네, 하루카 짱.
도대체 폭발물을 얼마나 싸 들고 온 거야? 이 아저씨도 좀 거들어 줄까?”
“괜찮습니다!!
게든 군함이든 간에, 이만큼 던져대면 뼛조각도 안 남고 산산조각이 날 테니까요!! 에잇!!”
아득히 먼 곳이었음에도 이구사 하루카의 비명 섞인 목소리가 쟁쟁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목소리마저 집어삼키려는 듯, 상식을 초월한 양의 무장이 끊임없이 폭발음을 울리며 대지를 뒤흔들었다.
“앗, 보아하니 황천길로 가 버린 것 같네.
저 정도로 들이부으면 로어 녀석이라도 눈물 콧물 쏙 빼고 도망치겠는데?”
“어쩐지 현장직 체질인 모에 짱을 보는 것 같네.”
“확실히 우리 부대의 영역이 아니라는 게 단번에 이해가 가는군. FOX 소대, 철수 준비를.”
선생의 주변에는 저런 기상천외한 학생들이 잔뜩 널려 있는 모양이다. 그
렇게 생각하니, 어둠 속에 몸을 숨겨 가며 극비 작전을 수행하던 자신들의 처지가 왠지 모르게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수고했어. 아주 순조롭게 마무리된 모양이네.”
작전이 끝난 후, 유키노가 대표로 선생님에게 보고를 올렸다.
FOX 소대가 길을 열어젖힌 후, 별동대가 적을 확실하게 숨통을 끊어 놓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선생도 추호의 의심이 없었던 듯했다.
“네. 상정했던 것보다 강인한 개체였습니다만, 오차 범위 내로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다행이다. 시뮬레이션은 결국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니까 말이야.
그 아이들처럼 뼈저릴 정도로 괴물들과 실전을 치러 온 베테랑들과는 아무래도 경험치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니까.”
언제나 냉정함을 잃지 않던 유키노가 드물게 눈을 크게 떴다.
“저런 괴물이…그렇게 자주 출현하는 겁니까.”
“뭐, 물론 저 게처럼 황당무계한 녀석들만 나오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거대한 메카닉이라든가, 괴담 속의 짐승라든가, 고대 경전의 화신 같은 녀석들이랄까?”
“FOX 3도 언급했습니다만, 저희는 그런 비현실적인 사태를 상정한 훈련은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너희가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지. 기대하고 있을게.”
따스한 미소를 건네주는 선생을 바라보며, 유키노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심경에 휩싸였다.
“최근…고민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이미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알고 있어.
그 사건을 계기로 대체 정의란 어디에 존재하는가에 대해 헤매고 있는 거잖아.
그건 미야코 역시 마찬가지였으니까.”
“선생님께서는 카야 방위실장처럼 권력이나 타인의 약점을 쥐고 흔들지 않으시기에…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두려운 어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곤 합니다.”
선생에게 이런 의구심을 노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유키노가 총학생회장에게 온전한 신뢰를 보낼 수 없는 이상,
마음을 터놓고 기댈 수 있는 어른은 결국 선생밖에 없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었다.
“의심하고 경계하는 건 아주 좋은 자세야.
실은 나, 카야보다 훨씬 더 지독한 악당일지도 모르거든?”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하지만 오토기도 감사해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믿어 주어서 정말 기뻤다고요.
겉으로는 뭔가 억울하고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만.”
“그것 또한 내 작전의 일환이었으니까, 미움을 산다 해도 어쩔 수 없지.
FOX 소대에 관한 소문은 미야코에게도 자주 귀가 닳도록 들었거든.
근데 실제로 접해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평범한 학생들 같아서 그 갭에 조금 놀라긴 했어.
특히 오토기랑 쿠루미 말이야.”
“그 아이들도 작전이 시작되면 확실하게 프로로서 스위치를 켜니까요.”
“맞아, 그렇더라고.
나한테는 너희 역시 소중한 학생이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어서 그 간극 때문에 나름대로 고민이 많단다.
뭐, 그렇다고 해도 작전이 시작되면 봐주는 것 없이 혹독하게 부려 먹을 거지만 말이야.”
선생은 제 손으로 총을 쥐지는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이 가진 총구에 ‘작전’이라는 이름의 탄환을 장전하고, 자신이 믿는 가치를 쟁취하기 위해 전장을 지휘한다.
그 삶의 방식은 FOX 소대가 지금까지 타인에게 찬사를 받아 왔던 프로페셔널로서의 성정 그 자체였다.
선생에게 있어 정의라는 거창한 명분 따위는 아무래도 좋은 모양이었지만, 유키노는 자연스레 자신의 모습을 선생에게 투영해 보게 되었다.
소대장으로서, 즉 대원들의 총구에 올바른 정체성을 불어넣고 자신의 정의를 관철하는 것이 가능할까.
한 번은 참혹하게 실패했지만, 과연 다시 한번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선생님의 정의는 결코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정의인가요?”
“나?
내 정의는 그저 학생들을 지키는 것뿐이야.
그 학생이 세상의 기준에서 정의로운지, 혹은 악인인지는 내게 중요하지 않아.
그러니까 누군가의 눈에는 내가 정의로 보일 수도, 반대로 악마로 보일 수도 있겠지.
결국 그렇게 규정짓는 건 타인의 시선일 뿐이야.
나는 언제나 한결같지만, 상황에 따라 다르게 보일 뿐이지.
난 그런 세간의 평가에는 그리 개의치 않는단다.”
“변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유키노가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네.
다음에 또 이야기 나누자꾸나.
그때는 ‘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해 봐도 좋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어른이라고만 치부했던 선생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선생이 선인지 악인지 같은 단순한 이분법적 단어로 단정 짓기에는,
아직 자신에게 헤아릴 수 있는 혜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 또한 어렴풋이 깨달았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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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유키노도 실장하면 게잡이 성능으로 나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