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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나는 이렇게 하찮은 결말을 맞이할 존재가 아니다.

....숭고함을 이룩할 존재란 말이다.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수는 없다.

....그래, 이건 다 그놈 때문이다. 나를 하찮게 보던 그 망할 놈 때문이야. 그 놈이 내 모든 걸 망쳤어.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이렇게 사라질 수 없어. 다시 깨어날 수만 있다면... 내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선생, 네 놈은 반드시 나 이상으로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게 해주마.

**

어느 무인택시 안에서 한 남자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다리까지 덜덜 떨어대는 모습이 상당히 불안해 보인다.

“큰일났다, 지각이다, 지각이야. 이대로 가면 무조건 지각이야. 그냥 수면실에서 잘 걸 괜히 집에 돌아가서 잔다는 게 이렇게 될 줄이야. 이런 머저리놈.”

“아직 시간이 조금 남았잖아요? 어떻게든 잘만 하면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발 그래야 할텐데...”

아로나의 말에 선생은 일말의 희망을 갖지만, 곧이어 프라나가 바로 절망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아마 불가능할겁니다. 앞으로 남은 거리, 택시의 주행속도, 그리고 교통 정체를 생각해봤을 때 99.9% 확률로 선생님은 지각을 하실 겁니다.”

“안 돼! 오늘은 유우카가 당번이란 말이야! 오늘 걔보다 늦게 들어왔다간 잔소리만 1시간일 거라고! 전례가 있어서 오늘은 꼭 제시간에 도착해야 한단 말이야!”

선생의 절규에, 프라나는 한숨을 내뱉으며 대답했다.

“이제 와서 뭘 어쩔 수는 없습니다. 그냥 담담히 운명을 받아들이세요.”

“아, 인생. 맥주 하나 마시고 잔 게 이리 될 줄이야.”

선생은 괜히 그날따라 맥주를 마시고 싶었던 자신을 저주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어제로 돌아가서 머리라도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선생은 시계를 보았다. 남은 거리는 3km인데 출근 시간까지 1분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선생은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지각 확정! 신난다!”

“웃을 일 아닙니다. 선생님...”

“이제 온갖 잔소리를 듣겠지, ‘선생님! 대체 제정신이에요?! 당번까지 부르고는 당당하게 지각이라니 무슨 생각이신 거에요?! 어른으로서의 자각을 조금은 가지라고요! 교통체증 핑계대지 말고 30분씩 일찍일찍 다니면 되잖아요! 어쩌구 저쩌구...’”

선생은 유우카 성대모사까지 내며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그리고 있었다. 아로나는 그 모습을 보고 빵 터져버렸다.

“우와, 평소에 선생님이 혼나는 그 상황 그대로에요! 아하하하!”

“훗, 하도 많이 혼나다 보니 전부 파악했지.”

“그게 자랑할 건 아닌 거 같습니다만.”

그리고 그렇게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샬레의 건물이 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10분이 오버되었다. 선생은 씁쓸하게 웃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후, 마치 마왕성에라도 가는 거 같군.’

그리고 그 때였다.

띠리리리링~

선생의 스마트폰으로 벨소리가 울린다. 선생은 이 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숙이고는 올 게 왔구나 생각했다. 한숨을 푹 쉬고는 선생은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냈는데, 이를 보자마자 선생은 갸우뚱했다. 스마트폰의 화면에는 처음보는 전화번호가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뭐지? 일단 받긴 해야겠다.’

혹시나 보험광고나 핸드폰 신제품 권유같은거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끊어버리리라 생각하며 선생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이거, 더 늦기 전에 연락이 닿아서 다행입니다.”

선생에게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생은 방금 전까지 보였던 얼빠진 표정은 곧바로 사라지고, 바로 정색하고는 대답한다.

“무슨 용건이지, 검은 양복? 우리가 이렇게 전화를 나눌 사이였던가?”

“선생, 지금 그렇게 경계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사실 지금 이런 소리도 할 시간이 없습니다.”

“알겠으니 용건이나 말해.”

검은 양복은 짐짓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 지금 선생은 어디에 있습니까?”

“택시 안인데, 왜? 샬레로 가는 중이고.”

“지금부터 제 이야기 잘 들으시죠. 그 택시 당장 돌리시고, 절대로 샬레로 향하지 마셔야 합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스무고개할 시간 없습니다. 이제부터 선생은 학생 그 누구도 믿지 마셔야 합니다. 살고 싶으시다면, 무조건 도망가셔야 합니다.”

선생은 난데없는 소리에 황당해했다.

‘뜬금없이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난데없이 학생들을 믿지 말라니, 기가 차다. 선생과 학생들은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인연과 유대를 쌓아가지 않았던가? 그런데 학생들의 적인 이 녀석이 학생들을 믿지 말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란 말인가.

“어디 아프냐? 너 왜...”

“선생.”

검은 양복의 목소리는 이전에 느껴지던 어딘가 기분 나쁜, 교활한 듯한 느낌은 싹 사라진 채로, 오직 진지함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선생은 확실히 심각성을 인지했다. 아니, 처음부터 인지했어야 했다. 애초에 검은 양복은 선생에 한정해서 허튼 짓을 하지 않는 사람이지 않는가.

“자세히 말해봐. 무슨 소리야?”

“선생,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선생은 키보토스 내에서 안전한 곳이라고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이 사태를 감당하실 수 없을 겁니다. 도망치셔야 합니다.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조언입니다. 그럼.”

뚝.

검은 양복에게서 들려온 불길한 전언. 선생은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웃으며 서로 인사를 나누며, 즐겁게 지냈던 학생들이 아닌가? 그런 학생들에게 도망을 치라니. 뜬금없어도 너무 뜬금없었다. 만우절 농담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선생은 그저 농담 취급하며 넘어가지 못했다.

‘.....뭐지? 무슨 상황인 거야 대체?’

“선생님, 괜찮으세요? 표정이 좋지 않아보여요.”

“선생님, 무슨 일이십니까?”

“.......”

그리고 그 때였다. 아로나와 프라나가 갑자기 그 얼굴빛이 사색이 되고는 급박하게 말했다.

“선생님!”

콰아아아앙!!!

순식간이었다. 미사일이 날아와 샬레의 건물에 처박히고는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욱하고도 불길한 검고 붉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뭐, 뭐야!”

그리고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콰아아앙! 콰아앙!!

또다시 날아든 미사일이 연속으로 샬레에 충돌한다. 선생은 너무나 큰 악의가 느껴지는 테러에 할 말을 잃었다. 만약에 자신이 늦잠을 자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저 테러에 휘말렸으리라.

‘대체 누가 저런 짓을...’

선생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아연실색했지만, 이 순간, 한 사람이 떠올랐다.

“유, 유우카!”

오늘 샬레의 당번이었을 그녀가 당장 저기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선생의 머릿속에 끔찍한 상상이 떠올랐다. 신비의 가호가 그녀를 지켜줄 것이라 믿으며, 재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아라... 받아라...’

그리고 다행히도, 전화는 곧 이어졌다. 소리가 들리자마자 선생은 다급하게 말했다.

“여보세요, 유우카. 지금 어디야! 괜찮아?”

“........”

하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선생은 점점 불안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럴수록 선생은 더 다급하게 말했다.

“내 목소리 들려?! 들리면 아무 말이나 해 봐! 여보세요! 유우카? 유우카!”

그리고 그의 간절함이 닿았을까, 그녀의 목소리가 전화를 통해 들려왔다.

“.....뭐야.”

“유우카! 다행이다. 지금 무사한 거 맞아? 지금 어떤 상황인지 대답해 줄 수 있겠어?”

“..........”

하지만 다시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선생은 또다시 불안해졌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선생은 애써 침착한 채로 다시 말을 건넸다.

“유우카, 유우카? 내 말 들리는 거 맞지? 대답해줘!”

그리고 선생의 바램대로, 대답은 돌아왔다. 하지만 마치 원숭이 손이 소원을 들어주는 것처럼, 대답은 너무나 참혹하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왜 살아있죠? 설마, 거기 없는 거야?”

“....뭐?”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다. 아침에 벌어지는 이해하지도, 이해할 수도 없는 상황이 계속해서 선생에게 닥쳐온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미 정신줄을 놓았겠지만 그는 어떻게든 정신줄을 붙들어맸다. 그리고 그 때, 검은 양복이 자신에게 해줬던 말이 기억이 났다.

“이제부터 선생은 학생 그 누구도 믿지 마셔야 합니다. 살고 싶으시다면, 무조건 도망가셔야 합니다.”

이 말을 생각하자마자, 선생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리고 선생은 행동이 재빨랐다.

“택시! 반대로! 왔던 길 반대로 다시 돌려!”

선생은 직감했다. 지금 샬레로 향했다간 죽는다. 온몸의 세포가 그리 말하고 있었다.

“선생님, 이건!”

“너무나 악의적인 테러다. 그냥 날 죽이겠다고 작정했어.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그리고 유우카의 그 말은 대체 뭐지?”

그리고, 그에겐 의구심을 가질 시간조차도 주어지지 않았다. 선생의 스마트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뭐야, 비상문자?”

선생은 곧바로 문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있었다. 선생 그 자신의 사진과 함께, 끔찍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전 키보토스 시민과 학생들에게 알립니다. 지금부터 샬레의 선생을 목격한 사람이 있거나 발견했다면, 경찰이나 근처 학교에 알리십시오. 그리고 학생들은 선생을 발견했을 경우, 즉각 사살하십시오. 총학생회는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겠습니다.」

“뭐..?”

선생은 자신의 볼을 힘껏 꼬집어 봤다.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니었다. 그래서 눈을 비비고 다시 문자를 확인해봤다. 그러나 문자는 확실하게 자신을 죽이라는 내용이었다.

“선생님... 이게 대체 뭐죠..? 왜..?”

“즉살령(卽殺令)..?”

아로나는 이 상황이 너무나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선생도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그리고 프라나는 이걸 확실히 인지하고 있었다.

“선생님, 지금 당장 도망치셔야 합니다.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그 말에 선생도 정신을 붙잡았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아로나, 프라나! 이제 너희들밖에 없는 것 같다. 지금 안전한 곳을 찾아야 해!”

“네!”

그리고 이렇게, 선생에게 있어 가장 가혹한 이야기가 막을 올렸다.

-후기-

쓰고 싶었던 피폐, 후회물 소설을 지금 한 번 써보려 합니다! 왠지 갑자기 느낌이 왔어요!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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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9.20창작

소설) 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

#소설
좋아요 0댓글 12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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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DC
에이2작가
게시물 261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3.09.20 02:21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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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나
ㅇDC
ㅇㅇ123.09.20

이거 더 가져와 아니 다가져와

ㅇDC
ㅇㅇ223.09.20

오 훌륭한 소재

ㅇDC
ㅇㅇ323.09.20

처음에 베줌마임?

ㅇDC
ㅇㅇ523.09.20

ㄱ그런듯

ㅇDC
ㅇㅇ23.09.20

다음화 기다리겠음

ㅇDC
ㅇㅇ423.09.20

어서 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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