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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키사키의 해주가 완료된 이상, 이를 지속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은 남아 있었으니, 발광 현상이 발하였던 다섯 아이의 해주.
'...선생은 루미, 사야, 레이죠와 함께 먼저 현무상회로 돌아가라,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겠다.'
키사키는 그렇게 말한 뒤, 그들을 먼저 돌려보냈다.
'선생이 육화각에서 해주를 하는 것보단, 아이들을 육화각 바깥으로 내보내는 것이 낫겠지.'
그녀는 산해경의 학생회장, 다섯 아이를 빼내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었다. 단 한 마디만 덧붙이면, 모두는 의심하지 않고 그녀의 손에 아이를 쥐어주었다.
'내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고자 한다. 병력은 지금 이들을 쓰고자 하니, 그대들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이들 뿐인가, 현룡문의 모든 부원들에게 휴식이 명해졌다. 그리고 부원들은 감히, 하해와도 같은 문주의 은덕을 의심하지 않았다.
'잠시 나와서 바람을 쐬자꾸나.'
그리고 아이들 역시, 문주를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녀의 손을 잡고 바깥에 나갈 뿐이었다.
물론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한들, 이 행위는 아이들을 속이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마음은 결코 좋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미나도, 지금의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수도 있겠군.'
하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해야만 하는 행동이 있다. 지금 양심이 찔리는 것은, 이 행위를 하지 않았을 때 다가올 위험한 미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바깥으로 나가니, 어느새 해는 저물고 있었고, 하늘은 저녁놀이 져 불그스름해졌다. 날씨는 맑고 적당히 선선하니, 산책을 나가기에 너무나 알맞은 날씨였다.
"우와아~"
격리에서 풀려나 신이 났는지, 아이들은 머리가 아픈 것도 잊은 채 빵긋거렸다. 슌과 현룡문 부원... 아리우스 스쿼드의 손을 맞잡은 채,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겼다.
"뛰, 뛰쳐 나가면 안 돼요...!"
"나란히~ 나란히~"
그리고 지금, 키사키는 자신을 아사쿠라 토오루라 칭했던 그녀에게 다시 묻는 것이었다.
"그래, 우린 인사부터 다시 해야겠지 않겠나? 그대의 본명은?"
"...조마에 사오리라고 한다. 아니, 합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저들은... 그대의 동료들인가?"
그녀의 물음에, 사오리는 이렇게 답하였다.
"내 동생들입니다."
"오, 그런가. 혹시 모든 일이 다 끝나고 나면 그대하고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겠는가? 내 그대가 궁금하구나."
"알겠ㄷ... 알겠습니다. 그리 하죠."
아직은 그녀의 부하인 실정이라 반말을 했다간 뭔가 이상해지기에 평소의 언행과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어째 사오리는 함부로 반말이 나오지 않았다.
'단순히 역할극이어서가 아니라, 그녀에게서 나오는 [분위기]가 이상해. 뭔가 [살기]라거나 [광기]같은 그런 것이 아닌... 왠지 처음부터 위에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소라사키 히나와 타카나시 호시노, 그리고 미소노 미카에게서 느꼈던 그 느낌과는 다른 [압도]가 있었다. 어째 그 누구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그리고 키사키 역시, 그녀에게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역시, 사나운 느낌이 드는구나. 마치 늑대를 보는 듯 하다. 그때 위화감을 느꼈던 건 본질과 다른 행동을 하여서 그랬던 것인가? 아니다, 내가 아직 이야기를 나눠본 것도 아니거늘, 어찌 사람을 첫인상으로 평가하겠는가?'
생각은 그리 하고 있지만,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만큼은 확신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나쁜 쪽으로 생각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래도 운이 아직 우리에게 따라주긴 하는구나.만약 오늘도 어제와 같았다면, 내가 무슨 꼴이 됐을지 짐작하는 것조차 두렵구나."
"분명 문주님께 그 행운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 쭉 따라줄 것이겠죠."
"...부디 그랬으면 좋겠군. 그리고 그 행운이, 나에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향하기를 바라지."
최고 통수권자의 발광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고, 주 인원 역시 이제 더는 발광에 시달리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아무것도 모르는 채 걸어가고 있는 저 아이들 역시, 더는 고통받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고맙네, 선생.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휩쓸리지는 않게 되었어.'
선생이란 행운이 찾아왔기에 정말로 다행이라고, 류우게 키사키는 그리 여기고 있었다.
-부스럭...
그리고 지금, 미나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키사키는, 뭔가 그녀와는 맞지 않는 듯한 물건의 등장에 조금은 당황하였다.
"미나, 그건... 리코더가 아닌가?"
"네, 그렇습니다."
리코더라는 말에 모두 걸음을 멈추고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아츠코는 이를 보고 흥미가 생겼는지 바로 묻는 것이었따.
"정말 리코더네? 그걸 계속 가지고 다녔던 거야?"
"...그렇다."
"헤에... 그러면 왜 그걸 들고 다니고 있는 거야?"
"...악기의 쓰임새는, 오로지 연주만을 위해 있는 것이지."
"아~"
근데 왜 클라리넷도 피리같은 것도 아니라 리코더일까 묻고 싶었지만, 이내 관뒀다. 생각해보면, 리코더면 뭐 어떤가. 오히려 그런 언밸런스한 것이 보기엔 더 재밌는 것이었다.
"...왠지, 이런 분위기에선 어쩐지 연주를 하고 싶어지는군."
"오, 연주하는 거야?"
붉게 물든 하늘과 함께, 석양을 등지고 연주한다. 아, 이 얼마나 멋있고 낭만이 넘친단 말인가. 이미 미나는 스스로를 영화의 주인공이라 여기고 있었다.
"그, 그래도 되는 걸까요...?"
하지만 어째, 오늘 따라 허튼 소리를 많이 하는 히요리가 다시 시동을 걸고 있었다. 이번엔 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것일까.
"왜, 히요리. 연주야 뭐 할 수 있는 거지."
"아, 아니... 그게 아니라요... 어쩐지 피리를 불면서 아이들과 함께 가게 되면... 뭔가, 아이들을 납치하는... 그런 장면이... 떠오르게 된단 말이죠."
"아?"
피리 부는 사나이... 아니, 리코더 부는 여인이라 해야 할까. 느와르 그 자체였던 이미지가 순식간에 잔혹동화로 바뀌어 버렸다. 그리고 곧바로 미나는 그녀에게 버럭 화를 내는 것이었다.
"얌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이건 그냥 연주라고!"
"뿌, 뿌에에엥... 죄송해요, 왠지 오늘 들어 저도 모르게 허튼 소리를 많이 하게 되네요... 헤헤."
"후, 하지만... 정말로 내 연주가 사람을 홀릴 수 있는 경지에 올랐을 수도 있지. 제법 실력이 붙었거든."
"...???"
만약 이 자리에서 선생이 있었다면, 곧바로 얼굴이 사색이 되며 그만두라고 말했겠지만 지금 미나를 막을 사람은 없다. 그녀는 이미 자신에게 취해 있었다.
"그럼 들려주마. 나의 진혼곡(鎭魂曲)을!"
"와아~"
공주님의 저 해맑은 미소를 보라. 어떤 연주가 펼쳐질 지 기대하는 눈빛이었는데...
-삐이~! 삐이⬈⬊⬈! 삐리히이익~~!
그 표정이 순식간에 당혹으로 되는 것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삐리히이~ 삑⬈삑⬊삐리익~! 삐히이익!!!
그 다음 5초에서, 그녀의 표정은 썩어들어갔다. 그리고 그건 비단 그녀만의 경우가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표정이 일제히 [경악]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삐리이익⬈⬈!! 삐이~~히이익⬊⬈!
"미, 미나? 미나?! 지금 뭐하는 겐가?!"
키사키조차도 평정을 잃어버리니, 이 얼마나 엄청난 진혼곡이란 말인가. 지금 미나는 모두의 귀에 카서스 궁극기를 꽂고 있었다.
"뿌에에엥!!! 뭐에요 이게?!"
"귀가...!! 저 자식, 무슨 짓을 하는 거야?!"
".......!"
아리우스 스쿼드는 모두 일제히 귀를 막으며, 이 음악이 자신들의 귀에 들어오는 것을 차단하려 했다. 하지만 고작 손 따위가 어찌 진혼곡을 막겠는가.
"뿌에에에엥!!!"
아리우스 시절에나 경험할 수 있었던 [고문]이, 다시 일어나고 있었다.
"으에에엥!!! 무서워!!!"
"흐에에에엥!!!"
"미나 씨, 멈추세요! 지금 아이들이...!"
"으아아아앙!!!"
매화원의 아이들이 일제히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망가진 것들에게서부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주가 시작된다지만, 그 [아름다움]은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는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미나, 미나...! 내 말 들리나! 일단 멈추게나!"
-삐리리히익⬈⬈! 삐이⬊⬊이익!⬈ 끼이익!!
[류우게 키사키] SAN値 80 → 74
"미나아아아!!!"
아, 큰일났다. 미나는 지금 자기 자신에게 취해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이미 자신은 영화의 주인공이었고,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지금 자기 자신에게 너무나 취해버려, 지금 그녀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삐리이히익⬈⬈! 삐이⬈⬈! 히리히익⬈⬈!!!
"흐에에에엥!! 우린 이제 다 글렀어요!!!"
[츠치나가 히요리] SAN値 54 → 49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딴 고문을...!"
[이마시노 미사키] SAN値 69 → 66
"...!!!"
[하카리 아츠코] SAN値 73 → 69
"이, 이건... 너무 끔찍해!"
[스노하라 슌] SAN値 74 → 70
모두의 정신이 갉아먹히고 있다. 선생과 만난 이후, 그녀의 연주는 다른 쪽으로 더 성장을 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위기는 이렇게 억지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삘리리~ 삐리히이익⬈⬈!! 삐이이!!
[류우게 키사키] SAN値 74 → 59
[츠치나가 히요리] SAN値 49 → 34
[이마시노 미사키] SAN値 66 → 52
[하카리 아츠코] SAN値 69 → 54
[스노하라 슌] SAN値 70 → 56
-휘리히이!! 삐익!! 삐이이이익!!
"으아아아아앙!!!"
-삐리히이익!!! 삐이~~
-뻐어어억!!!
-쀫?!?!
그리고 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연주는, 그녀의 뒤통수에 손바닥이 꽃히는 동시에 중단되었다.
"거기까지다!!!"
[조마에 사오리] SAN値 86 → 74
어떤 고문에도 버틸 수 있는 훈련을 해온 그녀에겐, 청각적인 테러에도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그녀 역시도 정신이 깎여나가는 것만 같은 끔찍한 느낌을 겪었기에, 다음과 같은 말이 자동으로 튀어나오게 되었다.
"내 귀에 쓰레기같은 음악을 집어넣지 마라!!!"
"뭐, 지금 무슨 소리를...!"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했는 지는 알고는 있는 거냐? 눈 앞의 상황을 봐라!"
"으에에에엥..."
"무서워...!! 흐에에엥..."
아이들은 이해 불가의 음색에 완전히 겁을 먹고 울고 있었다. 분명 연주를 하였을 뿐인데, 어째서 아이들이 울고 있는 것일까.
"감동받아서 우는 것인가?"
"네 눈에는 저 표정이 [감동]으로 느껴지는 거냐?"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결코 곱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미나였다. 그녀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결코 보면 안 될 것을 본 것만 같은 [공포]를 담고 있었다.
"...아니, 대체 왜... 그냥 연주였을 뿐인데."
"미나. 그, 자네..."
"무, 문주님...?"
"현룡문주의 어명(御命)이니, 리코더 이리 내놓게나."
"네, 네엣?!"
순간 아루가 빙의한 듯 눈을 까뒤집으며 당황하는 미나였지만, 키사키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자네의 연주는 애석하게도 세상이 받아들이기 아직 힘든 모양인 것같네. 한 천 년 뒤에 다시 연주하는 걸 허락하도록 하지."
"처, 천 년이요?!"
그냥 연주하지 말라는 소리, 어떤 의미에서 최고의 극찬일지도 모르겠다.
"어서."
"......."
그리고 그녀는, 현룡문주의 명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리코더는 순식간에 그녀의 손에 쥐어지고 말았다.
"내 그대의 재주를 높게 사지만... 아무래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느니라."
"엣..."
안 된다. 아무리 그 키사키의 말이라 해도 이걸 "알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순간 영원히 그녀는 악기와 동떨어져 살아야 할 것이었다.
'안 된다! 문주님의 마음을 돌려야만 해!'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 그녀에겐 또 하나의 무기(악기)가 있다. 리코더 말고도 갈고 닦았던 것이 그녀의 품 안에 있었다. 물론 클라리넷은 끝내 손대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겁니다, 문주님! 제 하모니카 실력을 보여드리죠!"
"뭣"
검은색의 하모니카가 그녀의 품 안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번은 분명히 다를 것입니다! 실수를 만회하겠습니다! 이 하모니카로!!!"
-빠아악!!!
하지만 그 순간, 미나는 충격과 함께 뒤로 나뒹굴고 말았다. 그리고 다시 일어날 틈도 없이 다음 행동이 그녀에게 닥쳐왔다.
"밟아!!!"
누가 외친 것인지도 모르는 소리에, 아리우스 스쿼드는 일제히 그녀를 린치하기 시작했다. 하모니카는 순식간에 사오리의 손에 압수당했으며, 미나는 복날에 개가 맞듯 두들겨맞고 있었다.
"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연주 좀 하겠다고 이딴 짓... 꾸에엑!!"
"시끄러워! 너무한 건 니 악기 연주 실력이야!!!"
미사키는 그렇게 소리치며, 바로 다음 말을 이었다.
"두 번 다시 연주 생각은 하지도 못하게 해주마!!!"
-팍! 파악! 팍!! 파아아악!!!
모두가 아이들과 문주를 제외하고 모두가 격앙에 찬 얼굴로 그녀를 린치하고 있었다. 누군가는 말릴 줄 알았지만, 아무도 그러지 않았다. 이미 그 연주가, 영혼을 휩쓸어 그녀들을 뒤틀어버렸다.
"집단 린치 중에 실례합니다!!!"
"아이들에게 그런 끔찍한 곡조를!"
"죽어라!!!"
-파악!! 파아악!! 팍!! 파악!!
"문주님!!!!"
"......."
키사키는 말려야 했지만, 어째 말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고 있었다. 그래, 이것 역시 교훈이 아닐까. 키사키는 미나가 이를 하나의 교훈으로 여기길 바랐다.
"저는 틀리..."
"그래, 틀니를 끼워주마!"
-빠아악!! 빠악!!
"...머리가 아프구나."
이것이, 산해경의 저녁 산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
***
"...그래서! 저 언니들이 마구마구 팍팍팍!!! 그래서 그렇게 됐어요!"
"어유, 그렇구나~ 저 언니들이 그렇게 했구나~ 하하하."
현무상회, 선생은 어느새 매화원 아이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거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네 아이도, 꺄륵꺄륵 웃으며 코코나 주변에 있는 것이 아닌가.
"코코나 짱! 보고 싶었어!!"
"코코나 짱이 아니라! 코코나 교관이라고요!"
"으에엥~ 그래서 안 반가운 거야?"
"그건 아니에요! 전부 다 나아서 다행이에요!"
그리고 지금, 선생은 다시 웃으며 눈앞의 아이에게 물었다.
"이제 머리가 아프다거나 하는 일은 없지?"
"네! 이제 하나도 안 아파요! 너무 아파서 괴로웠었는데, 히히..."
"그래, 잘 됐구나!"
선생의 팔에 새겨진 새로운 상처들은, 이 아이의 행복한 미소로 대체된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선생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흠, 그런데... 얘들아. 애들이 보는데 거기서 집단 린치를 해버리면 어떡해."
선생이 곧바로 스쿼드와 슌을 바라보지만, 아츠코는 이리 대답할 뿐이었다.
"아이들은 좋아했는데? 요술을 부리는 사악한 악당을 해치운다고 말이야."
"내 연주는! 요술이 아니다!!"
어느새 얼굴이 퉁퉁 부은 미나가 억울한 듯 항변하지만, 곧바로 사오리가 그녀에게 소리쳤다.
"시끄럽다! 그런 연주는 이 세상에 존재하면 안 돼! 넌 악기를 쥐면 안 된다!"
"...어, 음."
그걸 말하는 사오리의 표정은 단순히 분노에 휘말린 것이 아니라, 뭔가 보면 안 될 것 보아서 공포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였다. 선생은 이를 납득해선 안 되지만, 납득해버리고 말았다.
'그래, 미나 연주가... 음, 그렇지. 근데... 더 안 좋은 쪽으로 진화했나? 스쿼드 애들이 다혈질은 아닌데?'
아리우스에서 자란 학생들이 저런 반응을 보일 정도면 대체 무슨 짓을 해야 하는 것일까, 선생은 왠지 미나가 두려워졌다.
"네가 뭘 아나! 그리고, 빨리 내 하모니카나 돌려줘!"
"아니, 이건 내가 압수한다. 네 놈한테는 그 어떤 악기도 손에 쥐어줄 수 없어!"
"넌 얼마나 연주를 잘 한다고! 네가 나보다 악기를 잘 다루기라도 한단 말이냐?!"
악기를 손에 쥐면 안될 자가 되어버린 그녀는, 여러모로 많이 서러웠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오리의 태도는 극도로 강경했다.
"암탉이 아니어도 계란이 썩었음은 구별할 수 있어! 내가 연주를 할 수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네가 연주를 못한다는 게 중요한 거다!"
"에이익!! 그거 이리 내!"
-휘익!
"못 준다!"
-휘익!
"내놓으라니까!"
"자, 자... 그만 해."
그리고, 선생은 둘 사이에 끼어들면서 이 싸움을 중단하였다. 아이들 앞에서 언니들이 추태를 부려서야 되겠는가.
"굳이 이런 걸로 서로 싸워서야 쓰겠어? 하모니카 다시 돌려주고..."
"안 된다! 지금 돌려줬다간 저 녀석은 필히 또 그 끔찍한 곡조를 들려줄 것이다! 그건 선생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자식이?!"
"에헤이, 거 참. 그, 무슨 말을 하려는 지는 알겠는데, 일단 그만 하자. 애들도 보고 있고, 키사키도 보고 있다?"
"하지만 선생! 여기서 물러서면 나의 긍지가...!"
"그딴 연주에 대체 무슨 긍지가 있단 말이냐! 네 놈 꼴을 보아하니 이건 더욱 돌려줄 수 없다!"
"아이고..."
선생은 난감했다. 이게 이 정도까지 갈 일일까? 그리고, 다른 이들 역시 이 둘의 말다툼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회장님, 대체 쟤네들 뭐하는 거래요?"
"우리가 안 보이는 곳에서 좀 큰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키사키, 무슨 일 있었어?"
"...내 입으로 말하기가 그렇구나."
아무튼, 둘의 말다툼은 선생의 중재에도 그칠 기미가 없었다. 하모니카 하나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것일까.
"아무튼, 못 준다! 이걸 부숴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돌려줄 수 없다!"
"너는 얼마나 잘났기에 그러냐! 그런 말을 하려면 증명하란 말이다, 그 하모니카로!"
"자꾸 논점을 흐리지 마라! 이건 순전히...!"
"어라, 사오리. 하모니카 불 줄 알아?"
"어?"
그리고, 선생의 재개입에 대화는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갔다. 그냥 이것은, 순전히 선생의 호기심이었다.
"연주를 한다면야 할 수야 있지만... 그건 왜 그러나?"
"그럼, 네가 잠깐만 불러보는 건 어때?"
"그게 무슨 소리냐!?"
사오리는 바로 고개를 흔들었고, 선생도 강요는 굳이 하지 않을 것이었다. 다만, 선생은 미나를 엄지로 가리킬 뿐이었다.
"아무래도, 일을 가장 빠르게 끝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정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
하지만 안 부른다고 말하면, 이 말다툼은 다시 폭력을 쓰기 전까진 영원한 도돌이표를 밟을 예정이었다. 그리고, 사오리는 더는 이런 쪽에 에너지를 낭비할 수 없었따.
"...아니다. 이것으로 납득이 된다면, 그리 하겠다."
***
그리고, 어쩌다 보니 모두가 어느새 의자에 앉아있고, 사오리는 혼자 서있게 되었다. 그렇다, 대충 부르고 끝내려던 이 연주는, 어느새 연주회 비스무리한 것이 되고 말았다.
"서, 선생!? 이게 뭐냐! 난 이렇게까지 한다고는...!"
"어쩔 수 없잖아?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할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현룡문 신입 환영회라고 생각하고, 장기자랑한다고 생각해."
"......."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인가. 사오리는 당혹스러웠지만, 이제 와서 안 한다고 하기엔 너무 먼 길을 와 버렸다. 게다가...
"삿 짱의 하모니카 연주, 한 번 들어보고 싶어."
아츠코가 웃는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고, 나머지 두 동생들도 자신을 쳐다 보고 있었다. 물러설 방법은 없었다.
'...어쩔 수 없구나.'
한다면 제대로 해야 했다. 잘 하는 것과는 별개로, 열심히는 해야 했다. 그래도 연주를 한다면, 연주다운 건 들려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 뭘 하든 간에 저 녀석 연주보다는 낫겠지.'
이상한 부분에서 사오리는 자신을 챙길 수 있었다. 그리고...
-짝짝짝...!!!
-짝짝짝...!!!
매화원 아이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 소리에 따라, 엉겁결에 다른 아이들도 박수를 치고, 또 그러다 보니 다른 학생들도, 선생도 박수를 덩달아 치게 되었다.
"......."
그렇기에, 더는 돌이킬 수 없었다. 제대로 해야 했다. 사오리는 이내 숨을 들이켰다.
"후우웁..."
-삐이~ 삐이.... 삐리리리 삐이~ 삐이~ 삐리리리 삐이~ 삐이~ 삐리리리~ 삐이, 삐이~
저무는 태양의 빛이 문 바깥에서 들어와, 사오리의 등 뒤를 빛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붉은 빛과 함께, 하모니카의 음색이 아름답게 상회 안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 ♩~ ♩~~ ♫♫~ ♩~ ♩~~ ♫♫~ ♩~ ♩~~ ♪♫♪~ ♩~ ♩~~
저녁이라는 분위기가 더욱 음을 애절하게 만드는 것일까? 모두가 그저 생각하지 않고, 이 연주를 느낄 뿐이었다.
-♫♫~ ♩~ ♩~ ♪♪♪♪~ ♩~ ♩~ ♫♫~ ♩~ ♩~~ ♫♫~ ♩~ ♩~~
애절하다, 그리고 슬프다. 하모니카의 음색에서 어째 이런 음이 나오는 것일까, 어쩌면 그건 그녀가 살아왔던 삶을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
그렇게, 그녀의 짧은 연주는 끝이 났다. 그리고...
-짝짝짝...!!!
그 순간, 모두에게서 다시 박수가 터져나왔다. 루미도, 키사키도, 스쿼드도, 아이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박수를 치며 그녀의 연주에 대한 환호를 보였다.
"우와, 잘 부르는데. 눈물이 나올 거 같아."
"...과한 칭찬은 그만 둬라, 그런 실력이 아니라는 걸 내 스스로도 알고 있으니."
"잘 들었네. 좋은 구경이 되었어."
"...고맙다, 아니, 고맙습니다?"
어째 선생한테는 반말이 나오는데 키사키한테는 자꾸 반존대가 나오는 것일까. 대하기 편한 사람과 불편한 사람의 차이인 것일까? 아무튼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녀의 연주는, 지금 여기 있는 모두의 심금을 울렸다는 점이었다.
"이야, 언니, 잘 부르네? 혹시 앵콜 가능해?"
"...안 된다."
"아쉽네~ 그럼 나중에 우리한텐 다시 들려줘야 해?"
아츠코는 그리 말하며 웃어 보였다. 그리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충분히 합격점 그 이상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이걸로 녀석은 납득을 했으려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아니 생각하면 오는 것일까. 미나는 어느새 성큼성큼 나가 바로 옆에 서 있었다.
"......."
"그래, 네 말대로 하였다. 이제... 어찌 할 생각이지?"
"...인정하겠다."
그럼, 이것으로 소동은 종료인 것일까, 사오리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때였다.
"그렇기에, 연주는 계속 되어야 한다!"
"그게 무슨 소리냐!"
"보여주지, 이번에야 말로 다를 것이다. 방금 전의 연주로 난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었다는 사실을! 그러니...! 난 지금 이들에게 보여주겠다!"
그리고, 그녀의 품 안에서 다시 리코더가 나타났다. 키사키가 당황하며 주위를 둘러보지만, 이미 자신의 손에 있어야 할 리코더는 사라진 뒤였다.
"지금부터, 내가! 보여주겠다!"
방금 전의 연주로, 그녀의 연주혼이 되살아나 버렸다. 이번에야말로, 그녀는 진혼곡을 보여주겠다 다짐하였다.
-뻐어억!!!
그리고, 이는 절대로 용납될 수 없었다.
"밟아!!!"
그렇게, 제2차 매타작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보면, 하극상이기도 하고 말이다.
"후드려 패! 이 간나!!"
"...아이고."
선생이 이 광경에 내뱉을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진혼곡(Requiem)일지도.
-후기-
https://novelpia.com/novel/230625
드으으으디어! 300화에 도달했습니다!!! 조회수 150만 역시 넘어섰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게 길어져서 이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걱정은 하지만, 여러분들의 관심이 있는 한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댓글 22
이번엔 언니 연주괜찮았지?
잔향악단 푸른잔향을 지휘자로 둔 조직뜻함 이번이 연주회인걸의미
...잠깐 그거 실제로도 있는 말이었어? 타겜에서 나왔던 게임 설정이 아니라?
푸른잔향 자체는 림버스 그쪽맞음
그냥 비스몰러 한걸로 말한거라 보면됨
미나의 음악성은 신비의 반열에 올랐구나
이거 아닐까? https://youtu.be/iFH6Ltqqwbw?si=m1vLB_vcxE8vqIOO
미나미나야 대체 무슨 짓을...
저 복장에 하모니카면 곡은 정해져있지
와 기어코 300 찍었구나ㅊㅊㅊ 다시 정주행 가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