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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서쪽에서 급격하게 동쪽으로 이미지 체인지. 실로 파격적인 변신에 선생은 진심에서 나온 감탄사를 내뱉게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역시도 비슷했다.
"와우, 삿 짱. 멋져."
"뭐, 뭔가.. 리더가 좀 무서워진 거 같기도... 아니, 원래 무서웠나..? 헤헤.."
"..........."
늘 쓰던 야구모자 대신에 붉은 꽁지를 달고 있는 검은 갓을 쓰고 있고, 평소의 패션과 완전히 반대되는 검은 의복은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그냥 뭐 이런 표현이고 설명이고 필요가 없었다. 짧게 축약해서, 그녀는 멋있었다. 훤칠한 키와 체형, 잘생기고 멋있는 외모는 지금 이 복장과 확실하게 시너지를 내고 있었다.
"뭔가 호위무사같은 느낌이 나는 거 같기도? 잘 어울려."
루미도 이런 평을 더해주었다. 모두가 칭찬 일색이지만, 어째 당사자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아니, 그.. 이건 너무 눈에 띄지 않나?"
"그것도 엄연히 현룡문의 복장이다. 원래 산해경은 전통을 중시하는 녀석들이 많아서 옛 복장을 입고 오면 멋을 낸다고 생각하지 수상하다고 여기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네 녀석을 끌고 다니면, 문주님을 제외하고는 함부로 신분을 확인하고자 하진 않아."
현룡문의 No.2 자리는 폼으로 있는 것이 아니기에, 위계질서를 잘 이용하면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믿어도 되는 건가?"
"내가 못 미덥나?"
"아니, 그렇지는 않다."
"어차피 우리가 동네방네 다 들쑤시고 다닐 것도 아니고, 필요한 데만 딱 골라서 갈 거다. 적당히 말만 맞추면 문제될 건 없을 거다."
"그래, 뭐. 정말 위험하면 미나가 이건 안 되겠다고 컷을 했겠지."
선생 역시도 사오리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근데 선생님, 원래 저 녀석 허세 심하지 않았어요? 선생님의 위함과 쟤의 위험은 구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가오 잡자고 이러는 줄 아냐!"
"아니었어?"
"이 자식이 아까부터!"
그리고 지금 다시 한 번 루미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자, 자, 자. 쓸데없는 언쟁에 에너지 낭비는 그만 하고,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논의하는 시간이잖아?"
그렇다,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방향을 정해야 할 시간.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래. 그러면, 일단 여기서 정해보자. 키사키를 제외하고, 누굴 제일 먼저 해주하는 게 가장 쉽고 좋을까?"
선생의 말에, 곧바로 루미가 대답해주었다.
"사야가 좋겠지? 우리들이 선으로 연락할 수도 있고, 친분도 있으니 방심할 수도 있고... 매화원은 보는 눈이 많지만, 연단방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으니까."
"...그렇긴 하지. 그런데, 문주님이 분명 열 명 정도.. 아니 그 이상도 보냈을 텐데? 만약 이쪽으로 부른다 해도 분명 따라나설테고... 우리가 직접 가서 데려온다고 하면.. 음, 고역이군."
궁극적인 목적이 해주인 이상, 사야는 호위병력에서 벗어난 채 혼자 선생에게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야 한다. 굉장히 인위적인 상황을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작전의 어려움이라 할 수 있었다.
"호위병력까지 전부 이곳으로 끌여들여서 전부 다 저주를 풀어버리는 건 어떨까요? 솔직히 이 정도 전력이면 수십 명이 들이닥쳐도 크게 상관없을 거 같은데."
하지만 레이죠의 의견은, 바로 그녀의 상관에게 반박당해버렸다.
"음... 레이죠, 안 돼. 그건 위험성이 너무 높아. 현룡문은 무전기가 있어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을 수 있어. 만약 단 한 명이라도 연락을 해버렸다간.. 대참사가 일어날 걸. 그리고 만약 성공했다고 해도 선생님이 그 많은 자상들을 버티기엔 몸이 안 좋아보이기도 하고."
"으음, 그건 또 그렇네요."
이길 수 있냐 없냐의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들키냐 들키지 않느냐에 관한 문제였다. 미나와 레이죠 때도 사실 아슬아슬했다. 만약 미나가 처음부터 무전기를 켜둔 상태였으면, 아주 큰일날 뻔했을 수도 있다.
"어쩐다..."
모두 고민한다. 어떻게 해야 호위병력을 사야에게서 떼어놓는 동시에 사야를 선생에게로 배달할 수 있는가.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짜야 했다.
"얘들아."
그리고 지금, 선생이 학생들을 부르면서 그녀들을 주목시켰다.
"내게 제안이 있어."
그 뒤에 나올 대사가 정말로 든든했지.
***
"아, 지루해.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쭉 있어야 되는 거야?"
"문주님이 하라면 해야지. 그리고 임마, 말 조심해."
"아니 그냥 지루하니까 이런 말 정도는 할 수 있지 뭘 그렇게 예민하게 들어?"
"아니, 그런 뜻이 아녀. 지금 이 상황에서 지루하다던지 굳이 이런 걸 왜 해야 하느니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다가 습관되면, 나중에 문주님 앞에서도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다는 거지."
"에이, 뭐 어떤 머저리가 그렇게까지 눈치가 없으려고. 그건 그냥 현룡문에 있기 싫다는 거 아냐?"
"아무튼 계속 그런 생각만 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방심을 할 수가 있다~ 그런 말이야."
햇볕 아래 양복 차림으로 서있는 둘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나 나누고 있었다. 여기서 할 것은 그런 것밖에 없었다.
"근데 매화원 애들이 그렇게 된 거면, 우리도 한순간에 그렇게 될 수 있는 거 아냐? 왠지 무서운데."
"그래서 우리가 지금 지키고 있는 사람이 그 해결책을 찾고 있는 중이라잖어~ 그러니까 문주님도 이쪽으로 우리같은 호위 병력을 보냈고."
"그런데 정작 호위 대상은 우리 방해되니까 바깥에 나가 있으라고 하잖아."
"우리 붕 떠버렸어. 그러니까 열댓 명이나 왔는데도 이렇게 밖에서 노가리나 까는 거 아냐? 나머지 녀석들도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그러고 있다고. 여기 있으면 시간도 잘 안 간단 말이야."
"...그렇지 뭐. 그렇다고 아예 농땡이를 피울 수도 없는 거니 미치는 거야.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게 지금 저기 저 꽃밭을 바라보는 거지."
울타리 안에 수없이 피어있는 둥그렇고 붉은 꽃. 바람결에 이파리가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은 너무나 예뻤다.
"야, 근데 있잖아. 나 저 꽃 본 적이 있는 거 같은데, 저거 여기서 길러도 되는 거 맞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냐?"
"왜? 예쁘기만 한데. 연단방의 부장이 기르는 거면 뭐 약재로 쓰려나 보지. 근데 왜?"
"저거 내가 기억하기로는 '양귀비'라는 꽃이거든?"
"그게 왜?"
"아편 만들 때 쓰는 꽃이거든, 저거. 저기에서 즙이 나오면 그게 아편의 재료가 된다고 들었어."
".....아편? 내가 아는 그 아편? 마약 말하는 거야? 그럼 호위해야 될 게 아니라 쏴버려야 하는 거 아녀?"
그런 사실을 자각하고 나니, 눈 앞의 꽃이 실로 흉흉하게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예쁘기만 한 꽃은 어느새 사악함까지 느껴지고 있는 것같았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당당하게 마약을 재배할 리가 없잖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양귀비같은데..."
"후훗, 아니야. 저건 너희들이 생각하는 그런 양귀비가 아니라, 개양귀비라고 하는 꽃이야."
순간 뒤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당황하며 뒤를 쳐다보자, 연보랏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양복을 입고 선글라스를 쓴 채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뭐?"
"너희들이 말하는 그 양귀비는 줄기나 꽃봉오리가 매끈한데, 개양귀비는 털이 나있거든. 봐봐, 이거, 이렇게 잔털이 나있지?"
확실히, 제대로 살펴보니 털같은 것이 나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소녀는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저기 열매도 봐봐, 도토리만하지? 그냥 양귀비는 열매가 확실히 크거든. 그리고 개양귀비는 마약 성분이 없어서, 관상용으로 기르기에 좋아."
"아, 그래? ....잠깐, 그런데 그러면 연단방에서 기를 이유가 없잖아."
"저 꽃도 약재로 쓰거든. 양귀비만큼은 아니지만 진통제 역할도 하고, 염증을 완화시키기도 해. 아마 그래서 기르는 게 아닐까?"
"오, 그렇구만..."
새로운 상식을 얻었다고 넘어가기엔, 뭔가 이상했다. 분위기에 휩쓸려 잠시 생각하지 못했지만, 지금 이 소녀,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잠깐, 너 누구냐? 같이 따라나선 녀석 중에 네 얼굴은 없었는데?"
순간 총을 들어올리며 경계하려고 했지만, 이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봐, 누가 혼자서 뛰쳐나가라고 했나? 돌아와라."
"죄송해요~ 부장. 꽃이 펴있는 게 예뻐보여서~ 이제 돌아갈게요."
"엥? 부장님?"
현룡문의 집행부장이, 부하들을 이끌고 찾아온 것이었다. 사전에 연락이 없었던 탓에, 이는 예상하지 못했던 방문이었다.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뭐지? 게다가 현무상회 녀석까지 같이 왔잖아....가 아니라. 저건 뭐야.'
연보라빛 소녀를 비롯한 부하 셋, 그리고 현무상회의 경호원, 카야마 레이죠. 하지만 지금 이 둘의 시선을 끄는 건 이들이 아니었다.
'뭐야, 저건?'
여기서 제일 키가 큰 사람이 혼자 다른 복장까지 입고 있으니 눈에 안 띌 수가 없었다. 붉은 꽁지가 달려있는 검은색 갓, 그리고 겅은 의복을 입고 있는 저 여자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얼굴이 가려 제대로 보이지도 않으니, 무서운 느낌까지 들고 있었다.
'현룡문에 저런 녀석들이 있었나? 처음 보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나는 야쿠시 사야를 만나러 왔는데,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지?"
"아, 지금 안에 있습니다.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 해서 지금 혼자 있습니다."
"...그러면 호위의 의미가 없지 않나? 확인해보니 스무 명이 연단방에 보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인력이 전부 잉여자원이라는 것인가?"
하지만 그 말에, 부하는 억울하다는 듯 그녀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저희도 똑같은 말을 했습니다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외부에서의 침입은 계속 경계하고 있었습니고, 현재까지 쥐 한 마리 들어오진 않았습니다."
"흠, 그렇단 말이지. 아무튼, 내가 직접 만나봐야 하겠으니 들어가도록 하겠다."
"아, 네. 그런데 실례가 안 된다면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뭐냐?"
"저 녀석들은 대체 누굽니까? 본 적 없는 얼굴이었는데."
제일 걱정했던 부분이 터졌다. 혹시나 눈썰미가 좋은 녀석이 있다면 오늘 느닷없이 새로 들어온 아리우스 스쿼드의 모습은, 현룡문의 복장을 하고 있다고 해도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낯설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사전에 다 예상했던 일. 선생과 그녀들은 사전에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에 대해서 토의했고, 그 시나리오가 바로 펼쳐졌다. 그러면 어찌하면 되는가, 지금 바로 대응 프로토콜 가동한다.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신입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같이 환영했었던 그날을 잊은 거냐?"
"네?"
"우리 현룡문은 의와 협을 중시하거늘, 어찌 부하들의 얼굴을 잊어버릴 수가 있단 말이냐."
작전 1번, 뻔뻔하게 나간다. 진실은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에 필수적인 요소가 무엇이냐, 바로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다.
"역시 그랬던 거군요. 인생은 역시 고통의 연속이군요. 제 존재가 이렇게까지 주목받지 못할 줄이야..."
그리고 지금, 제일 감정표현이 풍부한 소녀가 선봉장으로 나섰다.
"뿌에에에에엥!!! 역시 저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에요!"
선즙필승이란 말이 있다, 울면 이긴다. 이성보다 감정이 우선시되면, 그 상황은 이내 감성 쪽이 주도를 잡게 된다. 그게 바로, 선생의 책략이었다.
'그냥 울어버려! 팩트를 따지고 들려고 하면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면 된다!'
"...이봐, 뚝 그쳐라! 뭐하는 거냐!"
"문주님도 저같은 건 하나도 모르시겠죠! 후에에에엥!!!"
"문주님이 저 녀석같은 줄 아냐! 그분께선 얼굴 하나하나 다 기억하신다!"
영화를 많이 봐서 그런 것일까, 마치 영화배우 뺨치는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미나였다.
"이 놈, 무슨 짓이냐! 선배가 되어서 이끌어주지 못 할 망정!"
"....? 하지만 진짜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리고 저런 굴곡진 체형이면 진짜 모를 리가 없는데.."
하지만 여전히 의심을 풀지 않는다. 당황스러웠지만, 실로 객관적이다. 현룡문에 이런 인재가 있다는 건 호재지만, 지금은 그런 인재가 필요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은 더 간단하다. 의문을 제기하는 자를 더 나쁜 놈으로 만들어버리면 된다.
"뿌에에에엥!!!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에요! 최악이에요!"
"이 자식,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히요리가 황급히 가슴을 부여잡으며 몸을 돌려버리고, 미나는 더욱 화가 난 듯 이야기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성희롱을 일삼다니, 이런 몹쓸 놈을 봤나!"
"예?! 제가 언제 그랬습니까?!"
"앞섬도 제대로 못 잠구는 가슴 큰 녀석이라고 말했겠다! 그런 말이 당사자에게 어떻게 들리는 지 생각도 안 하는 것이냐!"
"그렇게까지 말한 적은 없었습니다만?!"
"시끄럽다! 문주님이 이 상황을 보셨으면 경을 쳤을 것이다!"
"와, 사람한테 빅젖이라니,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내가 언제 그랬어?!"
아리우스 스쿼드는 순식간에 히요리를 감사며 수근대는 척을 했고, 미나는 계속해서 열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레이죠는 그저 이런 상황에 얼이 빠졌는지 계속 지켜보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 모든 요소들이 어우러지니, 사람 하나 쓰레기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얼른 사과하고 끝내라.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들어줄 것이니."
"아니, 전..."
"어서!"
"아이, 그.... 미, 미안해?! 다신 그러지 않을게!"
어쩌다 보니 합리적인 의심이 성희롱이 되어버려 사과까지 하게 된 이 모습. 상황이 만들어내는 흐름이 실로 무서운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어깨 축 늘어트리지 마라! 문주님을 지켜야 할 녀석이 이렇게 수그러들고 있으면 어떡한단 말이냐!"
"......우으으."
"아무튼, 네놈. 이번은 넘어가겠다, 다음부턴 입조심하도록!"
"아, 알겠습니다..."
여기서 한 마디라도 덧붙인다면 완전히 인간쓰레기가 될 마당이라,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고로, 이들에 대한 의심 역시 함부로 생각할 수도, 제기할 수도 없게 되었다. 이를 지켜보던 현룡문 부원은 이렇게까지 생각했으니까.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옛 성현들 말 틀린 게 하나 없어.'
"좋아, 네 녀석은 전부 기억하고 있겠지?"
"어유, 물론이죠. 어찌 모르겠습니까?"
물론 기억나진 않지만, 그걸 굳이 드러낼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사회생활이다.
"아무튼, 이제 야쿠시 사야를 만나봐야겠다. 안에 있는 게 확실하지?"
"네, 물론입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어여 들어가시죠!"
억울한 사람 한 명이 생겨나버리고 말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다 대의를 위해서이다.
***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연단방에 살고 있는 쥐 소녀는 미나와 레이죠에 의해 바깥으로 나오게 되었다.
"문주에 대해서 이야기할 게 있다고?"
"신약을 개발하느라 바쁜 건 알지만, 아무래도 우리끼리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이다. 잠시 현무상회로 와줄 수 있겠나?"
"물론 나님이야 할 수 있지만.. 여기서 말하기엔 문제가 있는 것이냐?"
"....밝지 못한 이야기는 어두운 곳에서 해야 하는 법이다."
실제로는 사야를 현무상회까지 꾀어내는 동시에 그녀를 지키는 호위병력을 떼어놓기 위한 허울 좋은 말일 뿐이었지만.
"뭐, 문주에 관련된 이야기라면 시간은 내야지."
다행히 안면이 있던 이들끼리의 만남이고, 하루도 채 되기 전에 회의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 의심을 하거나 하진 않았다. 좋은 흐름이다.
"그런 고로 너희들! 따라오지 마라, 다시 돌아올 때까지 쉬고 있든 식사를 하든 마음대로 해라."
미나는 현룡문 부원들에게 그리 말했지만, 어째 알겠습니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어딘가의 구석에서 이런 소리가 들려올 뿐.
"그래도 되는 겁니까? 문주님한테 받은 명령은 무조건적인 호위였는데 말입니다."
"지금은 우리가 호위를 하는 격이니 상관없다. 내가 너희들에게 충성심 테스트나 하자고 이러는 것도 아니니, 그냥 쉬어라...가 아니라, 한 명은 따라오는 게 낫겠군."
그리고 지금, 미나는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키더니,이내 손바닥으로 이리 오라고 신호를 하는 것이었다.
"이봐, 너, 나와라."
"저 말입니까..?"
"그래, 너."
합리적인 의심을 가했다가 성희롱범이 되어버린 바로 그 소녀, 미나는 지금 이 소녀를 선택한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한 명 정도는 더 있으면 좋겠지..'
"왜 나왔는지는 네가 잘 알 거라고 생각하니, 그저 따라오도록, 알겠나?"
"네."
다른 말을 했다간 또 이상한 음해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니, 예스맨이 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한 소녀였다.
'저 녀석들, 쉰다고 표정 풀어지는 거 봐라.'
그리고 다른 이들은, 딱히 의심같은 걸 품진 않았다. 그저 쉰다니 좋아할 뿐, 현룡문 넘버 2가 직접 명령한 것인데, 뭐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좋아, 우린 간다. 수상한 자가 나타나면 보고할 수 있도록. 무전기는 망가졌으니, 문자나 전화로 연락하도록,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놀라울 정도로 큰 탈 없이 사야는 호위 병력에서 떨어졌고, 이내 일행들과 같이 발걸음을 옮겼다.
"약의 개발은.. 뭐, 이건 예전에 물어봤으니."
"그렇다. 나님도 힘들다. 애들을 상대로 계속해서 임상실험을 할 수도 없으니 무한정 시도를 계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외부에서 자원자가 있다면 모를까."
사야의 어깨는 축 쳐져 있었다.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일까, 목소리에도 자신이 없었다.
"내가 신의(神醫)라도 된다면 뭐라도 만들어 낼텐데.. 나님은 사실 천재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뭐 어쩌겠나? 뭐라도 해봐야지."
"생각으로는 알고 있지만, 결과가 나오질 않으니 죽을 맛이란 말이다. 대체 누가 이런 끔찍한 병을 만들어냈단 말이냐..."
사야의 한탄은 계속 깊어져 갔다. 늘 자신감 넘치던 그녀의 모습도, 이제 많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가장 필요할 때 쓸모가 없으니.. 한심하다. 이리도 한심할 수가 없단 말이다. 상황도 마음에 들지 않고, 내 자신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책은 그쯤 해라."
"누군가 길이라도 알려준다면 좋을텐데... 그런 것조차 없으니 암흑 아래 혼자 놓여져 있는 그런 느낌이란 말이다."
하지만 그 말에, 미나는 이리 대답할 뿐이었다.
"걱정 마라. 이제 그 길을 알려줄 자를 만나게 할 터이니."
"그게 무슨 말..."
-딱!
-텁!
손가락이 튕겨짐과 동시에, 어느샌가 사오리가 사야의 뒤에 서있었다. 그리고 이내 초크를 걸며, 순식간에 목을 빠르게 압박하고 있었다.
"컥! 케엑..!! 이게 무스..."
"가만히 있어라. 곧 편해질테니."
그리고 이에 당황한 현룡문 부원이 바로 총을 뽑아들려고 했지만, 미나는 이미 백호를 그녀의 머리에 겨눈 뒤였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대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행동도 해야 하는 법이다."
"뭐?"
"곧 알게 될 거다."
-타앙!
관자놀이에 직접 댄 채로 발사된 탄환은, 한 사람을 기절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별빛 하나는 순식간에 빛이 거두어졌다.
"께헥...."
-추우욱...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야의 헤일로 역시도 꺼져버렸다. 이미 어떻게 해야 사람을 기절시킬 수 있는지, 충분히 훈련이 된 자의 능숙한 행동이었다.
"됐다. 확실히 기절했어."
"좋아, 가자고."
이번에는 상황의 해결에 있어, 순풍이라도 불어주는 것일까. 현재까지는 일이 정말 잘만 흘러주었다.
-후기-
https://novelpia.com/novel/230625
오늘도 감사합니다!
댓글 11
선추
사야는 선생상태보고 뭔말할까 흰머리 생긴모습보고 뭐라할지 궁금하네
이제 사야도 해주되고, 티파티 모브처럼 현룡문 모브도 해주되는 건가? 딴 애들은 몰라도 사야의 ㅈㄹ은 씁...ㅋㅋ
저 현룡문 부원 어째 잡혀서 와카모 사오리 아즈사 시로코에게 고?문 받던 나기사 수행원이랑 비슷한 결말이 그려지는데....
오 사야는 해주되면 선생 꼴보고 어떻게 반응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