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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피폐) 스포) 어른을 미워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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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드리운, 정적만이 감도는 밤하늘에 불길한 붉은 빛이 퍼져나간다. 그것은 거대한 현상이었으나, 누구도 그 불길함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빛은 이내 어둠과 동화되어 사라진다.

그 현상을 유일하게 관측하고 있는 한 남자.

거뭇해보이는 고동색의 트렌치코트를 입고 절규하는 듯한 표정이 그려진 액자를 들고있는 괴이하기 짝이 없는 모습. 젖혀있는 코트에서는 흉흉한 기운이 안개처럼 뿜어져 나온다.

환희와 절망, 교차할리 없는 모순적이고 양면된 모습을 보이는 이질적인 형태를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그 혼돈스러운 존재의 이름은 '프랜시스'. 본래는 '골콩트'라 불리던 문학가였으나, <색채>라는 불가해한 힘에의해 그 의미가 변질된 존재.

앞선 이야기에선 방관자를 자처하며―

"거기까지."

남자가 심기가 불편한 듯 입을 열었다.

"전지적 시점에서 숨어 이 이야기를 멋대로 서술하려는 것은 자제해줬으면 하는군."

·········?

"각본가인 나를 제쳐두고 감히 이 이야기를 진행하려는 것은 불쾌하다."

"이것은 내가 집필하며 그 결말까지 관측하기 위한 이야기. 그 어떠한 다른 서술자가 끼어들 여지도 없으며 자격 또한 없다."

"이 이야기에 흥미를 가져준건 미약하게나마 기쁘다만, 그것은 불필요한 관심이다."

"이것은 나와 '선생'의 서로의 문답을 위한 이야기. 서술자가 나이기에 의미가 있으며 나이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개입하지 마라. 부외자는 그만 퇴장해줬으면 하는군."

.

.

.

"··········."

"실례, 주제를 모르는 불청객의 난입이 불쾌해서 말이야."

"이 작품은 나의 숙고의 집대성. 이 문학의 표리를 시현해야 하는 것은 작가인 나의 몫. "

"서론이 너무 길어졌군. 기다리는 관객들도 있으니 어서 이야기를 진행하지."

"앞서 알려졌지만, 다시 한번 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나의 이름은 '프랜시스'. 과거 <게마트리아>에서 '골콩트'라고 불렸던 자."

"색채에 의해 나라는 <기호>는 변모했으나, 그럼에도 문학을 갈망하며 추구하고자 하는 나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그렇기에 저번 이야기의 결말은 허망하고 개탄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

"초장의 줄거리는 실로 공상적이며 추상적이며 모든 것이 붕괴된 이상적인 장르였다."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주인공'에 의해 장르가 이탈된 거짓된 이야기. 수 많은 관객을 우롱하고 농락한 뒤틀린 이야기."

"웃기지 않은가? 파멸이 예정된 비극(배드 엔딩)으로 한껏 표방해놓고 내용물을 들춰보니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는 희극(해피 엔딩)으로 끝맺음 나는 이야기라니.."

"그것은 관객을 기만하며 문학적 의미도 가치도 잃어버린 실패한 작품에 불과하다."

"그렇다!!"

"허나···."

"무의미한 그 이야기속 에서도 유의미한 장면이 있었다."

"그 <신비>들을 향한 주인공들의 절대적인 신념,헌신,희생, 그 모습엔 과연 경의를 표할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하나의 <숭고>라 보아도 무방 할 정도다. 색채가 관심을 가졌던 것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본래 색채는 신비도, 공포도, 숭고도 없는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런 색채가 접근했다는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엇도 가진게 없음에도 자신의 뜻을, 존재를 증명하였다. 그것은 지극히 고결한 기호였다."

"그렇기에 그 숭고는 다시 시험받아야한다. 거짓된 이야기가 아닌 진실된 이야기 안에서."

"그렇다!!"

"숭고를 보여준 그 '등장 인물'은 퇴장하였지만.. 그 인물은 실질적으로 이 세계의 '주인공'과 동일한 인물."

"개념이 반전되도 본질은 유지하고있는 나처럼, 이 세계의 주인공 또한 그와 동일한 숭고를 지니고 있을터."

"그래서 다시금 재현하고자 한다. 길을 잃어버렸던 그 이야기를, 나의 <텍스트>를 이용하여 올바른 <엔딩>으로 이끌기 위해."

"그 숭고로 인해 이야기가 뒤틀린게 아니냐고? ············올바른 지적이다."

"――――"

"······그렇다, 어쩌면 나는 그 숭고를 다시금 목도하고 싶은것과 동시에, 그 숭고를 짓밟고, 더럽히며, 타락시키고 싶은걸지도 모른다."

"그래, 확실하다. 나는 그 불가해한 어른의 표리를, 양면성을, 나의 이야기를 통해 표상하고 싶다."

"나는 그 숭고의 광명을 갈구하며, 그 숭고의 퇴폐를 갈망한다."

"아아, 그렇다. 그것이 나라는 기호의 양면성. 그것이 나의 본질."

"그렇기에 집필한것이다 이 이야기를."

"······."

"그러한 이야기를 알고있는가? 세계를 구한 영웅이 그 세계에게 배신당하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단순하고 흔한 플롯이지만, 나는 싫어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즐기는 편이라고나 할까."

"나는 게마트리아에서 축출된 옛 동료와 협력하여 비로소 이 개념을 텍스트화하는데 성공했다."

"만약 '선생'이 '주인공'으로서 개념을 빼앗긴다면, 하루 아침에 증오 받아 마땅한 '악인'으로 전락해버린다면."

"다시 한번 맥락도, 구성도, 개연성도 없는 작위적인 세계에서."

"그동안 쌓아올린 인연이 모조리 붕괴되어 적의만이 선생, 너에게 향한다면."

"그럼에도 너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과 숭고를 지킬수 있을 것인가? 주인공으로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주인공···· 아니 주인공이였던 자여, 내가 내민 문답에 너는 어떻게 답할것인가?"

"이 이야기를 보고있는 관객들과 함께 네가 보여줄 텍스트를 기대하고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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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아····"

숨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뼈가 불쾌한 마찰소리를 내며 삐걱거린다. 온 몸은 너덜너덜하여 달릴 때마다 고통이 전해져온다.

몸에 남아있는 상흔이 피로를 부추긴다. 시야는 흐릿하여 눈앞의 사물이 구분이 잘 되질 않는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언젠가부터 돌변해버린 '학생'들의 태도. 처음에는 그저 치기어린 투정에 불과해보였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 정도는 심해져 경멸,혐오로 이어져, 이윽고 살의로까지 변모해버렸다.

처음 그 변화를 느낀건 2주 전, 샬레에 당번으로 오게된 '유우카'를 보면서 부터다.

ㆍ

ㆍ

ㆍ

ㆍ

ㆍ

"흐아아··· 아직도 일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네."

"내일은 또 밀레니엄 방문날인가. 제 시간에 맞추려면 얼른 마무리해야겠지."

"오늘도 여지없이 야근이구나 하하.."

신세를 한탄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하품을 크게짖자 피곤함이 몰려온다.

피로를 풀기위해 자리에 일어나 몸을 풀고있을 무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의 당번이 왔구나.

문을 넘어 들어온 학생은 밀레니엄 사이언스 스쿨 소속의 2학년생 '하야세 유우카'. 내가 곤경에 처하면 자기 시간까지 할애해가며 도와주는 기특한 학생이다.

위험한 고비를 유우카 덕분에 몇번이나 넘긴 적도 있었다. 정말 유우카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내일은 마침 밀레니엄 방문날이니까 유우카의 선물이라도 챙겨놓을까. 나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으니···.'

그렇게 생각할 무렵 유우카와 눈이 마주쳤다.

"안녕 유우카, 당번은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어?"

"······."

"유우카?"

어쩐지 유우카의 모습이 불편해보인다.

"아, 아아.. 네 그럭저럭요."

"선생님? 처리할 서류가 많은거 같은데, 바로 업무를 시작해도 될까요?"

"어, 어····. 그러렴."

평소 같았으면 '또 서류를 이렇게 쌓아놓으셨군요' 라며 잔소리를 늘어낼 유우카였으나, 오늘은 웬일로 그냥 넘어가는것 같다.

그 모습에 의문을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자리로 돌아갔다.

····실내는 침묵에 잠기며 사각 거리는 무기질적인 소리만 내며 지루한 분위기를 풍긴다. ········어느덧 시간이 흐르자 배가 굶주림을 알리는 소리를 낸다.

'아차,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버렸나.. 뭐라도 먹어야겠네.'

유우카는 여전히 업무에 몰두하고있다. 모처럼이니 함께 편의점에 가자고 제안해볼까. 가볍게 분위기라도 풀겸

"유우카, 먹을 것좀 사오려고 하는데 같이 편의점에 가지않을래?"

"아뇨 괜찮습니다 선생님. 얼른 업무를 마무리하고 복귀하고 싶어서요."

'어라? 평소같았으면 좋다고 앞장 섰을 유우카였을텐데···.'

"그래? 갈 시간이 없으면 내가 사다줄까? 시간이 늦었는데 뭐라도 먹어야 힘이나지."

"괜찮습니다."

"····응 알겠어 그럼 내 것만 사올게.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다?"

"네."

눈조차 마주치지않고 단조롭게 즉답하는 유우카. 목소리가 어쩐지 신경질적인 느낌이 들었다.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걸까. 엄청 신경쓰이는 걸.'

그렇게 생각하며 샬레 건물에 입점해있는 편의점 엔젤24에 들러 요깃거리를 사와 사무실로 돌아왔다.

여담이지만 엔젤24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있는 소라의 상태도 이상해보였다.

편의점에 들른 내내 나를 경계하며 노려봤었는데... 앞전에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던걸까.

곰곰히 생각하며 자리에 앉아 허기를 채웠다. 유우카는.. 역시나 말없이 업무에만 집중하고있었다.

'아무래도 신경쓰여······.'

먹고 남은 쓰레기를 치우고 자리에 일어나 커피를 두 잔 내려 유우카에게 들고간다.

"자 유우카, 커피라도 마시고 하렴. 피곤하지?"

유우카가 흘깃 쳐다보더니 머뭇거리다 커피잔을 받는다.

"······감사합니다."

'다행이다. 커피는 받아주는구나.'

이대로 아무것도 못 챙겨주고 보낼까봐 내심 걱정했으나, 커피를 받아주는 유우카를 보고 이내 안심이 되었다.

의자를 들고와 유우카 옆에 앉으며 조심스레 물었다.

"유우카,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거야? 오늘따라 기분이 안좋아보이는데."

"······."

유우카의 안색이 나빠졌다. 무슨 일이 있는게 분명해.

"별일 없습니다. 그러니 신경 써주시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유우카, 나는 유우카의 선생님이니까, 그냥 넘기기엔 걱정이 되는걸. 뭐라도 상담해주지 않겠니? 내가 해결해 줄수있는 문제라면 해결해 줄테니까."

유우카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며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노려본다.

"선생님, 제가 분명 업무를 빨리 끝내고 복귀해야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걱정해주시는건 감사하지만, 괜한 걱정입니다."

유우카 답지않은 차갑게 내려앉은 목소리. 평소 유우카가 보여주는 태도와의 괴리에 어쩐지 마음이 아려온다. 그리고 방금 보여준 모습, 유우카는··· 설마?

"역시 그냥 넘어갈수 없어. 유우카 혹시···"

탕!

유우카가 손에 들고있던 커피잔을 책상에 내려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내려친 커피잔은 깨져 내용물과 파편이 함께 흩뿌려진다.

"선생님 제 말이 우스우신가요? 제가 필요없다고 하잖아요,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자꾸 참견하시나요, 제 말을 왜 무시하시나요, 도대체 왜, 왜!!!"

여태껏 본적 없는 유우카의 격정적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얼어붙고 말았다.

"읏····!"

유우카 자신도 본인의 언동에 놀란듯 눈이 커지며 뒷걸음친다.

"더이상 안되겠어.... 이제 무리야.... 선생님, 오늘은 더이상 업무를 보기가 힘들거같습니다."

"그리고 당분간 당번은 맡기 힘들거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럼····"

"유우카, 유우카!!"

유우카가 도망치듯 사무실에서 벗어났다. 바로 뒤를 쫓아갔지만 벌써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하아···하아··· 유우카·····. 도대체 무슨― 큭!"

갑작스레 통증이 느껴진다. 뺨에 자그마한 상처가 나 피가 흐르고있다. 아마 아까 유우카에 의해 깨진 커피잔 파편에 스쳐 상처가 난듯하다.

"유우카····"

오늘 유우카가 보여준, 평소와는 다른 이질적이고 사무적인 태도. 기분 탓이라며 애써 넘겨짚었던 생각을 떠올린다.

분명 찰나였지만 나를 볼때 마다 보였던 유우카의 표정, 나를 계속해서 피하던 태도. 그것을 떠올리면 명백해진다.

"착각이 아니야, 확실해."

오늘 유우카가 달라진 모습의 원인, 그것은········

"유우카는··· 나를 미워하고 있어."

나 때문이였다.

ㆍ

ㆍ

ㆍ

그 일이 있고나서 하루 뒤, 밀레니엄의 방문일이 되었다. 어제의 뒷일을 수습한다고 예정된 시간보다 늦을뻔했지만, 그래도 어찌 제 시간에 맞춘듯 하다.

'·····후우'

어제의 일을 곰곰히 생각해본다. 최근에 내가 유우카에게 무슨 잘못을 저질렀나?

아니다, 전에 만난 유우카는 나의 소홀한 소비에 조금 화내긴 했지만, 마지막엔 분명 서로 웃으며 헤어졌었다.

그리고 어제 보여준 그 모습은 내가 잘못했다해도 도저히 유우카가 보여줄 모습이 아니였다.

마치 혐오스러운 것이라도 본듯한 그 표정··· 아, 다시 떠올리니 마음이 아파온다.

"정말 어떻게 된 일인지···."

"선생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유우카씨는 분명 다른 일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던 걸꺼에요! 제 기억에도 별 다른 일은 없었는걸요!"

"긍정, 저도 동일한 의견입니다. 최근 선생님의 행적을 분석해보았지만, 도출할만한 결과가 나오질 않았습니다."

"하하, 정말 그랬으면 좋겠지만···."

침울해하는 날 위해 위로의 말을 건네는 두 아이, <싯딤의 상자>의 초 유능한 AI인 '아로나'와 '프라나'.

가상의 존재인 AI 지만 키보토스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나의 자랑스럽고 소중한 학생들이다.

총알 한방에도 목숨이 위험한 내가, 총알이 빗발치는 이 키보토스에서 활동할 수 있는건 순전히 이 아이들 덕분이다.

"걱정해준거구나. 둘다 고마워."

싯딤의 상자를 통해 아로나와 프라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웃음을 지으며 기뻐하는 둘을 보니 기운이 좀 나는것 같다.

"유우카에게 줄 선물도 챙겼고, 기운차리고 세미나부터 바로 방문해볼까."

큰맘 먹고 준비한 '에이~북 레어'. 유우카가 그토록 탐내던 유명 브랜드의 노트북이다.

나조차 갖지못한 고가의 제품이지만, 그동안 유우카의 노고를 생각하면 하나도 아깝지 않지!

········

원래라면 날 위해 고생해준 유우카에게 답례하기 위한 선물이었을테지만,

마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산 선물인것처럼 그 의미와 목적이 바뀐거같아 어쩐지 마음이 편치않다.

"····좋아, 일단 어찌됐건 부딪치고 보자고."

심란한 마음을 고쳐잡고 밀레니엄 센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원래 센터에 사람이 이렇게 없었나?"

밀레니엄은 명색이 키보토스 3대 학원이라 불리는 대형 학원인 만큼, 다니는 학생의 수도 굉장히 많은 편이다.

그러나 그 구색에 맞지않게 센터의 로비에는 몇몇 소수의 학생들만 돌아다니고 있었다.

"정말 이상하네요. 센터 내에 학생 수는 평소와 같아요. 그런데····"

"밀레니엄 센터 스캔 결과, 대다수의 학생분들이 각자의 동아리실에서 업무를 보고있습니다 선생님."

센터엔 몇번이나 방문했지만 이런 적은 없었다. 무슨 바쁜 행사라도 있는건가?

유례 없는 모습에 잠시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그보다 중요한 볼 일이 있기에 정신을 차리고 최상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로비에 있던 학생들의 시선이 어쩐지 눈에 밟혔지만, 일단 대수롭지않게 여겨 넘겼다.

띵―

엘리베이터는 중간에 한번 멈춰 학생 한명을 태우고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 아이는···'

"힛―"

중간에 탄 학생은 나를 보자 깜짝 놀라더니 고개를 푹 숙이고 구석진 곳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곧바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 오랜만이네."

"히..히익―!?"

그러나 돌아오는건 기겁하는 비명소리.

"ㅈ··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건들지 말아주세요···!"

"저··· 저기?"

"히에엑――!?"

마치 무서운 사람이라도 본듯 몸을 바들바들 떨며 겁에 빠진 모습.

띵―

"시,실례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그 학생은 도망치듯 사라져버렸다.

붙잡으려듯 순간 뻗은 손은 그 대상을 잃고 허무하게 허공에 머물 뿐이었다.

"아········."

문은 닫히고 다시 최상층을 향해 올라간다.

"――――"

샬레의 당번으로 봤던 아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건넨것 뿐이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에 사고가 정지한다.

다음 당번때 자기 작품을 보여주겠다며 당당했던 그 모습이 공포에 떨며 나를 경계하던 모습으로 오버랩되어 사라진다.

'어째서?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나? 유우카도 그렇고 무슨일이···'

기억을 뒤져봤으나, 뾰족하게 떠오르는게없다. 헤집어진 기억은 머리 속을 휘젓는 파도가되어 혼란만을 야기시킨다.

"선생님····."

아로나의 걱정어린 말에 어지럽던 정신이 돌아온다.

"아―, 괜찮아 아로나. 내가 너무 걱정을 끼친거같네."

"그치만 선생님···· 아까 그 학생분은····."

"괜찮다니까. 아무래도 전에 내가 무슨 실례라도 저지른 모양이야 하하.."

쓴 웃음을 지으며 아로나를 달랜다. 방금 일은 아로나가 봐도 이상했던걸까.

"...아로나 선배, 잠시 괜찮습니까? 할 얘기가 있습니다."

"프라나 쨩?"

"······! ·········!? ·········."

둘이서 무슨 얘기를 나누는듯 했으나, 자세한 내용은 들리지 않았다.

"그럼 선배, 부탁드립니다."

"알겠어요 프라나쨩! 선생님은 저에게 맡겨주세요!"

"선생님, 저는 당분간 가설 확인을 위해 연산 가속 모드에 돌입합니다. 그동안 아로나 선배가 선생님의 신변을 담당할겁니다."

갑작스런 프라나의 통보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프라나? 갑자기 무슨―"

"일련의 사건에 이상 현상을 감지.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라 생각했습니다."

"··········."

이쯤 되면 바보라도 알 것이다. 어제부터 일어난 기묘한 일들. 은연중에 품었던 의심이 머릿속을 맴돈다.

"····알겠어 프라나, 그럼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선생님. 지금부터 저는 연산 가속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선생님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로나 선배."

"맡겨만 주세요! 선생님은 제가 책임지고 보호하겠어요!"

프라나는 아로나에게 뒤를 맡기고 이내 싯딤의 상자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엘리베이터는 세미나가 있는 최상층에 도착했다.

프라나의 말이 귀에 맴돌아 발걸음이 쉽게 떼지지않는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무거운 족쇄가 되어 온 몸을 옭아맨다.

하지만 움직여야한다. 나의 생각이 그저 망상이길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숨을 크게 들이 마쉬고 이내 세미나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한참을 걷던중 익숙한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정체는 아름답게 늘어뜨린 은발이 인상적인, 세미나 소속의 2학년생 '우시오 노아' 였다.

나의 인기척을 눈치챈건지 뒤를 돌아보자 나와 시선이 마주친다.

"선.. 생님?"

"안녕, 노아."

잔뜩 긴장한채로 노아에게 인사를 건넨다. 몇번이나 인사한 사이건만, 오늘 만큼 부자연스러운 적이 있었을까.

"무슨 일로 오신거죠?"

얼핏 평범해 보이는 물음. 하지만 그 속엔 경계심과 적의가 담겨있었다.

"오늘은 밀레니엄에 방문 일정이 있었으니까, 우선 세미나부터 들른거야. 메일을 보냈을텐데 확인하지 않은거야?"

"·····그랬었죠. 미처 확인못한 점 죄송합니다. 개인적인 일때문에 여건이 안됬기에····."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세미나에 방문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

변명할 거리를 생각해내려는듯이 턱에 손가락을 짚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노아. 어색한 침묵이 기류를 타고 흐른다.

"······간단합니다. 저희는 선생님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까요. 오늘도, 앞으로도 말이죠."

"지금까지 저희는 선생님께 너무 의존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저희 스스로 자립해야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선생님의 부담도 줄어들고,저희는 성장할 계기를 마련하고, 그것이 서로에게 좋은 거라 생각하지 않나요?"

노아가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얘기한다. 이상적인 이야기일지 모르나,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

그저 귀찮은 짐을 치우려는 듯한 듣기좋게 꾸며낸 이야기····· 앞선 의문이 뇌리를 스치자 등에서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한다.

"알겠어, 강요는 하지않을게. 그러면 유우카의 얼굴만 잠깐 보고 갈게."

"거절합니다."

유우카의 이름을 꺼내자, 이젠 적의을 숨김 없이 드러내며 단호하게 거절한다.

"유우카 쨩이 말하지 않았나요? 당분간 선생님을 뵙기 힘들다고."

"용건은 말씀 드렸으니 이제 돌아가보세요. 유우카 쨩에겐 제가 대신 안부를 전해줄테니까요."

"아니, 얼굴은 보고 가야겠어. 그리고 유우카에게 전해줄 것도 있으니까."

"전해줄 것···?"

노아가 나의 손에 들려있는 선물 가방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그건 뭐죠? 설마 유우카 쨩에게 줄 선물이라고 하진 않겠죠?"

"맞아, 유우카에게 신세진 것도 많고, 나 떄문에 고생도 많이 했으니 말이야. 그 답례로······"

"노아, 무슨 일이야? 부실에 들어가지않고."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유우카 쨩?"

"유우카!"

목소리의 정체는 유우카였다. 아마 나와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올라온 듯 하다.

"노아하고····, 선··생님···?"

노아와 말을 나누는 상대가 나인걸 알자 유우카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진다.

"······그랬군요. 오늘은 선생님의 밀레니엄 방문일이였죠."

"방문해주신건 감사하지만 저희 세미나는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하지않아요. 그러니 돌아가주시겠어요?"

"유우카····· 나는····"

어제와 다름없는, 아니 그보다 더한 적의를 드러내며 노아와 같은 말을 하는 유우카. 마치 역겨운 것을 보는듯한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분명 전할 말이 있었으나, 그 시선에 압도되어 입안에서 맴돌며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하아····. 할 말 없으시면 당장 돌아가주시지 않겠어요?."

"아,아니······ 아! 그래, 유우카 이걸·····"

소중한 학생들에게 계속해서 미움을 받는 상황에 치닫자 평정심을 잃은 내 머리는 최악의 선택을 해버렸다.

"·····하아? 이건 대체 뭐하자는 수작이죠?"

너무나도 멍청한 짓이다. 이래서야 진짜 기분 풀라고 준 선물이나 마찬가지지 않는가.

"······역겨워, 내가 당신 때문에 얼마나 고통받는지도 모르고 이딴 짓을····"

철컥――

"유우카, 무슨·····!?"

유우카가 분노어린 말을 퍼부으며 날 향해 겨눈 그것은, 단 한번의 손짓으로 손쉽게 나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물건.

총이었다.

"연산 완료, 가설 확인. 「Q.E.D.」 ―증명 종료."

"선생님, '이곳'은 위험합니다. 얼른 도망치세요!"

"뭐?"

프라나의 외침과 동시에 울리는 총성, 뿜어진 불꽃은 왼손에 들린 선물가방에 직격하여 내용물을 무자비하게 파괴해버렸다.

"경고합니다. 당장 제 눈 앞에서 사라지세요. 다음엔 위협사격으로 끝나지 않아요."

갑작스레 일어난 일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고가 정지한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위협사격이라곤 하나 나를 향해 총을 쏜건가? 그 유우카가――

타앙――!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 채 또 한번 울리는 총성, 그 총성에 넋 나간 정신이 돌아왔다.

―――――

눈 앞에서 멈춰있는 한발의 탄환. 맞았다면 확실하게 절명했을 위치. 아로나가 막아주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실례했습니다, 방금 당신의 행동이 너무 역겨워서 그만."

"노아, 방금 무슨 짓을 한거야····?"

"그치만 당신, 안죽잖아요? 들고있는 그 싯딤의 상자가 보호해주니까요. 알고서 쏜거랍니다♪"

'노아가 무슨 소릴하는거지? 이 아이가··· 진짜 내가 아는 그 '우시오 노아'가 맞는건가?'

그 말이 아무리 사실이라 할지언정, 키보토스에서 나에게 총을 쏜다는 행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가 모를리가 없다.

모종의 이유로 내가 싯딤의 상자를 들고오지 않았거나 전원이 꺼져있었다면 목숨을 잃었을 위험천만한 상황.

그걸 알기에 길에 돌아다니는 불량 학생들도 나를 향해 총을 겨누지 않는다. 무슨 결과를 초래할지 그 아이들도 모르지 않기 때문에.

그런 만약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그녀는 쏜것이다. 단지 자신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며.

아무리 그녀들이 분에 못이겨 충동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하나,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아········'

한마디 하기 위해 그녀들을 쳐다본 순간, 곧 부질없는 짓이란걸 깨닫는다.

못내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있는 노아, 그 사태가 벌어졌음에도 여전히 적의를 드러내는 유우카.

그녀들이 나에게 향하고있는 감정, 일련의 것과 비견할 수없는 그것은―― 명백한 '살의'였다.

이전에도 받아본 적 있는, 나를 죽이고자 하는 '살의'. 하지만 지금 나를 향하고 있는 그녀들의 감정은 그것과 궤를 달리한다.

더럽고 역겨운 오물을 보는듯한, 평생의 원수에게 증오심을 쏟는듯한, 온갖 부정적인 상념들이 한데 뭉쳐 나를 향한다.

그녀들의 표정이 마치 『죽었으면 좋았을텐데』라 주장하는 듯이, 아쉬움이 담긴 증오어린 안광을 내게 쏘아낸다.

그 안광에서 붉은빛이 비친다. 붉은빛이 나를 꿰뚫어본다. 붉은빛이 나를······

나를――

――――――――――――

'우웁····!'

학생들에게 받아볼거라 생각도 못한 살의를 정면으로 마주하자 순간 온 몸이 저릿거리며 구역감이 몰려온다.

머릿속에 짙은 안개가 끼며 생각하는것을 방해한다, 몸은 그저 꿈틀대며 반응을 거부한다.

숨이 차오른다. 눈앞이 아른거린다. 온 몸에서 땀이 흐른다.

'나는 대체 무엇을······?'

"선생님! 얼른 정신차리세요!!"

"선생님, 어서 피난을!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학생분들의 감정이 더 폭주하기 전에!"

아로나와 프라나가 굳어있는 나의 정신을 두들겨 깨운다. 어쩐지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이건... 그 아이들의 힘인가?

"프라나···· 그게 무슨 말이야?"

"설명은 나중에, 얼른 '이곳'에서 벗어나야합니다!"

"큭······."

'유우카···· 노아····.'

"젠장····!"

두 학생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그 자리에서 달아난다. '아이'를 저버린 '어른'의 나약하고 비겁한 선택이었다.

그런 비겁한 선택을 한 나였기에, 등 뒤로 그녀들의 비틀린 조소가 들린건 착각이 아니였으리라.

===================================================================

여러 작가님들의 선생이 미움받는 이야기를 보고 삘받아 망상하며 쓴 소설입니다.

소설은 처음 써보는데 글쓰는거 정말 어렵네요.. 몇번을 지우고 다시 썻는지 모르겠습니다. 겨우 이만큼 쓰는데 며칠이나 걸린걸 생각하면

정기연재 하시는 작가님들이 얼마나 대단한건지 몸소 느낍니다. 원래 단편으로 쓰고 끝낼 소설이였으나 내용이 쓸데없이 길어져버렸네요.

흔한 구성의 이야기지만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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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4.08.05창작

소설, 피폐) 스포) 어른을 미워하는 아이들의 이야기

#소설#피폐
좋아요 0댓글 13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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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C
moing작가
게시물 2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4.08.05 20:19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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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나
ㅇDC
ㅇㅇ24.08.05

히비키추

ㅇDC
ㅇㅇ124.08.05

더 주세요

ㅇDC
ㅇㅇ224.08.05

야, 이 소설 재미있다.

ㅇDC
ㅇㅇ324.08.05
ㅇDC
ㅇㅇ424.08.05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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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낙서
Mmoing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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