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 #M #약탈애 #니코
원본 by 大典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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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4>
<1>
토요일이 가까워지면 정의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그런 말을 하면 학생들은 몹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혹시 위험한 일에 관여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아해하다가 이내 조용히 속삭인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야기 들어드릴까요?”라고.
FOX 소대에 관한 보고서는 매주 토요일이 제출 기한이다.
교정국에서 일시적으로나마 석방되는 것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보고는 해야만 한다.
그래서 매주 ‘그녀들은 잘 해내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최대한 다채로운 표현으로 기록하며 전송한다.
공문서이기에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을 수 없는 점이 아쉬울 뿐이다.
돌이켜보면 그녀들이 손에 넣어야 했던 정의에 대해 고민하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으니,
그것을 소대원 중 한 명에게 목격당해 착각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도 그리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아, 하고 숨을 내쉰다.
나이 탓인지 버릇인지, 방심하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행복이 달아나버릴까 걱정하다가도, 달아난 만큼 누군가가 잡기 쉬워진다면 그걸로 된 거겠지 하며 대충 갈무리한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익숙한 발소리를 듣고서야 누군가의 방문을 알아차린다.
“…니코.”
떨어지는 그림자의 특징만으로 니코임을 알 수 있었다.
안다고 해서 어쩔 도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선생님, 피곤하시죠?”
귓가에 속삭여진 질문은 단정적이었다.
가부간의 대답을 허락지 않는 것은 어떤 확신이 있기 때문일까.
뒤에서 껴안는 형태로 마우스를 쥔 손에 하얀 손가락이 얽혀든다.
“잠시 쉴까요?”
사건의 이해보다 상황의 이해가 앞선다.
아아, 즉 오늘은 ‘그런 날’이구나.
저항해 봤자 의미가 없다는 사실만이 명료했다.
결국 왼손에까지 포옹의 손길이 뻗쳐왔을 때 컨트롤+S를 눌렀다.
저장 단축키조차 어딘가 체념이 배어 있었고, 키보드에 올려둔 손도 금세 붙잡혔다.
“저장도 중요하지만, 보안 대책도 잊지 마세요. 소중한 문서니까요.”
니코는 그렇게 덧붙이며 짐짓 몸을 밀착해 키보드를 만졌다.
스르륵 잠금 화면이 뜨는 것을 보고 그녀는 “그럼”이라며 나의 목덜미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이동을 재촉한다.
아시겠죠, 라며.
<2>
이 잘못이 시작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되짚어본다.
뒤틀리게 잘못 끼워진 단추,
바로잡으려 손을 뻗으면 그녀의 손이 다정하게 감싸안아 결국 흐지부지하게 남겨둔 그 단추는 대체 왜 처음부터 잘못 채워진 것일까.
처음에는 훨씬 사소한 일이었을 터다.
나의 피로를 보다 못한 그녀가 숙직실에서 이야기를 들어준다.
그런 소박한 휴식이었을 터였다.
문제는 그것이 계속된 것일까.
아니면 역시 니코가 그 문서를 봐버린 것이 원인일까.
어느 쪽이든 상담은 스킨십으로 변했고, 점차 양상이 달라졌다.
언젠가 부드럽게 거절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타이밍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찾아오지 못하게 막혀 있었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그렇다면 이 잘못에 시작점 따위는 없다.
얼핏 봐서는 모를 변화를 반복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렇게 됐을 뿐.
결국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미 틀렸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상투적인 결론에 다다른다.
또한, 이대로는 안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함께.
“있지, 역시 이런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강한 의지를 담아 그렇게 말을 꺼냈다.
“니코에게도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잖아.”
침대에 나를 밀쳐 쓰러뜨리는 그녀의 손은 넘쳐나는 다정함을 발산하는 듯했다.
그녀는 ‘사랑이 많다’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정이 깊은 사람으로, SRT가 남아있던 시절에도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차별 없이 사랑을 주고 누군가를 채워줄 수 있는 존재.
“천만의 말씀이에요.
저는 무척이나 즐거운걸요.
선생님도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채워져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 니코가 나에게 어떤 애착 같은 것을 품고 있다면, 조금은 받아들이기가 버겁다.
나는 그저 직업이 선생일 뿐인, 예컨대 장바구니를 들게 하기에 딱 적당한 상대 정도일 뿐이라서.
아주 조금 도와준 적은 있지만 그조차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녀가 신경 써야 할 대상은 잃어버린 장소와 정의를 되찾기 위해 매일 노력하는 여우 동료들이나 토끼 후배들, 그리고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라는 취지를 이해시키고 싶지만, 언제나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 실패하고 만다.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을 챙겨줘.”
내뱉으면서도 참 진부한 대사라고 생각한다.
“나보다 훨씬 곤란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말이야.”
“지금은 선생님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선생님이야말로 좀 더 몸을 소중히 하셔야 해요.”
“뼈아픈 말이네.”
“네, 그러니까요.”
“그래도 다행히 아주 건강해. 특히 오늘 같은 날은 더더욱.”
니코가 해주는 밥 덕분일까.
덧붙이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런 자세만 아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매번 무리하시니까요.”
커다란 귀를 축 늘어뜨리면서도 눈은 이쪽을 똑바로 쳐다보며 니코가 말한다.
이미 몇 번이나 주고받은 뻔한 문답.
이 대화에 큰 의미는 없다.
“그렇습니까, 그럼 그만둘게요.”라고 니코가 쉽게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재확인할 뿐이었다.
그녀에게 이제 나의 피로란 사소한 핑계에 불과했다.
억지에 가까운 강압적인 태도가 결국 뒤틀림의 끝이었고, 잘못의 근본적인 원인이라 할 수 있었다.
“정말로, 오늘은 안 돼.”
오늘만큼은 안 된다는 마음이 있었다.
왠지 이제는 돌이킬 수 없게 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안 된다고 하셔도 이 자세라면 별로 안 된다는 소리처럼 들리지 않아요.”
니코가 몸을 밀착해온다.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은 그저 편한 쪽으로 몸을 맡기시면 돼요. 그리고─”
─선생님이 아무리 저항해도 저는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시선이 얽힌다.
이끌려온 숙직실 침대 위, 완벽한 마운트 포지션에서 니코는 나른하게 눈을 뜨며 꾸밈없이, 주저 없이 호의의 감정을 쏟아붓는다.
나는 분명 주저함이나 죄책감, 당혹감 같은 것이 뒤섞인 모호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자, 나는 이 불균형을 잘 알고 있다.
선생과 학생.
주는 쪽과 받는 쪽.
수평이 아닌 기울어진 관계.
그리고 무상의 호의.
의심스러울 정도의 무방비한 사랑.
일찍이 내가 그녀에게 주었던 구도로부터 나는 도망치고 싶어 한다.
“할 수 있다 해도 니코는 분명 하지 않을 거야.”
조건 없는 신뢰와 말은 수평을 되찾기 위한 임시 무게추.
아아, 어른이란 비겁하다고 생각하면서 태연함을 가장한다.
“…그렇군요.” 니코는 말과 함께 힘을 뺀다. “하지만 왜일까요?
”
이때 빠져나와야 했을까.
말이 과부족 없이 제대로 전달되어 수평을 되찾고,
니코가 제정신으로 돌아와 다시 생각해 주리라는 그런 희망 섞인 관측은 끝내 현실이 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방향으로 굴러간다.
그것이 아마 니코가 말했던 무슨 법칙이었던가.
“다른 아이라면 분명 그걸로 그만둘 거예요. 선생님이 믿어준다면서요.”
하지만 저, 장난꾸러기거든요.
니코는 그렇게 말하며 마시다 만 주스라도 들이키듯 가볍게 내 입술에 닿아 왔다.
그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반응이 늦었다.
쪽, 하고 조그만 소리가 난다.
흘러내리는 머리카락과 숨결이 얼굴에 닿아 간지럽다.
“니코.” 나는 조금 강한 어조로 말한다. “어째서.”
“아하. 선생님 입술, 오늘은 촉촉하네요.”
속눈썹에 어둡고 질량감 있는 도착(倒錯)을 머금은 채 니코가 말한다.
평소의 활달함도, 곤란한 듯 웃을 때의 다정함도 지금만큼은 그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 예감을 확신해 버렸다.
오늘의 니코는 위태롭다.
“혹시 아주 건강하다는 게 정말인가요? 저와의 시간을 위해 신경 써주신 거라든가.”
후후. 그렇다면 조금 부끄럽겠네요.
뺨을 주홍빛으로 물들이며 니코가 웃는다.
나는 입가를 팔로 가린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쉽게 몸을 내맡길 수는 없었다.
“어머, 아쉽네요.”
니코는 입가에 검지를 댔다가 “그럼 이쪽을”이라며 그대로 내려간다.
쇄골 사이의 오목한 곳에 안착한 손가락 끝을 가슴, 배로 훑어 내린다.
훑어 내려서─허리 근처에서 멈춘다.
“잠깐.”
깨달은 내가 막기도 전에 니코는 유연한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만으로 벨트의 금속 장치를 푼다.
나는 곧바로 한쪽 손으로 누른다.
“후후. 지리멸렬한 소모전, 같은 느낌이네요.”
사실 후수만 두고 있다.
니코는 결코 억지로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꼴이다.
“저항하지 않으면 편해질 수 있어요.”
“그래도 난 니코를 믿으니까. 미안하지만 니코를 위해서라도 저항은 멈출 수 없어.”
“에헤헤. 기뻐요, 선생님. 저를 위해서라니.
저항은…멈춰주시지 않는 모양이지만요.”
천진한 미소로, 하지만 그녀는 말을 잇는다.
“생각해 보세요.
저를 위해 말을 아끼지 않고, 저를 위해 저항해 주지만, 결국 저에게 덮쳐지고 마는 선생님.
왠지 그거, 뭐랄까, 무척─”
─관능적이지 않아요? 니코는 내 목덜미로 손을 뻗어─ 와이셔츠 단추에 손을 댔다.
당연히 막는다.
막는다는 것은 두 개뿐인 팔 중 하나를 가져다 쓰는 것이고, 즉 다른 곳이 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손목이 붙잡힌다.
“윽.”
마치 지도록 설정된 두더지 잡기 같은, 그런 종류의 부조리를 떠올린다.
첫 번째는 긴 입맞춤.
강하게 짓누르듯 온몸으로 밀어붙이듯. 그 작은 체구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압박감,
폭력적인 힘의 차이에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벨트와 와이셔츠 위에 있던 손은 당연히 사이에 끼어 짓눌린다.
팔만이라도 빼내려 힘을 주지만 관절이 꺾인 것인지 전혀 움직일 수 없다.
관절기도 쓸 줄 알다니 역시 SRT구나, 따위의 쓸데없는 생각을 한다.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도피해야만 서로의 경계선을 잃어버린 듯한 감촉, 즉 서로의 몸 사이에 낀 손에 전달되는 부드러움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로부터 몇 초, 혹은 수십 초 후였을까. 숨 가쁨이 폐를 가득 채울 때쯤 입술이 떨어진다.
“하아, 하아…….”
“후후. 선생님, 기분 좋네요, 그쵸?”
산소를 찾아 빠르고 얕게 호흡하는 나로서는 도저히 대답할 수 없다.
어디에 맞추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초점과 그녀의 손과 가슴에서 다이렉트로 전달되는 심장 박동의 빠름만이 답이었다.
“으음…….”
산소 부족으로 괴로워하는 나에게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니코는 몸을 뒤척인다.
그리고 그런 몸짓 하나에 대량의 위험 신호가 뇌로 전달되었다.
부드러운 것이 손을 압박한 것.
흘러나온 숨결이 뺨에 닿은 것.
햇살 같은 살결 냄새가 비강을 침범한 것.
무엇보다 웅얼거리는 듯한, 들어본 적도 없는 달콤한 목소리.
“선생님, 선생님…….”
니코는 짧은 키스를 반복한다.
입을 맞춘다는 행위 자체가 아무래도 즐거운 모양인지 그것만 계속한다.
온갖 각도와 강도를 시험하는 듯한 집요함으로, 그때마다 끈적끈적하게 점막 접촉 특유의 야릇한 소리가 난다.
이제 키스에서 기대되는 달콤쌉싸름함 따위는 없고, 오직 자신의 의식과 호흡이 침식되는 감각만이 존재했다.
“음…하아, 으음…….”
다만 나도 당하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개를 돌려 피하려 시도하고 실제로 몇 번은 성공한다.
“버둥거리시면 잘 안 된단 말이에요.”
뾰로통한 얼굴의 니코.
거리가 너무 가까워 전체 모습은 파악할 수 없지만 목소리 톤으로 미루어 보건대 분명 부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 말하며 이번에는 목에 얼굴을 묻어온다.
땀으로 향기가 짙어진 비누 향과 살결 냄새가 한층 강해진다.
그리고 그 순간 목덜미를 강하게 빨아들인다.
아무래도 목표를 바꾼 모양이다.
“선생님, 이거 남겠는데요?”
쪽, 쪽 하며 노골적인 소리가 귓불을 끈질기게 훑는다.
서툰데도 그것이 오히려 야릇함을 자아낸다.
커다란 귀 끝이 이쪽 귀와 스친다.
그리고 역시 숨을 고르는 사이 새어 나오는 그 목소리.
산소 부족이 조금 나아지자 머리도 돌아가기 시작한다.
목덜미에 달리는 감각도 당연히 또렷해지지만.
지금뿐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니코가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나는 간신히 팔의 구속을 빠져나와 양손을 그녀의 어깨에 댄다.
그리고 지지 않도록 힘을 주어 단번에 밀어냈다.
하지만 생각보다 니코가 너무 쉽게 밀려나 버리는 바람에 허탈하기까지 했다.
─즉, 무엇을 위해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아니면 그것조차 그녀의 의도인 걸까.
“…니코.”
“…….”
멀어짐으로써 공간과 시간이 생기고 눈빛이 파고든다.
도취와 황홀이 뒤섞인 푸른 눈동자.
침을 꿀꺽 삼키며 정말 큰일일지도 모르겠다고 뒤늦게 생각한다.
이번에는 예감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조의 위기.
입맞춤뿐이라면 아직 아이의 장난으로 끝낼 수 있었다.
조금 강한 스킨십으로 치부할 수 있었다.
분위기조차 농담이었다고 하면 수습이 된다.
“선생님, 이제 괜찮으시죠?”
다만 이것만큼은.
툭 하고 리본이 떨어진다.
의미하는 바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의 초대.
만약 괜찮지 않다고 말하면 그만두어 줄까.
진심으로 거절하면 그만두어 줄까.
…그만두겠지.
오히려 거절당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니코는 그런 아이다.
다정하고 눈치 빠르고 누군가를 위해 일찍 일어날 줄 알고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런 아이니까 분명 그만둘 것이다.
분명한 거절에 깊이 상처받으면서도 다음 날부터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일상을 보낸다.
주변에 사랑을 나누며 살아간다.
“니코는 괜찮아?”
“저 말인가요?”
허를 찔린 듯 니코가 말한다.
눈동자에 평소의 이성을 느끼게 하는 빛이 아주 조금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예감일 뿐이지만.”
예방선을 치며 말한다.
“만약 이다음으로 나아가 버린다면 니코, 내 앞에서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건 싫으니까 말이야, 라고 덧붙이며 최대한 부드럽게 웃는다.
“…죄송, 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안심해 버렸다.
마음을 놓아버렸다고 해도 좋다.
“저, 잘 모르겠어서.”
내가 그 발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이 그녀는 세일러복 단추를 푼다.
그러더니 곧바로 속옷이 떨어져 내려 리본 위에 무심하게 겹친다.
“니코.” 나는 당황을 감출 수 없다. “모르겠다면 나랑 같이─”
그것이 오늘 몇 번째 키스였을까.
횟수 따위 이제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 중 가장 이기적이고 배려가 없었다는 점이다.
자신만이 일방적으로 채워지려 하는 어린아이 같은 고집으로 가득 찬 키스.
바로 뒤에 있는 점성이 느껴지는 어두운 욕망을 숨기려 하지도 않은 채 내 하복부에 손을 갖다 댄다.
눈동자에는 이성을 넘어선 도착이 서려 있었다.
“죄송, 해요. 역시 참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혀가 파고들어 온다.
입안 구석구석을 유린하는 듯한 키스에 체념이 형태를 띠며 떠오른다.
동시에 가느다란 허리의 움직임.
본능적인 욕구의 일깨움이 점차 뇌의 지배 영역을 늘려간다.
“금방 끝낼 테니까요.”
니코가 말한다.
이승에서의 마지막 이별처럼 말하니까 이상하다. 몽롱한 머리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별과는 정반대의 일이다.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니코는 멀리 있는 것처럼 말한다.
마치 이것이 마지막인 것처럼 말한다.
그것이 싫어서 “천천히 해도 돼”라고 생각지도 않은 말을 나는 한다.
“죄송해요.” 마지막에는 역시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허리를 낮추었다.
그러면서도 빈틈을 메우듯 키스를 하기에 키스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막연히 생각했다.
그 즈음부터 기억은 흐릿해진다.
다만 나쁜 아이라서 죄송해요,
좋아해서 죄송해요,
기분 좋아서 죄송해요,
라며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도 모를 잠꼬대 같은 목소리만이 고막 뒤에 눌어붙어 있다.
<3>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았음을 떠올리며 눈이 뜨였다.
무거운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린다.
지금이 몇 시일까.
“아…….”
아침 햇살을 받으며 평온하게 오르내리는 하얀 살결을 확인하고 사고가 리셋된다.
아아, 그렇구나. 나는─거기서 처음으로 어젯밤의 일이 현실로 확정된 기분이 들었다.
즉, 잠결에 섞인 모호한 기억은 역설적인 사실이라고.
동시에 불안이 고개를 든다.
결과적으로라고는 해도 어느 정도 강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고 아마 니코는─몹시 낙담하지 않을까.
확증은 없다.
다만 묘하게 자포자기한 언행을 일삼았던 것은, 기분 좋은 듯한 반응을 보일 때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던 것은 자기혐오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어느새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커다란 귀와 헝클어진 핑크빛 머리카락.
손가락으로 빗어 넘기듯 다정하게 쓰다듬는다.
니코는 어떤 행복한 꿈을 꾸고 있는지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거기서 그녀는 그저 누군가에게 채워져 보고 싶었던 것인가 하고 근거 없이 확신했다.
누군가를 채워주기만 할 뿐 서투르게 채워지는 법을 몰라서 우연히 이 손을 잡은 것이라고.
“으음…….”
몸을 한 번 뒤척이더니 주저하듯 눈꺼풀이 열린다.
“…선생님.”
나른해 보이는 것은 그 첫 마디뿐.
“아, 저기!” 니코는 뺨을 붉게 물들이며 입을 벙긋거리다가─이내 의김소침해진 듯 눈을 내리깔았다.
“어젯밤은…정말로 죄송했습니다.”
봄 아침이 드리우는 난색의 그림자는 그 고요한 절망을 선명하게 비춘다.
나는 문득 껴안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혀 그대로 그녀의 작은 몸을 품속에 쏙 집어넣었다.
“아…….”
“니코 머리, 까치집 지어서 부스스해.”
니코는 아주 조금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다.
“…선생님도요.”
그것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러워 강하게 끌어안는다.
“왓.”
끌어안으면 서로가 비슷한 냄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증발해 가는 식은땀의 복숭아 같은 그 냄새.
그곳에 눈물 냄새가 섞인 것은 그로부터 머지않아.
“선생님, 죄송해요.”
“그건 이제 충분히 들었어.”
“그래도요. 만약 죄를 갚는 것을 허락해 주신다면─”
“─이야, 귀여웠지─”
“아……?”
“어제의 니코, 귀여웠지─”
“무, 무슨 말씀을…….”
“죄송하다고 하는 주제에 전혀 멈춰주지 않고, 아니 오히려 격렬함을 더한 니코, 귀여웠지─!”
“그, 그런 소릴 보통 하나요!?”
“평소와 다르게 고집불통인 니코, 귀여웠지.”
“으으…이제 그냥 차라리 묻어주세요…….”
니코가 한층 더 움츠러드는 것을 보며 문득 나는 그 말을 찾아냈다.
지금까지 끝내 찾아내지 못했던 그녀를 향한 말.
“니코는 야무진 아이지만 말이야.”
손가락으로 머리를 빗어 귀 뒤로 넘겨주며 얼굴을 마주한다.
“가끔은 누군가에게 어리광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나라도, 내가 아니더라도. 그런 형태의 정의도 멋지다고 생각해.
그런 말을 부끄럼 없이 내뱉고는 곧바로 쑥스러워져 “자, 아침 먹자”라며 얼버무리듯 몸을 일으킨다.
흐트러진 옷을 다시 입으려다 “선생님”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한 가지만 어리광을 부려도 될까요?”
“뭔데?”
“어제 줄곧 제 쪽에서만 했으니까─”
눈동자에 용기를 담아, 하지만 뺨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선생님이 먼저 키스해 주지 않으시겠어요.”
아아, 그건 지금까지 중 최고의 응석이네.
그렇게 말하며 나는 떨리는 그 입술에 살며시─입을 맞추었다.
<4>
토요일이라 정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니코는 의아한 얼굴로 “네?” 하고 되묻는다.
번갈아 가며 샤워를 하고, 젖은 옷은 한데 모아 세탁기에 돌리고 새 옷을 입고 나니 왠지 어제의 일이 청산되는 기분이다.
뭐, 옆에 앉은 아이의 차림이 사이즈가 맞지 않는 와이셔츠와 편의점에서 산 속옷뿐이라는 것은 다소 거북함이 있지만.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긴장해야 할 사안이 있어서.
“보고서 지각이 허용될 정도의 정의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
“그건…….”
그녀는 사색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SRT로서 저도 그 정의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네요.”
“그럼 ‘유부초밥을 너무 많이 먹어서 깜빡 잠들고 말았다’라는 건 어떨까?”
“그걸로 봐 줄 사람은 저밖에 없지 않을까요?”
“…그것도 그렇네.”
떠올린 듯 니코가 말한다.
“─아, 그러고 보니. 저녁 식사 아직이죠?”
“이미 아침 먹을 시간이지만 말이야.”
“후후. 금방 만들어 올 테니까 선생님은 일하시면서 기다려 주세요.”
이렇게 일상으로 회귀하는 것일까.
문득 생각한다.
어젯밤의 잔재와 오늘 아침의 기억에 대해.
그리고 네가 언젠가 잃어버린 거처와 정의에 대해.
어떤 전환점 같은 장면을 맞이하고 그 뒤 변화된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
그리고 너의 미래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
생각한 끝에 결국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뿐이다.
네가 교정국에서 나와 다시 햇빛을 받고─언젠가 거처를 되찾을 그날을 위해.
그러니까 지각이지만─
이번 주도 ‘그녀들은 잘 해내고 있습니다’라는 내용을 적고 주저 없이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듯 마우스에 얹은 검지를 가볍게 눌러 전송한다.
네가 되찾을 그 정의를 나는 빌어본다.
Fin.
댓글 4
구리
알아 주셨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