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5229227
공백 제외 7803자
――――
온통 시야에 푸른빛이 펼쳐져 있었다.
어디까지고 이어지는 쪽빛.
「와아! 바다예요, 바다!」
히후미 씨가 신나서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한동안 눈을 깜빡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빛은 너무 눈부셔서, 마치 내 눈을 태우는 듯 찬란했다.
「드디어 도착했어요! 진짜 바다예요, 아즈사 쨩!」
히후미 씨는 그렇게 말하며 내 뒤에 서 있는 아즈사 씨를 돌아보았다.
흰색을 기조로 한 프릴 달린 수영복 차림이 뒤편의 파란색과 잘 어울렸다.
수영복 차림의 히후미 씨는 평소보다 훨씬 사랑스러웠다.
천사가 존재한다면 분명 히후미 씨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그렇게 확신했다.
「……응, 바다네」
히후미 씨 쪽으로 다가선 아즈사 씨가 천천히 바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히후미 씨는 당황한 듯 내 쪽을 바라보았다.
「아, 어……? 나, 나기사 님! 바다, 바다예요!」
「네에……. 그렇군요」
무엇이 옳다는 건지, 말한 나 자신도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정말… 그곳에는 바다가 있었기 때문에.
「에, 에에?! 저만 신나 있는 건가요……? 아즈사 쨩, 바다에 오는 게 처음이죠? 어때요, 이 시야 가득 펼쳐진 바다가!」
히후미 씨는 그렇게 말하며 양팔을 크게 벌려 몸으로 바다를 표현했다.
「……」
「……」
하지만 나와 아즈사 씨는 히후미 씨가 기대하는 만큼 극적인 반응을 보여줄 수 없었다.
나는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손으로 잡으면서 바다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들뜬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을 나는 몰랐다.
그래도 가슴의 고동은 빨라지고, 안절부절못하는 감정이 온몸을 휩쓸며, 이제부터 시작될 시간에 대한 기대감으로 몸을 떨고 있기도 했다.
그것은 타오르는 듯한 충동.
「좋잖아, 바다! 기분 엄청 좋아진다!」
나의 고동은 바다 때문이 아니었다.
밝게 그렇게 말하며 바다를 바라보는 이 사람 때문이었다.
『나기사. 너도 왔으면 좋겠어』
『제가…… 바다에, 말입니까……?』
『응. 하스미의 건의도 있고 해서 말이야. 꼭』
『………….알겠습니다』
하나코 씨가 나를 도둑고양이라고 하는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다.
보충수업부를 만들고 그것을 쓰레기통처럼 버리려고 했던 내가 이곳에 있었다.
아지타니 히후미 씨와 시라스 아즈사 씨와 함께.
「……응, 이것으로도 꽤 감격하고 있어. 나쁘지 않아. 다만――」
선생님의 말에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는지, 아즈사 씨는 그렇게 말하며 히후미 씨에게 살짝 미소 지었다.
그러나 그 후에는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힐끔 보고, 그리고 나의 훨씬 뒤를 보았다.
「크헤헤…… 으헤헤헤헤헤헤!!」
「……휴우. 드디어 도착했군요」
정의실현부의 츠루기 씨와 마시로 씨.
그리고 티파티의 호스트인 저―― 키리후지 나기사.
보충수업부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알고, 나는 갑자기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이 멤버 속에 나를 억지로 끼워 넣은 것은 선생님이었다.
왜 선생님은 저를――.
그렇게 생각할 때마다 미카 씨의 말이 떠올랐다.
「그래! 선생님은 나기 쨩을 좋아하는 거라고!」
어머나.
터무니없는 이야기일 리가 없었다.
「――나기사도 바다는 오랜만이야?」
「아, 네에……. 그렇네요」
어느새 바로 옆에 와 계셨던 선생님께서 부드럽게 말을 걸어오셨다.
내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을 들었다.
「……오랜만입니다. 실제로, 마지막으로 미카 씨와 함께 왔을 때 이후니까요」
히후미 씨가 손을 잡고, 아즈사 씨가 뒤따라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어쨌든 바다라며 모래사장을 달려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에, 나는 예전에 소꿉친구와 바다에 갔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손을 잡고 이끌어줬을 그 소꿉친구는 여기에는 없었다.
「미카한테 바다 간다고 말했어?」
「……아니요. 티파티의 호스트가 학원을 비운다는 것을 알릴 수는 없습니다. 미카 씨는…… 수감자니까요」
그날의 면회 이후 미카 씨에게는 가지 않았다.
어쩐지…… 화가 났기 때문에.
「애초에 저는 여기에 있으면 안 되는 존재입니다」
「……」
마음의 엇갈림.
맞물리지 않는 톱니바퀴.
결코 그 마음에서 나오지 못했던 말들.
처음에는 배려였을 감정이, 이윽고 대의를 위한 변명이 되고, 어느새 자기 보존의 이론으로까지 이르게 되었다.
착각은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고, 그것을 채색하기 위한 감정은 왜곡되었으며, 그리고 수단을 위해 목적이 전도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홀로 바다 앞에 서 있었다.
그런 나를 좋아할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미카 씨는 틀렸다.
절대로.
「자, 나기사도 가자」
나는 나무 그늘 속에 있었다.
선생님이 나에게 손을 내밀고 계셨다.
「하지만…… 수영복도 없고」
「그럼 사러 가자」
「……억지시네요」
여기 있을 자격 따위 없다고 마음속에서 누군가 속삭였다.
햇볕에 비추인 여름의 모래사장을 달려가는 네 명의 뒷모습은,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너무 눈부셨다.
이 나무 그늘 속에서 그 빛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야말로, 나에게, 키리후지 나기사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나기사」
나는 아마 울음을 터뜨릴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은 잔잔한 얼굴로 상냥하게 내 손을 잡았다.
그날 밤 이후 처음으로 살이 닿았다.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그저 한 걸음 내딛는 것뿐이야」
그렇게 말씀하시고 그 사람은 나를 나무 그늘에서 햇볕 속으로 데리고 나갔다.
잠시 시야가 눈부신 하얀색으로 변했다가, 차츰 그 눈부심에 적응해 나갔다.
피부에 직접 느껴지는 따뜻함 속에서, 나는 열기 이상의 무언가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여름.
바다.
하늘.
히후미 씨와 아즈사 씨와 츠루기 씨와 마시로 씨, 그리고 저와…… 선생님.
여섯 명과의 바다에서의 하루는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수영복을 고르고, 바다로 뛰어들고, 폭발음이 나고, 총을 잡고, 또 웃는다.
식사를 둘러싸고, 모래를 쌓고, 성을 만들고, 서로 웃고, 들떠서, 지는 해를 바라본다——.
「청추우우우우우우운!」
츠루기 씨가 그렇게 외쳤을 때, 나는 그 이름이 뭔지 알게 되었다.
그렇구나…….
이게, 청춘이라는 이름의 감정이구나.
남색인 것 같기도 하고, 황혼인 것 같기도 하고, 어둠 속에 피는 불꽃놀이인 것 같기도 하고.
모래처럼 부서지기 쉽고, 바람처럼 지나가고, 타오르는 햇빛처럼 찬란하고, 눈을 감으면 자신은 고요함 속에 있는――.
지나간 시간에 자신의 감정이 따라잡았을 때, 그것은 파도처럼 강렬한 안타까움과 함께 마음으로 밀려왔다.
아아…….
나는 즐거웠구나, 하고.
사진으로 그 순간을 잘라내는 것처럼, 그 순간의 찰나 속에 우리의 청춘이 있었다.
「――나기사. 여기 있었구나」
「아즈사 씨……」
쏴아 하고 파도 소리 저편에서 늠름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뒤를 돌아보았다.
수영복 차림의 시라스 아즈사 씨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선생님이 찾고 있었어. ……그 차림, 안 더워?」
「왠지 수영복 차림은 불안해서요」
들뜬 자신을, 나는 이렇게 제지해버린다.
나는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교복 차림으로 돌아왔다.
솔직히 말하면, 너무 덥다.
「후회해?」
「네……?」
「아니면 죄책감?」
「……둘 다예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수평선 저편에 떠오르는 달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세이아 씨도 미카 씨도 여기 없어요. 저만이 여기에 있어요. 본래,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제가…… 이렇게, (즐겁다는) 감정을 품다니——」
「스스로를 벌한다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그 말에 깜짝 놀란다.
아즈사 씨는 조용히 내 팔을 잡고, 안타까운 듯 웃었다.
「나도 나기사와 똑같아. ……아리우스를 배신하고 여기 있는 거야」
「그건, ……달라요」
「아니, 똑같아. 여기에 나밖에 없어」
「……」
「여기에 사오리는 없어. 미사키도. 히요리도. 아츠코도. 내 가족은 아무도 없어. 나는 모두를…… 아리우스에 두고 여기에 있어」
무겁다.
비교할 수는 물론 없다.
하지만, 아즈사 씨가 짊어지고 있는 것은…… 나보다 훨씬 무겁다.
그렇다고 하는데, 그녀는 똑바로 앞을 바라보고 있다.
그 눈동자에 등불처럼 켜진 의지에 나는 숨을 삼켰다.
「하지만…… 나는 그걸 선택했으니까 여기에 있는 거야」
「……」
「그 선택 자체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
그것을 후회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 때문에 상처 입힌 누군가에게 실례가 되기 때문이라고, 아즈사 씨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말에, 갑자기 편안하지 못했다.
나는 계속 후회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즐거웠어. 이렇게 즐거운 일이 있다는 걸 몰랐어. ……히후미 덕분이야」
아지타니 히후미 씨.
그녀이기 때문에, 아즈사 씨의 마음을 열 수 있었을 것이다.
「……오늘 히후미 씨와 아즈사 씨를 보고, 저는 그저 부끄러워할 따름이었어요」
「그랬구나?」
「네. 당신들의 우정은 눈부셔서…… 저는…… 저는 그저 친구 놀이를 하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
「친애도 신뢰도 우정도…… 저는 체스판 위의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눈에 보이지 않고 수치화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나의 답은, 그것을 대가 교환의 도구로 삼는 것이었다.
「『사랑은 돌고 도는 것…… 히후미 씨가 언젠가 제게 사랑을 돌려주실 때를, 기대하고 있겠어요. 후훗……』」
얼마나 오만하고 우쭐거리는 말일까.
과거의 내가, 나를 비웃는다.
나는 과거의 나를, 웃을 수 없다.
「――그래도, 나기사는 여기에 있어」
「네……」
「그건 나기사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투명한 것처럼 순수한 눈동자가, 나를 꿰뚫는다.
「――Vanitas vanitatum et omnia vanitas」
내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그녀가 그렇게 암송했다.
「모든 것이 허무할지도 몰라」
「……」
「우리는 무에서 태어나 무로 돌아가는…… 그럴지도 몰라——」
그래도.
그것은 오늘 최선을 다하지 않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못 당하겠네, 라고 나는 그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야말로…… 아지타니 히후미 씨에게 어울린다.
「나는 말야, 나기사. 오늘 나기사가 와준 것이 기뻤어」
의외의 말이었다.
내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녀는 웃었다.
「나는 말야, 나기사를 잘 몰랐거든. 티파티의 호스트, 필리우스의 학생회장, 아리우스로서 죽일 타겟……. 내가 알고 있는 나기사는 이것뿐. 그래서, 나기사에 대해 알 수 있어서 기뻐」
「……읏」
나는 무심코 아랫입술을 깨물고, 울음을 참았다.
어째서……
자신을 퇴학시키려고 한 장본인을, 당신은 용서하는 것인가.
자신의 착각으로 당신을, 당신의 친구들까지도 상처 입힌 나를.
아즈사 씨.
당신은 왜.
「……울지 마, 나기사」
「……읏. 흑…… 저는…… 저느은……!」
아즈사 씨가 발돋움을 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온다.
그 손놀림은 서투르다.
서투르게, 나를 위로하려고 쓰다듬어 준다.
그것이 고마워서, 고마워서.
나는 이제, 눈물을 멈추려고 하지 않았다.
「죄송해요읏…… 아즈사 씨……!」
「괜찮아. 미안해하지 마」
아즈사 씨는, 단지 그렇게만 말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파도 소리 저편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 아아, ……선생님」
「아, 으……」
아즈사 씨의 그 목소리에, 나는 황급히 눈가를 닦았다.
하지만 그것은…… 무용한 저항에 불과했을 것이다.
「다행이다. 아즈사랑 같이 있었구나」
「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그렇게 말하며, 아즈사 씨는 나를 올려다보더니 씨익 웃었다.
「나기사. 부탁이 있어」
「무엇일까요?」
「트리니티로 돌아가면, 나에게 과자 만드는 것을 가르쳐줘」
「과자, 말인가요……?」
「안 돼?」
「……설마요. 대환영입니다」
「다행이다! 잘 부탁해」
「근데, 왜……?」
그러자, 아즈사 씨는 선생님과 눈을 마주쳤다.
둘은 무언가 통하는 점이 있는 건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나기사가 가져온 쿠키가 맛있어서. 그래서 선생님에게 상담해봤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맛있는 걸 만들 수 있을까’ 하고」
「그렜, 었나요…」
「가장 좋은 방법은, 만든 사람에게 배우는 거니까」
선생님이 싱글벙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치사해.
그런 표정을 짓지 말아주세요.
더 이상—— 저를 홀리지 말아주세요.
「그럼, 나는 먼저 돌아갈게」
「아즈사 씨!」
떠나려고 하는 그녀를 불러 세운다.
나는 잠시 망설인 후, 최대한 활짝 웃었다.
「——감사했습니다」
「응」
짧은 대화.
아즈사 씨는 빠른 걸음으로 호텔로 돌아갔다.
「……」
「……」
그렇게, 우리 둘만 남겨진다.
그 파도 소리 앞에서, 나는 천천히 선생님 쪽으로 몸을 돌렸다.
「선생님」
「응?」
숨을 깊게 들이쉰다.
지금까지의 나라면, 건성 웃음을 띄우고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얍삽한 짓은, 하지 않는다.
「어째서 선생님은,」
「……」
「이런 제게 손을 내밀어주신 겁니까?」
쏴아 하고 밀려왔다가 돌아가는 파도.
자신이 서 있는 그 가까이까지, 바다가 밀려온다.
나는 달을 등지고,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사람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가르쳐주세요. 선생님」
그렇게 가르침을 청한다.
그때―― 바람이 멈췄다.
고요한 물가에 서서, 그의 대답을 기다린다.
이윽고 한숨이 심장을 흔들었다.
선생님이, 처음으로 불안한 듯한 얼굴을 띄우고 나를 되돌아본다.
「너를 내버려둘 수 없었어」
「네?」
「원래대로라면, 나는 깊게 개입해서는 안 되었을 거야. 너를 샬레에 입부시키는 것도, 집에 들이닥치는 것도…… 나로서는 하지 말아야 했을 거야」
「……」
「나는 선생으로서의 입장을 벗어났어」
「그것은…… 왜였나요?」
심장이 세차게 두근거리고 있다.
자신이 절대로 부정하고, 그러면서도 바라고 있던 답을 들여다보려 한다.
선생님이라는 저편을 보려 하면서.
「……나는」
「네」
「나는……. …………」
그때 처음으로, 저는 선생님이 작아 보였다.
언제나 느긋하고 믿음직한 어른인 선생님이, 지독히 보잘것없고, 작은…… 무언가에 깊이 고민하는 단 한 사람의 인간으로 비쳤다.
나는 비로소 이해한다.
이것이―― 선생님이 쓰고 있는 가면이다.
「――선생님」
그래서 나는, 자신이 쓰고 있던 가면을 바다에 버리기로 했다.
그 가면은 물결 사이를 흔들며, 마치 수면에 비친 달처럼 떠돈다.
「약속, 기억하고 계십니까?」
「……」
「제가 믿게 해주세요. 당신을」
그날 밤, 선생님이 제 문을 열려고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제가, 그의 마음 앞에 선다.
「제가 당신을―― 돕겠습니다」
아무 근거도, 확신도 없다.
자신이 무엇을 약속하려 하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
달빛.
내 그림자와 선생님 그림자가 겹친다.
선생님이 숨을 삼키고, 내가 눈을 감는다.
「…………」
「…………」
고요함.
파도 소리만 들린다.
찬란하게 빛나는 열기가 안에서부터 치솟아 오른다.
쏴아 하고, 바다가 발밑으로 밀려와 우리를 삼켰다.
내가 천천히 물가로 물러나 선생님에게서 떨어지자, 감정이 뒤따라왔다.
너무 부끄러워서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비난하는 것처럼 선생님을 바라보았다.
「여, 여기까지 했으니」
「……」
「이번에는, 선생님께서 증명해주세요」
죄송해요 하야세 씨.
지금, 하나코 씨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았습니다.
미카 씨—— 당신이 옳았던 것 같아요.
「나기사」
「네」
「좋아―― 좋아한다!」
「……네!」
여름.
바다.
달빛 아래.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나는 여기서 당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니…… 여기서는 말을 나눌 수 없었습니다.
이것은 꿈이니까.
하지만,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
나기사, 당신의 마음은 충분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미안해요, 나기사.
당신에게……괴로운 역할을 강요했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어, 당신은 에덴조약의 조인식에 임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발견한 이상을 형태를 이루려 했습니다.
하지만, 한 발짝 남겨두고 이루지 못했습니다.
나기사, 정신 차리고 들으십시오.
――당신이 목표로 했던 낙원은 붕괴했습니다.
몽상가였던 연방 학생회장이 만들어냈고, 노력가였던 당신이 이어받은, 그 이상은 완전히 죽어버렸습니다.
당신의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 당신이 치른 희생, 당신이 거듭했던 신고, 내팽개쳐왔던 마음……모든 것이 재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피할 수 없는 파국을 향해 갑니다.
이것은 묵시록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죠.
영구불변의 절대 운명.
네, 결말은 모두, 이미 예언되어 있습니다.
다섯 번째 화두, 지금까지 아무도 증명할 수 없었던 명제입니다.
저 스스로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기사. 당신은 무언가를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은 이곳에 온 겁니다.
나기사, 당신은――.
【 낙 원 의 존 재 를 증 명 할 각 오 는 되 어 있 나 요 ? 】
멀어져가는 감각.
어딘가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곁에 있었을 누군가가 사라져 간다.
의식이 급격히 떠오르고, 충격과 통증과 함께 나를 깨운다.
「도대체…… 뭐가……?」
몽롱한 의식 속, 떨리는 다리로 일어선다.
그 순간, 격통이 전신을 덮친다.
「아악……!」
재빨리 총을 들고 정신을 맑게 가다듬는다.
먼지와 피로 더럽혀진 눈꺼풀을 뜨자, 그곳에는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불에 타 무너져 잔해 더미로 변한 고대 성당.
트리니티와 게헨나의 깃발이 불타고 있다.
그 앞에 펼쳐진 잔해 아래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생매장당한 채――.
「흥…… 아직도 설 수 있나, 키리후지 나기사.」
음험한 목소리에 총을 겨눈다.
업화를 등지고 선 그림자는 얄팍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 당신은 아리우스의……!」
「운 좋은 여자로군. 아니…… 운이 나쁜 걸지도 모르지?」
조마에 사오리.
아리우스 학생회장이 조직한 아리우스 스쿼드의 대장.
그리고 그녀 뒤에는, 이형의 시스터들이 일렁이며 솟아오르고 있었다.
나는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유스티나 성도회……!」
「과연, 트리니티의 학생회장이군. 역사를 잘 배운 모양이다.」
비웃는 듯 그렇게 말하고, 조마에 사오리는 지휘하듯 손가락을 흔들었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들이 전개하여 나를 포위했다.
「방금, 우리 아리우스는 에덴조약에 조인했다.」
그렇게 말하고 조마에 사오리는 만족스러운 모습으로 조인 문서를 들어 올렸다.
본래 트리니티와 게헨나 양 교의 학생회장이 서명해야 할 란은 빈 채로, 마치 그 양 교를 무시하듯 아리우스의 이름이 비스듬히 쓰여있는 것이 보였다.
낙원이――.
내가 목표로 했던 이상이, 업화에 타 재가 되어 간다.
「――돌려주세요.」
「뭐라고?」
「돌려주세요! 그건 저희의,」
세이아 씨의 희생의.
미카 씨의 잘못의.
저희 티파티의.
아뇨―― 저, 키리후지 나기사의.
어리석은 키리후지 나기사에게 남겨진――.
「――저의 마지막 희망을, 당신이이!」
나는 이성을 잃고 그렇게 외치며 뛰쳐나갔다.
총알 하나가 망령의 그림자에 명중한 것을 보았다.
다음에는 조준을 맞춘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 옆에서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과 동시에, 나는 잔해 위에 쓰러졌다.
강한 충격에, 의식을 빼앗길 것 같았다.
너무도 강하다.
이것이 유스티나 성도회의 힘……?
곧바로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보니, 그곳에는 조마에 사오리가 서 있었다.
냉혹한 눈동자 깊숙이 복수의 업화가 타오르고 있다.
「꼴사납군. 그래 놓고도 트리니티를 대표하는 학생인가?」
「큭……」
「너희는 패배했다. ――이전에 아리우스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엔 너희가 지옥의 고통을 맛볼 차례다.」
「누가…… 그런……!」
아직 쓸 수 있는 수가 있다.
그런 나의 내심을 읽었는지, 조마에 사오리는 비웃듯 웃었다.
「키리후지 나기사. 저걸 잘 봐라.」
「에――?」
잔해 위.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사람의 형체.
그것은…… 연방 수사부의 하얀 제복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공포와 절망이 치밀어 오른다.
「선생님!?」
나의 외침에, 선생님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필사적으로 뻗으려 한 그 손을, 아리우스의 무자비한 발에 짓밟힌다.
「으아아악……! 감히, 감히이……!」
「아가씨는 가만히 누워나 계시지!」
조마에 사오리는 소리치듯 그렇게 말하며, 나를 걷어찼다.
충격이 몸을 관통한다.
엎드린 상태에서드러누운 나는, 두꺼운 구름으로 뒤덮인 검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리우스의 목소리만이 들려온다.
「……아무래도 이 자가 널 감싸려 했던 모양이다.」
「말도 안 돼……」
「덕분에 수고를 덜었다. 감사를 표하지, 키리후지 나기사.」
「어째서…… 어떻게…… 왜……?」
어째서 당신이.
어째서.
왜.
「큭큭…… 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아리우스의 폭소가 들린다.
그것은 막힌 듯한 웃음에서 시작되어, 점차 비웃음이 되고, 마침내 업화가 되어 타올랐다.
모든 것을 태워버릴 듯이.
그녀의 승리 포효가 들려온다.
「이 아리우스가 너희를 심판하겠다―― 에덴의 이름으로!」
복수의 불꽃.
하늘로 새빨갛게 타오른다.
깃발이, 소리도 없이 무너져 내렸다.
## NEXT 『사랑과 나기사와 티파티 동화편(桐華編)』에 계속……
――<작가의 말>――
나기사 생일 축하해!
2023년 12월 겨울 코믹마켓 신간 『사랑과 나기사와 티파티 나기의 해변 편』의 웹 재수록본입니다.
설정은 당시에 준거하고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다음편은... 없다!(아직?)

와바박 몰아올림, 글테러 미안함
어색하거나 다소 부자연스러운 부분 있으면 지적해주셈
댓글 7


크아악 후속편이 없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