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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핫산) 보랏빛 연기에 혹해 너의 색을 알다 - 사이바 미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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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고

맞닿은 입술은 0cm.

담배 키스는 아직 멀다.

비가 오고 있을 때, 세계에서 자신과 그 주변만 떨어져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다른 세계로 와버린 것 같은 착각을 할 때가 있다.

그건 그저 착각일 뿐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견딜 수 없게 됐다.

샬레의 야외 테라스. 그 끝에 어설프게 설치된 벤치에 걸터앉아 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초저녁 무렵이었다. 하늘에 오르기 시작한 달은 전체를 구름으로 뒤덮어 그 얇은 잿빛 옷 틈으로 희미하게 창백한 몸을 내비치고 있다. 은은한 달빛은 비에 흐려지고 비는 그 빛과 함께 하염없이 지상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저녁놀 속에 떠다니는 미세한 더러움마저 깨끗이 씻어내는 듯한 조금 강한 비였다.

정장의 담배 주머니에서 박스를 꺼내고 가슴 주머니에서 오일 라이터를 집어 든다.

휴대용 재떨이는 항상 책상 위 두 번째 서랍 안쪽에 놓여 있다. 밖에 나올 때 같이 가져온 그것을 벤치 위에 놓고 나는 담뱃갑을 연다. 상자 아랫면을 엄지손가락으로 튕기듯 두들기고 튀어나온 담배 한 대를 집어 들었다.

필터 쪽을 물고 나서 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개인적으로는 성냥으로 불을 붙이는 것이 가장 맛있다고 느끼지만 일일이 성냥을 사용하는 건 귀찮아 결국 라이터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두세 번 강하게 숨을 들이마시고 입안에 가득 찬 연기를 천천히 내뿜는다. 처음 피우는 연기의 맛은 좋아하지 않는다. 폐에 넣어 맛보는 것은 언제나 으레 세 입째부터.

상표는 어김없이 메비우스 원. 무거운 담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장소에서 피우는 것은 가벼운 녀석이어야 하는 기분이 든다.

벤치 등받이에 기대어 하늘을 향해 연기를 내뿜는다. 뿜어져 나온 하얀 연기는 바람에 흔들리며 흐트러져 밤 속으로 녹아내리듯 그 자취를 감춰간다.

빗소리가 주변 일대를 감싸고 있었고, 그 음색에 공명하듯 나뭇잎들이 빗방울에 맞아 흔들리고 있었다. 시끄럽다고 할 수도 있는 그 소리 속에서, 하지만 나는 그 소리가 매우 조용하다고 느꼈다.

떠들썩하고 정적에 차 있는. 그런 시간이 여기에는 흐르고 있다.

세 번째로 입에 더해진 담배를 필터 너머로 기분 좋게 들이마시고 숨이 막히지 않도록 조금씩 연기를 폐로 넣는다. 짜릿하게 목구멍을 찌르는 듯한 강한 자극을 느끼며 처음 담배를 피웠을 때는 이 자극에 헛구역질했었지, 하고 옛 기억을 떠올리며 작게 웃었다.

그때의 나는 미래의 내가 이렇게 담배를 피우게 되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미래의 일이란 대개 예상할 수도 없는 법이다. 그때의 나에게 지금 나의 생활을 전했다면 도대체 어떤 얼굴을 했을까.

"―――선생님?"

담배 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며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낯익은 소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목소리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비의 습기 너머로, 근심의 빛을 두른 연록의 눈동자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기를 머금은 수분을 얼마나 빨아들인 건지 평소보다 약간 부풀어 오른 연노랑 머리칼은 희미하게 주홍빛이 섞인 남색 하늘을 등지고 노래하듯 흔들리고 있다.

"미도리."

이름을 부르자 소녀 ――― 사이바 미도리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인다.

미도리는 몇 초 동안 내 얼굴과 손에 든 담배를 시선으로 왕복하고 나서 작게 고개를 흔들고는 입을 열었다.

"잊어버린 물건이 있어서 찾으러 왔어요."

"...그렇구나."

오늘은 미도리가 당번인 날이었다. 잊은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는 걸 깜빡했다, 라고 생각하며 미도리의 말에 대답하고 나는 이제 피우기 시작한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 속으로 밀어 넣는다. 아깝다는 생각이 끼어들지만 그것을 뿌리치듯 뚜껑을 닫았다.

학생들 앞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당연히 자신이 흡연자임을 알려준 적도 없다.

일부 학생들에게 반대당할 게 뻔했고 담배는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건강상의 해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 끊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이미 꽤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이 습관에서 발을 씻는다는 각오는 아직 되어 있지 않았다. 이것은 나의 교육자로서 부끄러운 부분이기도 했지만, 나라는 인격에 있어서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담배, 피우시네요."

"응, 뭐어 그렇지."

가능하면 추궁하지 않았으면 했지만,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은 것 같다.

미도리의 말에 애매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벤치에서 일어섰다.

"미안해, 싫었지."

말하면서 담배를 호주머니에 넣는다. 잃어버린 물건은 찾았느냐고 묻자 미도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니까 바래다줄게, 라며 약간의 어색함을 떨쳐내기 위해 입을 열기 시작한 그때 미도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담배라는 거, 어떤 맛이 나는 건가요?"

왠지 괴로운 듯하면서도 분한 듯한 목소리였다.

내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에 화가 난 걸까, 하고 다소 움츠러들면서도 학생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겠구나, 하고 나는 할 말을 찾는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잠시 바라보다가 나는 입을 열었다.

"별로 맛있지는 않아. 쓰다고 할까, 맵다... 라고 할까. 목 자극도 강하고. 응. 맛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려나."

그 말에 거짓은 없다. 담배의 맛이라는 것은 겉치레로도 맛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법이다.

처음 피웠을 때의 격렬한 불쾌감은 잊히지도 않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둔 듯한 기쁨으로 담배를 피울 일은 없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담배를 『맛있다(旨い)』고는 생각하지, 나는."

"맛있다(美味しい)는 것과는 다른가요?"

(일알못이라 자세한 설명은 어렵지만 旨い 쪽이 좀 더 넓은 의미의 좋은 느낌이란 뜻이고 美味しい는 문자 그대로 음식이 맛있다는 의미)

"응, 그러네. 조금이지만, 다를지도. 버릇이 된다고나 할까, 떨어지기 힘든?"

그렇게 느끼는 것은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입맛도 변한 걸까, 아니면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과 타르에 의해 미각이 독해져 버렸기 때문일까.

사실 그것이 중독의 감각일 거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감각을 맛있다(旨い)고 표현하는 게,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닌 기분이 들었다.

"뭐, 몸에는 나쁘니까. 당연히 피우지 않는 게 좋겠지만.

나는 손을 저으며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

솔직히 말해서 학생들을 상대로 이런 얘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

미도리는 납득한 듯 아닌 듯, 그런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다지 요령 없는 이야기를 해버린 걸까, 하고 내심 반성하고 있는데 미도리가 내게 다가왔다.

몇 센티미터,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서 미도리는 작게 코를 킁킁거렸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충격을 받으면서도 나는 아무 말 없이 미도리의 행동을 받아들였다. 왜인지 뿌리치거나 떼어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선생님, 담배 냄새가 나요."

"피운 후니까 말이야. 냄새나겠지, 미안해."

"저는 싫지 않아요. 선생님의 냄새가 나서, 좋아해요."

미도리의 음색에는 거짓 같은 기색이 없었다. 나는 조금 놀라며 미도리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미도리는 어려운 얼굴을 하고 있었고, 뭔가 말을 찾으려는 듯 몇 번이고 작은 뺨을 우물거리고 있었다. 다람쥐 같다고 생각하면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미도리는 잠시 그러고 있다가 완전히 저녁놀의 잔향이 하늘에서 사라질 무렵에 뜻을 정한 듯 나를 올려다보았다.

조금 전보다 결의를 간직한 눈동자에 꿰뚫려 나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킨다. 떨어지던 빗소리도 멀어지며 미도리에게로 의식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선생님은, 술을 드시나요?"

그리고 들어오는 물음에 약간의 허탈감을 느꼈다.

그 질문 뒤에 있는 의도를 몇 초 동안 궁리하고 나서 생각만 해도 소용없다고 단념한다. 벌써 담배 얘기를 해버렸으니까. 새삼스럽게 크게 변하는 건 없을 거라고 결론짓는다. 무엇보다 미도리의 시선은 진지함 그 자체였다. 그것을 헛되이 하는 것은 선생님이라는 내 입장에서는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마시지 않는 건 아니지만, 딱히 좋아하진 않으려나."

"담배와 술 중 어느 쪽이 더 좋은가요?"

"담배일까? 술은 그다지 세지 않아서."

약한 건 아니지만 결코 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애초에 과음하면 몸이 안 좋아지는 체질이었다.

취하는 감각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스스로 눈에 띄게 컨디션을 망치는 행위를 하는 취미는 없다.

"그렇군요. ......저도, 담배를 피워 보고 싶어요."

이어진 미도리의 말에 나는 몇 번인가 눈을 깜빡였다. 조금 전부터 미도리가 하는 발언의 진의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

미도리는 내 시선에서 의문을 느꼈는지 왠지 재미있다는 듯 미소 지었다.

"선생님의 그런 얼굴 처음 봤어요."

"그런 얼굴?"

"잘 모르겠네, 라고 쓰여 있는 얼굴이요."

말하면서 미도리는 내 옆을 빠져 걸어간다.

옥외등 불빛에 자신의 윤곽을 흐리게 하면서 미도리는 내가 조금 전까지 앉아 있던 벤치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얼굴만 돌아본 채 옆에 앉아주세요, 하고 웃었다. 왠지 즐거운 듯한, 그러면서도 긴장하고 있는 듯한, 역시 알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오늘의 미도리는 그런 여러 감정이 뒤섞인 얼굴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좀 더 근심 없이 웃는 얼굴이 귀여울텐데, 라고 생각하다 그것은 학생 상대로 품기에는 불순한 생각일 거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 후 나는 미도리의 손짓에 따라 벤치 쪽으로 걸어가 미도리 옆에 걸터앉았다. 주먹 하나쯤 떨어져 앉은 나와 미도리의 거리를 미도리는 답답한 듯 허리를 움직여 좁혀왔다. 옷감끼리 맞닿는 거리감에 미도리가 나를 바라본다. 어쩐지 근질근질한 기분이 들어 나는 미도리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피한 시선 끝에서 미도리의 뺨이 붉게 물들어 있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본 적이 없는 표정이었다. 느껴본 적 없는 열기의 빛을 그 뺨에서 읽어내며 내 가슴속을 술렁이는 무언가가 지나간다.

타는 듯한 열이 닿은 옷을 타고 나에게까지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일생일대의 고백 직전의 공기 같았기에 ─── 거기까지 생각하고, 사고를 끊는다. 그 앞은 분명 생각하지 않는 게 좋다.

"...미도리."

무심코 새어 나온 목소리에 미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멀어져가던 빗소리가 마침내 사라져 버린 듯했다.

"알지 못하는 선생님의 일면이 있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저도 선생님이 알고 있는 것을 더 알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응, 하지만 미도리가 담배를 피우게 할 수는 없어."

"네, 알고 있어요.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미도리의 목소리만 들린다.

그 눈동자에 밤하늘을 반사한 비색의 궤적이 쏟아지고 있다.

그 궤적이야말로 지금도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비가 오고 있을 때, 세계에서 자신과 그 주변만 떨어져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다른 세계로 와버린 것 같은 착각을 할 때가 있다.

그건 그저 착각일 뿐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견딜 수 없게 됐다.

그리고 그 착각은 지금 이 순간의 나와 미도리를 단둘만의 세계에 가두어 두고 있다.

숨결이 닿을 듯한 거리감이었다. 그것은 학생과 선생님이라는 관계성에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거리감이었지만, 그것에 거부감이 없는 자신을 깨닫고 있었다.

"약속 하나 하지 않으시겠어요? 선생님."

"약속?"

의문의 빛을 담은 내 말에 미도리가 웃는다.

그것은 오늘 처음 보는 미도리의 솔직한 미소로 느껴졌다. 역시 미도리에게는 그런 순수한 미소가 훨씬 더 어울린다고 새삼 느낀다.

이미 사고가 『선생님』의 그것이 아님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되겠느냐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분명 담배 피우는 모습을 들킨 순간부터 미도리 앞의 나는 그저 한 사람의 『어른』이 되어버렸으니까.

이제와서 겉모습을 숨기려 해도 소용없다.

"약속이에요. 제가, 어른이 된다면... 선생님의, 옆에 서겠어요. 어른이 되면."

미도리가 말을 더듬는다.

미도리의 작은 손이 허공에 떠오른 『무언가』를 소중히 하듯 움켜쥐고 그것을 사랑스러운 듯 가슴속으로 끌어당겼다.

연록의 눈동자가 비의 궤적을 비추며 나를 바라본다. 눈동자에 그려진 유성 같은 그 궤적이 방해라고 생각했다. 빗방울이 덮은 그 베일을 당장 걷어내고 오직 미도리 본인의 마음만이 떠오른 눈동자를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래. 원한다.

그것은 독점욕일까. 혹은 비에조차 이 아름다운 눈동자를 보이고 싶지 않다는 그런 종류의 질투일까. 그것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감정인 것은 어째선지 짐작이 가고, 그리고 그 감정에 붙이는 이름도 똑같이 짐작하고 있다.

나의 그런 감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도리는 눈을 살짝 뜨고 미소 지었다. 수정체가 녹아내릴 듯한 열기에 흔들리며 내 눈동자를 깊숙이 꿰뚫는다. 살짝 숨을 삼킨 내 뺨에 미도리가 닿아 사랑의 말을 속삭이듯 말의 끝을 우리들의 세상에 울렸다.

"――― 저와 함께, 담배를 피워 주시겠어요?"

아니, 그건 분명 사랑의 말이었겠지.

미도리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본 적 없는 크고 거대한 열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긍정은 작은 교환이었다.

뺨에 닿은 미도리의 손바닥이 끌리며, 나를 끌어당겨 나와 미도리의 거리를 메운다.

닿은 감촉은 마냥 따스했다.

"...씁쓸하네요. 키스란 거."

"담배의 맛이 남아있었으니까."

"그런가요? 그렇다면 이건... 예행연습, 이네요."

무엇의, 라고 묻지 않았다.

그것이 촌스러운 짓인 것쯤은 알고 있었다.

"선생님."

미도리가 말한다.

발그레하게 물들인 뺨은 행복에 겨운 듯 느슨해져 있었다.

"좋아해요. 선생님이, 좋아요."

시선이 얽힌다. 눈동자와 열기가 나에게 쏘아진다.

바짝 다가온 거리가, 미도리에게 씌워진 내 그림자가, 빗방울의 유성으로부터 미도리의 연녹색을 덮어준다.

───아아, 이제야 보인다.

방해할 것도 아무것도 없는 눈동자의 색은 숨 쉬는 것을 잊을 만큼 아름다웠다.

어디까지나 올곧게 연정이 담긴 그 색에 빨려 들어가듯 두 사람의 거리를 채워 버리고 싶어서 나는 미도리와 두 번째 영거리를 맛보았다.

두 번째 감촉은 아까보다 달콤했다. 하지만 쓰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할 것 같았다.

"역시 씁쓸해요."

"응."

"하지만 저, 좋아해요."

분명 서로 마음의 소재는 알고 있다.

입으로 말하는 만큼 눈짓으로 그것을 표현한다고들 말한다. 미도리의 고백에 대한 나의 대답 따위는 분명히 이 눈동자가 아플 정도로 말하고 있을 것이다.

좋아합니다. 사귀어주세요.

네, 기뻐요.

그런 상투적인 대화가 없어도, 우리는 생각을 교환할 수 있다.

사실 말이란 촌스러울 뿐이다.

"───있잖아, 미도리."

그러나 나는 이것을 전하고 싶어하는 게 인간이라는 생명에게 허락된 최상의 기쁨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생각을 말로 하고 싶었다.

"약속을, 할까."

전한 말은 아까의 미도리의 말과 같았고.

"약속이요?"

미도리의 대답도 아까의 반복.

어째서인지 그것이 우스꽝스러워 우리는 서로 웃는다.

"언젠가 미도리가 어른이 되면 ───"

미도리의 뺨에 손을 뻗는다.

보송보송한 피부에 최대한 부드럽게 닿아, 미도리는 내 손바닥에 비비듯 얼굴을 움직였다.

그 모습을 사랑스럽게 느끼고 아, 이 아이를 좋아하는구나, 강하게 실감한다.

그렇기에 이어진 말에 망설임 같은 건 없었다.

"─── 나와 함께, 담배를 피울까?"

그것은 사랑의 말이다. 사랑의 언어였다.

언젠가 학생과 선생님의 관계가 사라진 그 후에도 반드시 계속 함께하자, 그런 의미를 담은 나와 미도리만의 작은 다짐의 말.

미도리가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 천진스레 활짝 웃는다. 그것은 지금까지 보아온 많은 미도리의 표정 중에서도 가장 빛나고 사랑스러운 미소였고, 분명 나도 똑같이 웃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가진 행복을 덧댄다고 해도 분명 지금의 우리에게 비할 리가 없었다. 그것을 순진하게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미도리가 사랑스러웠다.

"선생님, 키스해주세요."

미도리가 속삭인다. 대답은 이제 필요 없다.

세 번째 키스였다. 아까보다 훨씬 달콤함이 더해졌다고 확실히 느낀다. 충분히 몇 초 동안 우리는 온기를 겹친 채 서로 아쉬워하며 입술을 뗀다.

푸하, 하고 미도리의 숨소리가 들렸고, 그로부터 새어 나오듯 미도리는 작게 웃었다. 그리고는 내 입술에 검지를 눌러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린다.

"───둘만의 비밀이니까요."

언젠가 과거에도 전했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이마를 서로 붙이고 서로 간지럽히듯이 새끼손가락을 엮었다. 손가락을 걸고 약속하자는 따위의 말 같은 건 하지 않은 채 둘이서 서약의 노래를 불렀다.

빗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빛을 반사해 쏟아지는 물방울도 내 눈에는 비치지 않는다.

비가 오고 있을 때, 세계에서 자신과 그 주변만 떨어져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다른 세계로 와버린 것 같은 착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 착각이고, 세상과 단절되는 데 비 따위는 필요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았다.

필요한 것은 분명 소중한 사람의 존재 하나이고, 그렇게 만든 둘만의 세계는 몸서리칠 정도로 사랑스럽다.

새끼손가락에서 느끼는 확실한 열기에 눈을 감는다.

저 멀리, 미도리의 숨소리만 들려온다.

소설모음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2463136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786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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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2.12.05번역

소설핫산) 보랏빛 연기에 혹해 너의 색을 알다 - 사이바 미도리

#사이바 미도리#소설
좋아요 0댓글 7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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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
sumisumi_rain작가
게시물 16개
ㅇDC
ㅇㅇ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2.12.05 23:35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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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나
ㅇDC
ㅇㅇ122.12.06
디시콘
ㅇDC
ㅇㅇ222.12.06
ㅇDC
ㅇㅇ322.12.06

하나는 오이시이고 다른 하나는 뭐라고 읽음?

ㅇDC
ㅇㅇ322.12.06

유우카 담배 소설이랑 같은 작가인가

ㅇDC
ㅇㅇ작성자22.12.06

우마이랑 오이시이 / 같은 작가 맞음

ㅇDC
ㅇㅇ322.12.06

소설 넘 조와용 홍홍 다읽었음 개추

ㅇDC
ㅇㅇ422.12.07

헉 너무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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