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51자
파파고 기반
의역
허접임
오타오역 지적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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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하늘빛의 수면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정오가 넘어 태양은 찌르는 듯한 작열로 지글지글 아스팔트를 비추고, 도망치는 물이 꼬이듯 하늘하늘 시야 끝에서 흔들리고 있다. 해안선에 널부러진 테트라포드에 걸터앉아 창천을 올려다보니 머리 위를 날아가는 갈매기 가족의 모습에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이마에 축 늘어지는 땀을 교복 소매로 닦고 또륵, 하고 구슬 소리를 내며 나츠는 라무네 병을 입에 댄다.
땡볕에 노출되어 따뜻해진 라무네는 탄산이 완전히 빠져 버렸고, 끈적끈적한 달콤함만 남아 있었다. 라무네를 한 입 삼킨 후, 나츠는 희미하게 얼굴을 찡그린다.
"...너무 단가, 이건."
막 차갑게 식힌 라무네는 여름에 딱 맞는 청량감을 풍기는데, 아주 잠깐만 방치해도 사라지고 만다. 사람의 피부만큼이나 따뜻하고 설탕물처럼 달콤한, 지금 병 속의 액체는 빈말로도 여름에 딱 맞는 음료라고는 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너는, 여름을 두고 왔구나."
병 속에 갇힌 구슬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보편적으로 모든 사물에는 수명이라는 것이 있지만, 라무네의 수명은 다른 여름의 풍물시들과 비교해도 짧다고 생각한다. 얼음물에 잠긴 병을 꺼내 부스럭거리는 그 순간부터 여름의 풍물시로서의 라무네의 가치는 무너지듯 사라지기 시작하고, 그 모든 것이 사라지기 전에 다 마시지 못하면 게임 오버다. 병 속에 담긴 서늘한 여름의 빛은 영원과 같은 채로 빛이 바래고 끈적끈적한 단맛만이 그 안에 남는다.
그렇다면 그 상실은 과연 무엇 때문일까. 금방 빛이 바래는 라무네라는 존재가 나쁜 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빛을 잃기 전에 다 마시지 못한 인간이 더 나쁜 것일까. 혹은 어쩌면 둘 다 나쁠 수도 있고 둘 다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분명 그것은 답이 보이지 않는 선문답일 것이다.
다만, 단 한 가지, 그런 애매한 물음 중에서도 확실히 단언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만점짜리 모범답안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부분점수가 붙은 삼각형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나랑, 똑같네. 니히"
그것은---이 라무네와 나츠가 많이 닮았다는 사실.
사물에도 있듯이 사람에게도 수명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길게 본다면, 이 세상에 생명을 안고 태어난 그 순간에 유토리 나츠라는 존재는 천천히 끝을 향하기 시작하고, 마지막에는 죽음이라는 형태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것은 사전적 의미에서의 수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하지만 어디까지나 길게 볼 때의 얘기다. 라무네라는 단명이라 해도 되는 존재와의 공통점에서는 미묘하게 어긋나고, 애초에 시작이 있는 것에는 모두 끝이라는 것이 보장되어 있으니, 인생이라는 것을 뭔가 다른 존재와 저울질으 하는 것은 다소 보편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고로 나츠가 '똑같네' 라고 하고 싶은 것은 그런 긴 사상 따위가 아니라, 좀 더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단언하자면 '청춘'이라는 이름의 애매하고 불안정한 기간을 말한다.
청춘, 단 두 음절의 그 말은 한없이 여리고 짧으며, 무책임한 것이라고 나츠는 생각한다.
말이라는 것은 신기한 것으로, 단 두 글자의 단어 속에 수십, 수백, 어쩌면 수천 개의 의미를 내포할 수 있게 된다.
나이 15,6세 정도의 아이가 안고 있는 정동이라거나 고뇌라거나 혹은 열락이라거나, 희망 같은 것은 청춘이라는 말로 감싸버리면 그만이다. 거기에 개개인의 개성 같은 것은 상관없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도, 몰두하는 취미도, 원하는 물건이나 안고 있는 골칫거리도, 그 모든 것이 청춘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 깔끔하게 정리되어 버린다.
그러다 언젠가 시간이 흘러 몽롱하게 녹슬고 미화된 기억을 활용하게 된 어른들은 스스로의 경험을 청춘이라는 간단한 말로만 설명해 버리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애매하고 불확실하며, 덧없는 일인가.
그러면서도 그 시간이 휘감고 있는 반짝임만은 다른 무엇보다도 압도적이라니 악질이다.
설사 그것이 아무리 보편적이고 개개인의 정체성을 경시한 존재라고 할지라도, 청춘이라는 것은 인생에서 최고인 순간이다.
수천 광년 펼쳐진 허공에 반짝이는 혜성처럼 그 시간은 지독하게 짧으며, 어찌 되었든 아름답다.
그런, 삶이라는 길고 긴 여정 속에 놓인 단 몇 년 뿐인, 단명할 나날에, 좋든 싫은 사람들은 매료되고 마는 것이다. 그건 분명 어디 누구든 똑같다.
---웃기지 마, 같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만.
또륵또륵, 일부러 그런 소리를 내며 병을 흔든다. 햇빛을 들이마신 구슬이 프리즘이 되어 작은 무지개를 나츠의 수중에 하늘하늘 비췄다. 그 칠색선을 자르듯 손가락 끝으로 일곱 빛깔의 빛을 따라가고, 하아, 하고 가늘고 또 가는 숨을 내쉰다.
사람에게도 있듯이 사물에게도 수명이라는 것이 있다.
유토리 나츠는 고등학생이다. 일반적으로는 사춘기라는, 아이와 어른의 중간 지점으로 구분되어 있고, 그리고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청춘 속에서 살고 있다. 일분 일초 한순간 그 수명을 깎고 무너뜨리면서.
청춘은 짧다. 하지만 인생은 길다.
나츠가 이 새하얀 세라복의 소매를 꿰맨 그 순간부터 유토리 나츠의 청춘은 스치듯 사라져가고, 언젠가 나츠가 이 날들을 장님으로 미화시켜 버리면 그만이다. 청춘은 그것오로 이제 완전히 끝을 맞이하고, 거기에 분명히 있었을 희망도, 궤적도, 고뇌도, 괴로움도 쓰라림도, 그 모든 것이 젊음을 이유로 죽어간다.
"그러니까, 너와 나는 닮은 거야."
니히, 하고 동공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렸다.
한순간의 시간 제한을 가진 것들끼리. 그것이 나츠와 이 라무네 병과의 공통점.
그렇기 때문에 분명, 아니 틀림없이, 나츠도 이 라무네와 같은 미래로 나아갈 것이다. 따뜻해진 설탕물이 여름이라는 반짝임을 두고 가버렸듯이, 나츠도 언젠가 이 반짝이는 푸른 봄에서 쫓겨날 때가 온다.
쭉, 하고 병을 들고 내용물을 들이켰다.
끈적끈적한 달콤한 맛으로 목을 덮고, 치밀어 오르는 혐오감과 비슷한 감상에 눈꺼풀을 감는다.
이윽고 또륵, 하는 날카로운 구슬 소리가 조수와 뒤섞여 귓볼을 두드리니 그 음색으로 하여금 병 속이 텅 비었음을 깨달았다. 으에, 하고 입가에서 구역질을 내뱉고 병의 입구에서 입을 떼어낸다.
그대로 테트라포드 틈에 빈 병을 던져 버리려고 손을 든 채 몇 초간 망설이다가 천천히 내렸다. 감은 눈꺼풀을 열고 아-아, 하고 어이가 없는 소리를 낸다.
"...여기다 너를 버리고 가는 건, 낭만이 아니니까."
여름에서 쫓겨나 죽어버린 이 병은 여기에 버리면 더욱 고독해진다.
누군에게도 보이지 않고 파도에 휩쓸리고 구겨져 영원히 외톨이로 썩어 버린다.
"외롭지? 너도, 꼭."
그러니까, 적어도 나츠만은. 이 고독에 공감하며 자신을 투영하는 나츠만은 이 병을 혼자 두고 싶지 않았다.
움켜쥔 병을 꼭 쥐고 돌아가자며, 테트라포드에 내려뒀던 허리를 띄운다. 자연 그대로의 여름 바닷바람에 힘입어 분홍빛 앞머리가 나츠의 시야를 가렸다. 그 순간 머리카락 끝이 눈동자 표면에 꽂혀 으, 하며 통증에 눈을 감는다.
"나츠짱"
---그러다가 한순간 끊긴 해변의 푸른 하늘에, 민트빛이 흔들렸다.
"...아이리?"
깜빡깜빡, 눈을 깜빡이며 이름을 부른다.
연녹색 타이를 여름 하늘에 비치며, 나츠의 친구 - 쿠리무라 아이리가 거기 서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런 데까지."
테트라포드를 훌쩍 건너, 아이리가 서 있는 제방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옆에 착지한 나츠를 바라보며, 에헤헤, 하고 아이리는 뺨을 긁었다.
"음...그러니까. 아침에, 학교랑 반대 방향으로 가는 전철을 탄 나츠짱을 봤어. 그래서...왠지 나츠짱, 기운이 없어 보였으니까."
걱정이 돼서. 그렇게 말하며 미소짓는 아이리의 모습에 나츠는 희미하게 눈을 뜬다.
그런 이유로 이런 트리니티의 외진 곳까지 쫓아왔나, 하고 놀라면서, 하지만 확실히 아이리는 그런 사람이지, 라고도 납득한다.
쿠리무라 아이리라는 소녀는, '걱정돼서' 라는 말 하나를 이유로 학교를 빼먹은 친구를, 자기 자신도 학교를 빼먹으면서 쫓아오는 소녀인 것이다.
"...그렇군. 고마워-, 후훗."
쑥쓰러움에 눈동자를 내리며 나츠는 아이리 옆에 주저앉는다.
그리고는 아이리에게도 앉으라고 손짓으로 재촉하며, 옆에 걸터앉은 아이리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얹었다.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검은 머리에서 살짝 민트향이 나며, 그 기분 좋은 향기에 뺨이 풀어진다.
"무슨 일 있었어?"
그런 나츠의 모습을 난처한 듯한 얼굴로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아이리가 물었다.
으-음, 하고 먼 수평선에 시선을 보내며 뭐랄까, 하고 무릎을 싸안는다. 여름 햇살을 반사해 빛나는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며 나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히려, 반대인가. 응."
아이리의 몸에 기댄 채 띄엄띄엄 말을 잇는다.
"청춘이, 뭐라고 생각해?"
"에?"
나츠의 말에 아이리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별거 아니지만, 하고 어깨를 으쓱하면서 나츠는 자신의 양 무릎을 껴안는다.
"우리는 축복받은 것 같아. 매일 당연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고, 공부도 할 수 있고, 먹는 것도 문제 없고, 디저트 순회라는 꽃다운 여고생같은 취미도 있지?"
"으,응...확실히. 그렇지."
"누군가가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라고 물으면, 나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 있어. 그렇지만 말이야...가끔 말이지?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돼."
예를 들면 하루의 끝, 잠에 들려고 이불에 숨어든 후의 시간. 오늘이라는 날은 충실했다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선 그 충실을 의심하는 자신이 있다거나.
예를 들면 아침의 전차 안, 창밖에 흐르는 트리니티의 시가지를 바라보고 있는 시간. 이미 몸에 배어 있는 루틴 같은, 통학이라는 행위에 싫증이 나서, 비범하고 비일상적인 사건 등을 요구하는 자신이 있다거나.
당연하게 흘러가는 은혜로운 행복의 나날 속에서, 나츠는 오만하게도 그것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우린 청춘이 한창인 여고생이야. 이 세라복을 입고 활개치는 게 허용되는, 단 3년동안의 특권 기간을 살고 있는 거야."
"특권..."
"맞아, 특권. 어른이 되면 이런 세라복 같은 건 못 입겠지? 우리가 이 옷을 입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아이들인 시간뿐이야."
즉, 하고 아이리 쪽으로 시선을 보내고, 나츠는 검지를 좌우로 흔든다.
"----청춘에는, 수명이 있는 거야."
그렇게 단언하고는, 끌어안은 무릎을 확 떼어놓는다.
그러자 나츠는, 몸을 던져 여름 햇살을 들이마시고자 완전히 뜨거워진 아스팔트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언젠가 나츠는 나이를 먹는다. 몽환처럼 여린 청춘의 나날은 죽고, 세라복이라는 특권을 내려놓아야 할 때가 온다.
그리고 분명, 마모된 기억에 맡겨 청춘을 엉뚱한 것으로 미화하고 승화하여 속임수의 반짝임에 시야를 눈부시게 하여 살아가게 되고만 만다. 마치 이 손아귀에 있는, 탄산을 잃은 라무네처럼.
그렇게 되어 버릴지도 모르는 자신의 미래가, 나츠에게는 조금이지만, 두렵다.
"...수명이 있으니까, 뭔가 특별한 것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다면 분명, 이 부족한, 평범한 날들에, 특별한 무언가를 욕심내는 이 탐욕은, 어쩌면 자신이 그런 어른이 되어버리는 것에 대한 벅찬 저항인지도 모른다.
한밤중에 이불을 빠져나와 정적에 잠긴 거리를 누비며 미지의 세계를 알려고 했다.
수업을 내팽개치고 평일 바다에 옴으로써 인생을 바꾸는 장대한 만남을 얻고자 했다.
갈라진 네온관과 풀밭에 누워 명멸하는 자판기, 어둠 속에서 동공을 빛내는 고양이 가족.
모래사장에 가득 찬 병 편지, 여름 매미의 노랫소리, 수평선을 엮는 끝없는 푸른 바다.
그렇게 이 눈에 비치는 모든 것에, 정말 아름답고 빛나는, 그런 둘도 없는 특별한 조각을 바라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 아무 것도 없고, 뭔가를 갖고 싶어."
나츠가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을 펴고 특별했다고 단언할 수 있는 놀라운 무언가가.
장님도 애매하지도 않은 1등성처럼 빛나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깨끗한 청춘의 추억이.
당연해진 행복한 날들 속에서 나츠는 그런 무언가를 원한다.
"----아이리도 말이야. 그렇게 생각, 하지 않아?"
라무네 병을 들지 않은 오른손을 하늘에 들고, 하늘색 유리 너머로 창공을 바라본다.
유리 너머 하늘에서, 까악, 갈매기가 울부짖었다. 그리고 한 박자 시간을 두고 아이리의 손바닥이 내밀어진 나츠의 오른손을 잡는다.
"나츠짱이 하는 말...솔직히, 나는 전부는 모르겠지만."
뒹굴고 있는 나츠를 내려다보는 표정은 상냥했다.
여름 햇살을 등지고 선명하게 비치는 민트빛의 수정체가 곧게 나츠만을 그 안에 가두고 있다.
"...나츠짱 옆에는 우리가 있어."
에헤헤, 하고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볼을 풀며 아이리가 말했다.
"지금이 계속되지 않는다는 건 나도 알아. 어른이라든가, 아이라든가...나는 아직 그다지 잘 모르는 것도 많지만...언젠가 학교를 졸업하고 일하게 되면...그러면 지금처럼 방과 후에 다양한 디저트를 찾거나 쉬는 날 하루 종일 카페에서 모두와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워지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
하지만, 하고 아이리는 계속한다.
덮어씌우는 듯한 자세로, 동글동글한 눈동자가 진지한 빛 그대로 나츠를 계속 응시하고 있다.
"나는, 청춘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히죽, 하고 미소를 지으며 던진 말에 나츠는 놀라서 눈을 떴다.
어, 하고 무심코 쏟아진 중얼거림을 둘러대고, 왜냐면 말이야, 하고 아이리의 말이 계속되어 간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나츠짱이, 요시미짱이, 카즈사짱이, 모두가 있으니까. 다같이 있을 수 있어서, 같이 웃고 디저트 먹고 수다 떨고. 나는 그것만으로도...충분히 특별한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아이리..."
"그러니까. 분명 그 특별함은 어른이 되어서도 변하지 않을 거야. 바빠지고, 기회가 줄어도. 모두와 헤어지지는 않을 테니까."
뭐, '방과 후 디저트부' 라고 부를 수는 없게 될 지도 모르지만.
난처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는 아이리를 나츠는 그저 멍하니 올려보았다.
"어른이 되어서도 다같이 디저트를 먹고 이야기하자, 몇 년, 몇 십 년이 지나서 우리가 할머니가 되더라도."
잡힌 오른손을 끌어당겨 몸을 일으켜 준다.
같은 높이의 시선에서 아이리는 그저 순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청춘이라든지, 미래라든지, 뭐든지 좋아. 나에게는 나츠짱이 있으면 그걸로 됐어."
"아이,리..."
"---나츠짱은, 그러면 안 돼?"
아이리의 물음에 작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든다.
뭐 하나 반론의 여지도, 불평할 것도 없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이리."
잡힌 오른손을 세게 움켜쥐고 나츠는 그렇게 말하며 웃는다.
지금 있는 당연한 행복으로 좋은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반드시 일생-영원이 될 수 있으니까.
사실 추억에 미화도, 장님도 필요 없고, 청춘이란 모호하고 불확실한 기간인 그저 지표일 뿐이고.
중요한 건 미래도, 과거도 아닌 지금 이 순간임에 틀림없으니까.
"음...분명, 그렇겠지."
그것이 진리인지 아닌지 같은 건 알 수 없다. 나츠는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서, 자신의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예상하지 못한 채다.
아이리가 말하는 특별함도 그것이 영겁 동안 보장되는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
그래도----나츠는, 정말 좋아하는 친구-쿠리무라 아이리를 믿고 있으니까.
그 소녀가 그렇다고 무구하게 단언해 준다면, 나츠는 그것을 의심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게...낭만이란 놈이니까. 니히"
빈 왼쪽 손바닥 안에 담긴 빈 라무네 병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안쪽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구슬을 카랑카랑 흔들며, 나츠는 미소지었다.
"고마워, 아이리."
"에헤헤...천만에."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고개를 숙이고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 하고 웃으며, 역시 이 소녀는 대단하구나, 라고 나츠는 생각한다.
빈말로라도 알기 쉽다고는 할 수 없는, 비뚤어진 나츠의 심정의 토로를 똑바로, 비웃지 않고 받아들이고, 그 위에서 망설임 없이 자신의 호의를 찌르듯 일러온다. 누군가의 마음에 파고드는 것을, 누군가를 마음속에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존경할 만한 것인지, 분명 아이리는 모르고, 알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단지 그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스스로 끝을 맺는다.
그것이야말로 쿠리무라 아이리라는 소녀의 가장 빛나는 일면이라고, 나츠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츠네 아이들은 아이리를 중심으로 한 방과 후 디저트부라는 곳에 편안함을 느끼고, 아이리를 좋아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리를 만났다는 그 사실이야말로 분명---
".......아."
거기까지, 스톱. 하고 뭔가 씌인 것처럼 나츠는 이해한다.
"그렇구나...응, 그래."
작게 몇 번 고개를 끄덕이고, 그렇지, 하고 어이가 없다는 듯 반복한다.
그런 나츠의 모습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아이리의 손을 강하게 잡아당기며 나츠는 힘차게 일어섰다.
우와, 하고 초조한 듯 아이리도 일어선다. 그대로 잡은 손에 강하게 힘을 주며, 니히, 하고 나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걷기 시작했다.
멀리 하늘빛 수면이 시야 가득 펼쳐져 있다.
갈매기 가족이 잔물결 소리에 울음소리를 뒤섞으며 머리 위를 똑바로 날아간다.
그 근소한 궤적을 딸기빛 눈동자로 따라가며 나츠는 조용히 숨을 내쉰다.
청춘이란 것은 애매하고, 불확실하며, 덧없다.
어른이 되면 기억은 맹목적으로 미화되어 버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게 무서워 나츠는 특별함을 찾고 있었다.
몽롱하게 마모된 미래에서도 가슴을 펴고 빛났다고 단언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어딘가 비범하고 비일상적인 장소에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특별함이란 건, 사실 그렇게 멀리 있지 않았다.
아이리의 손을 끌면서 나츠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다.
작고 가느다란 손이었다. 같은 여자아이인 나츠가 보기에도 가냘프고 부러질 듯한 손이다.
그 손의 감촉이야말로 추구하고 있던 것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아이리와 만났다는 사실이야말로----분명, 미래 영겁동안 자랑할 수 있는, 특별한 보물이니까.
팟, 잡은 손을 놓고 두 걸음, 세 걸음 뛰듯이 아이리를 두고 달리기 시작한다.
"있지, 아이리. 새 라무네 사갈까?"
"라무네?"
"맞아, 더운 여름날, 낮이 내리쬐는 해안선. 그저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상쾌하고 차가운 탄산!"
빙글빙글, 살랑 하고 감색 주름치마를 펄럭이며 나츠는 양손을 바로 옆으로 벌리고 아이리 쪽을 돌아보았다.
"후훗, '그래. 그것이, 낭만!' ...인 걸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돌아올 말을 예상한 아이리에게 또륵, 하고 구슬 구르는 소리로 대답한다. 끝없이 높은 창천을 등에 업고 분홍빛 머리칼이 흥겹게 나부끼고 있다.
나츠는 삐싱, 하고 라무네 병을 아이리를 향하고 신나게 웃으며 단언했다.
"니히. 그래, 그게 말이야... 월등히 특별한 낭만이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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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오타가 없기를 바라는
댓글 7

글에 여름과 청춘의 느낌이 물씬 풍기네
역시 일상은 방디부
내용은 너무 좋은데 정작 난 청춘 한 번을 제대로 못 즐겨봐서 쓴 맛이 나네..
사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생활 했으면 느끼기가 힘들지
나츠도 그렇지만 아이리는 진짜 귀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