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색 원문 君色
너의 취향 정도로 볼 수 있다고 함
7373자
파파고
의역
오타오역 지적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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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때, 세상에서 자신과 그 주변만 떨어져선 어딘지 모르는 다른 세계로 와 버린 듯한 착각을 할 때가 있다.
그저 착각에 지나지 않지만, 그렇게 생각이 드니 어쩔 수 없다.
샬레 야외 테라스. 끝자락의 볼품없는 벤치에 걸터앉아 나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초저녁 무렵이었다. 하늘을 오르기 시작한 달은 구름에 덮인 하늘 틈으로 희미하게 그 창백한 몸을 내비치고 있다. 은은한 달빛은 비에 하늘하늘 비뚤어지고, 비는 그 빛과 함께 하염없이 지상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저녁 노을 속에서 떠다니는 미세한 얼룩까지도 깨끗이 씻어내는 듯한, 조금 강한 비였다.
정장의 담배 주머니에서 조그만 상자를 꺼내고 가슴 주머니에서 오일 라이터를 집어든다.
휴대용 재떨이는 항상 책상 위에서 두 번째 서랍 안쪽에 놓여 있다. 밖에 나갈 때 같이 가져온 그걸 벤치 위에 두고 나는 담뱃갑을 연다. 상자 아랫면을 엄지손가락으로 튕기듯 두드리고, 튀어나온 담배 한 대를 집어들었다.
필터 쪽을 물고 나서, 손으로 바람을 막으며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개인적으로 성냥으로 불을 붙이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일일이 성냥을 사용하는 건 귀찮아서 결국 라이터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두 세 번 세게 숨을 들이마시고, 입안에 가득 찬 연기를 후우 천천히 내뿜는다. 처음 피우는 연기 맛은 좋아하지 않는다. 폐에 넣어서 맛보는 건 언제나 으레 세 번째부터다.
종류는 어김없이 뫼비우스 원. 무거운 걸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여기서 피우는 건 가벼운 게 맞는 것 같다.
벤치 등받이에 기대 하늘을 향해 연기를 내뿜는다. 뿜어져 나온 하얀 연기는 하늘하늘 바람에 흔들리며, 흐트러져 밤 속으로 녹아내리듯 그 자취를 감춰간다.
주룩주룩 빗소리가 주변 일대를 감싸고 있었고, 그 음색에 공명하듯 나뭇잎들이 빗방울에 맞아 사르르 흔들리고 있었다. 시끄럽다고 해도 되는 그 소리들 속에서, 하지만 나는 그 소리가 매우 조용하다고 느꼈다.
떠들썩한 정적에 차 있다. 그런 시간이 여기에 흐르고 있다.
세 번째로 입에 가해진 담배를 필터 너머로 기분 좋게 들이마시고, 숨이 막히지 않도록 조금씩 연기를 폐에 넣는다. 짜릿하게 목구멍을 찌르는 듯한 강한 자극을 느끼며, 처음 담배를 피웠을 때는 이 자극에 그렇게 구역질을 했구나, 하고 옛 기억을 떠올리며 작게 웃었다.
그때의 나는 미래의 내가 이렇게 담배를 피우게 되리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미래의 일이란 보통 예상조차 할 수 없는 법이다. 그 때의 나에게 지금의 나의 생활을 전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생각할까.
"--선생님?"
담배 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바라보며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는데, 낯익은 소녀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목소리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비의 습기를 비치면서, 근심의 빛을 두른 어린 눈동자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기를 머금을 수분을 얼마나 마셨는지, 평소보다 약간 부풀어오른 연노랑 머리카락은 희미하게 주홍빛이 섞인 남색 하늘을 등지고, 하늘하늘 노래하듯 흔들리고 있다.
"미도리."
이름을 부르자 소녀-- 사이바 미도리는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인다.
미도리는 몇 초 동안 내 얼굴과 손에 든 담배에 시선을 왕복하고 나선, 조그맣게 고개를 흔들고는 입을 열었다.
"잊어버린 게 있어서, 찾으러 왔어요."
"...그렇구나."
오늘은 미도리가 당번인 날이었다. 잊은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는 걸 깜빡하고 있었다, 라는 미도리의 말에 대답하고, 나는 이제 피우기 시작한 담배를 휴대용 재떨이에 밀어 넣는다. 아깝다는 생각이 끼어들지만, 그걸 뿌리치듯 뚜껑을 닫았다.
학생들 앞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당연히 자신이 흡연자임을 알려준 적도 없다.
일부 학생들에게 반대를 당할 게 뻔했고, 담배에는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건강에 해롭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럼 끊으면 되지 않느냐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미 꽤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이 습관을 끊으려는, 각오가 나는 아직 되어 있지 않다. 이건 교육자로서 부끄러운 부분이기도 했지만, 나라는 인격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담배, 피우시네요."
"응, 뭐."
가능하면 추궁하지 않았으면 했지만, 그건 장사꾼이 물건을 안 파는 거나 다름이 없다.
미도리의 말에 애매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미안, 싫었지."
말하면서 담배를 호주머니에 넣는다. 잊은 물건은 찾았냐고 묻자 미도리는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나 좀 때우고 가려고, 약간의 어색함을 떨쳐내기 위해 입을 열기 시작하니, 그 때 미도리가 조심스럼게 입을 열었다.
"--담배는, 무슨 맛인가요?"
왠지 괴로운 듯 하면서도, 분한 듯한 목소리였다.
내가 담배를 피워서 화가 난 걸까, 하고 조금 움츠러들면서도, 학생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을 수도 없다, 나는 할 말을 찾는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잠시 바라보다가, 나는 입을 열었다.
"그닥 맛있지는 않아, 쓰다고 해야 되나...맵다고 해야 되나... 목에 자극도 강하고, 응. 맛있지는 않은 것 같아."
거짓말은 없다. 담배의 맛은 겉치레로도 맛있다고는 하기 어렵다.
처음 피웠을 때의 격렬한 불쾌감은 잊혀지지 않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앞에 둔 듯한 기쁨으로 담배를 피울 일은 없다.
"근데, 왜일까, 담배를 맛있다고 생각하지, 나는."
"맛있다는 거랑은 다른 건가요?"
"으-음, 조금. 아닐 수도 있고. 버릇이 된다고 해야 되나, 끊기가 힘들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느끼는 건 어른이 되면서 입맛도 변해서일까, 아니면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과 타르 때문에 미각이 독해져 버린 걸까.
사실 이게 중독의 감각일 거라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감각을 맛있다고 표현하는 게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뭐, 몸에는 나쁘니까. 당연히 피우지 않는 게 좋겠지만."
나는 손을 털고 이야기의 흐름을 끊는다.
솔직히, 학생들을 상대로 이런 얘기는 그다지 하고 싶지 않다.
미도리는 납득한 듯 아닌 듯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그다지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해버린걸까, 하고 내심 반성하고 있는데, 미도리가 내게 다가왔다.
몇 센치, 손가락만 뻗어도 닿을 거리까지 오고, 미도리는 스읍, 살짝 코를 킁킁거렸다.
갑작스런 행동에 충격을 받으면서 나는 아무 말 없이 미도리의 행동을 받아들였다. 어째선지 뿌리치거나 떼어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선생님, 담배 냄새 나요."
"피운 다음이니까. 냄새 나지, 미안."
"저는 싫지 않아요. 선생님 냄새가 나서, 좋아요."
미도리의 목소리엔 거짓말하는 기색은 없었다. 나는 조금 놀라며 미도리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여전히 미도리는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고, 무슨 말을 할 지 생각하는 듯 몇 번이고 꼬물꼬물 작은 뺨을 움직인다. 다람쥐 같다는 생각을 하며 바라본다.
미도리는 잠시 그러고 있다가, 노을의 잔향이 완전히 사라질 무렵에 정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 보다 심지가 하나 뚫린 듯한 눈동자에 꿰뚫려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들이쉰다. 슬쩍 들리던 빗소리가 멀어지는 것 같아 미도리에게 의식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술 마시세요?"
그리고 돌아온 질문에 약간의 허탈함을 느꼈다.
그 질문 뒤에 있는 의도를 몇 초 동안 궁리하고 나서, 생각만 해서는 답이 없다고 속으로 결론을 내린다. 벌써 담배 얘기를 해버린 것이다. 새삼스럽게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무엇보다 미도리의 시선은 진지 그 자체였다. 그걸 무안하게 만드는 건 선생님으로서 도저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안 마시겠지만, 꽤나 좋아하지 않을까?"
"담배랑 술, 어느 쪽이 더 좋아요?"
"담배려나, 알코올은 그닥 잘하지 못해서."
약하지는 않지만, 강하다고 하긴 어렵다. 원래부터 과음하면 몸이 좀 안 좋아지는 체질이었다.
취하는 느낌을 좋아하지도 않고, 일부러 스스로 눈에 띄게 몸이 안 좋아지는 행동을 하는 취미는 없다.
"그렇군요.....저도, 담배를 피워보고 싶어요."
이어진 미도리의 말에 나는 몇 번인가 눈을 껌뻑인다. 조금 전부터 미도리의 발언의 진의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미도리는 내 시선에 의문을 느꼈는지, 왠지 재미있다는 듯 미소지었다.
"선생님의 그런 얼굴, 처음 봤어요."
"그런 얼굴?"
"잘 모르겠네, 라고 써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미도리는 내 옆으로 빠져 걸어간다.
옥외등 불빛으로 자신의 윤곽을 흐리게 하며, 미도리는 내가 조금 전까지 앉아 있던 벤치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얼굴만 돌려서는 옆에 앉으세요, 하고 웃는다. 왠지 재미있어하는 듯, 그러면서도 긴장도 하는 듯한, 역시 어려운 표정이었다. 오늘의 미도리는 그런 여러 감정이 뒤섞인 얼굴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좀 더 웃는 얼굴이 귀여울 텐데, 하고 조금 생각하고는, 그건 학생에게 품기엔 불순한 생각일 거라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나는, 미도리의 손짓을 따라 벤치 쪽으로 걸어간다.
미도리의 옆에 걸터앉았다. 주먹 하나 정도 벌리고 앉은 나와 미도리의 거리를 미도리는 답답한 듯 허리를 움직여 좁혀온다. 옷감끼리 맞닿는 거리감에 미도리가 나를 흠칫 본다. 어쩐지 가려운 기분이 들어서 나는 미도리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돌린 시선에서 미도리의 뺨이 붉게 물들어 있음을 깨닫는다.
그건 내가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느껴본 적 없는 열기의 빛을 그 뺨에서 읽어내며, 내 가슴속을 술렁이게 하는 무언가가 지나간다.
지글지글 타오르는 듯한 열이 맞닿은 옷을 타고 나에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건 마치 일생일대의 고백 직전의 공기 같아서--까지 생각하고, 사고를 멈춘다. 더 이상은,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다.
"...미도리."
무심코 새어나온 목소리에 미도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멀어져가던 빗소리가 마침내 사라진 것 같았다.
"선생님의 일면에 모르는 게 있었다는 게 싫었어요...그래서, 저도 선생님이 알고 있는 걸 더 알고 싶었어요."
"...응, 하지만, 미도리가 담배를 피우게 할 수는 없어."
"네, 알아요.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미도리의 목소리만이 들린다.
그 눈동자에 밤하늘을 반사한 빗물의 빛이 쏟아지고 있다.
그 빛의 궤적이야말로 지금도 여전히 비가 쏟아지고 있다는 유일한 증거였다.
비가 올 때, 세상에서 자신과 그 주변만 떨어져선 어딘지 모르는 다른 세계로 와 버린 듯한 착각을 할 때가 있다.
그저 착각에 지나지 않지만, 그렇게 생각이 드니 어쩔 수 없다.
그리고 그 착각은, 지금 이 순간의 나와 미도리를 단 둘만의 세계에 가두어 두고 있다.
숨이 닿을 것 같은 거리감이었다. 그건 학생과 선생이라는 관계에선 결코 있어선 안 될 거리감이었지만, 그에 거부감이 없는 자신을 알아챘다.
"약속하실래요 선생님?"
"약속?"
의문을 실은 내 말에 미도리가 웃는다.
그건 오늘 처음 보는, 다른 게 섞이지 않은 미도리의 미소였다. 역시 미도리에게는 그런 순수한 미소가 훨씬 어울린다고 새삼 느낀다.
벌써부터 사고가 [선생]의 그것이 아님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관없다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분명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인 순간부터, 미도리 앞의 나는 그저 한 명의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변명해봐야 소용없다.
"약속이에요, 제가, 어른이 되면...선생님의 옆에 서서, 어른이 되면."
미도리가 말을 더듬는다.
작은 미도리의 손이 허공에 떠오른 무언가를 아끼듯 움켜쥐고, 소중한 듯 가슴속으로 끌어당긴다.
푸른 눈동자가 비 오는 궤적을 비추며 나를 바라본다. 눈동자에 그려진 유성 같은 그 궤적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다. 빗방울이 덮은 그 베일을 당장이라도 걷어내고, 오직 미도리 본인의 생각만이 담긴 눈동자를 보고 싶다 생각한다. 그래, 원한다.
그건 독점욕일까, 혹은 비에게도 이 아름다운 눈동자를 보이고 싶지 않다는 그런 질투의 일종일까. 그게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감정인 건 어쩐지 짐작이 가고, 그리고 그 감정에 붙을 이름도 똑같이 짐작이 갔다.
나의 그런 감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도리는 스르르 눈을 가늘게 떴다. 수정체가 열에 흔들리며 내 눈동자를 깊숙히 관통한다. 살짝, 숨을 삼킨 내 뺨에 미도리가 닿아서 사랑의 말을 속삭이듯, 말의 끝맺음을 우리만의 세상에 울렸다.
"---저랑--같이, 담배를 피워 주실래요?"
아니. 그건, 분명 사랑의 말이었을 거다.
미도리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본 적 없는 커다란 열정을 품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긍정은, 자그마한 주고받기로.
뺨에 닿은 미도리의 손바닥이 끌리며, 나를 끌어당겨 나와 미도리의 거리를 메운다.
닿는 감촉은, 마냥 따뜻했다.
"..,쓰네요. 키스란 건."
"담배 맛이 남아있었나 봐."
"그런가요? 그럼, 이건...예행연습, 이네요."
무슨, 예행연습이냐고는 묻지 않는다.
그게 삽질인 것 쯤은 알고 있었다.
"선생님."
미도리가 입을 연다.
발그레하게 물들인 뺨은 행복한 듯 느슨해져 있었다.
"좋아해요. 선생님이. 좋아요."
시선이 얽힌다. 눈동자와 열기가 나를 쏘아붙인다.
바짝 다가온 거리가, 미도리에게 씌워진 내 그림자가, 빗방울 유성으로부터 미도리의 초록빛을 덮어준다.
--아, 이제야 보였다.
가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눈동자의 빛은, 숨쉬는 걸 잊을 만큼 아름다웠다.
어디까지나 곧은 연정이 담긴 그 색에 빨려 들어가듯, 두 사람의 거리를 채우고 싶은 나는 미도리와의 두 번째 영거리를 맛본다.
두 번째 감촉은 아까보다 달콤했다. 하지만, 쓰다는 것도 알 것 같다.
"역시, 써요."
"응."
"하지만, 전, 좋아해요."
분명 서로의, 마음의 방향은 알고 있다.
눈은 입만큼이나 말한다, 라는 말이 있다. 미도리의 고백에 대한 나의 대답 따위는, 이 눈동자가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말하고 있을 것이다.
좋아해요, 사귀어 주세요.
응, 좋아.
그런 상투적인 대화 따위는 없어도, 우리는 생각을 교환할 수 있다.
사실, 말은 촌스러울 뿐이다.
"---있지, 미도리."
그러나, 나는 이걸 전하고 싶어하는 게, 인간이라는 생명에게 허락된 최고의 기쁨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 생각을 말로 전하고 싶었다.
"약속할까?"
전하는 말은, 아까의 미도리와 똑같다.
"약속, 이요?"
미도리의 대답도, 아까 그것과 같다.
왠지 이상해서, 우리는 서로 웃는다.
"언젠가, 미도리가 어른이 되면--"
미도리의 뺨에 손을 뻗는다.
보송보송한 살갗에 최대한 부드럽게 닿아, 미도리는 내 손바닥에 비비듯 얼굴을 흔들었다.
그 모습에서 사랑스러움을 느끼고, 아, 미도리를 좋아하는구나, 강하게 실감한다.
그러니, 계속되는 말에 망설임 같은 건 없었다.
"---나랑---같이, 담배를 피울까?"
그건 사랑의 말이다. 사랑의 말이었다.
언젠가 학생과 선생이라는 관계가 사라진 후에도, 꼭 계속, 함께하자, 그런 의미를 담은, 나와 미도리만의 작은 다짐의 말.
미도리가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 순진하게 웃는다. 그건 지금까지 보아온 수많은 미도리의 표정 중에서도 가장 빛나고 사랑스러운 미소였고, 분명 나도 같은 표정이었음에 틀림없었다.
이 세상 모든 행복을 더한다고 해도 분명 지금의 우리에게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걸 순진하게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미도리가 좋았다.
"선생님, 키스해주세요."
미도리가 속삭인다. 대답은 더 이상 필요없다.
세 번째 키스였다. 아까보다 훨씬 달콤하다고 확실히 느꼈다. 충분히, 몇 초 동안 우리는 온기를 느끼고 서로 아쉬워하며 입술을 뗀다.
푸하, 하고 미도리의 숨소리가 들렸고, 그로부터 새어나오듯 미도리는 조그맣게 웃었다. 그리고는 내 입술을 검지로 누르고, 장난스럽게 입꼬리를 올린다.
"---둘만의, 비밀이니까요."
언젠가, 과거에도 전해졌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이마를 서로 붙이고, 서로 새끼 손가락을 엮었다. 손가락을 엮자, 라고는 말하지 않고, 둘이서 맹세의 노래를 부드럽게 부른다.
빗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빛을 반사해 쏟아지는 물방울도 내 눈에는 비치지 않는다.
비가 올 때, 세상에서 자신과 그 주변만 떨어져선 어딘지 모르는 다른 세계로 와 버린 듯한 착각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건 결국 착각이고, 세상을 단절시키는 데 비 따위는 필요 없다는 걸 우리는 알았다.
필요한 건 분명, 소중한 사람이라는 한 존재이고, 그렇게 만드는 둘만의 세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럽다.
새끼 손가락에서 확실하게 전해지는 열기에 눈을 감는다.
드문드문, 미도리의 숨소리만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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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이 좀 산채로 번역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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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