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파고 기반 번역
오랫동안 녹슨 내 사랑은 빈티지.
잠든 시간만큼 당신의 곁을 꿈꾸고 있었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싶어지는 날이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한다.
카랑, 유리잔 안에서 소리를 내는 락 아이스가 유우카의 마음에 적막하게 회고의 물결을 일으킨다.
위스키를 좋아하게 된 건 최근 몇 년의 일이다. 스무 살이 막 되었을 때는 칵테일이라든지 리큐어라든지 그런 종류를 좋아했을 텐데.
미각이라든지 취향이 바뀐 거다, 라고 유우카는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단지 나이를 먹은 것일 뿐이다. 요즘은 지나치게 단 것에는 손대기 힘들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벌써 10년, 인가..."
한숨이 섞인 혼잣말을 흘리며 유리잔의 내용물을 단숨에 들이켠다. 카랑, 얼음 소리가 잔을 든 손안에서 울린다.
속이 빈 잔을 가볍게 흔들며 카운터 안쪽에 서 있는 주인에게 두 잔째를 주문한다. 락으로, 라고 말하면, 오늘은 페이스가 빠르네, 하고 점주가 웃었다.
"어쨌든 취하고 싶은 기분이에요. 그런 날, 없나요?"
쓴웃음 섞인 말을 건네자 주인은 난처한 듯 미소를 지었다. 망가지기 전에 멈추는 게 좋다는 말과 함께 두 잔째를 내밀었다.
조심하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며 잔을 받았다. 애초에 술로 실수하는 일은 새삼 없겠지만 말이야.
한계를 넘어서 마시고 토하거나, 과음으로 취해 정신을 차리면 모르는 역에 있거나 하는, 그런 흔한 실수를 할 나이는 이미 아니었다.
밀레니엄을 졸업한 지 10년. 유우카도 이제 서른을 눈앞에 둘까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체감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짧아진다고 한다. 자네의 법칙이었나, 라고 생각하면서 유우카는 머릿속의 지식을 파헤친다.
50세 인간에게 있어서의 1년은 인생의 50분의 1정도지만, 5세 아이에게 있어서의 1년은 인생의 5분의 1정도. 즉, 50세 인간에게 있어서의 1년과 5세 인간에게 있어서의 1년은 체감에 큰 차이가 있다 ―― 확실히, 그러한 이야기였다.
그게 과연 진실인지 아닌지는 차치하고 유우카 개인으로서는 완전히 맞는 말인 것처럼 느껴졌다. 사실, 학창 시절 느꼈던 한 해라는 세월의 흐름과 지금 느끼는 한 해의 흐름은 빠르기가 다르다. 특별히 뭔가 성취하려고, 무언가를 얻으려고 동분서주하는 일도 없어진 『어른의 날들』 은, 유우카의 마음을 반짝이던 과거에 내버려 둔 채 눈 깜짝할 속도로 지나갈 뿐이었다.
결국 그것은 마음과 몸의 괴리이다, 라고 유우카는 정의한다.
자신은 아직 젊다, 라고 주장하는 마음과 너는 더 이상 젊지 않다, 고 사실을 알리는 몸. 그 갭이 빚어내는 것은 그저 담백하게 정신적인 피로를 느끼게 하는 센티멘털리즘으로, 그럴 때 유우카는 어김없이 술에 빠지고 싶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오늘은 그런 기분이 드는 날이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네."
어렸을 때 꿈꿨던 어른은 더 아름답고 멋진 존재였던 것 같았다.
적어도 지금의 유우카처럼 가라앉은 감상에 젖어 술로 달아나는 한심한 뭔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자신이 아이 그대로냐고 묻는다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으니 더욱 성질이 나쁘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뭔가 특별한 계기가 있어 지금의 유우카가 되어버린 걸까, 아니면 무미건조한 나날을 쌓아온 말로가 이것일까.
그마저도 뒤돌아보는 게 어렵다고들 말하니 정말 마음속 깊은 곳에서 뜻대로 되지않네, 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아, 하고 큰 한숨을 안주로 글라스에 입을 대고 홀짝이듯 안을 맛본다.
그런 유우카의 모습을 보면서 가게 주인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오늘은 한결 기운이 없네. 그 말에 맥없이 미소 짓는다.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지 않았다. 이 가게 주인은 이럴 때 깊이 캐내려고 하지 않는 게 좋다. 이상한 곳을 파고들지 않는 안정감과 조용하고 차분한 가게 분위기. 유우카가 이 집의 단골손님인 것은 그런 요인 때문이다.
"특별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유우카는 가게 주인에게 말을 시작했다. 파고들지 않았어도 유우카 자신이 얘기하고 싶었으니까.
카랑, 카랑, 하고 조금씩 얼음 소리를 울리면서, 점주를 향해 라기보다는 혼잣말을 하는 감각으로 유우카는 말을 잇는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어요. 그때와 달리."
아침에 일어나고, 일하고, 집에 와서 밥 먹고, 피곤한 몸으로 목욕하고 나면 바로 잠들고, 정신 차리고 보면 변함없는 아침. 그런 루프를 반복하는 것만이, 유우카의 지금 생활이다.
그 루프가 흐트러지는 것은 드문 휴일에 친구를 만날 때나 이렇게 밤늦게 술에 잠길 때뿐이고, 그렇다고 해도 기껏해야 숨통이 트일 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명백히 진실이었다.
정말로, 지금의 유우카의 삶에는 아무것도 없다.
산도, 계곡도, 아주 작은 단차 같은 무엇조차.
학생이었을 때는 아무것도 없다, 는 건 있을 수 없었다.
밀레니엄의 문제아들로 인해 하루가 다르게 일어나는 귀찮은 일에 세미나라는 직책으로는 건전해도 학생 신분으로는 불건전하다고 할 만한 수준의 분주함. 거기에 더해 샬레의 도움이라든가, 데카그라마톤이 어쨌다든가, 다른 학교와의 관계성이 뭐라든가.
아무튼 그때는 매일 꼭 무슨 일이 있었다.
머리를 싸매고 싶어지는 마음고생이나 문자 그대로 피를 토할 것 같은 바쁜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것이야말로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잃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라니 흔하고 진부한 말이지만 진부하다는 것은 그만큼 공감대가 있다는 얘기다.
정말 소중하고 행복한 것은 대부분 없어져야 비로소 그것을 깨닫는다.
"행복했어요. 친구와 웃고, 손이 많이 가는 후배들을 쫓아다니며, 멋진 어른을 사랑하고."
선생님을 만난 것도 그때였다.
총학생회장이 사라져 혼란과 혼돈에 휩싸였던 키보토스에 나타난 어른 남성.
가끔 미덥지 못하고 한심하지만 다른 누구보다 자상하고 용감하며 유우카와 학생들을 이끌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준 소중하고 사랑하는 은사님.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은 사춘기가 한창인 여고생에게는 극약 같은 존재였다. 그때 선생님을 사랑했던 학생은 유우카 말고도 수없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끝나버렸어요. 행복이라든지 청춘이라든지 전부."
말하면서 유리잔의 내용물을 비운다. 목을 지나가는 차가운 알코올의 감각이 기분 좋았다.
시선으로 세 잔째를 점주에게 요구하면서 유우카는 떠들어댄다.
"...... 사랑이 이루어졌다면 달랐을까."
쓸데없는 상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말을 꺼낸다.
눈앞에 놓인 세 잔째 위스키를 바라보며 유우카는 몇 번째인지도 모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유우카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날은 오지 않았다. 유우카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그날은 벚꽃 개화가 아침 뉴스에서 보도된 걸로 기억한다.
졸업식이 끝난, 왕벚나무가 활짝 핀 하천 부지. 얇게 깔린 눈처럼 덧없이 떨어지는 꽃잎들 속에서 유우카는 선생님께 고백했다.
―― 계속, 선생님을 좋아했어요.
인생에서 그토록 긴장한 순간은 없었을 거다. 손에 쥔 졸업장 통을 망가뜨릴 정도로 꽉 움켜쥐고 뺨을 빨갛게 물들이고 짜내듯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고백의 순간 굳게 감았던 눈을 조심스레 뜨고, 밝아진 시야에 처음 들어온 선생님의 표정을 유우카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 미안해.
울 것 같은, 괴로워 보이는, 그러면서도 상처받고 있는 느낌의.
어떻게 형용하는 게 정답인지 알 수 없는, 너무나도 복잡한 표정이었다.
그 속에 있었을 선생님의 진의는 지금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유우카가 차였다는 사실 뿐. 만났을 때부터 줄곧 품어온 연정이, 그와 함께 자라났던 눈부신 청춘이 말끔히 끝나버린 것뿐이었다.
"어쩌면 그게 계기일까."
아무것도 없게 되어버린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은.
선생님을 사랑하고, 차이고, 행복하고 빛나던 청춘의 날들을 잃고 끝없는 회색빛 날들이 시작되고.
그 졸업식 날을 시작으로 유우카는 천천히 가라앉듯이 지금의 유우카로 변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쁜 건 분명 선생님이다.
그렇게 의지가 되고, 멋있고, 결점도 애교로 보일 정도의 귀여운 점도 가지고 있고.
"좋아해 버리는 게, 당연하잖아요...!"
좋아해선 안 됐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줬으면 했다.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미리 알려 주었으면 했다.
알려줬다면, 그랬었다면.
―― 그런 선생님의 표정을, 보지 않아도 됐을 텐데!
울 것 같은, 괴로워 보이는, 그러면서도 상처받고 있는 느낌의.
어째서 선생님이 그런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상처받은 건 선생님이 아니라 유우카인데.
아픈 얼굴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 괴로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희망을, 가져버리잖아요...!"
유우카를 좋아할지도 모른다.
유우카의 마음을 거절하는 것에 미련을 가져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편리한 망상을 하게 되니까.
꼴불견이고 패배한 첫사랑에 매달려버리니까.
"좋아해요, 선생님. 좋아한다구요. 쭉..."
아아, 틀림없이 그렇다. 분명, 그게 유우카의 전부였다.
유우카는 결국 선생님과 사랑하는 채로, 하지만 그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그러니까 계속 멈춘 채로 있다고 느끼는 거다.
젊었을 때의 연정을 보기 흉하게 계속 질질 끌고 있다, 다만 세월만 지나가고 있을 뿐.
아무것도 없다니, 사실은 다르다.
무엇인가 있다. 그 시절처럼 극적이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텅 빈 삶은 있을 수 없다.
사실은 뭐가 계속 있다. 유우카의 가슴에 뻥 뚫린 허망한 구멍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버릴 수 없는 10년간의 연정이 유우카를 녹슬게 하고, 무디게 하고 있다.
"―― 차라리 다 잊을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어느새 쏟아진 눈물과 떨리는 목소리로 한탄하듯 유우카는 말했다.
선생님을 만난 날의 설렘이라든가, 만남 속에서 자란 연정이라든가.
무심코 향한 미소의 눈부심도,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을 때의 따스함도, 계속 듣고 싶어지는 기분 좋은 목소리도.
다 잊고 지워버리고 말끔히 없애버리면 이렇게 아프고 고통스럽기만 한 감상 따위는 맛볼 필요도 없는데.
―하지만, 그럼에도.
번지는 시야를 양손으로 가리고, 싫다고 오열하며 고개를 흔든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다.
잊을 수 없다.
오열의 틈새로 작게 싫어요, 싫다구요, 하고 아이가 떼를 쓰듯이 반복한다.
그게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잊힐 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좋으니까.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으니까.
아무리 끝이 허무했다 하더라도 그 시절 유우카의 매일매일은 틀림없이 행복했다.
그 행복을, 사랑을 잊는 것은 할 수 없다.
"정말 좋아해요, 선생님... 계속, 쭉, 앞으로도..."
너덜너덜한 채 눈물 흘리며 유우카는 말을 되풀이한다.
좋아해요, 정말 좋아해요, 사랑해요. 아무리 반복해도 그것이 닿지 않음을 알면서도 유우카는 오열 섞인 고백을 멈추지 않았다. 말릴 수도 없었다.
생각하는 사람은 여기에 없다. 주인은 잠자코 유우카를 바라보고 있었다.
"곁에 있게 해주세요..."
말을 흘린다. 소원을 자아낸다.
이 가슴속에 있는 『사랑』 이라는 감정의 끝을 당신의 곁에서 찾고 있었다.
뚜벅, 뚜벅, 규칙적인 발소리와 진동에 유우카는 눈을 떴다.
킁, 하고 코를 울리자 초가을 밤바람 향기가 나더니 다소 차가워진 그 온도에 조금 몸을 떨었다.
그러고서 몸 정면에 따듯한 체온을 느꼈고 유우카는 자신이 지금 누군가에게 업혀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일어났어?"
자고 일어나 모호했던 사고회로가 각성하기 전에 유우카의 귀에 목소리가 닿는다.
유우카는 몇 번인가 눈을 깜박였고, 몇 초 늦게서야 그 목소리의 주인을 깨달았다.
"...선생님?"
그것은 수없이 들어왔던 목소리였다.
유우카의 부름을 받은 선생님이 나야, 하고 약간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 대답을 다시 몇 초 걸려서 소화하고 유우카는 놀라움에 눈을 부릅뜬다.
"ㅇ, 어, 어째서...!?"
어째서 선생님이 여기 있는 건가요.
동요의 빛이 완연한 유우카의 목소리에 쓴웃음을 지으며 선생님은 입을 열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일어날 기미가 없다고 전화가 왔거든."
전해진 쓴웃음 섞인 말을 듣고 유우카는 잠으로 끊기기 전의 기억을 되새긴다.
그리하여 생각하는 건 장황하게 눈물을 흘리며 볼썽사나운 감정을 토로하고 술을 마시던 자신의 모습. 흐물흐물 취하면서도 계속 마시다가 잠들기 직전에는 이미 우는지 화내는지 웃는지도 모를 애매한 감정 그대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던 것 같다.
얼마나 추태를 부린 걸까? 뭐가 『술로 실수하는 일은 새삼 없겠지만 말이야』 란 거야. 현재 진행형으로 실수투성이잖아. 라며 유우카는 속으로 악담을 퍼부었다.
떠올려버린 자신의 심각한 참상에 유우카는 뺨을 취기와는 다른 종류의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사실은 지금 당장 사지를 휘저으며 수치심에 폭발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선생님 등 뒤에서 그런 짓을 할 수는 없다. 술에 취해 마중 나와 달라고 했는데 갑자기 등에서 날뛰는 여자 따위는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다.
이제 소용없다는 건 알고 있어도 조금이라도 여성스럽고 귀엽고 단정하게.
선생님 앞에서는 그런 여자로 있고 싶다고 바라며 행동하는 건 자유겠지.
"... 뭔가, 들으셨나요?"
누구에게서, 라는 물음은 생략했다. 선생님께 연락을 취한 건 십중팔구 점주임이 틀림없다.
그 가게 주인이 오늘 유우카가 한 일의 상세한 내용을 선생님께 알려줬을지를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일단 확인은 해두고 싶었다.
"아니, 딱히 아무것도 듣지 않았어. 단지 과음이라고밖에."
"그, 그런가요."
선생님의 말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혼자 감상에 젖어 있던 건 몰라도 이후 통곡하며 『선생님이 좋다』 고 외쳤던 것만은 절대 알려지고 싶지 않다.
그렇게 한심하고 미련투성이인 추태가 하필 본인인 선생님에게 알려졌다면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일단은, 최악 중에서도 아직 나은 최악이긴 한 모양이다.
일어난 후의 혼란과 후회투성이 사고를 그렇게 결론짓고 유우카는 크게 숨을 내쉰다.
"...폐를 끼쳤습니다."
그렇게 눈을 아래로 떨구며 말하면 선생님은 신경 쓰지 말라며 웃었다.
이럴 때 생색을 내거나 노골적으로 불쾌해하지 않는 것도 선생님의 매력이다.
만난 지 10년. 유우카가 몇 번이나 저지르고 실패하더라도 선생님은 언제나 상냥하게 유우카 옆에 있어 주었다.
그런 상냥함이 유우카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이며 선생님을 사랑하는 근거이고.
―― 적당히 좀, 기대하게 하는 것도 그만두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 또한 선생님의 친절이 원인이었다.
마중 나와준 것은 고마운데, 마중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또 다정하게 굴면 역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고 가슴이 뛰는 게 싫고 싫어서 어찌할 수 없었다.
어차피 결말은 배드엔드인데, 어설프게 희망 따위를 안고 싶지 않았다.
선생님을 만나서 기쁘다.
선생님을 만나서 괴롭다.
감정이, 기분이, 마음속이 뒤죽박죽이다.
꼬이고 뒤틀린 연정은 이미 가시투성이의 광기였다. 가시는 유우카는 수없이 찌르고 찢어서 이제 아픔만 가슴속에 남겨놓았다.
다시 눈물이 차오르는 느낌이 들어 이번에는 일부러 소매로 눈가를 쓱 문질렀다.
조금 잔 정도로는 취기가 가시지 않는구나 하고 유우카는 생각한다.
오늘 하루 술과 함께 산더미처럼 쌓여버린 센티멘털리즘은 이제 와서 사라질 리 없다.
――― 이제 차라리 철저히 끝내버릴까?
뒤죽박죽 뒤섞인 기쁨과 괴로움 속에서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혹은 그것은 이미 유우카가 마음속 깊이 갈망하던 소원이었는지도 몰랐다.
다시 한번 선생님께 마음을 전하고, 이번에야말로 선생님께 철저히 차여서. 그래서 모든 것을 다 끝내면.
그렇게 가슴속에 박혀 있는 가시투성이의 연심을 빼버리면 편해질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면 이제 차라리.
끝났는데도 끝내지 못하는 이 사랑에, 이번에야말로 종지부를 찍자.
선생님이 너무 좋다.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다.
이 사랑은 틀림없이 진짜였다. 분명 수억 번 다시 태어나 인생을 반복한다 해도 유우카는 선생님을 좋아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적당히 끝내도 되겠지.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시간을 두면 썩어서 유독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첫사랑도 이미 유우카를 잡아먹는 독이니까.
"――― 선생님, 내려달라고 해도, 괜찮을까요?"
조용한 목소리로 유우카는 말한다.
괜찮을 거 같아? 라고 걱정해 오는 선생님에게 괜찮아요, 라며 강하게 분명하게 대답하고 유우카는 아스팔트 위에 발을 붙인다.
옷 너머로 밀착돼 있던 몸에 거리가 벌어지면서 가을바람이 그 틈으로 차가움을 남기고 지나갔다.
그렇게 느끼는 쌀쌀함에 외롭구나, 라고 떨어져 버린 거리에 미련을 품는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내겠다고 유우카는 의지를 다지며 숨을 들이마셨다.
"――― 선생님, 할 얘기가 있어요."
어둡고 고요해진 빌딩 창문에 보름달빛이 반사되고 있었다.
아름다운 밤이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밤이니 전부 정리하기에는 딱 좋다.
"계속, 선생님을 좋아했어요."
말을 전한다. 생각을 형성한다.
가슴에 둥지를 튼 이 『사랑』 을 결말로.
부디 당신의 손으로 이끌어주길.
고백의 말은 그날과 똑같았다.
다른 점은 계절이 봄에서 가을로 되었다는 점과 그때는 꼭 감고 있던 눈을 이번에는 제대로 떴다는 점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선생님의 표정을, 그 변화를 확실히 바라볼 수 있었다.
"... 미안해."
선생님이 작게 중얼거린다.
그 표정에 떠 있는 것은 자조하는 듯한 미소였다.
그리고 선생님은 자신의 손을 눈에 댔고, 기억 속의 그때와 똑같은 얼굴을 했다.
울 것 같은, 괴로워 보이는, 그러면서도 상처받고 있는 느낌의.
유우카에게 기대와 미련을 남겨버리는,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인 듯한 표정.
"...어째서."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나요.
떨리는 목소리로 유우카는 선생님께 묻는다.
"거절하는데, 받아주지 않는데, 어째서 그렇게 괴로운 표정을 짓는 건가요?"
선생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말없이 유우카를 바라보고 있다.
그 조용한 시선에 가려지는 진의 따위, 유우카는 아무것도 모른다.
"어째서 거절해주지 않나요."
차라리 차갑게 얼어붙은 표정으로 미안해, 하며 깨끗이 유우카를 뿌리쳤다면.
왜 어설프게 매달릴 자리를 남겨둘까. 포기하게 두지 않는 걸까.
"어째서 데리러 와준 건가요."
이미 오래전에 학생이 아니게 됐는데. 만났을 때 선생님의 나이도 넘겼는데.
어째서 꼴불견으로 만취한 유우카를 불평 없이 데리러 와주는 걸까.
"어째서 다정하게 대해주는 건가요."
당신이 흔든 여자인데. 좋아한다는 고백을 미안하다는 말로 잘라버렸는데.
어째서, 그 후에도 변함없이 상냥하게 대해주는 걸까.
"어째서... 어째서 웃었나요?"
유우카의 두 번째 고백을 들었을 때 선생님은 자조하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유우카는 알고 있다. 왜냐면 보고 있었으니까. 선생님이 그 표정을 짓기 전에, 아주 잠깐, 기쁜 듯이 뺨을 일그러뜨린 것을.
어째서 선생님은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을까?
고백받고 기쁘게 웃다니.
그런 건, 그런 건, 마치 ―――
"선생님."
호소한다. 대답은 없다.
그래서 유우카는 선생님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저는... 기대해도, 괜찮은가요?"
말하면서 소매를 잡았다.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려던 선생님의 몸을 힘껏 붙잡고 조용히 흔들리는 검은 눈동자를 똑바로 쏘아본다.
가슴이 성가실 정도로 들썩이고 있었다. 쿵쿵 뛰는 심장이 혈액과 열기를 온몸으로 돌려 서서히 긴장으로 땀이 배어 온다. 소매를 잡은 손가락은 떨리고 있었다. 아마 무릎도 작게 떨고 있을 게 틀림없다.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끝내겠다고 벼르고 있던 결의는 선생님이 띄운 웃는 얼굴로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대신 가슴속에서 떠오른 기대라는 이름의 감정이, 확실한 노심을 형성해 유우카를 지지하고 있었다.
――― 마치,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
확증 없는 희망적 관측투성이의 망상이 갑자기 뚜렷한 윤곽을 동반하면서 유우카의 앞에 나타난 듯했다.
이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사랑한다고 안아주고 싶다.
속이 아프다. 마음이 초조해진다.
아아, 역시 이 사랑만은 버릴 수 없다.
몇 개의 가시에 찔려 찢겨져도 역시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이다.
아프기만 한 사랑으로 충분했다. 끝내다니, 그런 단순한 기분이 아니었다.
이 연애는 이제 하야세 유우카 그 자체였다.
유우카의 영혼에 철썩 들러붙어 일체화되어, 분명 이제 벗겨내는 건 불가능하고.
설령 그것이 유우카를 갉아먹는 독이었다 하더라도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단지, 이 가슴을 태우는 『사랑』 을, 당신에게 전해줄 수 있으면 된다.
"선생님, 좋아해요. 사랑하고 있습니다."
올곧게 마음을 전한다.
그것은, 그 말은, 유우카의 사랑의 증명이었다.
"계속, 쭉 좋아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쭉 변하지 않고 너무 좋아해요."
좀 더 로맨틱하고 운치 있는 말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목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이제 단순하고 직설적인 어휘뿐이고, 그렇기에 똑바로 닿으라고 몇 번이고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10년 치 연恋이었고 10년 치 애愛였다.
사실은 이런 말 따위로는 전할 수 없을 정도로 선생님을 좋아하지만, 유우카가 할 수 있는 건 말을 전하는 것 정도밖에 없으니까.
"곁에 있다고 싶다고, 계속 바라 왔어요..."
소매를 잡은 손은 버리지 말라고 매달리는 아이 같다.
사실 매달리고 있는 게 틀리지 않았다.
"안 된다면 싫다고 말해주세요. 지금 당장 제 손을 뿌리치고 여기에 두고 가세요. 흔들거라면 희망 따윈 품게 하지 마세요...!"
어느새 울고 있었다. 선생님을 올려다보는 시야는 흐릿하게 눈물로 일그러지고 가로등과 달빛이 수정체 안에서 어우러져 번진 흰색의 반점을 그린다. 스포트라이트를 닮은 그 빛의 입자 한가운데서 선생님이 유우카를 바라보고 있다.
선생님의 모습만 보였다. 그 밖의 모든 것은 눈물의 프리즘에 윤곽을 흐리고 시야 끝으로 내몰렸고, 지금 이 순간 유우카의 세계에는 선생님만이 비치고 있다.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있는 걸까, 하고 유우카는 눈물을 흘리며 생각한다.
사랑을 하면 세상이 바뀐다.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말이다.
처음 선생님을 만난 그날 유우카의 세계는 뒤집혔고, 그때부터 쭉 선생님이 세계의 한복판에 있었다. 그렇게 사랑하는 선생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의 빛깔은, 그것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웠는가.
세상은 아름답다. 선생님이 계신 이 세상은 아름다웠다.
그런데 왜 사랑은 이렇게 괴로울까?
힘든데 왜 포기할 수 없을까?
"진심을, 말해주세요... 속이지 말고, 가르쳐 주세요. 선생님...!"
쥐어짜는 말은 통곡과 다름없었다.
귀찮은 여자로 보이겠지, 라고 마음의 냉정한 부분에서 자조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만둘 수는 없다.
"무리라면 이번에야말로 포기하겠어요. 이제 이렇게 매달리거나 그런 건 다시는 안 할게요. 선생님 앞에도 나타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하지만 그런 얼굴을 보인다면 포기할 수 없잖아요!"
반쯤 고함을 지르며 말을 잇는다.
선생님은 아직 입을 다문 채.
"어째서 반갑게 웃는 건가요!? 왜 괴롭게 거절해요!? ... 저는 납득하려고 했어요, 10년 전 선생님이 제 고백을 거절했을 때의 일을!"
흩날리는 벚나무의 꽃보라.
아픔을 참듯이 유우카의 마음을 거부한 선생님.
눈을 감으면 생각난다. 한순간도 그 순간을 잊은 적이 없으니까.
"그때도 힘들게 차였어요. 괴로운 듯 『미안해』 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사실은 쭉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 선생님이 내심으로는 나를 좋아하고, 거절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 있어서, 그래서 그런 표정을 했다고! 난 아직도 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하고 울면서 외친다.
잡은 소매를 끌어당겨 반걸음 선생님과의 거리를 좁힌다.
"하지만, 어지간히 괴로웠어요. 10년이에요, 10년이나 지났다구요? 만났을 때의 선생님보다도 제 나이가 더 많아졌어요. 이제 20대도 끝나가요. 단 것도 기름진 것도 최근에는 먹는 데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이제 끝내려고 했어요. 이제 어린 시절의 첫사랑을, 미련 가득한 첫사랑을 끝내면 되는 건가요?"
왜냐하면 이루어질 리 없는 사랑이니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게 진실인지 미신인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사실 유우카의 첫사랑에 승산은 거의 없었다.
그러니까 끝내자고, 힘든 건 이제 그만하자고 선생님께 두 번째 고백을 했는데.
"... 왜, 같은 얼굴을 하나요."
결국 돌고 돌아서 그 말이다.
유우카가 아무리 말을 다 해도 마지막에 있는 것은 그 의문이다.
선생님의 진심을 알고 싶다.
희망을 품어도 된다면 안고 싶다.
보기 흉하게 이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 첫사랑에 유우카는 승부를 걸어도 될까.
"가르쳐주세요 선생님..."
어쩌면 선생님이 유우카를 좋아할지도 모르니까...
그런 소녀다움이 섞인 소원을 유우카는 버리지 않아도 되는 걸까.
"... 선생님은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것은 세 번째 고백이었다.
시선을 떼지 않고, 흔들림 없이, 똑바로 올려다본 눈동자 끝에서 선생님이 작게 눈을 깜빡인다.
"선생님."
재차 던진 부름에 그제야 선생님은 체념한 듯 입을 열었다.
"유우카."
이름을 불린다. 들어본 적도 없는, 유난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귓전에서 들려온 소리에 뇌를 직접 쓰다듬은 듯한 착각이 들었다. 쭈뼛, 하고 등골이 떨리고, 꿀꺽, 하고 유우카는 숨을 삼킨다.
선생님의 손이 유우카의 손을 잡는다. 너무 힘을 주어 하얗게 질린 손가락 끝을 풀어주듯 따듯하게 감싸온다.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렸다. 이제 반걸음, 이번에는 선생님이 유우카를 끌어당기고 꼭 껴안는다.
"――윽!?"
갑자기 안아온 선생님의 체온에 놀랐다.
온몸의 혈액이 단숨에 뺨에 집중되어 펑 하고 불이 날 정도로 뜨거운 감각.
선생님이 일으킨 일련의 행동을 따라가지 못하는 뇌수에 쐐기를 박듯 선생님이 유우카의 귓가에 속삭인다.
"미안, 미안해. 숨기고 있어서 미안."
들려온 말은 사과였다. 하지만 고백의 답장을 할 때 같은, 그런 의미의 『미안』 이 아니라.
오히려 자애로운, 따스함을 느끼는 소리의 울림에 유우카는 느꼈다.
"계속 말하지 못해 미안해. 유우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도망만 가서 미안해.
"... 선, 생님."
전하는 말 하나하나를 천천히 음미한다.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완전히 익숙해진 젖은 뺨의 감각을 느끼며 선생님의 어깻죽지에 얼굴을 묻는다. 그런 유우카를 달래는 듯한 손놀림으로 선생님이 툭, 유우카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듯이.
슬퍼하는 애인을 위로하듯이.
사랑스러움과 부드러움이 넘치는 그런 종류의 손놀림이었다.
그 손놀림에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고 유우카는 느낀다.
천천히, 안심감에 눈물이 멈추어 간다.
왜냐하면 앞으로 이어질 말은 유우카가 기다리던 말임이 틀림없으니까.
"――― 나도, 유우카를 좋아해."
그렇게 전해진 선생님의 고백에 유우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계속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10년이다. 10년 동안이나 그 말만을 꿈꿨다.
――아아, 살아 있어서 다행이다.
마음속 깊이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 있었던 수만의 고통과 슬픔이 비로소 보상받았다고 느꼈다.
유우카는 지금 이때를 맞이하기 위해 끊임없이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으니까.
밀착된 선생님의 등에 팔을 두른다. 이제 안아도 용서받을 수 있을까 하고 조심스레 힘을 주었다.
양복 너머 선생님의 등에 닿는다. 그대로 천천히 껴안는다. 부둥켜안고 붙어 있던 몸끼리 더욱 밀착해 다가온 선생님의 체온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있다.
답례라도 하듯 선생님도 유우카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주고 한밤중의 하늘 아래서 유우카와 선생님은 서로 껴안는다.
"사실은, 오래전부터 좋아했었어."
겨우 느낄 수 있었던 선생님의 온도에 젖어있으려니 선생님이 참회하듯 말하기 시작했다.
유우카는 입을 다물고 그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린다.
"처음 고백받았을 때도 기쁘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유우카의 마음은 젊음에서 온 한때의 망설임이겠지, 하고 그렇게 생각했어."
"방황 같은 게 아니에요."
"알고 있어. 하지만, 그때는 그렇게 생각했거든. 유우카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모르는 게 별처럼 생겨서 분명 멋진 만남이라든지 운명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그 앞에서 많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건, 하고 반박하려다 입을 닫는다.
선생님의 말이 모두 틀린 건 아니었다. 사실 그때 유우카는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것도 너무 많았다.
그래도 선생님을 좋아한다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사실 그때보다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그래서 내 마음에는 뚜껑을 덮고 유우카를 나에게 묶어두지 말자고 생각한 거야. 고백을 거절했을 때도 마음이 들키지 않도록 열심히 숨길 생각이었지."
"...전혀 숨기지 못했어요."
"내 속에서는 숨길 수 있었거든!"
쿡 찌르듯 속삭인 건 사소한 원한에서 온 보복.
그걸로 숨겼다고 말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라고 유우카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생각했다. 덕분에 유우카가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
어쨌든! 하고 얼버무리듯이 선생님은 강하게 말하고, 이야기를 계속한다.
"이후에도 계속 그랬어. 유우카의 기분은 알아도, 열심히 눈치채지 못하는 척하기로 마음먹었어. 언젠가 유우카 안에 있는 『젊음이 보여주는 반짝임』이 사라져 나를 향한 마음을 잊을 때까지."
"...그래서 10년인가요?"
"내 안에서 유우카는 계속 학생이었어. 지켜주고, 이끌어주는 그런 아이. 아까 유우카를 만나고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했을 때 갑자기 깜짝 놀랐지. 아아, 이 아이는 이제... 어린애 따위가 아니구나 하고."
"너무 늦었어요... 정말이지, 너무 늦었어요."
"미안."
툭, 하고 어깻죽지를 들이받았다.
얼마나 둔한 사람인가, 하고 유우카는 기가 막혀 버렸다.
그렇지만 그런 점도 좋다고 생각되어, 스스로도 엄청 콩깍지가 씌었구나 하고 쓴웃음 짓는다.
"벌써 어른이 됐다구요.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울 수 있어요. 이런저런 술을 알고, 여러 가지를 마시고, 좋아하는 부류나 할인 방법도 이미 알고 있어요."
"응."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누군가를 두고도 이미 판별할 수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같은 사람을... 게다가 한 번 차인 상대를 계속 좋아하고 있을 수는 없어요."
"그, 그렇지."
"그렇다구요. 행복도 운명도 이제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요. 스스로 결정하고 그래도 선생님밖에 생각할 수 없어요."
어깻죽지에 묻은 머리를 떼고 선생님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검은 그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유우카는 킥킥거리며 볼을 느슨하게 했다.
"몇 번이고 말할게요, 선생님."
어쨌든, 고인 마음은 십 년치다.
그 전부가 전해질 때까지 유우카는 몇 번이고 마음을 전한다.
"정말 좋아해요. 계속 곁에 있고 싶어요."
같이 태어나지는 못했으니까.
적어도 함께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다.
이 심장이, 그 노심이 불을 잃고 유우카의 숨소리가 사라져 버리는 그날까지.
당신 곁에서 살아가고 싶다.
살아가도록 허락해줬으면 한다.
"――― 사랑해요. 선생님."
말을 형상화하며 눈을 감는다.
떨어진 입술의 거리는 15cm
그 거리를 제로로 채우면 조금은 사랑을 전할 수 있을까.
당신 곁의 원하던 평생 영원에 다가갈 수 있을까.
"―――――"
닿은 시간은 단 5초.
갈라진 선생님의 입술 감촉에 유우카는 소녀처럼 볼을 붉힌다.
아아, 그것은, 그것은 얼마나 행복한 5초였을까.
"... 왠지 부끄럽네요."
눈을 뜨면 유우카처럼 빨개진 선생님의 얼굴.
모호하게 흔들리고 있는 그 시선이 우스워서 유우카는 작게 숨을 내쉬었다.
"있잖아요, 선생님."
호소하면 쑥스러운 시선이 유우카를 인식한다.
선생님의 시야를 독차지한다. 유우카는 독점욕에 미소 짓고 입술에 검지를 천천히 갖다 댔다.
"좋아한다고 말해줘요."
"...좋아해, 유우카."
"다시 한번."
"좋아해."
"다시 한번."
"사랑해, 유우카."
"... 후훗, 네. 저도 사랑해요."
갓 사귄 고등학생 같은 대화구나, 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그걸로 됐다. 그 정도가 좋다.
아프고 힘들었던 사랑이 이루어진 끝에 있는 시간은 특출나게 달콤한 정도가 딱 좋다.
키스하죠, 라며 유우카가 조른다.
이번에는 선생님부터 하세요, 하고 발돋움하자 선생님의 손이 뺨을 감쌌다.
천천히 눈을 감고 뺨에 느껴지는 체온에 몸을 맡긴다.
두 번째 키스는 첫 번째 보다 사랑스럽다.
――― 너무 행복해서 어떻게 되버릴 것 같아.
맨살끼리의 애정 교환회에 빠지면서 유우카는 행복에 눈물 흘린다.
오늘은 울기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런 날이 있어도 괜찮다.
왜냐하면 오늘은 기념일이고, 게다가 앞으로는 우는 것보다 웃고 있는 날이 훨씬 많아질 테니까.
이 앞에 믿어 의심치 않는 행복의 기척에 젖어 들며 유우카는 선생님의 등에 두르고 있던 손을 천천히 푼다.
그러고 나서 그 손을 자신의 뺨까지 움직여 볼에 닿은 선생님의 손 위에 포개어 놓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입술을 떼고 숨결이 닿을 정도의 근거리에서 서로 웃었다.
"... 계속, 유우카 곁에 있어도 될까?"
"안 될 리가 없잖아요...!"
말하면서 겹친 손가락을 하나하나 얽어간다.
풀려서 떨어져 버리지 않도록, 계속 연결된 채로 있을 수 있도록.
――― 이 손에 느껴지는 온도만은, 앞으로 평생 놓지 않겠다.
가슴속에서 외친 그 말에 작게 다짐 대신 숨을 흘리며.
얽히고설킨 손의 감촉에 유우카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가슴에 있는 이 『사랑』 의 종점은 당신 곁에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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