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츠루기가 나를 피하고 있다.
이유는 아마 얼마 전에 온천에서 서로 알몸으로 마주쳤던 것 때문이겠지.
그 후로 나를 피하는 건 물론이고 전화나 모모톡조차 받지 않는다.
심정은 이해한다만 더 이상 츠루기를 놀려먹지 못해 금단증상이 생기고 있다.
아무래도 미끼를 써서 잡아야 할 것 같다.
"앗,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점심시간의 트리니티 어느 뒷골목, 내게 인사를 건네는 레이사에게 다가갔다.
"안녕, 순찰 돌고 있었니?"
"네! 오늘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기특해라."
꽈악
"서, 선생님!?"
"레이, 아니 테르밋 핑크. 왜 전화 안 받았어?"
"수, 순찰 중이라 못 봐서 그랬습니다! 그보다 이건 갑자기!?"
내가 갑자기 레이사를 들어올리자 당황한 그녀가 발버둥쳤다.
그 모습이 귀여워 볼 콕콕 찌르며 대답해줬다.
"납치."
"어, 어째서요!?"
"전화 안 받은 괘씸죄."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여기 있지, 어디 있긴 어디 있어."
"이, 이건 배신입니다! 어서 테르밋 핑크를 놓아주시는 겁니다!"
"싫어, 임마."
"흐아..."
"어허, 우자와니까 흐아앙이 아니고 우자앙하고 울어야지."
"지금은 테르밋 핑크니까 테에엥이 맞지 않습니까?"
"그건 좀 호불호가 갈리는 말이라 안 된단다."
"우자아앙..."
"옳지."
쓰담쓰담
"헤헤..."
"어허, 납치당하는데 웃으면 안돼지, 어서 다시 울도록."
"우자아아앙!"
"옳지."
쓰담쓰담
"헤헤..."
"레이사, 대화가 끝나지 않는다."
귀엽게 우는 레이사를 안아들고 나는 목적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앗, 선생님!"
"안녕, 얘들아. 하스미랑 이치카는 오늘 없니?"
얼마 지나지 않아 순찰 중이던 정의실현부와 마주쳤다.
우리를 발견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달려왔다.
"잠깐 다른 곳에 갔어요!"
"그보다 선생님은 뭐하고 계셨어요!?"
"너희 학생 유괴하고 있었어."
레이사를 안고 있는 팔을 들어 그녀를 보여줬다.
탈출을 포기하고 내 품에 안겨 자고 있던 레이사는 소란스러움과 진동에 깨어났다.
"안녕, 레이사!"
"레이사 쨩, 안녕!"
"인사만 하지 말고 구해주세요!"
정의실현부원들을 발견하고 희망을 가졌던 레이사는 자신을 보고도 태평한 아이들의 반응에 따져봤지만, 더 태평한 대답 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뭘 구해줘?"
"이제 점심 끝날 시간이니까... 디저트?"
"그건 그... 누구더라? 방디부 아니야?"
"그런가?"
"그게 아니고 구해주세요! 선생님이 저를 납치하고 있다고요!"
"아... 그거?"
"부럽다."
"선생님! 저도 순찰 땡땡이 치고 싶은데 데려가 주세요!"
"안돼, 이것들아."
"왜요!"
"차별은 나빠요!"
"이치카가 알면 혼나."
"힝..."
"그건 어쩔 수 없죠."
"그럼 선생님은 바빠서 이만 가볼게."
"안녕히 가세요!"
"레이사도 잘 가!"
"나중에 또 놀러오세요!"
"우자아앙! 구해달란 말입니다아!"
울부짖는 레이사를 다시 안아들고 정의실현부 아이들과 헤어졌다.
그래도 등 좀 두드려 주니까 다시 얌전해졌다.
"자, 그러면 이제 진짜 목적지에 바로 가볼까?"
"어디를 간다고?"
"아, 깜짝이야! 아... 카즈사구나?"
"카스팔루그!"
레이사를 진정시키자마자 뒤에서 누가 튀어나왔다.
카즈사가 궁금하다는 얼굴로 나와 레이사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응, 안녕. 그보다 둘이 사이좋게 어디로 가고 있었어?"
"할 게 있어서 레이사 좀 납치하고 있었어."
"아..."
카즈사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고양이귀가 같이 팔랑거렸다.
귀엽네.
"뭘 납득하고 있는 겁니까! 당장 구해주세요!"
"아...? 왜?"
"그, 그건! 그...건?"
"왜 나를 쳐다보니?"
"선생님, 저를 데려가서 뭘 하려고 하셨습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묻니, 레이사야.
그래도 재밌을 거 같으니 대답은 해줘야지.
"너를 이용해서 츠루기를 유인한 다음에 붙잡아서 샬레에 데려갈 거야."
"정의실현부장을! 대체 왜!"
"요새 자꾸 나를 피해서 관계 좀 회복하려고."
"들으셨습니까!? 타락한 선생님이 이런 사악한 계획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어서 도와주세요!"
"카즈사는 이미 저기로 갔는데?"
이미 다시 갈 길 가기 시작한 카즈사를 가리키자 레이사는 절망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카스팔루그! 카스팔루그으으! 어째서어어어!!"
"응? 아. 나도 같이 데려가 달라고 하고 싶은데 우리 특별공연이 코앞이라 시간이 없어."
"축제 때 연주한다는 그거 말이지? 꼭 갈게."
"기다릴게, 선생님. 안 오면 그때는 내가 잡아올 거니까 꼭 오라고?"
"그래. 잘 가, 카즈사."
"카스팔루그으으으!"
레이사의 외침이 건물벽에 부딪히며 크게 퍼졌지만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어째서...?"
"이게 다 내가 치밀하게 계획을 짰기 때문이지, 테르밋 핑크."
"우자아... 저는 타락한 빌런에게 꼼짝없이 당한 겁니까...?"
"크크큭, 그렇다. 그러니 얌전히 따라오도록."
절망한 레이사의 머리를 열심히 쓰다듬어주자 바로 표정이 풀리며 얌전해졌다.
이제 진짜 안 막히고 갈 수 있겠지.
끼이익
트리니티 외곽의 폐허에 있는 폐공장의 문을 열었다.
낡은 경첩이 뒤틀리며 내는 소음에 레이사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폈고, 곧 선객이 있음을 발견했다.
"저, 저 사람들은!?"
"한 명만 잡아오면 나기사가 츠루기까지는 안 부를 거 같아서 몇 명 더 데려왔지."
"읍!?"
"으읍!"
의자에 묶여있던 세리나와 마리는 내 목소리가 들리자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저 두 명은 대체 어떻게 납치한 겁니까!"
"전화로 부르니까 바로 오던데?"
"엑. 이런 인적도 없는 곳에요?"
"응."
레이사가 어울리지 않게 묘한 시선으로 두 명을 쳐다봤다.
눈이 마주친 세리나와 마리가 몸부림을 멈추고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이제 너도 옆에 앉자."
"우, 우자아앙! 제발 풀어주시는 겁니다! 저 테르밋 핑크가 이런 사악한 일에 이용될 수는 없어요!"
"있어."
"우, 읍! 으읍!"
레이사까지 재갈을 물리고 그 앞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복면을 착용했다.
이제 다 됐다.
"아로나, 프라나. 연결해."
[긴말은 하지 않겠다. 좋은 말로 할 때 내가 지정한 계좌에 크레딧을 입금해라.]
티파티의 호스트 3명이 전부 모여 심각한 얼굴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분위기에 주변에 선 호위들도 표정이 굳은 가운데 영상 속 괴한이 말을 이었다.
[만약 구출하겠답시고 부대를 보내거나 시간을 끄는 등 개수작을 부린다면... 이 3명은 내가 데려가겠다. 걱정하지 마라, 아주 잘 돌봐주도록 하지.]
비열하게 웃는 괴한을 보며 입술을 짓씹은 나기사가 입을 열었다.
"실종된 학생들의 마지막 행적은 확인됐습니까?"
"예. 한 명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두 명은 선생님의 연락을 받고 급히 어딘가로 나갔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고요?"
"예. 위치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문득 나기사의 머릿속에 최악의 가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애써 부정하며 생각을 집어넣은 그녀는 명령을 내렸다.
"정의실현부장을 부르세요."
"네!"
'설마 아니겠죠, 선생님...?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혹시라도... 아니 제발...'
온갖 의심과 걱정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하며 그녀는 그저 선생과 사라진 학생들이 무사하기만을 빌었다.
"어때?"
[정의실현부의 움직임을 확인. 이곳으로 오고 있습니다.]
"츠루기도 있지?"
[긍정. 선두에 있습니다, 가장 먼저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좋아..."
"선생님..."
"응? 왜 그래?"
"역시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안 될까요오..."
"당연히 안돼지. 여기까지 와서 장난이었다고 해봤자 달라질 것도 없다고."
"우우..."
마리와 레이사에게 떠밀려 얼떨결에 대표로 나선 세리나가 나를 말렸지만, 바로 거절해줬다.
지금 당장이라도 츠루기를 붙잡은 뒤 마구 쓰담고 싶단 말이다.
쓰담쓰담
"앗..."
"너무 걱정하지 말고 츠루기 퇴로만 잘 막아줘."
"저희한테는 엄청 무리에요오..."
"괜찮아, 몇 초만 붙잡으면 돼. 당황해서 제대로 몸도 못 가눌 거야."
결국 내 논리정연한 설명에 설득된 마리와 레이사는 눈물을 삼키며 문 뒤에 숨어 매복했다.
세리나는 손이 허전해서 붙잡은 채 마구 쓰담아 줬다.
[바로 앞까지 도착했습니다. 곧 진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선생님.]
"으흐흐..."
[우와. 지금 표정 엄청 위험한 사람처럼 보였어요, 선생님.]
[긍정.]
콰앙
"키에에에에엑!"
"와, 와아... 정의실현부장님이다아... 제발 도, 도와주세요오..."
티파티의 다급한 연락을 받고 출동한 켄자키 츠루기는 폐공장의 문을 발차기로 부수고 순식간에 진입했다.
공장에 들어오자마자 그녀가 본 것은 간절히 도움을 구하는 구호기사단의 스미 세리나와 그녀를 희롱하고 있는 납치범이었다.
나머지 2명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어디에서 무슨 짓을 당하고 있든 자신이라면 무사히 구출할 자신이 있었으니까.
오히려 여기서 망설인다면 더 위험해질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곧 피를 볼 생각에 흥분한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돌격하려는 순간 납치범이 복면에 손을 가져갔다.
"죽을 준비는 됐겠지!!!! 케에에에에에에에....에!? 에...?"
"오랜만이다, 츠루기."
"..."
"츠루기?"
"...에?"
"뭘 못 본 척을 하고 있어? 일루와, 임마."
"아이에에에에에에에에! 선생님!? 왜!?"
복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 선생을 확인한 그녀는 당황하며 뒷걸음질을 쳤지만, 그 순간 양옆에서 누군가 달려와 츠루기의 양팔을 붙잡았다.
꽈악
"케에엑! 이, 이건! 나머지 두 명...!?"
"죄, 죄송합니다! 나중에 회개할게요!"
"우, 우자아아앙! 이제 저도 몰라요!"
"아, 안돼..."
"안돼긴 뭐가 안돼."
구출하러 온 자신을 붙잡고 있는 인질들과 점점 다가오는 선생.
모든 정황을 깨달은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주저앉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저항을 시도했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시끄럽고 당장 일루와잇!"
하지만 선생의 마수는 아랑곳 않고 빠르게 자신을 덮쳤다.
[켄자키 츠루기-정의실현부장]
"아."
"나기 쨩? 무슨 일이야?"
정의실현부를 보낸 후 긴장을 졸이고 있던 나기사는 미카의 질문에 섣불리 대답하지 못 했다.
문제가 커지는 걸 막기 위해 부르지 않으려 했지만, 갑작스럽게 방문한 그녀를 내쫓지도 못 하고 애써 화제를 돌리고 있었다.
여태 잘 감추고 있었지만 방금의 탄식 한 번에서 뭔가를 느꼈는지 미카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게..."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미카."
연결음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
자리를 피하고 전화를 받아봤자 더 큰 의심을 부를게 뻔하고, 이렇게 계속 입을 다문 채 대치해도 마찬가지의 결과를 부를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나기사는 결국 츠루기의 전화를 받았다.
'그보다 정희실현부장은 대체 왜 화상으로 전화를 건 걸까요? 혹시 뭐라도 잘못됐다면 미카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는데.'
삑
[크크큭. 안녕하신가, 티파티 여러분?]
"어?"
"에?"
화면을 보자마자 나기사와 미카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크큭, 순진한 녀석들. 이렇게 쉽게 츠루기 쨩을 불러주다니. 고맙다고 감사 인사라도 해야 되나?]
[끼에에에에...]
"에? 아? 어?"
"와...오?"
자신에게 영상을 보냈던 납치범이 켄자키 츠루기를 안아들고 있었다.
그 정의실현부장을.
그것도 모자라 자유롭게 머리를 쓰다듬고 있음에도 그녀는 저항은커녕 오히려 어린아이처럼 무력하게 떨고 있었다.
그녀의 뇌가 이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를 대체 어떻게? 그리고 다른 부원들은? 인질들은? 그 짧은 시간에 어떻게 제압한 거지? 배경을 보면 분명 방금 전과 똑같은 장소고 딱히 전투의 흔적도 안 보이는데?'
미카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녀의 팔을 흔들며 대답을 재촉했다.
"나, 나기 쨩? 이거 뭐야? 몰카?"
"아, 아니 이건 그러니까... 그러니까?"
[덕분에 내 원래 목적인 츠루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자 그럼 츠루기, 티파티아 작별 인사를 하도록.]
[키, 키에엑? 키에에. 끼에에엑!]
[뭐? 부끄러우니까 봐 달라고? 안돼. 나만 보면 도망쳤던 벌이야.]
[끼에에에에... 아, 알겠습니다아...]
납치범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츠루기는 간신히 고개를 들고 카메라와 납치범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리고 곧 결심했는지 양손 손가락 두 개를 펴 V자를 만든 후 혀를 빼들고 말했다.
[이, 이름은 켄자키 츠루기... 트리니티 종합학원 3학년이자... 정의실현부의 부장...이었습니다만...]
"에? 에?"
"나기 쨩? 이거 진짜 뭐야!? 이거 몰카 맞지? 아니면 저기가 어딘지 말해줘! 나라도 갈게!"
[지, 지은 죄가 있기에... 이, 이제는... 샬레에 가서... 선생님의 것이 되겠습니다아앗!]
"네...?"
"...누구?"
눈을 까뒤집고 내지른 츠루기의 마지막 말에 나기사와 미카의 정신이 돌아왔다.
"선생님?"
두 명의 입이 동시에 열리자 화면 너머의 납치범이 그에 대답하려는 듯 복면을 잡고 그대로 벗었다.
드러난 얼굴은 그녀들이 예상한 대로였다.
[얘들아 안녕.]
"아, 안녕하세요?"
[츠루기가 한 말은 들었지?]
"네? 아, 네? 네?! 그렇죠?"
[그럼 잘 있어. 나랑 츠루기는 같이 살러 갈게. 나중에 또 보자.]
[자, 잘 부탁드립니다아...]
[선생님!? 부장님은 놓고 가시는 검다! 부원 여러분들도 이거 놓으십시요!]
[선생님! 선배님들은 저희가 붙잡고 있을게요! 어서 가세요!]
[고맙다 얘들아!]
뚝
통화가 끊겼다.
"..."
"..."
아마 다른 것도.
끼이익
"미카? 어디 가시는 건가요?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얘기를 조금, 미카? 대전차 미사일은 왜 챙기시는 거죠? 미카? 미카? 미카!?"
콰앙
"미카아아아아아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잡혔다.
미카 엄청 빠르더라.
미카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용서를 구했지만, 단단히 화났는지 하루종일 나를 안고 놔주지를 안았다.
나기사도 나를 도와주지 않고 옆에서 계속 혼내는 탓에 츠루기는 데려가지 못하게 됐다.
'다음에는 꼭...'
결국 그날 하루 미카를 달래며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리신 걸 보니 나중에 더 큰일날 것 같네요. 그렇죠, 프라나 쨩?]
[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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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쁘니 당신콘

어흐흐 선생한테 제압당해주다니 학생들 WWE라 생각하니 더더욱 좋구나
레이사 커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