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 #S #드라마 #아오바
원본 by 鈍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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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도 정가 108엔짜리 초코칩 메론빵을 팔까?
아마 안 팔겠지 싶다.
뇌리에 떠오르는 '천국'은 왠지 깔끔하고, 왠지 완벽해서 분명 나 같은 건 갈 수 없는 장소다.
퇴근길에 먹는 그 투박하고도 사랑스러운 단맛도 천국에는 필요 없을 것이다.
그건─정말이지, 아주 조금 쓸쓸한 일이다.
아침 8시, 당연하다는 듯 밤을 지새웠다.
살짝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홀로 숨을 내뱉는다.
최근 들어 가장 힘겨운 날이었다.
이 밤으로 세계가 끝나는 게 아닐지 싶을 정도로 쌓여있던 업무의 폭풍은 미친 듯이 몰아치고, 바다를 뒤흔들고, 거리들을 날려버린 뒤 떠나갔다.
그 끝에 남겨진 차량기지에는 도리어 평온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이 시간까지 남아 있는 건 나뿐이지만.
가져온 갈아입을 옷을 챙겨 입고 킁킁, 하며 연신 냄새를 맡아본다.
적어도 기름이나 그을음 냄새가 코를 찌르지는 않는다.
일단 세면대에서 얼굴도 깨끗이 씻었으니 아마 괜찮을 거다.
짐을 챙기고 스마트폰 알림창을 확인한 뒤, 손거울에 비친 민달팽이 같은 다크서클을 보며 한숨을 한 번.
밤샘 직후, 오늘도 역시나 컨디션은 최악이다.
부스스한 머리를 최대한 정돈하고 기지의 문을 열자 미지근한 바람이 뺨을 스쳤다.
오늘 아침 햇살은 부드럽다.
평소라면 이 정도 밝기에도 눈이 부시다며 미간을 찌푸렸을 게 뻔하다.
밤샘 특유의 끈적거림에 줄곧 불쾌해하며, 세상을 향해 온갖 저주를 퍼부으면서 귀가하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다르다.
세상을 부정하고 있을 처지도 아니고, 그럴 여유도 없다.
『일하느라 고생 많아. 그쪽 업무는 끝날 것 같아?』
액정이 깨진 스마트폰을 열어 몇 번이나 다시 봤는지 모를 모모톡 화면을 다시 띄운다.
일이 막바지에 다다랐던 새벽 4시, 갑자기 날아온 메시지.
알림이 울렸을 때, 죽은 눈으로 업무를 이어가던 내가 펄쩍 뛰어오른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그건 졸음도 피로도 한 방에 날려버릴 자그마한 천재지변이었다.
혼자 멋대로 뺨을 붉히며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니, 아무래도 선생님도 쌓인 업무를 상대로 밤샘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선생님도 고생이 많으시네요……. 오늘도 샬레에 계신가요?』
『아니, 오늘은 볼일이 있어서 OO구 쪽이야』
『앗』
『분명 아오바의 차량기지랑 가까웠지? 그래서 연락해 봤어.』
업무를 계속하며 주고받는 대화, 그 흐름이 점점 묘해지기 시작한다.
사실 그건 눈부신 빛이었지만, 그 빛의 무게는 구름처럼 짓눌러오며 나의 불안을 자극했다.
눈부심을 받아들일 수용체가 결여된 나를 제쳐둔 채, 따라잡을 수 없는 전개가 계속되어─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퇴근할까. 그쪽으로 갈게.』
“…아아아아아……!!”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소소한 발광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실은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기쁘지만, 역시 밤샘 직후의 모습으로 만나는 건 소녀로서 싫다.
아아, 이제 다 어떻게든 될 대로 돼라.
부지런히 보도를 걸어 약속 장소로 향하며 연신 시간을 확인하는 나와,
엉망진창이 된 머릿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내가 지독하게 괴리되면서도 동시에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은 8시 21분, 약속 시간까지 남은 건 9분 남짓.
문득 날갯짓 소리가 들려 시선을 올리니 얄미울 정도로 맑은 하늘을 작은 제비 한 마리가 날고 있다.
봄도 그 전성기를 지나 완만한 정체가 퍼져나가는 계절.
약속 장소는 아무런 특징도 없는 자판기 앞이었다.
그곳은 분명 보통의 약속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은 그저 흔한 길거리의 풍경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곳을 약속 장소로 정한 것은 예전에 선생님이 내 일을 도와주러 와주었을 때의 추억 때문이었다.
빨간 도색은 조금 벗겨지고 곳곳이 녹슨 낡은 자판기.
이곳에서 150엔짜리 음료수를 사주셔서 한 병씩 나누어 마셨다.
그저, 그것뿐이다.
그것뿐이지만.
자판기에 줄지어 선 음료들을 슬쩍 노려본다.
계절이 바뀌어 내 기억 속의 라인업과는 딴판이다.
그래도 예전에 우리가 마셨던 음료는 구석진 곳에 남아 있어 조금은 안도감을 느꼈다.
그때, 갑자기 뒤에서 뻗어 나온 손이 음료수 버튼을 눌렀다.
“이거 마시고 싶어?”
뒤를 돌아본다.
역시나, 라는 말이 가슴 깊은 곳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고, 그렇게나 마음의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염치없이 얼굴이 붉어진다.
나보다도 깊은 다크서클, 부스스하게 방치된 머리카락, 왠지 모르게 뺨에 붙은 네모난 거즈.
누가 봐도 밤샘 직후라고 얼굴로 말하는 듯한 초췌한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부드러운 미소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히아아……!? 서, 선생님……!!”
“안녕, 아오바. 일하느라 고생했어.”
선생님은 조금 졸린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마치 뭔가 아름다운 것이라도 본 것처럼 그 눈동자가 다정하게 빛나고 있다.
아아, 제발 그런 눈으로 저를 보지 마세요.
이런 저를, 당신의 그 겁날 정도로 부드러운 눈빛으로 비추지 마세요.
당신의 말에 대답해야 하는데, 머릿속을 맴도는 건 넘쳐나는 햇살에 타버린 잔해 같은 잡동사니뿐이다.
“서, 서서, 선생님도, 좋은 아침이에요……!!”
“후후, 아침부터 아오바를 만나서 기쁜걸.”
덜컹, 소리를 내며 배출구로 떨어진 음료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어 선생님이 내 앞으로 내민다.
음료수를 앞에 두고 허둥대는 나를 선생님은 다시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갈까.”
그렇게 걷기 시작한다.
아마 귀가 방향은 같을 테니 이왕이면 어디서 아침 식사라도 할까.
내 보폭에 맞춰 걸으며 선생님은 띄엄띄엄 말을 건넨다.
나는 아까 받은 음료수를 마시지도 못한 채 품에 안고 애매한 대답만 돌려줄 뿐이다.
모처럼 선생님을 만났는데, 내 곁에 선생님이 있는데, 이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손을 흔들며 헤어지는 것.
그것만은 싫다.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아주 조금은 용기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저기, 선생님.”
“응, 왜?”
만나자마자 하는 소리가 어리광이 되어버리겠지만 그래도.
선생님이라면 분명 받아줄 거라고─그렇게 기대하고 싶어졌으니까.
“오늘은 조금, 들르고 싶은 곳이 있는데요.”
“여기는…….”
“헤헤…여기, 사람도 없고 지름길이기도 해서요.”
골목길을 두 번 지나고, 수풀 사이를 빠져나온 끝.
약간 가파른 경사를 다 올라간 우리는 발걸음을 멈춘다.
우리를 맞이한 것은 발목까지 자란 초록빛 풀들과 듬성듬성 색채를 뽐내는 꽃들.
그리고 그것들을 두른 채 탁 트인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버려진 철길이었다.
“꽤 오래전에 선로만 만들어지고, 그 뒤로 열차를 운행할 계획 자체가 없어져 버렸대요.
다시 살릴 기미도 안 보이고…그래서 가끔 제가 좋아하는 지름길로 쓰고 있거든요.”
그렇다, 나는 가끔 이 길을 이용한다.
변함없는 거리 풍경에서 조금 벗어난 듯한, 어딘가 세상이 끝난 뒤 같은 분위기마저 감도는 이 길을 걸어 귀가하는 것을 나는 좋아했다.
일에 지쳤을 때 이 길을 통해 돌아가며 아주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곤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나만의 비밀기지 같은 곳이었다.
“모처럼이니까 선생님도 초대하고 싶어서요.
아, 저기…마음에 드셨다면 기쁘겠, 는데요…….”
조심스레 선생님 쪽을 살핀다.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그저 눈앞의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그 눈에는 분명한 반짝임이 있었다.
“대단해.” 선생님이 짧게 한마디를 내뱉는다.
그 말을 듣고 깊은 안도감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생각한다.
─아아, 선생님이 가끔 보여주는 소년 같은 천진난만함이 나는 좋다.
“대단해, 정말 멋져, 아오바. 이 구역에 이런 예쁜 곳이 있었다니.”
“……!! 에헤헤…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뻐요─히약!?”
휘청.
시야가 바닥을 향해 급강하한다.
선생님 쪽을 보며 걷기 시작한 탓에 선로에 발이 걸렸다.
그런 사실을 제대로 인식한 것은 지면에 부딪혔어야 할 몸이 멈추고 내 오른손을 선생님의 손이 감싸고 있다는 걸 깨달은 직후였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체온이 뺨으로 집중되는 것을 느낀다.
“…!? 저, 저기, 죄송해요!?”
“아냐 아냐, 아오바가 안 넘어져서 다행이야.
선로니까 확실히 발밑이 위험하네. 안 그래도 주의력이 떨어져 있을 텐데.”
최악이다, 최악 중의 최악.
오늘만큼은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는데.
집에 가면 평온하게 잠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또 침대 위에서 몸부림칠 구실이 생겨버렸다.
선생님에게서 광속으로 떨어지며 홀로 뛰는 심장을 원망했다.
둔해 빠진 스스로가 다시금 싫어진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문득 내 앞에 다시 손이 내밀어졌다.
“넘어지지 않게 손잡고 걸을까? 둘 다 밤새웠으니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든다.
선생님은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로 웃고 있었다.
아아, 정말이지.
이 사람은 꼭 이런 식이다.
당신이 내 마음속을 얼마나 헤집어 놓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당신 자신이 얼마나 잔인하고 부드러운 빛을 내뿜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아니, 어쩌면 알고 있으면서 이러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새빨개진 얼굴로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머뭇머뭇, 정말 신중하게 선생님의 손을 잡는다.
1초 전까지 닿아있던 것인데도.
살며시 겹쳐진 손이 다정하게 쥐어진다.
“그럼, 갈까? 다시 한번 말이야.”
선생님의 손은 희미하게 따뜻했다.
그다음부터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니, 거짓말이다.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딘가 현실감이 없어서 내 기억이 아닌 것만 같다.
일어난 일로서 설명할 수는 있지만, 솔직히 지금의 나로서는 그 뒤의 일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선생님과 손을 잡고 선로 위를 걸어서 돌아갔다.
아침 8시 반의 끝없이 펼쳐진 푸른 하늘과 뺨을 스치는 미지근한 바람.
제멋대로 자란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 그 불완전함이 조금은 사랑스럽다.
우리가 짓밟는 풀꽃들, 그 냄새가 코끝을 살며시 간지럽힌다.
이 구역은 지대가 높아서 멀리 바다가 보였다.
수평선이 커다란 뭉게구름을 뿜어내고 있었다.
나비 한 마리가 얄궂게 우리 앞을 넘나들다 다시 어디론가 날아간다.
새들의 지저귐만이 우리의 발소리와 함께 신기한 리듬을 새기고 있었다.
손을 잡고 걸으며 선생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러 가지 사소한 이야기를 하며 둘이 웃었다.
선생님,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은 뭐예요?
선생님은 초코바를 좋아하고, 나는 소프트크림을 좋아한다.
바다에 가본 적이 없어요.
여름이 되면 같이 가자고 선생님은 말해주었다.
일은 여전히 힘들어요.
간부 녀석들의 억지 좀 어떻게 안 될까요.
푸른 하늘을 보면 가끔 가슴이 답답해져요.
하지만 곁에 선생님이 계시니까 무척 예뻐 보이네요.
왠지 여기는 마치 세상이 끝난 뒤 같은, 그런 기분이 들지 않나요?
…무슨 말이라도 좀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선생님, 천국은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세요?
천국에도 정가 108엔짜리 초코칩 메론빵을 팔까?
아마 안 팔겠지 싶다.
뇌리에 떠오르는 '천국'은 왠지 깔끔하고, 왠지 완벽해서 분명 나 같은 건 갈 수 없는 장소다.
줄곧 그렇게 생각했다.
선생님의 코트는 구겨져 있고, 눈에는 민달팽이 같은 다크서클이 두 개.
머리도 부스스하고 말투도 조금은 어눌하다.
나 역시 머리를 정돈하려 애썼지만, 여전히 엉망이다.
어쩌면 쇠 냄새와 기름 냄새가 남아있을지도 모르고 교복도 당장 빨고 싶다.
지금 당장 샤워하고 싶다.
둘 다 무엇 하나 완벽하지 않다.
그런데도.
이 귀갓길은, 둘만의 시간은, 이 시간을 보내는 나는 너무나도 눈부셔서 조금은 이상한 소리를 해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잠정적인 천국은 분명 여기였다.
의미불명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스스로도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분명히 그렇게 형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이야말로 선생님과 나만의, 한없이 천국이라 정의된 무언가에 가까운 장소였다.
그렇게 불러버려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이 추억은 부드럽게 내 마음에 자국을 남길 것이라고,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앞으로 내가 이 지름길을 이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의 울적한 나날은, 울적한 세상을 살아가는 평소의 나는 분명 천국행 입장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한 발짝이라도 들여놓으면 분명 더럽히고 말 테니까.
이 장소와 이 시간은 선생님과 나만의 언제까지나 남겨질 성역이다.
그러니까 분명, 좀처럼 지나갈 수 없을 것이다.
댓글 10
아바오 순애 개추 바오옹

바오오오
앞으로 지름길을 이용할 일이 없다는게 진짜 여운이 남네. 너무 특별해져서 다시 가면 그 특별함이 덮어지고 지워지고 가려질까봐 못간다는게 어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