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보토스.me
홈모음집마이페이지
SUBSCRIBED
EXPLORE
BA블루 아카이브BR봇치 더 록!ZZZ젠레스 존 제로GI원신HSR붕괴: 스타레일모든 채널 보기문의하기
블루 아카이브
블루 아카이브소설 핫산) 상처, 밤, 막차 그리고 한 명과 외톨이
/블루 아카이브
광고

#헤비 #순애 #노조미

원본 by 鈍Re:

============================

<1> ~ <5>

<1>

비참하고 울적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밤에는 전철을 탄다.

그러면 일단은 앞으로 나아가 주니까.

적어도 종점까지는.

한쪽 다리를 미세하게 끄는 어딘가 어설픈 걸음걸이로 시영 철도 개찰구를 빠져나왔다.

싯딤의 상자에 표시된 시각은 23시 12분.

막차 시간이 가까운 구내에는 인적이 없고, 약간 눈부신 인공적인 빛만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미세하게 숨을 내쉰다.

가늘고, 길게, 완만하게.

그렇게 하는 동안만은 어느 정도 고통이 가시는 느낌이 들었다.

머리와 팔에 감은 붕대,

심하게 더러워진 흰 가운과 파랗게 질린 얼굴.

부러지지는 않았지만, 거즈로 대충 고정한 왼팔은 아마 염좌인 듯했다.

붕대 곳곳에 스민 붉은색이 이미 마른 것은 다행이다.

걸을 때마다 몸 안에서 소란을 피우는 고통을 어떻게든 달래며, 홀로 샬레를 향하고 있다.

머리가 몹시 열을 띠는 것과 대조적으로 몸은 완만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의식이나 감각은 떠오르는 듯이 가벼운 반면, 현실의 육체에는 중력이 무겁게 짓누른다.

꿈속을 걷는 듯한 위태로운 발걸음과 입안에 여전히 남아있는 쇠 맛.

시야가 흐릿한 것은 피로 때문일 것이다, 분명.

딱히 죽을 정도의 상처는 아니다.

그러니 이것도 별다른 특별한 사태가 아니다.

다리를 절며 걷는 자신을 부감하며 한없이 온화하게, 아무런 의심 없이 그렇게 생각한다.

거리를 기계 장갑의 괴물이 습격하는 것도,

총격과 폭격이 난무하는 것도,

학생들이 푸른 하늘 아래에서 등교하는 것과 아무 다를 바 없는 일상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약간의 딱지를 안은 내가 있는 정도라면, 아무 영향도 없다.

그걸로 좋다.

정말로, 그걸로 충분했다.

마침 구내에 전철이 멈춰 있는 것을 보고 올라탔다.

이런 모습으로는 주변 승객이 겁먹을 텐데,

라는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아무도 없는 객실로 비틀거리며 이동한다.

좌석 한쪽에 앉는 것과 동시에 문이 닫힌다.

기분 좋은 흔들림이 지나가고, 차창 너머의 풍경이 가속하며 페이드 아웃된다.

샬레로 돌아가면 일단 제대로 응급처치를 하자.

샤워를 하자.

그것이 끝나면, 이번 일에 대한 서류를 빨리 처리해 버릴까.

애초에 쌓인 서류가 있을 테니 그것도 소화하고.

그렇게 머릿속으로 맴도는 사고가 자리에 앉는 순간 고통과 함께 흐릿하게 번지기 시작한다.

큰일 났네, 피를 좀 많이 흘렸나.

스스로가 몽롱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마수가 이미 목덜미까지 다가와 있었다.

문득 차창으로 시선을 돌린다.

의외로 키보토스 거리는 여전히 밝고, 야경이 부드러운 빛이 되어 유리를 수놓고 있었다.

아름답다, 라고 느끼고,

어째서인지 너덜너덜한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우스꽝스러워 숨을 내쉬듯 웃었다.

의식이 녹아내린다.

<2>

“손님, 종점이에요~.”

애매하게 섞여 있던 세계에 말이 한 방울 떨어졌다.

떨어진 그것은 급속히 혼돈을 구분 짓기 시작했고, 나뉜 색들을 바라보는 동안 문득 자신이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몽유감이 사라지고, 중력에 몸이 이끌린다.

“조, 종점……!?”

핫 하고 눈을 떴다.

1, 2초 정도 멍하니 눈앞의 광경을 바라본 후, 한 박자 늦게 자신이 의식을 잃고 있었다는 것을 인식한다.

그대로 정면 시야에 있는 것을 찾으니

희미하게 흔들리는 손잡이와 차창 너머로 흘러가는 전등의 빛.

전철은 여전히 밤을 달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정말로 종점까지 자버린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런 것을 깨닫는 데조차 몇 초를 요했기에

자신의 무릎에서 가슴까지 걸쳐져 있는 낯선 천의 존재도,

그것이 데님 재킷인 것도 순간적으로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시야 끝에서 드리워진 초록색 머리카락, 내 옆에 앉아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에게도.

“노조미!?”

“파햣! 선생님, 종점까지 잔 줄 알았지!”

타치바나 노조미.

베이지색 후드티를 입은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현실 처리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느린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은방울을 굴리는 듯한 목소리로 노조미가 웃는다.

웃고, 조용히 나의 무릎에 손을 얹으며,

“……안녕. 선생님”이라고만 노조미는 말을 이었다.

그 목소리는 마치 말을 살며시 놓아둔 듯한 인상이었다.

부서지지 않도록, 혹은 부수지 않도록.

그 듣기 좋은 느낌이 평소의 노조미-늘 이쪽을 놀리는 듯한 말투지만, 속 깊은 그녀-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차창 너머로 빛나는 전등이 그녀를 어딘가 환상적으로 비추고 있기 때문일까.

그나저나 사복이다.

교복으로 만나는 일이 많았기에 신기하다거나, 아주 조금 좋은 향기가 난다거나.

아무래도 상관없는 말들이 흐릿해진 뇌에 떠올랐다가 사라진다.

“왜 이런 시간에……. 아, 야간 근무?”

“음~? 내 이야기? 오늘은 그냥 좀 어슬렁거렸을 뿐. 히카리가 당직이라 혼자였고.”

“그렇구나. 만나서 반가워.”

“내 이야기는 됐어, 선생님. 그것보다.”

노조미가 되묻는다.

나에게 그녀의 얼굴이 다시 향한다.

놀림 섞인 미소는 이미 그곳에 없다.

노조미는 숨을 들이쉬고 짧게 말한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런 몰골로.”

순간, 차내를 수놓던 야경의 빛이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전철이 터널에 들어선 것이다.

흐릿했던 빛의 색채가 차내의 무기질적인 흰색만이 되어 눈앞 노조미의 눈동자가 더욱 선명해진다.

그리고 그 눈동자가 비추는 상처와 피투성이의 더러운 나 자신까지도.

나는 그녀의 데님 재킷을 무릎에 덮고 있었다.

“……앗! 미, 미안! 소중한 옷인데──.”

“그건 됐고. 왜 이렇게 너덜너덜해졌냐고 묻고 있잖아?”

노조미의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맑았다.

그러나 그녀가 애써 그렇게 행동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쉽게 짐작되었다.

노조미의 눈동자에 비친 나의 모습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나는 되도록 온화하게 웃으며, 별일 아니야, 라고 세상 이야기 하듯이 말을 이었다.

“누군가에게 심한 짓을 당했거나 그런 건 아니야.”

“……어, 그럼 왜?”

“좀 업무 중에 사고가 났어. 겉모습은 꽤 요란하지만 딱히 큰 부상은 아니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어디까지나 태평하게 단언했다.

터널에서 전철이 빠져나오고, 다시 유리창에 야경의 색이 비치기 시작한다.

잠시 동안의 무언이 양자를 채운 후, 문득 노조미가 풀썩 좌석에 다시 앉아 입을 연다.

“뭐야. 당연히 얼빠진 선생님이 누구한테 시비라도 걸린 줄 알았잖아.”

“이 모양이라서 웃지도 못하겠는걸.”

“있잖아~, 업무라는 게 혹시 OO지구의 그거? 왠지 기차가 운행을 멈췄다고 하던데.”

“그럴지도. 기차가 멈췄던 건가, 미안하게 됐네.”

“뭔가 엄청 큰 녀석이 나왔다고 하던데. 크로노스 뉴스에서 들었어.”

“역시 정보가 빠르네. 뭐 어떻게든 해결되어 다행이야.”

“어떤 녀석이었어? 강했어?”

“음 뭐랄까, 초거대화된 페로로라 해야 되나?”

“……하아? 뭐야 그게?”

“노조미는 오늘 어떻게 보냈어?”

“잠깐 잠깐, 너덜너덜한 선생님의 대위기를 아직 듣지도 못했는데~?”

“아아 이 상처는 말이야, 그냥 넘어져서 잔해에 구른 거야.”

“에!? 진짜로 굼뜬 거잖아!!”

“하하하…….”

두 사람 사이에 흐르던 공기의 박자가 제 박을 되찾고, 평소의 대화 리듬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다소 지친 밤이 전철 문틈으로 스며들어, 희미한 차가움이 되어 차내를 감돈다.

자신의 의식을 깎아내는 것처럼 느껴지던 그것은 그녀와의 대화 속에서는 의외로 기분 좋은 것이었다.

노조미는 아무래도 하루 종일 일정이 비어 있었던 것 같고, 햄버거 가게에 갔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말해줬으면 선생님 몫도 사 왔을 텐데, 하고 웃는 그녀에게서는 역시나 부드러운 달콤한 향이 난다.

분명 내가 두른 것은 마른 피와 흙냄새일 터였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는 동안, 그것들이 섞여 버리는 것이 은은하게 괴로워서 조용히 눈을 감고 쓴웃음을 지었다.

“왜 웃는 거야.”

“아니? 아무것도.”

“흐~음?”

변덕스럽게 영화를 본 이야기(엄청나게 형편없는 영화라 오히려 재미있었다).

대도서관에 가서 단행본 두 권을 완독한 이야기(이제 당분간 활자는 됐어).

순환 열차를 타고 목적지 없이 밖을 내다본 이야기(역시 해 질 녘 풍경이 최고지).

노조미가 들려주는 오늘의 일상은 지극히 보편적이었고, 그렇기에 튀어 오르는 듯한 말의 응수는 소중했다.

실은 계속 욱신거리고 몸을 좀먹던 찌르는 듯한 통증조차도 조금은 가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상냥하게 몸에 리듬을 만드는 전철의 흔들림과, 그녀를 통해 전해지는 36도 조금 넘는 온기가 따스하다.

그러니 문득 꾸벅거림이 의식을 침범하는 것을 허락해 버린 것도 어쩔 수 없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노조미와 이야기하며 왠지 모르게 안심해 버렸기 때문일까.

눈꺼풀이 다시 몹시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깜빡깜빡 시야가 위아래로 흔들린다. 시야의 초점이 흐릿해졌다가, 교차하듯이 다시 돌아온다.

“……선생님, 엄청 졸려 보여.”

“응, 괜찮아, 깨어 있어.”

“자고 있어도 돼. 내가 내릴 때 깨워줄게.”

눈치 챈 노조미가 나를 신경 써 주었다.

이런 점을 놓치지 않는 것이 이 아이답구나, 하고 생각하며 “조금 미안하네”라고 대답하자, “전에 당번 때 나도 잤거든!” 하고 노조미는 웃었다.

호의에 기대어 졸음에 잠시 몸을 맡기기로 한다.

그 후로는 한동안 차창 너머의 어둠과, 규칙적으로 노선을 표시하는 열차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차내에는 무언이 생겨났다. 둘이서 공유하는 말의 개입이 없는 영역이.

“있잖아, 선생님.”

“응?”

문득 노조미가 말을 꺼냈다. 지금까지처럼 세상 이야기 같은 말투로.

“선생님 말이야~, 그렇게 너덜너덜해지면서까지 ‘선생님’ 역할을 할 필요가 있어?

선생님은 눈치 채지 못하겠지만, 계속 죽을 만큼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어.

힘들어 보인다는 정도가 아니잖아.”

점점 희미해져 가는 사고 속에서 던져진 그 질문을 생각한다.

그것은 답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였다.

노조미의 얼굴을 보려고 돌아보려 하다가, 멈춘다.

그 대신 아주 살짝 눈을 가늘게 뜨고, 조용히 웃었다.

“……선생님은, 초짜거든.”

눈꺼풀이 완전히 닫히고, 자신의 고동만이 청각에 남는다.

전철에 탔을 무렵과 같이 기절에 가까웠지만, 전보다 훨씬 더 안심감이 있었다.

옆에 앉은 작은 초록 머리 동승자 덕분일지도 모른다.

노조미는 나의 발언에 대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뭐야 그거, 확실히 그럴지도” 하고 웃지도,

“그건 이유가 될 수 없잖아” 라고 비난하지도 않았다.

그저 피와 먼지에 뒤덮인 나에게 어깨를 기대고, 함께 전철에 흔들려 주고 있었다.

나는 그 사실이 여전히 괴로웠고, 그럼에도 아주 조금 기뻤다.

<3>

왠지 모르게 혼자 있고 싶은 밤이었다.

히카리가 당직이라 꽤 드물게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은 하루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루하다거나, 재미없다거나, 외롭다거나.

말로 잘 표현할 수 없지만, 아무튼 그런 것들을 그런 것들인 채로 끌어안고 있고 싶었다.

‘그런 날도 있는 거지’라고 얼버무리면서.

슬슬 날짜가 바뀔 시간대.

덜컹덜컹, 하고 꽤나 온화하고 따분한 흔들림을 계속하며 달리는 전철에 나는 앉아 있다.

열차라면 좀 더 호쾌하고 스릴 있으며, 쇠로 된 레일을 직접 달리는 실감이 피부를 후려치는 듯한 생생한 진동이 있기 마련이다.

──뭐 오늘 밤은, 이 정도의 얌전함이 딱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옆으로 시선을 돌린다.

선생님은 조용히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었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긴장이 풀리는 듯한 얌전한 얼굴로 느긋하게 좌석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모습을 ‘칠칠맞다, 어쩔 수 없는 사람이네, 선생님은’이라고 웃어넘기기에는 지금의 그가 너무나도 연약해 보였다.

겹쳐 입은 흰 가운도 둘러 감은 붕대도 흰색이라, 거기서 스며 나오는 피나 묻은 흙먼지가 좋든 싫든 눈에 띄었다.

대충 붙인 거즈와 반창고, 그런데도 숨기지 못한 자잘한 상처와 파랗게 질린 얼굴.

선생님은 상처가 어울리는 듬직함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저 애처로움만이 그곳에 있었다.

무릎에는 방금 전까지 내가 입고 있던 데님 재킷이 덮여 있었다.

나의 몸에 맞춘 기장의 그것은 선생님의 몸을 덮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말라붙은 피의 거칠거칠한 질감이 재킷 안쪽에서 나를 엿보는 듯했다.

나는 시선을 피했다.

왠지 모르게 혼자 있고 싶은 밤이었다.

그래서 승객이 별로 없는 차량을 고른 것은 예정조화 같은 것이었다.

톡 하고 가볍게 전철에 올라타, 아무렇지 않게 주위를 가볍게 둘러보았다.

그때 정말 한순간, 시야 끝에 비쳤던 것.

눈치채버렸다. 왜냐면, 선생님이니까.

하지만 동시에 스쳐 지나간 무언가 불길한 예감에는 못 본 척하고 말았다.

어, 선생님이 있네. 뭐 하고 계시지 이 시간에.

너무나 간단한 상황 앞에서 순간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멈춰버렸다.

솔직히 말하면, 기뻤다.

우연히 선생님을 만난 것이 기뻤기에,

빨리 선생님 옆에 있고 싶었기에.

그 깊은 곳에서 확실히 울리던 경종에 귀를 막고, 쉽게 다가섰다.

그 대가는 깜짝 놀랄 만큼 비쌌지만.

피투성이로 잠든 선생님이 그곳에 있었다.

거리가 좁아지고 좌석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이게 되면서 그 사실을 인식한 순간,

사고가 새하얗게 되는 감각이 온몸을 짓누르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눈을 크게 뜬 것은 그 후로도 전에도 처음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선, 생님.”

입에서 흘러나온 말조차 제대로 끝맺지 못한 것은, 그 말을 지어낼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떨림조차 없는 경직된 몸,

그 오른쪽 발끝이 희미하게 움직인 것이 보였다.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그 후는 빨랐다.

“―선생님!? 저기 괜찮아!? 일어나, 뭐 하는 거야!?”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몸이 움직였다.

선생님 곁으로 달려가 굳게 눈을 감은 그의 몸에 손을 댔다.

순간적으로 흔들어 깨우려다가 ‘어, 응급처치는 제대로 되어 있네’ 하고 문득 깨닫고, 닿았던 양손을 거두었다.

정신 차려야 해.

스스로를 그렇게 다잡기는 했지만, 그런 것은 진작에 알고 있었기에 별 효과는 없었다.

그저 선생님의 가슴이 조용히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선생님은 그저 잠들어 있을 뿐이라는 것과,

내가 숨 쉬는 것을 완전히 잊고 있다는 것을 올바르게 인식한 것은 그로부터 몇 초가 지난 후였다.

덜컹 하고 한 번 큰 흔들림이 지나가고, 다시 출발한 전철이 밤을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나는 비틀거리며 선생님 옆에 앉아 그 옆모습을 바라보며 일단 숨을 내쉬었다.

가늘고, 길게, 천천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았으니까.

그 후로는 선생님 옆에서 그저 전철에 흔들리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문득 닿은 그의 목덜미가 조금 차가웠기에 데님 재킷을 무릎에 덮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앉아 있는 동안에도 나의 가슴속에 쌓인 검은 앙금 같은 것은 그저 축적되며 몸을 무겁게 할 뿐이었다.

그래서 선생님이 “음……” 하고 맥 빠진 목소리를 내며 일어나려 했을 때, 정말 안심했다.

무심코 끌어안고 싶었지만, 역시 안 된다고 참았다.

그 후,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어디서 내리실까?’라는 너무나 당연한 의문이 떠올랐다.

이대로 잠들어 있을 생각은 아닐 것이다.

선생님이니까.

그럼, 깨워드려야지.

그렇게 “손님, 종점이에요~”라고 속삭이고, 나는 웃었다.

『곧, OO. OO역입니다. 전철과 승강장 사이가 벌어진 곳이 있으니, 내리시는 승객 여러분께서는 발밑을 조심해 주십시오.』

여전히 무기질적인 흰색으로 차내를 비추면서,

밤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의연하게 전철은 나아간다.

선생님은 아무래도 나보다 뒤 역에서 내릴 것 같으니, 내가 내릴 때 일단 깨워드려야 한다.

나와 별것 아닌 이야기를 나누고, 조용히 다시 잠든 선생님은 왠지 모르게 꽤나 온화한 얼굴로 곯아떨어져 있었다.

꽤나 신용해 주고 있네.

반쯤 어이없어하면서도 솔직히 기뻤다.

그리고 그만큼이나, 역시 나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오늘 읽은 소설의 한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내가 본 관 속의 그녀의 얼굴은 매우 평온했고, 그 모습은 분명 잠들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선생님의 잔잔한 기색이야말로 끝에 훨씬 가까운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환승하실 승객 여러분은 9번 승강장에서 OO선으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처음에는 뭐라고 해야 할까,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초법적 기관 “샬레”의 주인, 몇 번이고 기적을 일으켜 키보토스의 문제를 중재해 온 거의 유일한 어른.

같은 대단한 직함 치고는 솔직히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앞에 나서서 등을 보이는 타입도 아니었고,

어른인데도 칠칠맞고 어린애 같은 면이 많았고,

애초에 우리들보다 훨씬 약하고.

하지만, 기분 좋은 거리에서 옆에 있어 주었다.

놀리는 건 즐거웠다.

샬레에서 내준 과자는 맛있었고,

“곤란하면 불러줘”라고 정말 곤란할 때 부르면 반드시 와 주었고,

실은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고.

역시 지금도 여전히 이상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킬킬 웃으면서 문득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선생님 쪽을 볼 때마다.

조금 뒤에서 우리들이 남긴 발자국을 지켜보는 선생님이

마치 눈부심이라고는 일절 없는, 그저 부드러울 뿐인 햇살처럼 보였던 기분이 들어서.

『다음은, OO역에 정차합니다. 전철이 부득이하게 급정거하는 경우가 있으니, 서 계신 승객 여러분께서는 손잡이를 잡아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은, 초짜니까.”

선생님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잘 표현할 수 없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 순간으로 돌아가도, 분명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그때 그 말의 교환만이 확실히 우리들의 소통의 전부였다.

그 말을 선생님은 꾸미거나 얼버무리지 않았다. 그렇게 해 주지 않았다.

데님 재킷이 자신의 피로 더러워지는 것을 가장 먼저 신경 쓰고 있었다.

나는 그때 어깨를 기댔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밤을 달리는 전철 안에서, 단둘이 될 수 없었던 걸까.

분명 옆에 있을 터인데도,

선생님은 내내 어둡고 차가운 밤 아래에서 우리들이 알지 못하는 먼 곳을 보고 있었다.

어쩌면 푸른 하늘 아래에서조차 줄곧 그랬는지도 모른다.

최근 산 세제의 냄새.

히카리가 고른 것, 꽤 마음에 드는데.

하지만 선생님에게서 풍기는 마른 쇠와 흙냄새가 그것과 뒤섞이는 것을 나는 싫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어떻게 느꼈을까. 괴로웠을까.

『다음은, OO. OO역입니다──』

한 정거장, 또 한 정거장.

조금만 더 가면 내가 내릴 장소에 도착해 버린다.

차창 너머에 펼쳐져 있던 어둠의 끝,

선로 저편에 불빛이 환하게 빛나는 역의 확실한 기척.

그것은 이 시간이 끝나가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덜컹, 덜컹. 전철의 흔들림이 서서히 잦아든다.

속도가 줄어든다. 관성 때문인지 풍경이 한 번 크게 흔들리고, 멈춘다.

『문이 열립니다.』

나는 미세하게 눈을 감고, 상상한다.

<4>

“선생님, 나 여기서 내릴 거니까. 자, 일어나.”

이렇게 말하며 내가 선생님을 깨운다고 가정한다.

분명 선생님은 깨는 게 늦을 것 같으니, 나는 선생님 어깨에 손을 대고 가볍게 흔든다.

선생님이 눈꺼풀을 얇게 뜬다.

아아, 잠들어 버렸었네, 고마워.

샬레에 도착하면 제대로 병원 가. 일도 하면 안 돼, 알았지?

‘물론이지’라고 손을 흔드는 선생님을 나는 가볍게 노려본다.

선생님 무릎에서 데님 재킷을 낚아챈다.

그렇다면 됐지만, 라거나 중얼거리며 좌석에서 튀어나오듯 일어선다.

정차한 전철에서 더 이상 흔들림은 사라져 있었고, 그것이 왠지 모르게 서운하게 느껴진다.

자, 선생님, 다음에 봐요.

응, 노조미도 조심하고.

나눈 말은 담백했지만, 그것으로도 괜찮은 기분이 들었다.

빨리 내리지 않으면 문이 닫히니 약간 서둘러 문을 통과한다.

날짜가 바뀔 시간의 역은 약간 어둑했지만, 그래도 역의 불빛에는 어딘가 안심감 같은 것이 있다.

나는 숨을 내쉰다.

문득, 뒤돌아본다.

선생님이 몹시 슬픈 듯이 미소 짓고 있다.

“―잠깐만.”

순간적으로 말이 터져 나온다.

손이라도 뻗으려고 한다.

그 훨씬 전에 이미 전철 문은 닫혀 있었다.

바로 이 순간까지 흔들리고 있었을 쇳덩이가 절대적인 단절이 되어 나와 선생님을 막은 채, 전철은 나아가고 있다.

홀로 상처투성이인 선생님을 태운 채로.

무심코 달려가는 전철을 쫓으려다가 첫걸음을 내딛는 데 실패하여 발이 꼬여 넘어졌다.

역의 인공적인 빛이 비추는 영역에서 선생님이 멀어져 간다.

깊고 어두운 밤의 끝으로.

무릎이 살짝 까진 채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5>

나는 전철을 좋아한다.

물론 열차가 제일 좋지만, 전철은 전철 나름대로 좋아한다.

선생님께 말했던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평등하고 상냥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비참하고 울적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밤이라도,

왠지 모르게 혼자 있고 싶은 밤이라도,

전철은 모든 것을 태우고 균등하게 앞으로 나아가 준다.

하지만, 동시에 전철은 종점이 있기에 전철인 것이다.

그것은 설정된 종착역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전철을 타는 한,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한, 언젠가는 내려야 할 때가 온다.

그렇기에 내릴 곳을 스스로 제대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예를 들면 도착점이고,

그것은 예를 들면 돌아갈 곳이다.

온 힘을 다해 오늘을 살고 노력한 끝에 도달하는 광경.

나의 경우에는 조금 큰 침대가 있고, 히카리가 있고, 둘이서 당번제로 하는 빨래가 조금 쌓여 있는 우리들의 방이다.

선생님, 어차피 내가 사라진 후에 또 잠들 거지.

그것이 단순히 졸음 때문이 아니라는 것쯤은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다.

선생님은 계속 똑같이 자신을 혹사시킬까.

무엇이 선생님을 독하게 만들었고, 무엇을 선생님은 용인했을까.

나와 선생님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어른과 아이의 차이일까.

피투성이로 잠든 선생님이 도착할 종착역은 대체 어디일까.

전철에서 내릴 때 선생님은 혼자일까.

옆에 누군가는 있을까.

그곳은 정말로 선생님이 내려야 할 장소일까.

모르겠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두고, 선생님은 깊고 차가운 칠흑 같은 어둠 속으로 떠나간다.

그것만은, 절대로, 싫다고 생각했다.

“있잖아, 선생님.”

눈을 뜬다.

상상은 끝.

여기는 현실이고, 선생님은 내 옆에서 아직 잠들어 있으며, 정차한 전철의 문이 열려 있다.

그 앞에는 내가 내릴 역 구내가 기다리고 있다.

희미하게 풍기는 마른 흙냄새는 이미 완전히 익숙해져 있었다.

이 상황에 이르러 나는 다시 한 번 숨을 들이쉰다.

일어선다.

선생님의 손을 잡았다.

“일어나!”

“……윽, 엣, 읏, 노조-”

그대로 가볍게 그 손을 잡아당겨 억지로 일으키면서 선생님째 전철에서 뛰어내렸다.

흰 전등이 감싸는 차내에서 빠져나온 곳,

약간의 습도와 싸늘한 밤공기가 피부를 찌른다.

잡은 선생님의 손은 확실히 따뜻하다.

점자 블록 경계선을 막 넘어선 순간, 당연하다는 듯 넘어지려던 선생님을 받아 안는다.

『문이 닫힙니다.』라는 안내 음성과 함께 문이 닫히고, 전철이 달려 나간다.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선생님은 현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듯한 맥 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 전철 가버렸네. ……안녕, 노조미. 여기 어디야?”

“안녕. 내가 내릴 역이야.”

“……오늘 이거 막차이거나 하니?”

“음~, 모르겠어.”

곤란한 듯 뺨을 긁는 그 옆모습에 나는 말을 건넸다.

“―선생님.”

“아침이 되면, 병원 가요. 같이.”

분명 이 시간은 문을 열지 않았겠지만, 아마 아침이 되면 여는 곳이 있을 것 같고.

아니면 선생님은 발이 넓으니 어딘가의 학원에서 받아줄지도 모른다.

있잖아, 선생님.

몇 번이고 그 이름을 부른다.

혹시, 아직 잠이 덜 깼을지도 모르니까.

“오늘, 우리 집에 히카리 없어. 꽤 넓게 쓸 수 있을 거야.

중간에 편의점 있으니까 아이스크림 사서 같이 먹어.

지금 시즌 한정판 팔고 있거든.”

당신은 초짜 선생님이니까, 분명 앞으로도 무리를 계속할 거라고 생각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노력하고,

이걸로 괜찮다고 웃으면서 다리를 절며 푸른 하늘 아래를 계속 걸어갈 거야.

하지만 그렇기에 선생님이 ‘선생님’이라는 것도, 제대로 알고 있어.

분명 우리를 두고 언젠가 당신은 어딘가로 가버리겠지.

하지만, 지금 나는 확실하게 선생님의 손을 잡고 있으니까.

“병원 갔다 와서 적당히 밥이라도 먹고, 그걸로 해산해도 괜찮으니까. 그러니 적어도―.”

……이런 거, 초짜의 유혹인데.

“적어도, 밤이 밝을 때까지는 함께 있자.”

밤이 깊어진 역 구내는 한산했고, 나의 말도 선생님의 호흡도 모든 것이 선명한 채로 그곳에 있었다.

태양이 떠오르기에는 아직 멀었고, 달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니 이 한순간만은, 어쩌면 우리는 두톨이었을지도 모른다.

Fin.

광고
BA블루 아카이브·25.11.18번역

소설 핫산) 상처, 밤, 막차 그리고 한 명과 외톨이

#소설
좋아요 0댓글 8저장 0
광고
NP
namaqurari작가
게시물 3개
[DC
[캐서린]번역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pixiv
게시일2025.11.18 23:29
조회1
광고

댓글 8

나
ㅇDC
ㅇㅇ125.11.18
ㅇDC
ㅇㅇ225.11.19
디시콘
ㅇDC
ㅇㅇ325.11.19
ㅇDC
ㅇㅇ425.11.19
ㅇDC
ㅇㅇ525.11.19

세리나 직무유기 한거지요?

광고

namaqurari님의 다른 게시물

전체 보기 ›
TEXT
번역
소설 핫산) 아오바가 정의하는 천국
Nnamaqurari010
VIDEO
번역
스포) 소설핫산) 로파이 칠팝 볼링 나이트
Nnamaqurari06

비슷한 태그의 게시물

창작
소설) 피날레.
사사과가사과029
TEXT
번역
[소설핫산] 선생님이 샬레를 그만둔다고 거짓말 했을 때 학생들의 반응 2
Mmirato_bruaka045
TEXT
번역
소설핫산) 난청이된 선생님
AAlice028
창작
(소설) 자기도 모르게 설사약을 먹은 하루나가 보고 싶다
ㅇㅇㅇ080
TEXT
번역
소설핫산) #1 토할 정도로 무거운 학생들에게 유서를 들킨 선생님
Ppakkiraa_alpha054
TEXT
번역
소설번역]호스트에 꽂히지 않기 위한 교육 -미카편-
Mmimino0314089
TEXT
창작
소설) 선생님이 머리를 짧게 자른 이야기
마마삭060
TEXT
번역
소설핫산) 학생을 감싸고 차에 치인 선생님에게 참을 수 없게 된 학생들
Ccafe_kage_0219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