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키보토스에서는 어떤 게임이 대유행하고 있다.
<선생님과 당번의 대모험!>
이 게임에서 주인공은 이름 없는 학생으로, 키보토스에 처음 온 날의 선생님과 만나 샬레의 첫 번째 학생이 되어 선생님과 모험을 다닌다.
당연하지만 제작자는 게임개발부.
출시 이후 특정 인물로 플레이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으나 다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에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곳에 있거나 자기가 자기와 대화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물론 플레이어 캐릭터의 출신 학교, 동아리, 이름, 외형 등 캐릭터 커스텀의 자유도는 높고 출신 동아리나 학교에 따라 NPC들에게서 특수 대사를 듣는 경우도 있지만 딱 거기까지라는 게 수많은 학생들이 아쉬움을 토로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다음 문제는 지옥같은 난이도다. 심지어 아차하면 선생님이 공격당해 쓸데없이 퀼리티가 높은 선생님의 데스씬을 보게 되어 멘탈이 터져버린 학생들도 부지기수, 실제로 학생들의 이야기에서 주제가 되는 경우도 많지만 정작 엔딩을 봤다는 증언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오늘, 한 사람이 또 게임을 구매했다.
"선생님과 당번의 대모험.......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어떠려나......."
히나는 중얼거리면서 게임을 켰다.
* 주의 : 이 게임의 스토리는 실화를 기반으로 다소의 각색을 거친 내용입니다.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해 다소의 각색과 익명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타이틀 직후부터 주의 문구가 떴다.
"흐음."
곧장 외형 커스텀 창이 열리자, 히나는 곧장 신경 써서 캐릭터를 커스텀하기 시작했다.
"헤일로는 아예 선택창에 없네........?"
조금 이상했지만, 만족스러울 만큼 자신과 닮은 캐릭터를 만들어낸 히나는 다음을 선택했다.
잠시 로딩창이 길게 뜨더니, 미션이 나왔다.
<미션 0 : 선생님과의 첫만남>
"어?"
뭔가 들은 것과는 달랐지만, 히나는 곧장 게임성을 파악했다.
"TPS구나......"
삼인칭 슈팅 게임.
곧장 캐릭터를 조작해서 주변을 둘러본 히나는 자신의 위치를 파악했다.
"총학생회 로비인......가?"
- 새로운 임무 : 총학생회 회의실로 가십시오.
고개를 갸웃한 히나는 곧장 조작키를 파악하고 걸어올라갔다.
잠시 뒤, 그곳에서 익숙한 사람...... 아니 NPC가 보였다.
"선생님........"
-미션 업데이트 : 선생님에게 말을 거십시오.
- 안녕하세요?
"응, 안녕? 넌 누구니?"
곧장 이름 입력 칸이 떴다.
"아."
여기서 이름을 정하는 거구나.
<소라사키 히나>
"히나, 예쁜 이름이네, 히나짱이라고 불러도 될까?"
선생님이 직접 녹음한 목소리에 귀가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 네!(확정) -아니오?(이름 재지정)
바로 네를 눌렀다.
"그런데 히나짱은 어느 학원의 학생이야?"
곧장 이름이 주르륵 떴고, 게헨나를 선택하자 동아리들이 다시 떴다.
"만마전, 선도부... 여기 있다."
선도부를 선택한 히나는 다음을 눌렀다.
"음, 게헨나 선도부의 히나짱이라고 부르면 될까?"
당연히 OK였다.
"그래, 난 선생님이야. 잘 부탁해."
얼굴이 달아오른 히나는 고개를 숙였다.
잠시 뒤, 선생님과 같이 회의실로 들어가자 몇몇 학생들이 보였다.
"치나츠?"
근데 얘들도 왜 헤일로가 없지..라는 의문을 품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미나의 서기 : 이번 문제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정의실현부 부부장 : 불량학생들이 전차를 탈취할 정도로 혼란이 극심합니다.
전부 직책명으로 처리해서 이름이 안 나온다.
"이래서 그랬구나."
헤일로를 안 그린 건 문제가 생기면 그냥 닮은 사람이라고 우기려고 그런 건가.
그리고 몰입감을 위해서도 좋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선생님과 만나게 될 텐데 그러면 몰입이 떨어지지 않겠는가.
'이건.... 괜찮은 선택 같네.'
그러나 히나의 얼굴이 파리하게 변하기까지는 얼마 가지 않았다.
"왜.......?"
선생님의 주검을 본 히나는 그게 3D 폴리곤임을 알면서도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전투 중 유탄에 맞은 선생님, '선도부'의 박격포 사격에 휘말려 쓰러진 선생님.
꾸역꾸역 에덴조약까지 스토리를 밀었지만, <아리우스 스쿼드 리더>가 쏜 총에 맞아 쓰러지는 선생님. 제때 '선도부장'을 엄호해 선생님을 지키게 만들지 못하면 얄짤없이 나오는 데스신.
중태에 빠진 선생님이 탄 구급차를 게헨나 차량이란 이유로 총격을 퍼붓는 트리니티 학생들을 구호기사단이 제지하기 전까지 회피에 성공하지 못하면 사망, 응급실에 누운 선생님을 치료하는 미니게임에서 실수해서 과다출혈로 사망, 사망, 사망.
애초에 이름을 아리우스 특공대 지휘관, 아리우스 학생회장, 아리우스 특공대 대원, 아리우스 특공대 저격수 등으로 처리하고 외모도 드러나지 않게 후드와 가면을 씌워놓은 건 진지하게 이 게임이 출시되면 사오리나 아츠코 등의 이름을 그대로 쓰거나 헤일로를 그려놓았다면 어디서 정체가 들켜 공구리라도 당하지 않을까 진지하게 우려한 선생이 사이바 자매에게 몇 번이나 강조해서 성사시킨 일이었지만, 유즈의 하드코어 병을 막지는 못했다.
파우스트라는 이명을 가진 <평범한 트리니티 학생>과 공조해 <티파티 호스트>를 납치해서 보호하는 미션이라거나, 쿠데타 혐의로 수감되었다가 감옥을 부수고 탈출한 <티파티 임원>으로 플레이해 유스티나 성도회를 막는 임무 등은 난이도가 쉬운데 어째 선생님이 동행하는 임무는 죄다 어렵다는 것도 문제였다.
총알 한 방만 맞아도 치명상 처리되는 선생님의 개복치 수준의 양심없는 체력 배정도 문제고, 자비없는 배치 등으로 인해 선생님이 종류만 따지면 50개가 넘는 데스씬을 선보이면서 사망해버린다.
당장이라도 게임을 집어치우고 싶었지만, 그녀가 플레이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 최종장까지 전부 플레이하고 해피엔딩 조건을 전부 트리거한 상태에서 호감도를 100 이상으로 올리면 선생님이 청혼하는 이벤트가 있다! 당연하지만 풀더빙......
단지 그것이 오늘도 히나를 비롯한 수많은 학생들이 피눈물을 흘리면서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다음 날, 히나는 흔치 않게도 병가를 냈다.
*
"선생님! 큰일 난 것입니다! 애초에 엔딩에 넣지도 않은 선생님의 고백 이벤트가 있다는 내용이 SNS에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 뭐?"
"만약 이제 와서 없다고 말하면 폭동이 일어날거야......... 선생님, 부탁이야, 지금 당장 녹음을 시작하고 누군가 색채의 침공 이벤트를 클리어하기 전에 패치를 배포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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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창부 진짜 좆되다 (업무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