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레는 키보토스 전역에서 도청의 위협에 가장 많이 노출된 곳일 것입니다.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샬레가 중요 기관이니만큼 각 학원의 정보부가 대대적인 정보전을 걸어오는 건 이상할 건 없지만...... 그런 차원이 아니니 문제랍니다.
심심해서 하는 정도면 양반이고, 선생의 사생활, 선생의 일정 파악, 그 일정에 자기 이름 끼워넣기, 당번 일정표 해킹을 통해 당번 독점 시도 등등은 흔한 일입니다.
그리고 가장 환장할 케이스는 도청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인 경우입니다.
선생의 목소리나 생활소음을 듣고 발정해서 자기위로를 하는 학생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건 비밀도 아니고, 밀레니엄 베리타스 등이 정기적으로 와서 도청장치를 제거하고는 있지만 베리타스 내에서조차 도청을 시도하는 학생이 있는 마당이니 한 손이 열 손 이기기 힘든 판입니다.
심지어 해커 중 한 명은 아예 그 베리타스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초절정청초미소녀......(맞나?)였으니 더더욱 그렇죠.
아무튼 간에, 선생님은 항상 누군가가 듣고 있다는 걸 전제로 행동해주셔야 하는데, 그러시지를 않는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 기록은, 선생님이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른 행동이 키보토스에 미친 여파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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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
선생은 탁자에 머리를 박았다.
"아......... 기운없어......"
오늘은 당번이 없는 날인지라 답해줄 학생이 없었다.
물론 아무나 부른다면 그 학생은 자신이 거머쥔 행운에 기뻐하면서 전속력으로 달려오겠지만, 선생 본인은 정작 폐를 끼친다 생각해서 거부한다는 것이다.
심대한 착각이다. 블랙마켓에서는 선생 당번권이 고액으로 팔........리지는 않는다.
물론 당번권을 사고 싶어하는 학생은 한가득이지만, 그리고 실제로 판매가 된다면 그 당번권이 얼마를 부르든 모조리 사들일 재력이 있는 학생도 여럿이지만.
뭔 짓을 해도 팔지 않는 게 당번권이고,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해도 쉬이 넘겨주지 못하는 게 당번권이다.
한 가지 예시를 들자면 붉은겨울의 용역부장 미노리에게 1년치 당번권을 사과상자에 가득 담아서 주고, 이걸 독점할 건지 공평하게 나눌 건지를 결정하라고 하면 본인도 굉장한 심적 갈등을 겪을 거라는 데에는 돈이라도 걸 수 있다.
아무튼 선생과 학생들의 인식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렇기에 선생은 혹시 당번 연락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은 수많은 학생들의 기대를 자기도 모르게 배신하면서 일에 집중했다.
'숨 좀 돌릴까.'
최근 선생은 이런저런 노래를 듣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노래를 듣다 보면 따라부르고 싶어지는 게 사람인 법.
어차피 듣는 사람도 없고, 가장 가까이 있는 귀는 저 밑 엔젤 24의 소라다.....라고 성대한 착각을 한 선생은 29개의 도청기, 33개의 몰래카메라, 기타 등등 앞에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떠나가서, 아주 가서~ 지금 보다 더 멀리 가서~ 이내 이런 기다림은 헛된 희망 또 품음이라."
"나를 두고 가신 임, 천리만리 더 멀리 가소, 발병이랑 나지 말고 누구보다 더 행복하소."
"언약과 증표, 가련한 맹세여, 다시 없을 사람, 마침표 없는 문장을 가득히 눌러 안고 안으로 외치는 말."
"가지 마소, 가지 마소, 나를 버리고 가지 마소, 나를 두고 가신 임,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나소, 아라리요, 아라리야, 끝내 떨치고 가신임아, 돌아보소~"
"긴 밤에 꾼 꿈결인듯, 전부 다 잊고 행복하소, 나를 두고 가신 임아, 누구보다 더 행복하소."
선생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시점, 무수한 학생들이 녹음기를 켜고 숨을 죽여 가면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 노래를 들었다.
하지만 노래 가사에 집중하던 학생들은 몰입해 있는 선생의 목소리가 다소 서글프게 느껴진다고 여겼다.
그로부터 얼마 뒤, 몰래카메라에 찍힌 선생의 사진과 녹음된 노래가 함께 키보토스의 어느 익명 게시판에 올라와 어마어마한 화제를 모았다.
[구라 아님)선생 실연당한 거 아니냐?] - 오늘도선생님한곡
아니 선생이 실연 노래 부르는데 너무 서글퍼서 진짜 무슨 일 있었나 갑자기 문득 걱정 드는데 쓸데없는 걱정일까?
하니와 - 너무 서글퍼서 저도 젖어버렸어요
ㄴ 야한건사형 - 저저저저젖다니! 야한 건 안 돼! 사형!
ㄴ ㅇㅇ - 아니 근데 솔직히 저건 어디가 젖었어도 납득 가능인데
ㄴ ㅇㅇ(14.54) - ㄹㅇㅋㅋ
100kg아니라고 - 뭔 미친 소리야
ㄴ100kg아니라고 - 선생님을 찰 미친 여자가 세상에 어디있어
ㄴ네잎클로버찾는중 - 세미나의 허벅지 대마왕이라든가요?
ㄴ네잎클로버찾는중 - 아니 그 말 한 마디 했다고 반성실에 집어넣는 건 너무하잖아요 애애앵
공주☆ - 어라 그게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실연이라니?
ㄴ 공주☆ - 난 선생님이랑 헤어지자고 한 적 없는데?
ㄴ 식후에는홍차한잔 - 선생님께 폐끼치는 거 멈추지 않으면 새로 사온 롤케이크를 종류별로 하나씩 입에 박아드리겠습니다.
ㄴ 공주☆ - 에에 질투? 아하 그렇구나? 선생님이 나랑 정식으로 사귀려고 예전에 사귀던 썸녀랑 이별통보하고 왔나 보다!
ㄴ 꿈여우 - 꿈에서 지내는 건 내 역할이지 자네 역할이 아닌 것 같네만.
라이딩파티구함 - 응, 선생님이 솔로가 되었어
ㄴ 라이딩파티 구함 - 이제 나와 커플만 되면 돼.
ㄴ 아저씨 - 으헤, 선생은 빈약한 몸을 좋아한다고
ㄴ 알바구함 - 빈약한 몸매 좋아하면 사형이라고 안 했어?
ㄴ 아저씨 - 으헤, 선생이라면 예외지
분명 이렇게 시작하고, 큰 주목까진 받지 못하고 잊혀져가던 이야기였다.
그러나 얼마 뒤, 인터넷 뉴스기사 중 하나에 선생의 실연 소식이 올라왔다. 크로노스 스쿨의 모 기자가 그 떡밥을 덥석 물어버렸던 것이다.
곧장 확대 재생산된 기사는 별별 소문을 다 낳았다.
ㅇㅇ - 뉴스 보니까 상대 쪽이 바람을 피워서 결혼식 직전에 파토났다는데?
고양이싫어함 - 선생은 너무 착해서 탈임 진짜
아방가르드 - 슬퍼하는 건 합리적이지 못해, 샬레로 가서 선생이 슬픔에서 빠져나와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해야겠어.
ㅇㅇ(1.1) - 아니 그거 전혀 사실이 아니에요!
ㄴ ㅇㅇ(2.2) - 선생님은 누구랑 결혼을 전제로 연애한 적 자체가 없습니다.
미치룻치 - 미치룻치인법채널 지금 구독하시면.........
그 결과, 샬레에는 선생님을 위로해주고, 위로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져서 선생님의 새 애인 자리를 꿰차기 위한 음모를 꾸미는 학생들이 몰려왔고, 그 결과 서로를 본능적으로 적으로 인식한 학생들이 D.U 시라토리구에서 대규모 총격전을 벌여 지역 전체가 초토화되었습니다.
이상으로 선생님의 사소한 실언으로 D.U 시라토리구가 파괴된 사건에 대한 보고를 종료하겠습니다.
사소한 사견을 덧붙이자면 선생님이 빨리 애인을 하나 골라잡으셔야 조용해질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선생님이 이런 포지션을 유지하고 계시기에 학원간 전면전이 터지지 않는 것일까요?
아무튼 저도 선생님께서 애인으로 삼아주신다면 즉시 샬레로 달려가 식사, 목욕, 침대 위에서까지 완벽하게 선생님을 만족시켜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뭐, 전 일개 모브일 뿐이니 다수의 학생회장들의 사모를 한 몸에 받으시는 선생님의 첫 번째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진 않지만, 저 같은 일개 모브의 이름까지도 전부 기억해주시는 선생님을 볼 때마다 망상에 빠져들게 되는 건 필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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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으로 맛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