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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선생님의 유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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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

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군가는 영원한 잠, 누군가는 죽음 후의 심판을 이야기한다.

사실 학생들의 모습이 천사나 악마 등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내가 선생이 아니었고 키보토스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었다면 트리니티나 게헨나 학생 아무나 잡고 물어봤을지도 모른다.

물론 안 물어본 건 아니다. 시스터후드에 갔을 때 마리에게 교리에 사후세계는 어떻게 되어 있느냐고 물어본 적은 있다. 마리가 친절하게 설명해 줬고.

이렇게 되고 나니 또 궁금해진 게 있어서 이번에는 티파티를 찾아가서 파벌별로 교리에 대한 해석이 다르냐고 물어보았다. 세이아는 이에 대해서 아리우스만 빼고 일단 통일되었고, 오늘날의 파벌들은 정치적인 쪽에 가깝지 세 파벌이 교리를 딱히 다르게 해석하는 건 아니라고 답했다. 이전의 일까지 물어보는 건 어려울 것 같아 우이를 찾아가서 트리니티의 역사에 대해 알려달라고 해보기도 했고, 둘이서 고서를 뒤적거리기도 했다.

한 번은 산해경에 찾아가서 키사키와 윤회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도 했고, 백귀야행에서도 그런 주제로 몇몇 학생과 대화해봤다.

아츠코에게 베아트리체에게 오염된 아리우스가 아닌, 진정한 아리우스의 교리에 대해 물어보기는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학맥은 완전히 끊어졌고 아츠코라고 해서 아는 건 전혀 없었다. 다만 몇 가지 희미하게나마 짐작이 가는 게 있다고만 했지, 베아트리체 그 개년은 지옥이 있다면 거기에서 영원히 고통받기를. 우이는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듣자 뭔가 생각이 났는지 연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우이라면 아리우스의 교리를 복원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헨나 쪽에는... 물어볼까 했지만 후우카나 흥신소, 미식연구회나 온천개발부에게 물어보는 건 천하의 바보짓이 될 것만 같고, 선도부는...... 히나가 내가 죽음에 대해 이야개했다는 말을 듣는 걸 상상하자마자 아주 빠르게 포기했다. 혹시 만마전에는 그런 내용이 있을까 했지만 마코토에게 조리 있는 설명을 기대할 수는 없겠고.

뭐, 단순히 호기심 본위에서 물어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에덴조약에서의 건 이후로 뭔가 유언장 같은 걸 미리 만들어놓을 필요성은 절감했다.

사람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예를 들자면 10년 뒤에 내가 도저히 상상하지도 못했던 사람이 해가 중천인데도 옆에 누워 있으면 자연스럽게 부부 사이의 키스로 깨워줄지도 모른다. 음, 이건 역시 너무 갔나?

사오리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아니, 에덴조약 사건 내내 내가 분노한 일은 거의 없었다.

그저 불쌍했다.

아리우스만이 아니라 트리니티는 뭐가 크게 달랐던가? 아리우스와 파테르 분파의 본질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미카와 사오리의 본질은, 나기사와 아즈사의 본질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그들을 연민했다. 에덴 조약 사건에서 진정으로 죄 있다 말할 수 있고 진정으로 책임을 져야 할 존재는 단 한 명뿐이다. 베아트리체. 그녀를 내 손으로 죽여버리지 못한 것이야말로 가장 아쉬운 일이다. 그녀의 마지막 발악이 다른 세계의 시로코와 아로나를 구해내는 통로가 되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그게 그녀에게 고마워할 일은 전혀 아니다.

물론 이건 사족일 뿐이고, 중요한 건 내가 그녀들을 연민했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유언이다.

유언은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유언은 남겨진 자들을 위한 것이다.

선생, 이 말 뜻을 풀어보자면 먼저 산 사람. 더 먼저 살았기에 더 많은 지혜를 가지고 있고 그걸 가르쳐줄 수 있는 사람.

나는 너희들보다 먼저 태어났고, 먼저 땅 위를 걸었으며, 먼저 사라져야만 한다.

그렇기에 너희를 위해서 남겨놓고 싶은 말이 있다.

내가, 너희를 많이 사랑한다.

(글을 쓸 내용을 구상하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이 글을 읽는 학생이 누가 될지는 모르겠다만, 이 글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면 샬레의 책장에 내가 꽃아놓은 책들 좀 읽어보고 오는 걸 추천하마, 이 선생님이 카페에 좋은 책들 엄선해서 비치해놨는데 너희가 보는 건 맨날 잡지 아니면 연애소설이잖니. 흔해빠진 말이지만 책은 마음의 양식이란다. 매일 읽으라고까지는 안 할 테니 일주일, 아니 한 달에 한 권씩이라도 교양 서적을 읽어주렴, 너희들이 카페에 드나들 때마다 한 권씩만 읽었어도 다 읽는 데 1년도 안 걸렸을 거란다.)

너희는 내게 사랑을 주었고, 나 역시 너희를 사랑하니, 사랑은 돌려주고 돌려받는 것이란다. 내가 너희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유일한 것이 이것이니 서로 사랑하거라, 세이아는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겠지, 총학생회장이 던졌던 낙원에 대한 화두 이야기다.

낙원을 알 수 없듯이 한 존재는 다른 존재를 서로 알 수 없단다. 사실 나도 너희의 진정한 모습을 미루어 짐작할 뿐 확신할 수는 없고, 확신해서도 안 된단다. 그리고 이 선생님도 너희에게 숨기는 것이 많았단다.

그렇지만 너희는 나를 믿어주었다. 뭐...... 안 믿었을 수도 있지만. 일단 이 선생님은 너희가 나를 믿어주었다고 생각했고 그에 대해 항상 고맙게 여겨왔다.

의심으로 잃는 것보다 훨씬 큰 것은 믿음으로 얻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선생이란다. 너희를 믿는 것이 내 의무지. 내가 언제 어떻게 죽었을지 모르지만 설령 그게 내 학생의 손에 죽었다고 해도 원망하지는 않는단다.

일곱 번씩 일흔 번 나를 배신한다고 해도 괜찮다. 언제든 뉘우치기만 하면 샬레의 문은 열려 있고, 그건 죽는 순간까지도, 죽은 뒤에도 나의 좌우명이 되어야만 할 일이다. 그리고 결코 후회하지 않을 거란다.

너희는 어른이 될 테고, 나의 의무는 그것을 이끌어주는 것, 나는 너희의 방패고 갑옷이 되어주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내 명이 다했다면 기쁜 일이고, 그게 아니라면 부끄러운 일일 것이다.

세상에 나쁜 학생은 없단다. 아직 가르침을 받지 못한 학생이 있을 뿐이지.

내가 죽기 전에 너희들에게 모든 것을 다 가르치는 데 성공했다면 기쁜 일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오직 단 하나만 기억해주거라.

상대를 믿어줘라, 그리고 사랑해줘라.

만약, 정말 만약 나를 지키지 못해 좌절한 학생이 있다면, 명심하거라.

자신의 행동을 책망하지 말거라, 너는 네가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너희는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아이들이란다.

너희들이 내 죽음에 괴로워한다면 그건 나를 실패자로 만드는 일이란다.

슬퍼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그것이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의 괴로움으로 변해서는 안 된단다.

그런 마음을 너희가 품는다면, 그건 나의 죄다.

나는 키보토스의 책임자이고, 이 세계의 책임자다. 너희가 가지고 있는 그런 마음을 책임져야 할 최종 책임자다. 그 모든 것은 내가 안고 가야만 하는 일이란다.

설령 너희가 죄를 짓는다고 해도,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른다 해도. 너희 스스로가 너희를 용서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해도.

너희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단다. 아니, 책임을 져서는 안 된단다.

그 책임은 전부 나의 것이니까.

언제, 어느 때라 할지라도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어른이, 즉 내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란다.

그것이야말로 어른이 해야 하는 일이란다.

그러니 너무 절망하지 말거라, 때가 되어 떠나든, 아니면 하늘이 나에게 운수를 허락하지 않았든 간에.

그저 이것을 기억하거라.

이 선생이 평생을 거쳐 깨달은 것이 있다면 진리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의 삶 속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도 진리가 숨어 있단다.

너희가 진정으로 바라는 꿈을 위해 걸어가거라, 네가 되고 싶은 존재는 너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란다.

항상 노력한 학생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단다.

잘못을 저지른 것을 후회하는 학생에게 뉘우친 이상 너의 죄는 내가 이미 지고 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단다. 네가 누구인지는 앞으로의 너의 행동이 규정할 테니까.

닿기 힘들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미래를 위해 투쟁하는 학생들에게는 내가 곁에 없더라도 너희를 응원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단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자신의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구세대와 악인들이 주입한 너희들의 것이 아닌 증오에 매몰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서 너희를 기다리고 있는 밝은 미래에서 끝내 행복하기를 기원한단다.

모든 것이 헛되게 느껴질 때는 언제나 있단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것을 포기할 이유는 되지 않는단다.

어딘가에서, 여전히, 늘, 그리고, 마침내...... 행복하기를.

너희의 존재 자체만으로, 너희가 청춘을 구가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나의 가장 소중한 꿈은 이루어진 것이란다.

그러니까. 더 많은 것을 함께하면서 세상에 널려 있는 수많은 진리들을 가르쳐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단다.

이 보잘것없는 선생을 이토록 잘 따라줘서 진심으로 고맙단다.

살아서도 그랬듯, 너희들이 이걸 읽는 순간과 그 이후로도 너희들 모두를 영원히 사랑할 거란다.

선생님이.

"후우. 다 썼다!"

물론 조금 더 진지한 내용의 유언장, 그러니까 변호사 공증 받아야 하는 부류는 따로 있다. 중요 서류의 위치, 사후 업무 수칙, 유산 분배 등등.

하지만 뭐 이 정도면 되겠지. 그런데......

창 밖이 밝아오고 있다.

"젠장, 고작 이거 쓰자고 밤 샌 건가......"

한숨을 내쉬고 저장한 뒤 평소에 하던 것처럼 내게쓴 메일함에 보낸다. 클라우드 서비스 대신에 즐겨쓰는 방식이다.

그리고 잠시 뒤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

"선생님! 선생님!"

아로나의 처절한 외침이 들렸다.

"일어나세요!"

"뭔데........."

"지금 주무실 때가 아니라고요!"

"?"

그때 침실 문이 벌컥 열렸다.

"어?"

잠에서 덜 깬지라 저 옆가슴이 누군지 이름이 잘...... 잠깐 쟤가 선도부였지, 선도부였으면 히나........의 개, 맞다. 아코지. 행정관.

이라는 결론에 느릿느릿 돌아가던 머리가 도달한 순간 일으켜세워졌다.

"선생님! 그게 무슨 소린가요! 죽는다뇨!"

"아코야, 아침부터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 하지 말고......."

"아침이라뇨? 지금 벌써 오후인데요?"

"어?"

늦잠잤나.

"아무튼! 그럼 이건 뭔데요!"

어제 밤새 썼던 유언장을 프린트로 뽑아온 아코를 본 나는 잠시 벙 쪘다.

"어....... 그건......"

"인터넷에서 게시글을 본 부장님이 쓰러지셨다고요!"

어 잠깐만 타임 스톱

"그게 왜 인터넷에 올라가 있냐? 아 잠깐 진짜 타임, 놓고 말해 놓고."

잠깐, 설마 내가 어제 메일을 잘못 보냈나? 나에게 쓰는 메일에 그러고 보니 왜인지 수신자 메일주소가 붙어 있었던 것도 같고.......?

불길한 직감이 들었지만 잠시 뒤 문짝이 부서졌다.

"선생님!"

아코는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아니 진짜 안 보였나. 아무튼 내게 강력한 보디 블로를 날린 미카에 밀려 넘어진 나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미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선생님....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어디 병에 걸렸다거나 뭐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거나, 응? 응?"

"진짜, 아무것도 아냐! 그냥 세상 일이 확실한 게 하나 없구나 해서......."

"죽지 마, 선생님, 죽지 마, 선생님 죽으면 나도 따라 죽어버릴 거니까 죽지 말라고......."

잠깐 당황하던 아코가 마악 미카에게 뭐라 하려는 순간 문짝을 밟고 몇몇 학생들이 더 뛰어들어왔다. 선두는 아스나인 거 보면 밀레니엄이네, 거기에 유우카랑 노아가 헉헉거리면서 따라오고 있고......

그야말로 인터넷을 본 순서대로 밀려들어오는 학생들의 아우성에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선생님! 죽는다는 게 무슨 소리야! 선생님이 왜 죽어!"

"선생님, 이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해명해 주십시오. 전 지금 냉정함을 잃으려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아냐.... 아니라고........ 딱히 죽을 병 걸렸거나 그런 거 아냐!

그러나 이미 늦었다. 구호기사단이 들것을 가져와 들어올려 내 몸에 대한 정밀검사를 시행하겠다며 질질 끌고 가고 있었으며, 세나가 구급차의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우선 MRI부터 찍겠습니다."

"아니 나 멀쩡......."

"멀쩡하다는 분이 유언장을 써놔요?"

"단장님! 큰일이에요! 입원시키려면 간병인 역할을 할 보호자가 필요한데 간병인을 누가 해야 하냐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폭력사태가......!"

"구호를 해야겠군요."

어차피 간병인 있다고 간호사가 안 오는 것도 아니고 구호기사단은 상관없었지만 다른 학생들에게는 중대사항이었다.

그리고 미라처럼 꼼꽁 묶여서 구급차에 태워진 선생의 '나 멀쩡하다고'라는 절규는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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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8.02창작

소설)선생님의 유언장

#선생#소설
좋아요 0댓글 23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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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작가
게시물 17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3.08.02 18:42
조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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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3

나
ㅇDC
ㅇㅇ123.08.0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ㅇDC
ㅇㅇ223.08.02

2편 ㅇㄷ

ㅇDC
ㅇㅇ작성자23.08.02
디시콘
ㅇDC
ㅇㅇ923.08.03
ㅇDC
ㅇㅇ1623.08.03
디시콘
ㅇDC
ㅇㅇ323.08.02

퍄퍄퍄 존나 맛있다

ㅇDC
ㅇㅇ423.08.02

2편 내놔

ㅇDC
ㅇㅇ423.08.02
디시콘
ㅇDC
ㅇㅇ523.08.02

이제 이러고서 진짜 죽은 세계선 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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