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
오늘도 내가 속한 전대, 카이텐져는 처참하게 깨졌다.
샬레에 선생이 부임해서 총학생회의 현상수배 업무를 맡은 이후로,
우리 카이텐져는 연전연패 중이었다.
모처럼 다른 범죄조직을 습격해 탈취한 BD와 오파츠를 전부 뺏기고, 빈털터리로 아지트에 돌아오는 신세.
정말로 되는 일이 없었다.
"분하다! 하지만 무한히 회전하는 정의의 레일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무한히 회전하는 레일은!”
“이윽고 정의의 미래로 이어진다!”
슬슬 꽤나 심각하게 조직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상태까지 몰렸는데도, 리더는 저런 철없는 소리나 지껄일 뿐이었다.
유탄을 맞아서 아프로 머리가 되어버린 리더가 손을 들고 선창하자, 나머지도 함께 저 웃기지도 않은 구호를 외쳐댔다.
"그린! 뭘 하고 있어! 너도 회전 최고라고 외쳐라!"
나는 저런 멍청한 놀이에 어울려줄 생각이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월급이 밀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리더, 대체 밀린 월급은 언제 입금해줄 겁니까? 벌써 2달이나 돈을 제대로 못 받고 있는데요."
"그린! 그게 무슨 망발이야! 정의의 마음보다 월급이 더 소중하다는 말이냐?"
"예. 월급 제때제때 잘 주는 게 정의입니다, 리더."
레드는 경악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예상했다.
카이텐저의 주 수입원은 범죄조직을 털어 얻은 BD와 오파츠를 블랙마켓에 팔아 환금하는 것이다.
벌써 몇 주째 그 BD와 오파츠를 전부 샬레의 선생한테 털리고 있으니, 돈이 있을 리가 없겠지.
"정의의 마음을 잃어버린 리더와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습니다. 그럼."
"그린! 무슨 소리야! 너 설마 카이텐져를 탈퇴하겠다는 거냐?"
"당연하죠. 2개월 이상 월급이 밀리면 자동 계약해지라고 계약서에 있었을 겁니다. 아, 밀린 월급은 법정이자로 계산해서 꼭 넣어주세요."
경악하는 전 동료들을 뒤로 하고, 나는 매몰차게 문을 닫았다.
핑크가 한숨을 내쉬며 리더의 머리를 후려치는 것이 얼핏 보였다.
"그러니까, 카이텐 FX의 부품을 살 돈이 있으면 그린 월급부터 줘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또 저만 진지했던 건가요?"
이 얼간이들과도 여기서 안녕이다.
빨리 새 직장을 구해야겠다.
( 2 )
"...그래서, 구한 직장이라는게."
나는 샬레의 건물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는 중퇴.
마땅한 경력도 없는 내가 급히 구할 수 있는 직장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정도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편의점의 위치였다.
"...샬레 내부의 엔젤 24라니."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했던가. 아니, 이런 건 여기에 쓰는 속담이 아닌가.
아무튼 카이텐져를 파멸까지 몰아붙인 선생, 그 남자의 본거지가 내 새 직장이었다.
나는 낡은 유광 잠바에 손을 찔러넣은 채로 부르르 떨었다.
깨진 안티키테라 조각 하나라도 놓칠세라, 악귀같은 얼굴로 현장을 뒤지던 선생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악귀한테 내가 카이텐져의 그린이었다는 사실을 들킨다면, 끝장이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는 들킬 리가 없겠죠. 그때 나는 우스꽝스러운 코스튬을 입고 있었고, 지금은 맨얼굴이니까."
나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뭘 들킬 리가 없어?"
"제가 카이텐져의 그린이었다는 사실을... 아."
그리고, 얼어붙었다.
선생.
키보토스의 유일한 어른 남자.
그가 한 손에 커피를 쥔 채로, 내 뒤에 서 있었다.
그 얼굴은 악동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 3 )
"그러니까, 그린 양?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잠시 후 나는 선생의 집무실에 끌려와서 상담을 가장한 취조를 받는 신세가 되었다.
커피믹스를 타서 내게 건네주었지만, 마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고개를 푹 떨구고 대답했다.
"그냥 그린이라고 불러주십시오."
"그래서, 악명높은 카이텐져의 그린 양이 여긴 무슨 일이야?"
"저, 그게... 카이텐져는 탈퇴했습니다. 손을 씻었다고나 할까요."
"그래? 왜?"
"동생들을 부양해야 하는데, 월급을... 안 주었기 때문입니다."
선생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표정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이 생긴 나는 더듬거리면서 필사적으로 말했다.
"앞으로는 절대로,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외람된 말이지만, 저는 장녀입니다. 그리고, 부모도 없습니다. 집에는 세 명이나 되는 어린 동생들이 있어요. 카이텐져 활동은 돈을 벌 방법이 없어서 한 겁니다. 제가 감옥에 가면, 그 녀석들은 전부 나쁜 길로 빠지거나, 굶어 죽을 겁니다...부디, 자비를..."
"알았어, 알았어. 고개 들어도 돼, 그린 양."
"예?"
너무 선선한 대답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선생은 넉살 좋게 웃으면서 말했다.
"동생들을 먹여 살리려고 손을 씻고 성실하게 일한다는데, 어른으로서 오히려 칭찬을 해야겠지.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내 말은 물론 진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내 말이 거짓말인지 아닌지 확인조차 해보지 않고 저런 말을 꺼냈다.
어른의 도량이랄까, 그런 게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종이컵에 든 커피를 홀짝 마셨다.
"앞으로는 한 건물에서 생활하는 식구니까. 잘 부탁해. 혹시 곤란한 일이 있으면 나한테 상담하고."
자퇴생인 내가 자기 학생이라도 되는 듯한 말투였다.
그 말을 끝으로 선생은 나를 풀어주었다.
혹시, 어쩌면, 조금 괜찮은 사람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4 )
"선생님, 제가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지만, 너무 식습관이 어린애같지 않습니까?"
그로부터 보름 후.
나는 순식간에 선생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가 쉴새없이 편의점을 들락날락거렸기 때문이었다.
"응? 왜? 뭐가 어때서?"
"세 끼를 거의 다 라면, 커피, 과자로 때우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격무에 시달려서 제대로 된 식사를 취할 시간이 없으신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쯤은 야채를 드셔야죠."
"그럼 이 야채 과자를..."
"야채 과자는 야채가 아닙니다."
내 단호한 말에 선생은 호탕하게 웃고, 샐러드를 계산대로 가져왔다.
"이야, 그린 양은 장녀라서 그런가. 혼내는 게 능숙하네."
"저희 막내도, 과자로 아침을 때우려고 해서 큰일입니다."
바코드를 찍으면서 나는 아무렇게나 대답했다.
"그래서? 편의점은 마음에 들어?"
"예. 특히, 폐기가 많이 나오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식비가 많이 절약되니까요. 특히 이 '숙주 도시락'은 거의 팔리질 않고 전량이 폐기되니까, 고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서 좋더군요."
"...숙주 도시락? 그거 맛없지 않아?"
"하지만 영양학적으로는 완벽합니다. 동생들은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먹지만, 엄하게 대해야겠지요. 언니니까요."
그 말에 선생은 잠시 골똘히 고민하더니, 불고기 도시락을 들고 계산대로 걸어왔다.
그리고, 계산을 끝마친 불고기 도시락을 내 품에 건네주었다.
"저, 선생님, 이건?"
"그린 양은 좋은 언니지만, 동생들한테 엄하기만 하면 안 돼. 가끔은 어리광도 들어줘야지. 동생들에게 줘."
"이런 걸, 받을 수는..."
나는 도시락을 품에 안고 우물쭈물했다.
하지만 선생은 이미 봉지를 든 채 엔젤24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 뒷모습에 자그맣게 중얼거리고, 나는 기분 좋게 업무를 이어갔다.
어느새 퇴근할 시간이었다.
앞치마를 벗은 나는, 제일 먼저 불고기 도시락을 찍어서 동생들에게 모모톡을 보냈다.
- 오늘 언니가 맛있는 걸 가져가니까, 군것질하지 말고 기다리세요.
그런데 돌아온 답신은 전혀 예상외의 내용이었다.
- 언니! 큰일났어!
- 막내가 크게 다쳤어!
그리고 동생들이 찍어보낸 사진에는, 크게 다쳐서 피를 흘리는 막내가 찍혀 있었다.
피범벅이었다. 절대 작은 상처가 아니었다.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느낌이었다.
잠시 당황한 채 안색이 하얗게 질려 있던 나는, 문득 언젠가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곤란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상담해도 좋다는 선생의 말을.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이미 샬레 집무실의 문을 열어젖히고 있었다.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선생의 가슴팍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파묻고 말했다.
"선생님... 도와주세요. 동생이, 많이 아픕니다..."
( 5 )
"이거면 일단 위험한 고비는 넘겼어."
그 말에 나는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렸다.
선생님은 내 요청에 바로 샬레를 박차고 뛰쳐나와서, 아비도스 구석에 있는 허름한 우리 집까지 달려와주었다.
그리고 특제 응급키트로 동생을 치료해주었다.
밀레니엄에서 제공했다는, 샬레 특제 응급키트의 효과는 탁월했다.
사경을 헤매는 것 같았던 막내는 약 몇 병에 금세 기운을 찾아서, 배시시 웃어보일 정도가 되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비싼 약 같은데, 어떻게 갚아야 할지..."
"됐어. 어른이 어린아이를 돕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선생님은 키트의 뚜껑을 닫으며 손사래쳤다. 막내는 어른 남자가 신기한지, 눈을 똘망똘망하게 빛내며 물었다.
"아저씨는 누구에요?"
"아저씨라니. 버릇없게. 이 분은 샬레의 선생님이셔. 그러니까... 모두의 선생님 같은 분이야."
"선생님? 그럼 대단한 사람이에요?"
"글쎄."
선생님은 막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어주었다.
"카이텐져보다도 더 대단해요?"
"카이텐져? 글쎄. 자주 이겨보긴 했는데."
선생님은 나를 흘끔 쳐다보며 말했다.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 헛기침을 했다.
"그럼 선생님, 카이텐져를 도와서 이 마을을 구해주세요! 카이저 코퍼레이션 놈들한테서!"
막내는 신나서 소리질렀다. 내가 황급히 입을 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선생님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카이저 코퍼레이션?"
그 이름이 왜 여기서 나오느냐는 듯한 물음이었다. 그리고 해명을 요구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 6 )
"그러니까, 카이텐져는 카이저 코퍼레이션에게서 이 자치구를 지키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거구나. 본의 아니게."
"...예. 여기에 불법으로 본거지를 차렸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만, 소 뒷발로 쥐 잡았다고나 할까요. 정의의 사자가 되어버린 거죠."
나는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이 아비도스 구석 자치구에서만큼은, 카이텐져는 정말로 정의의 편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퇴거를 요구하면서 쳐들어온 카이저 PMC를 여러 번 쫓아내주었으니까요."
"하지만, 정말로? 그것만으로?"
"그 정도로 이 가난한 동네의 사람들은 구원자에 굶주려 있던 겁니다. 그냥 색깔 코스튬 입은 괴인들을 영웅으로 착각할 정도로요. 샬레도, 총학생회도, 아무도, 우리한테는 도움을 주지 않았으니까요."
막내를 다치게 한것도 그 카이저 PMC였다. 막내는 예전부터 카이텐져를 동경했다.
느닷없이 다시 쳐들어온 카이저 PMC에게, 막내는 겁도 없이 카이텐져 흉내를 내며 맞섰고, 그 결과 크게 다친 것이었다.
"동생들한테는 그린 양이 카이텐져라는 걸 말해주지 않았구나."
"당연하죠. 뭐가 자랑이라고요."
나는 새근새근 잠든 동생들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이 녀석들도 나이를 먹으면, 카이텐져가 그냥 범죄집단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겠죠. 그럼 언니가 한 짓들 때문에 환멸하고, 죄책감을 가질지도 몰라요. 그런 건 싫습니다."
단호한 선언에 선생님은 더 이상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대신, 다른 말을 꺼냈다.
"그럼 카이저 코퍼레이션이 왜 갑자기 다시 이 자치구에 쳐들어왔는가, 그게 문제인데..."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설마."
나는 뇌리에 번뜩인 한 가지 가능성 때문에 말을 더듬었다. 선생님도 같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린 양이 탈퇴해서, 카이텐져가 약해졌다는 걸 알고? 이 기회에 이 지구를 탈환하기 위해서?"
그게 아니면, 이제와서 갑자기 병력을 파견할 이유가 없었다.
그 추론을 뒷받침하는 추가적인 근거도 생겼다. 폰이 갑자기 울어대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린 양, 그건..."
"카이텐져 소집령이에요. 정말로 긴급할 때에만 울리는... 아마도, 기지가 공격받고 있는 것 같은데요."
나와 선생님은 말없이 눈을 마주쳤다.
"그럼, 도망쳐야겠네요. 선생님도 피난을 준비해주세요."
한참 후에야 내가 꺼낸 말은 그것이었다.
"가지 않는 거야? 동료들이 부르고 있잖아."
"저한테는 그 얼간이들보다, 동생들이 더 소중합니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약속했어요. 저는 언니니까, 동생들을 꼭 잘 돌보겠다고요."
나는 머뭇거리면서 답했다.
"그리고, 선생님과 약속했잖습니까.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요.”
“나쁜 짓이 아니야. 정의다.”
“예?”
나는 선생님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선생님은 더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지금 여기서 그린 양이 가지 않으면, 그래서 카이텐져가 패배하게 되면, 네 동생들은 우상을 잃는 거야. 어린아이들이 우상을 잃지 않도록 애쓰는 게, 정의가 아닐 리가 없잖아?”
“하지만, 카이텐져는 분명히 현상수배까지 받은… 범죄 집단…”
“그린 양은 분명히 훌륭한 장녀야. 하지만 그래서, 어리광을 부릴 줄을 모르는 것 같아.”
어쩐지 눈물이 핑 도는 것 같았다. 선생님은 내 어깨를 붙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린 양은 지금까지 훌륭하게 동생들을 지켜냈고, 이 지켜주는 사람 없는 마을을 지켜냈어. 그럼 이럴 때 정도는 어리광을 부려도 괜찮아.”
“그런…”
“현상수배니 뭐니, 그런 어른의 사정 같은 건 집어치고. 당당하게 내가 정의라고 소리쳐도 괜찮아.”
그 말이 결정타였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다시는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변신 벨트를 집어들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 인사를 남기고, 곧바로 달려나갔다.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카이텐져의 기지로.
( 7 )
기지에 도착한 나는 드론으로 전황을 살펴보았다.
척 보기에도 전황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간신히 기지가 무너지지 않도록 버티고 있는 게 고작이었다.
카이저 PMC의 오토마타들을 향해서, 헤비머신건을 난사해대던 블랙이 소리질렀다.
“리더! 이대로는 10분도 더 못 버텨! 철퇴를 요구한다!”
“안 돼!”
“왜 안되는데?”
“여기는 우리의 얼과 혼이 서린 고향이다! 이 곳을 잃어버리면, 그린 녀석이 돌아올 장소가 없어지잖아! 죽는 한이 있어도 버텨라!”
“그렇게 소중하면 월급이나 제 때 주시지…”
“아무튼 버텨라!”
리더는 수류탄을 던지며 핑크의 핀잔을 무시했다. 그 모습을 보니 웃음이 픽 터졌다. 싸움 때문에, 저 얼간이들은 내가 도착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는 전멸이야!”
“카이텐 FX를 불러!”
“하지만, 그린 녀석이 없으면, FX는 부를 수가…”
그 때, 나는 기지의 지붕을 밟고 서서 크게 소리질렀다.
“무한히 회전하는 레일은!”
이 낯부끄러운 기동 대사를 내가 선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내 목소리에, 모두가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화색이 되어 화답했다.
“이윽고 정의의 미래로 이어진다!”
기지의 해치가 열리고, 육중한 로봇 파츠들이 날아들어 조립을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어느새 대지에는 우람한 전사 형태의 로봇이 우뚝 섰다.
신나게 총을 난사해대던 오토마타들은, 그 위용에 놀라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무한초밥전대 카이텐져 등장!“
“한 놈도 살려보내지 마라!”
리더의 명령을 신호로, 나는 익숙한 조종간을 당겨 싸움을 시작했다.
예전에 늘 그랬듯이, 싸움은 싱거운 대승이었다.
( 8 )
“그린. 그동안 우리 네 명이 알바를 해서 모은 돈이다. 네 두 달치 월급이야. 법정이자 3.4%도 확실하게 적용했다.”
“그렇습니까.”
“그리고, 너에게 사과할 것이 있다. 처음으로, 땀흘려 알바를 하면서 깨달았다. 생업은 소중하다는 것을. 하루하루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야말로 곧 정의라는 것을.”
“웬일로 기특한 말을 하시네요, 리더.”
“그러니 부탁한다. 다시 한 번, 우리 멤버가 되어줄 수 있겠나?”
리더는 돈이 든 봉투를 건네고, 고개를 숙여 진지하게 요구했다. 어차피 들어줄 생각이었지만, 나는 못이기는 척 봉투를 받아들었다.
“좋아요.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말해봐라!”
“그게…”
나는 침을 삼키고, 준비해두었던 조건을 들려주었다.
( 9 )
“뭔가요, 선생님? 귀신이라도 보는 것처럼?”
나는 편의점 매대에 선 나를 보고, 눈을 껌뻑거리는 선생님에게 말했다.
능청스럽게 그 손에서 컵라면을 받아 바코드를 찍었다.
“여전히 라면만 드시네요. 야채를 좀 드셔야 잘생긴 얼굴에 생긴 기미가 없어지실 겁니다. 선생님.”
“그린 양. 그린 양이 왜 여기에…”
“리더와 딜을 했죠. 다시 카이텐져에 돌아가는 대신, 주말에는 투잡을 뛰기로. 어떤 선생님이 카이텐져를 쥐잡듯이 잡아대니까, 가만히 있으면 또 생계가 곤란할 것 같아서요.”
사실은, 다른 이유도 있지만.
나는 헛기침을 하며 진짜 이유를 숨겼다.
선생님의 손이 내 머리를 헝크러뜨린건 그때였다.
“잘 돌아왔어.”
“…다녀왔습니다.”
선생님의 손은 크고 따뜻했다.
무심코,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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