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못 참겠어!"
내 방 침대 위에서 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그렇게 푸념했다.무엇을 견딜 수 없었냐면, 선생님에 대한 것이었다.
선생님의 소망에 따라 가정식을 차리던 그날 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매일 내가 만든 요리를 먹고 싶다고.
그 말을 들었을 때는 환희에 떨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매일 내 요리를 대접해서 먹인다. 나에게 있어서 그것은 최고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이 원한다면 나는 언제든지 그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ㅡㅡ
선생님의 권유가 오지 않는다.
그 말로부터 벌써 반년이 지나간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한번도 나에게 요리를 부탁하지 않는다.
물론 그 사이에도 선생님께 요리를 대접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인스턴트만 먹는 선생님을 위해 나 스스로 요리를 만들러 간 것일 뿐이드.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지만, 역시 선생님이 내 요리를 먹고 싶다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게다가 최근에는 급양부로서 바쁜 것과 미식연구회라는 사람의 형상을 한 문제덩어리들에게 말려들어 선생님 곁으로 갈 시간을 내지 못하고, 한참 동안 요리를 대접할 수조차 없었다.
그럴때라도 선생님께서 제 요리를 먹고 싶다고 말씀해주시면 어떻게든 시간을 낼텐데...
그렇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내일은 오후부터라면 시간을 낼 수 있다. 미식연구회도 환상의 진미를 찾아 한동안 게헨나에 없을 것 같다. 이 절호의 기회는 놓칠 수 없다.
실은 오늘 점심, 선생님이 일 때문에 게헨나에 오셨을 때 내일 오후에 한가한 시간이 있다는 것을 넌지시 전했다. 그렇게 전하면 나에게 요리를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불만스러웠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원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었으면 어쩔 수 없다. 진짜로 내일 오후를 한가하게 보낼 수는 없어.
내가 선생님께 연락하려고 모모톡을 열었다.
'갑자기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선생님께 요리를 해드리고 싶은데 내일 저녁 시간 있으세요?'
약간의 망설임 후 송신 버튼을 누른다. 선생님은 바쁘신 분이니까 금방 답장은 할리 없겠지라고 생각하고 목욕을 하기로 한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니 선생님으로부터 답장이 와 있었다.
'물론 대환영이지. 후우카의 요리 기대하고 있을게.'
승낙하는 답장.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기뻐해야할 답장내용이었다. 근데 거기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했던 것같은 제안은 지금까지 몇 번이고 한 적이 있다. 그때마다 선생님으로부터 알겠다며 기대한다는 답변을 받는다.
연락도 없이 만들러 간 적도 있다. 그럴 때에도 매정하게 구시지 않고 마중나와 내 음식을 먹어준다.
정성들여 만든 요리를 선생님은 항상 맛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럼 왜 나한테 요리를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거지?
승낙을 받을 수 있어서 기쁜 반면, 나는 울적한 기분도 들었다.
다음날
"어서 와 후우카. 기다렸어."
샬레의 한 방에서 선생님이 나를 마중 나왔다. 지금부터 당분간은 선생님과 단둘. 그것을 의식하니 긴장과 그보다 더 기쁜 마음이 치밀어 오른다.
그러나 오늘따라 그 기쁨에 찬물을 끼얹는 마음이 어제부터 차마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분은 어떤 생각으로 변모해 갔다.
선생님은 내 요리를 정말 맛있다고 생각해 주고 있는 것일까?
"오늘은 요리를 해주는거지? 오랜만이라 어제부터 계속 기대하고 있었어."
"정말요? 그렇다면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할게요!"
내가 요리를 하면 선생님은 언제나 맛있게 먹어 주셨다. 저 얼굴을 의심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사실은 나에게 신경써준것 뿐인거아닐까?
한번 떠오른 부정적인 생각은 쉽게 나를 옭아맸다. 지나친 생각이라고 생각해도, 어떻게해도 머릿속에서 떨쳐버릴 수 없다.
"그래서 뭘 만들어 줄 거야? 식단은 후우카에게 맡겨버렸지만."
"햄버그를 만들려고 합니다.저번에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기억하고 있었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야."
선생님이 좋아하는 음식을 잊을 리가 없다.햄버그도 그것 말고도 다 기억하고 있다. 언젠가 그 요리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바로 요리하러 갈게요."
"뭔가 도와줄까?"
"아니요, 선생님은 천천히 계세요. 그렇지 않아도 선생님은 바쁘신 몸이니까요."
"그래? 뭐 난 요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니까. 그럼 여기 있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불러."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부엌으로 향한다. 그때 방에 있던 쓰레기통의 내용물이 보였다.인스턴트식품 용기가 많이 버려져 있었다.
......어째선가요 선생님. 인스턴트에 의존하지 말고 제게 말씀해 주시면 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드릴 텐데... 아니면 인스턴트 쪽을 선호하시는 건가요? 불길한 생각이 또다시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오 맛있겠다!"
"후훗 감사합니다!"
2인분의 햄버그와 기타 반찬, 그리고 밥이 차려진 상에 선생님과 앉는다. 처음에는 그냥 요리를 대접할 예정이었지만 어제 선생님의 제안으로 같이 먹게 되었다.
선생님과 함께 밥을 먹는 것은 얼마만일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상황. 하지만 나는 기뻐서 어찌할수 없었다.
내 요리를 맛있다고 먹어줄까? 지금 나는 그것에 관한걸로 머리가 꽉 찼다. 이전까지는 이 일로 이렇게 불안해질 일이 없었다. 간은 완벽하고 실제로 선생님도 맛있다고 하셨으니까.
'근데 그게 겉치레였다면?'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선생님에게 실례일지도 몰라. 그러나 한번 터져나온 의심은 순식간에 내 뇌를 지배해 갔다.
"그럼 식기 전에 먹을까?"
"그렇네요.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선생님이 먼저 햄버그에 젓가락을 댔다. 조리에 실수는 없었다. 간도 봤다. 분명 맛있게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안과 긴장으로 심장이 두근거린다.
햄버그가 선생님 입안에 들어갔다.
"응, 너무 맛있어!"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맛있다는 말, 그렇게 말했을 때의 얼굴, 그것이 진심인지 지금의 나는 모른다. 역시 지나친 생각이었어, 이 말에 도저히 수긍이 가지 않아.
"여전히 후우카의 요리는 최고네. 매일이라도 먹고 싶어."
"!"
그것은 내가 선생님에게 들어서 가장 기뻤던 말. 그것을 다시 한 번 들었는데 왜 기쁘지 않은 것일까? 정말...어째선가요 선생님...?
"왜... 저한테 요리를 부탁하지 않나요...?"
"어?"
물어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생각을 한 번 입밖으로 꺼내 버리자 다시 막는것은 불가능했고, 그 뒤로는 이제 내뱉는 것뿐이었다.
"전에도 그랬죠? 하지만 그 후 반년 내내 제 요리를 먹고 싶다고 말씀해 주시지 않았어요.... 알아요... 그 말이 농담 삼아 한 말인 것은..."
"근데 기대하게 되잖아요. 항상 맛있다며 먹어주시니까 가끔은 요리를 부탁하실 때가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한번도 그런적이 없어서... 생각해버렸어요... 사실은 맛있다고 생각해주시지않는게 아닐까... 선생님께서... 신경써주신 것일 뿐인게 아닐까하고..."
갑자기 이런 말을 들어서 선생님은 분명 곤란해 하고 계실거야. 그래도 입은 내 뜻과는 상관없이 계속 움직인다. 어쩌면 이번이 선생님에게 요리를 만드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데.
"그러니 가르쳐 주세요. 맛있지 않다면... 그렇게 말씀하셔도 문제 없습니다. 선생님은 왜... 저에게 요리를 부탁하시지 않으셨나요?"
문제가 없을리 없었다. 선생님에게 맛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이제 선생님을 볼 낯이 없어진다. 그래도 판결의 시간이 다가온다. 판결을 받는 쪽인데 판결을 요청한 사람은 나니까.
극도의 긴장 속에서 선생님을 바라본다. 한순간의 침묵, 혹은 긴 침묵 후에 선생님은 서서히 햄버그를 젓가락으로 잡고 그것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곧 밥을 퍼부었고 또 다른 반찬을 먹기 시작했다.
"선생님...?"
"응, 역시 너무 맛있어!"
"아..."
맛있다, 여러 번 들어왔던 말. 그리고 제가 지금 가장 듣고 싶었던 말. 그렇게 말한 선생님의 얼굴은 웃는 얼굴이었고 어딘가 어린애 같은 느낌이 드는 표정이었다. 그 얼굴에, 그리고 말에 거짓말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매일 후우카의 요리를 먹고 싶다는 말은 말이지, 그건 겉치레로 한 말이 아니야. 매일 먹을 수 있다면 그건 정말 기쁜 일이니까. 요리를 부탁하지 않은 것은 급양부 부장으로서 바쁜 후우카를 무리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야."
"불안하게 해서 미안해. 몇번이고 말하지만, 후우카의 요리는 정말 맛있는 것 같아. 그러니 후우카만 괜찮다면 앞으로도 나에게 밥을 해줬으면 좋겠어."
처음부터 거짓말 같은 건 없었다. 내 마음대로 의심암귀가 되어 선생님을 의심하고 있었을 뿐이다. 요리를 부탁하지 않은 이유도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었다. 선생님은 자신의 식욕보다 학생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조금 전까지의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불필요한 걱정으로 선생님께 폐를 끼쳤다. 즐거워야 할 식사시간을 이상한 분위기로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아직 선생님이 제 요리를 먹고 싶다고 말씀해 주신다면ㅡㅡ
"네...네...! 저라도 괜찮으시다면...언제든지 밥을 해드리겠습니다...!"
"응, 고마워 후우카. 아 맞다, 서로 바쁘니까 매일매일 할 수는 없겠지만 다음에는 내가 연락할게."
내 요리에 대한 선생님의 마음을 새삼스레 알게 되었고, 지금은 환한 마음으로 가득 찼다. 다음에 만들 때는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자. 그렇게 마음속으로 맹세한다.
하지만 선생님? 매일 그렇게 될 수는 없다고 말씀하시는데, 언젠가 그렇게 되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았어요. 제 꿈은 그거니까요. 선생님에 대한 제 마음 만만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네! 그럼 그때까지 솜씨를 연마하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내 얼굴은 부끄러워질 정도의 함박웃음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오늘도 어김없이 바빴다. 게헨나의 학생 수와 급양부 인원이 너무 불균형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 미식연구회, 오늘도 학교식당을 폭파했다. 이유는 계란 후라이 노른자가 반숙이 아니라서.
눈을 감으면 금방 잠들 정도의 피로감이 나를 덮친다. 오늘은 일찍 쉬어야지. 분명 내일도 바쁘니까. 목욕을 하기 위해 일어선다.
"응?"
핸드폰이 진동한다. 모모톡에 알림이 온 것 같다. 그 상대는...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모모톡을 열고 그 내용을 본다.
"후훗, 물론이죠."
바로 답장을 한다. 조금 전까지 느꼈던 피로감은 이제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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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흑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