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엄 #S #드라마 #오토기
원본 by h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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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기혼이구나.’
오토기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놀라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헛기침하며 다시 살펴보니, 역시나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그의 약손가락에…그래, ‘결혼반지’가.
오랜만에 맡은 샬레 당번, 이걸 알아챈 건 분명 우연일 것이다.
소녀는 숨을 내뱉으며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뭐, 그렇겠지.’
납득이 갔다.
'선생'이라는 특별함을 떼어놓고 보더라도 그는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니까.
배려심 깊고 말투도 부드러운 데다, 의지가 된다 싶으면…적당히 빈틈도 보여준다.
그런 사람이 독신일 리가 없지.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토기, 무슨 일 있어?“
"아, 아냐. 아무것도. 그냥 생각 좀 하느라.“
이렇듯, 잠깐 멍하니 있던 자신을 금방 알아채 준다.
타이핑을 하며 건네오는 선생의 시선에 오토기는 쓴웃음으로 답했다.
하지만 그가 설마 결혼했을 줄이야.
평소엔 반지를 빼고 다니는 건지, 널리 알려진 사실은 아닐 터였다.
그렇게 되니 역시…소녀의 머릿속을 스치는 건 그에게 홀린 학생들이다.
눈을 감으니 수많은 얼굴이 떠올랐다.
"좀 궁금한 게 있는데, 선생님 생각은 어때?
'학생이랑 사귀는 거', 가능하다고 봐?“
그저 막연한 질문이었다.
애초에 가망이 없었던 거라면 포기도 쉬울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아주 잠깐, 기분 탓일까.
그렇게 묻는 순간 그의 눈동자가 무서울 정도로 싸늘해진 듯한.
선생은 다시 평소의 부드러운 미소로 돌아와 진지하게 대답해 주었다.
"글쎄.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로서는─찬성할 수 없겠네.“
"헤에. 역시 애 같아서?“
상대가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평소의 선생은 여기서 적당히 얼버무렸을 것이다.
다만, 같은 방에 있는 그녀─오토기라는 학생은, 어느 쪽인가 하면 격의 없이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상대였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선생은 턱을 괴며 입을 열었다.
"─그건 연애라고 부를 수 없어. 어른과 아이 사이에 생기는 그것을 연애라고 말해서는 안 돼.“
"호오, 그래?“
키보토스에서 선생과 학생의 연애는 범죄가 아니다.
그런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도 같지만, 그의 생각은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작업을 잠시 멈추고 기지개를 쭉 켠 그는 소파에 앉은 오토기에게 다가와…….
"예를 들어볼까. 내가 지금부터 오토기에게 키스한다고 치자.“
"…아?“
한쪽 무릎을 살며시 굽히며 선생은 소녀와 시선을 맞췄다.
익숙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 심장이 쿵 하고 한 번 크게 뛰었다.
무심코 흐트러졌던 자세를 고쳐 잡으려다 문득 깨달았다.
반지도 빛나고 있는데, 설마 그럴 리가 없지.
이어지는 말처럼 무언가를 설명하려는 모양이었다.
"너한테는 '처음'이겠지. 하지만─“
"후훗, 잠깐만. 누구보고 처음이라는 거야?“
"아, 하긴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겠네. 미안─“
"처음이긴 하지만!!“
잠시 장난스럽게 분위기를 흐리자, 선생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소녀 너머 창밖, 아주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고백도, 데이트도…키스도, 관계도.
어른은 이미 경험해 본 것들이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아.
익숙하지 않지.“
어떤 의미에서는 증명된 셈이다.
방금 그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소녀의 가슴이 철렁했던 것으로.
창문 틈으로 봄바람이 불어오고, 샬레의 신분증이 흔들린다.
선생.
나른한 오후의 평화로운 찰나, 그 두 글자가 선명히 보였다.
"익숙하지 않으니까 특별한 것이라고 착각하게 돼. 어른의 말 한마디…여러 몸짓들.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는 것들인데도 아이는 거기에 휩쓸리고 말아.“
열다섯이나 열여섯 즈음엔 그것이 특별한 것이리라.
'좋아해'라는 세 글자도,
집에 가는 길에 맞잡은 손도.
가끔 가슴이 벅차올라 실수조차 해버릴 정도로.
다만─어른이 되면 그것은 조금 다른 의미가 된다.
물론 완전히 익숙해지는 건 아니지만, 잔기술이 가능해진다.
의미심장한 몸짓도, '내 타입인 것 같아'라는 말 같은 것도.
"…아무리 똑똑해도 미경험에 대한 내성은 생기지 않아.
어른과 아이가 엮인다면 그런 차이는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지.“
“음, 그럼─어른 쪽도 미경험이라면?”
오토기가 그렇게 묻자 선생은 고개를 저었다.
그걸 증명할 방법은 없으니, 어떤 의미에선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게다가 '현재'라는 것은 젊은이들의 것.
나이를 먹었다면 그곳에 함부로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
"그렇구나. 그쪽 방면은 잘 모르겠지만, 조금은 알 것 같네.“
SRT라는 학원의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얼마 전의 사건 때문인지.
'어른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오토기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가벼운 질문이었지만 생각보다 묵직하게 다가왔다.
조금 팽팽해진 공기를 가라앉히려는 듯, 오토기는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그럼 말야? 내가 지금 선생님이 너무 좋아─운명의 상대야! 라고 말해버린다면?“
"적어도 5년 뒤에 다시 얘기하자.
가능하다면 그때까지 나 같은 건 잊어줬으면 좋겠고.“
"아하하, 그렇겠지.“
당연히 농담이라는 걸 알기에 그 역시 미소 지었다.
어쨌든 그것은 분명 그의 본심일 터.
어른은 아이에게 손을 대서는 안 된다─
머릿속이 상대로 가득 차 있다 해도, '그것'을 연애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나름의 결론을 내리며 오토기가 다시 소파에 몸을 맡기려던 찰나─
"─그러니까 어른은 어른이랑 연애를 하는 거야. 나도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
약손가락에 반지를 빛내고 있는 선생이 갑자기 그런 소리를 내뱉는 바람에 오토기는 땋은 머리를 찰랑이며 벌떡 일어났다.
시선이 마주친다.
그는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아, 아니, 아직 결혼까지는 생각 안 해.“
"그, 그야 그렇겠지? 바람이 돼버릴 테니까……?“
"하지만 원하고는 있어. 놀 상대랄까, 밥을 해줄 상대랄까……“
"선생님?“
멋진 대사를 내뱉던 조금 전과는 딴판으로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웃고 있다.
이거 설마, 방금 몇 초 사이에 머리라도 어디 부딪힌 걸까.
오토기의 뺨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한 순간─
시선을 눈치챘는지 그는 반지를 빼냈다.
자세히 보니 꽤 싸구려 티가 나는 물건이었다.
"아, 이거? 당연히 가짜지. 사진 모델 부탁을 받았는데, 그때 빼는 걸 깜빡했나 봐.“
그러니까─당연히 난 결혼 같은 거 안 했어.
그 말을 듣고 오토기는 이번에야말로 뒤로 넘어갈 뻔했다.
착각한 쪽이 잘못이라지만 사람을 너무 놀라게 한다.
등짝을 찰싹찰싹 때리며 소녀는 시원하게 웃어버렸다.
"놀랐잖아, 정말! 희대의 불륜남인 줄 알았네.“
"확실히 내가 부주의했네, 다음부턴 조심해야지.“
"정말이라니까, 진짜─“
시계를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이었다.
자신은 이제 SRT의 임무로, 선생도 다시 업무로 돌아갈 시간.
그렇게 찾아온 헤어짐의 순간─
문득 마음이 놓인 건지, 아니면 정말 아무 의미 없이 한 말인지.
나지막이 오토기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한마디는,
"…그렇구나, 다행이다.“
다행이다─다행이다?
무심코 홱 돌아봤지만, 다행히 그에게는 들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왜 안심해야 하는지 스스로 잘 이해가 가지 않아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소녀는 밖으로 달려 나가려다…'안녕!' 대신 딱 한 가지만 더 물었다.
"저기. 아까 했던 얘기인데, '5년 뒤'라면 괜찮은 거지?“
"응? 아,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지만─졸업한 뒤라면 그건 본인의 선택이지.“
─다시 만나러 와준다면 무정하게 쫓아내지는 않을 거야.
그 대답에 무언가 결심을 굳힌 듯, "그렇구나"라는 말만 남기고 오토기는 이번에야말로 달려 나갔다.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랑과 동경의 경계 또한 그러하다.
이 마음 또한 변덕일지도 모르고, 의외로 금방 잊어버릴지도 모른다.
쿡 하고 웃어넘기며 소녀는 벚꽃이 흩날리는 오후의 거리를 달린다.
댓글 6
어흐.. 달달해서 이썩어이...
아아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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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