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 #M #약탈애 #오토기
원본 by h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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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정말 힘이 약하구나.”
오토기는 놀라고 있었다.
툭 어깨를 밀고, 에잇 하며 팔을 억누른다.
단지 그뿐인데 밀쳐진 남자는─움직일 수 없게 되었으니까.
자신은 왜소하고 체중도 가벼운데. 아래에서 꼼짝 못 하는 그를 내려다보며 스치는 어떤 감정.
“어쩌려고 그래……. 내가 나쁜 사람이었으면.”
어떻게 된 것 같다.
폐관 후의 샬레, 둘뿐인 그의 집무실.
태블릿조차 책상 위에 놓여 있고, 문도 잠겨 있다.
고요함이 내려앉은 겨울 저녁.
꿀꺽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닫힌 커튼을 흔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오토기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샬레의 선생─그가 이상할 정도로 약하다는 것쯤은.
총에 맞았던 사건도 기억에 생생하고, 몇 번인가 납치당하기도 했으니까.
그렇기에 그 제안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호신술?”
“응, 그런 거. CQC 정도는 아니지만, 기초적인 건 가르쳐줄 수 있으니까.”
스케반에게 습격당해도 최소한 도망칠 수 있도록.
오토기는 순수하게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샬레 당번도 끝났고, 내일은 서로 쉬는 날이니까.
조금 가르쳐줘야지!
그렇게 생각하고 우선 근력을 측정해 보려다─곧바로 깨닫고 말았다.
그의 어처구니없는 무력함을.
“…저기, 선생님~ 진심으로 하는 거야?”
“당연하지. 말해두겠는데, 오른손잡이라고.”
팔씨름을 시작한 지 30초.
농담인가 싶을 정도로 오토기의 오른팔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크기 차이가 나서 손이 완전히 감싸인 모양새인데도, 파르르 떨리는 것 이상은…….
소녀로서는 태연하기는커녕 민망할 지경이다.
슬슬 끝내야겠다 싶어 힘을 주자─.
“에잇─앗, 미안 선생님. 아팠어?”
“…아니, 괜찮아.”
살짝 힘을 준 찰나, 메마른 소리가 책상을 울린다.
레버라도 당긴 듯한, 혹은 마른 나뭇가지를 꺾는 정도의 힘.
그 정도만으로 자신은 그에게 압승해 버렸다.
그 시점에서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아직 믿기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그 의지할 수 있는 선생님이, 자신보다 키 큰 어른이 이렇게 약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시험 삼아 덮쳐 보았지만.
“영차. 자, 선생님.
여기서 나한테 팔꿈치를 넣으면 무조건 구속이 풀리니까. 자, 해봐!”
“응, 하고 있어……. 설명 들은 순간부터 말이야.”
“…어?”
애초에 두 사람은 같은 선상에 있지 않았다.
아무리 기술을 연마해도 아기가 어른을 이길 수 없듯이─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든 근본적인 근력이 달랐다.
어떤 자세든 어른을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 할 수 있었다.
“아니, 그게, 알 것 같아!
학생 상대니까! 이상한 데 만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지? 하지만 그런 배려는 필요 없으니까─”
말이 끊긴 것은 어깨를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는 그를 보았기 때문이다.
진심인 듯했다.
운동신경이 치명적으로 나쁜 것도 아니고 건강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
그런데도─이 키보토스에서 ‘선생’은 ‘학생’을 이길 수 없다.
드러난 것은 단순한 진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소녀에게 마가 끼었다.
“…에잇.”
기습하듯 어깨를 밀고, 그 기세 그대로 위에 올라탄다.
단지 그것만으로 역시 그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은 왜소하고 체중도 가벼운데.
마치 인형을 상대하듯, 발치 아래의 그는 꼼짝도 못 한다.
“하하, 오토기? 잠깐, 떨어져…….”
“어이~ 선생님~?”
어깨를 들썩이려 한다.
그것을 억누르면 그는 바닥에 붙은 그대로다.
상체를 일으키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툭, 하고 가슴을 아주 살짝 밀기만 해도 원래 자세로 되돌아간다.
선생이 다리를 버둥거리고, 무릎이 닿는대도 아프지 않다.
둘뿐인 해 질 녘, 소리를 질러도 분명 아무도 오지 않는다.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흘러나온 목소리는 차가웠다.
“어쩌려고 그래……. 내가 나쁜 사람이었으면.”
어떻게 된 것 같다.
입술에도 닿을 수 있고, 목덜미에도 손을 뻗을 수 있다.
그렇게─아주 조금 소녀의 입가가 풀린 순간이었다.
발치 아래의 선생이 당황한다기보다는…어리둥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토기, 왜 그래?”
“아─아, 위험해! 나 지금 뭐라고 그랬어?!”
정신이 든 건지, 정신이 든 척을 하는 건지.
오토기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남자에게서 확 떨어졌다.
코앞에 있던 그의 숨결도, 손끝에 남은 가슴팍의 감촉도. 심호흡을 하면 잊을 수 있다.
…적어도 ‘그런 셈’으로 칠 수는 있었다.
“흠흠. 그러니까 선생님도 조심해, 알았지?
조~금만 방심하면 ‘이렇게’ 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하하. 고마워, 명심할게.”
생긋 웃는 그를 뒤로하고 오토기는 방을 나섰다.
1분.
단 1분이라도 더 그 밀실에 있었다면…무언가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요동치는 심장이 지겨울 정도로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으니까.
다만 그녀 자신도 알고 있었다.
어찌 됐든 텐진야마 오토기라는 아이는 제대로 된 인간이다.
그대로 계속했어도 기껏해야 어색한 시간만 흘렀을 뿐일 터다.
‘실수’ 같은 건 죽었다 깨어나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멈출 줄 아는 편이니까.
그렇게 생각했기에 오토기는 딱히 ‘자신’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았고─.
“─좋은 아침이에요, 선생님!
저번에 냈던 과제 말인데요, 다시 상담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 대신 ‘타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선생에겐 수많은 학생이 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번갈아 가며 샬레를 찾아오는 소녀들, 그중에─.
‘어쩌려고 그래……. 내가 나쁜 사람이었으면.’
‘나쁜 사람’이 없다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번 일로 알아버렸다.
선생은 힘이 약하다는 것을,
저항 같은 건 할 수 없다는 것을.
밀쳐졌을 때 억지로 입술을 빼앗겨도…아니, 그 너머의 일이라 해도. 학생이 원한다면 저항조차 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걸 깨닫고 나서 오토기는 조금 이상해졌다.
“아, 오토기. 어─오늘도 와줬구나?”
“…응. 안심해, 임무 끝나는 길이니까.”
녹초가 되었는데도 소녀는 곧장 D.U.로 달려가고 있었다.
카페에 앉아 있는 그를 보았을 때 걷잡을 수 없이 안심했다.
다행이다, 밀쳐지거나 상처 입지 않았구나.
그도 어른인데 자신에게 그럴 권리 따위 없는데도.
왠지 모르게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오토기─오토기 양? 조금 떨어져 줬으면 하는데, 라고나 할까?”
“…응. 아, 미안 미안. 너무 가까웠지, 응.”
꽉.
곁에 있는 동안 그녀가 왼쪽 팔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니, 과연 놀랐는지 그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오토기, 괜찮아?”
또 외로움이 도진 건지,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건지.
눈치 빠른 선생답게 친절하게 물어봐 주지만.
“으응, 괜찮아. 그냥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 그래.”
시원하게 웃으며 오토기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선생이 약해서 걱정된다고,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싶다고.
애매한 상태로 소녀는 계속 곁에 머문다.
그녀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단지 기우일 뿐이라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선, 생님?”
샬레로 돌아온 직후, 넥타이를 붙잡힌 채 수면실로 끌려 들어가는 그를 보았을 때.
훈련된 동작 그대로 오토기는 복도를 달렸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에게서 그를 떼어놓았다.
침대에 선생을 밀치며 셔츠를 억지로 풀어헤치려 하던─그런 ‘학생’을 간발의 차로 제압할 수 있었다.
“선생님? 괜찮아 선생님, 어디 아픈 데 없어?!”
“걱정 마, 오토기. 이번에는 아직 아무것도 당하지 않았으니까.”
도망치는 학생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오토기는 다급하게 그에게 다가갔다.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학생의 ‘그런’ 욕구가 폭주한 것이리라고.
역시, 분명 이런 순간은 오고 마는 것이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소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정말이지, 참. 다행이야.”
“하하. 이 넥타이는 아끼는 거라 상처 나지 않아서 다행이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저기 선생님, 당신은 왜 그렇게 침착한 거야?”
묻고 싶지 않았던 것을 묻고 말았다.
이상하다.
오토기이기에 알 수 있는 것, 자칫하면 늦었을 수도 있었다.
태블릿은 멀리 놓인 채였고 주변에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프라이버시를 위해 샬레에는 감시카메라 같은 것도 없다.
그러니까─그러니까 이상하지 않았다.
그대로 끝까지 갔어도,
욕구의 분출구가 되었어도.
그런데도 그는 태연하다.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것이다.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소녀는 그의 어깨를 억누른다.
충동에 이끌려 대신 그를 밀쳐버리고 만다.
“오토기, 왜 그래?”
“…이상해. 너무 침착하잖아.
아니, 그런 경험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게…더 당황해야 정상인데,”
그날 해 질 녘과 마찬가지로 발치 아래의 그는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이 학생은 어떤 욕구를 품고 있는지.
그런 건 전혀 모른다는 듯 남자는 웃고 있다.
그렇게 수십 초가 흘렀을 무렵, 아무래도 얼버무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헛기침 소리가 한 번 들리고, 가면이 문득 벗겨지며.
“이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 알아서 식어버리거든.”
지독하게 무관심한 태도로 억눌린 어른은 말했다.
‘습격당하는’ 상황이라 해도 역시 필요한 것은 분위기─그것도 소녀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리둥절해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 8할 정도의 여학생은 손을 떼준다며 그는 웃으며 답했다.
“…8할?”
“응, 그렇지.
뭐, 그건 그것대로─뭐라고 해야 할까.
상처를 주게 되니까 그리 마음 편한 일은 아니지만.”
밀쳐진 채로 그는 화사하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소녀의 의문에 답해주었다.
8할. 그래, 8할이다. 그렇다면?
남은 2할은 ‘어떻게 되었나’.
답은 간단했다.
“응, 몇 번인가 있어. 그대로 끝까지 간 적도.”
물론 피임은 하고 있지만.
그가 웃은 그 찰나, 소녀의 안에서 무언가 무너져 내렸다.
그것을 눈치채지 못한 건지 남자는 계속해서 말을 잇는다.
무서울 정도로 태연하게 식은 눈빛 그대로.
“단순한 이야기야, 각오는 하고 있어.
학생의 힘이 되어준다는 건 그만큼 깊은 부분까지 발을 들여놓는다는 뜻이니까.
때로는 균형을 잃어버리는 일도 생기지.”
물론 그는 그런 행위를 원하지 않는다.
피하려 하고 있고, 방금 같은 사태는 드물다.
다만 어떤 의미로는 당연한 일이다.
오토기가 깨달았듯이─그는 한없이 약하고 밀쳐지면 저항할 수 없다.
아아, 그래. ‘나쁜 사람’은 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그녀가 모를 뿐이지…몇 명이나, 몇 명이나.
“선, 생님,”
“아아, 응.
말해두겠는데, 절대 관계를 지속하지는 않아.
유감스럽지만 실수가 일어났다면…그 아이와는 거리를 두거나 다른 사람을 통하도록 하고 있어.
내가 아니면 범죄니까.”
냉정하게 회상하는 그는 무언가 치명적으로 어긋나 있었다.
오토기는 알고 있다,
그는 훌륭한 선생이라는 것을.
미래가 창창한 아이에게 손을 대는 것도, 지켜야 할 학생을 더럽히는 것도…
원치 않는 행위를 강요당하는 것도.
마음속 깊이 싫어할 터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왜 웃고 있는 거야.”
“익숙하니까.
키보토스에서 선생을 하려면 깨끗한 말만 늘어놓을 수는 없어.”
온기 없는 눈동자에 꿰뚫렸을 때, 소녀의 내심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실망이나 멸시─ 그런 종류의 감정은 아니다.
분노보다는 동요가 강하고,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화를 내지는 않는다.
비탄, 일종의 절망에 가까울까.
하지만…그렇다 해도. 그것보다 훨씬 강한 감정이 소녀에게는 싹을 틔우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음 순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오토기─”
키스하고 있었다.
키스해 버렸다.
왜냐하면 치사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왜.
자신도 좋아하는데,
자신은 참고 있는데.
왜?
그런 애 같은 녀석은 괜찮고 자신은 안 되는 걸까.
그런 ‘질투’에 사로잡힌 끝에 저지른 단 한 번의 실수였다.
하지만 시곗바늘은 되돌아가지 않는다.
찰나의 쾌락이 빠져나가고 눈앞에 있었던 것은 차갑게 식은 눈동자.
“…오토기.”
“아, 아…아, 아니야. 아니야 선생님, 이건, 이건, 그게,”
조금 전의 말이 떠오른다.
실수가 일어났다면 그 학생과는 거리를 둔다…….
그런데 ‘이렇게’ 되어버렸으니까?
결말이야 뻔하다.
사랑의 행방 따위 이미 정해진 것.
실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아아, 후훗, 아하하. 그치만 말이야, 선생님이…선생님이 나쁜 거야.”
무언가 실이 끊어지는 소리,
소중한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
그것들을 남의 일처럼 들으며 소녀는 다시 키스했다.
조금 기분 나빴다.
누군가의 타액과 섞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구역질이 났다.
그것조차 점차 아무래도 좋아졌다.
그와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