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비 #S #순애 #오토기
원본 by ha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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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키스해 주지 않을래?”
오토기는 웃고 있었다.
깊은 밤의 샬레, ‘아직 깨어 있어?’라며 불쑥 찾아온 상황.
코코아를 타는 그의 앞에서 그녀는 긴 땋은 머리를 풀고 있었다.
시계의 초침 소리와 심장 박동 소리.
소란스러운 두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키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은 마주 본다.
“그 왜, 다들 그러잖아. 처음은…좋아하는 사람이랑 하는 게 좋다고.”
남자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모든 것이 갑작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녀에게 모모톡이 온 것도, 문을 열자마자 저런 말을 듣게 된 것도.
농담인지, 아니면 진심인지.
코코아를 머들러로 천천히 저으며 그가 '학생'을 마주하자…연갈색 긴 머리를 틈새바람에 휘날리며 '소녀'는 생긋 미소 지어 보인다.
“선생님이라면 알고 있지? SRT─졸업 후의 우리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말이야.”
“…아아, 물론이지.”
따뜻한 코코아를 건네며 남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토기─더 나아가 SRT나 발큐레 학생의 향방.
보통은 계속 학교에 적을 두는 경우가 많지만, 총학생회 직속이 되는 사례도 있다.
혹은 보디가드 같은 길을 걷기도 한다.
비슷해 보여도 천차만별이며 그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지만…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었다.
“그게 말이야. 어떤 경우든 나쁜 놈들과 싸우게 되거든.
그게 딱히, 뭐랄까…그렇게 예의 바른 녀석들만 있는 건 아니니까.”
“…그렇겠지.”
그녀는 건네받은 코코아를 한 모금 마시고는 ‘아직 뜨겁네.’라며 혀를 내민다.
그리고 소녀가 이야기하는 것은 조금 전 봐 버린 영상에 대한 것.
SNS에 흘러 들어온 아마도 검열이 채 미치지 못했을─전장에서 악당들에게 노리개가 되어버린, 자신의 먼 선배에 대한 이야기.
“뭐랄까, 그게. 나도 여자애…아니, 여자니까.
그런 일은, 당연히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혹시라도.
그 네 글자가 오토기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계기가 무엇이었든 키보토스 안에서도 거친 일에 특화된 학교를 선택했다.
전투도 고통도 각오하고 있으며,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자신을 관철하려 한다.
다만, 어떤 종류의 현실을 마주한 순간. 이렇게 덜컥 연락을 해버릴 정도로 소녀를 몰아넣은 것은…….
“…무서워졌어.”
‘처음’이 원치 않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
찾아올지도 모를 ‘혹시라도’가.
코코아가 흔들리는 것은 그녀의 손이 떨리는 탓일까─
아니면 뺨에서 떨어지는 눈물방울 탓일까.
둘뿐인 그의 집무실,
흐릿한 조명이 이를 숨겨준다.
눈을 맞추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이윽고 남자는 한 마디씩 말을 흘려보낸다.
“오토기. 성별이 다르니 가벼운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네 기분은…이해할 수 있어. 그러고 싶고.”
“그럼─”
뒷말을 이으려던 소녀도 깨달았다.
눈앞의 남자가…자신만큼이나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단순히 생각하면 키스 정도야 금방 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면─다른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면 대응에 차별을 둘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미래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금방 알 수 있다.
“…그렇구나. 선생님은 ‘선생님’이니까.”
학생에게 손을 댈 수는 없다,
아이는 보호해야만 한다.
설령 그녀를 위해서라 해도─키스를 하는 것은 그 정반대에 있는 행위니까.
초침이 흐르고 심장이 뛴다.
그렇게 수 분이 지나고, 어느 샌가 코코아도 바닥을 드러냈다.
“됐어! 농담이야, 선생님! 놀려서 미안해.”
‘그런 셈’ 치고 오토기는 발길을 돌리려 했다.
소파에서 힘차게 일어나 머그잔을 정중히 돌려주고, 적어도 어깨가 떨리기 전에 방을 나서려 한다.
잠시 마음이 흔들렸던 것뿐이라고, 내일이면 잊어버릴 거라고. ‘그런 것’으로 하려고 했는데…….
“…오토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순간이 분기점이었다.
그가 붙잡지 않았다면, 그녀가 돌아보지 않았다면.
기묘한 밤은 이것으로 끝이고 다음 날 조금 서먹해지는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고, 떨린 고막은 속일 수 없다.
어떻게 해도 선생은 학생을 걱정해 버렸고, 그녀는 그에게 응답해 버렸다.
그렇게 되면 이제 되돌릴 수 없다.
“…바보.”
뒤를 돌아본 소녀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래가 무서워서.
찾아올지도 모를 최악의 ‘처음’, 그것이 두려워서 엉망이 된 소녀가 있었다.
그렇게 되면 이제 되돌릴 수 없다.
커튼을 치고 불을 끈다.
다시 한 번 방에 도청기나 카메라가 없는지 확인한다.
그러는 동안 남자의 가슴은 찌릿하게 아파왔다.
마치…마치,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냉정해지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이 ‘나쁜 짓’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니 메마른 웃음마저 새어 나올 것 같았다.
“미안해, 선생님.”
“아니,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야. 약한 건…나다.”
땋은 머리를 푼 채 세일러복 차림의 소녀가 서 있다.
가슴 앞에서 두 손을 맞잡고, 열띤 눈동자로 올려다보고 있다.
준비를 마치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를─자세히 보니 긴 속눈썹을, 눈가에 서린 옅은 다크서클을.
“한 번, 한 번이면 돼. 그러면 무섭지 않게 될 것…같아.”
스스로를 타이르듯 오토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주저함이 있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는 건 아닌지.
하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고…숨결마저 서로 닿아 눈동자 너머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
그렇게 되면 이제 멈출 수 없다.
“음, 으아…….”
새가 모이를 쪼듯 가벼운 키스였다.
그가 배려한 것인지 입술이 닿은 것은 아주 찰나였다.
이것으로 조금이라도 그녀의 마음이 진정되었다면. 울컥 치미는 충동을 어떻게든 억누르며 그가 시선을 내리려던 순간이었다.
눈이 마주친다.
풀린 눈동자와 멍하니 벌어진 입술.
멍하니 바라보다 침을 닦고, 그러고 나서 소녀는,
“…한 번 더. 안 돼?”
누구라도 알 수 있는 일,
그렇게 되면 이제 멈출 수 없다.
공기가.
세상의 공기가 마치 그곳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눈동자만이.
세상에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상대의 눈뿐이게 되어버린 것처럼.
초침은 흐르고 심장은 뛴다.
“…미안해, 선생님.”
그렇게, 잘못을 저지른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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