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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소설) 하야세 유우카가 말하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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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따라 하야세 유우카는 평소보다 더욱 예민했다.

엔지니어부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발명품의 난동으로 연구소와 시설물들이 폭파됐고, 게임개발부가 세미나의 승인 없이 만든 온라인 게임의 서비스 장애에 화가 난 학생들이 교정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베리타스의 해킹으로 세미나에 대한 왜곡된 정보가 다시 한 번 네트워크에 확산됐고, 잠입 임무를 수행하던 C&C가 적의 본거지와 주변 일대를 싸그리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다들 왜 이렇게 금전감각이 없는 걸까…’

저녁 늦게 겨우 사건사고로 초과된 예산의 뒷처리를 끝내고 나서야, 유우카는 오늘이 샬레의 선생님을 만나 지출 내역을 점검하기로 약속했던 날이라는 걸 간신히 떠올릴 수 있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었지만, 선생님의 영수증을 확인하고 지출을 관리하는 것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는 의무감에 유우카는 샬레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아, 왔구나.”

역시나 늦은 시간임에도 선생은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야근중이었다.

며칠이나 연속으로 야근을 한 건지, 후줄근한 셔츠에 풀어진 넥타이를 겨우 고정시킨 채 눈 밑에 다크서클이 가득한 채 억지웃음을 짓는 선생의 모습에 유우카는 안쓰러워했지만…

그 안타까운 감정이 사라지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도대체 뭘 이렇게 많이 사신 거에요!?”

최근 너무 바쁜 데다가 샬레의 당번 주기가 너무 길기도 했지만, 유우카가 미처 신경쓰지 못한 사이 선생의 지출 영수증은 평소보다 어마어마하게 길어진 상태였다.

“모바일 게임 ‘파란 보관함’ 아트웍스 한정판?”

“그건 이번에 새로 나온 아트북이라…”

“바니바니 당근당근 과잠?”

“이제 가을이 다가오니까 입고 다니려고…”

“결전! 카이텐X페로로지라 장패드?”

“서류 작업을 하다가 보면 좋을 것 같아서…”

평소의 유우카라면 선생이 구매목록 하나하나를 설명할 때 그냥 듣고 한숨을 쉬고 넘기는 걸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밀레니엄에서 벌어진 각종 사건사고와 그에 대한 뒷처리, 그리고 부족한 예산관리로 한껏 예민해진 유우카에겐 선생의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변명이 인내심의 임계점을 뚫는 트리거가 되고 말았다.

“적당히 하세요, 제발 좀!!!”

큰 소리와 함께 손에 들고 있던 영수증을 그대로 책상에 내리꽂는 유우카.

“이렇게 쓸데없는 데 돈을 쓰는 걸 보면서 다른 학생들이 뭘 배우겠어요! 선생님은 어른이잖아요! 다른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사람이 충동구매에 과소비까지 하면 되겠어요!? 그게 선생님으로서 자격이 있겠어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떠들던 유우카의 말은, 문득 바라본 선생님의 얼굴이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거움으로 가득하다는 걸 깨달은 순간 끊어졌다.

“...저기… 선생님…”

“유우카의 말이 맞아. 미안해.”

유우카의 자신을 향한 시선을 눈치챘는지, 금세 어두움을 지우고 진지한 표정만 남긴 선생이 유우카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유우카를 화나게 만들어서 미안해. 앞으로는 유우카의 말을 꼭 명심할께.”

평소와 다르게 진심어린 사과를 건네는 선생을 보며 유우카도 흥분을 가라앉힌다.

“네, 저도… 갑자기 소리질러서 죄송해요.”

“괜찮아. 요즘 신경쓸 일이 많았지? 피곤할 텐데 신경쓰게 해서 미안해.”

시작은 거칠었던 그날의 영수증 정리는 그렇게 평화롭게 마무리됐다.

그리고 며칠 후.

오랜만에 당번 주기가 돌아와 샬레를 찾은 유우카의 눈 앞에, 선생님이 웃으며 작은 종잇조각을 건냈다.

“이건…”

“영수증이야.”

선생이 건넨 며칠 분량의 영수증엔 몇 가지 생필품 구매 기록을 제외하곤 아무 것도 적힌 게 없었다.

“선생님…?”

놀란 표정의 유우카를 웃으며 바라보는 선생.

“유우카의 말을 듣고 깨달았어.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선생님이 변신로봇이니 모바일 게임 과금이니 클럽 말랑말랑이니… 이렇게 충동적으로 돈을 쓰는 게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맞아요, 정말 잘 생각하셨어요!”

“응. 지금까지 산 물건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는 계획적으로 꼭 필요한 곳에만 돈을 쓸 생각이야.”

자신의 조언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고 말하는 선생을 보며,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끼며 즐겁게 당번 업무를 마무리한 유우카의 세미나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평소보다 더욱 가벼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얼마가 지났을까.

“유우카 쨩?”

“어? 응?”

“왜 멍하니 있어요? 일도 안 하고 가만히 연필만 돌리고…”

“어… 그냥…”

자리에 앉아 어딘가 멍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펴는 유우카를 보며, 유우카가 왜 저러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짓는 노아.

“요즘 샬레에 안 가는 이유가 뭔가요?”

“...그건…”

평소 유우카는 선생님의 지출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당번이 아닌 날에도 샬레를 자주 방문하곤 했었다. 그날 당번의 날카로운 눈초리를 이겨낼 수 있었던 명분이 바로 선생님의 영수증 관리였으니까.

하지만 선생님이 근검절약 실천 선언을 하고, 최근 들어 꼭 필요한 생필품 이외엔 사지 않게 된 후로 샬레에 합법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핑계가 사라진 것이다.

특정 학생의 선생님 독점을 막기 위해 당번 제도를 만들었는데, 선생님과 인연을 맺은 학생이 늘어나면서 현재 당번 주기는 4-5달에 1회까지 늘어난 상태였고, 얼마 전에 당번으로 방문한 유우카의 다음 당번은 계절이 바뀐 이후에나 돌아올 예정이었다.

모모톡으로 연락은 계속 주고받고 있지만, 직접 만나지 못하다 보니 유우카는 얼마 전부터 선생님 금단 증상에 시달리고 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샬레에 선물 배달이 늘었다고 하던데, 알고 있나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노아의 말에 따르면, 선생님의 씀씀이가 갑자기 엄청나게 줄어든 걸 ‘당연히’ 알게 된 다른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된다며 선물을 보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선물 공세라니… 다들 돈이 어디서 난 거야?”

“글쎄요? 아, 오늘 샬레 당번이 코유키 쨩이었죠?”

코유키가 샬레에 전해줘야 하는데 놓고 간 물건이 있다며 상자 하나를 챙겨주는 노아.

굳이 본인이 가지 않고 자신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봐도 웃을 뿐 대답하지 않는 노아를 사무실에 놔둔 채 샬레로 향하는 유우카.

‘...내가 그렇게 티가 났나…?’

자신을 챙겨주려는 노아의 배려에 조금은 부끄러웠지만, 선생님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들뜬 유우카의 발걸음은 며칠 전 샬레에서 돌아올 때처럼 가벼웠다.

“선생님?”

“어? 유우카구나.”

“...이게 다 뭐에요?”

얼마만에 다시 찾은 샬레 사무실은 짧은 시간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본 기억이 없는 화려한 용무늬로 장식된 거대한 나무 장식장에 평소 선생님이 갖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웹 한정 예약 카이텐 비행파츠 동봉판 FX-인피니티가 당당히 서 있었고, 옆에 놓인 유리 장식장엔 한정판 페로로 인형과 스컬맨 피규어에 니콜라이 씨 족자봉이 걸려 있었다.

옷장 옆에 새로 놓인 책장엔 선생님이 좋아하는 만화책과 신간 잡지가 가득했고, 옆에는 신작 게임 소프트와 앱스토어 충전 카드가 마치 연하장처럼 쌓여 있었다.

“사무실이 많이 어지럽지? 너무 바빠서 정리를 못했어.”

“아… 네… 코유키는?”

“휴게실을 정리하고 있어. 여기보다 휴게실이 더 복잡하거든.”

휴게실이 넘칠 정도로 선물을 받은 바람에 일부를 사무실로 옮겨놨다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도, 유우카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사무실을 둘러보고만 있었다.

“며칠 전에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이로하가 원ㅇ스 만화책 전질을 선물로 놓고 갔거든. 돌려주려고 했는데 소문이 금세 퍼져서 여기저기서 선물이 계속 들어오는 바람에… 선물을 가려 받을 순 없어서 계속 받다 보니 이렇게 됐어.”

사람이 갑자기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면 죽을 때가 됐다는 말처럼, 다른 학생들은 선생님이 소비를 극도로 줄인 걸 당연하다는 듯 알아채곤 선생님을 걱정하는 마음에 선생님이 평소 갖고 싶다고 말했거나 좋아하는 물건을 한 푼 두 푼 모아, 혹은 ‘몇 가지 특수한 방법’을 이용해 구해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손에 들고온 건 뭐야?”

“코유키가 놓고 간 물건이에요.”

“아, 아까 코유키가 말했던 선물이구나. 깜빡하고 놓고 왔다고 했거든.”

‘코유키가… 선생님께 선물을…?’

합리와 이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우카에게 각 기종별로 놓여 있는 스ㅇ필드 패키지, 일반판과 애장판이 함께 꽂혀 있는 유ㅇ왕 만화책, 똑같이 생긴 페로로 인형들은 비합리 그 자체였다.

선물이라는 건 명분과 필요에 따라 골라야 하고, 꼭 필요하거나 의미가 있는 선물이어야 한다는 게 유우카의 생각인 만큼, 과소비를 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쓸데없는 걸 사서 주는 건 유우카의 기준에선 말이 안 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런 비합리적인 일을 다른 학생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선생님에게 하고 있었다.

“유우카는 혹시 내가 몰래 과소비하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했던 거야?”

“...그런 게 아니고…”

“걱정 마. 영수증은 모모톡으로 보낸 그대로니까. 직접 볼래?”

전과 달리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짧아진 영수증을 들고 웃고 있는 선생을 보며, 유우카의 머릿속에 생전 처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비합리적인 감정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알 수 없이 밀려오는 답답함에 조금씩 잠식되려는 찰나.

“...찮아?”

“네?” 네. 괜… 찮아요.”

말과 다르게 조금씩 떨리는 손을 감추려 억지로 양 손을 움켜잡는 유우카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선생.

“요즘 많이 힘들었지?”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정말 미안해. 유우카가 그렇게 힘들어하는데 괜히 고집이나 부리고, 귀찮게 해서…”

유우카를 안쓰럽게 바라보던 선생이 뭔가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유우카, 앞으로는 선생님이 영수증을 정리할께.”

선생이 던진 한 마디에 유우카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상념들이 파편이 되어 새하얗게 부서져내렸다.

“그때 유우카가 해준 말을 듣고 깨달았어. 이제까지 너무 애처럼 굴었던 게 아니었을까… 이제 절약하는 방법도 알았고 계획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됐어.”

“...저기…”

“세미나의 회계 일만 해도 정말 힘들었을 텐데, 내 영수증까지 챙기느라 힘들었지?”

“...아뇨… 그게…”

“지금까지 신경써줘서 정말 고마웠어. 이젠 더 고생하지 않아도 돼. 앞으론 선생님이 알아서 할께.”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학생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선생의 상냥한 진심은, 혼란에 빠진 유우카에겐 전해지지 않았다.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분명 내가 매일매일 선생님에게 계획적인 소비를 하라고 말했고,

내말대로 선생님이 낭비를 멈추고 계획적인 소비를 하게 됐다.

그러자 샬레에 내가 있을 자리가 없어졌다.

아니, 그럴 순 없다고, 내가 계속 영수증을 관리한다고 고집을 부릴까?

하지만 선생님이 더 이상 과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건 키보토스 모두가 알고 있다.

몇 줄 되지도 않는 지출 내역을 관리하겠다고 해도 누가 납득할 수 있을까?

이제 와서 선생님에게 다시 과소비를 하라고 권하는 건?

그럼 내가 지금까지 선생님에게 말한 건 뭐가 되는 거지?

난… 지금까지 뭘 했던 걸까…?

“...카...! …아…!?”

“...선배!?”

그렇게 유우카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이해하지 못한 채, 바닥에 쓰러진 채 초점 잃은 눈빛으로 그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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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블루 아카이브·23.09.19창작

소설) 하야세 유우카가 말하는 대로

#하야세 유우카#소설
좋아요 0댓글 49저장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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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DC
마삭작가
게시물 14개
외부 링크디시인사이드
게시일2023.09.19 15:29
조회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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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9

나
ㅇDC
ㅇㅇ123.09.19
디시콘
마DC
마삭작성자23.09.19
디시콘
ㅇDC
ㅇㅇ123.09.19
디시콘
ㅇDC
ㅇㅇ223.09.19

오

마DC
마삭작성자23.09.19

순?애

ㅇDC
ㅇㅇ3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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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DC
마삭작성자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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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423.09.19

삭제된 댓글이에요

마DC
마삭작성자23.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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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DC
ㅇㅇ523.09.19

야 내가 념글 보냈다

마DC
마삭작성자23.09.19

압도적...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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