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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6985037
피폐물입니다. 자해, 살인에 대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거북하신 선생님들은 뒤로가기를 눌러 주세요.
무력한 영웅을 위한 구원을
키보토스의 하늘은 오늘도 짜증 날 정도로 푸르고, 잔혹할 만큼 맑게 개어 있었다.
그 푸르름이 나의 지저분한 마음을 지글지글 태우는 것만 같다.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아, 선생님이다~! 저기저기, 이번에야말로 이 게임 공략하는 것 좀 도와줘!"
"선생님, 이 서류에 서명 부탁드립니다."
샬레의 사무실, 혹은 거리 모퉁이에서. 학생들은 나를 발견하면 꽃이 핀 듯한 미소로 달려온다.
나는 그 하나하나에 밝은 미소로 응답한다.
상냥하고 믿음직스러우며, 언제나 학생의 편인 '어른'. 그것이 나에게 요구되는 역할이다.
하지만 밤이 오고, 샬레의 집무실에 홀로 남겨지면 그 가면은 벗겨져 떨어진다.
"……하아, 하아……"
세면대 거울에 비친 남자는 안색이 몹시 나쁘고 눈가가 퀭하게 패여 있었다.
최근 들어 나는 매일 밤처럼 엄습하는 자기혐오와 무력감에 시달리며 정신을 마모시키고 있었다.
모두들 나를 대단하다고 말한다. 키보토스의 위기를 몇 번이나 구한 영웅이라고.
아니다.
전장에서 실제로 총탄을 맞고, 고통을 느끼며, 피를 흘리며 싸우는 것은 언제나 학생들이다.
나는 안전한 후방에서 태블릿 단말기를 통해 '지시'라는 이름의 명령을 날릴 뿐.
"지휘"라고 말하면 듣기는 좋지만, 결국 나는 그녀들을 총알받이로 세우고 나 혼자 안전지대에서 유유자적하는 비겁자다.
게다가 나는 학원끼리 대립하면 양쪽의 눈치를 보느라 허둥대기만 하는 반푼이다. 근본적인 해결은 무엇 하나 하지 못한 채, 그저 임시방편으로 학생들 사이의 충돌을 흐지부지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내 힘이 아니다. 아로나나 나를 대신해 싸우는 학생들, 그리고 저쪽 세계에서 건너와 나에게 프라나를 맡기고 사라진 '또 다른 나'――프레나파테스의 유산 덕분이다.
나는 그저 그들의 희생과 힘 위에 올라타 있는 기생충 같은 존재다.
게다가 더욱 추악하고 구역질 나는 사실이 있다.
학생들은 나에게 순수한 신뢰와 호의를 보낸다.
하지만 연애에 관심이 많을 나이의 소녀들은 나의 인간성을 보기 이전에, '처음으로 깊게 관계 맺는 성인 남성'이라는 희귀한 속성에 끌리고 있는 것뿐이 아닌가?
그녀들은 무지하기에 나라는 존재를 미화하고 속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그런 그녀들의 무구한 호의를 느낄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어른으로서 있어서는 안 될 어둡고 걸쭉한 욕망을 품는다.
그녀들을 지키고 싶다는 성인군자 같은 얼굴을 하면서, 무방비한 그녀들을 품고 소유하고 싶어 하는 짐승이 내 안에는 분명히 길러지고 있다.
그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나는 나 자신에게 절망한다.
(나는…… 아이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저 '어른'들과 무엇이 다르지……?)
카이저 코퍼레이션, 베아트리체, 지하생활자…….
내가 경멸하고 적대해 온 녀석들과 본질적으로는 같은 부류가 아닌가.
그 생각에 도달할 때마다 위액이 역류할 것만 같다. 나는 가짜다.
~~~~~~
어느 날, 하나의 작전이 결행되었다.
키보토스의 자치구 밖, 블랙마켓보다 더 깊은 어둠 속에서 학원에 소속되지 않은 '무학적' 아이들을 납치 감금하여 불법 노동과 매매를 일삼는 범죄 조직의 아지트가 특정된 것이다.
사태를 무겁게 본 총학생회와 각 학원은 이례적인 연합 부대를 결성했다.
게헨나에서는 선도부. 아비도스에서는 타카나시 호시노. 밀레니엄에서는 C&C. 트리니티에서는 정의실현위원회. 여기에 RABBIT 소대와 각 치안 유지 부대도 동원된, 과잉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작전 자체는 일방적인 유린으로 끝났다.
키보토스 최강급의 학생들이 전선을 밀어붙였고, 범죄자 집단의 용병이나 오토마타는 종잇조각처럼 날아갔다.
우리는 감금 구역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빛이 닿지 않는 지하 시설. 오물과 녹, 그리고 피가 뒤섞인 부패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흩어져 있는 초라한 침구와 찢어진 의복. 벽에 나열된 구속구.
그곳에 있었던 것은 단순히 노동력으로 착취당하던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명백히 '장난감'으로 취급되어 존엄성의 모든 것을 어른들에게 유린당하고 빼앗긴 소녀들의 모습이 있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순간, 귀를 찢는 듯한 '목소리'가 사방팔방에서 몰려왔다.
"……죽여줘. 제발, 이제 죽여줘……"
"아, 아아…… 끝난 거야? 이제 아픈 거 안 당해?"
"집에, 가고 싶어어……"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 오지 마!!"
"……드디어, 죽을 수 있는 거야?"
방구석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있는 아이, 허공을 바라보며 웃는 아이, 공포로 실금하는 아이.
그녀들의 말은 분노였고, 슬픔이었으며, 체념이었고, 그리고 죽음을 향한 갈망이었다.
그녀들의 마음도 몸도 이미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윽, 우욱……"
나는 입가를 틀어막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악의. 어른들의 욕망이 모인 쓰레기장.
우리 안에 갇힌 아이들은 걸레짝처럼 야위었고, 눈동자에서는 빛이 사라져 있었다.
"……이제 괜찮아. 구하러 왔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안의 한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녀는 멍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더니, 다음 순간 짐승 같은 비명을 질렀다.
"……만지지 마!!!"
"윽!?"
"왜…… 왜 좀 더 일찍 와주지 않았어……? 아팠어…… 무서웠어, 계속, 계속 그만하라고 말했는데……!!"
소녀는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우리의 창살을 붙잡고 절규했다.
"신한테도 기도했는데! 아무도 안 왔어! 내 몸, 이제 엉망진창이야…… 더러워졌어……! 왜 이제 와서…… 왜 이제 와서 구하는 척하는 거야아!!"
그녀의 외침에 호응하듯 다른 아이들에게서도 원망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거짓말쟁이!"
"어른들은 다 똑같아."
"돌려줘, 나를 돌려줘어어어!"
그 말의 칼날은 나의 심장을 난도질했다.
나는 무릎부터 무너져 내려 오물과 피로 얼룩진 차가운 바닥에 머리를 비볐다.
"아…… 미, 미안해…… 미안해…… 죄송합니다……"
나는 땅에 엎드려 그저 속절없이 사과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녀를 만져서는 안 된다. 나처럼 안전지대에서 살아온 깨끗한 손을 가진 인간이 가볍게 건드려도 될 상처가 아니었다.
참회의 원념이 가슴을 꿰뚫는다.
내가 '선생님'이라는 소꿉놀이를 하는 동안 이 아이들은 지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사과하고 또 사과해도 그녀의 잃어버린 존엄은 돌아오지 않는다.
나의 "미안해"라는 말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는 쓰레기 이하의 소리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질 뿐이었다.
"쳇, 이런 대부대를 끌고 오다니……. 하지만 말이야 선생님, 너희도 우리랑 같은 부류잖아? 힘으로 찍어누르는 것밖에 할 줄 모르지!"
안쪽에서 끌려 나온 조직의 리더 격인 남자가 구속된 상태에서도 욕설을 내뱉었다.
그 비죽거리는 얼굴을 본 순간.
내 안의 무언가가 완전히 '부서졌다'.
나는 근처에 있던 발키리 대원의 홀스터에서 권총을 뽑아 남자에게 겨눴다.
"선생님!?"
히나의 경악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늦었다.
――탕, 탕, 탕, 탕, 탕!!
메마른 총성이 연속해서 울려 퍼진다.
위협이 아니다. 살의가 담긴 연사.
남자의 어깨, 허벅지, 배에 탄환이 차례차례 박히고, 비명과 함께 남자가 쓰러진다.
그런데도 나는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총알이 떨어져 찰칵거리는 소리가 울려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총을 내던지고 고통에 몸부림치며 쓰러진 남자 위에 올라탔다.
"아아아아아아악!!"
짐승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주먹을 내리친다.
때린다. 때린다. 때린다. 때린다. 때린다.
남자의 코가 뭉개지고 이가 부러지고 얼굴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어도 나는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내 주먹의 가죽이 벗겨지고 뼈가 보일 정도로 다쳐도 고통 따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눈앞의 '악'을, 그리고 그것에 겹쳐 보이는 '나 자신'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선생님, 이제 됐어. 이제 됐으니까!"
호시노가 피칠갑이 된 내 몸을 떼어냈고, 그제야 나는 움직임을 멈췄다.
멍하니 서 있는 나의 마음에는 후회는 없고, 그저 끝을 알 수 없는 허무만이 있었다.
~~~~~~
그날 이후로 나는 망가졌다.
겉으로는 이전과 다름없는 '밝은 선생님'을 연기했다.
하지만 밤에 샬레로 돌아오면 나만의 의식이 시작된다.
차가운 커터칼을 손에 들고 왼쪽 팔에 날을 댄다.
망설임은 없다.
슥. 슥.
붉은 선이 그어지고 통증이 뇌를 찌른다.
그 통증과 함께 뇌리에는 그 지하실의 광경이 플래시백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키보토스 어딘가에서 저렇게 착취당하며 울부짖는 아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나는 따뜻한 방에 앉아 이렇게 자신을 상처 입히는 것으로밖에 죄책감을 속이지 못한다.
"이건…… 단순한 자위행위일 뿐이야……"
이런 짓을 해도 아무도 구원받지 못한다. 그저 자신이 '벌을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고 싶을' 뿐인 어리광이다.
알고 있다. 알고 있는데도 손을 멈출 수 없다.
"죽어버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커터칼을 박아넣을 때마다 저주처럼 말을 내뱉는다.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눈물과 콧물, 그리고 침이 흘러내린다.
(죽고 싶어. 사라져 버리고 싶어.)
문득 커터칼의 날을 경동맥으로 향한다.
이걸 그으면 끝난다. 편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뇌리에 '민폐'라는 두 글자가 스친다.
내가 죽으면 샬레의 기능은 정지하고 키보토스는 대혼란에 빠질 것이다.
총학생회, 각 학원…… 많은 사람에게 막대한 민폐를 끼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따르는, 아니 나에게 속고 있는 학생들이 슬퍼할 얼굴이 떠올랐다.
"……하하, 결국 나는 내 자신이 소중한 거잖아……"
죽는 게 무섭다. 아픈 게 무섭다.
학생들을 슬프게 하고 싶지 않다는 핑계를 대며 나는 죽음으로부터 도망치고 있을 뿐이다.
죽을 용기조차 없는 겁쟁이 쓰레기.
살아있어도 민폐, 죽어도 민폐. 존재 자체가 죄.
"우욱…… 웨웩…… 윽, 케엑……"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에 얼굴을 처박고 위 속의 내용물을 전부 토해낸다.
낮에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던 미소와 감사의 말들.
'선생님 고마워요!' '선생님 너무 좋아요!'
그것들을 떠올릴 때마다 내가 희대의 사기꾼처럼 느껴져 구역질이 멈추지 않는 것이다.
욕망만큼은 남부럽지 않은 위선자.
나는 쓰레기다.
존재했던 것 자체가 실수인, 쓰레기다.
~~~~~~
그 작전의 날부터 선생님의 상태가 이상한 것은 명백했다.
평소처럼 행동하고는 있지만 뺨은 홀쭉해졌고 눈 밑의 다크서클은 화장으로도 다 가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때――범죄자 남자를 계속해서 때리고 있을 때의 그 어두운 눈동자.
그것이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와 타카나시 호시노는 말을 맞추어 밤의 샬레를 방문했다.
최악의 예감은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광경은 그 최악을 훨씬 뛰어넘어 있었다.
"……선생님?"
사무실에 들어선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피 냄새와 구토물의 시큼한 악취.
그리고 소매를 걷어붙이고 난도질당해 피투성이가 된 팔로 커터칼을 움켜쥔 채 허공을 응시하는 선생님의 모습이었다.
"윽……!! 선생님!!"
"선생님, 뭐 하는 거야!?"
우리가 달려가자 선생님은 천천히 이쪽을 돌아보았다.
팔에서는 엄청난 양의 피가 흘러 바닥에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얼굴은 눈물과 침으로 엉망진창이다.
그런데도.
"어라? 안녕, 히나, 호시노.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밤샘은 피부에 안 좋아."
선생님은 평소와 같은 다정한 말투로.
평소에 학생들을 향해 짓던 완벽하고 온화한 미소를 띠며 그렇게 말했다.
오싹하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안쓰럽다거나 불쌍하다는 감정보다 먼저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팔을 난도질하고 만신창이가 된 채로 일상적인 대화를 하듯 인사하는 그 모습.
눈동자 안쪽에는 감정의 빛이 전혀 없고, 그저 검고 끝없는 구멍이 뚫려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선생님의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한계를 넘어 산산조각 나 있었던 것이다.
"장난치지 마! 이런…… 이런 짓을 하고 아무렇지 않을 리 없잖아!"
"선생님…… 어째서…… 아니, 알고 있어. 그때 일 때문이지……?"
내가 팔을 붙잡고 호시노가 커터칼을 빼앗았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망가진 인형처럼 미소를 붙인 채였다.
"아무렇지도 않아. 이건 필요한 일이야. 내 안에 있는 나쁜 피를 빼두지 않으면 모두가 원하는 선생님답게 있을 수 없잖아?"
더 이상 이 사람을 보고 있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선생님을 지켜야만 해.
설령 선생님의 의지를 빼앗아서라도.
"……미안해, 선생님. 잠시 잠들어야겠어."
호시노가 선생님의 경동맥을 눌러 의식을 가라앉혔다.
쓰러지는 선생님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가볍고, 그리고 작았다.
~~~~~~
선생님을 각 학원이 공동 관리하는 병원의 특별실로 옮기고 진정제로 잠들게 한 뒤.
병실 침대에서 얕은 호흡을 반복하는 선생님을 내려다보며 우리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렇게 든든해 보였던 모습이 지금은 사라져 버릴 것처럼 덧없다.
"……나, 이젠 안 되겠다 싶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내가 나직이 읊조리자 옆에 있던 호시노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에덴조약 때도, 선도부 업무에 짓눌릴 것 같았을 때도…… 선생님은 언제나 곁에 있어 줬어. 아무 말 없이 커피를 타 주거나, 그저 등을 다독여 주거나."
"응."
"선생님이 오고 나서 매일이 조금씩 즐거워졌어. 그저 의무였던 일상에 색이 입혀진 것처럼. ……선생님에게 몇 번이고 구원받았어."
시야가 흐려진다. 눈물이 뺨을 타고 떨어졌다.
"…나도 그래."
호시노가 선생님의 상처투성이 손을 살며시 잡았다.
"나, 두 번이나 폭주해 버린 문제아인데 말이야. 선생님은 매번 자기 목숨 따윈 상관없다는 듯이 나를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손을 내밀어 줬어. 이 손의 따뜻함을 알고 나서부터 고독이 무섭지 않게 됐어."
"……"
"나는 이제 두 번 다시 소중한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 그런 기분은 이제 싫단 말이야."
호시노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평소의 능청스러운 태도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곳에는 단 한 명의 소녀로서의 절실한 기도가 있었다.
"…저기, 히나 쨩. ……선생님을 좋아해?"
호시노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는 잠시 말을 잃었지만, 지금은 숨길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응. 사랑해. 선생님이 없는 세계 같은 건 생각할 수 없어."
"아하하, 역시 그렇구나. 나도 말이야, 정말 좋아해. 선생님을."
호시노는 눈물을 닦으며 조금 장난스럽게 웃었다.
"하지만 말이야, 선생님은 참 죄 많은 사람이라니까. 우리뿐만이 아니야. 여기저기 깃발을 꽂고 다녀서. 분명 키보토스 곳곳에 같은 마음인 여자애들이 잔뜩 있겠지."
"……그러게. 정말 어쩔 수 없는 사람이야."
후후, 하고 둘이서 힘없이 웃음을 나눴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우리의 눈에는 같은 빛이 깃들어 있었다.
어둡고 무겁지만 결코 흔들리지 않는, 가라앉은 사랑과 각오의 빛이.
"선생님을 이 지경까지 몰아넣은 세계 따위 필요 없어."
"그렇네. 선생님을 괴롭히는 것들, 전부 부숴버릴까?"
"그래.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 입히는 이 세계를 다시 만들자."
~~~~~~
다음 날. 총학생회의 긴급 소집에 의해 키보토스 주요 학원의 대표자 회의가 열렸다.
게헨나, 트리니티, 밀레니엄, 아비도스, 백귀야행, 붉은겨울, 산해경…….
평소라면 견원지간인 학원들끼리도 모였기에 회의실의 공기는 최악이었다.
"왜 이런 곳에" "빨리 끝내라" 같은 욕설이 오갔다.
하지만 연단에 선 나와 호시노가 선생님의 현 상태――처참한 자해 행위와 정신 붕괴의 사실, 그리고 그 원인을 담담하게 고하자 소동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모두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일부 눈치 빠른 학생들은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선생님의 미소 뒤에 가려진 피로의 빛을.
"선생님은 계속 우리를 지키기 위해 마음도 몸도 깎아왔어. 어른의 책임이라느니 뭐라느니 하며 오물을 뒤집어써 왔어. ……그 결과가 이거야."
호시노의 목소리가 차갑게 울려 퍼진다.
"키보토스에는 악의가 너무 많아. 선생님의 다정함은 이 세계에서는 독이 돼. 이대로라면 선생님은 정말 죽고 말 거야."
나는 모두를 둘러보며 깊이 고개를 숙였다. 선도부장으로서의 자존심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도 선생님에게 구원받은 적이 있을 거야. 선생님을 따르는 학생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테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선생님을 구하기 위해 협력해 줬으면 해. 이건 엄청난 부담이 될 거고 험난한 길이 될 거야. ……선생님을 위해서 자비를 버려줘."
"선생님을 괴롭히는 모든 '악의'를 우리가 배제할 거야. 선생님을 위한 이상향을 우리가 만드는 거야."
침묵은 찰나였다.
티파티의 호스트. 밀레니엄의 빅 시스터, 게헨나의 의장……. 각 학원의 학생들이 일어서며 목소리를 높였다.
"선생님이 보답받지 못한다니, 그건 잘못됐어."
"우리를 위해 희생한 선생님을 이대로 둘 수 있겠나."
왜곡된 정의와 광기 어린 애정이 그 자리에서 합의에 도달했다.
"선생님을 적대하는 자는 생사를 불문하고 섬멸한다."
"그리고 선생님에게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치자."
~~~~~~
그날부터 키보토스의 '정화'가 시작되었다.
선생님이 격리되어 있는 동안 우리는 움직였다.
타깃은 명확했다.
선생님을 괴롭힌 범죄 조직. 선생님을 이용하려 한 기업. 선생님의 마음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모든 '오물'.
"생포는 필요 없어. 섬멸해."
나는 게헨나 부대를 이끌고 카이저 코퍼레이션 관련 시설을 습격했다.
도망치는 사원들, 목숨을 구걸하는 용병들.
지금까지 선생님이 슬퍼할까 봐 결코 넘지 않았던 선.
떨리는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긴다.
탕.
남자가 한 명, 실 끊긴 꼭두각시 인형처럼 쓰러졌다.
내 손으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다.
(……어라?)
놀라울 정도로 마음이 고요했다.
죄책감? 구역질? 그런 건 없다.
그저 '이걸로 선생님을 괴롭히는 쓰레기가 하나 줄었다'는 안도감만이 있었다.
선생님이 그날 밤 흘렸던 눈물과 피의 양에 비하면 이런 남자의 목숨 따위 가벼운 것이다.
"다음, 이동한다. 철저하게 처리해."
우리가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키보토스에서 악의가 사라져 갔다.
그것은 매우 상쾌한 작업이었다.
~~~~~~
내가 퇴원한 것은 두 사람에게 보호받고 나서 한 달 뒤의 일이었다.
'중증 피로에 의한 정신적 요양'이라는 명목으로 격리되어 있었기에 외부 정보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마중 나온 차에 올라타 샬레로 향하는 길을 달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키보토스의 거리 풍경을 보고 나는 위화감을 느꼈다.
(……없어?)
이전에는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었던 '카이저 코퍼레이션'의 로고가 박힌 간판, 광고, 트럭.
그것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빌딩의 전광판에서도, 건설 현장의 가림막에서도.
마치 처음부터 그런 기업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리고 거리는 묘하게 깨끗했다. 쓰레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고 낙서도 없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내가 탄 차를 발견하자 멈춰 서서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보였다.
마치 살아있는 신을 배웅하듯이.
그 광경은 평화라기보다는 관리된 정적…… 디스토피아의 그것에 가까웠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피부로 느껴지는 이질적인 분위기.
샬레로 돌아오자 그곳에는 히나와 호시노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호했을 때와 같은 비장함은 없었다. 두 사람은 홀가분해진 듯하면서도 어딘가 열 띤, 녹아내릴 듯한 눈동자로 나를 맞이했다.
"어서 오세요, 선생님."
"으헤헤, 기다렸어, 선생님."
"다녀왔어……. 둘 다, 거리 모습이 어딘가 이상해. 게다가 카이저 간판이 하나도 안 보이고……"
내가 묻자 히나는 담담하면서도 자랑스럽게 보고를 시작했다.
"응. 카이저 코퍼레이션, 그리고 블랙마켓에 관여했던 주요 범죄 조직, 더불어 선생님에게 적대적이었던 몇몇 자치구 외 세력은…… 전부 섬멸했어."
"………뭐?"
귀를 의심했다. 섬멸?
"학생들이, 각 학원이 협력해서 철저하게 해치웠어. 법도 규칙도 상관없이 물리적으로 배제했어. 선생님을 방해해 온 '나쁜 어른'들은 이제 이 세상 어디에도 없어."
호시노가 미소 짓는다. 그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 무구했고, 그 어느 때보다 잔혹했다.
"그, 그럴 수가…… 설마…… 주, 죽인 거야? 학생이 사람을? 나를 위해서?"
무릎부터 무너질 것 같은 나를 두 사람이 지탱한다.
"안심해, 선생님. 헬멧단이나 불량 학생들은 죽이지 않았어. 그녀들도 '학생'이니까 죽이면 선생님이 슬퍼할 거잖아? 그래서 철저한 교육적 지도로 다시는 거스르지 못하도록 가르쳐줬을 뿐이야."
"게다가 말이야 선생님. 일부 불량 학생들은 오히려 기뻐하며 '선생님의 복수'에 참가해 줬어. 그뿐만이 아니야, 이번 일은 우리 같은 전투 부대만이 아닌 아이들도 기쁘게 협력해 줬어."
호시노가 말을 이었다.
"선생님에게 도움받았던 불량 학생들, 싸움과는 무관한 동아리 아이들, 상점가 사람들, 일반 시민들…… 모두가 정보 제공이나 은신처 특정, 물자 지원에 협력해 줬어."
"왜 그런 짓을……"
"선생님이 지금까지 키보토스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 얼마나 신뢰를 쌓아왔는지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
히나가 내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선생님이 우리 곁에 있어 준 덕분이야. 선생님이 쌓아온 '신뢰'라는 힘이 이 결과를 낳은 거야. 이건 선생님 자신의 힘이야. 선생님의 노력과 희생은 드디어 보답받은 거야……!"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나 때문에. 내가 속절없이 약했던 탓에 학생들의 손을 피로 더럽히게 만들었다.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순수한 그녀들에게 살인을 하게 만들고, 그것을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가 쌓아왔다고 생각한 '신뢰'가 결과적으로 대량 살육의 원동력이 되어버렸다.
모든 것이 역효과를 냈다. 나의 존재 자체가 이 세계를 미치게 했다.
"아아…… 아아…… 이럴 수가…… 나는 대체 무슨 짓을……"
절망에 짓눌려 눈물을 흘리는 나.
그런 나에게 두 사람은 천천히 다가와 상냥하게, 자애롭게 껴안았다.
"선생님, 자신을 탓하지 마. 이건 우리가 원해서 한 일이야."
"그렇게 다정하고 책임감 강하면서…… 그런데도 마음은 여리고 약한 선생님을 우리는 정말 좋아해."
호시노가 내 뺨에 손을 댄다.
"선생님은 이제 아무에게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괴로워하지 않아도 돼. 선생님은 우리가 계속 지켜줄게."
"키보토스의 많은 여자아이가 선생님을 사랑하고 있어. 선생님은 이제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자유롭게, 자기 마음에 솔직하게 움직여도 돼."
"……아니야…… 내가 바란 건 이런 게……"
나는 갈라진 목소리로 저항하려 했다. 학생들이 나를 위해 손을 더럽히고, 나를 위해 심신을 바치는 노예처럼 되는 것 따위 바라지 않았다. 나는 그녀들이 자유롭고 빛나는 청춘을 보내길 바랐을 뿐인데.
히나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달콤한 독과 같은 말.
"이제 괜찮아, 선생님. 당신은 누구를 사랑해도 좋고, 누구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아. 우리를 어떻게 써도 상관없어. 선생님 마음대로, 욕망대로 살아."
"선생님, 계속 참고 있었지? 우리가 선생님의 낙원이 되어줄게."
두 사람의 말은 달콤하고 무거우며, 도망칠 곳 없는 사슬이 되어 나를 옭아맨다.
거절하면 그녀들은 '선생님을 위해' 또다시 무언가 잘못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
그녀들이 만들어버린 이 '평화'라는 이름의 우리에서 나가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그리고……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대던 추악한 욕망이 이 상황을, 이 절대적인 긍정을 안식이라고 느껴버리고 있다는 사실이 있었다.
무력한 자신. 더러워진 자신. 그것을 전부 "괜찮아" "사랑해"라며 용서받고 사랑받는 것에 대한 감미로운 유혹.
내가 바랐던 '지배'와 '피지배'가 뒤섞인 일그러진 관계가 여기에 있다.
(아아…… 이제 되돌릴 수 없구나. 나에게는 이제 선택지가 없어.)
나는 저항할 힘을 잃었다.
더 이상 학생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는 다정함일까.
아니면 그저 편해지고 싶다는 약함일까.
혹은 왕처럼 군림하고 싶다는 욕망일까.
나 자신도 알지 못한 채 나는 두 사람의 등 뒤로 손을 돌려 그 몸을 마주 안았다.
"……알았어. 둘 다 고마워…… 이제부터는 모두가 원하는 대로 살게……"
"응…… 기뻐, 선생님."
"사랑해, 선생님……"
그날 키보토스의 '선생님'은 죽었다.
그리고 학생들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그녀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아름다운 우상으로서의 '선생님'이 태어났다.
~~~~~~
그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다.
"자 선생님, 아~ 해봐."
"선생님, 좀 더 꽉 안아주세요……"
"선생님, 너무 좋아……"
샬레의 사무실에는 많은 학생이 모여 있었다.
수많은 학생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
나는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었고, 양옆에는 뺨을 붉힌 학생들이 내 몸에 자신의 부드러운 지체를 밀착시키듯 매달려 있다.
과거에 내가 '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자제했던 그 감촉을 지금은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있다.
나는 그녀들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달콤한 말을 속삭인다.
학생들은 황홀하게 눈을 가늘게 뜨며 행복의 표정을 짓는다.
그녀들에게 이곳은 낙원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사고를 정지하고 그저 사랑받고 숭배받기만 하는 이 장소는 영원히 계속될 기분 좋은 지옥이었다.
나는 웃고 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지금의 나는 그녀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그릇'으로서 완벽하고 자애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설령 그 눈동자가 사막의 모래처럼 바싹 메마르고, 해탈과 광기를 머금은 밝음을 띠고 있다고 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창밖으로는 오늘도 짜증 날 정도로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지만, 나에게는 더 이상 그 푸르름이 닿지 않았다.
나의 세계는 달콤하고 기분 좋으며, 그리고 벗어날 수 없는 핑크빛의 미지근한 어둠으로 영원히 덧칠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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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 히이
오마이..
선생님 사육 더 비긴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