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임
유우카와 노아가 아픈걸 보기 싫으면 나가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나는 비교적 냉정했다.
물론 그 소식을 듣고 실제로 시체를 보았을 때는 제정신을 차리기 어려웠고 눈물이 멈추지 않았지만, 여기저기 널린 업무들 때문에 선생님의 죽음을 추모할 시간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오늘로 선생님이 돌아가신지 일주일이다. 평소와 같은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직 마음을 다잡지 못한 학생들도 많다.
그리고 오늘 나는 샬레를 정리하러 왔다. 제일 먼저 선생님과 만난 장소고, 그때부터 여러 가지 업무를 도와왔다. 그래서 선생님이 어디에 어떤 서류를 두고 있는지, 일이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도 이해하고 있었다. 선생님에 대해 이 정도로 깊게 이해하는 건 분명 나뿐이라는 우월감을 느끼던 때가 그립다.
"안 돼, 너무 많이 생각하면 눈물이..."
시간이 지났어도 문득 선생님을 생각하면 눈물을 흘리고 마는 것은 내 연약함 때문일까?
""쿵! 쿵!""
책상을 열고 서류를 정리해 종류별로 구분해 스테이플러로 찝는, 이를 반복하는 단순 작업이지만 서류를 한 장 넘길 때마다 선생님과 보낸 날들이 떠올라 입꼬리가 올라가 버린다.
눈물이 흐르기보다 먼저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분명 그 정도로 선생님과의 나날이 소중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후훗, 이때 선생님은 아직 서류도 제대로 쓰지 못하셨네..."
"앗! 이거...! 선생님 이런 걸 사셨다니……"
""쾅, 쾅,""
""찌익, 찌익,""
서류를 뒤지고 있던 중, 서류 틈으로 한 장의 사진이 내 발 밑으로 팔랑팔랑 떨어진다. 그것을 주워 확인해 보니 그건 선생님과 나의 투샷 사진이었다.
'아... 이거... 황륜대제 때...'
사진 속 나는 체육복을 입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고 얼굴에 써져 있다고 착각할 정도의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지금의 나는 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보고싶다......선생님......."
「………!」
입에서 나온 말이 돌이킬 수 없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고, 그 말을 시작으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돌아가셨을 때 이후로 이렇게 굵은 눈물 방울은 처음이다.
생각나는 것은 즐거웠던 일들뿐, 선생님과의 무심한 대화, 선생님과 보낸 시간 속에는 언제나 미소와 함께 약간의 화약 냄새가 있었다.
눈물이 잦아들 때 즈음 나는 비로소 선생님과 진짜 작별을 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깡! 깡!""
…하지만 유독 오늘은 시끄럽다, 건물 밖에서 나는 소리인가? 무언가를 내리치는 소리나 무언가를 찢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키보토스에서 다소의 소음 정도는 일상이니 크게 신경 쓸 일도 아니지만, 유난히 큰 소리였기 때문에 그만 신경이 쓰인다.
"근처에서 공사라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소음을 배경음악 삼아 작업을 계속했다.
몇 시간 뒤, 작업이 대강 끝나고 나머지 불필요한 서류들을 분쇄기에 넣고 있자니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에 눈치챘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그쪽으로 눈을 돌리자 그곳에는 예쁜 긴 흰머리가 인상적인 나의 절친 우시오 노아가 서 있었다.
"유, 유우카 쨩...?"
노아의 눈은 크게 떠져 있었고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노아?! 몸을 그렇게 떨고선...!"
「……!」
내가 걱정하니 노아는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다가갈 때마다 노아는 더욱 뒤로 물러난다.
조금 위화감을 느꼈지만, 누가 보더라도 이상해 보이는 노아에게 나는 계속해서
"노아...? 정말 괜찮아? ......! 아직 얼마 안 됐으니까 당연하겠지... 무리하지 않아도 되니까 방에서 좀 더 쉬고 있어도 되는데..."
하고 말을 걸었다.
노아는 착한 아이니까, 아직 충격으로 마음이 어지러운데도 무리해서 나를 도우러 와 준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이 돌아가신 것에 더욱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노아일 것이다. 노아는 기억력이 좋아서 선생님이 돌아가신 그 때를 분명 누구보다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아......앗, 아...!! 아, 아니......네...! 그렇죠..! 저는 방으로 돌아갈게요... 유우카 쨩....."
눈에 굵은 눈물을 머금고 숨을 헐떡이던 노아는 이 한 마디를 남긴 후 문을 닫고 방에서 나갔다.
항상 냉정하고 옆에 있으면 든든한 노아조차도 저렇게 되어버렸으니 나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나는 강하게 결심했다.
다른 학생들이 나를 보면 차가운 여자라고 생각할까? 하지만 나는 이것이 선생님과 나의 본연의 모습이라고 믿고 있다.
"선생님, 언젠가 다시 만나면 시간 많이 내 주셔야 할테니까요...!"
나는 그 말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서류 정리를 재개했다.
"하아.........하아...!!!!"
나는 방금 나온 문을 등지고 주저앉았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총학생회로부터 샬레의 서류 정리를 부탁받았기 때문이다. 내 기억 능력을 신뢰하는 건 알겠지만, 선생님과의 추억을 돌아보는 데에 조금 더 시간을 쏟고 싶었던 것이 본심이다.
그러나 샬레에 도착한 나는 샬레 안에 울려 퍼지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고, 그 이상한 소리에 겁을 먹어서 발걸음이 움츠러들어 이 방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버린 것이다.
보통의 이상한 소리라면 내가 무서워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샬레 전체에 울려퍼질 정도의 절규, 그 목소리가……
내 친구, 하야세 유우카의 것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샬레 속에 울리던 이상한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라고는 믿기 힘든 유우카 쨩의 절규와 무언가를 내리치는 소리, 그리고 종이가 찢어지는 소리였다.
나는 그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고, 발목에 족쇄를 찬 느낌이라는 비유도 귀엽게 들릴 정도로 엄청나게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겨우 도착한 샬레 집무실의 문, 마음을 먹고 그 문을 연 내가 본 것은…….
머리를 흐트러뜨린 채로 서류들을 찢어대고, 머리나 손을 책상과 벽에 마구 부딪히고, 입에서는 침을 흘리며, 지금까지 들어본 적이 없는 목소리로 발광하는 유우카 쨩이었다.
나는 왜 이 문을 열어버린걸까. 이 소리가 무엇인지 깨달았을 때 그냥 돌아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대로 두면 이렇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는데.
온갖 감정들이 내 안을 맴돌고, 그리고 그 감정의 파도는 구역질의 형태로 몸을 덮친다. 스스로도 이 눈물이 구역질에서 오는 것인지, 선생님의 죽음에 대한 슬픔 때문인지, 아니면 눈앞에서 미쳐버린 친구의 모습을 봐버렸기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알고 있었다. 선생님의 죽음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았고, 그 충격으로 제정신조차 잃어버린 학생이 누구인지.
그런데 그걸 내가 인정해버리면 이제 끝이야, 나는, 우시오 노아는 끝나버려.
나는 마지막 용기를 쥐어짜서 유우카에게 말을 건다.
"유, 유우카 쨩...?"
""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악!!!!!!!!!!!윽....... 아아아아아아아악!!!!!!!!!!!!!""
「……...읏...!」
내가 아는 하야세 유우카는 이미 거기에 없었다. 거기에 있는 것은 눈물을 흘리면서 광란에 빠져 스스로를 상처입히고 계속해서 절규하는 두려운 존재였다.
눈물을 흘리며 그 자리에 굳은 나를, "그것"은 더욱 날뛰며 한계로 몰아간다.
"아 아 아!!!!!!!!!..... 아아아아 아아 아아!!!!!!!!!!!!!"
다시금 내 귀에 비명이 덮친다. 나는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녀가 제정신일 때 지금의 나를 봤다면 뭐라고 했을지를 상상하고, 그에 대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앗, 아...!! 아, 아니......네...! 그렇죠..! 저는 방으로 돌아갈게요... 유우카 쨩....."
그리고 문을 닫고, 다시 지금.
안에서는 아직도 그녀가 서류를 찢고 벽과 책상에 자신의 몸을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이따금 들리는 절규는 내 정신을 쇠약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도와.....주세요.....선생.....님...!!!!"
"살려줘요……"
간신히 입에서 나온 말은 이미 없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참으로 어리석은 것이었다.
나는 분명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차가워진 선생님의 몸, 화장 때에 먹은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점토 같은 식감의 식사…. 그리고 지금 눈앞에 펼쳐진 참상을.
"으읏, 아... 아... 선생님...... 선생님.........! 아아, 그래요... 후후, 맞아요 선생님... 선생님이 못 오시면 제가 그쪽으로 가면 되는거였어요... 완전히 잊고 있었네요...♪"
노아의 표정은, 눈에서는 대량의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꼬리만은 일그러진 형태로 올라가 있었다. ……마치 지금의 하야세 유우카와 똑같이.
"선생님, 지금 그쪽으로 갈게요."
그리고 노아는 천천히 자기 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노아의 행동을 멈출 수 있는 사람도, 유우카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사람도, 이미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早瀬ユウカは先生が死んでしまっても動揺しない | カフェ陰 #pix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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